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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3] 감염병 대유행 시기, 고등학교 비상 교육과정 운영



감염병 대유행 시기 고등학교 비상(핵심) 교육과정 운영

 

김학한 (은평고등학교)

 

 

 

1. 감염병 대유행 시기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점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기본적으로 입시위주 교육으로 왜곡되어 운영되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인한 교육의 파행이 결합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학교에서 개학이 연기되었다가 고등학교의 경우 4월 초/중순이 되어서야 온라인 개학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등교를 통해 대면 수업이 가능하게 된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520일부터였다. 3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하여 5월 하순부터 매일 등교수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고1과 고2는 밀집도 감소를 위하여 격주로 등교하고 있다.

 

<20201학기 고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

3.2 (개학연기) 휴업

 

 

 

4.9 3 온라인수업

 

4.16 1, 2 온라인 수업

 

 

 

5.20

3 등교수업

 

5.27

2 등교수업

 

6.3

1 등교수업

 

 

3의 경우 한 달 간의 학교 교육과정의 공백, 그리고 한 달 반 정도의 온라인수업이 진행되면서 비대면수업의 한계가 누적되어 왔다. 고교 1·2학년은 5월말~6월초부터 등교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격주 간격으로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고3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교과들이 온라인수업 시간에 진도를 나가고 있지만 비대면으로 인해 교사-학생간의 전면적인 교수-학습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격주 운영으로 인해 수업의 흐름이 단절되면서 결손은 누적되고 있다.

더욱이 온라인수업의 효과는 학생의 성적과 가정적 배경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적 상위권 학생과 중산층 가정에서는 온라인-재택수업 상황에서도 일정하게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원과 과외 등 사교육을 통해 교실수업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 수업을 통해 교사의 지도가 더욱 필요한 중하위권 학생들이나 사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습결손에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수업이 대폭 감소하고 교육활동이 축소되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입시성적 산출과 수능 준비를 위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국연합학력평가 등 평가는 계획을 수정하여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 학생들의 장기간 휴업과 격주등교로 인해 수시 전형의 입시자료로 기능해온 자율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포함한 상당수 교육활동도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모둠 또는 집단 단위로 움직이는 수련회, 축제 등 교육활동은 밀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위축된 상태이며, 수시전형 대비 교내대회, 자율동아리 활동 등은 학교마다 짧은 등교 시기에 압축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특히 1,2학년의 경우 학교 등교 기간에 교과 수행평가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몰아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기간 학생의 학습 관련 부담과 강도는 매우 높아지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상적 시기에도 학생부 종합 전형의 자료가 되는 경시대회, 자율동아리 활동 등이 형식적이라는 문제 지적이 있었으나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물리적 접촉의 한계와 활동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내실 있는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입시자료로서의 정당성과 효과성도 감소하고 있으며 재수생과의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빈곤하여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되거나 대면 수업 실시되더라도 격주간 단절적으로 운영되면서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은 대폭 위축되고 있다. 또한 등교 기간 학생부 종합전형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평가 진행에 비중이 실리면서 누적된 교육 활동의 결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교육은 대면수업을 통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 자리를 대체하고 있고, 내신과 수능시험을 대비해야하는 학생들의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2. 감염병 대유행 시기 학교 교육과정 개편 방향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학교의 기본적 교수-학습형태인 대면 수업이 단절됨으로써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고 교육과정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감염병이 지속되고 장기화되는 조건에서 온라인 수업 방식을 통해 일상적 시기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교육과정을 형식화, 희화화 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육적인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실제적 운영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대유행의 지속으로 학교등교가 어려울 경우에는 교육과정을 축소·운영하거나 아니면 학기를 연장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할 시간을 확보하여야 한다. 둘째, 감염병의 위기 상황이 심각한 지역사회의 대유행 단계를 제외하고는 등교수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등교가 지속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코로나19의 방역 단계에 조응하여 학교를 운영하되, 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해서 온라인 수업을 보조적으로 배치하는 형태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1) 등교 방식의 변화

 

등교수업 중심으로 운영하면서도 밀집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격주제 시스템에서 오전-오후반의 2부제로 운영하는 방안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교육부는 밀집과 밀접 접촉을 회피한다는 관점에서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의 2/3만 등교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하여 고2와 고1은 격주 간격으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데, 대면수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수업시수가 절반으로 감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1주일 간격으로 온라인수업으로 교체되면서 교수-학습이 단절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전등교와 오후등교로 2부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2학년은 오전등교, 1학년은 오후등교로 나누어 매일 등교하도록 하는 것이다.

 

3학년

2학년

1학년

현행

전일 등교

격주 등교

격주 등교

2부제 방안

전일 등교

오전(08:00~12:00)

오후(13:00~17:00)

 

이렇게 2부제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하루 수업시수는 6시간에서 4시간으로 감축되지만 대면 수업은 격주 등교 방안보다 2주 기준으로 6~10시간 정도 증가한다. 또한 교육활동이 단절적이지 않고 교사-학생간의 지속적인 상호 교류가 가능해진다.

 

현행(격주 등교)

개편(2부제 등교)

2주 기간 등교일수

5

10

수업시수

등교수업 34시간+(온라인 34시간)

등교수업 40시간+@(온라인 활동)

 

이러한 등교방식의 변화는 격주 등교방식과 비교하여 동일한 밀집성을 유지하면서도 교실대면수업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2)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개편 방향

 

교육과정을 감축하는 핵심교육과정 운영 또는 이수기간(학기) 연장 방안

현재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고교교육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학기별로 교과목을 1~4단위의 범위에서 주당 34시간정도 운영하고 있다.

과목

이수단위

필수이수단위

국어

18~26단위

10

수학

18~26단위

10

영어

18~26단위

10

한국사

6단위

6

사회

58단위

10

과학

58단위

12

체육

10

10

예술

10

10

생활교양

18

10

 

그러나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3단계에는 중요한 대부분의 사회적 활동이 중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도 휴업에 돌입할 것이다. 휴업기간이 길어져서 기존의 학기 체제에서 교육과정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질 경우에 교육과정을 핵심 교육과정으로 압축 편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교육과정 전반을 1/3정도를 감축하여 3단위 교과를 2단위로 줄여서 운영하고, 비교과활동의 경우에는 이수시간을 단축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대체하는 것이다.

<핵심교육과정 운영방안>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교과목은 2/3로 축소하고 이에 맞게 교육과정 분량을 조정하도록 함.

-사회와 과학 교과목은 현행의 6~8 개 정도의 선택과목에서 과목 수를 2/3로 줄여서 이수하거나 개별 과목의 수업시수를 2/3로 감축하여 운영할 수 있음.

 

교육과정을 감축 없이 운영할 경우에는 이수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학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2학기가 9월에 시작하지만 감염병의 대유행 상황에 따라 학기의 종료를 2월이 아니라 4월 또는 5월로 연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편방안은 감염병이 대유행하여 학교가 전면 폐쇄되는 기간이 장기간 이어지는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등교수업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수업)을 배치하는 방안

 

현재와 같은 지역적 확산이 이루어지는 2단계에서는 학교의 경우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제한적인 등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행 격주별 등교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체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현행의 격주 등교 방식은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 되거나 온라인 수업과 교실대면 수업을 연속하여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전환하여 교실대면 수업 중심으로 교육과정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2부제로 운영할 경우 교육과정을 1/3감축하여 운영할 수도 있고 현재와 같이 온라인학습을 1단위 정도를 배정하여 보조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1학년 또는 2학년을 오전 또는 오후에 4시간씩 배정하고 시간표를 3주를 하나의 주기로 하여 3단위 교과의 경우 등교수업으로 2단위를 운영하고 온라인 학습으로 1단위 배치하여 운영할 수 있다.

 

 

2부제 수업(1학년기준)

온라인 학습

1

1·2교시, 3·4교시 오전반 운영

5·6교시는 온라인 학습(자료) 탑재

2

1·2교시, 5·6교시 오전반 운영

3·4교시는 온라인 학습(자료) 탑재

3

3·4교시, 5·6교시 오전반 운영

1·2교시는 온라인 학습(자료) 탑재

 

격주제와 비교할 경우 2주간 대면수업 3시간+온라인 수업 3시간대면수업 4시간+온라인 학습 2시간으로 개편함으로써 교실수업의 확대와 지속적 등교를 통한 교육과정의 연속적,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 진다.

학교에서 중식은 기본적으로는 오전, 오후 등교 학년 모두에게 제공하되 지역별로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 모두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대입제도와 입학전형의 개편

 

이상에서 제시한 비상교육체제로의 이행은 기본적· 핵심적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간편화하는 것으로 교과별로 기본적 내용의 이수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연동하여 고교교육 과정에 대한 평가와 선발도 기본적 내용의 이수 여부에 대한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 적합한 평가는 학생을 변별하여 줄 세우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이수 여부와 도달 정도에 대하여 평가를 하는 절대평가체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학생의 수시전형 준비와 정시수능 준비에 불리함이 지적되면서 교육부와 대학도 입학 전형안을 수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등 대학들이 수시에서 수능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비교과활동반영을 축소하고 수능 최저등급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으로 입학전형을 수정하였다.

 

대학별 입학전형의 변경 사례

서울대

-수능 최저등급을 4개 영역(국어, 수학, 영어, 탐구)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에서 3개 영역 3등급 이내로 완화함.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출결, 봉사, 교과이수기준 항목을 모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능 점수에서 감점 처리하였던 교과외 영역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연세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 활동 기록 중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수상경력·창의적 체험활동· 봉사활동실적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음.

-2021학년도 수시모집 모든 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음

 

또한 시도교육감들도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대폭 낮추어 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서울대와 연세대 수준의 입학전형 변경과 수능 난이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적 격차를 보정하는 데에서도 한계가 있다. 여전히 비교과활동을 중시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상대평가 9등급제의 내신과 수능평가체제가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난이도를 낮추거나 수능최저등급 폐지를 넘어서서 1)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을 대폭 감축하여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전환하고 2)대학입학전형에서 내신과 수능의 등급 수를 감축하거나 등급 간 비율을 조절하는 방안을 도입하여야 한다. 특히 평가체제를 정시전형의 수능시험 9등급 상대평가를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5등급 상대평가 등으로 전환하여 일정 범위에 포함될 경우 세분화 된 줄세우기 없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개편하여야 한다.

 

현행

4%, 7%, 11%, 17%. 20%. 17%. 11%. 7%. 4% (9등급 상대평가 체제)

변경방안

10,10,10,10,10,10,10,10,20 (절대평가 체제)

10, 20, 30, 20, 10 (5등급 상대평가 체제)

10,10,10,10,20,10,10,10,10 (9등급 상대평가 체제)

 

수능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코로나 감염병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으며 코로나19같은 재난 상황에서 교육과정의 운영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조건에서는 더욱 필요한 것이다.

 

팬데믹 교육과정 운영시기에 서열화 된 상대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더욱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절대평가체제로 전환하는 계획과 경로의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의 대면 수업의 결손을 사교육을 통해 상쇄하려는 시도는 나날이 번성하고 교육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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