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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격동의2002년 교육정세

2002.03.31 20:20

정세분석팀 조회 수:1146 추천:4

격동의 2002년,

격동의 2002년, 교육정세

정세분석팀

Ⅰ. 시장화 공세의 격랑
1. 저항을 멈추자마자

○ 2001. 12. 17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 대통령 보고

○ 2001. 12, 28 7차교육과정에 입각한 선택형 '2005년 수학능력시험' 확정안 발표

○ 2002. 1. 14 WTO 각료회의에서 2003년 3월까지 각국이 '서비스분야 양허안' 제출키로 합의

○ 2002. 1. 17 대학교육협의회 '기여 입학제' 의견 수렴키로

○ 2002. 1. 31 진념 "평준화 문제있다. 차라리 일제시대 교육이 좋아..."

○ 2002. 2. 13 '기여입학제, 평준화 해제, 학교등급제, 사립과 학원 동일화' 등의 내용이 담긴 KDI 비젼 2011 보고서 제출

○ 2002. 2. 14 교육인적자원부 '자립형 사립학교 확대 방안' 발표

○ 2002. 2. 25 한나라당 평준화 단계 해제 주장

○ 2002. 2 ∼ : 충남, 전남, 제주 등 고입시험 부활 예고와 이에 대한 대응 투쟁

○ 2002. 3. 1 전학 대란 일제 보도

○ 2002. 3. 6 농어촌 소재 고교 등 '자율학교 확대' 방안 발표

○ 2002. 3. 12 외국인 학교 설립과 입학 요건 완화

○ 2002. 3. 19 보충 허용, 자립형 요건 완화 등이 담긴 공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

○ 기타 : 평준화에 대한 보수언론, 시장주의자들의 집중 공격 진행 중

학업 성취도 평가 실시

기간제 교사 급격 확대

7차 관련 사립에서의 구조조정 사안 서울 영동여고 첫 발생

올 6월까지 서비스(교육분야 포함) 분야 개방 양허 요구 사항 제출

(이후 2003년 3월까지 양허안 제출)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선 2001년 하반기 '교육시장화 저지' 투쟁은 8만여 성과급 반납, 1만 2천여 여의도 연가투쟁과 파업불사 의지 천명으로 상징되듯 그 규모와 수위에 있어 전교조 역사상 최대의 양상으로 전개된 투쟁이었다. 그러나 투쟁은 시장화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만큼 더 전진하지 못하였고 뚜렷한 성과를 안아오지도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잠시 2001년 하반기 초중반, 전교조 총력투쟁의 파고가 교육정세를 뒤흔들고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던 시기 - 정권 측은 당황하였고, 부분적으로 후퇴(자립형, 성과급 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정책 일정을 유보하면서 전교조를 달래고 윽박지르기도(교섭 타결 추진)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그야말로 '잠시'에 불과하였다. 투쟁과 저항이 멈추자마자 시장화 공세는 이내 재개되었고 칼자루는 다시금 저들이 쥐고 있었다. 저들의 재공세는 2001년 12월 28일 단협 조인식을 하던 바로 그날! 버젓이 교육시장화의 기관차가 될 '2005년 7차 선택형 수능'을 발표하는 아이러니한 사건서부터 다시금 전면 본격화되었다.

최근에 터져 나온 '보충 자율화' 문제도 시장화 공세와 무관하지 않다. 보충 자율화는 직접적인 시장화 정책은 아니지만 학교의 입시기관화, 왜곡된 수요자 요구의 반영, 학교로의 책임 이전 등 시장화 정책의 내용적 맥락과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다가올 학교간 경쟁 체제를 예비하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암암리에 시행되던 것을 학교장 재량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보충은 곧장 치열한 학교간 경쟁 영역이 될 것이다. 서로 더 입시에 적합한, 서로 더 많은 보충이라는 교육 파행 속에 본격적 학교 경쟁의 전초전이 벌어진다. 2005수능-7차-경쟁적 보충-학교평가 등이 결합된 끔찍한 학교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화 공세는 7차와 새수능, 학력평가, 자율학교, 자립형 확대, 고입부활 추진, 기간제 확대, 인적자원개발 계획, 비젼 2011, 교육개방, 평준화에 대한 집중 공격들 등등 정신차리기 어려운 정도로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공세의 내용 또한 커다란 교육구조와 제도에서부터 미세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이처럼 전방위적 시장화 공세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것은 지난 우리의 총력투쟁 시기 유보되었던 일정이 다시 재개되고 이미 예정된 사안들이 겹치고, 거기에 새로운 사안들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집중, 전면, 파상' 공세이다.

2002년 전면공세는 기본적으로 지난 95년 교육개혁안에서 제출된 1단계 교육시장화 구도 완성을 향해 치닫는 것이다. 이같은 공세의 양상은 이미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교육시장화 정책 일정상 그리고 어떻게든 현정권 임기 중 95년 구도를 일정하게 마무리하려는 정권의 의지를 감안할 때 올 일년 내내 교육정세를 관통하게 될 기본 흐름이 된다.

2. 폭우속에 태풍까지

현재의 공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95년 구도의 완성을 향한 전면 공세속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교육시장화 정책 구도가 새롭게 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원개발 기본 계획, 비젼 2011, 교육개방 등이 그것이다.

95년 구도는 물론 교육시장화의 본질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시장화 정책이 실제적으로 전면화 한 것은 아니었다.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도 경쟁과 시장원리를 깔고 있지만 주되게는 수요자중심, 선택, 다양성 등 주로 상징적 이데올로기와 원리를 제출하는 것이었고 구체적인 시장원리 관철과 구조조정 정책은 주로 대학에 맞추어진 것이었다. 초중등의 경우에는 시장원리 관철 자체보다는 교육과정과 교원정책 정비 등 그 전제 조건 형성과 자립형 등 부분적 거점 마련에 초점이 두어졌다.

반면 새로운 구도는 95년 구도와 지금까지의 시장화 공세를 기반으로 한층 노골화되고 직접적인 개념과 원리, 시장화정책을 제출한다. 교육을 아예 인적자원개발 문제로 치환하고 있으며, 교육을 움직이는 원리로 시장원리와 이윤 개념을 직접 도입하고도 있다. 비젼 2011의 경우 사학과 학원과의 동일화, 기여입학제, 평준화 해체 등을 적시하면서 시장원리에 따른 교육을 직접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교육개방은 '국내' 차원을 넘어서는 시장화 구조와 조건, 동력을 부여한다. 새로운 구도의 핵심은 교육의 완전한 경제 종속하에서 '초중등교육의 실제적 시장화'와 교육개방 구조를 이룩해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화 구도 속에서 급격히 부상한 것이 평준화에 대한 집중 공격이다. 평준화를 해체해야 초중등교육의 실제적 시장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준화에 대한 경제부처와 교육부의 설전을 보면 마치 이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화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시장화로 나아가는 속도에 대한 부분적, 일시적 견해차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평준화의 골격을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내놓은 자립형 확대 방안을 보라! 평준화의 사실상의 해체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어차피 7차가 완성되면 평준화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저들은 지금 당장 평준화 해체를 목적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데올로기적 공격을 통해 평준화 해체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향후 본격적인 초중등교육의 시장화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평준화에 대한 공격은 새로운 구도로 나아가는 이데올로기적 연결 고리인 셈이다.

이처럼 지금 현재 시장화 공세는 95년 구도의 완성 과정과 새로운 구도의 형성이 함께 얽힌 채 진행되고 있다. 두 구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구체적인 고리들은 세 측면에서 포착된다. 제도적으로는 '2005수능과 7차, 자립형'이 핵심이다. 이들은 시장화의 전제 조건을 형성한다.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평준화 문제가 주요 지점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대선 국면인데 제도적 실현과 이데올로기적 공격 속에서 대선을 통해 정책방향화함으로써 노골적인 교육시장화 정책을 공고히 해 나가려 하는 것이다.

Ⅱ. 각 계급의 대응과 주체의 상태

정권 측의 교육 시장화 공세는 공교육을 둘러싼 각 집단의 이해 관계 및 대립의 새로운 조건과 판을 형성하면서 이에 대한 각 계급 및 주체의 대응과 새로운 행동양식을 야기하고 있다.(상황이 변하면 사람들의 행동 양식도 변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상황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육시장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교육시장화는 '교육에 대한 소비자적 구매 욕구와 소비 행위'에 기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교육시장화 정세에 대한 각 계급 및 주체의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2002 교육정세의 역동성과 중대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1. 과잉 행위, 과소 대응

교육시장화 정책과 공세는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행동과 관련된 두 가지 조건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첫째, 이전까지 매우 공고한 것처럼 보여왔던 형식적 교육기회 평등의 가치마저 크게 뒤흔들고 있다. 그럼으로써 교육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한 요구가 매우 쉽게 분출되는 상황이 조성된다. 예컨대 지배세력과 부유층의 '밥'이 되고 있는 평준화에 대한 비난 자체도 그렇거니와 그 와중에 특권화된 교육 욕구도 서슴없이 드러낸다. 교육공공성이 만만한 상대가 된 것이다. 둘째, 경쟁력 이데올로기 속에서 한 층 심화된 학벌주의, 학력 및 자격증 인플레이션을 통해 교육의 상품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사활을 건 교육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교육을 생존의 차원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교육에 대한 과도한 행위가 유발되고 왜곡된 요구마저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정당화하는 동력을 부여한다.

이 속에서 부유층의 경우 조기교육, 사교육 증폭, 유학 열풍 등 과잉 행위가 표출되고 있으며, '교육을 따로 받게 하라'는 계층적 분리 요구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소위 전학 대란으로 불리워진 사태의 본질도 사실은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과 계층으로 자신들의 교육공간을 집중하려는 행위인 것이다.(제도언론은 이를 두고 평준화의 문제로 부각시켰으나 실체적 진실은 그동안의 다양한 입학 전형이라는 미명아래 내신의 실제적 의미가 줄어들고 수능 문제가 학교교육과 유리되는 등 평준화 정책의 기초가 상실되어 온 때문이다. 학교교육과 내신의 의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유층으로서는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으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즉 전학대란 사태는 평준화의 문제가 아니라 평준화의 위기로부터 빚어진 것이다) 이처럼 교육시장화 정책은 부유층의 과잉 행위와 계층적 분리 욕구를 유발하고, 언론을 통해 증폭되면서 교육시장화를 촉진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배계급의 경우 자본과 정권만이 아니라 개별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이렇게 분명하게 표현하는 반면 민중은 교육정세의 흐름에서 소외된 채 자신들의 정당한 교육요구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포섭되어 뱁새 가랑이 찢어지듯 부유층의 과잉교육 행위를 모방하고 있으며 또 일부는 불평등교육과 계급, 계층의 대물림을 숙명화 한 듯 무관심하며, 다수는 교육시장화 공세의 주도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언가 이상한데..' 불안해하면서 관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과소 대응 속에서도 사교육비 문제 등 불만과 불안은 점증하고 있으며 지배세력의 집중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준화에 대한 지지가 60%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보이듯 교육평등에 대한 요구는 광범하고 뿌리깊게 존재한다.

교사대중의 상황도 비슷하다. 교육시장화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부분, 저항하는 부분, 무기력한 부분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놀랍게도 교사들의 경우 바로 자신들의 노동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무관심,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는데 사실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오직 '아무리 절절한 이해와 요구라도 결코 저절로 조직되지는 않는다'라는 평범한 투쟁의 진리를 보여줄 뿐이다. 다만 교사대중의 경우 전교조라는 유력한 조직과 지난 2001 하반기 총력투쟁 등 대중적 투쟁 경험이 있음으로 해서 일정한 계기와 조건이 주어진다면 대대적 저항으로 보다 용이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2. 민중과 지배세력의 교육 대회전

요컨대 현 상황은 단지 몇 가지 잘못된 교육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교육시장화냐/공교육강화냐를 놓고 전계급적 수준에서 이데올로기 공방에서부터 미시적인 교육방법, 평가에 이르기까지 대립하고 있다. 대립의 형태도 정책 대립, 여론 획득전, 조직적 저항과 탄압만이 아니라 개별적 행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이 같은 교육을 둘러싼 총체적 대립의 진행과정과 결과는 향후 한국교육의 근간을 재규정할 것임에 틀림없다. 일부에서 말하듯 지금의 대립은 기존 교육체제의 고수냐/신자유주의적 시장화냐가 결코 아니다.(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적어도 실천적으로는 교육시장화를 옹호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어느 누구도 기존 교육체제의 고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이미 형식적 교육기회의 배분만으로 민중의 교육적 요구를 포섭해보려는 기존의 교육체제는 파탄났다. 교육민주화운동에 의해서는 비민주적, 반민중적 교육체제로 부정당해 왔으며, 작금에 이르러서는 지배세력에 의해서도 눈꼽만한 기회 평등마저 부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립의 본질은 교육기회의 형식적 배분을 넘어선 제대로 된 공교육강화, 민중교육권의 확대인가 아니면 그마저 박탈당한 불평등 교육시장화인가라는 근본 방향과 요구의 차이에 있다. 기존의 교육체제가 무너져 나가는 상황에서 어떤 교육이 들어설 것인가를 놓고 민중과 지배세력간의 총체적 교육 대립이 지금 이 시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3. 잠에서 깨어나는가

불행하게도 대립의 내용적 치열성이 아직 직접적인 대립 투쟁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다. 치열하게 싸워도 이길까 말까한데 제대로 된 싸움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민중과 교사대중의 교육적 이해, 요구는 전교조 등을 통해 그것도 제한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을 뿐이다. 거대한 민중의 교육투쟁 동력은 아직 잠자고 있으며 교사대중의 저항 역시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저항과 투쟁동력의 잠재화는 두 측면에서 존재한다. 우선은 발생하는 현안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자신들의 정당한 교육권에 대한 권리의식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부유층 지역의 학원가에서는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2005수능과 7차' 설명회가 열리는데 다수의 민중은 물론이고 고1 담임을 맡은 교사들조차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극단적 대비가 나타난다. 이미 불평등교육에 익숙한 농어촌 지역의 교육주체는 '이미 나쁜데, 더 나빠질 것이 무엇인가'라는 듯 체념하는 부분도 있다. 어차피 보리밥만 먹어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보리밥에 돌까지 섞이는 상황에도 별다른 대응이 없다. 교육시장화에 맞선 역동적인 투쟁 동력은 과연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 뒤척이는 주체

아마도 발생하는 현안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과 투쟁, 저항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은 어차피 불가피하며 전교조는 물론이고 일부 사회단체들도 기본적인 입장 표명과 대응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백전백패다. 현 시기 교육정세의 전체적 흐름과 구조를 꿰지 못한 채 바둑 손 따라 두듯이 신자유주의와 지배세력이 주도적으로 발생시키는 현안들을 뒤 쫓아다니면서 대응해서는 결코 교육시장화 공세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제대로 된 강력한 대응도 아니고 사람들과 대중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만큼 싸운다면 최소한의 방어조차 하기 힘들다.

2002년 교육시장화 저지 투쟁을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과 민중의 투쟁 동력을 일으키기 위한 의식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올 1년을 관통하는 투쟁 계획과 결의의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식적인 노력이 '말'이나 '문서상의 계획'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의식적인 동력의 확대 역시 현실의 사안, 계기와 결합해야 한다. 현안에 대한 대응과 투쟁을 정확히 하는 가운데에서 올바른 인식과 동력 강화, 확대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 속에서 단지 현안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교육권에 대한 진정한 권리의식을 조직하는 것을 통해 잠재된 저항과 투쟁동력을 일깨워야 한다.

● 흔들어 깨워 일으켜야

현 시기 교육정세에서 현안을 넘어선 근본적 권리의식의 형성, 민중교육권 확보 요구의 제출은 매우 중요하다. 동력을 넓히고 높이기 위해서도, 현안에 대한 올바른 대응과 승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교육에 대한 계급, 계층적 이해, 요구가 근본적, 총체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단지 현안에 대한 대응을 잘 조직하는 것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민중교육권 확보 요구 없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현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수세적 양상을 띠게 되며 수세적 방어는 결국 패배로 귀결된다. 예컨대 평준화 문제에 방어적으로 대응할 경우 항상 결론은 '평준화 문제의 시장적 보완'이다. 그것이 자립형 사립과 자율학교 확대 아닌가. 우리의 주장은 보다 공세적으로 '기존 평준화 체제의 실제적, 평등적 발전'을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농어촌 지역 등 불평등한 교육환경 개선, 대입개선, 내신 강화 등 상급학교 진학에서 지역간, 학교간의 차이를 실제로 해소하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0교시와 보충, 2005수능과 7차, 교원유연화 문제 등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권리인식의 제고에 따른 '방어를 넘어선 공세' 역시 현안과 계기,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안을 통한 투쟁 속에서 '보리밥도 서러운데, 돌멩이가 웬말이냐!'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쌀밥을 달라!'는 요구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할 때, 잠재되어 있는 거대한 투쟁의 에너지를 광범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시장화라는 방향 자체를 흔들어버림으로써 승리의 토대도 강화될 수 있다. 그 점에서 현 시기 새 수능-7차, 자립형 등의 핵심적 교육시장화 정책과 현 대립의 성격은 그 같은 발전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내포한다.

Ⅲ. 2002 교육정세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 시장화 공세 + 대선

교육시장화 전면 공세 외에도 2002 교육정세를 규정하는 큰 계기와 조건으로 대선이 있다. 교육정세와 관련 대선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째, 현 시기 교육투쟁의 의미가 정치적, 정책적으로 대선 국면을 통해 증폭된다는 것이다. 잘 싸워 성과가 있을 경우 성과의 의미도 증폭되고, 못 싸워 질 경우 패배의 아픔도 더 뼈저리다. 현 시기 대립의 결과는 각 정치 세력과 차기 정권의 교육정책에 반영됨으로써 앞으로 상당 기간 교육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 대선 공약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투쟁과 총체적인 공방이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활용 가능한 전술 공간으로서의 의미이다. 대선 국면의 성격 상 웬만한 투쟁으로는 표시도 잘 안 나지만 노골적 탄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구사할 수 있는 전술 폭이 커지며, 제대로 싸울 경우 전술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 정치적 성과를 충분히 안아올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2. 최대 투쟁만이 유일한 길

지금 당장은 전교조와 교사대중, 민중이 거의 절대적 열세이다. 시장화 정책의 진전 정도, 상황에 대한 주도권과 역관계, 각 계급과 주체의 대응 정도 모두에서 그러하다. 그 점에서 앞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이 일정하게 남아 있고, 발생하는 현안들에 대해 일정하게 대응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더라도 시장화 공세를 저지하기는 참으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비록 올해 7차와 자립형 등 교육시장화 공세를 완전히 못 막아낸다 하더라도 최대한의 투쟁과 저항만이 교육시장화 정책에 타격을 입히고, 이후 민중교육권 확보와 공교육강화의 방향으로 틀 수 있는 반전의 근거를 마련하는 유일한 길이다. 2002 교육정세는 너무도 중요하다. 싸우는 만큼 근거와 힘이 마련되는 것이며, 따라서 해낼 수 있는 최대한 싸워야 한다.

최대한 싸우기로 마음먹는 순간 다시금 희망은 생겨난다.(많은 경우 전망이 없어서 못 싸우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지 않으려 함으로써 전망을 상실시킨다.) 사실 전망이란 주체의 전망이며 전망도 주체의 상태나 의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의 발전노조 파업투쟁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덩치 큰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조그만(?) 발전노조 혼자 파업을 지속한다고 했을 때, '일부 소수의 좌 편향에 이끌린 모험주의'로 느꼈을 것이다.(솔직히 적지 않은 사람들은 민영화 반대를 위한 공기업노조 파업투쟁 자체를 객관적 전망 없는 모험주의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발전노조는 강고한 단결 투쟁으로 정국을 휘어잡았으며, 교섭결과나 탄압에 상관없이 이미 많은 정치적 성과를 획득해 나가고 있다.

교육시장화 저지에 대한 교사대중과 민중의 투쟁 동력 역시 현재의 국면에서 역동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다. 교육평등,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요구는 넓고 크며, 그 동안 쌓여 온 불만도 많다. 또한 수능, 7차, 0교시와 보충, 평가, 구조조정, 고입 부활, 귀족학교 등 터지는 사안들도 굵직하고 예민한 것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교육선전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각 종의 사안들에 힘있게 대응해 나간다면 지난 2001 하반기를 능가하는 광범하고 강력한 투쟁이 가능할 것이다. 있는 힘과 지혜를 다 모아 교육시장화 공세에 맞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