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6호 IMF구조조정과 위기의 한국경제

2001.10.16 11:19

김성구 조회 수:1417 추천:1

:::2000년 진보강좌 강의문입니다. IMF 구조조정과 위기의 한국경제

IMF 구조조정과 위기의 한국경제

김 성 구(한신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1. IMF 구조조정의 정치경제학

1997년 말 외환위기로 표출된 한국경제의 위기는 1998년 -5.8%라는 기록적인 GDP 성장율을 기록하며 심각한 실물경제의 위기로 이어졌다.(한국경제가 1970년대 이래에도 1980년의 약간의 -성장을 제외하면 단순평균하여 년 8%대의 고도성장을 실현해 왔음을 상기하면 이는 전대미문의 위기였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1999년부터 경제가 급속하게 회복하면서 99년에 10%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경제회복은 성장률 회복에서만이 아니라 실업률 저하에서도 읽을 수 있다.(공식적인 실업률은 97년 4/4분기 2.6%로부터 99년 2월 8.6%를 정점으로 증대하였다가 그후 99년 말 11월 4%대까지로 안정되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의 직접적 요인이었던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98년 416억 달라, 99년 1-11월 236억 달라)로 전환되었고 IMF 차입금 135억 달라를 전액 조기 상환하고서도 가용외환보유고가 97년 말 88.7억 달라에서 99년 말 740.5억 달라로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외환위기가 극복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외환위기로부터의 탈출은 IMF 구제금융협약과 그 자금지원의 대가로서 강제된 정책 프로그램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는데 한국 정부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이 정책 처방의 올바름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며 이 정책에 기초한 구조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도 한국경제 프로그램은 구제금융의 모범적인 사례로서 평가되어 구제금융협약의 충실한 집행자로서 김대중 대통령은 밖에서 위기극복의 대통령, 개혁 대통령으로서 명성을 얻어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것은 후술하는 바처럼 이른바 경제개혁의 성과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오히려 심각한 경기침체의 효과라고 할 것이었는데 게다가 이런 위기극복 아닌 위기극복을 위해서도 심각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위기극복비용의 대중적인 전가와 국가부채의 증대, 정리해고 허용과 고용의 불안정, 소득분배의 악화, 4대재벌 지배력의 강화와 초국적 자본의 지배 확대 등에서 표현되었다. 즉 한국에서 경제위기는 계급, 계층적으로 불균등한 부담 위에서 극복되었고 그 경제회복의 성과도 불균등하게 배분되었는 바, 경제위기의 주범이라 할 재벌과 고위관료, 자산소유자는 비용부담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고 임금 및 봉급생활자와 국민 대중이 그 부담을 떠 안았는가 하면 경제회복의 향유에 있어서는 그들은 거꾸로된 관계에 있었다. 그 결과 처음의 기대와 달리 이 정책에 대한 국민 대중들의 불신과 분노는 증대되었고 현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집권이래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게 되었다. 현 집권당과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대중들을 무마시키기 위해 기존의 정책기조 위에서이지만 이른바 '생산적 복지체제'를 도입하는 등 부분적으로 정책전환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4.13 총선의 결과는 낙천낙선운동의 돌풍과 지역주의의 기승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중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었다.

해외에서는 개혁대통령, 위기극복의 대통령으로 칭송받지만 안에서는 지지도가 땅에 떨어진 불신받는 대통령이라는 모순, 구제금융협약의 모범국으로서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 위기극복책에 대한 대중적 불만은 증대했다는 이런 모순은 신자유주의적 IMF 구조조정정책으로부터 직접 발전한 것이며 이 모순의 두 측면은 따로 떨어뜨려 사고할 수 없는 것이다. IMF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한국경제의 위기의 근원을 정부의 관료적 통제에 의한 시장경쟁질서의 훼손에서 찾고 그 개혁의 방향으로서 탈조절과 시장원리의 강화를 통한 시장경쟁질서의 확립을 제시하였다. 대내적으로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과 대외적으로는 자유화와 개방으로 요약되는 이 정책의 원리에 따르면 시장경쟁의 강화와 그에 따른 성과경쟁으로 효율성이 증대하고 국내적인 수준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시장경쟁의 모든 당사자의 후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장경쟁은 어디까지나 독과점적 자본 지배하의 경쟁이며 독점적 자산계급과 임금 및 봉급생활자간의 불평등한 조건 위에서의 (비성과)경쟁이고 국제간에는 거대한 선진독점자본과 열위의 후진자본간의 지배와 종속을 동반하는 경쟁이 아닐 수 없어 이 정책은 국내적인 수준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약자와 강자간의 경쟁을 무제한 충동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발전하는 자본간, 계급간, 국민간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본주의의 조건하에서는 국가의 경제개입 없는 시장경제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어서 탈조절과 시장경제라는 구호는 실제로는 강자를 위한 강력한 그러나 은밀한 시장개입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렇게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탈위기 정책도 실제로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 하에 위기극복의 비용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시키고 강자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졌고 재벌과 자산계급 그리고 초국적 자본 등 강자가 더욱 강해짐으로써만 위기가 극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정책의 토대 위에서도 시장경쟁의 탈락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책은 정치적으로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지원책은 이 정책이 추동하는 계급간, 자본간, 국가간 불평등 경향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불평등 경향 자체를 역전시키지는 못한다. 한국에서 생산적 복지정책이란 것도 IMF 정책기조 위에서 추구되는 것인 한, 그것은 IMF 정책이 가져온 계급간, 계층간 불평등 심화 경향 위에서 이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일 뿐이고 사회복지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제한된 의의를 가질 뿐이다.

IMF 정책은 요컨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기도하는 것인데 선진경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종속적인 지위로 인해 이 신자유주의적 자유화와 개방은 한국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을 크게 증폭시켰다. 한국경제는 대외지향적, 수출주도적 경제발전전략으로 이미 국민경제에 대한 해외부문의 비중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상태이어서 여기서는 세계화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의 저지, 내수시장으로의 전환이 문제일 정도이다.(한국의 수출입의 대GDP 비중은 연도에 따라 60-80%에 이르고 있다. 95년 한국은 57%인 반면 같은 해 미국은 18%, 일본 15%이며 유럽통합을 실현하고 있는 유럽국가들도 40%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IMF 정책은 상품시장의 일층의 개방과 자본,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가져옴으로써 구조조정을 초국적 자본의 진출과 결합시키고 국민자본간의 경쟁과 세계시장에서의 위기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입수단을 상실케 했다. 이러한 세계화정책에서도 강자의 법칙이 관철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초국적 자본에 의한 한국의 자본과 노동력 지배가 미증유로 확대되었고 한국자본 중에서도 세계화에 적응하는 재벌자본에게는 이 세계화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반면 약자에게는 그것은 파멸과 생존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자본으로서는 전체적으로 대외종속이 심화되고 대외적인 불안정성이 증대하여 새로운 위기시에 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정부가 개혁과 위기극복을 말하더라도 대중들이 그것에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개혁이란 것에서 기존질서의 회복과, 위기극복에서 새로운 위기를 보기 때문이며 진정한 위기극복과 개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개혁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강자를 위한 신자유주의적 개혁, 보수적 개혁일 뿐이며 그 개혁 속에서 위기는 진정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 구조조정정책이 한국경제에 가져온 결과들  

1) 성장과 고용의 희생 위에서 외환위기의 극복

외환위기로 폭발한 한국경제의 위기는 IMF의 고금리/긴축정책이 관철되면서 심각한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화하였다. 이 긴축정책은 고금리를 통해 기업활동을 억압하고 한계기업을 정리함으로써 경제침체를 통한 수입수요의 억제, 경상수지의 개선을 기도하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고금리를 통한 자본의 유치를 통해 자본수지를 개선할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 결과 심각한 외환위기를 극복해 가기는 하였지만, 그 대가는 성장의 위기, 대량실업의 위기이었다.(98년 GDP성장율은 -5.8%이었으며 99년 2월 정부의 공식실업율은 8.6%, 실업자는 178만명으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장과 고용의 희생하에 98년 경상수지는 405억 달라 흑자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수출은 97년에 비해 오히려 하락하였고 수입이 500억 달라 이상 줄어든 데서 볼 수 있듯이 경상수지 개선은 높은 환율에도 불구하고 수출증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환율증대와 경기침체에 따른 대폭적인 수입감소에 의해 달성된 것이었다. 99년이래 한국경제는 경제성장을 회복하면서 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실업률도 99년말 4%대로 떨어졌다. 경제성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99년에 경상수지는 아직 커다란 흑자를 나타냈는데 그것은 달리 말하면 경제가 아직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1986-89년을 예외로 하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동반하였고 이는 대외종속적인 경제성장의 구조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경제회복이 본격화하면서 국제수지 관리의 빨간 불이 켜지는 것도 이런 구조의 표현이다. 경상수지의 대폭적인 흑자와 함께 외국인투자는 98년 88억 달라, 99년 155억 달라로 급증하였고 99년 12월말 현재 740.5억 달라의 가용외환보유고를 확보함으로써 또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단기외채 중심의 외채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한국은 일단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 국제수지의 적자로의 반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자본수지의 흑자는 원화의 과대평가 문제를 일으켜 새롭게 위기발발 메카니즘을 작동시킬 우려가 있다. 한편 경제성장의 회복과 실업률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고용구조는 위기이전과 비교해 크게 악화하였다. 전체 취업자중에서 일용직과 임시직 등 비정규직 취업자가 정규직 취업자수를 넘어 취업자의 절반이 불안정 취업자이다.(취업자중 정규직 비중은 97년 53.9%에서 99년 10월 47.3%로 저하하였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실업자는 실업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서 1인당 최저생계비 월 23만원 이하의 빈곤계층이 약 1000만 명에 이른다는 한 보고서의 결과는 과장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2) 국가를 통한 구조조정비용의 대중으로의 전가

IMF 정책은 원리적으로는 시장경쟁을 강화시키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퇴출시켜 관치경제에서 비롯된 부실경제를 청산하고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배제하고 시장에 자율권을 부여해서 마치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을 통해 능력있는 자가 이익을 얻고 그렇지 못한 자는 퇴락함으로써 개인적으로도 공정하고 사회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경제를 창출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정책은 국가의 강력한 개입 하에 위기에 빠진 재벌지배체제를 회복시켜 주고 외국자본의 적극적 유치를 통해 그 직접적 지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부실경제의 회복비용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노동자계급에게는 시장규율라는 이름하에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의 부담을 개별적으로 감당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외환위기로까지 가져온 한국경제의 부실화는 구체적으로 보면 대체로 100조원 규모(1997년 말 현재)의 악성 기업부문 부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채가 금융기관의 경영을 압박하는 부실채권을 이룬다. 그런데 시장원리에 따라 죽일 기업은 죽이고 살릴 기업은 살린다고 하면서 정말로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수행한다면 이들 기업과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이들과 관계하는 일련의 다른 기업 및 금융기관까지 연쇄도산을 하게 되어 구조조정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전면적인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그 때문에 말로는 시장주의 운운하지만 결코 이 정책을 액면 그대로 관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정책을 통해 이들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우량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의해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100조원의 부실채권/악성부채를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인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한 공적자금으로써 이 부실채권을 떠안았는데 금융구조조정에만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혔던 60조 원을 넘어 86조 원을 투입하였고 앞으로도 투신사 구조조정 등 30조 원의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방정부를 포함한 정부채무는 99년 말 112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정부 채무보증 등을 합한 국가채무는 202조로서 이는 GDP대비 40.8%로 97년 17.3%로부터 급격히 증대했음을 볼 수 있다. 이 국가채권과 재정적자는 결국 앞으로 다년간 세금으로 메꾸어져야만 하는데 한국의 조세구조는 역진적인 성격의 간접세 중심이어서 이는 노동자/국민의 부담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은 구조조정정책을 통해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의 부실로 전환되고 있다. 반면 부실기업의 정리해고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이를 사회적으로 떠 안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해당 노동자가 시장규율을 개인적으로 감내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위해 국가재정(98년 10조707억 원, 99년 9조2400억 원)을 지출하였다.

3) 4대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지배구조의 강화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5대원칙(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의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부문의 설정과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 강화,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에 입각하여 부실기업의 퇴출과 회생가능기업의 워크아웃을 추진하여 왔고 5대재벌(대우 워크아웃 결정 이후에는 4대재벌)에 대해서는 빅딜이라는 이름하에 자율적인 사업교환을 통한 주력업종으로의 집중을 도모하였다. 워크아웃에서는 금융기관의 지원과 함께 지배 대주주의 소유와 경영권 박탈을 포함하는데 반해 빅딜에서는 소유와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어 5대재벌의 특권적 지위가 보장되었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도 시장주의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구조조정에서처럼 국가의 강력한 개입 하에서 反시장주의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즉 기업구조조정에서도 금융구조조정에서처럼 부실기업을 청산하고 회생가능기업을 회생시키는 데에는 사회적 방식의 자금지원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기관을 매개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 몫이 된다.

기업구조조정은 말로는 재벌을 해체한다고 하지만 또 실제로 5대원칙의 실행을 위한 여러 조처에도 불구하고(결합재무제표 도입,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간 신규채무보증 금지 및 기존 채무보증 해소, 대표소송 등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 완화, 기관투자가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 완화, 상장법인의 사외이사선임 의무화 등) 기본적으로 재벌총수의 소유지배구조를 침해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결국 국민적 비용 하에 재벌의 지배구조를 보다 합리화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5대재벌의 빅딜안에서 보다 명백해졌는데 시장경쟁을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기업과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구조조정의 선전과는 전혀 반대로 빅딜을 통해 해당부문에서의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원화 또는 이원화정책이 강요된 것이다. 또 빅딜은 과잉생산과 과잉설비 또는 과도부채를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부실 또한 빅딜되는 것이어서 빅딜은 처음부터 해법의 조건을 갖지 못했고 삼성차, 대우차의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이 정책의 파탄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빅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한 정책은 또 지주회사를 법률적으로 승인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재벌총수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로 보다 근대화될 것이다. 그 결과 재벌개혁정책에도 불구하고 4대재벌은 시장지배력에서나 자본지배력에서나 그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4) 초국적 자본의 지배 확대

IMF와의 협약에 따른 전면적인 자유화와 대외개방(외국인주식투자한도 폐지, 채권, 금융시장 개방, 외국인투자 촉진 자유화확대 등)이 이루어짐에 따라 구조조정정책이 점차 외국자본의 지배와 결합하는 길이 열려지게 되었다. 초국적 자본의 지배는 특히 금융부문에서 급속하게 진행되어 서울, 제일은행 등 2개 상업은행이 이미 해외에 매각되거나 매각협상 중이며 국민, 외환, 한미은행은 외국합작은행으로 전환되었고 주택은행은 외국인이 과반 주식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부문은 이미 초국적 자본의 지배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에서는 공기업의 해외매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한국전력,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포철 등 주요기간산업을 초국적 자본에 넘기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기타 견실한 정보통신, 유통, 제조업체 등으로 외국자본이 선별적으로 진출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매각조건도 제일은행에서 보는 바처럼 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민의 부담으로 경영조건을 회생시켜 놓고 이를 6000억 원정도의 헐값에 매각하는 등 노동자와 국민의 희생하에 외국자본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유화와 개방화로 인해 한국자본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는 경제위기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화되었는데 이미 일정에 올라와 있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본격화될 경우 국가기간산업조차 외국자본의 지배에 넘어가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이는 공공서비스의 포기라는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한국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의 포기와 함께 국민에 대한 저렴하고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포기하고 이를 시장의 이윤원리에 양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투기적인 단기자본의 운동은 한국의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증대하였는 바, 이는 한국경제를 크게 불안정하게 만들고 새로운 위기시에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외국자본도 경제성장과 고용에 기여하는 한 국내자본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 하에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불가피하게 IMF의 개방, 자유화요구를 수용한 것을 너머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개방에 임하고 있고 한국자본(재벌)의 활로를 여기서 찾고자 한다. 개방과 자유화는 모든 자본에게 기회의 균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넓어진 자유로운 시장에서 강자의 법칙과 결합한다. 따라서 자유화의 결과 한국의 재벌 또한 해당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의 확대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속적 지위 하에서 하위파트너로서만 그러할 것이고 더욱이 자유화의 결과 금융자본이 초국적 자본의 지배로 넘어가고 한국정부의 조절수단, 지지수단이 점점 더 상실되는 조건하에서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한국에 진출한 초국적 자본에 대해 그 생산과 투자, 고용정책에 대해 한국정부는 통제력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자와 국민의 생존권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초국적 자본의 투자정책에 한국정부가 목을 매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은 결코 무차별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원래 98년 말까지 한미투자협정을 끝낸다는 목표 하에 이를 자발적으로 미국에 제안, 협상하였고 한일투자협정도 체결하겠다고 추진중이며 정부의 구상은 더욱 나아가서 한일, 한미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함으로써 미, 일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경제에의 일층의 포섭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개방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정부의 대외적인, 대내적인 조절수단은 완전히 상실되고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자본(국민간 경쟁과 관련한 한국자본의 지지 또는 국내정책과 관련한 외국자본 규제 등)과 노동자의 보호수단(고용과 임금, 노동조건, 노동조합의 권리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한미투자협정의 토대가 되는 미국 쌍무투자협정의 전범에 따르면 지난 경제위기때 위력을 발휘했던 단기 포트폴리오투자를 비롯하여 모든 투자가 전면 자유화되고 또 외국투자와 관련한 이행의무부과가 금지되어 예컨대 스크린쿼터제나 국산잎담배 사용의무 등은 폐지되어야 하며 한국정부에 의한 투자기업에 대한 직, 간접 수용시의 보상의무가 강제되고 심지어 조약의 의무에 대한 일시적 면제조처를 인정하는 세이프가드 조항도 거부하는 것이어서 그 파괴적 효과는 상상하기조차 가공스럽다.

3. 세계적인 구조위기와 위기의 한국경제

이상의 IMF 정책은 결국 경제위기를 구조적으로 극복할 수 없게 하며 경기회복을 모순적이고 불균등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회복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단기적인 순환적인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외환위기는 순환상의 단기적인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이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위기 속에서도 경제의 순환적인 변동은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작년 이래의 경제회복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는가 하는 것이며 이 경제회복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고성장의 인도자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단지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아직 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이 정책이 완전하게 관철된다면 한국경제는 자립성을 완전하게 상실하여 항상적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설령 새로운 고성장이 도래하더라도 그것은 남미형 종속적 성장에서 보여지는 바의 항상적 위기메카니즘과 결합한 그러한 성장일 것이다. 2000년 들어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수지가 다시 적자기조로 반전될 징후를 보이고 있어 그런 전망을 현실적이게 한다. 경상수지 적자가 다시 진행되고 그 위에서 외국자본이 투기적으로 유입되면 경상수지적자가 누적되는 어떤 시점에서 외환위기는 다시 도래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고도성장에 대한 어떤 전망을 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과도한 대외지향적, 대외의존적 성격 때문에 과거의 고성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고성장도 세계경제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통해 한국의 재벌들이 세계경제적인 구조조정 과정과 분업구조 재편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가가 한국경제 사활의 근본적인 조건인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노동자착취 등 독점이윤 보장을 위한 국내적 수탈체계를 여하히 성공적으로 다시 창출해 내는가도 그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그것은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건인 반면 세계경제의 상황은 한국정부가 어떻게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세계경제는 80년대이래 구조불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투기자본의 세계적 운동이 미증유로 추동되면서 최근의 국제외환금융위기와 동아시아/동남아시아경제의 추락에서 보는 바처럼 위기는 세계화되고 있는데도 자본주의는 그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90년대 초이래 미국경제의 호황만이 이제 유일하게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도 1991년 공황이후 새로운 순환의 마지막 국면에 돌입했고 새로운 공황은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000 포인트를 넘나드는 다우존스 지수는 공황이 임박했다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이다.(최근 들어와 다우존스 지수는 11,000 포인트를 더 이상 넘어가지 못하고 있고 이른바 널뛰기 장세로 전환되는 것 같다. 이는 앞으로 추락장세를 예고하는 것이다. 나스닥 지수의 추락은 보다 인상적이다.) 주가지수만이 아니라 호황의 모순들, 공황의 조건들이 이미 성숙되어 왔다. 예컨대 일본의 구조적 위기와 미국의 긴 호황에도 불구하고, 또 미국경제의 생산력이 아직도 일본경제에 대한 우위를 상실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미일경제의 대외경제지표들을 보면 현재의 미일경제와 미국경제는 상당한 정도로 균형성을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상품경쟁력을 강력하게 유지하여 1998년 대미무역흑자를 포함하여 1200억 달라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2330억 달라라는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냈는데 그렇다면 미국의 달라는 일본의 엔에 비해 약세를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상대적인 고금리와 상대적인 호황, 전망에 기초해서 대규모의 자본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주식시장의 거품과 함께 아직도 강력한 고달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숙한 과도한 불균형, 주식가격의 거품과 고달라는 다름아닌 새로운 공황의 조건이 된다. 공황과 함께 주식가격의 폭락, 달라가격의 폭락속에서 호황기의 불균형이 정정될 수 있도록 일거에 관계가 역전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유럽과 일본의 침체에 비교한 미국경제의 호황을 근거로 미국 신자유주의, 미국식 시장주의, 미국이 지배하는 IMF 신자유주의만이 인류의 대안이라고 설파해 온 미국과 자유주의의 전도사들도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의 어느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공황이 표출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1991/93년을 새로운 공황싸이클로 하는 이번 싸이클의 파국적 종료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21세기 세계경제의 탈출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경제적 조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경제의 고성장을 전망하기는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