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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교사업무문제

2001.05.10 11:20

김대유 조회 수:1540 추천:2

교사업무문제

교사업무문제

김대유(전교조 정책연구국장)

 교원잡무 금지하는 헌법 제31조

 "교육의 전문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헌법 제31조 제4항)"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1조 제6항)"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전문성과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지위 및 직무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법률로 정할 것을 명하고 있다. 이는 교원법정주의에 입각한 조치로써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교육에 관한 한 임명권자나 관리자가 임의대로 교원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그렇게 많은 공문과 교장의 지시, 장부 등은 대부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써 위헌의 요소가 있고, 정부와 교장들이 스스로 헌법을 어기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 온 결과 학교교육은 지금 벼랑 위에 서 있게 되었다. 우리의 헌법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를 최대한 제한하고 있다. 2000년에 대통령령으로제정된 교원예우규정에서도 교원의 잡무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른 바 법정장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 유독물관리대장 이 세가지 뿐이다. 그 나머지는 어떤 장부든 교사가 일일이 학교장의 결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심지어 교원의 수업시수 등 기본적인 규정조차 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2000년에 체결된 전교조와 교육부 간의 협약사항에도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법정수업시수가 아닌 '표준수업시수'로 명명되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교원확보가 안되면 수업시수를 늘릴 수 있도록 교육부가 꾀를 부리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몇 시간을 배정해야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교원의 지위와 업무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하고, 그 법률은 헌법에 위배되지 말아야 하므로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해방이후 50여 년간 자행되었던 헌법 문란 행위는 전교조와 교육청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그 마각을 속속들이 드러낸 바 있다. 교원의 일.숙직 및 주번 활동, 방학 중 평일 근무조, 각종 외부 글짓기, 주장발표, 그리기, 경시대회 등의 강요, 교사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각종 시험 감독과 개표 등 외부행사 참여의 강요, 폐휴지와 장학적금 걷기, 어린이 신문구독과 우유급식 및 협동조합(매점) 업무, 교외지도와 등·하교지도, 집단 아침청소 및 환경정화활동, 불필요한 제장부 유지(학교생활기록부 보조부, 학급일지, 교외지도 일지, 요선도학생 지도 일지, 순회지도 일지, 1교사1학생지도 상담일지 등), 각종 성금징수 업무 등 법률에 기인하지 않는 온갖 헌법 문란 행위는 단체교섭에 의해 줄줄이 폐지되고 있는 추세에 놓여 있다. 대학은 교수와 행정 및 행정보조직원의 대비가 1:1임에도 불구하고 초·중등학교는 교사 70여 명에 행정직원이 5명도 채 안되는 열악한 업무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교육의 전문성을 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써 국민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시정 대상이다. 학교현장으로부터 헌법이 유린되는 현상을 어떻게 방지해야 할까?

 교사 업무경감 대책, 전교조와 함께

 전교조는 그 동안 이 지면에서 제기된 교원업무 부담, 초등교사의 과다 수업시수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가시적이고 지속적인 대안을 마련 중에 있다. 위헌의 요소를 야기하는 교사의 비교육적인 각종 업무 폐지, 행정요원의 대폭적인 증원에 대해 교섭 등을 통해 강력히 해당 정부부처에 요구해 나아갈 것이고, 특히 교사들의 교육적 행정업무를 보조할 행정보조요원(대학의 조교제도처럼)의 확보를 다각도로 요구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며 학교를 능멸하는 각종 공문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전교조 정책연구국에서는 본부와 각 지부 및 지회에 공문분석실을 설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알다시피 교사에게 공문은 상급기관의 지상 명령이다. 공문은 교사에게 '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여 교사와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제어한다. 어느 지방 교사의 하소연을 들으면 "저는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 생각보다 그 지긋지긋한 공문 생각이 떠올라서 미치겠어요!"하는 것이다. 중요한 수업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지만 공문은 제 시간에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면 당장에 전화가 오고 문책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을 자습시키고, 수업시간을 빼먹고라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문이란 교육을 원할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행위인데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공문분석팀 구성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공문통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초기단계다. 본부 및 지부와 지회별로 특화된 2-3인의 '공문분석팀'을 가동하여 공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부당하다고 분석된 공문은 지부나 지회가 주도하여 공문발신처 및 각급 상급관청, 언론사 등으로 발송하여 그 허위를 낱낱이 공개하고 해당 관료의 문책을 요구할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문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 보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 법률 대응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무지막지한 공문통치는 막을 내려야 하고, 부적정한 공문처리에 쏟는 교사들의 에너지와 교육열은 마땅히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결국 교사들의 업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 교사들의 끊임없는 저항과 함께 전교조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단체교섭을 통한 학교환경개선과 행정보조요원의 확보, 국민교섭을 통한 교장선출보직제의 도입으로 승진의 폐해 해소, 공문분석실 설치 같은 과학적이고 현장친화적인 대응 등 총체적인 대책이 시급히 수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