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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특집_FTA와 한국교육의 파탄

2006.07.04 18:58

진보교육 조회 수:1567

FTA와 한국교육의 파탄

이철호 | 회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1. 교육개방, 교육의 영리산업화

(1) 교육개방이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교육과 의료는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해야 함을 역설했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내 최우선과제로 사회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근거는 교육과 의료의 서비스산업화와 개방화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며, 기득권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이전시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과 의료를 영리산업화겠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화답으로 2006년 2월 8일 교육부는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등에 외국교육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외국 대학(원)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을 활성화하며, WTO DDA 및 FTA 교육서비스 협상을 통해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분야의 전략적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교육의 서비스 산업화와 교육개방을 통해 유학이민감소나 청년실업난 해결이라는 목적의 실현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교육개방의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교육을 개방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개방’이란 말의 뜻부터 생각해 보자. 개방은 닫아놓았던 장벽을 제거하여 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소통의 수준은 국경을 넘는 것이다. 즉, 한 사회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당하고 있는 공교육체제가 사회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며 지배력을 행사하는 결과를 의미한다. 교육개방이란 교육이 국경을 넘는 무역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자체가 상품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상품이 유통되고 가격경쟁을 하는 시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정부가 밝히고 있는 교육개방의 의도는 교육을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적 영역에서 제외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은 상품무역을 넘어 각국의 유·무형의 장벽과 보호막을 걷어내고 인간의 삶 전반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수행기구가 WTO다. 서비스 산업에 관한 협정인 GATS의 규정에 의하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배타적·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는 개방 협상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상수도처럼 영리기관과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상업적 경쟁을 하지 않는 공적 서비스는 개방에서 제외된다. 물론 개방할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해당국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교육의 시장화 영리산업화로 교육은 이제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아니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수요자의 선택권의 문제가 된다. 교육개방은 지금 두 가지 경로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국제적인 협상을 통한 상품화와 영리산업화이며, 다른 경로는 정부가 개방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 규제완화라는 미명의 자발적 자유화다. 국제적인 협상의 경우 각국이 처한 상황요인에 의해 개방의 진척 정도가 무척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모범생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협상과 함께 자발적 자유화를 통한 개방에 더욱 적극적이다.
정부는 개방은 국제적인 대세이며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공교육이 경쟁체제가 없어서 비효율적이기에 과감하게 경쟁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들 중에는 외국의 교육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국내 교육의 질적인 발전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곧잘 이용되는 것이 국내 기득권층의 유학 이민이다. 국내 유학생들의 해외소비를 줄이기 위하여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근거는 한국교육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받아들임으로써 침체된 국내 교육에 충격을 주어 한국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한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이런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며 교육의 시장화와 영리산업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노동자, 민중, 시민사회의 생각은 다르다.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빈곤의 확대와 비정규 노동의 증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닫고 있는 사회양극화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절박한 지경이다. 하여 비정규 노동의 정규직화, 교육이나 의료 등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필수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군대의 동원으로 사회 갈등은 심화되고 국가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는 불을 붙이는 것이며, 사회 공공성이 파괴되고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 판단하고 전면적인 저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정부가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한 소통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협상을 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의회는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 관련 산업 분야의 의견 수렴은커녕, 협상의 기본 내용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고, 반드시 거쳐야할 공청회조차 하지 않고 있다.

(2) WTO DDA

WTO체제 하에서의 교육은 서비스 무역 협정인 GATS를 통해 개방협상이 진행된다. GATS는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에 반하는 규제들의 철폐를 요구한다. 따라서 각국이 유지하고 있는 문화 다양성과 사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보호장치들은 GATS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어서 국내정책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 각국의 제한적 조치는 시장접근 상의 제한적 조치와 내국민대우 상의 제한적 조치로 구분된다. 시장접근 상의 제한적 조치는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하여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국민대우 상의 제한적 조치는 각 회원국은 그 밖의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게 서비스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와 관련하여 자국의 동종서비스와 서비스 공급자들에게 부여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하는 것이다.
GATS에서 규정하는 공급형태는 4가지 모드(Mode)로 구분되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DDA 협상 이후 02년 9월부터 외국의 우수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더니 급기야는 교육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3년 3월 31일 WTO 1차 양허안 제출하였다. 1차 양허안 제출 이후부터 05년까지 한국은 미국, 일본, EC, 호주, 뉴질랜드,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양자간 협상을 진행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는 초중등교육 및 언어교육의 개방을 요구하였다.
칸쿤에서 열린 WTO 제5차 각료회의는 반세계화 운동의 확산과 강력한 저항으로 무산되었다. 그 결과 농업협상은 결렬되고 싱가포르이슈는 의제 상정에 실패했으며 서비스분야는 논의조차 못했다. 그러나2004년 7월말 DDA협상 골격(framework)에 관한 소위 July Package에 합의함으로써 DDA협상의 모멘텀 회복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서비스분야에서는 개선된 양허안을 2005년 5월까지 제출키로 결정됨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05년 5월 31일 WTO 2차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했다.
당시 양허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교육개방은 국제적이 대세이며 불가피하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현재 한미 FTA저지 운동 진영에 대해 구한말 쇄국주의자라고 비난을 퍼부어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2005년 7월 정부가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WTO가 그렇게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감시한을 2년이나 넘겨 1차 양허안을 제출한 국가는 148개 회원국 중 30개에 불과하다. 2차 수정양허안의 경우 교육부문을 포함한 양허안은 고작 12개에 불과하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대세와 불가피의 정체이다.
1차와 2차에 걸쳐 한국 정부가 제출한 양허안 중 교육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 결과 2006년 4월 30일까지 농업 및 공업 분야 관세와 보조금을 감축하는 계수를 정하기로 하였다. 서비스협정은 다자간협상 등 새로운 협상 전술이 제시되고 이에 따라 향후 협상 일정이 2006년 2월까지 복수적 양허요청서, 2006년 7월까지 2차 수정 양허안, 2006년 10월까지 최종 양허안 을 제출하는 일정이 정해졌다. 이 일정에 따라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이 모여 복수적 양허 요청안을 2월말 작성하여 각국에 전달하였으며, 한국 정부 또한 이를 접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내용을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3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복수적 Request/Offer 방식에 의한 협상이 개시되는 날 외교통상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등교육, 기타교육 분야 중 사립교육 양허’라는 단 한 줄의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을 마치고 있다.

(3) 자발적 자유화

자유화란 타자로부터 구속 또는 지배를 받지 않게 됨으로써 장애가 없어지는 상태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상이나 표현에서 규제가 완화되어 자유화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제영역에서의 자유화는 실질적으로 무역이나 외국환거래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거나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를 자유로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자본의 자유화(liberalization of capital transaction)이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WTO 협상 완료 이전에 행하는 개방화·시장화 조치이다. 이는 상품과 자본의 진입을 위한 새로운 통로를 개설하거나, 진입장벽을 철폐하거나, 국내 산업을 육성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제반 정책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위해 경제특구 등 특정 지역을 설정하여 포괄적인 직접적 개방조치를 하거나, 특정 분야에 관한 일련의 국내 진입 장벽을 없애는 조치를 하기도 한다.
GATS의 ‘서비스부문 협상 가이드라인’에는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어떤 서비스 분야도 사전에 제외하지 않으며, 자발적 자유화에 대해서는 credit(협상에서의 인센티브)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credit은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WTO 협상 자체를 추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서 선언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보면 한국 정부가 자발적 자유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서비스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여 국내서비스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실제로 WTO에 양허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현실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수준을 반영할 뿐 양허안에 추가적인 개방을 포함시키지는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발적 자유화를 통해 개방은 진행하고 양허안은 이를 문장으로 정리하는 수순이다. 그렇다면 국내법의 개폐를 통해 진행되는 진입장벽의 붕괴나 직접투자의 활성화, 교육의 영리산업화와 실질적인 개방은 이후 양허안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공공영역의 사유화로 옥죄어 올 것이다.

① 경제자유구역
경제자유구역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외국인투자기업 경영환경과 외국인 생활여건 개선을 통해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국가경쟁력 강화하기 위한다는 명분아래 현재 인천·부산·광양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자녀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 등에 관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이 2005년에 통과되었다.
그러나 특별법을 통과시키려는 정부·기득권층과 이를 반대하는 교육단체들의 논쟁은 전혀 다른 쟁점이었다. 당시 쟁점은 한국의 학력 인정여부, 내국인 입학여부, 결산상 잉여금의 송출여부였다. 이 쟁점을 통해 드러난 외국교육기관의 본질은 한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학력을 인정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 통과된 특별법 시행령의 주요한 내용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내국인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고(10% 이내로 제한하지만 설립초기에는 재학생수의 30%), 한국의 학력을 인정하고(국민공통 기본과정 교과 중 최소 2개 교과 이상을 주당 각 2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인정)있다. 더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지 및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여 외국학교법인이 설립·운영하는 공영형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결국 외국교육기관은 한국의 학생들의 입학할 수 있도록 내국인 입학비율과 학력인정의 길을 터주면서도, 국내 교육 관련법(등록금, 선발, 교원, 교육과정 등) 적용을 면제하며, 설립 촉진을 위한 각종 혜택(세제, 부지공여, 재정 지원 등)을 부여하는 학교이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8일 송도국제학교가 한덕수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08년 개교를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국내외 민간 기업이 투자하고 미국의 부동산 법인이 서구식으로 운영하며, 9월 학기제이고 유치원(1년). 초(5년). 중(3년). 고(4년) 등 교육체제가 한국의 교육법과 무관하다. 송도국제학교의 수업료는 미국 명문 사립학교와 맞먹는 연간 2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을 위해서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학교가 44개나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학교들은 외국의 학생들이 외국의 교육과정으로 외국의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이다. 하기에 국내 기득권층에게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투자자 자녀들을 위해 외국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기득권층을 위한 특별한 학교를 설립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정보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상해가 초중등 교육을 개방하고 있으며,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입학을 허용한다는 것으로 선전했던 재정경제부와 교육부의 주장은 2005년 4월 국회 교육위원들의 현지 방문으로 허위임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② 제주특별자치도
2003년 10월 노무현대통령이 제주평화포럼에서 특별자치도 구상을 처음 언급한 이래 제주특별자치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2005년 제주도를 넘어 전국을 뒤 흔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부의 표현에 의하면, 규제완화 등을 통하여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 모델” 구축하기 위해 모든 규제를 Negative System으로 전환하고, 법제·관행·문화 등 각종 제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장기적으로 No Visa, Duty Free, Zero Regulation, With English를 달성하는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이다.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단장 국무조정실 기획차장 유종상)은 2006. 04. 11일「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특별법 시행령(안)은 2006년 2월 21일 공포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위임된 사항 등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에 국제고등학교·자율학교 등을 설립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여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교원임용에 있어서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교원자격 미소지자는 교원 임용이 불가능하나, 제주자치도의 국제학교는 한국의 교원자격증이 없더라도 전체 교원의 1/2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임용할 수 있으며, 외국인 기간제 교원은 국·내외 교사자격증이 없더라도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교직을 개방하고 있다.
교육과정 또한 다른 지역의 경우 교육과정 전체를 교육부장관 고시로 정하도록 하였으나, 제주자치도의 경우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초등 1학년부터~고 1학년까지)은 국어·사회과목을 제외한 총 수업시간의 1/2 범위 안에서 학교장이 자율로 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교육의 기본인 교육과정과 교원양성과 임용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경우, 국내 대학에 외국 대학의 교육과정을 설치 ·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방의 수위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③ 지역특구, 기업도시 등
지역특화발전 특구는 제주국제자유도시나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개방과 별개로 특정 지역내에의 개방 조치로서 영어마을, 교육국제화특구 등 전국 27개 지역에 교육의 시장화 영리산업화가 진행중이다. 지역특구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며, 지역특구법에서 규제특례가 인정되지 않는 사항이라도 지자체가 새로 요구하면 추후 반영된다. 2005년 10월 현재 총 31개 지역특구가 지정되었으며, 이중 서비스산업 특구가 18개(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순천, 창녕 등이 외국어교육특구로 지정되어 외국인교사채용, 교육과정특례 등이 적용되게 되었다.

건설교통부 기업도시는 특정지역 개발에 관하여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전권을 부여받아 산업기반 조성과 주거에 필요한 주택·교육·의료·문화 등 기반 시설을 갖춘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 이익을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대규모 토지를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도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시행자에게 토지 수용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교육기관, 의료기관 및 체육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일부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교육에서 학사운영에 자율성이 부여되는 자립형사립고·특수목적고 등 자율학교 설립이 가능하고, 외국학교법인에 의한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나 주한 미군기지가 이전되는 평택 지역에 평택국제도시 또한 지역개발을 이유로 교육의 영리산업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2. 한미 FTA에 의한 교육개방

(1) WTO GATS 협상과 FTA에서의 교육개방

GATS는 궁극적으로 교육 시장의 영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교육시장을 글로벌화하여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서비스 공급자의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하여 앞에서 본 것처럼 GATS는 네 가지 공급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교육서비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급형태가 중요할 뿐 아니라 학점 및 학위 인정, 교수 및 교사의 자격인정 등이 중요한데, 이러한 사항은 제16조의 시장접근이나 제17조의 내국민대우에 해당되지 않고 제6조의 국내규제에 해당된다.
FTA는 1950년대 등장하여, WTO 출범과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WTO체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 조치인 FTA가 확산되는 원인은 먼저 지역주의에 반대해오던 미국이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 있다. 다음으로 WTO는 전체 회원국들이 협정에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각국의 이해가 달라 진척속도가 느리다. 반면, FTA는 특정국가간의 협정이기에 단기간에 타결이 가능하다.
보통 FTA는 GATS에서의 4가지 공급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4가지의 공급형태를 서비스에서 다루는 GATS와 달리 국경간공급(M1), 해외소비(M2), 내국인대우(M4) 형태는 서비스에서 다루고 있으며, 상업적 주재(M3) 형태는 투자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FTA는 기본적으로 WTO의 예외로 양자간 특혜조치이므로 WTO보다는 강한 수준으로 개방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양허방식인데, 미국식이라 규정할 수 있는 FTA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즉, 개방을 하려는 분야를 나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방을 금지하는 분야의 리스트를 나열함으로써 강력하고 포괄적인 시장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여 FTA는 정부가 표현하는 대로 WTO+이다. 업그레이드 된 WTO라는 말이다.

(2) 한미 FTA 이전

자유무역협정은 과거에는 주로 상품(농산물 포함)분야의 관세인하와 철폐를 위해 진행되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서비스, 투자, 지재권, 정부조달 분야 등 대상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스스로 FTA 후진국이라 자처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여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주요 교역대상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다발의 본질은 이렇다.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상국의 산업체계와 자국 체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자국의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며,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런 능력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기에 동시다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피해를 저쪽 분야에 핑계를 대고, 또 저기가 무너지면 그 다음 어디쯤은 괜찮을 거라고 사기를 치려는 것이다.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짓이다.
그간 한국정부가 추진한 FTA 협상에서 교육 내용을 보면, 칠레·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EFTA·아세안 등과 교육 부문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칠레 FTA 협상은 20004년 4월 비준안이 발효되었으며, 한·싱가포르 FTA 협상은 2004년 11월 타결하였다. 정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칠레와 싱가포르와의 협상에서 교육 부문 양허 수준은 WTO DDA 협상과 같이 고등·성인교육 부문의 일부에 한해 학교법인제도, 수도권내 대학 설립 제한 등 현행법상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한·일 FTA 협상은 2003년 12월 개시하여 제6차 협상(’04.11)까지 진행되었으나 이후 중단되어, 현재까지 기본 협정문에 대한 논의만이 진행되었으며, 교육 등 구체적인 서비스 세부 분야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한·EFTA(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FTA 협상을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제3차 협상(2005. 5. 30~6. 2,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교육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서비스 양허안을 교환하였다. 이 때 교육 서비스 분야의 양허 수준은 DDA 제2차 양허안의 수준에서 동일하게 진행되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EFTA 회원국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다.
또한 한·아세안 FTA 협상을 2005년 2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2005년에는 서비스 분야를 제외한 상품, 경제 협력 등의 분야에 대하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서비스 분야 협상은 2006년 개시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아세안의 회원국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이다.
한·캐나다 FTA 협상은 2005년 7월 협상을 개시하였으며, 이 외에 멕시코, 인도 등과 FTA 추진의 사전 타당성 검토를 위한 예비협의(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나, 현 단계에서는 교육서비스 분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3) 한미 FTA에 의한 교육개방

이번 한미 FTA 협정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교육의 영리산업화가 진행될지 현재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을 미루어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공개할 내용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협정문을 작성하여 체결을 요구하면 그 요구대로 따라가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방침인지도 모른다. 이를 사실로 증명이나 하듯이 정부는 협상이 진행되고 난 이후에야 부랴부랴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전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국가기밀이라는 핑계로 2006년 2월 WTO DDA의 복수적 양허 요청안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여 현재의 정보 상태로는 이번 한미 FTA 협정 상황은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측의 근거는 대략 두 가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그간 체결한 FTA의 내용을 보는 것, 또 하나는 WTO 양허 수준을 보아 판단하는 것이다. 그중 WTO는 한국이 기존에 제출한 양허안, 2006년 2월의 양허 요청안, 그간 한미간 진행된 양자간 협상의 내용을 검토하여 이보다 강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① 미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에서의 교육 시장화
미국이 기존에 체결한 FTA에서의 교육시장개방 상황을 보면 미국은 지금까지 체결한 협정에서 교육서비스 중 공교육(Public Education)만을 유보했을 뿐 나머지 분야는 개방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교육의 범주는 물론 한국처럼 초중등교육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립학교 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② WTO 양허안을 준거로 한 판단
다음은 WTO와 관련한 상황을 분석해 보자. FTA는 WTO와 같은 다자적인 협상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에 WTO에 의한 개방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에서 시장화를 목표로 한다. 하여 한국이 이미 제출한 양허안의 내용보다는 강력하게 시장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간 한국이 제출한 양허 수준은 초, 중등교육은 미양허함으로써 개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고등교육의 경우 부분 개방, 성인교육의 경우 개방하되 제한을 두기로 정하였다.
그러나 표현과 달리 한국의 교육은 실질적으로 상당히 개방되어 있다. 해외소비(모드 2) 및 향후 교육서비스 교역의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될 국경간 공급(모드 1)의 경우, 현실적으로 거의 완전 개방되어 있는 실정이다. 중학생 이하의 유학도 원칙적으로 해외소비가 금지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 국내 대학의 대부분은 대학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외국대학과 공동학위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자연인의 이동(모드 4)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양허안 상에는 제한 규정이 있으나(수평적 양허 외 미양허), 실제로 외국인 교수 채용은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실정이다(교육공무원법 10조의 2).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 보듯 자발적 자유화의 확대는 외국인교사 나아가 무자격자에게도 교직을 개방하고 있다.
또한, 2006년 2월 복수적 양허요청안의 주요 내용은 (사립)고등교육 서비스와 (사립)기타교육 서비스의 시장 접근상의 제한이 Mode1, 2, 3이 제한 없이 해제되며, Mode 4는 수평적 양허외 미양허로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사립이라는 규정이다. 한국의 사립교육은 역사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공교육 체제가 완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립이 보완 프로그램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립의 과도한 비중으로 인해 사립학교 자체가 공교육의 한 축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교육의 개방은 공교육 전체를 개방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③ 한미 양자간 협상의 주요 내용
WTO DDA협상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양허안 제출과 별도로 한미 양자간 협상 진행 상황이다. 정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2002년 7월과 10월, 그리고 2003년 7월에 한미 양자간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 협상에서 양허가 요구된 내용은 위 표에 정리하였으며, 주목할 것은 교육테스팅 서비스와 훈련서비스의 정체다. 훈련서비스의 경우 만성적인 실업의 문제와 연동되어 각종 정체불명의 새로운 자격증의 양산과 이를 위한 사교육산업체의 난립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테스팅 서비스다. 테스팅 서비스라는 개념이 TOEIC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능력인증시험 수준의 것이라면 현 상태에서도 더 이상 추가 개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개방되어 있기는 하나, 이와 관련한 사교육 산업체의 추가 진출이 예상된다. 그러나 테스팅 서비스의 정체가 교육과정의 다름을 무시하는 평가의 규격화 나아가 학력인증이라는 데에까지 나아가면 이제 한국의 공교육은 파산선고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④ 1차 본협상 협정문 초안
마지막으로 한미 FTA협정 진행 상황을 보자. 6월 5일부터 9일까지 1차 본 협상이 미국에서 열릴 것이며, 이 때 교환할 협정문 초안의 요지를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국회에 보고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7월 열리게 될 2차 협상부터 유보 내용이 협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된 한미 FTA 협정문 초안의 요지에서 교육 분야와 연관된 내용을 살펴보자. 구체적으로 시장화하지 않을 내용은 부록서에 포함될 것이기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개방의 일반적인 수준은 서비스/투자 분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비스/투자 분야]
투 자
◦양국간 투자 및 투자자에 대해 내국민대우를 부여하고, 투자관련 이행의무 부과를 금지
  -단, 특정 분야에서 차별조치가 필요한 경우 부속서상 유보목록에 기재하여 허용
◦중대한 국제수지 위기의 예외적인 상황에서 국경간 자본거래 및 송금을 제한하는 긴급제한조치 발동 가능한 권리 규정
◦투자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내 사법절차 또는 국제중재를 이용한 적법 분쟁해결절차를 보장
  
국경간 서비스 무역 / 일시입국
◦서비스 교역 관련 일반적인 의무사항인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를 부여하고, 시장접근 제한을 금지
  -단, 상기 의무사항에 불합치 하는 조치는 부속서 유보목록에 명기
◦전문직 서비스 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작업반 구성
◦기업인(Business person)의 이동 원활화
◦우리 전문직 종사자의 대미진출을 위해 별도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설정

이 내용을 보면 우선 포괄적으로 시장화와 영리산업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어떠한 제한 규정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한미 FTA가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가고자 하는 지 분명해 졌다.


3. 한미 FTA, 공교육 파탄

(1)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차별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부딪쳐 정부와 자본은 끊임없는 말 바꾸기를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대국민사기극을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개방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성이 취약한 교육 현실에서 교육의 시장화 · 영리산업화는 학문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며, 대학서열체제의 강화, 고교 평준화 해체, 한국 공교육의 골간 붕괴를 초래한다. 대학서열체제인 학벌사회에서 입시경쟁은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전쟁의 기능을 하고 있다. 하기에 이 과정에서 각 개인과 가정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상위 서열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외국교육기관과 같은 특별한 학교들은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 기득권층에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여 교육 차별과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제로 될 것이다. 당연히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에게만 제공되는 차별적인 교육기회로 인하여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사회 양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극단으로 달려 갈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된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은 전혀 진출할 전망이 없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저급한 업체들만이 난립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교육과정을 해외 유학을 위한 어학준비단계로 삼아 오히려 외국유학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외국자본의 경우, 보다 많은 이익을 산출하기 위하여 실제 학위를 자국내에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현지에 설립한 분교는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7조원에 달하고 있는 외국유학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개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과는 더 많은 유학생들을 조직적으로 유출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2) 테스팅 서비스, 그 파괴적 위험

이번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교육기관이나 사교육산업체나 테스팅 서비스가 한국에 진출할 때 빚어질 상황은 파국적이다. 테스팅 서비스는 아직 그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여 이미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미주지역의 상황을 토대로 그 결과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NAFTA나 칠레의 경우를 통해 보면, 국가수준의 평가체제가 국경을 넘어 공급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국가차원의 수학능력시험이나 지역교육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정부조달로 공개 입찰하고, 미국의 전문기관이 시행한다고 상상해 보라. 사실 지금도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같은 테스트는 특별한 규제 없이 시행되고 있다. 평가가 교육과정을 왜곡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이제 한국의 교육과정은 독자성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한국의 공교육은 입시체제에 종속되어 학력인정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 수입된 사교육산업체나 또는 준비가 가능한 학교들부터 미국의 학력을 동시에 인증 받기 위한 탈법과 편법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교육과정 자체가 주변으로 전락되어 버리고, 한국사회를 넘어선 서열체제가 구축되어 버리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광풍이라 일컬을 만큼 영어교육 바람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은 우후죽순처럼 영어마을을 만들고 정부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교육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원어민 강사들이 자격 검증절차도 취업에 관한 통제도 없이 학교와 사교육 사업체를 점령해 가고 있다. 이런 강요된 위협으로 인한 열풍에 교육개방이 겹치면 한국교육의 정체성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당연히 미국인 교사에 의해 미국의 교육과정으로 한국의 학생들을 교육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한미 FTA에 의한 교육개방은 국민의 정체성과 민주사회 시민을 기본교육으로 가르치는 초중등학교를 미국에게 맡기는 것으로, 교육주권과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NAFTA 체결 이후 캐나다의 경우를 지난 5월 29일 한겨레의 기사를 통해 보면 2006년 5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비시주)에서는 캐나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시험을 교사노조가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2000년부터 4~7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기초학력 평가시험을 비시주 교사연맹이 학부모들을 설득해 반대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래리 퀸 비시주 교사연맹(BCTF) 연구 책임자는 “획일적인 평가 시험이 교실 안의 학습 내용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금 정부가 쥐고 있는 평가권이 세계화, 특히 나프타 서비스 규정에 따라 미국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가장 큰 우려는 아직 기억에 선명한 정보인권 문제이다. 2003년 한국 사회는 NEIS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본을 한 축으로, 교육과 인권운동 진영의 갈등이 빚어졌다. 내용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문제였지만 실제 갈등이 빚어진 지점은 학생과 교육에 관한 정보가 학교의 담을 넘어 사기업에 집적되는 문제였다. 테스팅 서비스는 바로 이 문제와 직결되며 그 수준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미국 업체가 주관하는 시험을 한국 학생이 치르게 된다면, 이 테스트 과정을 통해 한국의 학생들에 관한 정보가 국경을 넘어 집적되기 때문이다.

(3) 대학의 영리법인화

한미 FTA가 아니라 하더라도 교육개방이 가고자하는 길은 교육의 영리산업화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정부와 기득권에 의해 부정되고 있으며, 대학의 연구와 지식을 상품화하는 시도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립대 법인화, 대학 구조조정을 더하면 대학의 공공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하다. 하기에 대학 영리법인화가 이번 한미 FTA 협정문에 명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영리산업화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법인이 설립하는 교육기관은 학생선발에 있어서 기준이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과 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한 만큼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차별화된 교육서비스 결과로 이들 교육기관은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잉여금을 송출할 것이며,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사립대학들이 이를 좌시할 수는 없다. 한국 사립대학들 역시 외국교육기관과 동일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요구하게 되며, 그 정체는 대학의 영리추구를 방해하는 제도적 장벽의 제거다. 대학의 영리추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벽은 기부금입학제의 금지다. 이제 한국내의 외국교육기관들,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기부금 입학제를 실시하는, 나아가 교육부의 대학입시정책과 무관한 교육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2006년 5월 17일 한미FTA 민간대책위(공동위원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농협중앙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한미 FTA가 교육서비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송영식(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이 발제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그는 한미 FTA가 한국의 고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우선 미국내의 고등교육분야, 원격교육분야 및 영리목적의 단기 교육·훈련과정 등이 한국 진출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진출 형식은 한국 내 분교설치, 국내대학과 합작, 학생유치 기관설치 등일 것이다. 미국은 최소한 고등교육, 직업교육, 원격교육, 어학훈련분야 등에서 자국의 교육서비스분야의 규제 수준을 요구할 것이고, 한국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제주국제자유도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외국계 사학설립·운영에 관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오면 국내 사학들은 역차별을 반대하고 공평한 룰(rule)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한미 FTA체결이전에 시급하게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첫째,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여 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등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사립학교법상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라. 둘째, 국내 사립대학의 경상비의 일정액을 국고지원 받을 수 있도록「사립대학 지원 교부금법」을 제정하라. 셋째, 반민·반관 형식의 고등교육 평가전담기구를 설치하라. 넷째, 경제자유구역 등에 설립하는 외국계 학교의 잉여금을 송출할 수 있도록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재개정하라.
이러한 예상은 대학개방 현황을 조사해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 경제자육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유수한 외국대학을 유치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실패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미국 조지 워싱턴대와 2004년 8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학교 설립을 추진하려 하였으나 아무런 진척이 없다.
사실 국제적 명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이 영리를 위해 다른 나라에 진출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다. 그런 수준의 대학들은 학문과 연구가 중심이며,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진출하려는 대학들은 애초에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부실한 교육업체이거나 원격교육기관들이다. 그 형태 또한 교수 등이 직접 진출하는 형태보다는 분교를 설립하여 교육과정만을 수출하여 본교의 학위를 남발하거나, 자매결연의 형태로 학생을 교환하거나,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거나, 주재 사무소만을 설치하여 원격교육으로 운영하거나, 그도 아니면 본국에 진출하기 위한 어학준비과정만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대학들을 통해 국내 대학교육을 발전시키겠다는 정부는 도대체 한국 대학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말인가

(4) 교원 노동 유연화

또한 문제는 노동자의 양성체계와 고용체계 자체의 변화이다. 이는 의료, 문화, 공공영역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우선 교육부문에서 대표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최근 통과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교원의 자격 기준에 있어, 한국의 교육기본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교원 양성과 자격체계에 적용을 받지 않는 교원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어민교사의 확대 등과 연관 지어 판단해 보면 그 수량의 문제를 떠나 이는 일반학교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외국교육기관의 운영은 기업경영원리를 수용하여,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원칙이 지배하게 된다. 그 결과 교육기관의 사유화가 계속되고 교육노동자의 일상은 더욱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다. 교육노동자는 필연적으로 ‘평가’에 시달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노동이 늘어남으로써 노동이 불안정해지고, 교육노동자사이의 경쟁은 심해지게 된다.
외국학교에서 시작되는 교원자격의 유연화는 일반학교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 지금도 법정교원을 확보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교원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에서 비정규교사노동의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교원임용에 있어 외국교육기관과 국내교육기관의 역차별 시비는 교육노동의 유연화와 필연적인 교육노동조건의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학교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혁신학교 등 특별한 학교들의 경우 산학겸임교사 등을 통해 교원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교직을 개방하고 있다.
2006년 5월 29일 캐나다를 현지 취재한 기사에 의하면 캐나다 BC주의 래리 퀸은 교육 평가권이 상업화된 온타리오주의 사례를 들었다.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2001년 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5년 주기로 7개 분야에서 ‘교사 자질 평가제’를 시작했다. 주 교육부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교육테스트 서비스 회사와 2년 동안 26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시험 출제와 평가를 맡겼다. 주 정부가 바뀌면서 결과는 폐기됐지만 나프타의 서비스 규정에 따라 공립 교사에 대한 평가권이 미국의 사기업에 맡겨진 사례로 남았다.
그는 “비시주에서도 새로 뽑힌 교사들에 대한 심리테스트를 미국 회사가 맡고 있다. 평가를 사설 회사에 맡기는 것은 단순히 교육 상업화 문제가 아니다. 평가권을 이용해 정보를 축적한 교육기업이 캐나다 교육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내용은 평가방식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 말했다.

4. 한미 FTA, 저지만이 대안

빈곤과 비정규노동의 증가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는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득권층의 해외 소비의 행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주요한 양상이 교육과 의료이다.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교육은 차별적인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육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사교육 확대는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권, 즉 교육의 평등권을 파괴할 것이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며, 공공보건의료, 사회안전망 등의 파괴와 함께 국민의 절대 다수가 누려야 할 삶의 질을 파괴하는 결정적인 고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또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명하에 한미 FTA를 통하여 교육의 시장화 영리산업화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사회적 권리이다. 유럽의 교육·문화부장관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Brixen 선언서‘나 유럽연합(EU)이 교육·문화 부문의 개방을 반대한 것을 보면 교육은 경제 논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국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와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공교육은 시장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될 국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영역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육개방은 대세나 불가피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교육을 개방하여 상품으로 교역하는 것이 국제적인 대세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방의 사례라고 제시하고 있는 싱가포르, 홍콩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초·중등교육 개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여러 나라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상으로 공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교육개방에 적극적인 나라는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영어 수출국 일부에 불과하다.

교육은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이다. 지금의 삶이 차별적이거나 불평등하다면, 사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는 차별과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즉, 교육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을 극복하고 사회를 민주적이거나 또는 공동체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우리 교육은 심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으로 불평등을 극복하기는커녕 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불평등 현상을 말할 때 흔히들 생각하는 일차적인 요인은 경제적 차이에 의한 교육비 지출 정도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육 불평등은 교육에 접근하는 기회, 실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조건과 과정,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 등 교육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기에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는 노력은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교육의 공공성을 되찾아야 한다.
한미 FTA는 교육 시장화의 중간 기지이다. 설령 한미 FTA 저지 투쟁을 통하여 초중등교육 개방과 영리산업화의 속도를 이번에는 잠시 늦춘다 하더라도 정부와 기득권층은 교육을 영리산업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여 한미 FTA는 내용을 조금 고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안은 오직 중단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