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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만인을 위한 고등교육: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혁명*

토마스 무어(영국, 브리스톨 대학) & 안토니 버거(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번역 진보교육연구소 해외기사분석팀


글 순서

서론
베네수엘라의 역사적․ 사회-정치적 배경
볼리바르 혁명에서 교육의 역할
무상 공립 고등교육의 확대
교육기회의 민주화
지방 자치화: 재정주도 탈집중화에 대한 도전
교육내용, 방법론과 교수법
비(非)시장적 관점에서의 고등교육 국제화
결론


서론

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차베스와 그가 추진 중인 ‘볼리바르 혁명’은 숱한 논쟁을 낳고 있다. 차베스주의자(Chavistas)들은, 국호를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꾸고 새로운 헌법에 기반하는(제5공화국) “국가 재건운동”이 사회적이고 포괄적인 참여민주주의를 향한 운동이라 주장하는 반면, 모든 새로운 정책에 단호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소수 반대파인 구(舊)지배층은 베네수엘라가 독재체제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책에 걸쳐 이러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은 가장 논쟁적인 영역이다.
‘교육논쟁’은 현 정부가 교육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벌어졌다. 반대편 측에선 1999년 헌법에 명시된 바대로 사회개혁을 달성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교육을 이용하는 것은 교육의 ‘과도한’ 이념화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지난 정부시절 축적된 ‘사회적 부채’를 갚기 위한 현 정부의 의지가 2001~2005년 사이에 교육예산이 288%나 증가(현재 교육예산은 전체 정부예산의 14~15% 정도에 이름)됨으로써 자명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중간층과 상위계층의 일부는 교육팽창의 실질적인 결과―무엇보다 고등교육 수준에서―교육의 질이 떨어질 거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과거 자신들의 차별적인 특권이었던 고등교육 권리를 점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볼리바르 교육개혁에는 적어도 세 가지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첫째로, 베네수엘라의 “자생적 발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한 인민의 역능 강화 empowerment 가 교육개혁의 철학적 지표이다. 다음으로 교육의 제공은 ‘두 갈래 접근’을 채택하고 있는데, 볼리바르 교육체제는 ‘미션’이라 불리는 임시응급조치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적인 보조영역에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인 “만인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담론과는 달리, 무상교육에 관한 헌법적 권리는 무상 고등교육권까지 포함한다. “만인을 위한 고등교육”(Higher Education For All)의 주창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사유화와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 정확히 일어났다.
우리는 이 글에서 볼리바르 고등교육 개혁의 상징인 ‘미션 수크레’와 ‘볼리바르 대학’에 초점을 둘 것이다. 두 정책의 핵심 목표는 ▲ “전면적”이고 “지속가능한” 인간 발달에 맞게 전국적인 고등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며, ▲ 전통적으로 고등교육에서 배제되어 왔던 계층을 끌어들임으로써 사회정의를 촉진하는 것이다. 두 정책은 2003년부터 시작되었고, 고등교육부(MES)가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가을에 ‘미션 수크레’가 볼리바르 대학에 통합되면서 행정적 책임은 볼리바르 대학으로 넘어갔다.
이 글의 주요 정보출처는 정부의 공식 문서뿐만 아니라 교육자와 정책입안자와의 면담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애초 입안된 정책과 실제 시행을 꼼꼼하게 대조하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현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평가 보고서가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베네수엘라의 교육개혁에 대해 최초로 포괄적인 조망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본문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베네수엘라의 사회-정치적․ 교육적 배경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그런 연후에 5공화국에서 교육이 기여한 전략적 역할을 상세하게 알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인을 위한 고등교육 개혁의 의미와 주요 특징을 살펴본다. 우리의 주장은 일관되게 베네수엘라의 정책이 세계적인 흐름과 명백히 구별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의 역사적․ 사회-정치적 배경

상당수의 사람들은 차베스 이전 시대(제4공화국, 1958~1998)를 라틴 아메리카의 “가장 안정된 민주주의 체제”로 특징짓는다. 동시에 국내외 반대파들은 차베스를 “오만한 독재자” “인민주의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규정짓는다. 반면, 마이클 더햄은 베네수엘라의 최근 역사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을 통해 제4공화국의 배타적인 ‘민주주의’는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고 그럴 의도도 없었”으며, 그래서 부패하고 무능한 체제일 수밖에 없었다고 결론을 지었다.
차베스의 인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베네수엘라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배제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차베스는 1998년 이후 치러진 열 번의 선거에서 매번 6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그레고리 윌퍼트가 관찰하였듯, “가난한 사람들이 차베스의 가장 중요한 지지자를 대표”하는데, 이는 차베스 정권 하에서 왜 사회적 격차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970년대 잠깐 동안의 석유 붐이 끝나갈 무렵, 거대한 규모의 구조적 빈곤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워싱턴 컨센서스’로 인해 악화되어 1989년부터 차베스 이전 대통령인 카를로스 페레즈와 라파엘 칼데라에 의해 대중들은 구조적 빈곤을 강요받았다. 두 대통령 모두 분명한 반신자유주의 강령을 내세워 당선되었으나 그에 따르는 대중적인 지침을 내놓지 못해 결국 민중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Caracazo”). 당시 차베스 대령의 볼리바르 계획과 관계된 장교들을 포함하여 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 결과 수천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당시 일어난 대량학살은 1992년 차베스가 이끄는 “군부 반란”을 촉진시켰다. 군부 반란은 ‘실패한 쿠데타’라며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1975년과 1997년 사이에 ‘중간층’이 60%에서 31%로 감소하면서 빈곤층이 33%에서 67%로 증가했다. 1998년까지 소득 분포는 1970년 수준으로 악화되었는데, 1970년 당시 오분위 최상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53~54%를 차지한데 비해 오분위 최하층의 소득은 3%에 불과했었다(즉 20% 인구가 사회 전체 소득의 과반을 차지함). 벅스턴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페레즈 전 대통령은 “모든 사회 계층에게 부의 분배를 보장하는 것과 더불어 제한된 형태의 민주주의가 도입된 1958년에 제도화된 합법적인 평등 원칙을 훼손했다.” 따라서 계속해서 차베스의 책임으로 돌려지는, 사회 곳곳에 만연한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는 결코 최근에 벌어진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분리” 현상은 제4공화국 ‘민주주의’의 실패로 다시 발생한 것이며, 차베스 정권 하에서 다시 정치적인 쟁점이 된 것이다. “지배층/대중 분열” 현상의 정치쟁점화는 엄격한 계급구분에서 벗어난, 역사적으로 조직되지 않았던 빈곤층을 포함하는 것이다.
국가 “재건운동”은 1980년대부터 검토중이던 1961년 헌법의 개혁을 뜻한다. 데이빗 레이비가 “시민참여와 인권의 구축이란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헌법”이라 칭찬한 1999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의 새 헌법(CBRV)은 수차례의 선거를 통해 법제화되었으며, 사회정의에 대한 법적이고 규범적인 틀을 제정하였다. 1999년 새 헌법은 사유화, 즉 신자유주의를 봉쇄하기 위해 “21세기 사회주의”와 같은 담론을 포함하는 대안을 만들어냈다.
새 헌법에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데, 새로운 교육이념은 주요 인권 조약들, 예컨대 1948년 인권에 관한 보편적 선언, 1995년 평화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 선언과 같은 주요 선언들을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포함하고 있다. 다른 규범적 조약으로 1990년 만인을 위한 교육 선언, 2000년 다카르 행동 규범, 2000년 유엔 새천년 발전목표, 1998년 유네스코의 21세기 세계고등교육선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헌법 102조와 103조는 “지속적이고 완전한 질의 교육”을 민주주의와 인권과 “공공 재화”―국가가 모든 단계에서 모든 유형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을 지니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초로 정의한다. 교육은 노동의 도덕적 가치와 의사결정과정에의 (조직적)참여에 대한 깨우침이 수반하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개인성의 완전한 발달에 맞춰진다. 동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공교육은 보육에서부터 다양한 중간단계의 교육(17세)까지 보장해야 하며, 대학까지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다음을 의미한다. 우선 볼리바르 헌법은, “모두를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가난한 아동들에게 단지 4~6년의 초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노동시장 진출을 위한 초보적 기술습득으로 왜곡시키는 현재의 지배적인 세계은행의 담론에 분명히 도전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1990년 만인을 위한 교육선언 이후 세계적으로 정책과 제도들은 전통을 “보존하고 개선”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으나 베네수엘라는 전통을 “재고(再考)하고 변화”시키는 도전에 응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제4공화국도 무상 공교육에 관한 법제도가 있었으나,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1958년부터 1996년도까지 소규모의 문해교육 프로그램―근대화 이론에 근거한 협소한 경제적 목적으로 은행과 기업이 자금을 지원했던―이 다소간 있었지만 미션 로빈슨Ⅰ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2001년에 베네수엘라의 문맹율은 6.12%였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의 교육법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등교육 접근권을 제외시킨 유엔의 새천년 발전목표를 능가한다. 따라서 지금 베네수엘라는 훨씬 더 인권을 준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적 기준을 분명하게 세운 것이다.
새천년 발전목표의 전 세계적 실현이 점점 환상으로 여겨짐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2005년 10월 28일에 완전한 문맹퇴치를 선언하고 보편적인 기본교육(9년)이 2007년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션 로빈슨Ⅰ에 이은 미션 로빈슨Ⅱ 덕택에 6학년까지 기초교육이 제공되면서 최근 시작된 미션 로빈슨Ⅲ 는 생산단위의 창조와 결합되어 기능적 문해를 강화한다. 미션 리바스는 중등교육에서 축적된 결손을 메우며, 전술하였듯 볼리바르 대학과 미션 수크레는 전통적으로 배제되어왔던 계층과 극빈층을 최우선 대상으로 무상 고등교육을 제공한다.
베네수엘라가 추구하듯이 교육으로 빈곤에 맞서 싸우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어쨌거나 1990년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주도하에 집중 교육 프로그램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번성했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극빈층이 개별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 수단과 능력과 권한을 갖춘다고 보는 인적자본론과 개인적인 역능강화 empowerment 이론에 근거해 있다. 볼리바르 개혁도 이와 같은 요소를 다소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세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증진하는 교육의 과정을 통해, 조직적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는 교육의 과정을 통해 깨우치는 집단적 역능강화의 논리를 따른다. 다시 말하면 교육은 현 상태에서 무비판적인 개인을 통합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통합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조직화 방식이다. 다음 장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것이다.

볼리바르 혁명에서 교육의 역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 체제를 변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문화와 교육에서의 혁명이 필수불가결하다.
베네수엘라의 교육혁명은 자생적 발전, 보다 평등한 사회구조, 정치적 주권, 중심부 국가로부터의 독립으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국가 프로젝트의 구축과 본질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21세기 사회주의’로 지칭되는 사회 모델을 향한 전진은 10가지 목표가 담긴 전략계획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교육, 특히 고등교육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업적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 새로운 사회구조 형태의 발전. 고등교육부(MES)가 주장하듯이, 국가 재건운동은 “국가를 공동체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수반하게 된다.” 그리고 “교육과 일은 기본 전략으로서 사회경제를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최대 행복을 이루기 위한 근본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지금의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든 단계에서의 교육에 대한 보편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충분조건은 아님). 교육은 단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인민의 역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모델 수립의 빠른 진전. 볼리바르 교육혁명은 “주도적” 민주주의 protagonistic democracy 를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중히 여기는데, 그래서 참여와 시민권을 위한 교육이 교육과정에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맥락적 인식” situated perspective 으로부터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도록 바라고 있는데, 이 맥락적 인식은 참여 방법론, 교육학, 그리고 전문적 실천과 더불어 학생과 교육기관의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을 보장함을 뜻한다.

○ 새로운 국가기구 제도의 창설 촉진. 이는 무엇보다 국가의 탈관료화와 시민참여와 공동책임―정책 설계, 시행, 관리의 전 과정―으로 특징지어지는 공공정책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고등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지방자치화 municipalisation 를 통해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국가기구의 부패를 척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등교육은 공공의 이익을 책임지고, 공동체에 대해 판단력을 지닌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에 기여해야 한다.

○ 새로운 경제체제의 수립을 위한 새로운 생산모델 건설의 촉진. 새로운 생산모델의 핵심개념은 자생적 발전―다양하고, 효율적이고, 점진적으로 자족적인 국내 생산구조의 창조와 강화―이다. 이를 위해선 인민들이 전통적인 고등교육기관의 틀에는 포함되지 않는 전문적 모델뿐만 아니라 발전의 과정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 필수전제조건이다. 이것의 목표는 다양한 사회적․ 교육적 미션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며, 비관료적인 “혁명적인 공공정책 모델”로 여겨지도록 하는 데에 있다. 1970년대 4공화국 시기에 있었던 전통적인 복지 프로그램과는 달리 이 미션들은 비관료적이며, 참여 제도와 그 과정이 단기적인 빈곤 완화와 장기적인 구조변화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 볼리바르 고등교육 개혁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전문인은 가장 빈곤한 공동체의 요구에 민감해야 하며, 사회 경제를 촉진시켜야 하고, 석유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의 다양화에 공헌해야 한다.

○ 새로운 지역구조 설립의 지속. 고유한 지역적 불평등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 공공설비 계획―대학설립계획―은 전통적으로 도심지에 집중되어 있던 고등교육기관의 탈집중화를 필요로 한다. 지역 주민이 ‘도시’로 이주해야 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을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으로부터의 구조적인 배제에 대항하기 위해 볼리바르 정부는 고등교육기관을 지방화하고 있다.

○ 새로운 국제적 다극화 체제의 지속적 운영. 국제적인 힘의 불균형과 ‘인간발달을 위한 문화’ Culture for Human Development 의 부의장 헥터 소토 Hector Soto 의 의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인종차별폐지론적인 지리-정치학적 개념 하에서 대안적인 교육-문화 프로젝트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식민지적 세계화에 맞설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고등교육은 세계적 권력의 종속성에 대항할 수 있는 경제 전략에 대한 대응이며, 마찬가지로 교육과정도 학생들이 세계적 관점 속에서 지역의 문제를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교육의 국제화 전략은 대항 헤게모니, 즉 지역통합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핵심 계획들은 혁명과정에 인민들의 헌신을 독려하는 것이 볼리바르 교육개혁의 공공연한 목표임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 목표는 자유와 해방의 교육을 지향하는 성인교육학 원리에 기초한 노동자 교육학과 방법론에 반영되어 있다. 차베스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확신한다. “읽고 배우는 것은 해방을 위한 실천이다. 교육은 곧 해방이다. 앞으로 나아가자. 교육을 통해, 우리 인민들의 해방을 위하여!” 따라서 볼리바르 교육체제는 개인과 사회계급 간의 모든 형태의 차별과 경제적 지배에 대한 직접적인 대항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불행과 부유함이 공존하는 이상(異狀) 현상을 만들어 낸 자본가의 명령에 대한 대항.”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중립성의 결핍”, “과도한 이데올로기화” 등 반대 진영의 무수한 비판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과거 지배적인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거나 또는 그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특정 이데올로기가 더욱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사실이 지배자들을 덜 이념적이거나 더 중립적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정치적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사람들은 특정한 주장이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이념과 충돌할 때에만 그 주장을 세뇌하려는 것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던 로버트 아노브의 말에 동의한다.

무상 공립 고등교육의 확대

최근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한 흐름은 공공지원의 억제, 또는 상대적 감소이며, 이 때문에 사교육 팽창의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실 1990년대 시행된 많은 개혁정책들이 실제로는 사교육 부문의 개입을 촉진했다. 그래서 국공립대학의 접근을 제한하는 많은 조치들이 취해졌는데, 수업료 인상, 또는 배제된 학생들을 사립대학으로 몰아넣기 위해 입학기회를 제한하기, 사립학교에 보조금 지급,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국고지원, 사립학교에 다니는 시민들에게 세금감면 등의 조치들이 취해졌다.
사교육 부문의 성장은 특히 고등교육에서 두드러지게 일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남반구에서 두드러지는데, 에드인베트스 Edinvest 나 국제금융공사 IFC 같은 기업과 세계은행의 프로그램은 사적 영역의 개입을 촉진한다. 소속 연구원이 내는 세계은행의 보고서와 논문들은 차례로 남반구에서 교육 사유화의 확대를 노골적으로 권장한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지난 수십년동안 사교육 공급자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관습적으로 사립대학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역에서는 사교육 부문의 취학률은 평균 38%에 이른다. 그러나 이처럼 사교육 공급의 확대가 항상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설 대학의 일부는 “졸업장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질이 낮아서 극빈층 가정의 학생들만 끌어들이고 있다.
1990년대 사립대학 공급의 증가에 있어는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1993년부터 1999년 사이에 사립대학 평균 입학률은 34.5%에서 43.9%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라틴 아메리카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1999년 이래 4개의 공립대학―5개의 기술대학(IUT)과 더불어 볼리바르 대학이 가장 돋보인다―이 신설된 후 몇 년 뒤에도 역전되지 않고 있다. 볼리바르 대학과 미션 수크레를 통해 교육기관을 지방자치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시장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는 대다수의 다른 국가와는 달리 베네수엘라는 점증하는 고등교육의 요구에 직접적으로 응하려고 하는 중이다.
또한 1990년대 많은 국가들이 졸업생 세금 graduate tax (재학시 수업료를 납부하지 않고 졸업 이후에 세금 형태로 상환)이나 입학률 확대, 학자금 대출로 장학금을 대체하는 방법을 통해 사립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전에 존재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무상 공립 대학들이 혼합된 재정형태로 전환했다. 남쪽에서는 주로 교육과 보건 지출과 대체되는 부채 상환, 그리고 이미 적은 교육예산과 관련된 재정적 압박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나아가 적은 교육예산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실시 탓에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라틴 아메리카의 공교육 투자는 OECD 국가 평균보다 8배나 낮다.
남반구의 여러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등교육에서 낮은 단계의 교육으로 공공재원이 동시에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정당화되고 있다. 더 낮은 단계의 교육이 더 절실하다, 고등교육의 수익률이 다른 단계보다 낮다, 고등교육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혹은 대학 강의실의 낮은 이용률을 들어 고등교육보다는 더 낮은 단계의 교육에 투자할 것을 주장한다. 고등교육 예산 삭감에 관한 또 다른 공통된 주장으로는 중상층 계급이 주로 고등교육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점이다. 이 주장은 실증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분명히 국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고등교육에서 손을 뗌으로써 빚어진 결과다.
이러한 경향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교육 단계에서의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볼리바르 정부는 모든 단계에서의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 국공립대학 지원을 무시했던 경향을 역전시키기 위해 공공지출은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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