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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서문_10년을 내다보며

2005.10.10 15:04

jinboedu 조회 수:1195

10년을 내다보며

‘꽃 피는 봄이 오면’이었던가? 광산촌을 무대로, 밤업소를 떠돌던 한 악사가 고등학교 합주반을 맡아 열성을 다하여 가르치는 줄거리의 영화. 무슨 스펙터클한 기교도, 자극적인 장면도 하나 없어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종영한 영화. 그러나 인생의 진실을 직시하는 리얼리즘 정신이 묵묵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주인공(최민식 분)이 절규하듯 부르짖은 한 마디 대사가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젊은 시절을 방황하며 보낸 주인공이 한참 늦었지만 다시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교 합주반 강사’로 새 삶을 출발한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 했던가? 교육노동운동은 ‘저력’이 있어서, 지금처럼 운동이 죽 쑤는 시대라 해도 3대를 이어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운동의 상황은 무척이나 위중하다. 자기 성찰과 갱신의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 여부에 그 존망이 달려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체 형국이 그러하다면, 우리라고 크게 다를 리 없지 않은가. 그동안 우리는 밀어닥치는 ‘구조조정 공세’를 막아내는 일에 총력으로 맞서 왔거니와, 아무리 이 일만으로도 벅차다 해도, 새로운 진전의 흐름을 준비하는 데 소홀하다면 수성(守城)조차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우리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다시 일어설 10년’의 청사진을 설계해 놓았는가? 혹시 밀어닥치는 광풍에 겨를이 없어, 그 날 그 날을 살지 않았던가? 지금의 수세 국면을 제대로 막아내지 않고서, 내일을 말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힘차게 막아내든 아니든, 내일의 설계도는 이미 그려놓았어야 하지 않은가? ‘힘찬 방어’도 10년 청사진의 일부여야 하지 않은가? 회보 다음 호에는 이에 대한 ‘구상’을 밝혀줄 것을 여러 동지들에게 강청(强請)할까 한다.

‘회보’를 준비해 오면서 새삼 느낀 것은 우리의 사회적 역량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제대로 구색을 갖추어 ‘틀’을 짜기가 어려웠다. 물론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쯤만 해도 어디냐’고 고개 쳐들 수도 있다. 다른 어떤 나라 교원운동이든, 이만한 역량을 갖추기가 쉽겠느냐. 회보를 받아보는 동지들의 얼굴을 떠올려, 미리 변명의 말을 던진다.  
이번 회보는 ‘여러 참고자료’ 위주로 짜여 있다. 성폭력을 성찰하는 글, 노조의 체제전환에 대한 글 등. 교육현실을 천착하는 우리 자신의 이론적 생산물은 늘 뒤늦고 빈약하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 실력’임을 시인하자. 그러므로 더더욱 그런 글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자.
아직 방어전투가 한창이다. 겨를 없이 바쁘더라도, 수면 시간을 조금 줄여 ‘독서 삼매’에 빠져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교찾사 동지들의 이론적 실천적 역량은 세계인의 ‘벤치 마킹’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