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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특집1_교원평가, 무엇이 쟁점인가

2005.06.28 13:09

jinboedu 조회 수:1562

이을재 | 한천중


1. 근무평정제도(근평) 폐지라면, 교원평가도 좋다?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교원평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근평은 승진에만 사용되었으나, 교원평가는 승진은 물론, 보수, 성과급, 재임용 여부 등 전반적 교원 인사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승진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만 신경을 쓰는 근평에 비해, 교원평가는 전 교사들을 교원평가 점수의 노예로 만들 것이다.
둘째, 교사들 모두를 공개적으로 서열화함으로써, 교사들로 하여금 평가점수에 얽매이기 하여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구실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소홀하게 할 것이다.
셋째, 1, 2, 3, 4, 5 등 점수에 의한 단순평가로, 평가자의 주관을 배제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참여로 근평보다 훨씬 강력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근평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평과 현재 교육부가 밀어부치는 '교원평가' 둘 중에 해악이 큰 쪽은 교원평가이다. 근평은 이미 그 생명을 다한 제도이다. 근평은 교사들을 교장, 교감 승진이라는 미끼로 통제하던 제도이다. 근평은 교장, 교감이 제멋대로 점수를 준다. 공개되지도 않는다. 공정한지 어떤지도 알 길이 없다. 아직도 일부 근평에 의미를 부여하고, 더 높은 근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없지 않지만, 이미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런 허망한 근평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교원평가는 학부모, 학생, 동료교원 등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평가에 의해 교원들이 줄세워짐으로써, 일단 시행되면 근평과는 다르게 누구도 이 점수와 서열을 거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왜냐하면, 교원평가에는 교장, 교감 외에 동료 교사들과 제자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에 의해 공정성이 포장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객관을 가장한 점수가 과연 교육적, 합리적인가라는 점이며, 현재 당면한 공교육의 파탄에 대한 올바른 처방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답은 지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1-1. 무조건 반대보다는 생산적 대안 제시가 필요하지 않은가?

근평 폐지와 교장선출보직제는 교원정책과 관련한 우리의 대안이다. 학교종합평가계획이라는 것은 정부의 교원평가 추진 방침에 대응한 학교자치-교장선출보직제의 또 다른 면일 뿐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교원평가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막아내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교원평가는 우리의 대안을 무너뜨리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원평가는 근평을 대신하려는 정부의 속셈이며, 교장선출보직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이다. 대안이 없는 무조건적 반대라는 주장은 불순한 모함일 뿐이다.
근평 폐지는 시간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이다. 새 교원평가는 이러한 근평을 대신해서 학교를 지배하려는 음모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근평을 대신해서 학교를 부당하게 지배하려는 교원평가를 저지하는 일이다. 그 이후에 남는 대안은 오직 학교자치, 교장선출보직제 뿐이다.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가 참여하는 교장선출보직제는 우리가 가진 최선의 대안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원의 질을 높이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 모두가 만족하고 큰 보람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자치, 교장선출보직제는 부적격교원의 발생을 예방할 것이며, 바람직한 교육 실현을 모색할 것이다.

2. 왜 교원평가인가? 국민 여론은 교원평가를 찬성한다?

교원들의 자질 부족이 교육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 교육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 개개인에 돌리는 것은 부당하며, 불합리하다. 지금껏 교사들은 교육관료를 비롯한 권력에 휘둘려왔을 뿐, 주요 교육정책에 대하여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질 기회가 없었다. 현재 공교육 파탄의 책임은 명백히 지금껏 교육정책을 선택하고 결정해온 교육관료들과 권력의 몫이다.
언론기관과 각종 여론조사기관은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의 찬성율이 70% 혹은 그 이상인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국민여론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는 보수언론과 신자유주의 자본과 관료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잘못된 국민 여론은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지,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 여론의 본질은 부적격교사에 대한 불만이며, 그 불만이 교원평가로 잘못 오도되고 있는 것으로, 올바른 해결책은 교원평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양성, 임용, 연수, 그리고 단호한 비리척결의지이다.
교원평가 여론의 본질을 살펴보면, 국민들의 촌지, 체벌, 성추행 등 부적격교사들에 대한 불만이며, 그 수단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결론이 교원평가인 것은 아니다. 노골적으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강요하는 교사, 학생들의 인격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하는 교사, 학생들을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교사들이 불만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교원평가는 무용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다.
부적격교사는 존재하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적격교사 판정 수단으로 교원평가는 전혀 무용하다. 부적격교사는 학부모,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회 보장, 그리고 당국의 엄격한 비리 척결의지로 예방과 대책이 가능하다.
2-1. 교원평가의 목적이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것은 기만이다.

정부는 교원평가 실시의 목적이 구조조정이 아니고,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학교 부패와 비리 그리고 비민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교장, 교감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은근히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평가를 하더라도 평가결과에 대한 평가자의 인사권 등 어떠한 권한도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교장, 교감에 대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는 교장, 교감이 볼 수 있게 되어있으므로 교사나, 학부모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평가를 기대할 수도 없다. 권한이 교장과 교육관료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교사, 학부모에 의한 교장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관료들의 비민주, 비리를 견제할 수 있는 교사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전교조 조합원의 비율은 아직도 30% 정도를 크게 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는 여전히 순응적 교사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조합원이 절대적으로 소수인 학교에서의 교장, 교원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민주적 참여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교사들에 대한 평가 역시, 교사들로 하여금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교재연구를 하도록 하여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기보다는,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로부터 단지 점수를 따기 위한 갖가지의 비교육적 수단을 부채질할 것이다. 영국에서처럼 더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하여, 성적 부정, 열등 학생 차별 대우 등의 비교육적인 일이 발생할 것이다.

2-2. 부적격 교원 퇴출은 필요하지 않은가?

국민들은,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교육정책위원회, 그리고, 시도차원의, 그리고 지역차원의, 나아가 학교차원의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학생회, 교사회 등이 법제화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도 비판받을 부분은 비판받아야 하며,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평가받아야 하며, 퇴출될 부분은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원평가는 정당한, 실질적인 부적격교원 퇴출 수단이 될 수 없다. 부적격 교원 퇴출과 교원평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부적격 교원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민주적 학교 운영에의 참여로 예방될 수 있으며, 부적격 교원 퇴출은 부정, 비리 교원에 대한 엄격한 대책으로 가능할 뿐이다.

2-3. 교원들도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어떤 일에나 사람에게나 평가란 당연한 것이다. 되돌아보고 개선하고, 다시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들고 나온 교원평가는 그런 것이 아니다. 교원들을 줄세우고 통제하기 위한 점수매기기일 뿐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당당하게 주인으로 참여하는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교자치고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이고 교장선출보직제이다.
교사들이 개별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현재 거론되는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이유는 지난일과 활동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지고, 더 나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그런 의미의 순수한 평가가 아니라, 교사를 통제하고, 구조조정하려는 불순한 계획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사양성을 위한 사대, 교대 입학부터, 졸업 그리고 자격증 획득까지 엄격한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 임용고시 등 보다 엄격한 채용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이 양성과정을 먼저 다시 살필 일이며, 개별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개별적인 처방을 따를 일이지, 교원 전체를 상대로 평가 운운할 일이 아니다.
교사들은 변호사, 판사, 의사들과 같은 전문직으로 스스로의 규율과 양식에 따라 자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으로서의 자질이나 품성이 부족한 경우라면, 기존의 징계 제도에 의해 제재를 가하면 될 일이며, 이 징계제도에 부족함이 있다면 이를 강화할 일이지, 교원들을 점수로 줄을 세워 평가하는 순간 전문직으로서의 자주성,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결국 교원들을 점수 경쟁으로 내몰아 교육 본연에 충실하기 어렵게 되어, 교육은 황폐화될 것이 뻔하다.

3. 교원평가는 교원구조조정 정책인가?

교원평가는 교육관료들과 신자유주의 자본과 어용 교육학자들의 합작품이다. 구조조정이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노동통제의 가장 극단적 형태로 크게 보면 노동력의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그것도 저비용으로 하려는 노동유연화 정책의 하나이다.  
교원평가는 바로 교원들에게 적용되는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90년대 이후 정년단축, 법정정원 감축 등 수량적 유연화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이어서 순회교사제, 복수전공제 등의 기능적 유연화 정책을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성과급제, 연봉제, 계약제 등 임금유연화 정책을 앞두고 있다. 바로 임금유연화, 그리고 나아가 수량적 유연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교원평가이다.
구조조정은 정년단축과 같은 수량적 유연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원노동 고용을 보다 용이하게, 저비용으로 하려는 모든 조치와 정책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교원평가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종전의 근평은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또한 승진을 염두에 둔 일부 교사들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 학생, 동료교사가 참여하는 교원평가를 통해 객관성을 가장하여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교원평가는 성과급의 훌륭한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2001년 성과급 반대투쟁으로 사실상 저지된 성과급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 교사, 교육공무원 외의 모든 공무원의 성과급은 이미 3-4등급으로 나누어, 200%-0%까지 차등지급되고 있다. 교원평가가 이루어지면, 성과급을 원래의 취지에 맞게 지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4. 교총은 교원평가를 왜 반대하는가?

교총은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평가는 찬성하되 두 가지 부분만 반대하는 것이다. 하나는 교사들만 평가할 일이지, 왜 교장을 평가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가(사실상 교장을 말하는 것임)들에 의한 교원평가는 찬성하되, 학부모, 학생들이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교총의 실세인 교장들을 전교조를 포함한 평교사들 따위가 평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보다 인격적으로 존중, 대우하려는 경향을 가진 전교조 교사들에게 더 나은 점수를 줄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인 학부모들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행정가들에 의한, 행정가들 중심의 교사 평가, 교사 통제를 염원하고 있다. 교총 측에서 주장하는 미국 교원평가 사례에 따른다면, 오로지 남는 것은 행정가들에 의한 평가뿐이다.(행정가 99.8%, 동료교사 6%, 학생 3%, 학부모 1%) 따라서, 교총은 학부모, 학생들의 평가나 교장에 대하 평가가 삭제되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될 경우, 교원평가 반대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다.

5. 우리는 왜 교원평가를 반대해야 하는가?

1)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초중고 교단에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세우겠다는 법적 장치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원평가는 이러한 방침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경쟁력 없는 능력없는(?) 고(高)호봉의 정식 교원의 자리는 경쟁력을 가진 유능한 계약직 교원에게 내주어야 한다. 이는 교원의 신분 안정도 위협하겠지만, 교육의 공공성 확보, 정상화를 해치게 된다. 교육이 이처럼 시장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살벌한 경제논리에 의해 선택되고 버려지고 짓밟혀서는 희망과 사랑과 인간적 존중이 중시되는 학교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자본은 제동장치가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은 모든 인간활동의 영역을 시장화하고 있다. 경쟁력, 즉 자본의 이익을 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유형의 상품만이 아니라 영화, 서비스, 금융, 교육까지 시장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이 교육부문에 대한 침투가 날로 더욱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교육개방, 외국인학교, 교원자격증 완화, 대학서열화 강화를 위한 대학구조조정, BK21, 교육특구, 교육뉴타운, 대학별본고사 부활, 고교등급제 등… 교원평가는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장화 정책 중 교원노동유연화를 위한 결정적인 수단이다.
이에 맞서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유치원, 초중고 의무교육, 대학 무상교육, 대학평준화, 학교자치실현, 교장선출보직제, 범국민적 교육정책 수립과 집행, 공동체 교육 가치 강화 등… 공교육 개편이 그것이다.
교원평가의 핵심적 요소는 교원들을 점수로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교원들을 서열화함으로써 교원들에 대한 차별의 명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교원들의 자질 향상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현 근평제도하에서의 교원들의 점수경쟁(승진경쟁)보다 무분별하고 무의미한 점수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점수경쟁은 입시교육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학생들을 우수생과 열등생으로 구분, 차별하는 교육의 심화로 귀결되고, 결국 성적 우수생들만을 위한 불평등교육을 심화시킬 것이다.

2) 교원평가는 학생들을 더욱 더 입시교육에 매몰되게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원평가는 객관적 평가기준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입시 성적 올리기 경쟁으로 귀결될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지식, 인격, 태도, 정서, 기능 등 전인적 교육이 담당해야할 종합적 역할을 포기하게 하고, 우리 공교육을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지식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더욱 더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3) 교원평가는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에 전념하게 하기보다, 점수따기 경쟁에 내몰 것이다.

교원평가가 실시되면, 1차적으로 성과급이 강화될 것이다. 그 다음에 저평가된 교사들 대신, 유능한 인재의 유치라는 이름으로 계약제 교사들을 들여오려 할 것이다. 교원평가가 공개되고 교원들의 서열이 매겨진 상황이 되면,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저항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며, 오히려 급속도로 비굴한 점수따기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획일적 점수로는 객관적, 합리적 평가를 할 수 없다.

획일적 점수에 의한 교원평가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 등 평가자들의 주관적인 느낌과 판단에 의존하게 되며, 따라서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보다 점수따기에 전념하는 교사들이 교원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받는 묘책이 강구될 것이며,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원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더욱 더 혹심하게 입시교육으로 내몰 수도 있다.
전교조 조합원이 적은 학교에서는 조합원들이 동료교사들로부터, 또는 이들의 영향을 받는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낮은 점수, 평가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 학생, 동료교사들을 상대로 다른 교사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다른 교사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다. 단 한 번의 획일적 점수에 의한 교원평가는 주관적, 불합리한 평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 교원평가의 문제점은 점수로 줄세우는 비인간적 통제이다.

교원평가는 다만, 점수로 줄세우고 차별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비인간적이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근평은 교감, 교장 승진에 목맨 일부 교사들만의 줄세우기 관심으로 그 폐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교원평가 제도는 교사 모두를 공개적으로 줄세워 통제하려는 제도이다.
실제로 교원평가는 교원들 간에 점수를 높이기 위한 비인간적 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급기야는 학생들을 비교육적,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게 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교원평가의 주요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성적점수를 높이기 위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결석시키거나, 전학을 보내는 비리가 발생하였다. 교원들간의 협력도 어렵게 될 것이다. 교원들은 협력보다는 경쟁과 배척에 내몰릴 것이다. 그리하여, 교원평가는 결국 교육의 질, 교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황폐하게 할 것이다.
올바른 평가는 교원 개인에게 촛점이 맞추기보다는, 교원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을 포함한 교육 주체 모두의 역할과 활동, 그리고 학교교육을 규정짓는 각종 제도와 학교운영 문화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6) 교원평가는 교원노조 활동을 억압하는 것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조합원이 소수인 그런 학교에서 조합원이 버틸 수 있는 건, 그나마 10만 조합원이 버팀목이었다. 학교에서 외톨이이더라도, 그 동안은 본인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근평의 불이익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관료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순수한 것으로 가장된 학부모, 학생, 동료교사들, 그리고 교장, 교감에 의한 '멋진' 교원평가 시스템은 소수 조합원을 비참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교원노조 활동 그 자체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학교 민주주의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6. 교원평가를 막을 수 있을까?

전교조 교사가 거의 없거나, 교원평가에 대해 의미있는 저항을 하기 어려운 학교들을 교원평가 시범실시 학교로 지정하게 될텐데, 막을 수 있을까? 포기해야 하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교육부는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3월에서 4월로, 6월로, 그리고 9월로 미루어오면서도, 2006년 혹은 2007년 전면실시를 호언장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때가서 막는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완강하게, 분명하게 교원평가를 저지하겠다는 의지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시범실시와 전면실시를 명확히 하고 있는 현재, 분명한 저지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서는 2006년, 2007년 전면 도입을 막기 어렵다. 현재 분출되고 있는 투쟁의지를 묶어세우지 못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교육부의 선전공세와 분열공세에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성격이 분명해질 때로 투쟁을 미루지 말자. 정부가 시범실시라고 하는 것을 하는 이유는, 저항을 무마시키려는 것이다. 저항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채찍을, 순응하는 교사들에게는 당근을 주는 분리정책도 구사될 것이다. 시범실시가 그야말로 순진하게 생각하는 수준의 '새로운 제도의 문제점을 검증하기 위한' 그런 시범실시가 아니라, 치밀하고도 정략적인 것이다. 정부는 이미 교원평가 강행을 결정하고 있다. 공청회니, 시범실시니 하는 것들은 기만적, 정략적 수순일 따름이다. 지금 단호한 입장을 내세우고 힘있는 투쟁을 조직해야, 교원평가를 끝내 막을 수 있으며,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의 학교혁신도 가능하다.

7.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1) 학생들이 짊어지고 있는 과중한 입시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첫째이다.

학생들을 줄세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초, 중, 고 과정이 전문적 학문활동의 과정이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교양을 취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대학 진학 경쟁을 위한 싸움터가 되어서도 안된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대학 역시, 초, 중, 고와 함께 국가의 책임 하에 대학까지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단순한 암기교육을 탈피하여, 창의적 사고와 정서적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진정한 교육 경쟁력, 국가 경쟁력도 달성될 수 있다. 초, 중, 고 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한 종속적인 지위로부터 벗어나야, 보다 바람직한 가치교육, 정서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2) 민주적 학교 운영이 보장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들이 교장, 교감, 교육청 눈치 보지 않고 학교의 제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권리와 의무를 법으로 보장하고, 이들의 활발한 학교운영에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장을 정하는 일을 포함하여, 학교 운영 전반에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스스로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원평가에 의한 학생, 학부모의 교육 참여는 실질적인 교육참여라기보다는 형식적인 참여에 불과하다. 교육행위 전반을 평가하고 이에 대해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반영시키기보다는 단지 교사들에 대한 일회적인 점수매기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교육주체의 교육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법에 의해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의 역할과 기능을 명시해야 한다.

3)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초중고 교육을 입시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대학평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수능제도 등 서열에 의한 입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사들의 낮은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당당하게 국가로부터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평등교육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입시교육' '서열교육'이다. '교원평가'는 정부가 불평등교육으로 인한 공교육파탄의 책임을 교원들에게 돌리려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불평등교육을 유지,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