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송경원 | 회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시대. 교육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지금은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불평등을 낳고 교육불평등이 다시 경제적 불평등을 잉태한다. 가정-학교-새로운 가정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계급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아래 표는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다. 부모 잘 만나서 학교에서 잘 나가고 다시 사회에서 성공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류층이나 여론주도층 입장에서야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평생 자식으로부터 욕먹고 살아야 한다. 왜 엄마 아빠는 부자가 아니냐고, 왜 평범하냐고, 그래서 지금 내가 피곤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런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우리의 교육부께서는 당연히 대책을 내놓으셨다. 올해 업무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대통령 업무보고’(2월 8일)에서 2006년을 ‘교육격차 해소 원년’으로 삼겠다고 이미 말씀하셨다. 그동안에는 돈 없다고 우는 소리만 하시던 교육부께서는 웬일인지 올해에만 1조 3천억원 등 앞으로 5년 동안 8조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하셨다. 훌륭하시다. 이제야말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니라 교육부의 면모를 보여주실 건가 보다. 손대는 일마다 망쳐놓았지만 그거야 지금까지의 모습일 뿐, 앞으로는 일신우일신 하실 건가 보다.

판단 기준

교육양극화 대책의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역차별이다. 그것도 빠른 시기부터 역차별이다. 돈으로 성적과 학력을 사는 시대이니 만큼, 돈의 힘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학교교육에 돈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란 만만치 않다. 벽을 두를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모두가 고르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차별이 적어지면 근원적으로 해결되나, 이는 교육 분야에서 해볼 수 있는 대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분야의 노력만을 이야기할 때에는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게 역차별이다. 누구는 돈 많고, 누구는 없거나 적으면 어떻게 할까. 누구는 50미터 앞에서 뛰고, 누구는 출발선에 서 있으면 어떻게 할까. 50미터 앞에 서있는 아이를 출발선으로 끌고 올까. 아니면 출발선에 서있는 아이를 50미터 앞에 데려다줄까.
아이는 8살이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이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아이에게 발생한다. 누구는 엄마 아빠 잘 만나서 돈으로 떡칠을 하고, 누구는 그냥 자란다. 돈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평범한 아이도 영재(?)로 만든다. 일류대 가는 절대반지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절대반지를 낀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오고 난 다음부터 확실하게 그 힘을 만방에 고한다. 적어도 결혼하거나 첫 직장을 가질 때까지 쭈욱~. 물론 돈 없어서 그냥 자란 아이, 절대반지가 뭔지 구경도 못한 아이도 계속 그냥 쭈욱~ 간다. 운명은 이미 결정된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가 자식교육한다는데, 그걸 못하게 할까. 그래서 6년 동안 아무 것도 못하게 할까. 무슨 독재국가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하나. 돈의 힘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다니는데 돈 내야 하면 그래서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체제라면, 돈 안 내도 학교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재수없게 돈 없는 부모 슬하에 태어나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한 아이에게는 취학연령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집중적으로 보육과 교육 지원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취학전 6년 동안은 보다 파격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간혹 가다 이걸 차별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차별 맞다. 하지만 평등을 위한 차별은 정의롭다. 만약 차별이 싫으면, 자기 자식의 보육과 교육부터 손놓아야 한다. 돈 없어 보살핌 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하는 다른 아이와 자기 자녀가 차별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의가 승리하는 게 아니라 승리하는 자가 정의인 것도 명백한 현실이기는 하다.

교육부의 교육양극화 대책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도 있기는 하나, 교육부께서 연초에 종합적으로 발표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낙후지역·저소득층·소외계층에 대한 3대 교육안전망 구축>

◦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 1군 1우수고 집중 육성
  -평생학습도시 확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확대
  -교육격차 해소사업 총괄기구 설치

◦ 저소득층 자녀 교육지원
  -저소득층 만5세아 무상교육 확대
  -저소득층 만 3·4세아 차등교육비 확대
  -저소득층 고교생 학비 지원 확대
  -방과후 학교 본격 도입 및 시행
  -대학생 학자금 대출제도 확대

◦ 소외계층 교육기회 제공
  -대안교육 활성화
  -병원학교 설치
  -장애학생 교육지원
  -새터민 자녀 교육 지원
  -외국인근로자 자녀 교육 지원


훌륭하시다. 이게 단지 계획이나 선언이 아니란다. 그래서 앞으로 5년 동안 돈도 무진장 많이 투입한다고 하신다. 한 8조 원 정도 된단다. 가끔씩 교육부를 보다 보면 드는 생각인데, 역시 문서는 잘 만드신다.

판단 하나

전체적으로 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점 좋다. 저소득층 각종 지원 좋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좋다. 장애학생 교육지원이나 외국인근로자 자녀 교육 지원 좋다.
그런데 이상한 것도 있다. 농산어촌 교육여건 개선으로 ‘1군 1우수고’ 사업을 하면서 약 6천억원의 예산 책정? 1군 1우수고하여 한 학교에만 16억원을 준다는 것인데, 그럼 다른 학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걸까. 아, 다 없애자! 그래서 학생수 100명이 되지 않는 농어촌 소규모학교 1,298개교(초 831, 중 404, 고 63개교)를 통폐합한다고 교육부께서 따로 밝히신 바 있다. 그로 인한 한해 예산의 절감분이 약 1,500억원이라고 한다(4년이면 6천억원). 그렇다면 결국 1군 1우수고에 투입하는 6천억원은 다른 학교 없애는 것으로 충당하는 것인 게다. 이처럼 작은 학교를 없애고 그 동네주민을 말살하면서 지역명문고를 부활시키는 것을 교육부께서는 ‘지역격차 해소’라고 부르신다.
다음에는 방과후 학교이다. 5년 동안 1조원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경비를 징수하면서 따로 1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뭐, 교육부께서 하시는 일에서 쓸데없이 돈만 먹는 하마가 한두 마리가 아니니 그렇다 치고. 지금 업적으로 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는 사업인데, 왠지 보충수업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리고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여 사교육업체의 배만 불린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교육양극화 해소 대책’이 아니라 ‘경기활성화 대책’이나 ‘아이들은 죽이고 학력만 신장시키는 대책’에 편성시켰어야 했는데, 교육부께서 실수하셨나 보다.
대학등록금 학자금 대출도 마찬가지이다. 7%의 고금리를 적용하여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이걸 교육양극화 대책에 포함시키는 실수를 저지르셨다. 뭐, 너그러이 봐주자. 해방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해보겠다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교육부께서 양극화 해소 대책을 마련하면서 경기활성화까지 고려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야 경제부총리 출신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로 임명한 이유를 알 수 있겠다.

◦ 교육인적자원부님의 경기 활성화 5대 대책
  -BTL: 건설 경기 활성화
  -각종 정보화 사업: 정보통신 경기 활성화
  -방과후 학교: 사교육 경기 활성화
  -대학등록금 학자금 대출: 금융 경기 활성화
  -공영형 혁신학교: 학교산업 경기 활성화
※정보화 사업, 방과후 학교, 학자금 대출은 교육양극화 해소 대책도 겸한다고 하심.

교육격차 해소라고 내놓으신 정책 중에서 이상한 것의 예산을 더해보자. 농산어촌 교육여건 개선 6,532억원, 방과후 학교 1조 333억원, 학자금 대출 8,944억원 등 딱 세 개만 더해도 2조 5,809억원에 달한다. 5년 동안 2조 5,809억원이니, 한 해에 5천 억 원쯤 된다. 이 돈이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중 한 곳의 학교운영지원비를 무상으로 할 수 있다. 또는 초등학교 급식비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고, 실업계 고등학생의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판단 두울

만약 누군가 필자에게 교육격차 해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면, 먼저 가능한 범위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역차별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께서 밝히신 대책에서는 이러한 것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저소득층 유아교육비 지원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나, 무상교육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또한 역차별 정책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확대 정도만 보일 뿐이다. 서구의 교육선진국에서 교육의 계급 재생산 논란이나 “가정환경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교육적 대책의 일환으로 왜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젝트, 탤런트(Talent) 프로젝트 등 취학전 아동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시행했을까. 교육부께서는 허구헌 날 외국 사례를 소개하다가도 왜 결정적인 순간만 되면 벙어리가 될까. 하긴 가만히 있으면 2등은 한다.
그럼, 처음부터 가만히 있었으면 좀 좋았을까. 농산어촌 교육여건 개선한다고 1군 1우수고 사업을 하면서 농어촌을 아예 없애려고 하고, 방과후 학교 한다고 하면서 학생들만 못 살게 굴고, 학자금 대출한다고 하면서 대졸자에게 몇 천만원의 빚을 던져주고,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다니. 교육부께서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 뭔가를 기여하고 싶으면, 해방 후에 한 번도 이룬 바 없는 넉넉한 교육재정의 꿈을 실현하던가. 아니면 다른 한편으로 진행하는 자사고, 특목고, 자율학교, 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학교 정책을 포기하고 평준화의 내실을 기하던가. 아니면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혼자 나서고 있는 대통령에게 “곧 죽어도 안됩니다.”라고 말하던가.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니라 ‘교육’부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