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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논단_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 프로젝트를 중단하라

2003.11.07 15:05

jinboedu 조회 수:1104 추천:4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 프로젝트를 중단하라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 프로젝트를 중단하라

 

박종일 | 교육운동연대회의

 

 

1. 대학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된 서열화된 대학체계, 무분별한 대학설립과 정원증원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지방대학의 위기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입학생 부족을 위해 세일즈하는 교수, 서울수도권 편입을 위한 공부에만 매진하는 학생들, 급증하는 학점 인플레, 열악한 교육여건 등의 모습은 현재 지방대학이 처해있는 심각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대학개혁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는 대학개혁의 요구들을 왜곡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지방대학 문제 해결의 처방전으로 여기고, 전국을 돌면서 순회토론회를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추진배경"을 보면 지역우수인재 유출 심화 및 지방대학의 경쟁력 약화, 국가균형발전, 지방대학의 역량강화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일면 맞는 이야기이고,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지역간 불균형, 대학간 서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바람직한 개혁프로젝트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하고, 그것에 맞는 처방전을 내야 한다. 교육부에서 내놓은 「프로젝트」는 정확한 진단부터가 안되어 있는 상태고, 실행 결과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여지가 다분한 계획이다. 교육부의 계획은 현재의 문제점을 표면적으로만 지적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의 위상과 역할을 바로잡는 개혁이 아닌, 대학의 존립근거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대학개혁안이라고 선전하고 다니는 형국이다.

분명 현재 한국 대학은 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내적으로는 그동안 유지되어온 왜곡된 운영구조가 온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내부주체의 개혁의지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대학구조조정의 요구와 개방의 압력이 거세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우리는 대학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이를 극복하고자한다면 대학은 더욱 큰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아래에서는 「지역혁신체계(RIS) 구축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기본방향을 살펴봄으로써, 교육부의 계획이 얼마나 우려스러운가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예상되는 결과는 대학과 교육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지 또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대학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첨가될 것이다.

 

2. 지역혁신체계(RIS) 구축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기본방향

 

(1)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역간·지역내 불균등 지원

지방대학의 위기 극복과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의 기본방향이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방식인 것은 상당히 모순적인 정책방향이다. BK21등의 사업에서 보여진 '선택과 집중'의 원리는 학문간/대학간 불균형을 심화시켰을 뿐이다. 이는 지방대학 육성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식이다. 대학과 학문의 비교우위에 따라 몇몇 대학을 선택하고 집중지원하는 방식은 기존에 실패를 반복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대학경쟁력을 높이고 지방대학을 역량을 혁신하겠다는 것이 단지 일부지역과 대학만을 집중육성하는 것으로 협소화되는 것은 결코 혁신안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제출한 내용을 보면 지역간 균형발전과 '선택과 집중'을 마치 상호보완적인 것처럼 언급하고, 여러 지역과 대학을 고루고루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간 균형발전과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의 조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기본적인 여건향상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배려

  프로그램간의 중복을 방지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분야의 사업을 집중 지원

 

지역간 균형발전과 '선택과 집중'이 과연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은 지역간/지역내에서 보다 사업성 있는(이윤창출이 용이한) 분야에 집중지원하는 방식이 될텐데, 이는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반교육적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학의 경쟁력이 단지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은 2000년대 이후 한국대학을 더욱 피폐화시킨 원인이었다. 이러한 논리라면 차라리 대학을 없애고, 대학을 (지방)기업화하는 것이 오히려 일관성있는 정책일 것이다. 대학에 기업의 논리를 들이미는 순간 대학의 기능과 역할은 혼재되어버리고, 올바른 대학개혁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하고 만다. 대학이 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어떠한 지식을 생산하고 사회로 환원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단지 지역에서 무엇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가 전제된다면, 이는 대학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결과로 귀결될 뿐이다.

현재 불균등한 지역간의 문제는 한두 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몇몇 사업에 집중지원을 한다고 해서 지역간 불균등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불균등하고 서열화된 지방대학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과 동시에 균등한 지원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또다시 새로운 서열구조와 불균형구조를 양산하는 방향으로 아까운 시간과 재정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2) 교육부의 책임회피, 자발적 구조조정 유도

지방대학의 문제를 언급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립대학을 우후죽순 설립할 수 있는 법적토대를 마련한 교육부의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편승해서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대학을 설립한 사립재단 또한 그 잘못을 인정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현 대학교육의 위기를 초래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교육부가 이제는 그 책임을 개별대학과 대학구성원에게 넘기려고 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재단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주려고 한다. 지방대학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대학의 퇴출경로를 마련하는 것은 그동안의 실정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는 처사이다. 단지 지방대학에 구조조정 할 것을 정책적·재정적으로 강제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표면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될 뿐이다. 교육부에서 구조조정이라고 내세운 대책들은 그러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학의 교육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학사운영의 유연화 및 다양화, 대학 구조조정 등 각종 제도개선 사업을 병행하여 추진

  장기적으로 일정분야를 집중지원함으로써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여 대학의 경쟁력 강화

  대학간 제휴연합, 경영이 어려운 대학을 위한 퇴출경로 마련 등 대학간 구조조정 자율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대학간 구조조정 자율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정비 - 구조조정의 성격·절차 및 교직원·학생 처리, 해산법인의 대학재산 환원 등과 관련, 사립학교법 개정 등 관련법령 정비

 

지방대학의 혁신이 교육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하에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진행된다면, 대학의 위기는 오히려 증폭될 뿐이다. 그동안 진행된 대학구조조정조차도 대학구성원에게 엄청난 문제를 불러일으켰는데, 거기에 한술 더 떠 지방대학 혁신방안까지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최소한 현재까지 진행됐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반성하에 학생, 교수, 교직원의 민주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지방대학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경영이 어려운 대학의 퇴출경로를 마련한다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대학을 사적이윤창출을 위한 도구로 여겨왔던 재단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비영리법인인 대학을 안정적인 영리추구기관으로 왜곡시킨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조치를 취하지지 못할 망정 장사가 안되면 본전을 찾아주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3) 기업이 대학을 직접지배하는 산학협력체계

교육부는 「프로젝트」를 통해 '선택과 집중' 원리에 의한 대학 지원과 동시에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방대학 구조조정을 실시하려 하고 있다. 그 동안 부분적으로 진행되어온 산학협동체계를 이제는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대학과 기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것이다. 즉, 대학의 기업화 혹은 기업의 대학으로의 직접침투를 통해 이윤창출을 위한 기관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지방대 개혁방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을 통해 산학협력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초까지 마련한 상황이다. 대학은 재정확보를 비롯한 자구책을 찾기 위해 기업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기업은 이윤창출이 가능한 대학에 투자하거나 기업의 의중에 맞게 대학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기업의 대학지배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외부기관과의 연계협력을 통한 사업추진으로 대학시스템의 유연화와 외부 적응력 향상

  여러 부처의 다양한 대학 지원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단 설치 등 대학내 시스템 구축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 개정으로 대학기반 산학협력의 법적·제도적 기초 마련(03.9.1 시행) - 대학의 적극적인 시스템 전환 침 기반조성 유도·지원

  산학협력의 중추기관으로서의 산학협력단 설립운영지원 - 독자적인 법인격 인정에 따라 계약체결, 특허권의 대학 귀속, 학교 기업 운영 가능

 

대학은 단지 (고)부가가치 창출만을 위한 도구적인 기관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가치와 지식들을 생산하고 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맡아야 할 기관이다. 대학이 기업화되었을 때 사회적 책임보다는 이윤추구만을 노릴 것이며,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실패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방기될 것이며, 이는 곧 대학의 존립, 나아가 사회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점없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교육부의 교육철학 빈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3. 지방대학 구조조정은 교육과 대학을 황폐화시킨다.

 

「프로젝트」가 어떠한 배경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 정책의 허구성과 그 결과 나타날 문제점들을 짚어보려고 한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올바른 대학개혁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방대학의 혁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1)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정책적 배경

「프로젝트」는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나타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경쟁력강화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영역 또한 구조조정과 개방의 움직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김영삼정권 이래 줄곧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그 폐해가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는 그 흐름의 막바지 단계로써, 지방자치에 입각한 자립형체계를 통해 무한경쟁 시스템으로 교육전반을 재편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70년대 후반 영국 대처정부에서 '작지만 강한 정부'라는 슬로건 아래 대대적으로 진행한 신자유주의 (교육)구조조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교육을 시장시스템에 맡기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교육공급자(대학)의 경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동시에 교육소비자(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게 된다. 그동안 교육부가 만들어온 위계적인 대학체계를 오히려 비판하면서, 대중들의 교육기회확장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결국 대학과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모두 대학과 학생/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이지만, 교육부는 대학혁신과 교육소비자의 선택권 확장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만을 유포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재정을 감축하면서 재정적 책임을 회피하지만, 동시에 구조조정에 따른 저항과 반발을 봉합하기 위해 국가의 통제력(재정지원의 편중 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부의 기능을 재조정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대처정부를 위시로 하여 진행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이며, 영국에서 또한 다시 교육공공성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공공성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정책선회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추세를 애써 무시하면서 한국의 교육부관리와 자본은 신자유주의 정책만이 대안이라며, 대학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2) 지방대학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날 결과

1) 교육 불평등의 가속화

위에서 언급했듯이 '선택과 집중' 원리는 결코 지방대학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는 원리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으로 그들이 말하는 경쟁력 있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간 균형발전은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교육재정이 특정 지역과 대학에 편중될 것이며, 지방간·대학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재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기업을 통한 재정지원을 받고자 하나, 기업입장에서는 오히려 교육재정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학으로 몰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자립형 지방화를 추구하는 상태에서 지방자치정부는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부과할 것이고, 동시에 보다 많은 재원확보를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증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민중의 부담을 증대시키면서, 동시에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대학교육의 혜택이 풍성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2) 반교육적 상황 발생

대학을 교육기관으로써가 아닌 기업원리로 운영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정책방향은 또한 대학의 자율성훼손과 교육기관으로써의 책임을 망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업의 요구와 이윤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대학은 운영되고 평가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육부의 수시적인 평가시스템으로 인해 교육의 연속성은 훼손되고 단기간의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만을 집중육성할 것이다. 동시에 대학은 대학의 운영실적을 높이기 위해 허위·과대 보고를 하게 될 것이며, 대학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최근 지역순회토론회에서 나타난 대전충남지역의 토론문을 보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대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해결방안을 고민하기보다는 현재까지 쌓아온 업적(?)에 대한 자랑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는 또한 학생선발에 있어서도 투자수익률의 원리가 도입되면서, 최소한의 지원만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장애인이나 빈곤층의 선발보다는 대학에 재정적 기여를 할 수 있거나, 최소한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집중할 것은 기업의 속성상 당연하기 때문이다.

 

3) 대학의 비민주화와 종속화

지방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강제적 조치를 통해 대학재편을 기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의 운영과 관련해서 학교운영과 소유를 분리시키는 시도들이 계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학교운영을 철저히 총장이나 산학협력단의 대표의 권한으로 강화시킬 것이고, 이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통제는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대학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나오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신자유주의 구조정의 핵심 방편이다. 대학운영의 민주화에 대한 오랜 기간동안의 투쟁의 성과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것으로써, 대학운영을 전문경영인 혹은 지역기업주와 지자체관료가 포함된 산학협력단으로 이전시키면서 대학에 대한 국가와 대학외부주체에 의한 지배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학의 체질을 효율적으로 재편한다는 미명하에 대학운영을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결과 대학구성원이 소외와 종속만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대학의 비민주화와 기업과 국가로의 종속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4. (지방)대학 개혁의 올바른 방향

 

(1) 대학은 국가실패와 시장실패에 대한 대책마련의 기능을 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와 지식들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육이 국가에 종속되거나 시장에 종속되는 것은 사회발전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정책과 기업정책에 대한 잘잘못을 판단하거나 국가와 기업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대학의 자율성·학문의 자율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의미있는 것이다. 대학은 국가실패 혹은 시장실패에 대한 사회안전망 차원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지, 국가 혹은 기업에 종속된 형태로 사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들을 야기시킬 것이다.

이에 현재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학문과 교육과정에 대한 고찰과 함께 사회로 환원될 수 있는 지식과 가치가 올바른지에 대한 검토해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문적 과제를 설정하고,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정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2) 민주적인 대학개혁은 대학구성원들의 참여와 논의로부터

한국 대학은 오랫동안 왜곡된 대학지배구조 하에 놓여왔으며, 파행적으로 운영되기 십상이었다. 국공립대는 국가에 의한 지배형태로, 사립대학은 개인의 전유물로 운영되어온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을 고민하기보다는 사회통제를 위한 도구로써, 혹은 이윤창출의 도구로써 대학을 운영해왔다. 자연스레 대학의 주체인 학생, 교수, 교직원은 대학의 구성주체이지만 대학운영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으며, 대학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 또한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대학은 기존의 비민주적인 구조와 운영형태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들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대학구성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정책방향 혹은 사립재단의 전횡에 의한 지배보다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통해 대학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아니라, 현재 대학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대학구성원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3) 지방국공립대간 연합체계가 아닌 전국 국공립대 통합운영

지방대학의 위기는 결정적으로는 대학의 서열구조와 열악한 재정지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부의 「프로젝트」는 대학서열구조를 오히려 강화시킬 우려와 함께, 불균등한 재정지원을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대학서열을 폐지와 대학을 국공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공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그간 왜곡된 대학운영구조를 혁파하고, 기업에 의한 대학지배로의 전환이 아닌 공교육기관으로써의 대학을 새롭게 재편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현재 진행되는 지방국립대학의 연합과 통폐합을 통해 지역별로 자구책을 찾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국공립대를 통합운영하는 방향으로 대학개혁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정책방향으로는 결코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보다 세분화된 서열구조와 대학의 시장화를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