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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한국학력주의체제와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

2001.07.12 14:39

홍은광 조회 수:1575 추천:5

(1) 국공립대 통합론

한국 학력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

홍은광(진보교육연구소, 대학교육 실장)

신자유주의는 현재 한국 사회 재편의 방향이며, 교육 체제,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실물화되고 있다. 한국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한국 사회의 '학력주의'라는 문제를 보다 심화시키면서, 대학교육에 강력한 불평등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또한 그 구체적인 과정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비민주적인 교육운영 등의 문제들로 인하여 더욱 가속·심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 과정이 기존의 학력주의 문제와 결부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 '학력주의'의 개념, 한국 학력주의 체제의 특징

1) 학력주의 체제의 기본 개념

김부태(1995)에 의하면 '학력 사회'란 '봉건 사회가 근대 사회로 이행되면서 학력이 사회 권력 구성의 핵심적 지표가 되고, 이러한 사회의 객관적 조건에 상응하는 학력주의가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된 사회'를 말한다. 이를테면 학교 교육의 능력(업적)주의 실현에 대한 신뢰와 사회적 효율성을 함의하는 '학력'(학교 교육의 결과)이 사회 구성의 기초로 작용하게 되고 이것이 정당화된 사회를 말한다. 여기서의 '학력'취득의 과정에는 개인의 지적 능력이나 노력뿐만이 아니라 그 개인이 처한 사회 경제적 배경 요인들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학력주의 체제에는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력은 교육의 단계적 수준과 동일 수준 내의 내적 층화라는 각각의 초점에 의해 '종적 학력과 횡적 학력'으로 구분되기도 하고, 학력에 부여하는 가치와 능력관에 따라 '실질로서의 학력'과 '형식으로서의 학력'등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경우 학력이 전문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능적 학력사회'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비하여 일본은 전문적인 능력이라기 보다는 일반적 능력과 특정 학교 출신을 중요시하는 '상징적 학력사회'에 가깝다.

2) 한국 학력주의 체제의 특징

학력 주의 문제는 한국 교육 구조에서 신자유주의의 대학 재편 이전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한국은 학력이 사회 권력의 핵심적 지표로서 작용하는 '학력주의 사회'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능력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로서의 '학력'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구조화된 가치 척도인 '학교력(學校力)'이 중심이 되는 사회이다.

이전의 학력주의가 중졸, 고졸, 대졸 등의 각 학제간의 사이에서의 학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종적 학력), 현재의 학력주의는 대학교육의 대중화와 대학 사이의 서열 구조로 인한 '학벌'중심(횡적 학력)의 학력주의 체제이다. 이 횡적 학력주의 체제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로 전체적으로 상위단계의 학력 편차로 이루어져 왔으나 '평준화 '정책으로 고등학교까지의 동일 단계에서 이러한 횡적 학력체제는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고등학교까지의 횡적 학력주의가 거의 사라지고, 대학교육의 대중화가 일어나면서 고졸과 대졸사이의 학력 편차보다는 대졸 사이에서의 학력 편차인 '학벌중심 횡적 학력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다.

현재의 한국 학력 체제는 대학 서열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하는 서열적, 독점적 대학 구조에서 기인한다. 해방 이후 경성제국 대학과 여러 전문학원을 결합하여 만든 '국립 서울대학교'는 미군정기와 한국 전쟁 이후의 교육원조를 독식하면서 한국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강화해 왔으며, 이는 현재에까지 계속되어 왔다. 일반 고등교육법이 아닌 '서울대 설치령'의 존재는 서울대가 일반 국립대와 다른 차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울대를 위시한 한국 대학 구조는 마치 재벌의 구조와 비슷하게 모든 영역에서 독점적이고 차별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해 왔으며, 이는 학력주의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에 더하여 연구중심 대학의 출현과 함께 대학원과 대학의 종적 학력 차이와 대학에서의 횡적 학력차이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흐름과 기존의 학력주의적 구조가 결합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사회의 학력은 능력과 기능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적·상징적 의미가 더 강한 '상징적 학력사회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학력주의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조건이 학력이 가진 직접적인 기능적 조건에 우선한다는 것을 말하며, 한편으로는 학력이 지배 집단의 지배의 정당성 확보와 피지배 집단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말한다.

2. 한국 학력주의 체제와 한국 교육의 비정상화

1) 한국 학력 사회의 모순적 사회 조건과 교육문화의 '학력 제일주의화'

한국 학력 사회는 모순적 사회 조건을 동반하여 왔다. 즉, 학력을 얻는 '학력 획득 기회의 불평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간, 성별, 계급간에 불평등한 학력 취득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의 접근이 실제로는 개인의 사적 재화의 소유 여부에 따라서 제한되고 있는 경우에는 계급간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 사회는 공교육비보다 사교육비가 훨씬 상회하며 이는 사교육 영역에서의 계급·계층간 교육 기회의 편차가 공교육에서의 학력 취득의 격차로 연결되고, 학력주의는 이렇게 취득된 학력이 계급 재생산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학력간 임금 격차, 학력간 문화자본, 사회적 자본의 불평등 분배 과정을 통하여 심화한다. 최근에는 부족한 교육재정을 빌미로 이러한 학력을 재화로 살 수 있게 하자는 '기여 입학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전개되고 있다.

학력주의는 국가 관리 학력 체제를 만들어내며 이는 교육 내용에 대한 일방적 규정을 통한 지배 이데올로기화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학력주의는 사람들을 '어느 대학 나온 누구'로서의 정체성을 부과하며, 이는 '불평등한 교육체제의 희생자'가 아닌 '노력하지 않은 누구'로 개인을 개체화시킨다. 이러한 정체성 부과와 학력주의와 관련한 사회 문화는 저항의 가능성을 제거하며, 개인적 굴욕이나 자부로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이는 지배집단에게 매우 이로운 사회문화임은 분명하다.

또한 한국의 학력주의는 '불평등 경쟁의 심화와 우수아 중심의 업적주의'라는 기본 원리로 교육 체제의 운영원리를 규정하여 왔으며, 실용적 학력 제일주의를 위하여 진학을 위한 학교 체제의 운영과 이의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소외 받는 교사, 학력 제일주의적 의식과 관행을 학생, 교사, 학부모 문화의 중심 문화적 특성으로 만들어 왔다.

2) 학력주의와 초·중등 교육의 비정상화

한국의 학력주의 체제는 초·중등 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왔다. 초·중등 교육은 대학의 입시 정책에 의해서 그 교육 내용과 방식이 규정 당하고 있으며 특히 중·고등학교에서의 영향은 더욱 강하다. 교육 체제는 기본적으로 각 단계의 고유한 위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각 학제 단위의 고유한 위상이 적절하게 상·하위 학제간에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력주의 체제는 대학이 모든 하위의 교육 단계를 규정하는 상황에 있다. 원래적 의미에서 본다면 초등 교육은 가장 기초적인 문해 능력과 인지능력을 배우고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경험을 얻는 과정이어야 하며, 중고등 학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생활능력과 교양, 자기 진로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는 기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학력주의 체제는 이러한 각 단계의 교육기능을 대학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맞추어서 규정하게 된다. 결국 학력주의의 해체 없이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는 힘든 것이다.

3) 대학 체제의 불평등 가속화와 계급 재생산

학력주의 체제는 현재의 대학의 불평등한 조건을 양산하였으며, 또 불평등한 조건은 대학교육의 질 차이를 생기게 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학력주의 문화의 구조적인 측면은 학력주의 체제의 존속을 위한 방식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며 나름대로의 구조화된 방식의 '자기 사람 끌이기'와 '모교 지키기'를 사용하고 있다. 학력주의와 대학의 조건의 불균등은 상호 작용하면서 서로 더욱 심화된 학력주의 체제와 심화된 조건 차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계급 재생산의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게 된다.

4) 학력주의 체제와 '모집단위 광역화', 입시 체제의 변화

모집단위 광역화를 주장하는 집단에서 제시하는 모집단위 광역화의 필요성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대해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하며 학과 체제로 전공을 선택했을 경우 많은 이들이 불만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제시한다. 그러나 정확히 본다면 이와 같은 과정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즉, 고등학교 단계의 교육적 기능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 핵심적인 기능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든 것이 학력주의 체제이고 보면 결국, 중·고등 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낸 주범인 '서열적 대학 체제'가 그 문제의 주범을 '중 고등학교'에게 돌리고 자신이 '학부제'라는 '전공 선택 유예기간'을 두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10년간 입시 제도는 '학력고사 → 수학능력 시험→ 수시지원·심층 면접고사 실시'등의로 변화하여 왔다. 학력고사가 객관식 위주의 단편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면 수능은 이른바 통합적 사고를 요하는 시험으로 출발하였으며, 이는 이전보다 수험생이 가지고 있는 문화 자본의 역할을 강화시켰다. 이후 수학능력 시험이 쉬워지면서, 다시 단편적 문제로 바뀌게 됨에 따라 다른 방식의 입시 지원체제를 도입하였으며, 이제는 각종 경시대회의 입상 경력을 위주로 하는 추천제와 수시 모집제가 도입되고 있다. 그리고 심층 면접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정책 또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이 추세는 다시 문화자본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며, 부실한 공교육 체제에서의 사교육 중심의 수험준비에 의하여 교묘한 학력주의 체제 생산 방식을 채택하게 된다.

3.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과 학력주의: - 학력주의 체제의 심화 재생산

신자유주의는 '학력 파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노력하면 당신도 신지식인이 될 수 있다." 라고 선전하면서 결국 신지식인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노력하지 않은 당신이 문제다" 라고 윽박지를 뿐이다. 신자유주의적 대학 재편은 학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수직적인 기능분화의 완료로 인하여 학력주의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며, 또 다른 차원의 대학원에서의 학력주의까지 만들어 낼 것이다.

학력주의는 "상징적 의미체계"와 "실제적인 조건의 불균등"에 의하여 존속된다. 초기조건의 차이는 경쟁구조에서 더욱 큰 차이로 재생산되며 정부는 이를 차등재정지원으로 가속화한다. 이러한 실제적 조건의 불균등의 심화는 계속해서 학력주의라는 체제를 재생산하게 된다. 신자유주의의 대학 재편의 핵심적 내용은 연구, 교육, 직업이라는 중심영역에 따라서 대학교육의 내용을 수직적으로 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구조의 단층적 서열화 + 기존 학력주의 체제의 존속"이라는 형태로 결과 지워질 것이다. 몇 개의 층위를 가진 대학의 서열화는 결국 일부 연구 중심 대학의 지원과 나머지 대학의 방기라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초·중등교육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은 7차 교육과정 도입(수준별 교육과정:2001년 도입 시작), 자립형 사립고교의 도입 추진, 영재 교육법 제정 추진, 교원 자격의 개방, 평준화 해제, 입시제도 변화 등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초·중등학교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맞물리면서 전체적인 이원화된 교육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즉, 신자유주의는 교육 체제를 소수의 두뇌집단을 양성하는, "영재 교육, 자립형 사립고교→ 연구 중심 대학→연구 중심 대학원"체제와 "황폐화된 초·중등 공교육→일반 교양·직업 중심 대학에서의 질 낮은 교양 교육"체제로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소수의 두뇌인력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불평등 경쟁 체제 구축과 공적 교육 영역의 축소와 사적 영역의 확대를 통해서 학력주의 체제를 확대 심화 재생산 할 것이다.

생산력 위주의 신자유주의적 대학교육과 학력주의 체제는 초·중등 교육의 내용적 공공성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기형화시키며, 자신의 수학능력과 진로에 따른 대학 선택이 아닌 학력주의, 경제 제일주의라는 상징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제적인 강요된 기준으로 교육기회의 공공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내용과 연구활동을 소수에게 부여하고 다수를 배제함으로써 지식의 사회적 의미 탈각시키고, 대학교육에서의 교육내용의 사회성을 소수의 배타적 생산성으로 변질시킬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경제적 생산력이라는 망령 안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성은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