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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맞짱칼럼] 땅콩선생, 인권교육 사수기

2007.09.22 17:03

진보교육 조회 수:1713

[맞짱칼럼] 땅콩선생, 인권교육 사수기

강수정 (옥정중)

1. 우리학교 풍경
옥수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다보면 가파른 언덕배기 끝에 학교  하나가 나온다. 언덕길 좁은 공간에다가 억지로 학교를 짓다보니...(놀라지마시라~) 자그마치 건물이 7층이다. 게다가 운동장은 코딱지만한데 그 안에 정보화건물까지 끼워 넣어서 마치 살이 미어터져 단추가 떨어질 것 같이 위태위태하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내가 가르치지 않는 다른 반 교실을 가려면 이게 도대체 어디 붙었는데 분간을 할 수  없어서 ‘반드시’교실배치도를 보고 찾아가야한다. 시험기간이 되면 시간은 급한데 교실을 찾지 못해 온 복도를 가로로 세로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당황한 표정을 심심찮게 본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회의원 공약사항으로 급하게 지어서 그런 거라나.....    
아니, 이렇게 하드웨어가 시원찮으면 소프트웨어라도 좋으면 좀 좋아? 한 10년을 돌아 다시 옥정중학교로 발령을 받아왔는데....오 마이 갓!
교문 바로 앞에서 마을버스가 서는데 버스안 사람들이 빤히 보고 있는 코앞에서 실내화신고 온다고 얻어터지고, 머리길다고 자르고, 지각했다고 한 30명이 엎드려 뻗쳐있고...그것만 하면 다행이게? 무슨 ‘학부모자율순찰대’라는 것이 있는데 오후에는 그 엄마들이 교문에 떡 허니 서서 실내화신고 집에 가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는다. 도대체 이게 몇 년도 쩍 이야기냐고요...시방!?  
이건, 정말 아니자나~~~~~~~!!
그 꼴을 그냥 봐 넘기자니 열불이 나고 어떻게 시비를 걸어볼까 하다가 일명 ‘폭탄’이라 불리는 학생부로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아그들을 키워 스스로 벽을 깨뜨리게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해서 학생 자치회를 신청했으나, 초임 기간제 교사에서 밀려 명찰과 선도부를 하게 되었다. 헐~~
평상시에 아이들이 자기 이름표를 떡하니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꼴’이나, 출근 때마다 교문 앞에 ‘쪽바로’서서 친구들을 갈구는 선도부의 ‘꼴’을 못 보는 날더러 그 짓을 하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처음 며칠을 교장실 난입(?), 교무회의 돌출발언, 하루에 한건 전교사 메신저보내기 등등으로 ‘원상복귀하라! 반성하라! 사과하라!’하면서 생쇼를 하다가 ‘한’비인권하는 명찰과 선도부를 맡아서 들이대는 것도 꽤 괜찮을 성 싶어서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거는 걸로 급전환했다.    

2. 명찰로 딴지걸기
명찰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명찰을 외부로 나갈 때 앞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탈부착형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생·교사설문조사, 교무회의 발의, 학부모 의견수렴 등등 아래로부터 순서를 밟아가면서 인권을 들이댔다. 예상대로 탈부착형으로 분위기가 우세해지자 뒤늦게 아차! 싶었던 교장과 비호세력(?)들이 학부모를 부추겨 전세를 뒤엎으려고 시도했다. 급기야는 다된 밥에 재 뿌리려는 못된 심사로 명찰토론회를 위한 임시 교무회의까지 열렸다. 장장 3시간! 발언자 15명! 대한민국 역사상 코딱지만한 명찰 하나를 갖고 장장 3시간 동안, 15명이 넘는 교사들이 자신들의 인권지수를 그토록 적나라하게 커밍아웃한 사례는 좀체로 찾아보기 어려울 거다. 기라성같이 참신한 후배 교사들의 똑 부러지는 주옥같은 발언은 교무회의를 빛나게 했다. 그에 비해 교장의 위신과 위계질서를 우려하는 교사들의 황당무계한 발언은 완전 블랙 코미디였다. 하지만 논리적인 발언과 전혀 상관없이 투표는 졌다. 예상되는 결과였고 애초에 이기려고 시작한 싸움이 아니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사실 관심이 없었다. 명찰 하나로, 그깟 꼬딱지만한 명찰 하나로 학교를, 학교를 시작으로 세상을 건드리고 들쑤시고 싶었던 것. 또 그게 자라나 학생자치나 입시, 비정규직 문제까지도 키울 수 있기를...

3. 생리휴가를 포기하다!
선도부라는 명칭을 인권사랑부로 바꾸었다. 절차? NO! 그냥 내 맘대로 바꾸고 교사들에게 메신저를 보낼 때나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 ‘선도부를 인권사랑부로 불러주세요’라는 문구를 꼭꼭 집어넣었다. 아주 귀엽게!
그 다음에 인권사랑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뭘 해볼까 궁리하다가 역쉬! 기존의 주 업무인 아침 교문지도를 ‘사수’하기로 했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이루어지는 해괴망측한 추태를 막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문에 들어서게 하는 일--이보다 더 인권스러운 게 있나? ㅎㅎㅎ
방법은 딱 한 가지! 내가 교문에 떡~버티고 서있으면 아이들 갈구는 웬만한 교사들은 내 옆에 안 온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교문에서 버티기로 했다. 교장, 교감은 교문에서 용의복장을 단속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부장회의에서 부장들이 차례로 ‘교문지도’를 나가자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던지 부장하나가 교문 앞에서 교통지도하면서 은근슬쩍 아이들을 갈구길래 ‘요즘 교통지도가 교문지도로 바꿨나보죠? 서로 안 건드리는 것이 좋을텐데...왜 이러시나?’하면서 몇 번 째려봤더니 더 이상 내 일을 넘보지 않는다. 이 넘의 교문사수 때문에 웬만큼 아파도 학교를 나가야한다. 작년에 철떡같이 챙기던 생리휴가를 교문 때문에 포기했다. 그 꼴을 보고 나랑 친한 선생님 한분이 ‘차라리 학교에 뼈를 묻어라~묻어~’하면서 혀를 찬다.    

4. 미운오리새끼들, 날다!
기존의 선도부가 하는 일이라곤 교문지도밖에 없는데 선도부 일년 예산이 장장 80만원이다. 작년 내역을 살펴봤더니 모두 선도부회의비다. 이건 아니다싶어서 학기 초에 계획서를 짤 때 순간적으로 ‘학생생활 세미나’라는 프로그램을 집어넣었다. 우연히 넣었던 것이 인권사랑반의 1학기 활동을 정리하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학생생활 세미나 안내
언제, 어디서 : 7월 18일(수) 4층 영어교과실  
발제 : 한국청소년 인권의 현주소(청소년 인권 네트워크활동가)
       폭력, 학생생활환경, 용의복장규정을 통해 본 우리학교 인권지수
       (인권사랑반 친구들)
       *학교의 골치덩어리, 용의복장규정
       *어두운 그림자, 학교폭력
       *학교에서 행복해지기-화장실, 매점, 식수
       학교에서의 폭력과 구조적 대안찾기(인권사랑반 담당교사)

인권사랑반의 활동을 되짚어보고 방향을 잡기위한 자리로 준비하면서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초청하여 함께 학교이야기를 풀어놓기로 계획을 세웠다. 발제를 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콤달콤’을 주면서 설문조사를 하였다. 설문내용이 워낙 땡기는 주제라서 ‘새콤달콤’과 상관없이 너도 나도 참가해주었다.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모둠별로 통계를 내고 분석하고 정리해서 발표할 자료를 만들고 초청장도 만들었다.  

방학이 코앞이라 학기말 업무가 바빠서 선생님들이 안 오시면 어쩌나했는데...세미나 시작 30분을 남겨놓고 교감선생님이 전교사에게 세미나 안내(?) 메신저를 보냈다. 그 덕에 ‘혹시, 아이들을 중간에 놓고 대판 싸움날까’우려한 친한 선생님들이 바쁜 일 팽개치고 참여해주었다. 넘 고마운 울 교감선생님~~~*

강수정 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몹시 당황하여 메시지 보냅니다. 외부강사까지 초청하여 하는 행사를 해당부장, 교감, 교장선생님께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으시고 행사를 알리고 있군요. 모든 선생님들이 교내에 작은 협의회조차 절차를 밟아 훌륭히 하시고 계십니다. 크든 작든 학교행사는 교장선생님까지 적법한 절차를 밟아 결재를 받고 하셔야 되겠지요? 신중히 생각하셔서 추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감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진행으로 이루어진 학생자치활동이라고는 ‘빵’인 학교인데다가 연습도 없이 사회며, 발표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또 명색이 토론이 되어야하는데...일방적인 발표회가 되면 어쩌나? 자칫하면 지루하기 쉬운 인권강좌인데 섭외한 강사가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까? 등등....하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았던 것 같다.  
  발제 내용 중 ‘교사들에 의한 폭력’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긴장감이 왔었다. 그런데 젊은 선생님 한 분이 ‘교사들의 입장’을 말하시면서 다시 분위기가‘짠’해졌다.  
또 아이들의 정서와 가까운 사람이 좋겠다싶어 유명한(?) 강사를 배제하고 청소년 단체에서 섭외하였는데 순간 순간 강의가 끊기는 듯해서 조금 불안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신선했던지....아이들이 강사에게 둘러싸여 질문도 하고 싸인까지 받았다. 세미나가 끝나고 참석한 어떤 학생 하나가 ‘나도 다음에 인권사랑반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우리가 해냈다’라는 생각때문인지 인권사랑반 아이들 얼굴이 박꽃처럼 환해졌다.  
우리 인권사랑반의 활동은 옥정중학교의 학교계획서나 어떤 교육활동에도 단 한 줄도 남진 않겠지만 우리들 하나하나의 마음속에 저항의 역사로 기억되어 살아가는 힘이, 투쟁이 되었으면 한다.
남들처럼 공부를 잘하고 똑똑하진 않지만, 남처럼 쭉쭉빵빵 이쁘진 않지만 학생자치회가 해야 할 일까지 거든히 해낸 인권사랑반 미운 오리새끼들아! 싸랑한대이~

[학생글] 학생들의 그림자, 인권 사랑반

김민정

매번 교문을 걸어 들어오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었습니다.
단속 기간엔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계신 선생님께서 번쩍 번쩍 광이 나는 가위,
언제나 정확한 길이를 자랑하는 자를 들고 교문을 들어오는 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유심히 보고 계시고 우리는 학생이라서 머리길이 마음대로 못하고 명찰을 달지 않으면 왜 혼이 나야 되는 거고 학교에서 정해 놓은 규칙을 따라 중학교, 고등학교 총 6년이라는 시간을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머리를 하지 못하게 하시고 남학생들은 두피에서 1cm도 안 될 것 같은 머리,
요즘 여학생들의 머리는 많이 자율화 되어간다지만 매정한 여 선생님의 가위질을 피하지 못하여 애정을 담아가며 곱게 길은 머리를 잘려 심리적인 충격에 빠진 학생도 드물지 않았다.
어른들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우리 학생들을~......” 이라고 습관처럼 말을 하시지만 그 말은 위장용이었다.
나는 ‘인권’이란 말 자체가 무엇인지 몰랐었고, 학생들은 그저 묵묵히 어른들이 만들어낸 규칙을 지켜가며 사는 것이 옮은 줄만 알았다.
그리고 요번에 학교에서 만들어진 인권사랑부를 들어갔고
인권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은밀히(?) 학교의 반항심도 생겨갔다.
인권 때문에 이름표를 바꾸려고 교문에서 스티커 투표도 했었고  
불만이 많은 1,2학년이 3학년 언니,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 3학년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전지를 달아 쓸 수 있도록 했었다. ‘학생들의 인권’ 이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일을 세미나를 통해 발표도 했었다 고작 반 년을 활동했지만 학교의 답답한 규칙으로 인해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많은 학생들의 일을 알 수 있어서 새로웠고, 인권 사랑부는 없어지면 안 될 학생들에게 너무나 도움이 많이 되는 부서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생들은 아침마다 당당히 교문을 걸어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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