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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오늘날의 보수정치와 민중의 과제

2001.07.12 14:35

홍석만 조회 수:1073 추천:3

정쟁의 도가니, 국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오늘날의 보수정치와 민중의 과제

홍석만(사회진보연대)

정쟁(政爭)의 도가니, 국회에서 기대할 것은

얼마 전 북한상선의 NLL(북방한계선) 침범을 놓고 여야간 설전을 벌이더니 국회에서 교섭단체 필요의석수를 14석까지 낮추는 문제를 둘러싸고 역시 파행은 거듭되었다. 급기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정치적 공작이네 언론자유네 하면서 공방을 이어가던 여야3당은 끝내 6월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문닫게 만들었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고 노동자 민중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여성관련 근로기준법을 개악시키지를 않나, 건강보험 종합대책이랍시고 국민들의 보험료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을 입법화 하고, 사립학교법개정이며, 돈세탁방지법이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침해받는 일은 목숨을 걸고 저지하려는 저들의 작태가 연일 연출되었다. 그런 논란속에 국회가 파행으로 끝나자 차라리 국회가 파행으로 끝나 이 법안들의 처리가 모두 유예되었음을 다행스러워 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느껴야 했던 것이다. 현재의 국회와 보수정치권은 그만큼 우리 민중의 이해와는 거리가 멀고 '충분히' 반민중적인 작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허구적 보-혁구도, 그 장막 뒤의 진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대립은 마치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선 갈등을 보이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태도, 북한상선의 NLL 침범과 관련하여 한나라당 특히, 이회창의 경우 보수적 색채를 강하게 띄어 가는 것과 달리 김대중 정권은 '지속적인 개혁'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또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민주당은 언론개혁의 기수로 내비치는 반면 한나라당은 극우보수언론과 재벌언론의 이해를 대변하는 구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6.25를 맞아 한나라당 보수파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결속을 다지고 '보수 한나라당'을 외치고 있고, 이에 반해 민주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정풍파동과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소위 '세대교체론'과 여기에 국정쇄신론이 대두되는 등 민주당은 개혁적 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려 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보수와 개혁의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현재의 논쟁지형과 국회의 파행과정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들이 있다. 그리고 진실은 바로 그곳에 있다.

건강보험종합대책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다툼이 한창 치열하지만 실상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책은 의료보험재정의 국민부담의 증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다만, 재정파탄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를 못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여야 3당은 부실(징후)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안)'을 이미 지난 6월 14일에 합의를 보고 공동으로 안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파행이 거듭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거의 유일하게 합의에 도달한 사항이 바로 여성관련 근로기준법의 개악이었다는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이들이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일방적인 희생을 '공통의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NLL논쟁 통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언론사 세무조사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기반한 국회법 개정이나 사립학교법의 고수 등 허구적 색깔로 이를 채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에 대해서 정권이 폭력적인 대응을 일삼는 것에 대해서 공권력 강해졌다고 하면서 이를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현재의 논쟁은 허구적일 뿐 아니라 의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보수냐 개혁이냐의 대립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자 민중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혁과 보수에 대한 의제적 이슈를 형성하여 민중의 관심을 이 구도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도는 IMF 외환위기 이후 4년여 시간동안 정치에서의 근본문제도 파탄난 경제와 민생문제를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의 대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점에서 차이도 대안도 없다. 다만, 위기극복의 대안에 대한 허구적 동원만이 난무하는 그런 실정이다.

강한정부, 그 이후의 국정쇄신이란

오늘날에 있어서 민중의 삶은 구조조정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교육과 의료체계의 신자유주의 재편과정에서 더욱 고단해 질 전망이다. 공교육의 파탄속에서도 7차교육과정과 귀족형 사립학교의 도입으로 우열반과 우열학교를 나누고 있다. 젖 뗀 후부터 영어를 배우고 한달에 백만원이 넘는 유치원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자라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동일한 조건으로 교육을 받게 될 것이며, 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어떤 노동자의 자녀들이 그 귀족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이미 6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치솟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나날이 늘어만 갈 민간의료보험의 홍수 속에서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 뻔한데도,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에 대한 처방이 노동자 민중 도시서민에게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결말이 나고 있다.

이처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4년여간에 걸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노동자 민중의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와 일자리마저 빼앗아 갔다. 대신 자본에게는 각종 금융특혜와 규제완화조치를 지속시키면서 노동자 민중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무참히 이를 묵살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대중 정권은 국회와 일련의 사건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개혁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7월대결단'이니 '국정쇄신'이니 하면서 다시 정치권 쇄신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복적 되뇌임과 반 DJ정서를 "정치적 흠집 없는" 보수주의와 결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범세계적인 보수화의 물결속에 민생파탄에 따른 국민적 절망감을 왜곡하여 표출시키려 한다.

그러나, 개혁과 혁신을 외치는 저들은 도끼와 해머 그리고, 치졸한 폭력시위 공방과 구사대 용역을 동원한 폭력, 경찰력에 의한 무차별 폭력의 그림자가 항상 드리워 있다. 이미 올해 초 김대중 정권은 강력한 정부를 이야기하며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을 예고해 왔으며, 군사독재정권에 버금가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4년여에 가까운 김대중 정권의 '개혁'은 노동운동에 대한 초강경 탄압과 전체 민중에 대한 폭력으로 그 속내를 드러내며, 지난 6월 23일에는 사회분야 장관간담회와 지난 7월 2일 경제장관간담회를 가지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불법, 폭력시위를 법에 따라 엄정대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결국 강한정부, 그 이후의 국정쇄신과 개혁이란 노동자 민중을 짓밟고 선 채, 개혁을 부르짓는 꼴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균열, 그 의미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몸부림이 내부의 균열로부터 즉,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균열과 지속되는 경제불안 상황속에 나타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개헌문제로 홍역을 치른 정권은 이후 정풍파동과 세대교체론에 이르기까지 내부 균열의 조짐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시민운동진영까지 서서히 그 동요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의 '반성 소동'과 관련하여 그것이 시민운동진영 내부의 비판으로 향해 있지만 그 결론이라는 것이 법의 테두리안에서 시장질서의 수호를 외치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시민운동이 그 (정치적)경계의 넘나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을 만큼 시민운동진영의 이반과 동요도 충분히 감지되는 것이다. 즉, 이 반성은 신자유주의 개혁의 경계를 넘지 말자는 반성이자 강조이며, 강조하는 만큼 동요도 심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경제가 이제 만성적인 불황상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10년이나 일찍 진행시킨 미국과 일본경제도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 속에서 미국발, 일본발 경제위기와 불황의 지속이 연일 언론지상을 때리고 있다. 그만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화의 심화로 경제위기는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정치세력도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음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은 물론이고 국가도 현재의 위기에서 노동자, 농민, 여성들에게 생활의 안정을 제공해줄 수 없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조직하는가가 향후 권력재편의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 만약, 국민대중들의 불만과 다양한 저항들이 분출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전국적인 정치적 응집력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주도세력을 변화시킬 뿐 노동자 민중에 대한 어떤 양보도 동반하지 않을 것이다.

반신자유주의 연대전선의 확대와 정치적 독자성 획득의 과제

그러나, 보수정치권의 허구적 동원의 성공여부는 민중운동의 성공과 정확히 반비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중운동 진영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현정권과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대한 정치적 반대로 전환되지 못하는 만큼, 보수주의 세력의 힘은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중운동 진영은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정치적 투쟁으로 상승시켜낼 필요성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반대"의 의미를 보다 보편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는 구조조정이 "인력감축"으로만 귀결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즉 구조조정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구조조정은 곧 한국 사회의 금융화를 의미하며, 따라서 전사회적인 기생성과 투기성을 증가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종국에는 파괴적인 경제적 붕괴와 민생 파탄을 낳는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이며, 어떤 종류의 "정책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곧 정권도 자본도 노동자 민중의 삶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의 주체이자 견실한 시민의 일원으로서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의 권리와 요구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행동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반대를 분명히 하는 독자적인 연대조직의 형성인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 민중에게 주어진 하나의 관건적인 과제는 개혁과 보수의 허구적·의제적 대립을 걷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독자성을 어떻게 여하히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반신자유주의연대전선의 확대와 강화의 의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저들의 허구적 정쟁을 파탄내고 기만의 가면을 벗기기 위해서는 언론개혁이냐 아니냐, NLL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저들의 논쟁구도 보다도 오히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이 중심이 되어 신자유주의 개혁의 허구성과 반민중성을 총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건강보험의 국민부담 증가와 공공의료기관의 민영화에 맞선 반대투쟁의 형성과, 파탄난 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를 위해 전체 민중의 연대가 그만큼 절실해 보인다. 반신자유주의 연대전선의 전국적 전민중적 확대만이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