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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연구노트_일본 국립대학 민영화와 국내동향

2003.11.07 15:04

jinboedu 조회 수:1441 추천:5

일본 국립대학의 민영화와 국내 동향

일본 국립대학의 민영화와 국내 동향

 

배태섭 | 연구소 사무차장

 

국립대학 법인화를 필두로 한 일본의 국립대 민영화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가 진행되어온 국립대 구조조정 정책은 고이즈미 내각 출범 이후 더욱 파괴적인 모습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정책변화에 맞춰 한국의 국립대학도 구조조정의 칼날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본의 국립대 민영화 정책의 흐름과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 국내의 동향 및 전망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본 글은 '독립행정법인화에 관한 조사검토회의'의 중간보고서 『새로운 '국립대학법인'상에 대하여』(2001. 9)를 바탕으로 일본의 대학재편 상황을 정리·분석한 글을 중심으로 쓰여졌다. 번역을 맡아주신 박찬규 선생님(용산고, 연구소 회원)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전문은 연구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 통과된 일본의 '국립대학법인화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검토가 없이, 2001년에 발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 상황을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그동안 달라진 내용이나 세부적인 쟁점들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일본의 국립대 정책의 기조나 커다란 방향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기에 아쉬우나마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편집자주)

 

 

일본의 국립대학이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난 7월 9일 일본 국회에서 '국립대학 법인화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모든 국립대학이 정부조직에서 독립법인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행정조직상의 변화가 아니라 대학의 위상과 역할 등이 근본적으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갑작스런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부터 교육분야의 구조개혁을 일상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고, 이번의 법인화 정책은 정부조직의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행정의 슬림화'를 꾀하고자 하는 전략 하에 국립대도 예외일 수는 없다하여 국립기관의 조직을 축소하고 정부의 재정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일본의 대학재편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바가 클 것이기에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의 교수노조와 일본의 국립대학법인화저지전국네트워크 등 한일 교수단체들은 지난 6월 10일 한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국의 국립대학 구조조정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대학의 자유와 고등교육의 기회균등을 지키기 위해 함께 나설 것을 결의한 바 있다.

 

Ⅰ. 대학구조조정의 추진경과

 

1987년 하시모도 정권 당시 ▲교육연구의 고도화, ▲고등교육의 개성화, ▲조직운영의 활성화를 내세우고 설치되었던 '대학심의회'는 10년이 지난 1998년 10월 『21c 대학상과 이후 개혁 방책에 대해서―경쟁적 환경 속에서 개성이 발휘되는 대학』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보고서는 유동적이고 불투명한 시대에 격화하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재편의 기본이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 과제탐구능력의 육성 : 학부교육의 재구축과 대학원의 교육연구 기능 고도화·다양화

△ 교육연구 시스템의 유연화 : 다양한 학습수요에 대응한 유연화·탄력화, 지역사회·산업계와의 연휴, 교류

△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실행 : 조직운영체제의 정비와 대학정보의 적극 제공

△ 다원적인 평가체제의 확립 : 대학의 개성화와 교육연구의 부단한 개선을 위해 자기점검·평가 충실화. 제3자 평가시스템 도입과 이를 자원분배의 근거로 활용

 

이는 바꾸어 말하면 ▲값싼 노동력의 양성, ▲산학협동 추진,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경쟁원리 도입, 감시체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화를 내세운 기업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대학정책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듬해인 1999년 5월 발표된 학교교육법개정안은 교수회의 권한 축소와 학장(총장)의 권한 강화, 제3자의 대학운영 참가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이는 대학자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로서 대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교수회를 심의기구로 격하시키고 학장의 권한 강화를 통해 문부과학성의 대학 통제를 더욱 쉽게 만들어주는 조치였다. 이는 같은 해 국회에서 통과된 '주변사태법' 등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예 국립대학제도를 폐지하고 독립법인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99년 7월 '독립행정법인 통칙법'에 의해 그 골격이 드러난 국립대학의 폐지와 독립행정법인화 정책은 일본 정부의 국가행정기관 감량을 통한 행정 효율성의 제고와 맥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정부기관 운영에 있어 민간기법의 도입과 이를 통한 행정의 효율성 및 책임성을 제고시키고자 국립대학 체제를 독립법인화함으로써 대학간 경쟁을 유발해 대학 및 일본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선전하였다.

하지만 이는 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단지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책으로 99개의 국립대와 전체 공무원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국립대 교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감량과 구조조정, 그리고 국가의 재정상 책임을 방기하려는 의도였다.

이를 둘러싸고 대학당국과 교직원, 교수,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정부는 2000년 7월 문부과학성 산하에 '독립행정법인화에 관한 조사검토회의'를 설치하고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립법인화 반대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조사검토회'의 보고서가 미처 나오기 이전인 2001년 6월 수상의 자문기관인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도야마 문부과학성 장관은 『대학(국립대학) 구조개혁 방침』(도야마 플랜)을 전격 발표하기에 이른다.

도야마 플랜은 ①대담한 재편·통합, 민간적 발상의 경영수법의 도입 ⇒ ②조기 국립대법인화, 경쟁원리 도입 ⇒ ③세계 최고수준의 'Top 30' 육성이라는 핵심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방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의 수를 대폭 줄이고, 제3자 평가시스템에 의한 대학 감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차등 지원, 경쟁 격화를 통해 세계 수준의 Top 30 대학을 만든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도야마 플랜이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2001년 9월에 조사검토회가 발표한 중간보고서 『새로운 '국립대학법인'상에 대하여』는 도야마 플랜을 구체화하는 국립대학법인의 설계도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국립대의 독립법인화를 위한 법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2002년 3월 조사검토회는 『새로운 '국립대학법인'상에 대하여』최종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2003년 2월 각료회의는 「국립대학법인법안」을 의결했다. 같은 해 4월 일본 국회는 「국립학교설치법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국립대학간 통합의 근거를 마련해주었고, 마침내 올 7월 일본 국회는 「국립대학법인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현재 99개의 국립대학은 국가행정조직의 틀을 벗고 내년 4월부터 89개의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게 된다.

 

Ⅱ. 문제점

 

1. 국가주의적 통제의 강화

 

(1) 대학자치 위협 ― 학장체제 강화

 원래 일본의 국립대는 개별 학부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즉 국립대학은 유기적인 일체성을 갖는 하나의 조직이라기보다는 학부라는 교육연구단위의 연합체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학부 교수회의는 교육연구, 인사, 예산 등 학부관리운영에 있어서 정부뿐만 아니라 학장의 간섭도 받지 않고 결정해왔는데, '국립대법인법'은 학장과 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교수회는 심의기능만 부여함으로써 대학자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리고 교수들에 대한 임면권도 기존의 교수회에서 학장에게 넘어간다.

법안에 따르면 학장을 중심으로 한 임원회의인 '役員會'가 있고, 외부인사가 참여하여 학내예산과 경영을 심의하는 '경영협의회', 교육·연구 분야를 심의하는 '연구교육평의회'가 구성된다. 평교수들의 경우 교육·연구 분야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어 대학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대폭 축소되었다. 반면 대학의 집행권은 학장이 중심이 된 '役員會'가 갖기 때문에 학장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이미 2002년 3월 조사검토회의 최종 보고서는 "top-down에 의한 의사결정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으로써 지난 98년 대학심의회의 보고서가 내세웠던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실행"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학장(총장)의 권한을 강화하여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계속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top-down'이란 상명하달 방식에 의한 학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 학장은 학내 구성원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자'가 아니고 대학법인의 경영을 책임지는 'CEO'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학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해도 결국 학장의 임면·해임권이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있는 한 국립대학법인은 정부에 종속될 것이 분명하다.

 

(2) 학문의 자유 침해―국책 대학화

이제 각 대학법인은 국가의 '그랜드 디자인'에 따른 목표를 정하고 국책 수행을 위한 할당량에 대해 문부성의 허가와 함께 정기적으로 감시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은 '인류의 진보에 공헌한다'는 고등교육의 보편적 이념이라는 것은 있어도, 국가 전략에 종속된 목표가 있을 수 없다. 이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 제국대학으로의 회귀이고, 침략전쟁에 가담한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굴해서는 안된다'는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학문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의 중기 목표를 근거로 할당량에 대한 상황을 항상 감시한다. '평가'를 미끼로 예산을 차등 배분하겠다는 것이고, 실적이 '나쁜' 대학은 과감히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이다. 이렇게 평가에 따른 예산지원으로 대학이 정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과서 검정이 대학에도 실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부에 의한 정기적인 평가는 결국 기초학문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각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적인 조건속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윤창출과 밀접한 연구에만 집중투자를 하게 될 것은 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돈도 되지 않는 기초연구에는 예산이 삭감되고, 과감히 구조조정이 된다면 국립대학의 공공성은 흔들리게 된다.

 

(3) 학외자 개입에 의한 통제 강화

예산과 경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경영협의회'는 외부인사를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즉 대학의 임원과 운영조직, 평가기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여 외부자에 의한 교육·연구 및 재정상의 통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각 분야의 전문가'의 선발 기준은 임의적이어서 정부방침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어용학자들이나, 대기업 관계자 등 대학을 기업경영화려는 인사들로 채워질 위험성이 따른다. 이는 앞서 지적한대로 교육주체인 교수와 학생의 의사를 무시하겠다는 의도이며, 곧 대학자치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2. 신자유주의 경쟁 격화

 

98년 대학심의회 보고서 『21c 대학상과 이후 개혁 방책에 대해서―경쟁적 환경 속에서 개성이 발휘되는 대학』에서 드러나듯 '개성'이란 경쟁심의 고취를 통해 대학간 격차를 고착화시키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후 2001년 도야마 플랜도 대학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Top 30'으로 통합·재편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립대학에도 신자유주의 경쟁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중이다.

 

(1) 국가 재정 책임 방기

국립대법인의 각종 계획을 평가할 '국립대학법인평가위원회'는 6년마다 대학법인이 제출하는 중기 목표와 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는 '운영비 교부금'을 지원하게 된다. 즉 각 대학의 이념과 목표,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자연도태를 유도하겠다는 심산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각 대학은 높은 평가점수를 받기 위해 문부과학성의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 비전보다는 성과에 집착한 단기적 계획을 빨리 달성하는 것, 정부가 강제하는 구조조정을 완수하는 것이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한 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자체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현재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책정되고 있는 국립대 등록금을 각 대학법인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됨에 따라 향후 등록금의 인상은 뻔한 일이다. 더욱이 대학법인이 자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되어 CEO로서의 학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거나 연구성과로 나오는 특허관련 수입 등이 대학법인의 자체 수입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산학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학은 기업과 손잡고 돈벌이에 발벗고 나서게 될 것이다.

대학병원의 수익도 중요해진다. 기존까지는 문부과학성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운영되고, 수입 역시 국고로 환원되었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각 대학법인이 병원에서 생기는 수익을 자체 운영비로 돌리는 것이 가능해져, 이제 대학병원은 수익창출형 구조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할 것이기에 의료의 공공성 역시 심각하게 위협당할 지경이다.

 

(2) 교직원 신분 불안정

법인화가 되면 현행 공무원 신분인 교직원이 법인의 직원이 된다. 법인의 대표이사격인 학장에게 인사권이 주어짐에 따라 유연한 고용 형태와 급여 체계가 가능해지고 겸직, 겸업이 자유로워지며, 특히 학장, 학부장 등의 관리직에 외국인도 기용할 수 있게 된다. 애초 법인화 논의의 출발이 국가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이란 목적이었기에 조직의 대폭 감축과 유연한 노동력 관리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고용형태의 파괴는 연봉제와 같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급여체제의 도입과 짝을 이루는 것이다.

고용형태 파괴의 한 형태로 '임기제'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 특정 연구를 목적으로 교원을 고용하는 제도로 외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연구용역비로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인데, 마치 대학이 기업의 하청연구기관이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러한 교원노동의 불안정화는 계급적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게 되는데, 특허권이나 급여와 직결되는 성과의 달성을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근무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서로 마주치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되면 교수회나 직원노조 등의 단결력이 급격히 붕괴될 것이다.

 

(3) 조직 전체의 구조개편

대학에 기업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또 한가지 방식으로 조직전체의 재구조화가 있다. 대학조직을 분사, 외주화, 민영화하는 등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응용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구기관의 일부를 대학법인으로부터 독립시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거나, 특정 시설을 다른 종류의 법인과 맞바꾸거나하여 업무의 아웃소싱에 의한 효율적인 운영과 탄력적인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무과나 학생과 같은 사무조직이나 도서관 등은 법인에서 떨어져나와 외주화될 것이 분명해진다. 이는 바로 전에 언급한 고용형태의 파괴와 짝을 이루어 진행되는 과정이다.

 

Ⅲ. 한국 상황

 

우리의 경우에도 국립대학 구조조정의 내용과 추진 과정에 있어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주요 교육정책을 담당부처인 교육부가 아니라 재정경제부나 건설교통부가 주도하는 등 경제적 필요성과 논리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우되고 있고, 이미 10년쯤 전부터 국립대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국립대학발전계획안>(2000. 12)과 '국립대운영에관한특별법안'(2002. 11)을 중심으로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자.

 

(1) <국립대학발전계획안> 주요 내용 및 문제점

김대중 정부는 공공부문개혁의 일환으로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향후 정책과제들을 총망라하여 2000년 12월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을 확정 발표하기에 이른다. '발전계획안'은 추진원칙에서,

 

△ 교육의 수월성 제고와 연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운영시스템 효율화

△ 평가와 보상 등을 통하여 대학 내부의 혁신의지 조성

 

등을 내세우고 있어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게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대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발전계획안'이 담고 있는 내용도 일본의 법인화법안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다.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본의 법인화법안 내용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국립대학 특별회계', '책임운영기관화', '대학평의원회' 등이다. 책임운영기관화란 교육부에 총장후보선출위원회를 설치하여 총장을 이 위원회의 추천으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고, 총장은 교육부장관과 경영계약을 체결하며 조직, 인사, 재정에 관한 권한을 대폭 이양받는 시스템이다. 이는 곧 총장직선제의 폐지를 의미하며,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지배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대학의 영리기관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민영화 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책임운영기관화를 하지 않는 대학에는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학내외 인사들로 구성되어 학교의 기본정책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고, 예결산 심의·의결 등의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교육부가 지적하고 있는 '일부 교수중심의 폐쇄적 대학운영'이 아니라 총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육부는 대학운영의 비민주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더군다나 이 제도를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하면서도 이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교육부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법인화법안이 국립대학운영에 있어 학장체제의 강화를 중심으로 문부과학성의 통제를 꾀하려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논리와 내용을 갖추고 있다.

국립대 특별회계제도는 교육부 스스로도 추진을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등 정부 안팎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도이다. 가장 최근까지는 2002년 말에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국립대운영에관한특별법'을 발의하여 그 내용이 구체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정부는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 대학회계제도의 도입 추진

'국립대운영에관한특별법안'(2002. 11)은 "국립대학 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대학의 의사결정과 조직, 정원, 인사, 예산 및 회계관리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중·장기 발전계획 및 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 장관은 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평가결과를 학과 등의 증설, 학생정원의 증원, 학생의 모집, 행정 및 재정지원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여 정부의 재정 책임을 방기하면서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길들이려는 저의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 법안의 핵심내용은 국립대학에 대학회계를 도입해 국가일반회계 전입금과 기성회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및 특허권 등 사용료 수익금을 대학이 통합 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획예산처나 교육부 등에서는 국립대 특별회계법을 제안하여 왔는데, 국립대학특별회계는 특별회계를 신설하여 종래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오던 기성회비를 국고로 귀속시켜 대학의 재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편 대학회계는 개별 국립대학마다 회계를 설치하여 수입과 지출이 각 국립대학회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대학별로 재정위원회나 이사회를 설치하여 학생납부금(입학금, 수업료 등), 예·결산 등 재정운영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게 되며, 국립대학도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통해 수익금을 대학회계로 끌어올 수 있어, 거의 사립대학과 유사한 방식의 국립대학'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는 누차 지적되었듯이 단기적으로 국립대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같이 독립법인화나 민영화로 가는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이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보았듯 일본과 한국의 국립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그 논리와 내용에 있어서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에 대한 국가주의적 통제강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쟁격화라는 파괴적인 재편은 교육 공공성의 최후 보루인 국립대학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제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이기에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른 일본의 대학재편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필두로 일단 물꼬를 튼 민영화 정책은 일본의 공교육체제를 점차 파괴시킬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국립대 민영화 조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공립대학도 '산학협력단'이라는 별도법인을 두어 특허나 연구성과와 관련한 자체수익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 정부는 대학회계제도의 도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교육운동주체들은 이러한 재편에 맞서 '대학 자치'와 '학문 자유'를 적극 옹호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학재편의 움직임이 과거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과 함께 헌법을 파괴하는 각종 입법조치의 흐름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즉 과거 제국대학이 침략전쟁에 가담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성립된 학문의 자유에 대한 고등교육기본이념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옹호하는 주장은 일본의 헌법 개악시도, 나아가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패권주의에 맞서는 저항이기도 하다.

국가주의와 함께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자본이다. 자본은 국립대학을 기업의 하청연구기관화하고 값싼 노동력을 생산하는 곳으로 만들어 기업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인 공공부문의 축소·폐지 움직임에 대한 반대운동과 함께 국립대의 민영화, 공교육의 포기 정책에 대한 반대전선을 넓혀 가는 것도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