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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특집_공교육을 망치는 참여정부의 '이정표'

2003.11.07 15:00

jinboedu 조회 수:1174 추천:6

공교육을 망치는 참여정부의 '이정표'

공교육을 망치는 참여정부의 '이정표'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 로드맵』분석과 비판

 

특집팀

 

Ⅰ. 서론

 

바야흐로 로드맵의 홍수다. '신당창당 로드맵', '노사관계 혁신 로드맵', '전자정부 로드맵', '동북아물류 로드맵' 등,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정치권과 정부는 각종 '로드맵'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숱한 로드맵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과연 이 땅의 진정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정부의 보수주의적·반민중적 행보가 더욱 노골화되어가고 있고, 그에 따라 정권 출범초기에 시민사회가 가졌던 일말의 기대감마저도 배신당하기에 이른 지경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에서부터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전교조 죽이기, NEIS를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노무현 정권이 이전의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오히려 '개혁적' 정권이라는 기만적인 허울을 쓴 채 신자유주의 논리의 전면적인 관철을 꾀하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8월에 교육부가 제출한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개발 혁신 로드맵』(이하 로드맵)은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제출된 각종 정책들을 종합한 것으로, 그간 노무현 정권의 교육정책의 본질과 성격을 확인시켜주는 것임과 동시에 향후 정부의 교육정책의 방향을, 말 그대로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기에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Ⅱ. 본론

 

1. 모순과 역설로 가득 찬 정책기조

로드맵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은 노무현정부 교육정책의 모순과 혼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적자원강국 실현을 위한 학습사회 구현"이라는 모토 아래 "초·중등교육은 삶의 기초능력 강화", "고등교육은 세계수준의 경쟁력 제고", "인적자원의 효율적 배분·활용" 등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교육시장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초·중등교육부문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공공성은 유지하고 고등교육부문은 기존의 시장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선거당시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이라는 공약에서부터 지난 4월 교육부의「대통령 업무보고 자료」, 이번 로드맵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기조이다.

또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분권', '참여', '통합' 이라는 로드맵의 3대 원칙인데, 이하에서 자세히 검토하겠지만 노무현정부는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목표아래 지방분권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처한 재정상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중앙정부가 져야할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마저 포기한 채 지방자치단체에 권한과 책임을 떠넘긴다면 공교육의 내실화는커녕 교육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지만 각 교육현장의 실적이나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차별적인 재정지원이라도 할라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살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자율성의 강화가 아니라 중앙의 통제 강화다.

2. 공교육 내실화를 목표로 내세운 초·중등교육, 과연?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교육복지 확대를 내걸었다는 점인데, 하지만 그 내용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그만큼 이전 정부들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실현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인데, 아니나다를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입법조치나 예산편성 과정을 보면 노무현 정부 또한 공교육 내실화 정책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이 과제들을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서두에서 지적한 대로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몇 가지 정책들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다른 정책들과 충돌을 일으켜 그 의미가 심각하게 퇴색되기에 이른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지난 8월 16일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이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을 학교형태("대안학교")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하여 정규학력을 인정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대안학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토록 하고 있다.

◎ 주요 골자

가.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학업중단 학생,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특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하여 각종학교 형태로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정규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교원의 자격기준, 교육과정 운영, 학년제, 교과서 도서 사용 등 관련 조항에 대하여 그 적용을 배제하려는 것임.

나. 대안학교의 초·중등학교 과정의 수업연한은 학칙으로 정하고 초·중·고등학교 과정별로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함

다. 대안학교의 설립기준, 교육과정, 학력인정, 기타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함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생각지도 않고, 사후약방문격으로 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흡수하려고 하다니, 교육부가 오히려 탈학교를 부추기는 꼴이다. 그나마도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은 그 비싼 대안학교에 다닐 엄두조차 못 내니 그 학생들은 과연 어디로 가란 말인가. 교실붕괴, 탈학교론 등 학교교육의 위기가 회자된 것이 이미 오래건만 교육부는 근본적 처방은 생각지 못하고, 교육부의 존재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9월 15일에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인데, 학교설립에 필요한 시설·설비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시설·설비기준 및 교원배치기준과 교육인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고등학교이하 각종학교에 대한 수업연한·입학자격·학력인정 등에 관한 사항을 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주요 골자

가. 일률적으로 적용해오던 학교설립에 필요한 시설·설비기준을 고등학교이하 각급학교 설립 인가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에게 이양하여 지역실정에 따라 시설·설비기준을 시·도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나. 초·중·고등학교의 통합·운영에 필요한 시설·설비기준 및 교원배치기준 등을 교육감이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려는 것임.

다. 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청소년의 학업을 위한 산업체부설학교(학급)의 설치기준, 입학방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근로청소년을 위한 학급설치 및 학교설립인가를 하는 교육감에게 이양하려는 것임.

라. 고등학교이하 각종학교에 대한 수업연한·입학자격·학력인정 등에 관한 사항을 지방에 이양하여 지역실정 및 교육여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교육부는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 설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하여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령으로 일괄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학교시설·설비 기준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율적으로 규정하도록 한다면 그 수준이 현격히 떨어지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운동장 없는 학교, 미니학교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으나, 교육부가 나서서 그런 학교의 설립을 지원하려 하는 것이 참 의아하기 짝이 없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콩나물 교실에서, 운동장이 좁아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예체능 수업 한 번 받기 힘든 지금의 교육환경 수준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지역별로 알아서 하라니, 그것이 특성화이고, 다양성인가. 더군다나 학교교육은 입시위주의 몇몇 소수과목에만 치중하게 되는 현상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시설면에서 보나 내용면에서 보나 전반적인 교육환경은 더욱 악화되면 되었지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하다.

한편 교육부는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공개하였다. 학교설립기준을 예외적으로 대폭 완화해주고 각종 특혜조치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정부의 무분별한 각종 특구 계획으로 인해 외국인학교이건 운동장 없는 학교이건 이래저래 부실한 교육기관만 부쩍 늘어나게 될 판이다.

하나 더. 계약직 교원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30일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은 특성화 교육,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운영을 위해 산업체 근무 경력이 있거나 예·체·기능 분야의 국제대회 입상자, 인간문화재, 명장 등 특수분야 전문가 등을 산학겸임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기타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교육감에게 산학겸임교사 자격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사자격기준을 완화하였다. 하지만 이 산학겸임교사는 시간강사로서 학기당 혹은 1년 단위마다 계약을 맺어야 하는 계약직 신분이다. 산학겸임교사의 자격기준을 완화한다고 하여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고, 오히려 계약직 교원을 양성화함으로써 교원노동의 불안정화가 심화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흐름은 '자율화·특성화·다양화'라는 교묘한 경제적 논리로서, 겉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주체들의 권한과 자율을 대폭 보장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견제가 심화되어 교육주체들은 더욱 정부정책에 종속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은 공교육 내실화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사교육을 조장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구색 맞추기용으로 내세운 교육복지 확대사업이 2004년도 교육예산에는 반영되지 않거나 대폭 삭감되어 그야말로 뻔뻔한 로드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세우겠다는 것인지, 대폭 예산이 삭감된 교육복지사업은 앞으로 어찌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경쟁만을 심화시키는 사교육 부흥대책을 내놓은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 라는 목표를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

3. 신자유주의 대학정책의 가속화

① 국립대 민영화

○ 교육구성원의 참여 활성화

― 국립대학 의사결정구조 개방화

○ 대학운영의 투명성 확보

― 국립대학회계제도 도입

― 대학행정정보시스템(ERP) 도입

로드맵 中.

 

로드맵은 교육구성원의 참여활성화와 대학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국립대 의사결정구조 개방화와 국립대학회계제도 도입을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7월 국립대독립법인화법안이 최종 통과됨에 따라 국립대학이 민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오히려 국가적 통제는 강화되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실행"이라는 목표에 따라 총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학교의 재정, 운영 등의 주요 사항을 학외자가 포함된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의 교수회나 학생회라는 기구는 유명무실해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로드맵 또한 의사결정구조를 개방한다하여 외부 인사를 영입하여 국립대에 이사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립대에 이사회를 설치하면 이사회의 권한을 어디까지 줄 것이냐, 이사의 임명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세부적인 문제들을 포함하여 국립대에 이사회를 설치해야할 근거와 목적부터 명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대학회계제도도 마찬가지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측은 항상 국가기구가 갖는 비효율성과 방만한 운영이 문제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적자본에게 맡겨 경쟁과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댄다. 국립대의 의사결정구조를 개방하자거나 회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은 그 자체만 놓고보면 일면 맞는 말처럼 들리나 전반적인 정책의 맥락속에서 살펴본다면 이는 국립대의 존재의의―공교육의 근간―를 뿌리째 뒤흔들고 공교육마저 기업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② 학교인가 기업인가, 산학일체형 대학구조 개편

○ 산업 및 전략분야 전문인력 양성

― 6대 전략분야 전문인력 양성

― 산학연 협력체제 강화

로드맵 中.

 

교육부는 얼마전 야심찬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대학총장, 전문대학 학장, 경제단체장, 산업체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한 국정과제회의에서 『신산학협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대학구조를 아예 산학일체형으로 개편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로드맵에서 '전략분야 인력 양성'과 '산학협력체제 강화' 과제를 명시했듯이, 이미 이런 계획은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부터 시작하여 『신산학협력 활성화 대책』에 이르기까지 차츰 그 수순을 밟아나가는 과정이다.

'산학협력 활성화 대책'은 학사운영에 있어서도 기업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산업체와의 계약에 의한 학과나 학부(계약학과)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교육과정개발에도 산업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하였는데, 이쯤되고보면 이게 대학인지, 기업체 부설 교육기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미 2003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에 근거하여 국공립대에도 산학협력단이 설치된다면 국공립대마저 기업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은 뻔하다. 이런 계획을 경제관료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자리한 회의에서 내놓았으니 교육부는 박수와 갈채를 받을 만도 했을 것이다.

 

③ 전반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강제

○ 대학의 자율성·책무성 강화

― 대학운영의 자율화 확대

― 대학 특성화를 위한 구조조정(M&A 제도) 추진

― 학사운영의 다양화·유연화

○ 지역발전 중심체로의 지방대학 육성

― 지방대학 혁신 역량강화 프로젝트 추진

○ 직무수행능력 중심 직업교육체제 개편

― 전문대학 구조조정

로드맵 中.

 

현 대학교육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교육부 자신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학이 난립하게 되어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낳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책임을 대학구성원들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지원자가 없어 스스로 도태되는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에 대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재정도 차별화하여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되어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 사업에 2,200 억원이 배정되어 있기까지 하다.

과거 BK21 사업처럼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에 강제로 구조조정을 유도하여 경쟁력 있는 분야와 학교만을 살리겠다는, 소위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지역간 균형발전'과 조화를 이루겠다고까지 한다. 앞서 초중등교육정책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고 지역간 격차도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책임은 방기한 채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살아남도록 내맡긴다면 지방대학의 특성화·다양화가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의 질적 저하를 낳게 될 것이다.

4. 천박한 인적자원개발론

앞서 살펴보았지만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대학을 철저히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소'로 육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방대 육성 사업이란 것도 결국은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을 살리고 지역공교육체계를 활성화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산학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지방대학을 활용하려는 것일 뿐이다. 즉 경제논리에 의해 지방대학들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 8월 22일 「인적자원개발기본법」까지 제정하여 '인적자원'의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였다. 대학을 한낱 산업적 이윤창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교육부의 천박한 시각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런 것도 있다. "학벌주의·대학서열화 극복 대책마련", "청년실업 대책 수립". 하지만 이런 정책이 한낱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예산확보 계획이나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없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의 효율적 관리'라는 과제의 하위범주로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학벌의 폐해와 청년실업의 증가로 야기되는 공교육의 붕괴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인력수요에 차질이 생기니 어서 빨리 대책을 마련하여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적자원'을 맞춤형으로 찍어내자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능력중심의 인재양성이란 수사가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끝없는 경쟁을 조장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Ⅲ. 결론

 

로드맵에서도, 최근 일련의 입법조치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은 '분권화' 이다. 이미 로드맵의 3대 원칙에서도 천명된 바 있고, 로드맵이 제시하고 있는 첫 번째 정책과제도 '교육행정체제의 혁신'이다. 교육현장의 '자율성' 강화라는 목표아래 중앙조직의 간소화, 지방분권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 교육여건을 악화시키고 교원노동의 불안정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분권화'와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정부의 통제와 장악력을 한층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공교육의 내실화라는 목표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는 서두에 지적한 대로 정책적 모순과 혼란이 아니라 차라리 일관된 기조 ― 공교육 죽이기 ― 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한편 로드맵에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교육시장개방 문제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시장화 정책의 전면화가 곧 대외적인 교육개방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진행중인 시장화 정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발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로드맵이 향후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정권초기의 시점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 하겠다. 최근 공교육개편을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이 닻을 올렸다. 지난 10월 11일 정식 출범한 'WTO교육개방저지와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 범국민교육연대'는 교육개방·시장화 반대 투쟁과 공공성에 입각한 공교육개편운동 전개, 두 가지를 기본 과제로 설정하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범사회적 교육운동에 매진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를 계기로 교육공공성 담론이 더욱 확장되고, 민중이 공교육개편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