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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강림41 교실에서 쓰는 편지

좋은숲동무들살아가는 이야기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9일차 - ** 바로세우기 프로젝트

 

오늘은 1교시에 ‘** 바로세우기 프로젝트’ 2회전을 했다. 둘이서 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으르렁댔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다 이를 거예요’ ‘이제 학교도 집에도 학원도 안 갈 거예요’ ‘친구들이 자기보고 냄새 난다고 하고 놀아주지도 않는단 말이에요’ ‘왜 때리세요?’ 라고 말하면 나는 니가 잘해야 친구들도 잘해 주지, 니가 친구들에게 함부로 하는데 누가 놀아 주겠노?’ 식으로 대결했다. 그러다가 신비아파트책을 옆구리에 끼고는 화장실로 가 버렸다. 나는 아이들과 오늘 2라운드는 과연 누가 이길까 맞추어 보았다. 승규보고는 니가 아니지만 **이 니가 했다고 하니 니가 연기로 사과 좀 해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자와 한글 공부를 했다.

도서실에 2월에 출판한 우리 진짜 시인 되겠다책을 서른 권 사 두어서 빌리려고 갔더니 **이 벌써 신비아파트 색칠공부를 출력해서 갖고는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사서선생님께 **이 친절하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친절하게 해 주지 말라고 했다. 보건실에도 말해서, 아니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께 말해서 이제부터는 **이 친절하게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절대 친절하게 대하지 말라고 하겠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래도 내 쫓았잖아요’ ‘어제 엄마가 아파서 잠을 못자서 잠이 와서 그랬는데 또 내 쫓았잖아요그래서 내가 그럼 말하지? 그리고 진짜 엄마가 아파서 간호 했다는 말이지?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 고 하자 가만있다. ‘또 그렇게 잠 오면 보건실 가서 자야지 어떻게 색칠공부를 하노?’ 하고 물었더니 가만있다. 내가 이제 니하고는 말이 안 통하니 아버지 오라고 해야겠다.’ 고 하자 아버지는 일하러 가셔서 못 온다고 해서 내가 회사로 출장 가면 되니 넌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중에 오늘 두 번째로 그럼 이혼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혼, 죽어버릴거야,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집 나가버릴거야등의 말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좀 가라앉자 내가 사과하려고 하니 선생님이 사과를 안 받아줬잖아요?’해서 니가 언제 사과를 했노?’하자 지금 하려고 하잖아요하고 소리친다. 나는 그런 사과는 받지 않겠다하고 혼자 교실로 와버렸다.

2교시 끝나고 여자 아이들이 **이가 사과하겠다고 한다고 전해 와서 진심으로 하지 않으면 안 받겠다고 전하라고 했다. 그사이 승규가 아까 약속한대로 자기가 사과를 하겠다고 하고는 나갔다. 3교시가 시작될 때쯤 문 앞에서 빼꼼 쳐다본다. 내가 나가서 사과편지를 받고 2학년 교실에 심부름 다녀오라고 시켰다. 오늘은 그렇게 내가 판정승을 거두었다. 3,4,점심,5교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까불며 공부를 했다. 3라운드가 기대된다. 몇 라운드까지 마치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될까?

 

오늘 공부는 한자와 한글을 공부하면서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자세하게 공부했다. 아이들은 소리글자인 한글을 만들게 된 이야기와 소리를 입으로 내면서 글자의 모양을 만들어 보는 것을 아주 즐거워했다. 10살이 될 때까지 아무도 한글의 원리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잠시 블루투스를 켜고 숙제로 한 시낭송을 모두 들어 보았다. 어제 밤에 들으니 너무 좋았다. 아이들 목소리에 떨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 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수학 시간에 아라비아 숫자를 나라마다 다르게 읽는 것을 공부했다. 중국어 강사인 엄마를 둔 신현이가 중국어로 숫자를 말하면 친구들이 따라했다. 영어로, 일본어로 숫자 읽기를 공부했다. 그리고 커지는 숫자를 어떻게 쓸지,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숫자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았다. 교과서를 펴 두고는 아직 교과서가 제시한 1차시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진도는 벌써 많이 나가고 있다. 숫자 1이 자리에 따라 1이 되고 천이 되듯이, 사람들도 누구나 자리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고 책임이 달라지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에게 자라서 나는 어떤 자리에 있을지도 진로교육으로 말해 보았다. 수업은 수학이 되었다가 국어가 되었다가 진로교육이 되었다가 관계에 따라 서있는 자리가 달라지는 인성교육도 했다.

 

오후에는 학교 후배들 사이에 일어난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주느라 무려 서너 시간을 보냈다. 그러느라고 대구환경교육네트워크 총회에 불참하는 잘못을 했다. 세상에 가장 힘든 일은 관계를 잘 맺고 사는 것이다. 내가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관계 문제도 언제나 해결 할 수 있을지 답답한 게 많다.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 (2019.3.14.)

 

19일차 - ** 바로세우기 프로젝트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요즘 **이 학급 공동체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도록 길들이고 있다. 어제는 학년 모임에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폭 조사를 하면 가장 많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기에 그게 폭력인가 싶지만 자체 조사를 해보니 진짜 이름이 많이 나온다. **도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자기에게 언어폭력을 했다고 주장한다. 열한 살이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좀 심하나 싶어서 오늘부터는 좀 친절하게 해 볼까 하다가 아침에 만나자마자 계획이 깨어졌다. 이 반 저 반 다니며 친구들과 말다툼이 일어나고, 놀리느라 복도가 시끄럽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혼을 내었더니 이제 절대 교실에 안 들어 올 거라고 하고 나간다. 나도 이제 교실에 들어오기만 해봐라하고 내버려 두었다. 영어 시간에 보니 복도 놀이터에 있어서 왜 여기 있느냐? 이제 니가 내 말을 안 들으니 나도 뭐 가르치고 싶지 않다. 니 행동을 아버지께 알려야겠다고 하니 절대 안 된다고 내 전화기를 뺏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는 너하고 대화를 못 하겠다. 다른 반 수업 방해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더니 위클래스 갈 거라고 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제 너에게 친절하게 대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더니 위클래스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고는 갔다.

내가 다시 현우를 특파해서 데리고 오라고 해서 보냈더니 **이 교장에게 불려가서 엄청나게 혼이 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아이들도 교장선생님이 화내시는 걸 처음 봤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아이들을 보냈더니 같이 올라왔다. 내가 교실에 들어오던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선생님이 너를 가르칠 수 없으니 너는 이제 교장선생님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움찔 한다. 하지만 이내 선생님이 먼저 사과를 하면 공부를 하고 말도 잘 듣겠다고 했다. 이게 며칠, 아니 몇 시간 갈지 모르지만 오늘 교장에게 불려가서 꾸중 들은 것은 효과가 클 것이다. 지금까지 교장은 늘 달래 왔기 때문이다.

점심 때 1층에 내려가니 행정실과 실무원 선생님들이 **이야기로 걱정이 많다. 어제 쑥떡을 정말 먹었는지도 아주 궁금해 했다. 다음 달 주말 프로젝트는 뭔지도 물었다. 마을 금계산 오르기, 미술관 가기, 시립교향악단 연주회 가기, 대구문화유산 체험가기 등 1학기 미션을 소개해 주었다. 다들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사실 교육과정에서 해 내야 할 내용인데 학교가 단체로 할 수 없으니 부모들이 해주어야 한다. 다른 수가 없다. 그래도 부모님이 안 도와주거나 돈이 없어서 못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서 그때 교사가 맡아야 하지요 하고 대답했다.

오늘은 세 시간이 교과시간이어서 나는 아주 여유롭다. 학교장, 행정실장, 주사님과 식목일 행사를 어떻게 할지를 의논했다. 불쌍한 나무 찾아 거름주기, 상자텃밭 분양 완료하기, 화단에 거름 주어 지력을 높이고 야생화를 밀집해서 심기를 했다. 그나저나 시청 지원금은 주나 모르겠다.

쉬는 시간에 아침에 쓴 쑥, 1만개, 쑥떡을 글감으로 쓴 시를 읽었다. 쓰기 전에 아이들에게 또 시쓰기를 설명을 했다. 그리고 서준이가 쓴 시를 띄워두고 지적을 했다. 서준이는 울 뻔했다. 그래서 누구든지 처음에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누구든지 용기를 내서 처음을 잘 시작해 주어야 다른 친구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잘 참아 낸 것에 박수를 쳐 주자고 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서준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쓰면 오늘 방울토마토를 살짝 먹고도 욱 했지만 나는 참고 끝까지 삼키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한 개, 그 다음에는 두 개 씩 먹다보면 잘 먹게 될 테니 용기를 내라고 말해 주었다. 누구든지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금씩 하다보면 나아진다고 말해 주었다. 4학년들은 아직도 못 먹는다는 음식이 많다. 1,2학년 담임들은 밥 먹이는 게 엄청나게 힘들 것이다.

수학 시간에 단원 평가를 해 보았더니 모두 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스스로 문제를 풀고 확인하고 다시 공부하는 과정을 익혔다. 3학년 때 잘 배워서 잘 이해했다. 오늘 학교 기획위원회 회의에 갔다. 참 오랜만이다. 지난달은 2월말에 해서 일정이 겹쳐 참가하지 못했다. 내가 부장을 하니 후배가 일찍 마치도록 해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는데, 오늘은 선배님이 계셔서 알차고 활기차게 된 것 같아서 좋아요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늘 선입견이나 오해를 잔뜩 안고 살아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학교 전체 운동회를 하지 않고 체육주간을 정해서 학년별로 하루씩 진행한다. 교사들이 선택했고, 또 좁은 운동장으로 한꺼번에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미세먼지 문제가 생기면 학교 전체 일정이 심각해지니 작은 운동회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갑자기 바뀔 경우 정서적 민원이나 책임이 생길 수 있으니 작은 운동회로 알차게 되도록 하자고 했다. 교무부장은 체육수업을 하는 게임은 충분히 하고 있으니 특별한 내용으로 채우자고 했다. 나는 늘 입장이 뭘 선택해도 좋은데 그것이 교육적 가치를 우선 고려하고 검토하고 선택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는 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틈날 때 아이들 미술작품 사진을 찍어서 밴드에 올려놓았다. 퇴근하기 전에 어제 아이들이 빌려 놓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읽었다. 수업 자료로 활용할 게 여럿 있다. (2019. 3. 28. )

 

 

29일차 - 대한민국의 탄생

 

오늘은 411일이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무슨 날일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오늘도 역사적인 무슨 날을 설명하려고 하는구나하고 알아챈다. 아이들에게 자기 생일, 부모님 생일,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언제인지 물어 보았다. 그럼 4.11은 누구의 생일일까 하고 물어도 아이들은 짐작하지 못한다. 만약 부모들이 학교를 다닐 때 제대로 가르쳐 주었거나, 아니면 역사를 일상 속에서 가르쳐야겠다는 부모들이 10%만 되어도 아이들 중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에 5,6학년이 된 17, 18년 제자들에게 오늘을 기억하라고 문자를 넣었다. 그리고 교내 통신으로 교사들에게도 꼭 가르쳐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교사들은 가볍게 알려 주기만 해도 방송에 흘러나오거나 컴퓨터를 켜다가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대한민국이 탄생한 날이다. 41029명의 대표들이 밤새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임시헌장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으로 정했으니 그 의미를 아이들과 나누었다. 마지막에 아이들과 대한민국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여기까진 참 좋았지만 영어교과시간에 **은 만 7일 만에 교실을 뛰쳐나왔다. 혹시나 교문 밖을 나갈까봐 복지사께 확인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렇게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부모와 단톡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문자를 보냈다. ‘**을 위해 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처음으로 별일 없이 교실을 나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고, 수업도 크게 방해하지 않고 한두 번 정도 말하면 금방 행동도 고치면서 잘 지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영어시간에 책상을 앞으로 밀고 나가서 선생님 물건을 만지고, 책상에 낙서하고, 선생님이 자리에 바로 앉고, 선생님 물건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하고 선생님이 **이 손을 잡고 연필을 놓으라고 하니 반항하면서 싫어, 하지 마, 손 놔 라고 반말하면서 소리 지르더니 책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데요. 선생님이 시윤이 보고 나가보라고 했더니 복도에서 주저앉아 소리 지르고 책을 던지고 난리를 쳤어요. 그래서 내가 나가니 억울하다. 선생님이 자기만 미워한다. 나는 아무 잘못도 안했다 소리를 질러 교실에 끌고 와서 꾸중하자 다시는 영어를 하지 않겠다더니 하지 말라고 하니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면서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올해만 8번쯤 교실을 나갔어요. 아무래도 **이는 트라우마가 많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데 기본 생활태도는 안 됩니다. 이런 상태가 한 달간 계속되다 이제 겨우 잡히나 싶었더니 오늘 또 이 난리를 쳤어요. 일단 지금 **이가 어디 갔는지 걱정이고, 빠른 날을 잡아서 부모 상담을 해야겠습니다.’ 나중에 복도가 시끄러워 나가보니 복도놀이터 평상 아래 엎드려 있어서 왜 집에 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자기 소원 하나만 들어 달란다. 뭐냐고 물으니 사과를 받아 달라 해서 하라고 했더니 땡깡을 부리고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고 했다. 체육 수업을 보내고 나서 점심 때 **을 반에 받아드릴지 반 아이들과 의논하고 아이들이 요구한 5가지를 고치겠다면 받아 주겠다고 해서 교실에 들어 와서 점심을 먹게 했다. 이 일로 뭔가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침에 아이들은 온통 각자 구해 온 씨앗을 통에 담아 전시하고, 언제 어떻게 심을지를 두고 시끄러웠다. 오후에 영어 교사와 **문제 등을 의논 했다. 학년에서는 모둠별 대구중심지 답사 안내장을 작성했다. 몇 가지 갈등 문제 조언도 했다. 환경부에서 하는 환경동아리 지원 사업 공모에 채택이 되었다는 확인을 했다. 후배가 준 링티라는 복숭아 맛을 물에 타서 먹었더니 피로가 사라졌다. 링거+티가 맞나 보다. 방송에 낙태처벌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나왔다. 무엇이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제도나 인식이 자리 잡히면 좋겠다. 상하이에 간 국회 원내대표단들이 손잡은 걸 보니 그냥 이것들이 싶어서 반갑지 않다. (2019. 4. 11. )

 

30일차 - 아이들에게 여행체험만큼 좋은 공부가 없지만

 

오늘 아침도 씨앗 모으기로 교실은 왁자지껄하다. 몇몇 모둠은 벌써 통을 다 채웠다. 처음에는 자기 모둠이 일등이었는데 일등을 빼앗겼다고 아쉬워한다. 고장의 중심지답사 준비로 또 바쁘다. 일요일에 답사를 가는 모둠이 있어서 어제 급하게 답사 안내장을 만들고 학년에서 모여서 수정하고, 복사해 두었다. 1교시는 답사계획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교과서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행정, 관광, 산업, 상업, 교통의 중심지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뭔 말인지 모른다. 지도와 사진을 보고 그 개념을 짐작하고 아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는 우리 반에 가장 똑똑한 세욱이가 옥포읍도 달성군이예요? 라는 질문에 다시 지도와 주소를 보고 분류 개념과 상위개념, 하위개념을 쉽게 설명을 했다. 어떤 지식은 그 바탕이 되는 지식을 알아야 가능한데 진도표나 교사의 계획대로만 가 버리면 아이들은 개념이 생기지 않은 채 배운척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든지 모르는 것을 질문해야 하고, 교사는 아이들의 개념 인식 수준을 파악하고 가야 한다.

아무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여행을 가는 공부는 세상의 어떤 공부보다 즐겁다. 대안교육을 하는 곳 가운데 보따리학교가 있는데 이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가면서 배우는 것이다. 우리 4학년 아이들이 하는 이 답사가 어쩌면 아이들이 스스로 세워서 떠나는 첫 여행 공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가르치려고 한다.

 

이러는 중에 교무실에서 쪽지가 왔다. ’부장님 4학년 학부모님이라고 전화 왔었는데요. 대구중심지 답사인가 문제 때문에 전화하셨습니다. 학교에서 가는 체험학습도 아니고 개인별로 가는 체험학습을 학교에서 왜 가도록 하냐고 하구요. 어떤 엄마는 차 태워주는 봉사, 어떤 엄마는 간식 봉사 등등 엄마들이 각각 맡아서 해야 하는데 이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거리도 상당히 멀고 거기까지 가다가 사고 나면 학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냐고 까지 하셨어요.’ 수신 번호가 떠서 알려주어서 전화를 했다. 5교시 수업이 끝나고 나니 엄마가 왔다. 아이 부모는 단순하게 안전이 걱정이 되어서 문의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아주 솔직하게 대화를 하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잘 오셨고 이렇게 안 왔으면 내가 아이까지 미워할 뻔 했다고 말해 주었다. 결국 소통의 문제이다. 학부모들이 언제든지 학교에 민원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학교는 여유 있고 친절하게 안내를 하면 된다. 문제는 민원에 대해 학교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긴장내지는 두려워하기 때문에 소통은 늘 막히는 것이다. 고경력자인 나이지만 사실 나는 엄청 화가 났다. 이러면 교사가 무슨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짤 수 있을까? 이렇게나 학교가 신뢰를 주지 못하는 문화는 언제부터 생겨났는가? 이런 일이 저경력 교사들에게 생기면 교사들은 어떻게 될까? 헤어지면서 이제 마음의 부담을 덜고, 자원해서 답사를 지원하라고 과제를 냈다. 학년 모임을 급히 갖고 안내장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 제시하라고 했다. 학부모인 교사가 학부모입장에서 이 안내장을 받으면 얼마나 부담이 되는 지 공감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오후에 3학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달성의 생활 지도 연수가 우리 학교에서 있어서 마치고 김수진 선생이 찾아와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아이가 4학년이어서 안내장을 파일로 주었다. 그리고 우리 반 시집도 선물했다. 그나저나 이런 풍파를 겪고 나면 에너지가 한없이 빠져나가버린다. 그래도 일기는 쓰고 가려고 김 선생을 먼저 보냈다.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 부모와 상담 약속을 했다. 이날 이후 나는 위경련이 와서 9일 동안 죽만 먹었다. (2019. 4. 12. )

 

31일차 - 자연은 위대하다. 안경 하나로 세상이 깨끗해 보이는 걸

 

청준이가 안경을 맞추어 쓰고 왔다고 자랑을 했다. 칠판 글씨를 보면서 교실 맨 뒤에까지 가보라고 했더니 글씨가 잘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칠판 앞으로 나온 이유가 시력이 0.3이었는데도 안경을 씌우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청준이는 안경을 쓰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안경을 내리면 뿌옇고, 올리면 깨끗하다고 여러 번 말을 했을 정도이다. 이 간단한 일을 그동안 왜 하도록 하지 않았는지 내가 다 미안했다. 아마도 청준이는 오늘이 학교 다니면서 가장 즐거웠을 것이다. 나도 듬뿍 칭찬해 주고, 단 한 번도 꾸중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친구들이 꾸중을 듣기는 했다.

 

1교시는 일요일에 중심지 답사를 다녀 온 승규, 우현, 시윤, 한얼이를 앞에 세워두고 답사 개척자에게 답사의 노하우를 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식으로 했는데 아이들은 많은 정보를 얻었다. 교통편, 주차, 어디를 먼저 가는 게 좋을지, 자료는 어떻게 모을지, 메모를 하는 게 좋을지, 사진은 어떻게 찍는 게 좋을지, 간식을 챙겨 가는 게 좋을지 등등 한 시간이 모자랐다. 나중에 가는 모둠에겐 많은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2교시는 컴퓨터실에 가서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대구소개 방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사전 조사를 했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좀 아쉬웠지만 사전 조사를 어떻게 하는지 공부를 했다.

 

자연은 변화한다. 아름답다. 신비하다. 위대하다. 색다르다. 이 말은 오늘 3교시 아이들과 그동안 우리 학교 나무와 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관찰하고 교실에 들어와서 한 줄로 표현한 말이다. 중간 놀이를 마치고 모두 감자밭에 모였다. 춘분 때 심은 감자는 대부분 비닐을 뚫고 나와 벌써 여러 잎들이 나왔다. 몇몇 아이들은 자기가 심은 감자는 아직 나오지 않아서 섭섭해 했다. 나는 너무 깊게 심었거나 너처럼 느려서 그러니 때를 기다리면 나올 거라고 말해 주었다. 둥글게 서서 감자꽃 노래를 불러 주었다. 조팝나무 앞으로 갔다. 조팝나무는 어느새 꽃이 대부분 지고 씨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꽃은 언제 질까하고 물었더니 묵묵부답이다. 그래도 살짝 힌트를 주면 답을 맞히는 수준이 되었다. 살구나무 아래로 갔다. 나는 미리 찍어 둔 살구나무의 탯줄과 배꼽(실은 암술이 아직 떨어지지 않고 남은 것이다)을 보여 주고 한 줄로 나와서 내 손가락이 가르치는 어린 살구를 관찰했다. 그런 다음에 살구나무의 어린 살구를 찾아보게 했더니 살구가 가득하다. 벚나무 아래로 갔다. 많은 씨방들이 떨어졌지만 초록 열매를 단 것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까맣게 익으면 먹자고 하고 물러 나왔다. 이번에는 모과나무 아래로 갔더니 양지와 음지(아이들은 이 말도 처음 듣는다고 했다)에 있는 나무들이 꽃이 다르게 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온통 모과나무 줄기 여기저기에 낳아 둔 주황색 알에 관심이 다 가버렸다.(나중에 환생교 회원들에게 물었더니 진드기 알이라고 했다. 전체 교직원들에게도 주의하라고 공유하고, 아이들에게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이것도 맞는지 싶어서 계속 물어보고 있다.) 겨우 강제로 단풍나무 아래로 데리고 가서 음지에 자라는 나무의 꽃과 양지꽃을 비교했다. 마지막으로 소나무에게 가서 소나무 새 가지에 동글동글 매달린 소나무 수꽃을 관찰했다. 아이들이 수꽃 암꽃이 다르다는 것을 궁금해 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교실로 왔다.

아이들이 말한 감동을 시로 쓰자고 하니 민결, 서준, 서연이가 귀찮다고 해서 셋은 강제로 시를 쓰고, 나머지는 스스로 시를 썼다. 아이들이 시를 쓰는 동안 나는 노래 햇볕악보를 찾아 복사해 두었다. 오늘 수업은 과학에서 국어로 다시 음악으로 갔다. 점심을 먹을 때도 햇볕 노래를 틀어두었다. 아이들도 즐겁게 따라 불렀다. 모처럼 점심을 일찍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 맨발 걷기를 했다. 여자 아이들이 철봉 거꾸로 오르기를 하느라 분주하다.

 

나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급성인지 위염이 심해져서 속이 불편해서 토요일은 굶었다. 일요일엔 죽을 먹고, 오늘도 점심 대신 죽을 갖고 와서 먹었다. 그런데도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금요일 작은 민원 소동에 이어 토요일에 출근해서 **부모님들과 상담을 했다. 1시간 반 정도의 상담은 아주 진지하고 성과가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니 관계란 서로 신뢰하고 돕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2019. 4. 15. )

 

33일차 - 상자텃밭 분양하다가 감격의 도원초등 시절을 회상하다.

 

오후에 상자텃밭을 15개 반에 분양을 했다. 과학실무원선생님께서 학반 표시를 해 주고, 나는 상자마다 꽂아 두었다. 내일 아침에 어제 사둔 모종을 복불복으로 가져가서 심으라고 했다. 이미 감자, 고추, 땅콩, 상추, 고구마, 유채, , 부추, 도라지, 딸기, 허브, 둥굴레, 마늘, , 양파, 청경채 등 16종은 텃밭에 심어져 있고, 나머지 오이고추, 피망, 파프리카, 가시오이, 오이, 가지, 방울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들깨, 쑥갓, 옥수수 등 11종을 사 두었다. 여기에다 여러 가지 콩을 심고, 야생화를 심으면 된다. 올해 3년째 대구시청 농수산유통과에서 하는 학교농장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400만원, 200만원, 올해 160만원을 받았다. 모종과 씨앗을 충분히 사도 10만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수생식물을 심어두려고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종을 조사했더니 물수세미, 나사말, 검정말, 개구리밥, 부레옥잠, 수련, 가래, 마름, 연꽃, 부들, 창포, 해캄이 실려 있다. 이 종류들을 어디 가서 구할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 정보가 없다. 지금까지 간 학교들은 조금만 보충해두면 되는데 신설학교라서 다 구해야 한다. 좋기는 이웃학교에 가서 분양을 받는 게 제일 좋은데 어디 가지 싶다. 결국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이신 퇴직하시고 숲과 습지 가꾸기 일을 하시는 김상기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510일 경에 같이 경산 청도 하천과 저수지로 나가서 구하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교장 교감에게 미루지 말고, 교사가 소신대로 교육적으로 필요하면 직접 행동하라고 하셨다. 역시 일흔 되셨지만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하신 꼬장꼬장함이 묻어나있다. 도원초등에 동학년을 하면서 집에 모아두었던 온갖 민속품을 기증하시면서 나하고 같이 학교박물관을 만들었다.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홈페이지에도 올려 두었다. 나는 김상기선생님과 같이 학교 이백여 종의 나무와 풀 사진을 찍어서 학교컴퓨터 전문가 박신정(지금은 본청 장학사),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려내는 최혜경 선생의 도움을 받아 학교식물도감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두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참 대단한 시기였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참 도원에서 6학년들과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심산 김창숙선생님의 며느리인 손응교 할머니를 만나서 인터뷰하기도 했다. 학부모보다 교사 설득이 더 어려운 23일의 서울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다. 9반을 데리고 반마다 해설사를 사흘간 배치하고, 밤에는 임진(지금은 교감) 선생하고 남교사 둘이서 아이들을 관리했다. 여행을 마치고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 내 교직 평생 이처럼 오지게 수학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까 싶다. 최고의 수학여행이라 자부한다. 천체망원경을 처음으로 구입해서 틈나는 대로 천체관측교실을 열었다. 김상기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나니 지난 추억이 확 밀려온다. 내가 가장 빛났던 시기가 도원초등 5년 동안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과학의 날 행사로 미래사회에 대한 글쓰기를 했다. 과학마술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마술사와 사진을 찍으며 마술사가 사라지는 마술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서 움직이는 그림과 가습기 만들기로 채웠다. 아이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2019. 4. 17. )

 

34일차 - 아이들과 씨앗을 심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담임 장학을 하는 날이다.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이 학교를 나누어 담당하여 지도한다는 뜻이다. 이런 날은 전통처럼 학교가 깨끗해진다. 과거와 다르게 그저 손님이 오니 깨끗이 하는 정도이다. 과거 같으면 학교가 일주일 전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전교조는 이 장학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투쟁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는 수업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기도 했고, 몇 해 전에는 지원청에서 금일봉을 친목회에 전해 주기도 했다. 장학사가 교실수업을 순회하는 것도 사라졌다가 다시 시행되고 있다. 교사 중에서 대표수업을 했는데 지금은 하지 않는다. 마칠 때는 장학사가 지원청의 교육정책 소개와 소감, 강의를 섞어서 마무리 한다. 장학사도 종일 학교를 살펴보는 일이 피곤할 듯하다. 딱히 장학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어제 분양한 텃밭에 모종을 심도록 했다. 2,6학년들이 다 심었다. 심은 걸보니 교사 에 따라 다양하게 심어 두었다. 모종이 모자라서 더 사두고 내일 아침에 심도록 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바빴다. 주사님께서 다른 농기구와 지지대 등 농사도구와 모종을 사도록 의논했는데 오후에 사 놓으셨다.

1교시에는 과학 씨앗관찰을 정리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어떤 식물의 씨앗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 부추가 싹을 틔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다들 재미있어 한다. 서연이는 집에 빨간 딸기 대야에 심은 시금치와 대파가 싹이 텄다고 자랑이다. 다른 아이들도 빨리 하고 싶어 한다. 우리 학년은 포토에 상토를 담아 온갖 씨앗을 싹틔우고 모종을 길러 심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씨앗이 싹트는 조건도 강낭콩으로 하지 않고 모둠별로 원하는 씨앗으로 했다. 내일 포토에는 12가지 씨앗을 심기로 했다.

나는 과학수업에서 식물의 한살이는 농사와 결합되어야 가장 온전한 교육이 되고, 생명교육이 될 것이라 여기고 늘 이렇게 수업을 한다. 해마다 수업은 내가 생각해도 나아지고 있다. 2교시 마치고 전체가 학교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나무와 풀들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는 공부가 중요하다. 점심때도 농작물 이름표를 붙여주러 갔다가 괭이밥 잎을 먹어보게 했다. 삽싸리한 맛이 좋은지 자꾸 따 먹었다. 하트모양의 잎도 너무 예쁘다고 좋아했다. 교실로 오다가 씀바귀 꽃이 피어서 어떤 맛인지 맛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온갖 잎을 다 먹어보려고 한다. 나는 저절로 쉽게 목표에 도달해서 기분이 좋다.

5교시는 수학을 했다. 각을 분류하고 이름을 짓는 곳인데 기준이 되는 직각을 잘 익혀두어서 쉽다. 짝끼리 교과서에 나오는 치어리더들 팔의 각도를 해보게 하고, 우리 주변에 이렇게 각을 잡아야 하는 직업을 찾아보았다. 군인, 경찰을 비롯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각도를 잡는지 이야기를 했다. 그 다음 분류는 과학시간에 배워두어서 아주 쉽게 해결했다.

 

며칠 전 국어 공부에서 동물이 소리 내는 방법을 공부한 뒤로 나는 물고기처럼 말해라고 하면 아이들은 금방 조용하게 말한다. 마칠 때도 물고기처럼 인사하고 가라고 하면 조용하게 사라진다. 물고기처럼 내게 와서 인사하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나는 그저 재미있다.

오늘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조직하기 위해 분회장들 15명과 통화를 했다. 300분과 먼저 전화로 소통하는 게 목표인데 우선 급한 일로 전화를 했다. 다들 반갑게 받아 주셨다. 이게 전교조의 힘이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후배들은 이 나이에 이런 전화를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반대로 나는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저녁에는 초등위원회 회의와 이어서 대구지부 집행위원회 회의가 있다. 아마도 오늘도 12시가 넘어야 끝날 것이다. 체력이 버틸지 모르겠다. (2019. 4. 18. )

 

 

35일차 - 배운 대로 가르치고 배운 대로 산다.

 

오늘 1학년들이 학교상자 텃밭에 모종을 심어서 텃밭 농사 시작은 어느 정도 끝이 났다. 뭘 하고 나면 또 다음엔 저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감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교감이 덩굴 식물을 심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적당한 곳을 찾아 가다가 뒤뜰에서 교감이 터널을 만들어 덩굴 농작물을 심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바로 교장실에 가서 행정실장도 불러서 의논을 했다. 실장은 또 바로 업자를 불러서 견적을 내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도 상인초등학교 미국줄단풍으로 만든 터널 사진을 보여 주었다. 다음 주면 실제 가능한지도 결정될 것이다.

 

오늘은 국악강사가 와서 수업을 시작했다. 워낙 실력이 있는 강사여서 아이들도 아주 재미있었다고 했다. 3,4교시는 체육에 배구수업까지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린 날이다. 배구 실력도 프로가 가르쳐서 그런지 실력이 날로 늘어나 있다. 6학년 앨범촬영에 맞추어 430일 잡혀있던 학년별 운동회 날을 53일로 바꾸니 국악수업이 있고, 2일로 바꾸고 나니 배구 수업이 있다. 더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3일에 두 반씩 합반으로 배구경기를 하면 어떤지 제안했더니 강사께서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을 빼지 않아서 다행이다.

 

1교시에 교대생들과 같이 씨앗을 심기로 했는데 갑자기 국악강사가 와서 1교시부터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국악수업에 보내고, 나는 교대생들과 과학수업을 위해 학교 숲이 얼마나 중요한 교재인가를 설명하고,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면 좋을지를 시연해 보여주었다. 날이 갑자기 차서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 내가 괜한 오지랖인가 싶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후배들에게 교사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협력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 금요일이 부담이 되지만 나는 교대생들이 정말 실력 있고 좋은 교사가 되는데 우리 학년의 경험이 오래 기억 남기를 바라며 봉사한다.

마지막 시간에 4.19혁명과 4.20 장애인의 날 수업을 했다. 두 가지를 다 설명하기가 바빴지만 아쉬운 대로 잘 했다. 올해 아이들이 감수성이 높아서 울보도 많지만 반대로 장애 이해도도 높다. 장애차별철폐를 향한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의 투쟁은 내일도 꾸준할 것이다. 대구지역에서는 희망원사태 이후로 더더욱 중요해진 자립생활을 보장하는 정책 실현이 핵심이다. 천주교를 비롯한 선린복지재단 등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조차 인권침해가 버젓이 일어나는 것을 대충 넘겨서는 안 된다. 교실에만 앉아 있어서 미안하지만 장애차별철폐 투쟁을 벌이는 활동가들과 당사자들에게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다.

 

동학년 회의에서 사회 중심지 답사의 어려움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교사나 학부모들이 이런 식의 학습을 배운 적이 없어서 부담이 크다. 학부모들은 상세하게 안내를 했지만 자원을 하는 학부모도 부족하고, 또 안전 등이 염려가 되고, 또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막막해서 부담이라고 한다. 교사에겐 모둠별로 답사가 가능하도록 짜는 일도 일이지만 여러 문의를 민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부담이 많다. 그래서 부장이 나서서 매달 체험학습으로 하도록 개선하란다. 나로서는 고마운 제안이다. 사전학습부터 모둠별로 준비한 뒤에 학년별로 함께 체험학습을 가서 모둠별로 조사하게 하는 대안도 제시되었다. 또 사회 교육과정을 짜고 교과서를 만든 놈들이 누구인지 그냥 콱 쥐어박고 싶다고도 했다. 자기는 이렇게 다 해 보고 교과서를 썼는지, 이게 일반화가 가능한지를 검토나 해 봤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사회 시간에 고장의 문화유산과 역사인물 공부를 시작하면서 3학년 때 배운 것을 확인하는데 아쉬움이 많았다. 3학년 때 어느 정도 수행해 두었으면 4학년은 한 단계 확장하고 질적으로 높여내면 되는데 교사들이 부담이 되어 소극적으로 수업을 했으면 4학년은 아주 힘들어 진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 UNESCO가 나오는데 지난주에 답사를 다녀 온 아이들이 국채보상운동 기념관에 갔더니 유네스코가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고 반톡에 올려서 모두 보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험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지식정보를 주고 안내가 되면 학습은 더 즐거워진다. 아무튼 우리 4학년은 최선을 다해서 교육과정에 충실히 하자고 했다. 나는 쉬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토의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오늘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세계문화유산을 공부하다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대해 이야기 하니 우현이가 우리 엄마가 왜 너희 선생님이 노트르담 대성당 이야기는 안 했는지 물었어요.”라고 했다. (2019. 4. 19. )

 

 

36일차 - 지구의 날에 12가지 씨앗심기

 

1교시에 토요일 일요일 고령 회천 사시사철자연학교에서 찍은 다람쥐가 강에 나와 목욕을 하는 동영상과 흰목물떼새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일요일 안성 미리내 성지에서 찍은 나무와 풀꽃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무슨 날일까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작은 풀꽃들과 동물들과 같이 잘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지구의 날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 번 주는 인성교육실천주간이고, 독도사랑주간이다. 기억하고 실천하고 다짐해야 할 일들과 날들이 빼곡하다.

2교시에는 미루어 두었던 씨앗 심기를 했다. 모둠별로 포토에 상토를 담고, 씨앗 12종류를 여섯 칸에 심었다. 심은 포토는 인적이 드문 조팝나무 앞에 갖다 두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모두 기운을 모아 씨앗에게 주었다. 교실에 와서 시를 썼다.

<씨앗-이청준> 흙을 손가락으로 파서 씨앗을 넣고 물을 줘야 꽃이 됩니다. 건강하고 아프지 않는 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씨앗-차성호> 흙을 손가락으로 쏘옥 파가지고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나는 자라기를 기다린다. <씨앗 심기-박하준> 흙을 넣고 씨앗을 심을 때 여자 애들에게 잔소리를 진짜 많이 듣고 주룩주룩 물을 주고 교실로 갔다. <씨앗 심기손채민> 1번째 시금치 2번째 브로콜리 계속계속 적다보면 언제 싹이 트지 언제 자랄까 생각이 나고 12개 다 자라면 얼마나 예쁠까. <제발 빨리해-김미주> 답답하다 답답해 씨앗 넣는데 3분 흙 덮는데 3분 물 주는데 3분 이러다가 2시간 걸리겠다 제발 빨리해. <꼭꼭 숨어라 씨앗-장한솔> 씨앗을 흙속에 꼭꼭 넣고 꼭꼭 숨어라 놀이처럼 안보이게 심어주네 다 심어 놓고 이건 뭐지 이건 뭐야 하고 찾네 씨앗들이 나 여기 있어 말한다 꼭꼭 숨어라 씨앗. <씨앗 심기-성강현> 흙은 퍽 퍽 마구마구 들어가네 씨앗은 쏙 쏙 들어가네

 

수학시간에 각의 크기를 어림하고 측정하면서, 작년 내가 쓴 시 <어림왕과 어리왕> 수학 시간에 각의 크기를 어림하는 공부를 하면서 모둠별로 어림왕을 뽑고, 학급 전체 어림왕을 뽑았는데 도희하고 은지가 7개 중에서 6개를 정확하게 맞추었다. 나현이는 하나를 맞추었다. 내가 어림공주 어리공주라고 불러 주었다. 민균이는 무려 95도나 차이 나게 어림해서 어리왕자라고 불러주었다. 그러자 말이 한꺼번에 쏟아져 어진왕자 어벙왕자까지 나왔다. 나는 나를 어린왕자라로 불러달라 했는데 저항이 컸다. 점심 먹고 5교시 수업 시작할 때 나현이가 칠판을 보라고 해서 보니 요놈들이 늙은왕자 임성무라고 크게 적어 두었다. (2018. 4. 23. )을 읽게 했다. 직각 예각 둔각을 마무리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각을 닮은 친구를 사귀고 싶은지를 물어 보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예각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대부분 자기와 반대인 성격의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학시간이 마치 심리공부 시간이 되었다. 5교시에 작년 시집에 나온 삼각형 시를 읽고 우리는 각으로 시를 쓰자고 했다.

<마는 무슨 각-유소현> 나는 예민하고 까칠한 예각인가? 나는 항상 반듯한 직각인가? 나는 마음이 넓은 둔각인가? 아 나는 예각이네 <나는 변신쟁이-김미주> 수학시간에 나는 둔각이 되고 체육시간에 나는 예각이 된다 국어시간에 나는 직각이 된다 <나는 무슨 각-김시윤> 나는 직각일까?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아니고 나는 둔각일까?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고 곰곰이 생각했는데 나는 예각 같다 예민하니까 나는 예각이다 <나는 예각서채은> 나는 예각이다 나는 까칠까칠 나는 예민해 친구한테는 둔각 직각 언니한테는 예각 <나는 예각-전현우> 나는 좀 날카롭지 나는 나는 예각 나는 나는 좀 날카로운 사람

 

사회시간에 문화유산 지식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대구에는 세계문화유산은 몇 점, 국가 지정문화재(국보와 보물)은 몇 점, 대구시 지정 문화재는 달성군 지정 문화재는 몇 점인지 조사하고 답사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주까지 대구의 중심지 답사는 4개 모둠이 했다. 다음 주면 모두 끝이 나고, 보고서를 쓰고 발표하기로 했다. 그 다음은 친한 친구들끼리 답사 모둠을 만들어 주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답사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쑥떡을 하면서 만난 달성아리랑을 배우는 분들을 학교로 초대해서 무형문화재도 체험하도록 해야겠다.

 

요즘 전교조 지회에서 갑질 조사를 하고 있다. 오후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갑질하는 교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관이 아니다. 팩트체크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사이코가 없다. (2019. 4. 22. )

 

37일차 -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은 교사나 부모만 느끼는 즐거움이다.

 

다른 날보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왔다. 6학년들이 12일로 팔공산 수련원으로 캠프를 떠나기 때문이다. 출발하는 아이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었다. 운동장에는 육상부가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5학년 선수들이 구윤, 우진, 민균, 도희, 민준이는 모두 작년 우리 반 친구들이다. 내가 공부는 못해도 되는데 운동은 일등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런지, 부모들도 쉽게 동의를 해 주어서 아이들이 육상부를 하는 것이다. 3월에 6학년 선수들도 모두 제 작년 우리 반 친구들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육상부 지도를 했다. 대구소년체전 등에서 종합 3위를 여러 번 했다. 내 다리는 짧아도 아이들이 마음껏 달리도록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게 되지 않는다. 아침 산책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은 아침 운동장 걷기를 하는데 매일 학년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나오고 두세 명은 8시 전에 출근한다. 학기 초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두 달이 지났으면 이제 체육부가 주관하던지, 아니면 안내 입간판을 세우던지, 그것도 아니면 한명 정도의 교과전담 교사가 나와서 안내나 지도를 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아침걷기가 습관이 되어 스스로 걷게 하면 될 일이다. 담임교사들은 빨리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 글 간추려 말하고 쓰기와 중심문장 찾기 평가를 했는데, 아이들이 중심문장은 당연히 문단의 맨 앞이나 맨 끝에 있다고 했는데 교과서 글의 첫 문단 첫 문장이 그렇지 않아 대부분 아이들이 속아 넘어갔다. 덕분에 기계적인 생각을 깨트려줄 수 있었다. 주장하는 글이나 설명하는 글은 글쓴이가 주장하고 근거를 댄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나가는 것이다. ? 어떻게? 누가? 식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써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아이들도 금방 알아듣고 논리적이 된다. 참 작년에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교육부의 부탁으로 국어책의 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했는데 오늘 보니 플러그를 꽂개로 되어 있었다. 받아쓰기를 힘들어 하는 ☆☆이를 위해 꽃게가 아니라 꽂개라고 강조해 주었다.

 

과학시간에 강낭콩과 옥수수의 싹트기 실험을 보고 차이점을 찾아내고, 그걸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할지 공부를 했다. 아이들은 알겠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나서 아이들은 수염뿌리와 원뿌리 곁뿌리라는 용어를 듣고 참 좋은 비유표현이라고 동의했다. 만약 내가 먼저 용어를 알려 주었으면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고 애써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강낭콩이 불어서 세배는 더 커진 것을 보고 아이들이 놀라워했다.

과학시간에 식물의 한 살이는 시간을 두고 자라야 하니 지층과 화석단원으로 돌아갔다. 교과서에 나오는 여수 추도의 공룡발자국을 문화재청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다가 공룡이야기가 나오자 남자 아이들이 공룡에 대한 추억을 불러내어서 교실이 시끄럽다. 공룡 피규어를 갖고 있는 친구는 남자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여자 아이들 중에서는 신현이만 공룡을 갖고 놀았다.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인형을 갖고 놀았다. 남자 아이들 중에도 인형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언제 공룡과 인형 등 아이들이 귀하게 여기는 장난감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반 아이들이 질문도 잘하고 관찰도 아주 잘 하고 표현도 잘 하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은 교사나 부모만 느끼는 즐거움이다.

 

오후에는 숨 쉴 틈 없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탄원서를 조직했다. 도무지 문재인 정부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분회장들도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탄원서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나이든 지회장으로서 조합원들과 이렇게 다시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2019. 4.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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