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1호 인권교육의 도전

2001.11.08 14:12

류은숙 조회 수:1341 추천:4

인권교육의 도전

인권교육의 도전

류은숙(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국가인권위의 시대

소수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인권교육이 국가 기관에 의해 적극적으로 시행될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 시대가 가져올 인권교육의 내용과 형식, 교육의 질과 효과가 무엇이 될 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신에 찬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대는 눈앞에 와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2001. 5. 24.법률 제6481호)되었고 오는 11월 25일 시행될 예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관장하는 사무에는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가 명시돼 있고, 그 소속기관으로 인권연구교육원 및 인권자료실이 설치될 계획이다. 인권연구교육원이 관장하는 사무는 인권문제에 관한 연구 및 교육의 촉진, 인권관련 정보의 생산 및 제공, 인권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인권분야 연구 인력과 교육인력의 양성, 인권강사은행 운영,  인권학교 운영, 사이버 인권학교 운영, 순회 교육인권 기타 시범교육의 실시 등이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 교육과정에 인권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협의할 수 있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6조 2항)는 규정에 따라 일선 학교에 인권교육이 도입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파행과 밀실작업으로 점철된 국가인권위 설립과정을 차치하면 인권교육을 수임사항으로 하는 국가기구의 설립은 국제사회의 인권교육 시행 권고를 이행하는 작업의 출발을 알리는 증거로 볼 수 있다.

1994년 유엔 총회는 '인권교육을 위한 유엔 10년(1995-2004)'을 정하고, 그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제시했다. '국가행동계획'은 인권교육을 실행하려는 국가가 그 첫 단계로서 인권교육을 위한 국가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인권교육에 관한 기초연구, 우선순위의 설정과 인권교육을 요하는 필수집단의 선정, 국가계획의 개발·이행·검토와 수정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밟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문제는 무엇 때문에 국가가 인권교육을 해야 하며, 이런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인권으로서의 인권교육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을 알고 이를 행사할 수 있을 때 인권은 비로소 권리일 수 있다." (Hugh Starkey, 1994)
우리에게는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권리를 아는 사람만이 권리를 행사하고 자신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교육은 모든 권리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 권리이다. 어떤 권리가 존재할 때 국가는 국민이 가진 그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며, 적극적인 보장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진다.

국제인권장전은 인권교육을 모든 사람이 가진 인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즉, 세계인권선언에서는 "모든 사람의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이 교육의 목적은 "인격의 완전한 발전"과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조약 및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조약에서도 "인권과 자유에 대한 보편적 존중과 준수를 촉진시킬" 정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의무라고 하지만, 혹자는 국가에 의한 인권교육 실시에 대해 모순과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권력 남용과 인권침해의 주체가, 현 사회구조의 변화보다는 유지를 원하는 주체가 인권교육을 한다는 것은 일면 모순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의 역사란 인권을 가진 주체들의 투쟁과 지배 계급의 힘이 충돌하면서 빚어져온 것이다. 지배세력은 인권을 가급적 형식적으로 그리고 강제력 없는 '선언'으로 취급하여 해왔고, 인권의 주체들은 선언이 아닌 실질적 권리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에서 말한 국제인권장전에 쓰인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국가가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권리로서 등장한 것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모른 척 하던 국가가 나서서 국민이 가진 권리, 다시 말해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를 '자인'하고 그것을 교육 내용에 포함시킨다는 것, 경찰 등 공무원에게 그들이 존중해야 할 국민의 인권을 주지시키고 훈련시킨다는 것은 분명한 발전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우리가 원하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다.

 

인권교육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

인권교육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인권교육이 당면한 장애요소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요구된다.  
인권교육은 인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를 발견하고 도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인권교육이 중요시하는 '비판적 사고'와 '역사 인식'은 단순히 인권에 대한 지식의 습득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권력관계와 사회세력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인권교육은 그것을 반대하는 진영의 두려움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한 갈등이 형성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자칫하면 인권교육이 국제인권법 등의 기준을 건조하게 나열하고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와 '거리 두기'로 인권교육이 다뤄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인권교육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든지 꺼려하든지 간에 공통으로 우려하는 문제가 있다. 인권교육의 분석 대상이 되는 대개의 인권문제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종종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가 많다. 이런 부정적 요소는 학생들에게 무력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하면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의 제공과 구체적 실천방법의 개발을 인권교육은 요구받게 될 것이다.

셋째, 현실 속의 학교나 사회는 인권의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인권교육을 수용할 만한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규율과 통제의 대상인 학생에게는 일체의 시민·정치적 권리가 제한되고 있으며, 사상과 가치의 자유로운 논쟁과 선택은 학교에서 꿈꾸기 어렵다.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일방통행의 관계 속에서 인권과 그 가치는 자주 무시되고 학생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또한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교권의 실추나 공교육의 위기를 들고 나오는 교사 집단들의 문제의식도 만만치 않다. 교권과 공교육의 위기 문제가 학생의 인권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없을 것인데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과 갈등 양상으로 논의가 번지는 것을 보게된다.

인권교육을 담당할 주체들이 학생의 인권에 대해 민감해지지 않고서야 인권교육의 전략이 아무리 뛰어난다 한들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집단이 인권교육의 내용과 전략을 고려함에 있어 학생 인권에 대한 존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인권교육은 민간 인권운동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인권운동이 인적·재정적 취약성을 안고 있고, 자체의 인권교육 전략과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 건설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돼왔다. 국가인권위 설립과 함께 갑자기 생산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국가인권위의 선택적인 배제와 수용은 인권운동단체들의 역량을 끌어 모으기 어려울 것이며 이것은 인권교육의 분명한 장애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인권교육이 추구해야 할 원칙

인권교육의 실현을 방해하는 장애요소들을 맞닥뜨리는 가운데 인권교육이 추구해야 할 원칙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인권교육이란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 강화', '인격과 인간 존엄성의 완전한 발전 추구' 및 '모든 사람의 효과적인 참여'를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전달 및 태도의 형성을 도모하는 교육이다. 즉, 인권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권과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게끔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운명 지울 수 있는 힘,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인권의 원칙에 기초한 사회적·국제적 질서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인권을 이해하고 인권의 가치를 행동에 옮기도록 돕는 것이 인권교육의 목표이다. 그래서 인권교육은 인권에 관한 '지식'과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기술'과 인권을 통한 '가치 및 태도'의 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인권교육이 취할 방법론은 자명하다. 인권교육은 학생의 욕구와 관심, 경험, 문제에 기초한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심각하게 사상과 사람과 행동을 평가하는 '비판 능력' 개발에 초점을 두고,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대화 속에서 참여하고 의논하며 결정하는 것을 최상의 학습법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가는 인권교육의 실행주체로 나섰는데 그 실행에 비판적으로 개입해야 할 교육계와 인권운동계의 준비 정도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인권교육 기본 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인권에 관계된 개인과 단체의 의견이 충실하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인권교육은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이 추구해야 할 것이므로, 국가가 공식적인 영역에서 인권교육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비공식 부분과 모든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인권교육의 중요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인권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