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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2호 한국대학의 현실과 교육부 시안의 의미

2001.10.11 14:02

박거용 조회 수:1898 추천:4

한국대학의 현실과 교육부 시안의 의미

한국대학의 현실과 교육부 시안의 의미

박 거 용(상명대 영어교육과교수)

1. 미래의 대학(교육)상

지식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지식의 중상주의화 차원에서 '잘 팔리는 지식'과권력의 유지와 확장의 차원에서 '효율적인 지식'이 불균형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엘리트 고등교육에서 대중 고등교육으로의 전환은 거의 완료되었고, 이제 대중mass 고등교육에서 보편universal 고등교육으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교육과 기술과 직업이 새롭게 절합하고 또 대학인의 위상이 바뀌어가고 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한편에서는 21세기에 대학은 사라지고 캠퍼스는 20세기가 남긴 유물이 되어 관람객의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도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지식은 동질적이고 위계적인 학문에 뿌리를 두지 않고, 또 도제 관계 속에서 신참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지도 않는다. 이제 그 지식은 위계적이지 않고 복수적이며 간학문적이고 신속히 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반응하는 지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가상 대학과 같은 지식의 대안적인 출처가 생겨나고, 그래서 원격 교육과 같이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도 변한다. 또 동시에, 기업 연구소나 개발 연구소와 같은 대체 연구소와 각종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이 생겨남으로 해서 사회 제도로서의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독점적 위치가 잠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 80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21세기에, 대학은 학위를 수여하는 기능 이외에 어떤 독자적인 기능을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하는가?

학생들이 컴퓨터 터미널을 통하여 다른 학생 그리고 교수들과 상호 작용을 하는 사적 공간으로 축소되는 대학은 사적 공간으로 파편화되는 사회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그 자태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미래의 대학은 사회로부터 공적인 공간을 비워낼 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을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 집중하는 경향을 강화해 갈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비추어볼 때, 공공영역의 파괴를 거부해야 할 대학은 사람들을 사적 공간에서 불러내서 짧지만 결정적인 기간동안 우리 사회가 자신을 바라보고 만들어 가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고 기여하는 공적인 활동에 참여할 것을 북돋는 사회 제도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런 기능 면에서 사회의 다른 부문들과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대학은 사회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은 규모와 방식으로 정신의 이종 번식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로서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현대의 대학은 사회와 문화의 변화 과정에 깊이 연루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이러한 변화과정에 참여 할 것과 그 과정의 조건과 결과를 성찰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이제 대학은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실천에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은 이러한 실천에 참여하면서 도구적인 대리인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사회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해 관계에 함몰되지 않은 연구를 촉진하는 역할을 더욱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의 이러한 역할은 다른 사회 기관들과의 변별성을 강화할 것이다.

지식과 정보 사회에서는, 지적 재산권이 표준화되고 또 전세계적으로 확장되며, 인터넷과 같은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더욱 견고해져가고 있다. 따라서 정보의 상품화, 정보 시장의 독점화 그리고 공공 정보의 사유화 경향이 더욱 지배적으로 될 것이다. 이러한 지배적 경향 속에서, 이해 관계에 연루되지 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정책 심의에 체계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정부가 공동의 관심사이지만 누구의 고유한 책임도 아닌 공공영역의 대변인 위치에서 특정한 이해 관계 중재자로 그 역할을 축소해 가고 있기 때문에, 대학은 사회의 새로운 변화가 함축하고 있는 공공의 이해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의무를 떠맡아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미래의 대학은 지식의 전문화와 탈제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경제적 부뿐만 아니라 문화 자본을 창조할 것을 대학에게 기대하고 있는 국면에서 대학과 경제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에서 노동 시장 유연화와 기술 적응력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대학 졸업생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해야 할 자질과 능력은 무엇이며, 또 그러한 자질과 능력은 어떤 커리큘럼에서 형성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풀어가야 할 공공영역이다.

2. 한국대학(교육)의 현실

한국 대학의 역사는 폭압적 정권과 천민적 자본으로부터 대학(교육)의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과 대화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대 정권이 대학을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하나로 통제하면서 대학의 민주화를 가로막았다면,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대학을 천민적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장악하면서 대학자율과 자치의 토대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해방후 미군정은 46년 '무허가 학교 폐쇄령'과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을 공표하여 교육통제와 미국식 학제 도입의 밑그림을 그렸다. 미국식 학제의 전면화로 인한 학문의 획일화는 학문의 대외종속과 자생적 학문(재)생산 토대의 부실화로 이어져서 대학의 지식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또 한국전쟁이후 특수한 상황하에서부터 현재까지 역대 정권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수익자 부담원칙만을 내세우면서 사립대학을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준(약76%)까지 인가해 왔다. 법적으로 재단의 독점적 학교운영을 보장받은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교육환경 개선은 외면하면서 교권을 침해하고, 각종 운영비리를 통해 대학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오고 있다.

이러한 정세와 경향 속에서 1995년 5월 31일 김영삼 정권의 교육개혁위원회가 교육 개혁안을 제출한 이후, <문민정부>에 이어서 <국민의 정부>도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정책을 더욱 강도 높게 펼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 김영삼 정권의 교육 정책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IMF의 관리 체제로 들어간 국면 속에서, 신자유주의 성격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화, 개방화, 자유화를 표방하고 작은 정부론과 교육과 사회 복지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 축소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한결같이 경제 논리에 입각하여 교육을 재단하고 교육을 시장 경제의 경쟁 논리에 종속시켜 가고 있다.

대학(교육)에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우리 나라 대학은 이미 지나치게 민영화가 되어 있는 셈이다. 1970년에 국립대학 14개, 공립대학 1개, 사립대학 56개에서 1997년에는 국립대학 24개, 공립대학 2개, 사립대학 124개로 대학의 수가 늘어났다. 학생 수의 경우에는 1970년에 국립대학 35,393명, 공립대학 645명, 사립대학 110,376명에서 1997년에는 국립대학 317,212명, 공립대학 17,216명, 사립대학 1,034,033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다. 4년제 대학 수의 82.7%, 대학생의 75.6%가 사립대학이고 사립대학생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역사적 조건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수치는 역대 정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 공립대학의 설립을 통한 고등 교육의 공공성 제고에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래 표의 공공재원 비율 참조).

<표 1> 학교교육비의 공공 및 민간재원 구성비율 (1994)

(단위 : %)

국 가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전체교육단계

공공재원

민간재원

공공재원

민간재원

공공재원

민간재원

OECD평균

92.1

7.9

80.0

19.9

83.3

12.7

한 국

75.2

24.8

16.0

84.0

59.4

40.0

캐나다

94.4

5.6

90.8

9.2

93.2

6.8

미 국

m

m

48.4

51.5

74.5

25.5

일 본

93.6

6.3

46.4

53.5

77.2

22.7

독 일

75.7

24.3

90.4

9.6

77.7

22.3

프랑스

92.6

7.4

83.4

16.6

91.3

8.7

네덜란드

96.4

3.6

98.0

2.0

97.0

3,0

* 자료 : OECD, Education at a Glance : OECD Indicators, 1997.

※ m은 자료가 수집되지 않거나 무응답임.

한편 대학 교육의 개방화 즉 교육 서비스 시장 개방은 스크린 쿼터제 철폐와 마찬가지로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 교육 시장을 섣불리 개방하기 이전에, 우리의 자생적 학문 (재)생산 구조의 기초를 다져서 우리 나라 대학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일본은 대학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일본에 진출한 외국 대학의 학위를 국내에서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폈는데, 우리는 이러한 제어 장치도 없이 대학 시장의 빗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화는 학사 행정의 자유화와 학생 증원과 증과의 자유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자유화는 때늦은 자유화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에 대학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대학 자치의 토대를 심하게 흔들어놓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화 조치가 대학의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타성을 빠른 시일 안에 깨트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1) 대학의 양적 팽창과 질적 낙후

각종 통계 수치에 의하면, 우리 나라 고등 교육 기관은 최근 20여 년 사이에 가히 폭발적으로 팽창하였다. 우선 고등 교육 기관( 대학과 대학교, 대학원, 전문대학, 교육대학, 각종 학교, 개방대학, 개방대학원, 방송통신대학 포함)의 입학자수는 1980년 211,051명에서 1997년 727,606명으로 345%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에 4년제 대학과 대학교의 재학생수는 1980년 402,979명에서 1997년 1,368,461명으로 340% 증가하였다. 한편 고등학교에서 대학(전문대학, 교육대학, 각종 학교 포함)으로의 진학률은 1980년 23.7%에서 1997년 60.1%로 늘어났다(일반계고에서 대학 진학률, 실업계고에서 대학 진학률은 각각 1980년 39.2%, 11.4%에서 1997년 81.4%, 29.2%로 늘어났다). 이러한 우리 나라의 고등 교육 참여율은 전체 인구의 3.17%로 미국(3.29%)과 호주(3.24%)에 이어 세계 3위(프랑스 2.88%, 독일 2.29%, 캐나다 2.30%, 일본 1.92%, 영국 1.28%)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길은 지식 산업과 지식 근로자라는 자원의 생산성을 급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것뿐이라는 지식 사회와 정보 사회의 특성을 다소 과장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은 이 경제 자원에 대해 현재 경쟁 우위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의 대학생 수는 12억 5000만 인구 중 3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중국의 5분의 1인 미국의 대학생 수는 중국의 4배가 넘는 12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고등 교육 참여율 세계 3위인 우리 나라는 이 양적 우위를 질적 우위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나라 고등 교육은 양적으로 팽창하였으나 질적으로는 낙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등 교육 기관의 재학생들을 학교 급별로 세분하여 보면, 우리 나라 대학원생은 6.3%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19.2%), 영국(11.5%), 프랑스(12.6%), 캐나다(7.5%) 등 OECD 선진국 대학원생 비중의 절반을 밑돌고 있는 수준이다.

또 고졸자 감소, 고학력자 취업난, 그에 따른(학력 위주 사회인 우리 나라에서는 희망 사항이기는 하지만) 학력 중시 풍조 감퇴, 대학 교육에 대한 매력 감소 추세로 인하여, 2003년에는 대학 입학 정원이 지원자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7년 대학 입학 정원은 56만 6천 명, 대학 입학 지원자수가 82만 4천 명이었지만, 2003년에는 입학 정원이 68만 2천 명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지원자수는 66만 5천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과는 오히려 반대로, 정부는 때늦은 자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학 정원 자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교육부는 지방 사립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원을 자율화할 수 있는 대학의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시설 확보율과 교수 확보율 기준을 현행 65% 수준에서 50% 수준으로 낮추면서까지 정원 자율화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설립 운영 규정에 의하면, 대학은 학생 정원에 따른 교수 1인당 학생수 기준에 의한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기준을 보면, 인문·사회 계열 25명, 자연과학 계열 20명, 공학 계열 20명, 예·체능 계열 20명, 의학 계열 8명이고, 대학원이 있는 대학은 학사 과정의 학생 정원에 대학원 학생 정원의 1.5배를 합한 학생수로 한다고 되어 있다. 대학 설립 운영 규정마저 무시하면서 강행되는 지방 사립대학 정원 자율화 정책 아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등 교육의 질은 더욱 저하될 것이다.

2) 전근대적인 교육재정과 열악한 교육환경

한편 우리 나라 대학의 교육 재정은 만성적으로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구제 금융을 조기에(?) 졸업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IMF사태가 근본적으로 고등 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역설적으로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립대 교육 재원에서 정부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9%(1996년 결산 기준)로 일본(22.5%), 미국(18.4%) 등 선진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에서, 1998년 대학 지원 예산이 IMF 한파로 인하여 지난해 1조 2천억 원에서 9,980억 원으로 약 2,000억 원이 삭감되었다. 대외 지향은 종속으로, 국가 주도는 비효율과 부패로, 독점은 비합리와 고비용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침식해 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는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학문의 서구 지향은 학문의 종속으로, 국가 주도의 학문과 교육 정책은 비효율과 부패로, 소위 일류 대학과 사학 재단의 독점은 고비용과 전근대적 학교 운영으로 한국 고등 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였다.

열악한 교육 재정은 전근대적 교육 환경으로 직결된다. 우리 나라 대학의 수업의 질이나 교육의 질은 해마다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589달러로 일본의 1/3 수준, 미국의 1/6 수준이며, 미국 주립 대학인 미시간 대학의 16,293달러, 사립대학인 예일대의 45,507달러, 존스 홉킨스 대학의 61,704달러(무려 24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또 교수 1인당 학생수는 36.6명(1998년)으로 미국의 2배, 독일의 2.5배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명목상의 수치이고 한국 대학 교수의 1/3 이상이 보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질상의 수치는 교수 1인당 50여 명을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수치는 이미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재정과 교육 환경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러한 상태를 가까운 시일 안에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과 대책을 거의 세워 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 서비스 시장 개방이 닥쳐왔다. 교육부는 올해 요건을 갖춘 외국 대학에 대해 수도권을 제외한 각 시, 도에 1개씩 선별적으로 설립을 인가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설립할 대학, 대학원은 교육의 질을 강조하면서 국내 분교 재학생들의 자국 내 본교 유학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 여건이 부실하거나 신설되어 역사가 짧은 대학들이 지방에서부터 정원 미달 사태를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해진다. 이와 함께, 학문의 서구 지향은 더욱 심화되어 우리 학문의 <자기 자본 비율>은 국제적 기준에 고질적으로 미달하도록 만들 것이다.

3) 학문 정책 부재와 그 파행적 결과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더욱 큰 문제는 국가적 차원과 개별 대학 차원에서 학문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교육과 학문은 불가분의 한계에 있으나 동일하지는 않다. 학문이 지식 혹은 진리의 추구와 생산, 계승, 혁신에 몰두한다면, 교육은 지식의 계승과 전파, 확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다시 말해서, 그간의 군사 정권은 정권 유지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교육 정책을 남발하였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학문 정책을 세우지는 못했다. 마찬가지로 등록금에만 목을 걸고 있는 사립대학 대부분은 학문 정책과 무관하게 증과, 증원에만 열을 올려왔다. 그래서 학문의 서구 지향 경향이 무비판적인 분위기 속에서 지배적으로 되어가는 가운데, 국립대학은 방만한 운영으로 고비용 저효율 체제로 화석화되었으며, 사립대학은 개인의 치부 수단으로 전락하여 각종 비리와 부정의 온실로 타락하였다고 할 수 있다.

국·공립대학 운영 효율화의 저해 요인은 조직 관리 및 예산 운용이 이중적인 구조로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직 관리 면에서 교수에 대한 인사권은 총(학)장이, 사무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교육부가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장으로서 총장의 권한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직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또 사학에 비하여 조직 관리가 지나치게 방만해지고 관료화되면서 행정 편의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예를 들어서, 1991년 기준 국·공립대 직원 1인당 평균 학생수는 28.7명이고 사립대는 평균 41명이었으며, 1992년 기준 서강대는 101.3명, 홍익대는 144.1명이었다. 서강대와 홍익대는 국·공립대에 비해 통계 수치상으로 각각 3.5배, 5.2배의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예산 운용 면에서도, 총예산이 일반회계와 기성회계의 이중 구조로 구성되어, 두 회계의 자금 조달 원천뿐만 아니라 예산의 편성, 집행, 감사 등의 운용 방식도 구조적으로 서로 다르다. 이런 가운데 사무국이 실질적으로 예산 편성과 집행을 전담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어서, 예산 운용이 파행적으로 비효율화되고 교수나 학생의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교수 임용 비리로 인하여 최초(?)로 교육부의 특별 감사를 받은 서울대 치대의 반민주적 학교 운영 사례를 첨가하게 되면, 국·공립대의 문제는 방만한 운영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사 결과에 의하면, 서울대 치대는 교육 임용을 해당 학과에서만 뽑는 도제식 방법을 써서 전체 교수 66명 중 타대학 출신은 단 1명뿐이며, 서울대 재학생 또는 출신 이외에는 서울대 치대 편입학 시험을 볼 수 없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어 시험 자격을 제한해 왔다고 한다. 교수 임용 비리가 계기가 되어서 처음으로 특별 감사를 받은 서울대 치대의 경우가 이렇다면, 다른 국·공립대학은 어떤 상태일까 매우 궁금할 따름이다.

한편 사립대학의 학교 운영 비리는 국·공립대학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관행화되어 있다. 최근의 예만 보아도, 경원학원 이사장은 등록금 등 공금을 202억 원 횡령하였고, 평택대는 학교 발전 기금 모금에 비협조적이거나 불만이 있는 교수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고 무더기 면직 처리를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흥복학원 이사장이 3개 고교와 4개 대학의 등록금과 국고 보조금 400억여 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그는 1991년에 서남대, 1993년에 광주예술대, 1994년에 광양전문대, 1995년에 한려산업대를 설립하였다. 어떻게 한 개인이 5년 사이에 4개의 대학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교사 확보율 25.5%, 교원 확보율 26%인 한려산업대가 대학이란 이름을 달고 있으며, 왜 97년 2월 광주예술대 종합 감사를 벌인 교육부는 한푼의 횡령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는가? 정·관·학으로 이어진 비리의 사슬은 대학 비리를 더욱 온존시키는 일등 공신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사립대 설립은 육영사업이라는 빛 좋은 명분에다 엄청난 수익까지 보장하는 수익 사업으로 꼽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수 임용 비리와 입시 부정 또는 각종 재단 비리에 대한 선별적인 특별 감사와 사법 처리는 미봉책에 불과할 따름이다. 따라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막론하고 대학이 지식 생산 공동체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대학 사회의 민주화 즉 학교 운영의 투명성 확보, 합리적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한 의사 결정의 민주화 등이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과 개별 대학 차원에서 학문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서양 학문의 주체적 수용을 위한 토대가 빈약해지고 자생적 학문 (재)생산 구조도 허약해진다. 또 이는 다시 우리 학문의 지식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대부분의 교수 요원도 외국 대학에서 주문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 대학 학위 선호 경향도 그렇기 때문에 잘 타파되지 않는다. 또 이러한 경향 속에서, 국내에서 공부한 시간 강사들은 파출부처럼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면서 대체로 갑자기 생겨난 메울 수 없는 강의를 때우는 일을 떠맡을 뿐이지, 전임 강사 자리는 여전히 해외 유학파가 독식하는 풍토가 대학가에서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학문 후속 세대를 정부가 국가의 자원으로 생각하여 연구와 생계 지원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 강사는 우리 대학 사회에서 영원한 유목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문 후속 세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 없이는 우리나라 학문 (재)생산 체제의 연속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4) 대학의 대도시, 경인지역 밀집

아울러서 지역 대학간 불균형도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1997년 현재 4년제 대학과 대학교는 150개이고 학생수는 1,368,461명인데, 이 가운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5대 도시에만 62개 대학(41.3%)과 623,799명의 학생(45.6%)이 몰려 있다. 더 나아가서 서울과 경인 지방에만 62개 대학(41.3%)과 544,338명의 학생(39.8%)이 집중되어 있어서 지역간 불균형 발전은 물론이고 인구과밀과 교통난 등 온갖 종류의 도시 문제, 더 나아가서 학습 문제 까지도 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기숙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우리나라 대학의 대도시, 경인 지역 밀집은 대학생들에게 엄청난 통학 시간을 필요로 하게 하여 여러 면에서 낭비를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 시간을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만들고도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 정권에서 문민 정권으로, 문민 정권 안에서 또다시 <햇볕론>을 내세우는 <국민의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의 정체성과 그 위상을 제대로 확립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최근 학생 운동은 그간의 일방적인 정치 투쟁화 과정을 반성하면서 교육 운동을 전술적 매개로 이용했던 관점에서 탈피하여 학생 운동의 내용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학생 운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판적, 대안적 운동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대학교의 총학생회 연합회 즉 한총련이 여전히 이적 단체로 낙인찍혀 있다는 것이 오늘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3. 교육부 시안의 대학관련 내용

지난 3월11일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한 교육발전 5개년계획(시안)(1999-2003)" (이하 '시안')을 제안하면서,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교육개혁이 시급하다는 국민과 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1세기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고 또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 즉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일,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들로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 그리고 하향식 교육개혁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을 지적하였다.

대학부분에 중점을 두어 이 시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계획의 배경과 기본방향

    2. 우리교육의 현주소

    3. 핵심정책 67

    4. 분야별 세부추진 계획

    5. 교육재정 계획

이 시안의 기본인식은 '변하는 세계가 새로운 천년(Millennium)의 시작을 앞두고 급속한 정보화·세계화 추세에 따라 전세계 산업 및 고용 구조와 개개인의 삶의 양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패러디임으로 바뀌는 문명사적 전환'으로 파악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공간의 출현과 세계화의 가속화, 산업 고용 구조의 재편과 삶의 양식의 변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를 점치면서 '제2의 교육입국'으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자'고 주장한다.

따라서 5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은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우리 사회 전체가 창조적 지식기반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방향에 따른 여덟 가지 기본 정책 목표

가. 배우는 즐거움으로 활기가 넘치는 학교

나. 가르치는 보람과 긍지가 충만한 교직사회

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복지사회

라. 지식강국의 초석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

연구하는 교수,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대학을 만든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전수의 중심이 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의 산실이 된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하여 지식강국, 두뇌강국의 초석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한다. 대학이 배출해 내는 우수한 인재들은 지식기반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마. 산업 수요와 연계된 직업교육과 삶의 질을 높이는 평생학습 사회

바. 창의적인 학습과 인간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쾌적한 교육 환경

사. 사이버 공간과 지구촌을 학습의 장으로 만드는 교육의 정보화와 세계화

아. 국민과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 있는 학교 운영과 교육행정

이와 함께 이 계획이 추구하는 신지식인 즉 바람직한 홍익인간상은,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유능하고 창의적인 인간', '양식과 인성을 갖춘 사람다운 사람',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가진 세계시민'이다.

더 나아가서 '시안'은 교육은 미래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2003년도 우리 교육의 미래상 : 교육체제의 구조적 전환 완료 초 중등학교의 변화 본격화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대학 : 대학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에 돌입할 것이다. 합리적인 대학평가제도와 연구 및 교수 업적을 반영한 교수 임용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소수의 연구중점 대학원중심대학들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 여건과 역량을 확보하고 대학 체제를 그에 상응하게 개편한 후 새롭게 마련된 학사제도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하고 한 차원 더 높은 교육과 연구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많은 우수 지방대학들은 취업을 목표로 한 실용주의적 교육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고, 학문을 계속하려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중심대학에 진학하는 진학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사이버대학' 등 새로운 첨단 통신 정보 기술을 이용한 원격교육 방법이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산학협동 및 직업교육의 활성화

학교 운영 및 교육행정의 효율화

2010년도 우리 교육의 미래상 : 교육개혁 성과의 가시화

교육개혁의 본격적인 효과는, 많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된 후에 나타난다. 따라서 5개년 계획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대략 2010년 이후에 이르러서야 그 가시적 성과를 확실하게 보이게 될 것이다. 특히 2010년경에 이르게 되면 몇 가지 핵심적인 교육개혁 정책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학교문화의 정착

세계적 수준의 대학교육

독창적 지식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대학의 연구 역량이 크게 강화되어 일부 연구중점 대학원중심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연구단지 등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의 실용화를 위한 산 학 연 협력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될 것이다. 산업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 대학들은 산업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연구 및 교수 업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교수 인사 및 보수 제도가 정착되면서 대학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신지식인'의 중심 기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실사구시와 삶의 질을 높이는 평생학습사회

교육발전과 개혁을 위한 역할 분담

대학 개혁은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한 핵심 과제

대학은 지식기반국가의 중추이다. 대학이 세계 수준의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독창적인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주어야만 우리 사회는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개혁은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학은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대학 스스로 부여된 사회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때 대학의 자율적 역량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정부 및 산업계와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발적인 노력과 산업계의 협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Ⅲ. 핵심 정책 67

지식 강국의 초석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27. 2003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소수의 연구중점 대학원중심대학을 선정·육성한다. 대학원생 연구보조인력(R.A.)을 대폭 증원하여 연구 여건을 개선하고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독창적 연구와 기술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고급인력 양성체제를 구축한다.

28. 2003년까지 연차적으로 학생들이 거주지 인근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권역별로 지역 우수대학을 중점 육성한다. 대학을 소재지 인근 산업체와 연계하여 특성화하고 외국어, 정보화 분야 등의 실용 교육을 강화한다.

29. 2003년까지 국·공립대학 이공계 교수 정원을 연차적으로 증원하여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25명 수준으로 감축한다. 공립대학의 이공계 교수 증원을 위한 인건비의 최초 5년간 소요액 중 50%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30. 2000년부터 연차적으로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학술연구를 진흥한다. 어문학, 역사학, 철학, 미학, 종교학, 인류학, 미술학, 음악학, 체육학,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외교학, 경제학, 심리학, 지리학, 사회복지학, 언론학, 법학, 교육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비를 공모방식에 의해 선정·지원한다.

31. 2000년부터 수준 높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평가받거나 뛰어난 저술을 발표한 연구자를 선정하여 특별 연구비를 지원한다.

32. 2002학년도부터 모든 국·공립대학에서 실질적인 연구비 중앙관리제 전면 실시한다. 연구진흥기관, 기업체 등 연구비 지원기관은 연구 계약에 따라 대학에 대해 연구에 소요되는 간접경비를 지불하고 간접경비는 대학 회계의 세입으로 처리한다.

33. 2002학년도부터 대학들이 시험 성적에 의한 학생 선발을 대폭 축소하고 무시험 전형제, 학교장 추천제 등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전형 방법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도록 적극 유도한다. 대학입학 전형에 따른 학생의 불편을 해소하고 대학의 입학허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산하에 2001년까지 가칭 '대학입학관리원'의 설립을 추진한다.

34. 2000년부터 정부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기업체, 연구단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첨단 지식기반 산업의 신규 인력 수요를 조사하여 국·공립대학, 수도권 지역 대학 등 정원 자율화 대상이 아닌 대학의 정원, 그리고 대학원의 정원 조정에 반영한다. 정원 증원은 우수 인력 양성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대학을 공모하여 심사한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

35. 대학이 자율적인 재정 운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학교예산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운영 체제를 구축한다. 2000년부터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로 이원화되어 있는 국립대학의 예산회계제도를 특별회계제도로 개편한다. 또한 사립학교 회계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예산과 결산이 실질적으로 공개되도록 한다.

36. 2000년부터 국립대학 특별회계제도 등 대학의 자율운영 체제가 도입되는 경우 국·공립대학에 가칭 '대학이사회'를 설치한다. 국·공립 대학이사회는 대학의 자율운영 주체로서 대학의 예·결산, 직제 개편, 총장 선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37. 2000년부터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대학에 평교수가 참여할 수 있는 교무위원회를 설치하여 학사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며, 사학 운영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사립 대학 재단에 공익이사제를 도입한다.

38. 대학 특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2000년부터 대학간의 합의와 자율적인 참여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지역 사회의 특성에 적합한 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적으로 지원하여 이를 촉진한다.

39. 2000년까지 고등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및 교육부에 가칭 '대학분쟁심의회'를 설치한다. 대학분쟁심의회는 대학 운영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관련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합의를 유도한다. 당사자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 대학분쟁심의회는 권고안을 마련하여 제시할 수 있다. 교육부에 두는 대학분쟁심의회는 분쟁을 격화시키거나 분쟁 해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한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하여 교육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건의한다.

40. 1999년부터 대학에 대한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은 원칙적으로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과 연구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전문적인 대학 평가를 실시하기 위하여 2000년도에 가칭 '한국대학평가원'을 설치한다. 대학평가원은 정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공공법인으로서 대학 평가에 관한 기준 설정, 평가 실시, 평가 결과 공개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정부와의 위임·위탁 계약에 의해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41. 공부하는 대학 풍토를 조성하기 위하여 2000학년도부터 대학의 면학 분위기, 학사 관리의 엄격성,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대학의 자발적 노력 등을 평가하여 우수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42. 2000년부터 지도교수의 추천과 지도를 받아 대학생이 운영하는 학교기업에 대하여 창업자금 융자제도를 실시한다. 대학별 학교기업 육성계획에 대한 공모를 통하여 융자금을 지원하되, 학교기업이 성공하여 융자금을 상환하는 정도에 따라 지원을 확대한다. 융자 상환액은 해당 대학이 새로운 학교기업 창업자금으로 재융자할 수 있도록 한다.

43. 2000학년도부터 대학 교원 임용의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임용이 이루어지도록 기간제 임용제도를 개선한다. 2002학년도부터는 임용 기간, 근무 조건, 연봉 등을 계약으로 정하여 대학 교원을 임용할 수 있는 계약제 임용제도를 도입한다.

IV.분야별 세부 추진계획(생략)

V. 교육재정계획

계획기간중 총 교육재정규모는 '99년도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약 113조 699억원(국고 약 21조, 지방교육재정 약 92조)이며, 여기서 인건비, 경상운영비 등을 제외한 주요 투자사업비는 총 32조 3,356억원 (연평균 6조 4,671억원 수준)이다.

(단위 : 억원)

구 분

1998

5개년계획기간

1999

2000

2001

2002

2003

1. 배우는 즐거움으로 활기가 넘치는 학교

559

752

1,235

1,394

1,591

1,490

6,462

2. 가르치는 보람과 긍지가 충만한 교직사회

1,789

1,940

2,733

5,351

5,615

6,756

22,395

3.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복지사회

2,753

2,423

4,113

3,958

2,148

4,674

17,316

4. 지식강국의 초석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2,727

4,765

7,332

9,164

11,667

14,327

47,255

5. 산업 수요와 연계된 직업교육 및 삶의 질을 높이는 평생학습사회

2,439

2,332

3,269

4,336

5,641

7,359

22,937

6. 창의적인 학습과 인간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쾌적한 교육 환경

31,650

28,417

31,668

32,623

35,284

34,984

162,976

7. 사이버 공간과 지구촌을 학습의 장으로 만드는 교육의 정보화와 세계화

4,482

3,811

6,649

6,468

7,473

7,184

31,585

8. 국민과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학교 운영과 교육행정

2,352

2,024

2,504

2,638

2,691

2,573

12,430

소요액

국 고

14,630

15,866

22,209

27,010

32,594

39,746

137,425

지방비

32,817

28,531

34,809

35,619

36,361

36,758

172,078

기 타

1,304

2,067

2,485

3,303

3,155

2,843

13,853

총 계

48,751

46,464

59,503

65,932

72,110

79,347

323,356

4. 몇 가지 제안

요약하자면 이 '시안'의 기본 인식은 새로운 천년이 문명사적 전환이며, 이와 함께 창조적 지식이 어떤 다른 생산 요소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풍요가 지식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지식기반 사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시안'의 기본방향은 우리 사회 전체가 창조적 지식기반국가가 되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인식과 방향에 따라, 8가지 기본 정책목표와 67개 핵심정책, 그리고 200여개의 소과제가 제시되었다. 이 가운데 고등교육분야와 관련된 기본 정책 목표는 '지식강국의 초석으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며, 17개 핵심정책은 1) 대학원중심대학 육성 2) 지역 우수대학 육성 3) 학술연구 기반 확충 및 질적 수준 제고 4) 대학의 자율성 확대 및 책무성 제고 5) 평가와 재정지원의 연계를 통한 대학 특성화 추진 6) 총장·교수 임용제도 개선 7) 학생복지의 확대 및 학생활동 지원 등으로 정리된다.

더 나아가서 이 '시안'은 목표 년도인 2003학년도에는 우리 교육체제의 구조적 전환이 완료되어서, 대학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또 2010년에는 교육개혁 성과가 가시화되어서, 대학은 '신지식인'의 중심기지로 자리잡고 일부 연구중점 대학원중심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시안은 교육부가 그 동안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방안을 집대성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운 방안이 담겨있지는 않다. 여기서는 이 시안의 문제점을 의견제시의 관점에서 몇 가지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5개년 계획'이 최종안으로 확정되지 않은 시안의 형태로 발표되어 공론화 과정과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또한 이 시안이 교육부 주도로 성안되었다는 점은 교육의 정치로부터의 중립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시안의 작성자들인 '제2의 교육입국 기획단'이 교육부 소속 공무원 20여명과 외부 전문위원 7명으로 배타적으로 구성된 점, 이 기획단이 '5개년 계획'의 시안을 불과 5개월만에 작성한 점, 이 시안 발표후 전국에서 5번의 공청회를 거친 후 단 한달 만인 4월 10일까지 의견수렴을 종료한다는 점, 그리고 최종안을 5월 중 확정할 예정이라는 점등은 모두 그린페이퍼 제도의 장점을 홍보나 요식행위 차원으로 희석시키는 졸속 정책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 시안을 성급히 확정하지 말고 다음에서 지적하는 문제점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도록 기획단을 꾸려서 2차 시안을 작성할 것을 무엇 보다도 먼저 제안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 '시안'이 김영삼정권에서 발표했던 '5·31교육개혁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에서 정책의 안정적 추진과 예측가능성 제고는 중요하다. 그러나 '5·31교육개혁안'에 대한 비판적 평가없는 안정은 무의미하다. 특히 소수의 연구중심 대학원중심대학의 선정과 집중지원은극소수의 재벌대학(세계 20위권) 만들기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 정부' 대학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그간 김영삼정권이 집권내내 교육개혁을 담론화했음에도 그 개혁이 왜 실패했으며 어디에 결함이 있는지, 개혁의 유야무야로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교육부 개혁정책 자체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5·31 교육개혁안'으로부터 후퇴한 방안도 여럿 있다. '문민정부'는 교수의 신분보장과 연구활동 장려를 위해 교수정년보장 제도를 사립학교에도 적용토록 시도했지만, '국민의 정부'는 교수계약제 임용과 업적 평가제를 통한 연봉제 실시를 도입하여 교수사회를 오로지 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총장직선제의 폐해(?)를 방지하고 대학통합과 경영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총장선출방안 모색도 5·31교육개혁안으로부터 후퇴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가장 실망스러운 절충방안은 역시 교수협의회의 공식 기구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사학재단의 압력에 밀려 교무위원회에 평교수가 참여하는 타협안이다. 지식강국과 창조적 지식을 만드는데 필요조건인 대학사회의 비리척결과 민주화는 학교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교수협의회가 공식 기구화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더 나아가서 국공립대 민영화 방안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더욱 더 축소하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교육재정의 문제이다. 계획기간 ('99∼2003년) 중 총 교육재정규모는 '99년도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약 113조원이며, 이중 국고부문은 약 21조원, 지방교육재정부문은 약 92조원을 차지한다. 이 투자계획은 앞으로 매년 교육예산이 5∼6% 증가한다는 전망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경기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교육예산 확보의 실현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고, 또 한해 평균 약 20조원의 예산으로는 기본사업을 하기에도 벅찰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서 이 시안은 구체적인 교육재정 확보방안( 예를 들자면, '햇볕론'을 통한 군비축소, 불로소득세 인상, 고등교육 최고 수혜자인 기업의 교육재정 부담 등)을 거의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이 계획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 시안이 IMF 관리체제의 조기졸업과 새로운 천년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지식기반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교육철학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5개년 계획에도 불구하고 미시적이며 수동적인 방안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교육의 필요조건인 근본적인 대학사회의 민주화와 자율화 방안을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지식인'도 수행성과 효율성 차원에서만 정의되었지, 비인간적 무한경쟁만을 유발하고 20대 80사회 처럼 계층의 양극화 현상을 불러올 지식기반사회의 존재론적 조건을 비판할 수 있는 인간상은 제시되지 못했다.

IMF구제금융과 무관하게 한국대학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제발전과 걸맞지 않는 빈약한 대학교육재정(특히 고등교육의 공공재원은 16%. OECD 평균 80%)과 이에 따른 열악한 교육환경(교원1인당 학생수. 98년 기준, 초등27.4, 중학교 22, 고등학교 20.9, 대학교 36.6)이고, 국가적 차원과 개별대학 차원에서 학문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교수협의회가 임의기구 상태로 있고, 교수와 학생과 직원간에 민주적인 의사 교환과 결정 기구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없는 대학의 구조화된 부정과 비리, 방만한 운영 또 동시에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영향권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확립하지 못한 대학사회에서 비롯된다.

다음으로 이 시안의 문제점은 통일에 대비하는 교육정책이 전무하다는 점, 대학교육의 거의 절반을 전담하고 있으며 교수계약제가 실시된다면 더욱 착취당하게 될 시간강사의 신분을 보장하고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없다는 점, 학생운동의 위상정립을 학생복지의 확대와 건전한 학술문화활동 지원으로 단순화했다는 점, 그리고 사회와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교수들을 복직 또는 명예 회복시키는 방안 등이 없다는 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사회가 IMF관리체제로 들어간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사회(근본적으로 정치나 경제계보다도 교육계)가 민주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주도의 교육과 학문정책이 대학의 획일화와 서열화로, 소위 일류대학(이 시안에서는 '대학원중심대학')의 인재독점과 사학재단의 학교운영독점이 지식생산성의 저하와 학벌주의 그리고 전근대적인 학교운영으로 한국고등교육의 정상화를 방해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재정에 부담을 느낄 정도까지 투자를 해서 기간 시설을 구축해 놓은 선진국들이 복지예산을 감축했던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사회를 민주화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학문발전("경쟁력")의 토대를 다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