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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담론과 문화_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2007.04.11 16:45

진보교육 조회 수:2002

<좌파적 심미안으로 낯설게 보는 유럽축구 시리즈1 >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ㅣ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

도대체 유럽축구가 교육운동이랑 무슨 관계란 말인가? 게다가 필자는 텔레비전에서 축구경기를 중계하면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 축구 비호감 인간형인데... 느닷없이 유럽축구를 소개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럽 프로축구는 3대 리그가 있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A 리그 그리고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이다. (뭘 좀 아는 것처럼 설명하지만 이번에 처음 안 거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영국의 프로축구 1부 리그는 프리미어리그다. 영국에는 축구클럽 수가 자그마치 4만 2천 개다. 이 중 잘하고 잘하는  20개 팀이 모여 각축을 벌이는 게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나쁘면 언제든 하위리그로 좌천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클럽이 바로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필자는  ‘맨유’라는 명칭을 처음 듣고 무슨 팀인지 잘 몰랐을 정도로 무지했다. 이들은 바로 위대한 노동계급의 축구클럽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1878년 랭카스터와 요크셔의 철도회사 노동자들에 의해 뉴튼 히드(newton hearth)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1902년 클럽이 파산하자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혹자에 의하면 이러한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맨유’ 축구의 전술운영 방식에는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조직력이 베어나오는 좌파적 습성이 묻어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프로축구가 해마다 큰 적자를 내는 데 반해 맨유만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1천 억 원에 육박한다. 그 배경에는 축구를 전부로 생각하는 영국의 골수 팬들 뿐만 아니라 맨유의 첨단 비즈니스 영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매출 내역을 보더라도 입장권 판매는 41%에 불과하고 중계료 32%와 관련상품 판매가 27%를 차지하고 있어서 매출구조의 다양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타 플레이어에 의한 이적료 수입도 만만치 않지만 필자가 눈여겨 보는 것은 재생산구조이다. 유소년 축구팀을 운영하여 장래에 큰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데 베컴도 유소년팀 출신이다. 또 하나의 재생산 구조는 팬층의 확보이다. 연필, 지우개 등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에 로고를 붙여 판매하여 수입원으로 삼는 것과 함께 어린이들을 맨유의 예비팬으로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5공 시절 OB베어즈, MBC청룡 어린이 팬클럽이 여기에 기원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대한 어린이들의 사랑은 여전하지 않다. 우리나라 어린이에게는 입시라고 하는 절대무공을 향한 필수코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노동계급은 이들 축구에 온 정신을 집중시키며 일상을 영위한다. 미국과 영국의 프로시스템을 본 따 문어대가리 전두환이 프로야구라는 대리만족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두환의 의도와는 반대로 해태타이거즈 팬들은 운동장이 떠나갈 정도로 ‘김대중’을 연호하는 기염을 통했다.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는 매우 큰 규모로 유명하다. 하지만 경기 때마다 거의 꽉 찬다고 한다. 8시간의 지겨운 노동을 마치고 나서 축구를 관람하며 미친 듯 소리치고 박수치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경기후에는 친구, 동료, 가족들과 펍(영국의 대중적인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오늘 마친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낸다.

여기에는 대처의 신자유주의 복지축소와 토니 블레어의 이라크파병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없다. 박지성의 기막힌 어시스트와 루니의 거친 공격만이 살아 소통된다.(미국의 도시빈민도 마찬가지다. 노동을 마치고 나면 여섯 개들이 캔맥주 팩을 사들고 쇼파에 앉아 프로야구를 시청한다. 이 편안한 일상속에 자신을 중산층쯤으로 여기면서 불만도 사회적 이슈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원류는 노동계급의 여가 공간인 클럽축구에서 시작된다.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이라는 팀도 대포공장의 노동자들이 만든 클럽이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래로부터의 자생적 클럽축구는 오히려 자본 돈을 긁어모으는 수입원이자 노동계급의 혁명적 에너지를 스포츠로 김을 빼며 분출시켜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네이버에 물어보면 클럽은 공통의 목적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회원으로 하여 조직된 단체, 또는 그 단체가 사용하는 장소나 건축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소모임, 동호회다. 우리도 클럽을 만들자. 소모임을 조직하자. 소모임에서 사회과학이나 민중교육학을 세미나하고 그 내용들을 차근차근 날줄로 씨줄로 엮어 조직하고 거대한 저항 거점을 만들어 보자.

맨유가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진보적 내용들을 생산하자. 맨유가 유소년팀을 만들고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으로 재생산 구조를 공고히 했다면 우리는 후배교사, 예비교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모임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수백 개의 지역교사모임이 수백 개의 공교육개편안 토론회/지역설명회를 개최해보자. 살인적인 입시를 해결한다는데 누가 만류하겠는가?

맨유가 영국노동계급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면 우리는 교육노동계급의 고민을 나누고, 스트레스를 날라는 역할을 해보자. 소모임에서 일상적 학습과 세미나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같이 술/차도 마시며 학교에서 겪은 불쾌한 일을 떠들며 뒷담화도 하고, 영화도 같이 보고, 천렵도 하며 여가를 나누는 삶의 공간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노동과 여가가 구분되었다. 지겨운 노동 끝에는 달콤한 여가가 기다리지만 요즘 여가의 방식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개별화되는 경향이 높다. 함께 나누면 더욱 재미있다. 마치 맨유팬들이 함께 응원을 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더욱 유쾌해지듯이.....  

영국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 160개국, 5억7천만 가구의 시청자를 확보하여 국경을 넘고 있다면 우리는 전 세계 교육노동계급의 연대를 함께 해보자.

그래서 우리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소모임이 구성되고 연륜이 묻어나는 삶의 진보를 거듭해보자. 그래서 아우라가 넘쳐나는 소모임들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새롭게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시대를 만들어보자. 차근차근.

성과급저지투쟁이 최고조에 오르기 직전이었는데 오히려 성과급을 통장에 돌려받은 분회장들의 집단적 우울증으로 현장이 혼란스럽다고 한다. 어디 한 두 번의 일이더냐. 지난 2001년이던가 신자유주의 7차 교육과정 저지투쟁에서도 한방만 더 먹이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지도부는 게임오버를 선언하지 않았던가. 이제 툴툴 털고 일어나 이 일을 권토중래삼아 비약을 해보자. 지역단위에서 혹은 학교단위에서 호박떡, 사이다 차려놓고 소통을 갈망하는 선생님들을 모셔보자. 새털처럼 많은 날들을 두고 절망은 있을 수 없다. 유럽 클럽축구가 100년간의 진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진보 역사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암흑같은 수십 년의 단절을 극복하고 말이다.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위기에는 기회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덧붙이는 말, 다음호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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