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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특집2_촛불문화제, 자발적 저항

2005.06.28 13:20

jinboedu 조회 수:1411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Q. 자신의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의 인문계고등학교에 다니는 고 3학생 이송이입니다.

Q.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꼭 내신등급제에 반대해서 참가한 것 이 아닙니다. 숨막히는 입시제도 때문에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목숨을 포기한다는 소식을 신문과 뉴스에서 전해 듣고,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으로 그 학생들을 생각하다가 추모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가장 답답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대학진학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교육의 장입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로 하여금 친구를 적으로 만들어 밟고 올라가 소위 명문대라는 곳에 들어가서 출세를 하라는 논리로 꽉 막힌 주입식 교육을 행하고 있고, 또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한다는 명분 하에 온갖 부당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인적으로 학교에 요구사항을 말해볼 수조차 없는 이 현실을 답답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내신등급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신등급제는 충분한 검토 끝에 우리나라 고등학교 내신문제를 해소시키고자 나온 방안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을 엄청난 압박 속에서 공부하게 하고 또 그럼으로써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학생들을 9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그들을 평가하겠다는 것과 또한 극단적 상대평가라는 것 때문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신등급제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본고사가 부활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Q. 문화제를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경찰과 학교선생님들의 탄압, 그리고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로 인해서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가 부당하게 학교측에 압력을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Q. 촛불 문화제 당일, 분위기는 어떠했습니까?
주위 분위기가 경찰과 학교선생님, 기자들로 인해 선뜻 참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참가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그 열의가 정말 뜨거웠습니다. 자유발언대에서 학생들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뜻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고, 촛불을 들고 노래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목숨을 잃은 학생들에 대한 슬픔과 지금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청소년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감동 때문에 굉장히 뜨거운 분위기였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경찰의 통제에 대항하여 “일어서서 거리로 나가자!”고 하였지만, 우리는 청소년답게 질서있게 추모제를 끝내자는 의견에 동의하여 질서있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이를 보고 “학생들이 소극적이었고 별일이 없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학생들을 어리게 취급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Q. 촛불 문화제의 참여도가 예상보다 낮았다고 생각됩니다.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추모제에 참가하면 징계를 주겠다는 학교측의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고 광화문까지 왔던 학생들도 대부분 언론과 경찰, 그리고 학교선생님들이 포진해있는 모습에 겁에 질려 집으로 돌아가거나 교보문고로 들어갔습니다. 제 눈앞에서 몇 십 명의 학생들을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추모제에 참가하려고 왔는데요, 너무 무서워요. 저는 그냥 멀리서 지켜볼께요” 라면서 돌아가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정당하게 결사하여 표현할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학생들의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촛불 문화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400백 명 정도밖에 오지 않았고 별 일 없었다“라는 식의 언론의 보도행태는 정말 기만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8시 정도에 약 1000명의 학생들이 인도를 가득 메웠고, 또 질서정연하게 자신들의 욕구를 표출해냈습니다.
숫자에 급급하는 언론도 문제이고, 이렇게 어렵고 탄압받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무사히 행사를 치러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깎아내리려고만 하는 언론의 보도는 용납되지 않고, 학교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학생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YTN같은 경우는 학생이 발언하는 영상을 모자이크처리 없이 자료화면으로 뉴스에 계속 내보내는 등 학생들을 위해서의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대로 학생들이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앞으로의 문화제는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예정입니까?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몸소 체험하고 자신의 욕구를 정당하게 분출하는 경험을 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정당한 요구를 알려내는 장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교육당국이 집회행사를 반대하고 저지하려고 하는데, 이런 교육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고 이번 일을 쉬쉬하며 덮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학교수업시간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실제로는 학생들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태를 더 이상 보이지 않고,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앞으로 교육당국의 의사결정에 학생들의 의견반영률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는 학생을 관리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번 학도호국단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육부는 학생을 ‘관리대상’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를 깨달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