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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특집_대학의 전면적 시장화,개방화 그 폐허의 현장

2003.11.07 15:02

jinboedu 조회 수:1342 추천:5

대학의 전면적 시장화·개방화, 그 폐허의 현장

대학의 전면적 시장화·개방화, 그 폐허의 현장

 

특집팀

 

1. 정부의 대학정책이 대학을 망친다

 

많은 청소년들이 대학입학을 위해 젊은 인생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대학만 입학하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그러나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젊은이들은 생존을 위한 취업경쟁 속으로 곧바로 진입한다. 그러나 최근 경제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청년 실업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8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경제동향을 보면 구직 단념자 11만명을 상회하며, 신문기사에서도 대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휴학, 중퇴 또는 제적생이라 한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4명중 1명은 취업을 단념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 실업이 이쯤되고 보니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쟁 게임은 승리자를 많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만 치열해지고, 반드시 다수의 패배자를 만들뿐이다. 그럼에도 미리미리 취업준비를 하면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허황된 꿈에 젊은이들이 갇혀 있다.

이러한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는 대학교육을 파괴하고 있다. 수업은 오로지 학점을 따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진짜 몸바쳐 하는 공부는 토익점수를 위한 공부이며, 각종 고시를 위한 공부이다.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 4년 동안 학점을 따기 위해 연간 600만원이 넘는 돈을 소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의 무게를 못 이겨 자살하는 20대가 급증하여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에 이르고 있고, '가능하면 이민 가고 싶다'는 절망감만 확산된다. 한국은 젊은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지옥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학정책은 이러한 문제들을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동안 정부가 진행해 왔던 대학정책을 요약하면, 김영삼 정부는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행정적 효율성을 위한 학부제를 실시했다. 학부제 실시의 효과는 많은 대학에서 문제점만을 낳았는데, 그 결과 대학에서 진행할 수 있는 진짜배기 공부인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기초학문을 무너뜨렸다. 또한 교육부의 정책을 무리하게 도입하기 위해 실시되었던 재정의 선별지원 결과 지방대와 많은 사립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여 학생들의 교육비부담을 부추겼다. 어디 이뿐인가, 국가경쟁력 운운하며 대학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떠들더니 급기야는 산학협력진흥법 개정을 통해 대학을 아예 장사할 수 있는 이윤추구의 장으로 바꾸고 있다.

이 모든 정부의 개혁조치들은 결국 한국대학을 비판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대학에 대해 완전히 파산선고라도 내려는 듯 지방대학까지 전면적으로 시장화하려고 애쓰고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대학을 망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부터 시작하여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로드맵』, 『산업교육진흥법중개정법률안(이하 개정산교법)』, 이와 함께 대학을 기업화하려는 『신산학협력 활성화 대책』, 지방대학을 '선택과 집중'논리로 재편하려는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 전면적 교육개방이 가능한 『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기본계획및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특별법)』등 각종 대학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위기를 생각할 때,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위기를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라 아예 한국대학을 완전히 망가뜨릴 작정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현재 대학교육의 가장 큰 위기는 투자하는 교육비에 비해 대학교육의 질이 상당히 낮고, OECD 가입 국가중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해서 학생은 학생대로 교육비의 부담이 크고, 여기에 청년 실업문제까지 가중되어 대학교육이 정상화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노무현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은 그 어떤 것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껏 제출된 대학정책에 대한 일관된 논리는 대학을 시장화·개방화하겠다는 것인데, 그 결과는 뻔하다. 시장화가 되면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대학의 역할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만 존재할 것이다. 개방화가 되면 엘리트대학이나 특수한 몇몇 대학만이 살아남게 되고, 나머지 대학들은 외국법인이 설립한 대학들과 경쟁하다가 교육비만 폭증할 터인데, 노무현 정부는 시장화와 개방화를 대안이라고 제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8월의 『로드맵』을 통해서 '분권', '참여', '통합'이라는 3대원칙을 내세웠다.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원칙하에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대학개혁을 진행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중앙정부 자체에서 일관되게 대학을 시장화·개방화를 할 수 없으며, 효율적이지 않다는 속내가 있는 것이다. 대학개혁을 하는 방식도 중앙정부에서 주요한 원칙을 제공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시장화·개방화 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틀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지방대학을 개혁하겠다고 내놓은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또한 핵심적인 기조만 마련하고 각 지방대학에서 개혁하고 싶은 방향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얼마전 발표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초중고와 대학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원한다면 어디든 전면적으로 교육개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노무현 정부는 '분권화'의 원칙을 내걸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처한 재정상황 등에 대한 고려없이 중앙정부가 져야할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마저 비껴가고 있고, 좀더 유연하고 자발적으로 시장화·개방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산학일체형 대학을 도입해 대학을 아예 기업화하려고 한다. 『개정산교법』이 4월29일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지난 9월25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신산학협력 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대학구조를 아예 산학일체형으로 개편지원하도록 하였다.  

앞으로는 대학에 특정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맞춤학과'와 교육과정과 연계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학교기업', 산학협력사업을 총괄하는 독립법인인 '산학협력단' 설립이 가능해진다. 즉 대학들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이들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으로 편성되는 맞춤학과인 계약학과나 학부를 설치, 운영할 수 있고 계약학과의 학생선발은 산업체 등에 필요한 인력을 선발하기 위한 다양한 일반전형과 특별전형 원칙이 적용되어 대학 입학정원의 3%안에서 정원외로 운영된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이야기다. 대학개혁에 대한 대안이 결국 대학을 기업화하자는 것이니, 노무현 정부의 교육철학에 대한 전무함이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는 또한 국공립대를 민영화하여 국공립대학까지 사적자본에 맡겨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고자 한다. 국립대학 개혁은 『국립대특별법』을 통해서 발표되고 있는데, 국립대특별법은 기존의 일반(국고)회계와 기성(비국고)회계를 대학회계로 통합하고 국공립대학내에서 수익사업을 가능토록 하여 국가가 관리하고 책임지는 일반회계에 대한 책임을 각 대학으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 자체 부족한 재정도 수익사업을 통해 채우라고 하니, 이는 더 이상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없으며 '강자만이 살아남아라' 라고 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까지 입법예고 하고 있는 상태이니 세계의 외국자본이 한국대학을 집어삼키든 말든 대학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것일 뿐... 이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의 대학정책의 본질이다.

 

2. 지방대학의 위기를 시장화·개방화로 극복하려는 이율배반적 정책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된 대학체계의 서열화, 무분별한 대학설립과 정원증원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지방대학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입학생 부족을 위해 세일즈하는 교수, 서울수도권 편입을 위한 공부에만 매진하는 학생들, 급증하는 학점 인플레, 열악한 교육여건 등의 모습은 현재 지방대학이 처해있는 심각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지방대학 개혁을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것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는 지방대학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처방전이 될 수 없다. 한국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잡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지방대학에서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전면적으로 대학개방을 해서라도 살아남으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은 그 동안 서울수도권 중심의 집중적인 지원과 대학서열화 체계 속에서 교육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치유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개방의 울타리를 제거하고 있는 것이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의 내용이다.

 

(1)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역간·지역내 불균등 지원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의 기본방향이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까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재정지원을 지역까지 확대하되, 모든 대학에 골고루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라는 명분아래 주로 국립대를 중심으로 전기, 전자, 기계, 자동차, 정보, 반도체 관련 특정학과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실시되었던 BK21사업에서 드러난 '선택과 집중'논리를 그대로 반영하여 학문간/국립대와 사립대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때문에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몇몇 지방대학의 몇몇 학과를 제외한 대다수 지방대학들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실제로 각 지방대학에서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더욱 심화될 위험성이 있다.

'선택과 집중'은 지역간/지역내에서 보다 사업성 있는(이윤창출이 용이한) 분야에 집중지원하는 방식이 될텐데, 대학의 경쟁력이 단지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은 2000년대 이후 한국대학을 더욱 피폐화시킨 원인이었다. 현재 불균등한 지역간의 문제는 한두 해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몇몇 사업에 집중지원을 한다고 해서 지역간 불균등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불균등하고 서열화된 지방대학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과 동시에 균등한 지원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또한 집중투자되는 분야가 주로 첨단산업분야인데, 첨단산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첨단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 대비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분야에만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대학의 학문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특별히 지방대의 위기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서열구조와 불균형구조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개편하여 아까운 시간과 재정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2) 지방국공립대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유도

 

정부는 스스로 정원 자율화로 인한 백화점식 학과 설치, 정원 과다책정으로 인한 미충원 발생을 인정하면서 특성화 분야 중심의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등 자구노력을 추진하는 대학에 재정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하였다. 또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와 함께 "대학간 제휴·연합", "경영이 어려운 대학을 위한 퇴출경로 마련" 등 대학간 구조조정 자율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것을 밝히고 있다. 더구나 지방대학 구조조정을 하고자 하는 대학은 주로 국공립대학들이어서 국공립대가 축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 국공립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것은 지방대의 위기 속에서 좀더 강력한 지위를 지닐 대학으로 개편되길 원하는 현실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지역의 국립대학 총장들이 연합체제를 만들기 위해 합의한 내용을 보면, "광주·전남지역 국립대학은 장기발전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한 대학간 역할 분담 방안을 연구하고, 각 대학의 중점육성분야 및 특성화사업 활성화에 상호 협조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물론 현재처럼 모든 종합대학에 비슷한 유사학과(전공)가 있다는 것은 사회적 수요를 생각해볼 때 불필요하다. 그러나 왜 전면적인 대학체제 개편을 국립대학끼리만 연합체제를 구축해서 하려 하는가? 국립대학 연합체제 구축의 내용을 보면 각 대학의 중점육성분야 및 특성화사업 활성화를 통해 한 두개 대학과 학과를 지역에서 독보적인 존재의 자리를 구축하여 대학서열화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립대학 구조조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광주·전남 5개 국립대학 연합대학 실무추진위원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연합대학 체제 구축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2008년까지 광주·전남 연합대학 중 하나를 전국 1~2위

2) 2008년까지 특성화 분야를 전국 최상위로 육성

3) 2008년까지 각 캠퍼스를 전국 10위권으로 육성

 

교육부총리는 각 지역에 연합대학체제 구축을 유도하며 지역순회토론을 통해 연합체제를 제대로 구축하면 제2의 서울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은 제2의 서울대를 각 지역마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는 일이다. 그럴 때만이 지역 인력들이 서울로 진출하지도 않으며 고등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다.

사립대학을 배제한 지방대 연합체제 구축은 국공립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교수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물론 과잉 팽창된 대학이 줄어들 필요는 있다. 그러나 연합체제 구축은 시장경쟁논리를 도입해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의 공공성이 실현될 수 없으며, 사립대학이 너무도 많은 한국 현실에서 교육비, 교육환경, 교육의 질 등 그 어느 것도 개선될 수 없다.

2003년도 지역에서는 지방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상태가 20∼30%일 정도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정부에서 서울·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하는 정책과 사립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기도록 유도한 「대학설립준칙주의」결과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없이 대학공공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몇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대학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은 대학을 시장화하겠다는 논리일 뿐이다.

 

(3) 이윤창출에만 목맬 대학기업화

 

교육부는『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를 통해 그 동안 부분적으로 진행되어온 산학협력의 강화로 대학의 완전 기업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벌써부터 자동차정비공장, 제빵회사, 디자인용역회사 등 특정학과나 교육과정과 연계된 분야의 제품을 생산,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교기업들이 내년 4월부터 설립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대학시장화로 개편하는 분위기를 타고 얼마 전 국회에서『개정산교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개정산교법』에 담긴 핵심내용은 기업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를 대학 내에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과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사립학교법상 할 수 없었던 교비회계(수업료, 납부금)를 쓸 수 있으며, 대학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내 산학협력단을 구성하여 대학교수 소유의 지적재산권을 수탁관리하고 대학 안에 설치·운영중인 실험실 공장 및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 프로젝트』에서도 『개정산교법』을 활용하여 지방대학의 적극적인 시스템 전환을 밝히고 있다. 『개정산교법』은 대학의 연구기능, 교육기능, 비판기능을 모두 무시하고 대학을 단지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대학사회 내에서는 『개정산교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의 없었다. 이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하여 대부분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지원이 대폭 축소되고, 국공립대학 중심으로 선별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진 결과 사립대학들의 재정곤란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정부는 『개정산교법』을 제정하면서 "대학들은 산학협력단을 통해 학교기업이나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통한 지적재산권 등 교내 모든 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대학 별로 회계로 처리하고 대학의 교육과 연구 등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립대학들은 서로 산학협력단을 만들어 대학에서 이익사업을 하려한다.

그러나 효과는 사립대학에서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산학렵력단을 만들어 신기술을 개발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학은 몇몇으로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 사립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을 통해 사립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법이 아니다. 또한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국가의 재정투자와 지원을 방기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며 대학이 기업의 논리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대학과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뿐이다.

『개정산교법』이 별 저항없이 통과된 또 다른 이유로는 대학생 실업이 증폭되면서 대학의 교육과정이 직업과 연계되기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신규채용이 줄어들고 정리해고가 강화되어 실업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얼마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만 보더라도 졸업한 청년4명의 한 명 꼴로 취업을 아예 단념하여 '청년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에서 『개정산교법』의 제정은 대학과정에서부터 미리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3. 지역특구와 대학개방

 

최근 경제자유구역내 교육특구를 요청한 도시들 상당부분은 교육개방을 원하고 있다. 그 수준은 유치원부터 대학가지인데, 대학개방과 관련한 요구중심으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대구, 남구, 수성구: 외국의 대학분교·연구소·대학원 유치 및 지역대학과 국외 교육기관연계

◎광주 북구: 광주과학기술원이 소재하고 광산업집적지인 첨단과학산업단지에 교육국제화 특구를 조성, 외국의 우수대학·대학원 분교 유치

◎경기: 외국의 우수대학·연구소 등의 분교를 유치하여 삼성전자·SK 등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첨단산업 중심의 산·학 연계체계 구축 및 국가 경쟁력 제고 , 관내대학과 외국유명 대학과의 공동학위제 도입을 통하여 첨단학문의 질적향상 및 우수인력의 해외유출방지와 세계적인 외국대학의 교육내용, 운영기법 등이 국내에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는 여건조성

◎부천: 외국 우수대학분교유치로 교육과 산업을 연결하고 연구소까지도 연계하는 산학연 복합단지 조성

◎전남도: 미국 동부의 아이비(IVY)대학 및 서부의 스탠포드대학 등 200여 명문 사립대학과 존스 홉킨스 병원 등 대학병원 100곳에 투자 유치

 -지역특구내 교육개방 요구中 대학개방관련 내용

 

각 도시의 이러한 요청은 지역혁신체계구축의 방향과 정부의 경제자유구역을 통한 초·중·고의 완전개방을 위한 계획과 맞물리면서 발표된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유아·초·중등교육기관까지 사실상 WTO 교육개방 효과를 보게 되는 법안이다. 특히 이 법안의 10조에서는 외국 교육기관의 회계는 기업회계에 준하며, '결산상임여금본국송금허용'을 허용하게되어 있어 외국 교육기관의 영리행위를 대폭적으로 허용하고 경제자유구역내의 외국교육기관은 국내 교육법 적용을 받지 아니하기 때문에 영리행위를 한다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은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제6조에서 나타나듯이 외국교육기관설립에 관한 모든 권한은 재경부산하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교육의 경제적 종속성은 물론, 교육기관의 기업화, 효율성에 입각한 교육행위는 교육공공성을 파탄낼 것이다.

대학교육과 관련한 개방요구의 성격은 『지방대학혁신프로젝트』에서 각 지역에서 특성화하려는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대학을 자본의 논리로 특성화하겠다는 것도 모자라 외국대학을 유치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외국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대학교육과 산업까지 연결하고 연구소까지도 만들어 산학연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정부에서 제대로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개정산교법』을 빠르게 도입했던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대학개방이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1) 대학개방은 철저히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로 진행됨으로 각 지역에서는 비영리 법인의 학교설립이 가능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학교회계를 기업회계 원칙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논리에 치중하는 대학의 시장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실송금'의 다른 이름인 '결산상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잉여금의 해외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의로 부도낼 가능성과 결산상잉여금을 축적할 가능성이 있어 학생들의 손해는 피할 수 없다.

2) 대학개방은 단순히 외국법인 대학설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이 출자하여 국내법에 근거하여 법인을 만들어 학교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운영하는 외국인투자기업 형태나, 외국분교가 한국기업과 손잡고 연구소까지 만들 수 있는 산학연시스템을 염두에 둔 개방도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의 기업화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지방대학도 많은 대학들이 산학연시스템을 선호하고 있어 지역에서 외국대학과 한국대학간 경쟁은 불가피하다.

3)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대학설립 운영규정 및 시행규칙 등의 개악을 통하여 대학의 설립기준은 더욱 완화 될 것이고, 이사진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서 학생회나 교수회의 영향력을 더욱더 배제시킬 것이다.

4)『외국교육기관법률안』에서는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등록금, 학생선발방법, 교육과정, 학사운영 등 본국의 본교 운영에 준하여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대학은 수익성 중심이기 때문에 등록금 격차가 생길 것이고, 경쟁을 위해서 점차적으로 한국대학들도 외국대학 수준에 맞게 등록금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교육비가 상승될 것이다.

5) 더구나 지방대위기를 생각하면, 현재도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상황에서 외국교육기관이 무분별하게 설립되면 지방대학은 경쟁에 도태될 것이다.

 

4. 결론 -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

 

노무현 정부는 지방대학을 육성하려고 한다며 교육개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실제로는 전국에 있는 대학들을 전면적으로 시장화·개방화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의 『로드맵』과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에 입각해 대략 두 가지 방향으로 지역혁신을 꿈꾸고 있다. 첨단산업을 통해 대학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과 문화예술의 상품화이다. 우선 첨단 산업을 통해 대학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모든 지역에서 제출하고 있는 계획이라 특성화의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 발전보다는 전문·기술교육 중심으로 시장원리에 의한 이윤창출에만 치중하고 있어 대학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이마저도 전면적인 대학개방을 앞두고 있어 외국대학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상품화라는 방향도 역시 한계적이다. 지역 경제특구 지정 현황을 살피면 주로 '문화, 관광, 레저' 등에 치중되어 있어 민중의 삶의 질 고양을 위한 권리확대랑 관계가 없다. 이는 단순한 '관광레저'가 아닌 문화를 상품화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문화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연관을 시키려면 공공영역과 복지영역에 해당하는 문화발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을 상품화하여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전체적인 삶이 고양될 수 있는 기초적인 발전전략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방대학육성방안과 대학개방은 병행할 수 없는 것이다. 현정부의 정책은 지방대학을 육성하겠다며 오히려 대학간 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지방대학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방대혁신역량강화프로젝트』와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일단 무마시켜야 한다. 이는 대학 서열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며, 대부분 지방대학을 파산시키는 정책이다.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한데, 그것이 '대학 평준화 방안'이다.

대학평준화는 서울부터 지역까지 국공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들까지 대학구성원들이 원하면 평준화하여 교육환경, 교육의 질을 균등화하자는 것이다. 지역별로 인구수에 비례하여 대학을 정하고 각 지역에서는 지역대학으로 입학을 유도하며, 평준화에 동의한 대학 내에서는 중복학과를 두지 않아 학과를 찾아 대학을 입학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지금처럼 지역마다 비슷하게 특성학과를 육성하는 것을 지양하고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균형있는 학문들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하며, 대학개혁에 걸맞는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혁신역량을 강화한다는 허울아래 특정산업과 특정학과만 육성한다면 나머지 학과에 소속된 학생들에게는 사회진출의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실업문제 해결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일자리에 맞춰 대학교육을 조정하자는 것이었다면 좀더 개혁적인 방안은 대학에서 존재해야할 학문에 맞춰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과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과 관계없이 노동시장에 진출해야하는 현실에서는 대학개혁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순수예술과 같은 기초분야의 경우 전공에 기반을 두며 사회에 진출하는 기회가 전무하기 때문에 기초학문에 대한 외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갈 곳이 일반 기업체뿐인데 철학, 문학, 역사학 등 기초학문 전공자들이 전공과목에 관심을 가질 리가 있겠는가. 기초학문과 순수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의 비-시장사회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전공하는 학문과 예술을 통해 갖게 되는 지식과 기술과 능력을 사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생산의 연계망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대학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 교육개방을 막아야 한다. 교육개방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가속화 할 것이다. 외국교육기관은 이윤만을 생각하고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비의 폭등, 비민주적인 학원운영, 치열한 대학간의 경쟁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외국대학이 설립되면 최소한의 시설과 설비를 갖추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교육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그렇다고 학문과 지식인의 자연스런 교류까지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개방은 철저히 수익성에 입각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허용해선 안된다. 지방대학을 공공성의 원리에 따라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우선 교육개방을 저지하고 대학평준화를 기초로 전국의 국공립대학만이라도 통합하면서 원하는 사립대학을 국공립화시켜야한다. 또한 사회공공적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여 대학교육과 사회에서의 역할의 괴리를 극복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