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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준비 1호 전교조호는 지금 안녕하신가

2001.10.11 13:57

정은교 조회 수:1310 추천:2

<전교조>호는 지금 안녕하신가

<전교조>호는 지금 안녕하신가

정은교(연구실장)

1, 모든 통합은 다 좋은가?

작고하신 문익환 목사께서 일찍이 "모든 통일은 다 선(善)인가"하고 스스로 묻고는 "그렇다! 모든 통일은 다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린 적 있다. 그분 글 중에 그 대목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분보다 겨우 몇 걸음 뒤의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답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임을 현실로부터 배웠다. 지금 우리는 남북간의 힘의 균형 관계가 무너져서 한 쪽에서 '힘을 앞세운 통일'도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사회의 대표적인 극우 이데올로그로 꼽히는 조선일보 조갑제씨는 몇 년 전에 (신문기자들끼리만 읽히는, 영향력 적은 매체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평양에 탱크를 몰고 개선하는 달콤한 환상'까지 피력한 바 있는데 그런 식의 통일이 겨레에게 어떤 끔찍한 재앙을 안겨다 줄지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시대의 통일운동 중에 소박한 열정만 읊조리다가 파시즘 세력에게 탄압의 빌미를 선사하고 민중운동의 발전에는 오히려 짐만 안겨다 준 경우가 너무나 빈번했음을 생생히 기억한다. 여러분! 모든 통일이, 통합 운동이 다 '선'은 아니다! 이쪽도, 저쪽도 다 개혁과 생활의 향상이 이루어지는 올바른 방식의 통일만이 '후천 개벽'을 가져 오는 것 아닐까.

 요즘 전교조 한 귀퉁이에서 교총과의 '무조건 통합론'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대충 다음과 같다. <바야흐로 비합법의 시대가 거(去)하고, 합법의 시대가 도래(到來)했노라! 대중의 바다에서 놀려면 대담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처신하라! 교총 사람들을 얼마든지 우리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나니, 전교조 깃발을 내리고 함께 새 출발 하면 되나니라. 노동 조합에 찬성하고, 민주적 절차를 따를 기본 소양만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노동조합의 길'로 갈 수 있느니라...>

 얼핏 보아, 참 호쾌한 말씀이렷다. 하지만 그럴싸한 대의명분이 내걸린다 하여 만사가 형통하는 것은 아니니, 깃발 내리는 문제는 좀더 진중하게 생각해 보자. 어떤 어려움을 견디며 올린 깃발인가? 어떤 진구렁 뻘밭을 헤치고 전진하며 지켜온 깃발인가? 깃발 내리기는 손바닥 뒤집듯 쉬우나, 다시 세우기는 까마득한 일이다. 이는 코흘리개도 다 아는 상식이다. 과연 '무조건' 통합이 '정답'인가?

 통합이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둘이 하는 일이다. 저혼자 짝사랑에 취해 세레나데의 몸부림을 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요모조모 탐색해 가며 서로 뜻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어렵사리 합방으로 골인하는 일이다. 나 혼자 마음 먹는다고 슬렁 뚝딱! 되는 일이 아니다. 상대는 누군가?

 교총은 관변 조직이었다. 그 지도부는 자리깨나 행세하고 싶어하는 명망가들이 오랫동안 꿰어차고 있었다. 언제라도 평회원들한테 불신임당했을 때 흔쾌히 백의종군할 인품(人品)들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배운 사람들이 아니란 얘기다. 이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하는 배포를 부릴 수 있을지, 대중을 섬기는 마음씨를 터득할 수 있을지 우리는 의문이다. '전교조는 없어져야 해!'하고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던 사람들이다. 그 마음을 털어버리고 우리 식구와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교총의 일반 회원들을 보자. 개중에는 용기 있는 분들도 더러 있겠지만, 대체로 보아, 이들은 학교 민주화에 열성이기보다 '대세'에 따르는 길을 선호하는 좀 소심한 편의 교사들이었다. 사람됨이 단박에 확 뒤바뀔까? 이들이 저희 지도부를 시원히 갈아엎고 조직 민주화와 노동조합으로 탈바꿈하는 일을 금세 해낼 수 있을까?

 전교조 조합원 하나하나는 다 <일 당 백, 일 당 십>이지만, 저쪽은 회원 되는 것이 무슨 눈치볼 일이 아니라, (관료들한테) 칭찬받을 일이었다. 그래서 회원 명부에 제 이름을 올린 숫자가 더 많다. 만약에, 저쪽 지도부나 아니면 반란 주동자들이 나서서 노동조합으로 문패 갈아끼우고, 통합에 응해 온다면 그때 '회원 숫자'가 문제가 된다. 우리는 감화력이 뛰어나고 다부진 패라서 비록 처음 숫자는 적다 해도, 금세 저쪽 대중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엔 '참교육'의 이념을 잠깐 접어두더라도 곧 회복할 수 있는가? 방향이 올바른 활동가들 여럿이 애쓰기만 하면 쉽사리 노동조합다운 노조, 참다운 교육 개혁을 실천하는 노조로 금세 돌아선다?

 글쎄올시다. 선진적인 교사들만 모인 전교조에서도 '노동'이라는 머릿글자를 떼어버리자는 얘기가 스스럼없이 나왔던 판인데, 선진/후진 마구 섞인 대규모 노조에서 '노동조합다운 노조'로 가는 길에 혼란이 안 빚어지리라는 법이 없다. 물론 집단 이기주의나 보신주의(保身主義) 심리에 젖은 뒤처진 교사들까지도 잘 설득하여 참교육/교육개혁/사회정의 실현의 길로 못 가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저쪽 지도부와 이쪽 지도부가 오손도손 모여 앉아 그럴싸한 통합 원칙에 합의하여 그대로 실시하는 방식의, 참으로 간편한 일정표만으로는 그 길이 보장되지 않는다. 제대로 민주화의 길을 걷는 통합 노조를 띄우려면 노조 지도부가 외교 활동을 펼치는 것 이상으로 단위 학교 차원에서 이쪽이 주도하여 저쪽 대중을 합쳐 내는 통합의 노력이 더 긴급하다. 저쪽 대열을 허물어 그 회원분들을 이쪽으로 모셔오는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그래서 숫자로도 저쪽을 능가할 때라야 기회주의에 능숙한 저쪽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본때있는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합법 단체로 등록할 때에 저쪽보다 숫자가 모자라면 큰일 난다!"며 걱정을 거듭한 끝에 시름으로 빠져든 분들이 많았던가 보다. 그러다 보니, "두쪽을 합쳐서 그 걱정을 끝장내자!"는 쪽으로 생각이 마구 치달았겠지. 옳은 결론일까요? 사명감에 불타시는 '(지금) 무조건 통합'론자 여러분! 조합원 숫자도 걱정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지만,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시기에 교육 개혁이라는 것이 자칫 삐뚤어진 방향으로 내달리는 것을 막아내고 교사와 학생들의 '복지'를 제대로 쟁취해내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고 우리가 이 고생 해온 것 아닙니까? 그럴 때만이 그 '숫자'도 의미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더 시급히 해야할 일은 성과급 실시, 계약직으로의 전환 따위를 획책하는 눈먼 신자유주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일 아닙니까? 그 싸움을 제대로 벌여 나가는 가운데서야 뒤처진 교총 회원들을 일깨워 노동조합다운 통합노조를 건설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저 "합칩시다!"하고 소리지른다 해서, 저쪽 지도부 아닌 대다수 회원들이 선뜻 따라올지도 미지수이거니와, 합쳐서 무슨 일을 벌일지 합의도 안 된 형편에서 우격다짐으로 한 지붕 밑 동거를 시작할 경우, "느그덜, 못 믿겠어! 다시 갈라서!" 하는 분란이 안 일어나리라는 법 없습니다. 여러분, 노동조합의 역사를 가만히 떠올려 봅시다. 어느 나라에서든 단일 노조로 통합된 경우가 많았는지, 복수 노조로 병존해온 경우가 더 많았는지? 우리 깃발만 내리면 교총과의 통합도 성큼 이뤄지고, 그 속에서 우리쪽 주도권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다구요? 제발 경솔하게 판단하지 맙소서. '신앙'좀 버리시고, '과학'의 현미경/망원경으로 들여다 보소서!

 '무조건 통합론'은 그 논리('상층 교섭만으로 다 된다'는 생각 따위)도 허술할 뿐 아니라,

그것을 내거는 모양새도 눈살을 아니 찌푸릴 수 없다. 조직 확대와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이 문제를 (지도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일반 조합원들 전체의 판단/결정 거리로 내모는 행동은 조합원들 간에 쓸데없는 반목과 갈등만 부추길 염려가 높다. 교총 쪽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짐작도 하기 어려운 형국에, 그쪽 몇몇 '노조 전환론자'들만 믿고서 그렇게 마구 내달아도 되는 일일까? 조직 통합은 전체 조합원이 오랜 기간 충분히 고민하고 토론하여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 아닌밤중의 홍두깨로, "이것 옳으면 나 찍어!"하고 조합원들에게 불쑥 부담을 지워 주는 게 진중한 처사일까? '선거를 통해 내 정책을 심판받겠다'는 논리가 얼핏 보아 맞는 얘기 같지만, 무슨 사안이든 그 논리가 다 통하는 게 아니다. '깃발 내리기'처럼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를 눈앞의 선거와 연계시켜 곧장 담판지으려는 처사는 결코 공익을 몇몇 활동가 그룹의 사익보다 위에 놓는 도량 넓은 태도가 못 된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역사가 오래 된 두 교사 단체가 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는 '노동조합다운 투쟁'에 미온적이었던 쪽에서 "교원의 지위가 끝없이 하락하는 현실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자면 '교원 대단결'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덕분인데, 이처럼 대다수 교원들의 사회의식/정치의식이 높아진 유리한 정세 속에서도 통합은 결국 결렬되었다고 한다. 통합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말씀 더: 왜 "정책을 심판받으러 선거에 나섰노라!"는 얘기가 멋지게 들리지 않는지에 대해.... 지금 일반 조합원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교사 단체의 통합, 교원 대단결은 좋은 일이다 / 아니다> 하는 '큰 원칙'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지금, 당장, 무조건, 깃발부터 내리는 방식으로 하느냐 /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하느냐>는 '전술'에 관한 문제다. (큰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이 만만찮은 전술 판단을 '조합원 전체'가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거니와(치밀한 논의는 '대의원대회'가 더 잘 해낼 터) 굳이 해야할 일이라면 이 문제만 놓고서 따로 전국적인 대중 토론을 벌여 결정하는 게 더 온당하다. 선거란 정책만이 아니라 그 동안의 경력, 인물됨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합쳐서 따지는 자리요, 내 편 니 편 편가르기를 하는 일이다. '순수한 정책 대결'만 실현해 낼 거라는 보장이 없다....)

교총과의 통합을 원한다는 뜻(=큰 원칙)을 방방곡곡 선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대담한 태도를 보여야 소심한 교사 대중을 전교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무조건 통합론'에서 우리가 칭찬해 줘야 할 부분은 거기까지다. '무조건'을 외치는 순간부터, 또 상층 밀실 교섭으로 그것을 실현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그 논의는 위태롭기 짝이 없는 상태로 치닫는다.(이 교섭은 전교조 전체 지도부가 논의를 모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어느 지부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안다)

2. '교사운동 방향전환론(이른바 '10인 안')'은 철회되었는가?

최교진, 조영옥, 김민곤, 박일범, 이영주, 이중현을 비롯한 활동가 10인이 지지난해 끝무렵에 교사운동의 방향 전환을 부르짖는 의견(='10인 안')을 전교조 안에 널리 퍼뜨렸다. 이분들이 온나라 곳곳에 연결망을 둔 한 세력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본다. 내 얘기는 '파벌 형성이 옳으니, 그르니'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디든 다 '파벌'이야 있는 것 아닌가. 조직이 당면한 환경이나 임무가 달라질 때마다 파벌 간의 지형도가 바뀌기만 한다면, 즉 어떤 파벌이 저희끼리만 똘똘 뭉쳐 '파벌 = 인맥'으로 굳어지지만 않는다면, 또 파벌(아니 '정파') 간의 대립 구도가 건강한 것이기만 하다면 '파벌의 존재' 그 자체는 크게 염려할 일이 아니다.

 '10인 안'을 다시 들춰내는 까닭은 이번 99년도 전교조 선거가 <진영 대 진영>의 대립 구도 속에 치러지는 게 분명하다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들의 개인적인 허물이나 능력을 따지기 앞서, 그 진영이 지향하는 '운동 방향'의 옳고 그름을 살피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오오랜 집단 토론과 궁리 끝에 펼쳐 냈을 그 의견이 겨우 1년이 지난 지금, 느닷없이 바뀌었으리라고 믿을 근거는 아무 데도 없다. 그러니 전교조의 발전을 간구하는 조합원들에게는 '10인 안'을 숙고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더 세밀히 판단하는 임무가 떠안겨져 있다.

 "이젠 '노동조합' 팻말을 떼고, 그냥 '교육운동 단체'로 활동하자!"고 외쳤던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궁색한 것인지, 여기서 재론하는 것도 어찌 보면 궁색스러운 일이다. 김대중 정권이나 들어서야 합법화를 들어줄 것 같은데, 그럴 희망이 보이지 않다 보니 '뒷걸음질이 상책'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 이 솔직한 심정말고 딴 얘기들이 없었다면, 쪼금만 타박하고 덮어두는 게 너그러운 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다시 검토해 보자고 곁들여 말한 것이라면 이는 단순히 '비관적인 정세 전망'탓으로만 돌릴 문제를 넘어선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89년에는 왜 그렇게 '전교조의 출범'을 서두르자고 외쳤을까? 그때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뒤늦게 뉘우쳤는가?

 우리는 교사라서 교육 운동 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봉급 받는 고용살이 처지라서, 또 학교운영에 제대로 참여할 권리, 즉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노동운동 하기를 원한다. 이 둘은 서로 떼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노동권을 분명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교사단체보다 보장 받는 단체가 더 힘이 있어서 교육 운동도 더 잘한다. 자신이 '노동자 신세'임을 늘 자각하는 교사들이야말로 학생들을 올바른/건강한 백성으로 더 잘 키워낼 수 있다. 정말 '상식'에 속하는 얘기인데, "노동운동 편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동'글자를 지우자"고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다시 알려드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교조 사람들이 '노조'에만 관심 두고, '어떻게 제대로 가르칠지'는 털끝만큼도 고민 안 했다는 얘긴가? 교육 실천은 거들떠도 안 보고, 봉급 올릴 궁리만 굴리고 있었나? 일부 활동가들이 바쁘다 보니 학급 경영에 좀 소홀한 일은 있었겠지. 하지만 딴 활동가들은 '교과모임'쪽에 모여 정말 열심히 교육 실천을 했다. 이것도 전교조가 한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성에 안 찬다구? 그럼 사람들을 닦달하여 더 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 지도부가 그 일에 소홀하면 열심히 성토하거나 갈아치우면 될 것 아닌가?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노동'자를 떼내야 하나? 노동조합법에 명시된 제 권리를 포기하고, 정권이 능구렁이처럼 내미는 떡고물('노동권' 비슷한 거시기)에 만족해야 하나? 이런 궁색한 얘기를 마치 '새 시대의 새 길'인 양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선량한 사람들 앞에 내밀어야 하나?

 이분들 얘기 중에는 '시민운동 어쩌구' 하는 얘기가 심각하게 곁들여 나온다. '시민'이라..... 우리는 시민답게 살아야 하는데, '우리는 노동자'라는 규정성이 뭔지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이건 지레짐작이 아니라, 김대중정부 출범때 유상덕씨가 교육잡지 '처음처럼'에 쓴 얘기다. '노동자'이기보다 '선비'라는 것을 더 생각하쟀더나, 어쨌더나... 그래서 전교조 일부에서는 민주노총 쪽에 얼씬도 안 하는 풍습(?)이 생겼나 보다. 가만가만! 이처럼 '노동'자를 낯설어 하는 '시민'이라면 이 '시민'은 '시티즌'의 번역어가 아니라, '부르조아'의 번역어 아닌가? 한동안 '시민운동!'하면 '경실련'을 떠올렸었지. 김영삼, 김대중 두 정권에 명예롭게 영입된 인사들을 많이 배출해낸 곳. 경실련은 민주노총, 진보진영과 한 편이 아니었다. 저희들 얘기로는 정권과 민중운동 사이에서 '중용(中庸)' 비슷한 길을 걷겠댔지.(이 '중용'이 이런 데 써먹는 싸구려 말인지 의심스럽지만)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그쪽이 '정권 비판'과 철저한 사회개혁을 추구하기보다는 <민중운동 진영과 거리두기>에 더 열심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시민운동 단체로는 괜찮은 데도 있다. 문제는 '노동'자를 떼내려고 그렇게 기승을 부리는 식으로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이 과격해서 그런가? 우리가 보기엔, 민주노총이 너무나 '덜' 과격해서 탈인데, '정리해고'니 뭐니 맥없이 받아들이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갑갑하게 들러리 노릇이나 하고 앉아 있어서 걱정인데, '과격한 애들하고는 안 놀겠다!'니! 이것이 도대체 누구의 시각일까?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진 40년 지배세력의 시각인가? 이들이 '즈그덜'끼리 '부(富)와 권력'을 쌓는 데 열올리느라 국가 부도 사태를 불러온 끝에, 그 피해/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진 백성들 편에 선 시각인가?

 <우리, 교육운동을 시민운동으로서 합시다!>하는 얘기는 <우리, 노동권에 연연하지 맙시다! 노동운동은 하지 맙시다!>하는 얘기와 동의어(同義語)다. 왜냐면 우리는 법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그거 제대로 잘 하면 좋은 세상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시민운동? 물론 그거 열심히 하는 분들하고 튼튼하게 '연대'하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할 일의 주된 부분은 아니다. 누가 그것을 하는지 꼽아보자. 참교육을 위해서 학부모들이! 환경 회복을 위해 일반 국민들이! 교통난 해소를 위해 대도시 시민들이! 기업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소비자들이! 우리도, 소비자로서, 일반 국민으로서, 학부모로서, 여러 가지 시민 운동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게 '교사'로서 할 일의 주된 부분은 아니다.

 '10인 안'에는 다음 얘기도 들어 있다. <세계화와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국가=중앙 정부'의 권력이 작아졌다. 그러니까 정치 운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 사회에 밀착하는 생활운동에 힘쓰자!> '지역 사회에 다가가기'가 더 필요하다면 더 힘쓰는 것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얘기가 어떤 '편향'을 정당화하려고 써놓은 얘기라면 따끔하게 살펴야 한다.

 첫째, 지역 사회와 친해지려면 '지부'를 강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단일 노조' 아닌 '연맹체'로 가야 하는가? 연맹보다 '산별 단일 노조'가 더 조직의 힘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 교사들의 힘을 아무리 집중해도, 정권과 지배세력이 퍼붓는 공격을 막아내기 어렵다. '단일' 아닌 '단일 할애비'를 만들어도 시원찮은 판인데,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연맹체'에서 '단일 노조'로 언제나 격상해 보려나, 학수고대하는 판인데, 왜 자꾸 뒷걸음질치려 할꼬? 전교조 본부에 대해 아무리 불만이 많기로서니, "저마다 각방 살림 꾸리자!"는 눈먼 논리로 치달아서야 쓰것는가?

 둘째, 지금이 세계화된, 아니 국제 독점자본들이 각 국민국가를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다 해서, 중앙정부에 대해선 덜 신경써도 되고, 그러니까 정당운동 따위도 접어둘 일이고, 지역운동과 시민운동이나 속편하게 하고 앉았으면 될 노릇이고.... 이런 결론이 쏟아지는 걸까? 국민국가가 꽤나 약해져서, 기업들이 자본을 딴 나라로 빼돌리고, 내야할 세금도 팍팍 깎고 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민중운동의 국제 연대를 통해, 먼 앞날에는 '정의로운 세계 국가'를 세우는 식으로 대결해야 할 노릇이지 어찌 '지역의 지부'에나 고개 파묻을 궁리를 하려는고? 세계화가 꼴볼견으로 치달을수록 눈앞의 국민국가를 백성의 것으로 장악하여 국내외 독점자본의 공세에 저항할 생각을 해야지, 어찌 '철 지난 향토 찬가' 아니, '망령된 지부 찬가'에 도취하는고?

 셋째, "정당 운동에 매달리지 말자"는 얘기는 지금 어렵게 어렵게 준비하고 있는 '진보정당 건설' 움직임에 대해 등 돌리자는 얘기로 들린다. 이분들이 김대중의 '(비판적) 지지파'였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사실! 지금쯤은 김대중에 대한 미련을 좀 버리고, 그 준비 과정이 잘됐건 못됐건, 그 준비하는 사람들이 시원찮건 믿을만 하건 간에 아무튼 노동자와 백성의 편에 서겠다는 뜻 하나만은 공감해서 재티 뿌리는 일은 삼가는 게 좋으련만, 아니, 그 일에 가세해서 힘을 실어주면 더 좋으련만, 대관절 전교조 활동가 중에 노조 일은 팽개치고 진보정당에 쫓아다닌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일삼고 있을까? 차라리 '진보 정당 건설에 아무도 참여하지 마라! 그래야 좋은 세상이 온다!'고 솔직하게 저희들 의견을 밝히는 게 떳떳한 일 아닐까?

 지난 해 가을에 본부에서 만든 선전물 중에 아마 "교원 정년 단축- 이는 신자유주의의 시작입니다"라 그랬던가, 그 비슷한 제목의 것이 있었다고 한다. 각 지부로 선전물이 내려갔는데, 어느 지부에선가는 신자유주의를 너무 비판한 게 마음에 안 든다고, 제목도 마음에 안 든다고 교사들한테 배포하지 않고 곳간에 처박아 버렸다고 한다. 전해 들은 얘기가 '낭설'이기를 빈다. 하지만 '교원 정년 단축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 얘기가 낭설일 것 같지 않다. 그런 전제에서 얘기를 풀겠다.

대학생들 철학 개론서의 앞 대목을 펼치면 '현상'과 '본질'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햐! 군부 정권의 앞잡이 노릇이나 했던 교장, 교감들 상당수가 이번에 확 쫓겨난대! 파파팍 물갈이되고 나면, 평교사들이 좀 기펴고 살겠지?" 이것이 눈앞에 벌어진 '현상'이다. 그런데 그 현상의 밑바닥에는 "당장 우리들 자본가를 키우는 데 써야할 나랏돈도 빠듯한 실정인데, 교육 예산 올려줄 건덕지는 없어. 옛 속담에 '늙으면 죽어야 해!'하는 말도 있지 않니?"하는 논리, 본질이 숨어 있다. 이 본질이 평교사들 숨통을 조여댔던 중간 관료들을 얼마간 물갈이하는 나름의 '개혁 효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신자유주의 논리로 하여, 별달리 죄 짓지도 않은 평교사들 여럿도 덩달아 교단을 떠나야 하는 사태(=또다른 '현상')도 생겨났다. 이 논리는 머지않아 우리들 젊은 교사들한테도 그대로 적용되어, '은퇴 후 할 일 없어 노는 젊은 노인들'을 양산해 낼 것이다.(숨어 있는 '현상') 왜 아직 교단에 설 열정과 기력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늙었다는 죄로 쫓겨나야 하는가? 국가 부도 사태를 불러온 '파시즘 관료와 천민 재벌, 당신들의 천국, 그네들끼리 노는 공화국' 이것의 뿌리깊은 체질과 메카니즘을 수술할 요량은 아니하고, 왜 교육 예산 깎아내리는 일만 열심인가? '빅딜'을 한답시고, 애꿎은 노동자들 쫓아내기 전에, 그 눈먼 투자를 일삼아 온 재벌 총수들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이 순리이듯이, 교육 예산 삭감을 떳떳이 내세우려면 "무사안일에 빠진 늙은이들 나가버리니까 기분 좋지?"하는 얄팍한 꾐수가 아니라, 재벌 공화국의 대대적 수술 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꺼이 허릿띠 줄이기에 동참한다.

 그런데 일부 활동가들은 눈앞의 현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눈앞의 교육 개혁에서 좋은 면만 보고 싶은 거다. 전교조 하느라 10년 고생했으니, 무언가 달콤한 열매를 당장 맛보고 싶은 거다. "이만 하면 됐어! 이젠 좀 긍정적으로 살자구!" 그래서 '문민정부''국민의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개혁에 관한 이야기(이바구, '담론')에 많이 솔깃해 한다. 물론 이들의 '담론'에는 개혁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가령 '수행평가'의 취지 자체) 하지만 이들 교육개혁 청사진이 과연 저희가 바라는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진단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대학 간에 서열화된 구조! 이것 참 뿌리깊은 거다. 이것 확실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입시 중독 문화'를 바꿀 수 없다. 이것 못 바꾸면 '수행평가'니 뭐니 다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오죽하면 '서울대 폐지론'이 백성들 입에 오르내리는가.

헌데, 이해찬 교육부의 머릿속에는 대학 개혁의 전망이 없다. 아니, 있다 해도 그걸 밀어붙일 힘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의 구조적인 무능력과 삐뚤어진 신자유주의 정책(이는 '대학 정책'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에 대해 관대하게들 보는 걸까.

3. 자본주의에 대한 엉터리 명상 하나

 내 어렸을 적 얕은 생각에 북한은 참 '무서운/힘센 나라'였습니다. 커서 세상 이치를 많이 알게 되면서부터 그네들 생각에 '일리(一理)'가 있다고 여겼지만, 한 번도 같이 놀아본 적이 없으니 심정적인 친밀감 따위가 생길 리는 없었지요.(젊은이들 중에는 같이 논 이들이 꽤 있었다죠?) 스탈린이나 김일성씨가 내세운 이야기들 중에는 옳은 대목도 있었지만, 그네들이 정치를 펼친 행태에 대해서 '맹목적인 찬동'의 심정을 갖게 될 이유는 도무지 없었어요. '상전벽해'라더니, 어느 결엔가 사회주의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나라라 해야, 중국은 문패만 그대로 달고 있을 뿐, 자본주의(또는 시장) 실험에 열 올리는 판이고, 북한은 온세계 백성의 동정심을 사는 가엾은 나라로 낙인 찍히고 말았지요. 노동운동에 고무된 젊은이들 여럿한테 사회주의는 한때 호기심과 그리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놈의 '사회주의'라는 것을 업신여기는 사람들 투성입니다.

 물론 욕 먹어 싸지요, 암! 비아냥 소리를 들어도 할 말들이 없어요. 나같이 식견 짧은 사람 눈에도 그 사상의 어느 대목이 잘못된 것인지가 지금은 분명해졌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그네들은 <자본주의는 반드시 무너진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틀림없이 온다. 이것이 세계 역사의 법칙>이라고 부르짖어 왔는데, 역사는 전혀 그렇게 나아오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자본주의의 천국이 되어버렸어요.

 헌데 말이외다. 비록 엉터리 실험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그 '대안(代案)'이라는 것을 이제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 처박아 버리고 잊어야 할 노릇일까요? 그렇게 세상 현실이라는 것이 단순 명쾌하게 해석되는 걸까요? <반드시 사회주의가 온다>는 얘기도 틀린 얘기지만, <사회주의는 반드시 안 온다>는 얘기가 맞다는 논거도 없는 것 아닐까요? 세상 끝까지 다 살아본 후손들만이 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무튼 "세상 앞날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이 만들어 가기 나름"이라는 열린 눈을 갖고서 지금 위용(威容)을 뽐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것에 대해 살펴 봅시다.

 우리는 자본주의라 해서 다 같은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에서 배웠습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회사 사장이 "당신, 오늘부터 해고야!"하고 소리 빽 지를 경우, 군소리 없이 보따리 싸들고 그 회사를 떠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회사 사장이 그렇게 멋대로 회사원을 쫓아내지 못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보다는 독일식 자본주의가 백성한테 더 따뜻한 체제 아니겠어요?(그런데 김대중 측근의 신자유주의 논자들은 독일식을 폄하하고 미국식을 추켜세우죠.) 이왕이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야지 않겠어요? 헌데, 독일 자본주의가 그렇게 따뜻한 면을 갖추게 된 게 누구 덕이겠습니까? 바로 노동자들 덕, 노동운동의 힘이 셌던 덕분입니다.

 우리는 박정희 시절에 정권과 기업가들이 노동운동을 얼마나 냉혹하게 짓눌렀는지 뚜렷이 기억합니다.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똥물까지 뒤집어 썼더랬지요. 그런데 어찌 보면 그 때가 차라리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다수 백성들한테 어쨌든 일자리는 보장해 주었으니까. 지금은 <20 : 80의 사회>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자본주의 체제가 구조적으로 실업자(失業者)들을 양산해 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 사회가 <자본과 노동>의 두 진영으로 빙산이 둘로 갈리듯 갈린다는 얘기죠. '노동운동 진영'을 떠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이 초보적인 설명부터 드려야겠군요.

 세계의 앞날에 대해 사람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가지각색입니다. 여전히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그리는 이도 더러 있겠고,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찾는 이도 있겠으며,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여기는 분들도 있겠구요. 아마 맨나중 것을 받아들이는 분들이 가장 많겠지요. 아무튼 현실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건 분명한 것은, 21세기의 인류 사회가 소박한 자유주의자들이 꿈꾸듯이 고만고만한 소(小)기업가들이 한데 모여,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평화로운 경쟁을 벌이는 '자유경쟁 자본주의' 사회로는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령 수많은 '협동조합'들이 생겨나 공동체 사회를 세워내는 로버트 오웬식의 '새 세상'은 '자본주의 초기'에나 어울리는 청사진이요, 한낱 복고적인 꿈으로 끝날 우려가 높습니다.

 인류의 현실은 지금 폭풍처럼 몰아치는 세계화 바람이 잘 보여주듯이 세계 독점자본과 세계 백성 간의 대결 구도로 나아가고 있지요. 한국을 놓고 보자면, 현대/삼성/대우를 비롯해 30대 재벌과 바깥에서 들어오는 초국적 기업들이 나라 살림을 온통 쥐고 흔듭니다. 백성의 복지를 위해 이들을 어찌 통제하느냐, "시장 규칙만 지키면 됐다!"하고 놓아먹일 것이냐, 아니면 '나라의 것' 나아가 '백성의 것'으로 접수하여 다스릴 것이냐 하는 문제가 으뜸가는 고민거리가 됐습니다. 이 공룡/고질라/맘모스/용가리/아나콘다 같은 독점자본 세력과 맞서야만 살 길을 찾는 백성들의 중심에 노동운동 진영이 있습니다. 가령 '빅딜'이든, '정리해고'든, '실업자 대책'이든, 가장 앞장서서 싸울 세력은 '민주노총'입니다. 민주노총하고는 안 놀려고 작심하신 분들이여, 어찌 나라 살림의 주된 해결꺼리를 떠맡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 어찌 그렇게 거리를 두려 하시나요? 87년 항쟁 이후의 싸움의 정통성을 잇고 있어서 기본적인 믿음을 준달 뿐이지, 민주노총이 늘 제 임무를 잘 해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 역시 언제 갈팡질팡 게걸음을 옮길지 알 수 없는데, 힘을 실어주고 길을 찾아주기는커녕 "우리는 <교육>만 할 거야. 우리는 <노동>에서는 손 뗄 거야"하는 말씀들만 되뇌이신다면 그것이 어찌 나라 살림의 한 몫을 떠맡고 나선 전교조의 바른 마음가짐이랄 수 있겠습니까?

 밤이 깊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또렷이 빛난다 했던가요? 그렇기도 하겠지만, 거꾸로 먹구름 자욱한 밤하늘이 아름다운 별빛들을 자꾸 지워 없애는 경우가 더 많겠지요. 아무튼 합법화 시기를 맞아, 전교조에게는 드높이 도움닫을 가능성과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세월만 허비할 위험성이 동시에 밀어닥친 느낌입니다. 우리가 흔히들 뇌까려 왔던 유명한/이름난 푸념 한 마디가 있지요? "전교조 조합원들은 다 훌륭한데, 지도부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는 "엉터리 지도부 밑에서 중간 활동가들이 전교조를 떠받쳐 왔다!" 입과 입 사이를 떠도는 이 푸념이 자칫하여 '지도부를 싸잡아 도매금으로 욕하는', 억하심정으로 똘똘 뭉친 얘기로 흘러서도 곤란하겠지만, 전교조를 앞장서서 끌어왔다고 자임하는 분들이라면 이 푸념 앞에서 옷깃을 여밀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선택의 시기에 즈음하여, 우리의 앞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이 두서없는 글월을 조합원 벗들에게 올려 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