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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비판

2002.04.02 21:21

강신현 조회 수:1492 추천:3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비판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 비판

강신현(대학교육분과)

1. 글을 쓴 이유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출범하고부터 '인적자원'개발이란 개념이 교육정책문서에 잔뜩 오르내렸다. 새로운 말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많은 이들은 교육의 목적을 될성부른 인적자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보는 정부 교육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토해냈다.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로 한국의 지위를 높이자는 인적자원개발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세계적인 경쟁 국면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개발의 신화가 교육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을 더욱 수단과 도구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눈을 더 크게 떠야만 한다. 과연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누구이며, 누구를 위해 인적자원을 개발하는가를 더욱 곰곰이 따져 물어야 할 일이다.

사실 인적자원개발이 낯설어 보이지만 한국의 교육정책의 밑바탕에서 도도하게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한국의 교육은 경제발전을 위한 도구로, 정치권력이 통치를 안정화하기 위해 이용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 교육의 역사에서 이런 예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4.19로 표출된 민족주의적 자립경제 실현이 역사적 기반이 전혀 다른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추진되는 모순 속에서, 수출지향적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수급의 지적 토대가 '인간자본론'이었다. 곧, 1950년대 자유방임적 교육형태를 국가 주도의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인력훈련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개인의 소득증대와 국가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메카니즘으로 개발하자는 것이 그 골자였다... 교육계획은 수출산업 부문이 주력하였던 제조업체 생산직 노동자의 훈련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국제적 경쟁력이 낮은 한국의 수출업체들은 한국의 국제경쟁력의 비교우위를 풍부한 저임금에 두었기 때문에, 국가권력과 밀착된 한국의 독점자본은 일반적 기술교양을 갖춘 노동력의 대량배출을 교육계에 요구하게 되었다... 정신적 순화를 도모하기 위해 '사회개혁을 위한 인간개조론'이 주창되었는데, 그것이 이른바 제2경제론으로 불린 '국민교육헌장'의 제정·선포였다."  1)

경제발전을 위한 노동력 생산에 교육이 한 몫을 담당해야 했기에, 교육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인적자원개발정책에 대해 교육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교육이 자본의 재편에 더욱 깊숙히 편입되고 있는 배경과 원인에 대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비판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글은 그런 아쉬움과 한계를 조금이나마 달래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내놓는 것이다. '인적자원개발'과 관련한 문서와 신문기사를 대상으로 인적자원개발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여, 그것이 경제적 기초와 교육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였다.

2. 인적자원개발이란 무엇인가

인적자원의 개념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등장했던 당시와 비교해 약간 변화가 있었다. 초기 「국가인적자원개발 추진전략」에서 인적자원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내용이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인데, 지금은 경제적 가치를 가진 지식과 소양이라고 정의한다.

" 인적자원의 의미는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생산요소(input)인 지식·소양(skill)의 축적(stock)'임. 과거 인적자원은 명시적 지식, 사실적 지식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지식기반 사회가 되면서 암묵적 지식, 방법적 지식, 논리적 지식으로 확대됨" 2)

그리고, 「21세기 지식강국을 주도할 국가인적자원개발 정책보고서」는 인적자원의 개념을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부의 증대에 긴밀하게 연관짓는다.

" 인적자원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등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인간의 모든 능력과 품성을 지칭한다. 인적자본은 개인 내에 체화된 지식·기술·기능 등으로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성과 부를 증대시키는 능력이며, 사회적 자본은 도덕성, 협동성, 사회규범 등 사회적 결집과 신뢰를 형성하게 하는 무형적인 자본이다." 3)

최종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과 뒤이어 나온 「국가 인적자원개발 관련 핵심 추진과제」는 인적자원의 개념에 사회통합의 의미를 추가한다.

"인적자원은 사람과 조직내에 체화된 지식, 기술, 태도로 국가의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필요한 특징이라고 불린다." 4)

이런 의미의 변화는 그들이 지향하는 열린 사회(시장개방과 세계화), 유연한 사회(노동의 유연화)가 지금도 낳고 있는 실업과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통합할 것인가를 고려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인적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적 이외에도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실업과 불평등 극복에 대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교육의 목적이 인적자원개발이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공공성을 공격하고, 해체된 공공성을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하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과 일맥상통한다. M.애플이 말한 것처럼 인적자원개발정책은 기존 산업의 (과잉축적과 소비의 부족으로 인한) 이윤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자본이 서두르고 있는 산업 재편을 가장 수월한 방식으로 개인과 학교의 교육목적으로 떠넘기기 위한 전략이다. 또 (국가재정의 축소와 교육기회의 상승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와 (자본주의에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에서는 일정하게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실업문제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개인과 학교, 가정에게 넘기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구상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인적자원개발의 배경

'5.31 교육개혁안'은 교육주체를 교육공급자와 수요자라는 방식으로 개념화하였다. 전통적으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받기만하면 되는 수혜자로 여겨졌던 국민이, 그들의 선택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5.31개혁안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5.31개혁안은 교육에서 처음으로 '소비자', '선택', '자유'라는 말을 등장시킨다. 시장에서 상품을 고르는 일과 마찬가지로 교육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장주의적 인식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 것이다. 교육을 공급자와 수요자간 거래행위로 보고, 국가는 관리와 평가에 충실하겠다는 시장주의적 발상은, 보편적 교육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능력에 따라 차지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그런 5.31개혁안이 인적자원개발계획에 이르면, 그들이 말하는 교육소비자란 주체가 분명해진다. 인적자원개발계획은 개인이 교육받을 자유,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기 위해 (어차피 들러리였지만) '주연'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국민을 '조연'으로 강등시킨다. 그리고 '조연'의 위치에 서 있던 자본이 극적인 반전처럼 '주연'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이제부터 자본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개혁의 전모를 알아보기로 한다.

교육의 목적을 인적자원개발이라고 명시한 인적자원개발계획은 어떤 이유로 등장했는가.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은 과거 노동과 자본위주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적 신뢰와 지식을 성장원천으로 재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를 강조한다. 또한, 사회저변에 깔려있는 후진적 제도와 관행을 타파하고 가치관, 행동양식, 조직관행, 사회규범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구체배경은 이렇다. 5)

" 첫째, 지식기반경제의 도래이다.

- 지식이 생산 및 성장과 국부 창출의 기반이 되는 지식기반경제로 급속히 전환됨에 따라 지식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 개발이 국가의 핵심 과제로 대두

- 세계화와 노동의 국제적 이동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제 규격의 인적 자원 개발 및 관리 체제로의 전환이 요청됨.

-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다양한 교육 채널을 통해 창조적 지식 근로자를 양성하는 맞춤 교육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부각됨.

- 두뇌기반경제와 노동인력의 소프트화에 따른 여성 인적자원 활용이 중요함.

- 지식·학습·정보격차가 심화되어 사회적 안정과 통합 및 결속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소외 계층의 인력 개발이 강조됨.

둘째, 사회적 신뢰의 구축과 결속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국가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의 육성을 통한 결속과 통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

- 사회적 격차 및 고용 불안정성의 심화로 계층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사회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셋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및 활용가능성 증대하였기 때문이다.

- 모든 지식이 코드화·디지털화되는 디지털 경제에 부응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산업 인력 등 부문별 인적자원개발 수급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

-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인적자원개발·관리, 학습 정보의 수집·제공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사이버 평생교육 체제, 일과 학습이 통합된 학습조직, 학습사회, 평생학습의 기회를 확장시킴."

이런 배경에서 나온 계획은,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방안을 마련한 최초의 국가계획이고, 국정 전반에 걸친 종합적 포괄적 계획으로 정부가 추진할 인적자원 정책의 기본방향과 원칙 등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산업·경제부문과 대별되는 사람·지식 및 문화분야의 국가 정책기조를 확립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6)

인적자원개발정책은 6T(IT, BT, NT, ST, ET, CT)산업을 한국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여, 6T산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집중 육성하여 자본의 수출경쟁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인적자원개발 기회 확대와 공정성 제고를 통한 생산적 복지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미명으로 실업문제와 교육문제를 연계지었다는 데7) 특징이 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기본계획은 교육인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 등 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참여하여 수립된 것으로 2005년까지 정부가 추진할 국가 인적자원 정책의 목표와 주요과제, 추진전략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과학·문화영재와 IT, BT, NT, ST, ET, CT 등 전략분야의 인재 등 국가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인적자원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하는 체제가 마련되며, 지금까지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남성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추진된다." 8)

그동안 인적자원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초반부터 '신지식인 양성'과 '신기술'이 우리나라 교육과 산업의 핵심역량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2000년부터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계획 마련 과정에는 상당한 수의 국가정책연구기관이 참여했고, 2001년 예산에는 2,900억 가량의 재원을 책정하였다. 정부는 인적자원개발회의를 통해 직업교육훈련과 자격제도, 영재교육체제, 지역간, 분야간 불균형 문제를 총체적으로 총괄 조정하고, 교육인적자원부총리가 이를 주재하게 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 vision2011」도 배경은 마찬가지다.

"지식기반경제는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

저들은 지식기반경제9)를 정보와 지식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식과 정보를 통해 생성되는 신기술이 생산력과 이윤을 큰 폭으로 늘려주는 새로운 사회체제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정보혁명과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는 지식기반경제는, 생산에서 지식이 중요하고, 다수의 표준 기능인력보다 소수의 창조적 두뇌 인력에 의존하며, 우수한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를 중요시하는 체제라고 한다.

" 지식을 효과적으로 창출, 확산 및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혁신능력을 갖추는 것이 성장의 기반이 된 것이 신경제의 특징임. 최근 자주 쓰이는 "지식기반경제"라는 용어는 두 번째 해석과 관련이 깊음." 교육부,「국가인적자원개발 비전과 추진전략」

" 지식기반경제에서 기업은 자율적 노사관계를 기반으로 차별성과 다양성, 생산조직의 유연성을 갖추고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지식기반경제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고급기술인력의 양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부는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연계하고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환경의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2011 비전과 과제: 열린 세상, 유연한 경제」

하지만 지식기반경제는 새로운 사회나 체제가 아니라 인터넷과 같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신자유주의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부르는 개념에 불과하다.10)지식기반경제 혹은 신자유주의는 WTO와 같은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전 세계의 급속한 시장개방을 유도하고,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그 외 유무형의 투기를 포괄하여)금융화를 조장하는 체제이다. 또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비교우위분야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선진국의 패권을 지켜나가려는 체제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식기반경제의 허구성에 대해 짚어봄으로써 신자유주의를 미화하려는 전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지식기반경제는 새로운 경제?

저들은 지식기반경제를 새로운 경제라고 부른다.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경제, 새로운 자본주의인가. 저들은 지식과 기술이 경제성장과 생산력 향상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로 그러한가?

미국의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H.맥거킨과 케빈 스타이로는 컴퓨터를 가장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8개 민간경제부문을 분석하였다. 대상은 3개 서비스부문(무역, 금융,보험,부동산,기타서비스)과 5개 제조업(비전기기계, 전기기계, 인쇄출판, 정밀기구, 석재·점토·유리)이다.

조사 결과 1991년 사업내 컴퓨터 투입량의 76.6%가 3개 서비스부문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머지 5개 제조업에서는 11.9%만이 그 외 11.5%는 27개 다른 산업(농업, 광업, 운송, 건설 등)에서 이루어졌다.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사회의 전면적인 변화라고 칭송받으며 제3의 물결로 불리고 있는 정보화가 고작 서비스업에서만 혁명적이었다는 사실은11) 그 변화를 제멋대로 부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면 디지털혁명이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높였는가.

" 그러나 연평균 1.33%의 생산성 성장은 정말로 정보기술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경제전반에 확산된 결과일까? 이러한 질문은 노스웨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J.고든이 가장 체계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는 경제의 순환적 상승, 컴퓨터 하드웨어 생산의 기술 가속화, 내구재 생산 공장에서 기술 변화와 같은 다양한 공헌 요인의 효과를 설명하고 예시한다. 위에서 말한 1.33%의 생산성 성장가운에 '극히 적은' 0.07%만이 내구재 생산외부의 컴퓨터 기술과 소프트웨어사용으로 돌려질 수 있다. 요컨대 그는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에 미친 효과가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하다는 것, 곧 발전은 전적으로 내구재 제조업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2)

그렇다면 지식과 정보는 새롭고 혁신적인 생산수단인가. 흔히 지식은 추가 비용없이 다른 이들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경제가 발전할수록 생산단위당 비용은 낮아진다고 한다. 이는 미래에 더욱 빠른 성장률을 약속한다고 말한다.

" 몇몇 이론가는 이러한 사고의 선을 훨씬 더 진전시켜 (자본주의는 축적이 위기를 맞는 주기적인 경기순환에 빠지며 그것은 공황과 같이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맑스주의의) 과거의 규칙과 관계를 이제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담한 주장은 그것과 함께 따라오곤 하는 '투기거품'이 붕괴함에 따라 둔덕에 부딪혀왔다... 인터넷이나 비디오 같은 기술은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원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충분히 옳지만, 전화나 다른 기술혁신도 똑같은 속성을 가졌다는 사실은 잊고 있다." 13)

신기술이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인간의 삶과 생활을 아주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놓은 것 같지는 않다. 인간의 생활이 광고와 같이 총천연색 꿈의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맑스가 말한대로 부르주아지는 생산도구를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고, 생산도구를 혁신하여 생산관계를 바꾸고 동시에 사회관계 전체를 바꾸려 하기 때문에, 그토록 신기술에 열광하며 대중을 그 대열에 합류하도록 선동하는 것이 아닐까.

" 자본주의가 혁신을 거듭하여 주요한 신기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누적적인 성장 순환에 연료를 공급하는 게 분명하지만, 이는 새로운 무엇이 아니다. 이 발전 또한 계급사이의 균형을 변화시키며 계급과 산업 그리고 사회조직의 형태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일부 자본주의 열광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무자비한 시계바늘의 요구에서 해방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4)

지식기반경제는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인가

지식기반경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연한 사회를 지향하여 개인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체제를 추구하는가. 유연한 사회가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회인가.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은 분명 기업의 생산활동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인터넷은 전통적인 기업활동에 드는 비용을 엄청나게 낮춤으로써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분명 경제를 계속해서 변혁시킬 것이다. 제품 개발 시간은 컴퓨터를 이용한 시제품 고안과 실험으로 단축되고 재고 관리의 규모와 비용은 창고관리와 적시 운송으로 절감된다... 골드만 삭스는 항공기계, 삼림업, 미디어와 광고, 자동차, 철강 같은 산업들에서 초기의 사업간 절감액이 10∼2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제의 혜택이 커짐에 따라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비용은 줄어들고 있다. 1950년대 이래 새로운 컴퓨터의 가격은 연평균 거의 20%씩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혁신이 어떻게 무엇을 희생해서-물론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인 한에서 노동자를 희생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겠지만- 가능했는지 계속 살펴보자.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하루 24시간, 1주일 7일 내내 사람들을 연락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노동시간을 연장시켰다. 이 혁신은 직원의 노동과 통신을 감시할 수 있는 경영진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노동조합'같은 단어를 찾기 위해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정밀 검색하는 한편, 처리한 주문개수, 타이핑한 단어, 실행한 청구서를 감독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직원들은 그것을 전산처리하고 정렬한다."

신기술의 환상이 대중에게 유토피아인양 비춰지지만 그 반대면은 다시 노동자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이 어디 이것에서 그치겠는가?

" 앞선 자본주의적 팽창의 물결과 마찬가지로 사적 이윤의 극대화는 사회적 요구와 충돌하며 기술은 노동대중을 희생시켜 자본에 봉사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데이비드 코츠가 지적했듯이 현대적 형태의 세계화는 컴퓨터의 확산보다는 프롤레타리아의 증식에 기반한 과정이다...

하이테크는 이 부문 노동자들 대다수에게 높은 임금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이면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집세를 요구하는 과밀 지역에 모여 살면서 집에까지 가져와서 납품시한을 맞추어 하는 일에 시간당 4∼5달러를 받는 멕시코인이나 캄보디아인이 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홈리스 중 40%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살 곳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는 교사나 소방수,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산타클라라 카운티 노동력의 42%는 파트타임, 임시직, 계약직,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에 비해 두배가 늘어난 것이다...

다음 4반세기에 노동력으로 참여하게 될 10억 노동자의 99%가 오늘날 저소득·중간소득 나라들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는게 좋을 것이다... 실제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한층 뒤떨어질 위험이 있다...

거대한 노동예비군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핵심부의 저숙련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고숙련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에도 위협을 제기한다..." 15)

위 글을 쓴 사람은 결론적으로 신경제는 분명 현실이지만 자본의 힘이 초국가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현실이며, 결국 과거와 똑같은 경제체제라 딱잘라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와 기술에 대한 지출이 높은 생산성과 번영의 원인이었다면, 과잉투자에 뒤이어 성장이 느려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 경고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그린스펀 조차 신경제의 보증수표로 간주되는 세계화와 유연한 노동시장의 창출 덕분에, 일정한 실업수준에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증대시킴으로써 낮은 수준으로 임금을 유지하고, 단위 노동 비용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가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저들은 IMF에 빌린 돈을 갚으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기업활동하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며, 외국의 자본을 위한 좋은 투자환경을 갖추었다고 떠벌린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진실이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자본을 위해 노동자가 유연화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오늘도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며 노동법에 밝힌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새벽별만 보고 출퇴근하는 벤쳐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침묵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국제경쟁력인가. 한국의 독점자본을 위한 국제경쟁력이요, 끊임없이 이윤을 노리는 초국적 투기자본을 위한 허울좋은 국제경쟁력일 따름이지 않은가.

지식기반경제가 몰고온 파멸적인 결과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이 미국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가. 지식기반경제라고 떠들기 시작하면서 민중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몇 가지 통계자료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온 지식기반경제의 모습이다.

첫째,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이후 우리의 노동구조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16)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임금노동자는 12,975,000명이며 이중 정규직은 5,397,000명(41.6%), 비정규직은 7,578,000명(58.4%)인데, 비정규직 중 일반임시직이 3,767,000명(30.6%)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그 다음으로 기간제고용(7.1%), 호출근로(6.0%), 독립도급(4.8%), 임시파트(4.3%) 순으로 밝혀졌다.(그림 1을 참조)

그런데, 전체 비정규직 7,578천명 중 67%인 5,100,000명이 서비스판매근로자 1,787,000명(84.4%), 기능원 1,351,000명(70.1%), 단순노무직 1,960,000명(87.5%)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고위관리직(11.8%), 전문가(24.9%)와 사무직(37.1%), 기술공 준전문가(40.8%)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사실은 최근 법대와 의대에 입학하기 위한 열풍, 치열한 공무원시험 열풍과 연관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그림2) 에서 보듯 학력 차에 따라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이 비례함을 알 수 있다. 학력이 높을수록 정규직이 많고, 낮을수록 비정규직이 늘어난다. 공무원과 전문직을 중심으로 정규직이 많고, 그 외 직종 이른바 지식기반산업이라고 추겨세워지고 있는 서비스업은 비정규직이 많다. 이것은 분단화된 노동시장(노동시장이 주로 학력에 따라 위계화되어 있다는 주장)이라는 틀에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17)

또한 월 10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정규직은 100만원 미만이 5명중 1명(21%)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3명중 2명(67.9%)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정규직의 경우 12,000명(0.2%)에 불과했으나, 비정규직은 842,000명으로 1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첨단기술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일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삼성은 직원들의 메일내용과 인터넷 항해내용을 인사과에서 일일이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전북 익산의 대용회사는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하여 노동자를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18)

 

지식기반경제=신자유주의


 

산업구조재편과 세계화

노동의 유연화

교육의 사사(私事)화

실업

수월성 추구

업적주의(능력주의)조

평가국가로 전환

평생교육과 재교육활성화

▶ 영재의 조기발굴 및 육성
▶ 국가전략분야인력의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양성
▶ 국가전략분야 인력위원회설치
▶ 해외 고급인력과 여성인력 활용
▶ 기업의 요구를 교육내용에 반영
▶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
▶ 6T중심의 대학특성화

▶ 시장원리에 대한 이해 확산
▶ 전략분야 대학정원 자율화
▶ 대학운영의 자율화
▶ 서비스 인력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평가인증제 도입
▶면허전문직 계속교육강화

▶ 초·중등교육체제 자율화
▶ 전국적인 성취도 검사
▶ (가칭)국가장학지원센터
▶ (가칭)고등교육평가에관한 법률제정

▶ 대학에 성인직업교육과정 설치
▶ 저소득층,장애인,노인을 위한 교육-고용연계
▶ 직업훈련서비스 강화
▶ 학점은행제 운영
▶ 서비스산업고도화를 위한 인적자원개발

교육의 시장화

교육기회의 계층화

교육질에 대한 통제

▶ 학교기업 추진
▶ 교육시장개방
▶ 자율학교추진
▶ 초·중등교육체제 자율화

▶ 7차 교육과정
▶ 자립형사립고,자율학교
▶ BK21(연구/기술/교양중심대학)
▶ 직업교육강화
▶ 맞춤교육
▶ 전문대학원

▶ 기초교육에 대한 최소 성취기준 설정
▶ 외국어, 정보화, 진로교육 강화


인적자원개발계획은 자본을 위한 개혁이다

선진국은 비교우위분야를 중심으로 자본축적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축적에 이용하고, 지적재산권이나 특허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며, 전 세계의 시장개방을 유도하여 시장을 끊임없이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유연화'와 투기자본의 급속한 이동을 통해 이윤을 만들어내는 체제이기에 사회적으로 구조조정과 노동의 불안정이 만연하게된다. 하기에 신자유주의아래서 인적자원개발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공공영역이 빠르게 축소됨에 따라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실업과 불평등에 대한 국가차원의 통제전략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적으로 자본의 이해가 관철되게 되면서 국가는 대중을 위한 보편교육 의무를 방기하게 된다. 국민에게 교육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국가의 책임이 시장의 주체인 개인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교육을 넘긴다는 것이 시장의 무정부성에 내맡긴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수험생이 급격하게 축소되자 이를 막기 위해 교차지원을 다시 금지한다던가, 6T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집중적인 특혜를 준다던가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에 맡긴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수월성을 강조하는 영재교육기관을 집중육성하고, 신기술관련학과를 버젓이 기존 대학이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문대학을 육성하는 것은 국가가 중요한 인력관리마저 시장에 맡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가는 자율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평가국가로 전환하게 되는데, 평가는 지식을 가치 있는 지식, 가치 없는 지식, 전문적인 지식, 전문적이지 않은 지식으로 구분하며 이러한 구분을 정당화한다. 평가국가로 전환하면서 '성취기준', '자격요건'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4. 인적자원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인적자원개발과 같은 자본을 위한 교육이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있었던 데는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청년실업문제, 초·중등과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졌다, 교사의 질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교육위기'가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부른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식경제의 전망과 인적자원개발 과제'란 정책토론회에서 박세일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이와 같이 교육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그동안 국가의 교육정책의 중심이 주로 학사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협의의 학교문제에 국한되어 왔다. 그리하여 비교육(非敎育)분야 특히 노동, 산업, 문화, 시민사회 등 국민경제사회 전체의 발전과의 관계속에서 교육문제를 보고, 특히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인적자원개발]이라는 국가목표와의 관계속에서 교육문제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크게 부족하였다... 결과는 필요인력의 공급부족, 고학력실업자의 양산, 그리고 국민들의 교육고통 등등 이었다.

둘째, 우리나라 교육의 자기 혁신능력이 크게 위축 내지 약화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본래 교육이 새로운 시대변화에 따라 자기쇄신과 발전을 하기 위하여서는 교육분야에서 기업가적 창의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교육을 끊임없이 규격화 획일화 관료화하여 왔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기업가적 창의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데는 두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하나는 교육에 대한 정부의 과다규제와 과잉개입으로 나타나는 관치교육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질서적규제]는 물론 필요하다... 혁신과 창의는 항상 자유에서 온다. 또 다른 하나는 학교의 통치구조에서의 비민주성과 획일성과 관료성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자율의 폭도 넓히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폭도 넓혀야 한다. 특히 현장교육자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혁신적 교육프로그램, 교육내용과 교사방법 등을 억제 내지 억압하지 말고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는 통치구조여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책무성(accountability)의 부족이다... 교육정책의 책무성의 부족은 두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체계적 과학적 정책평가제도의 부재(不在)로 인해 나타나는 책무성의 부족이다... 예컨대 고교평준화정책이 도입된 지 수십년이 되고 과연 우리사회에서 바람직한 제도이냐 아니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그동안 고교평준화정책의 정책성과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평가와 분석은 거의 없었다. 과연 평준화가 과연 상향평준화를 가져왔느냐 아니면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느냐는 지역별 학교별 학업성취도의 변화를 수년간만 조사하여 분석하면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이다... 결국 정책의 과학화를 기피하는 것이다. 두번째 교육의 책무성 부족은 우리나라 교육의 학습평가체제의 불충분 때문에 발생한다... 학생들에게 적절한 시험을 치르게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보아야한다. 그리고 그 분석결과에 기초하여 앞으로의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의 개선을 도모하여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학생들에게 교육고통을 덜어 준다는 명분으로 모든 시험을 무조건 쉽게만 내려 하거나 아니면 무시험을 선호하는 풍조가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교육의 포기이다." 19)

박세일은 우리교육이 국가와 경제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고, 자기 혁신을 할 수 있는 능력 곧 책무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딱잘라 말한다. 그러나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공교육의 책무성이 없었던 데는 국가가 모든 것을 관장하면서 교육을 정치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는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다분히 어떤 개혁의 방향(신자유주의)을 교육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그의 주장을 뒤집어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교육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국가경제가 바라는 것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국가경제의 얼굴을 비춰주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교육이 반영했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자본을 위한 교육을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경제의 위기는 곧 교육의 위기로 나타난다. 재생산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교육은(상부구조) 경제의 모순(하부구조)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자원개발의 경제적, 정치적 토대는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1960년대 인적자원개발을 목적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던 인적자본론의 대표격이자 주창자인 슐츠의 주장을 살펴보자. 슐츠는 기술과 지식이 자본의 한 형태이며 이러한 자본이 대부분 의도적인 투자의 산물이라고 본다. 서구사회에서 인적자원은 전통적인 비인간자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으며 인적자원의 성장이 선진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은 개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부를 늘릴 수 있고, 노동력은 자신에게 투자한 비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동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노동력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면 교육과 보건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국내이주에 지출하는 비용, 학교에 다니는 성인학생은 모두 자신의 인적자본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능력과 인간의 육체가 한 몸이기에 그것을 타인에게 팔 수는 없다. 다만 개인이 투자함으로써 만들어진 모든 능력은 인간 능력의 일부분이 된다. 따라서 소득정도가 교육수준(투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계약은 공정하고 개인의 투자는 그의 노력이기 때문에 정당한 것이 된다. 그는 소작인으로서든 소유주로서든 농장을 경영하는 흑인은 비슷한 농장을 경영하는 흑인보다 소득이 적은데 이유는 흑인이 교육을 덜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이 빠르게 성장했던 것도 교육투자가 있어서 가능했기에 제 3세계도 선진국과 같은 방식으로 인적자원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와 동일한 기반에 서있는 인적자원개념은 어떤 문제를 간과하고 있고, 어떤 기반 위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20)

첫째, 인간자본론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결단하는 문제로 환원하여 '방법론적 개인주의' 입장을 취한다. 인간자본론은 개인이 임금을 어떻게 받고, 얼마나 받는가 하는 문제를 개인이 얼마나 돈을 들여서 투자를 했느냐하는 문제로만 바라본다. 인간자본론에 따르면 현재의 모든 결과가 자신이 자발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이므로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사회구조나 역사적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재편은 공교육을 시장화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책임을 축소한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공교육이 심각한 위협을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적자원개발은 공교육의 파산으로 생겨난 국가정통성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피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대중들에게 넘길 수 있는 훌륭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인간자본론이란 개념은 맑스주의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적 범주를 은폐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가는 돈을 주고 물적자본(생산수단과 생산도구)과 인적자본(노동력)을 사고, 노동자는 임금을 벌기 위해 노동력을 판매한다. 따라서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은 잉여가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자본가의 자본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것이다(자본가의 자본은 어떻게해서든 물적/인적자본을 활용해 최대의 이윤을 남겨야 한다. 자본의 이해와 노동자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그둘은 갈등관계-대립-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가가 인적자본(노동력)을 돈 주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과 떼어낼 수 없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을 자본과 똑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노동자가 노동력을 판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자본주의에서 가능하지 않다. 일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노동자를 인적자본가로 묘사하고, 모든 노동자가 그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노동자가 자본가를 위해 고용된다는 사실과 이 두 계급이 갈등과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셋째, 한국에서 국가권력은 모든 사회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자본의 이해를 다른 누구의 이해보다 충실히 대변한다. 따라서 인간자본론이 전제로 삼고 있는 완전경쟁이 이뤄지는 시장, 동일한 노동시장이란 조건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리고, 교육이 노동자가 최대로 일한 만큼의 생산성을 반영하든 반영하지 못하든 자본주의 체제는 학력별로 노동가격을 결정한다. 필수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시험이란 선발과정은 사회구성원을 교육수준별로 여과한다. 따라서 마지막 교육수준을 거치면서 나타난 임금격차는 인적자본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생각대로보면 개인의 자질로 나타나버린다.

넷째, '교육→생산성 향상→소득'이란 도식이 현실에서 부정당하고 있음에도 계속 회생하는 이유는 교육이 갖는 업적주의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적자원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교육은 오로지 자신의 객관적 능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인 업적주의 기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희생소득(교육비용과 인내)을 감당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학생의 계층차를 상당히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문화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문화를 섭렵하지 못한 하층계급 자제는 교육기회가 넓어졌다고 해서 그런 형식적인 평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난한 부모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자본축적을 할 수 조차 없어서 자기자녀에게 대물림할 게 없다. 이런 사실은 노동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계급이 재생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내용 비판  21)

인적자원개발계획의(아래부터 계획) 목표는 전 국민 기초역량강화, 성장을 위한 지식과 인력개발, 국가 인적자원 활용 및 관리 고도화, 국가인적자원 인프라 구축 4가지이다.

1)

계획은 국민의 기초교육을 보장하고 초·중등교육체제 자율화하기 위해, 1. 국민 기초교육 보장을 학교의 기본사명으로 정립하고, 2. 기초교육의 최소성취기준을 설정한다. 최소성취기준에서는 외국어·정보화·진로교육을 중요시한다. IBM의 전 회장 루이스 거스너(Louis Gerstner)가 뉴욕타임즈에 쓴 글은 이점에서 의미가 깊다.

" 우리는 (교육의) 분명한 목표를 정해야 하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학교, 교사, 교장, 학생, 학부모에게 우리가(IBM과 같은 기업) 기대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보상과 동기를 줘야한다... 만약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벌을 주거나 지도자를 바꾸거나, 심지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교사를 학교에서 해임해야 한다... 결국 학생과 교사 모두를 시험을 보게 하고 평가를 해야 한다." 22)

계획은 성취기준을 누가 정할 것인가, 어떤 내용을 성취의 중요한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핵심에서 싹 뺀채 그것을 오롯이 국가에서 정하겠다고 한다. 계획이 자본의 이해를 전적으로(!) 따르기 위한 목적으로 나왔고, 그것이 단지 교육의 외연만이 아니라 내용까지 간섭하는 것이기에 성취기준은 자본의 이해를 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마저 기업경영처럼 투입/산출에 따른 회계방식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도를 아주 허옇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성취의 기준으로 삼는 내용이 무엇이냐가 좋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정해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식이 된다. 시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식과 외국어, 정보와 같이 일방적인 지식만 강조될 뿐이다. 가치있는 지식과 가치없는 지식의 구분을 정하는 효과를 낳는다면 인간의 총체적 발달, 인간 의식의 균형적인 발달은 가능하지 않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사회적 신뢰구축과 민주 시민의식을 정립하기 위해 합리적 경제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대목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계획은 경제교육의 중심을 시장원리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고, 경제활동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또, 고객 중심의 기업문화와 직업윤리, 건전한 여가·소비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시장원리와 합리적 소비자를 위한 교육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경영하는 시장주체'를 양성하여, 시장에서 성공하고 실패하는 문제는 구조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합리적 결정에 따른 것임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익힌 시장원리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개인은 평생 시장원리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신자유주의판 '소비자교육헌장'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2)

계획은 평생직업능력개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 초·중등단계의 기초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2. 전문대학과 대학의 직업교육 역량을 강화하며, 3. 성인 직업교육 기회를 확충하기 위해 전문대·대학에 성인 직업교육과정 설치·운영하고, 4. 재직자·실직자 재취업 촉진을 위한 직업훈련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23)

이미 교육의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독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먹고 사는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에서 말 안 듣고, 반항하는 아이들에게는 먹고사는 정도만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닐까. 사회구조의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계급의 아이들에게는 직업교육이상이 필요없다고 규정지음으로써 보편적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곧, 교육에서 불평등의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대안보다는 체제의 외곽에서 떠돌며 시끄럽게 굴지 않도록 체제내로 그들을 포섭하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가르쳐야 할 교육에 중심을 두기보다 초·중등단계에서부터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인간의 재생산을 다음 세대에까지 넘길 우려가 크다.

3)

성장을 위한 지식과 인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1. 영재 조기발굴 및 육성 2. 국가 전략분야 지식개발과 인력양성 3. 기초과학 연구 활성화 4.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성 강화 5. 해외 고급인력 활용 및 국제교류 확대 6. 지식기반분야에서 여성인적자원 활용을 제고'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여성, 아동을 포함해서 인간과 인간의 지식이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가 규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장을 위한 지식이란 이윤을 창출하고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지식을 의미한다. 계획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영재나 여성의 노동력, 해외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의 개방성이 늘어나고 문화의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성적 구분이나 지리적 구분, 나이에 의한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남성 노동력 이외에도 새롭게 생겨나는 노동현장에 여성과 영재, 외국의 노동자까지 포함시킴으로써 남성노동자간의 경쟁이란 틀거리를 벗어나서 경쟁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려는 것이다.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은 현실의 여성 노동자의 실상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24) 지식기반산업에 종사하는 우수하고 훌륭한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엄청난 노동시간, 유연한 노동방식,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벤쳐노동자들이 숱하다. 영재라는 이름으로, 유능한 여성이란 이름으로 생산의 영역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어 혹사당하는 노동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4)

또한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위한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 '1. 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서비스산업분야 인력양성 2. 교육기관의 서비스분야 프로그램 활성화 3. 서비스부문 자격 확충 및 유통 활성화 4. 서비스 인력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평가인증제 도입 5. 면허 전문직 인력의 국제경쟁력 제고 6. 입직후 계속교육 강화'하겠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기술과 과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70년대 엄청난 양의 새로운 노동이 생겨났다. 1940년이래 전문·기술직 임노동자 비율은 6.4%에서 12.9%로 2배정도 증가했으며, 화이트칼라 사무직 노동자와 판매직 노동자는 23.6%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국의 대학과 노동계급』에서 데이비드 N.스미스는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잉여노동을 흡수하고 실업의 막아야 한다는 자본주의 필요와 관계가 있다"고 했으며, 나아가 사회 경제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업을 줄일 수 있도록 노동력을 재편하는 것이 필요해진다고 하였다. OECD(1999)만 하더라도 자동화와 효율화로 고용이 일부 감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시장 확대, 정보통신과 컨텐츠 등 관련산업 성장이 순고용 창출에 기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발달은 기술의 진행방향이 아니라,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라는 구조속에서 바라볼 문제이다. 인적자원의 개발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런 배경에서 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여러 가지 종류의 직종들에 대비하도록 훈련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끊임없는 기술의 변화는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수를 늘리겠지만,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력의 절대수는 줄어든다. 또한 과학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변화는 서비스산업에 종사는 이들을 언제든 일자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존재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온다. 곧, 자격증의 생명주기가 급속하게 빨라짐으로써 무덤까지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M. 애플은 자격증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자격증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라 말한다. 과거에는 자격증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수입을 벌어들였지만, 자격증이 범람하면서 모든 직종에서 자격증이 요구되게 되었다. 따라서 자격증 장벽이 높아갈수록 계급, 인종, 성적, 학력과 학력에 의한 장벽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이라도 자격증이 없으면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직업에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25) 그것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무능력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자격증을 갖추었는가 갖추지 못했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되어버린다고 그는 비판한다.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자격체제 구축 방안 연구」는 이런 측면을 잘 보여준다. 연구는 자격제도가 교육훈련시장과 노동시장을 연계해 주는 인적자본의 지표로써 기능할 수 있도록 자격제도를 개편하려는 내용이다. 연구에서 자격은 '사람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통한 인정체제'로 규정하며,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업자격 또는 기술자격, 기초소양, 교육훈련 이수결과를 모두 자격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또한 자격을 인문·사회분야, 사무·서비스분야까지 확대하고, 자격의 수준체계를 수립하며 학교교육의 이수결과(학위)와 연계를 갖는 새로운 자격의 틀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하기에 현장수요(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산업분야의 인력양성은 교육기관을 일자리에 필요한 훈련기관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노동자에게 재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끊임없이 전가하는 것이다. '평가와 인증'의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사교육시장을 더욱 팽창하게 하고,26)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려는 노동력의 선별을 강화한다. 나아가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노동력에 대해 '무능력자'로 낙인찍고, 그들이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여성, 아동,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희생자임은 당연하다.

5)

계획은 교육에서 전문직의 양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1. 전문대학원 설립·운영 활성화하고, 2. 국제협력을 통한 전문직 인력양성의 선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초학문분야는 학부에서, 전문직업 분야는 특화된 전문대학원에서 양성하는 체제를 정착하고, 정보통신, 패션등 고급 전문인력에서 전문인력을 우선 양성한다. 또한 MBA, IT관련 분야부터 외국 우수대학원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M.Hutchin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학교는 특정 직업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 배려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대학교는 등록자수를 늘리기 원하고, 학생수는 경제적 수익을 높여주기 때문이며, 또한 대학제도의 우월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무역업, 범속직, 경영직, 전문직은 경쟁을 억제하고 자신들의 특권을 높이기 위하여 대학교에 대한 이같은 배려를 촉진하고 있다."

'전문화'를 강조하는 경향은 교육기관의 학문적인 흐름과 무관하게 기업이나 사회적 수요라는 이유로 강조된다. 대학졸업장을 넘어 그 이상의 자격증을 끊임없이 요구함으로써 교육기회를 끊임없이 늘리고, 노동력의 차별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노동력의 위계서열화와 교육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가져와 '학력주의'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6)

계획은 산학연 중심의 '연구개발시스템 혁신'을 혁신하기 위해 대학을 산학연구개발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1. 테크노파크를 광역자치단체별로 1개 이상 조성하고, 2. '산학연 협동연구소'를 설치하여 산학연간 고급인력의 교류를 촉진시키고자 한다. 3. 국립대학을 기초학문과 국가전략 분야 중심으로 특성화하며 자율과 책무에 기반한 대학 운영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4. 대학의 등록금을 02∼04년까지 20%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의 공교육의 역할이 다른 어떤 부분보다 축소되는 곳이 대학이다. 05년 외국의 대학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대학간 구조조정은 상당히 빨라질 것이다.27) 문제는 재정적으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면 그 부분을 기업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메꾼다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연구와 지식생산이 공공성이나 공익보다는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자율을 이유로 대학운영의 책임을 대학에 맡긴다는 것은 결국 대학을 돈벌이기관으로 만들 우려를 커지게28) 한다. 둘째, 정원총량제29)는 학생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일부 인기학과위주로 학생을 편중시켜 취업이 잘 안되는 인문학과 기초학문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5. 인적자원개발이 교육에 미칠 영향

그렇다면 계획이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주요한 부분을 정리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자.

1) 교육의 사사(私事)화

교육의 공적 성격이 갈수록 퇴색하면서 이제 교육은 오직 개인이 해결할 문제로 둔갑한다. 자본 위기의 원인이 개인과 가정에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훌륭하게 전도되어버리고, 교육에 대한 공적책임은 사라진다. 결국 자본의 이해로 교육을 재편하려는 계획은 교육을 영원한 재생산기제로 만들 우려를 커지게 한다. 최근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고, 자율학교와 자립형사립고를 더 많이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2) 교육상품화의 가속화

계획과 시장개방이 함께 이루어지면, 교육은 시장의 상품과 같이 개인이 소비하는 영역이 되어버린다. 교육비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개인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따라서 더 높은 교육기회를 받기 위한 교육비, 재교육을 위한 교육비는 끊임없이 상승하여 개인의 책임으로 떨어진다.

3) 강력한 평가국가(evaluative state)

국가는 자본의 이해에 충실하게 따라가기 위해 노동력과 지식의 양성을 담당함으로써 재생산의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가는 사회적 필요라는 이유로 경제적 가치로 지식과 노동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강력한 통제를 담당한다. 또한 지식이 자본의 필요에 따라 상업화됨으로써 공공적이어야 할 지식은 시장에서 판매를 목적으로만 통용된다. 지식상품화가 거듭 된다면 사회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목적으로 한 지식이 보편적 이해를 위한 지식보다 우위에 서게 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통제사회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평가국가는 국가와 연합한 보수적 입장을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사회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사전에 배제하는 기능도 맡게 된다. M. 애플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평가국가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다양성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교육과정, 교수법, 구조, 학생에서 대안적인 것은 가치가 떨어지고 주류모델의 영향력만 강화되었다고 한다30). 또한 평가국가는 '도덕성의 강화'를 외치지만, 도덕성의 내용을 지배계급과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도덕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적하고 있다.

4) 자본 위기(실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기

서비스산업이 부흥하면 실업문제는 없어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불안정 노동이 더욱 많아지고, 이제 여성마저 생산에 편입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계획은 실업에 대한 책임을 개인의 노력, 학습의 결과로 돌리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은 취업기관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나가고 있다. 대학등록금을 일년에 천만원을 들이지만 그것도 모자라 오직 취업을 위해 사교육비를 더 들인다. 이런 구조에서 재생산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자리를 갖자'는 캠페인은 결국 비정규직이라도 수용하라는 압력이다.

6. 맺음말

인적자원개발에 관한 문서는 작년부터 엄청나게 많은 양이 제출되었다. 국가인적자원개발특별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안이 확정되었고, 국가인적자원정책위원회는 인적자원개발에 관한 정책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지만 인적자원개발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흔히 신자유주의 정책을 '자유주의'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자유주의정책은 아니다. 케인즈주의 정책은 자유주의가 만들어냈던 비극적인 파괴와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어떻게 체제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등장한 것이다. 국가가 '복지'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한다는 번지르르한 구호를 내걸고 등장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초기와 다르다. 초국적 자본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이미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유가 그들의 자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는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공공성을 공격하고, 해체된 공공성을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예를 들어 발전산업이 사유화(민영화)되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지만, 민중의 선택은 전기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지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아니다. 교육이 시장화되면 민중은 얼마간 어떤 학교를 갈지 선택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학교를 갈지 말지 고민할 수 밖에 없게된다.

정리해보면, 인적자원개발정책은 '평가와 인증의 강화',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를 강화함으로써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하고, 교육에서 공공성을 포기하는 정책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선별을 강화함으로써 교육이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성을 단지 국가의 재정책임(교육재정 확보)문제로 좁혀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식의 낡고 수세적인 대응은 이미 논리적 취약성을(교육재정을 확보하는 문제로 교육문제를 환원하는) 노출했고, 고루한 것이 되어버렸다.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주장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평준화나 교육비의 인상반대와 같은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자체를 상품화시키려는 정책에 대한 투쟁(자립형사립고, 맞춤형교육), 그리고 지식과 기술을 상품화시키고(학교기업, 전문대학원),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따른 인간주체 양성(교육내용과 교육과정 통제)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비판, 투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적자원개발정책이 교육을 한순간에 좌지우지하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주체들의 인식과 투쟁이 어떠한가에 달린 문제이다. 하지만 한가지 기억해야 할 일은 국가나 지배계급으로서도 교육정책을 한순간에 관철하기란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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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교육의 정치경제학』, 강순원, 한길사, 1990
2) 「국가인적자원개발 비전과 추진전략」, 교육부, 2000년 정책연구과제
3) 「21세기 지식강국을 주도할 국가인적자원개발 정책보고서」, 교육부, 2001년 6월 대통령보고서
4)「국가 인적자원개발 관련 핵심 추진과제」, 2002년 1월, 교육부 정책연구과제
5) 「국가인적자원개발 비전과 추진전략」, NHRD 비전과 추진전략 연구팀, 2000년 10월 교육부정책연구과제
6) 교육인적자원개발부 2001. 12. 17일 보도자료, 굵은 글씨는 인용자
7) 실업문제와 교육문제는 두 방향으로 연계가 된다. 하나는 '인적자원개발'의 기본철학에 따라 개인의 소득은 교육에 비례한다는 업적주의 신화를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개인이 일자리를 갖기 못한 것은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개인의 교육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따라서 대학과 사회교육기관을 통한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다른 하나는 문화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작년 김대중과 만났던 엘빈 토플러나 KDI는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비스업이 노동력을 흡수해야한다는 권고를 지속적으로 했다. 산업구조의 조정과 소비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서비스업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으며 실업을 흡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1월말 현재 교육서비스산업의(교육서비스업도 지식기반산업이다!) 취업자는 124만 9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8만 2천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수가 3.64%가 늘었지만 교육서비스 산업의 취업자는 2배 가까운 7.0%가 늘었다.
8) 교육인적자원개발부 2001. 12. 17일 보도자료
9) 인적자원개발정책은 변화하고 있는 사회를 '디지털경제', '지식기반경제'로 부르고 있다.
10) 지식기반경제의 허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교육비평』6호 강남훈 선생의 글과 '『신경제의 신화와 현실』, 이후'를 읽어보기 바란다.
11) 한편으로 신기술은 주식시장이 성장하는데 크나큰 기여를 하였다. 과학기술의 성장은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사라지게 만들어 풍부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여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한 신기술은 (환율, 금리, 주가 등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하게 되는 통화, 채권, 주식 등 기초금융자산이나 부채의 미래가치를 사고 파는 거래를 총칭하는) '파생상품'에 일반투자가를 참여시켜 주식시장을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곧, 파생상품은 고도의 첨단금융기법을 바탕으로 가치변동 위험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크다.
12) 『신경제의 신화와 현실』, 국제정책정보센터, 이후, 2001
13) 같은 책
14) 같은 책
15) 같은
16) 『월간 비정규노동』,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01. 08. 08
17) 전문대입시가 상당히 치열해지고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4년제를 나오고도 전문대에 입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문대가 이토록 각광을 받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개인 취업의 부담이다. 곧, 전문대 교육이 각광을 받는 이유를 유심히 보면 이른바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맞춤식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인력은 재교육비용이 높지 않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력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싼 값'에 쓸 수 있고,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인력이어서 그리 부담이 없다. 이런 요인들이 고용형태를 유연화하기에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18) 더욱 놀라운 사실은 노동감시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노동부가 'CCTV설치는 재산권 보호를 위한 사용자의 권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실이다.
19) 2001년 10월 30일「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식경제의 전망과 인적자원개발 과제'」정책토론회, '교육인적자원개발의 기본과제와 방향', 박세일. 그런데 박세일이란 인물이 누구인가? 5.31교육개혁안을 만들었을 때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었던 박세일은 시장원리로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인물이다. 그는 대학설립과 정원자율화 부분에 관련해서 시장경제원리 도입을 주장하여 완전 자율화 할 것을, 고교 평준화도 학생선택권 확보를 위해 완전 해제하자고 주장했었다.
20) 아래의 논지는 강순원 『한국교육의 정치경제학』, 한길사, 1990을 참조하였다.
21)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생략한다. 기본적인 내용은 99년에 나온 교육개발5개년계획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몇가지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 대한 해설과 비판은 2002년 2월 28일 전교조에서 나온 「수능-7차 선택형 공청회 자료집」중 조진희 "교육 시장화 정책의 현 상황"을 보기 바란다.
22) Rethinkingschool, volume13, no.3, 1999년 여름
23) Dewey는 직업훈련을 편협하고 비자유적이라고 생각하여 비판한다.
24)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나씩 이루어진다손 치더라도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여성의 사회진출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공적비용의 축소와 생활비의 상승 때문에 여성마저도 일자리를 갖게 만듦으로써 '가족의 위기'와 '여성의 위기'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작년 11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등 모성보호 관련법들이 시행되어, 60일이던 여성 근로자의 산전후 휴가일수는 90일로 늘어나며, 1년 이상 재직자 가운데 1년 미만의 영아가 있는 근로자는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으며 월 20만원의 육아휴직장려금이 지급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배려의 이면은 어떠한지 살펴야 모성보호법이 진정으로 남녀평등을 위한 법률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우리나라 여성의 변화하고 있는 고용형태를 살펴보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나온 『월간비정규노동』01년 8월호에 따르면, 여성은 정규직 1,387,000명(26.7%) 비정규직 3,815,000명(73.3%)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비정규직의 형태는 일반임시직(2,033,000명), 임시파트(377,000명), 독립도급(367,000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월평균임금이 665,000원에 그쳐, 정규직 전체 평균의 42.4%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의 노동실태는 어떠한가. 한겨레신문 02년 1월 22일자에 따르면, " 특히 계약직, 연봉제,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조건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성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상담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인데 임시직이란 이유로 산후휴가가 무조건 28일이다. 산전휴가는 꿈도 못 꾼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에서 연봉제로 일하고 있는데 사규에 출산휴가 때 급여를 기본급의 70%만 준다고 정해, 부당하다고 항의했더니 연봉제 노동자는 출산휴가 때 해고해도 무방하다고 윽박지른다."
  여성노동자회협의회 이정희 사무국장은 "모성보호 조항은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리인데도 최근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재계약 불이익 등을 우려해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사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행정감독의 강화와 부당고용 사용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법이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 동안 가장 많은 상담사례는 고용 관련으로 전체의 59.2%(1492건)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여성의 사회진출 어쩌고 하면서 이른바 성공한 여성에 여론의 집중조명을 맞추는 것은 대다수 불안정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의 소외를 낳고, 그들의 처지를 개인의 능력으로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이러한 비정규노동을 찾아나선 여성의 상당수는 생계형이나 생활비(특히 교육비)를 벌기 위한 것이기에, 여기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가족'과 '여성'에게 어떤 위험을 주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된다.
25) 사실 임용고사에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가산점 때문이다. 자격증이 일하는데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는가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자격증으로 능력(교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 인간을 못 믿어서인가, 자격증만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가.
26) 취업 준비생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연간 100만원 이상을 취업을 위한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한 대학교 교육학대학원에서 발표한 '대학생 취업준비 과외학습의 유형과 비용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도 취업준비생의 절반이 취업을 위해 어학학원 등의 과외학습을 받고 있으며, 대학 4년 동안 취업준비 사교육 비용으로 1인당 평균 1260여만원을 쓴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겨레> 2002년 2월 20일자
27) 이상하게도 정부는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설립기준과 정원자율책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자율화의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 대학의 수요가 이미 포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대학간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전문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8) 이와 관련하여 박정희 정권 당시 교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제정된 사립학교법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3년 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학에 대한 통제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립대학의 정원초과 모집, 사학법인의 무질서한 학교운영과 같이 당시 사학은 공공성을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