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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의 교육노동권은 정규교사에 달려 있다(?)

(*2019.4교육희망인터넷판에 실린 내용을 보완 및 재구성 하였습니다.)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쪼개기 계약중도 계약해지로 생계 위협을 받는 기간제 교사들

 

기간제교사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다. 기간제교사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도 2018년을 기준으로 1,500명이 넘고, 전체 기간제교사의 50%25,000명 정도가 5년 이상 근무했다. 이미 엄연한 직업군이 됐음에도 기간제 교사들은 생계유지에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쪼개기 계약중도 계약해지.

올해 한참 언론에 꼼수 급여라는 이름으로 보도된 것인데 이는 정규직 교사가 사실상 1년 동안 휴직을 하면서도 휴직, 연가, 조기복직을 반복하여 방학 중 급여와 명절 상여금을 타간다는 내용이다. 정규 교원은 쪼개기 계약으로 방학을 제외하고 휴직을 하여 방학급여를 타거나, 교육청에서 방학을 포함하여 휴직하라고 권고하면 일단 방학을 포함하여 휴직한 후, 휴직사유가 소멸되었다고 조기복직을 한다. 그때 기간제교사는 계약기간을 남겨두고도 바로 계약해지를 당한다. 휴직사유 소멸은 정규직 교사가 간병휴직을 냈는데, 간병 대상자가 사망하여 휴직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거나, 정규직 교사가 병휴직을 냈는데, 병이 완치되는 경우가 해당한다. 그러나 휴직 사유 소멸이 불분명한 육아휴직을 한 정규직 교사가 조기복직을 할 때도 기간제 교사는 중도계약해지 당한다. 이는 중도복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다. 이러한 사례가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계약해지를 당한 기간제 교사는 계약기간을 신뢰하여 다른 일자리를 마다하고 근무하게 된 상황에서 손해가 상당하기 때문에 가볍게만 취급될 수 없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꼼수급여.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60pixel, 세로 90pixel

출처: jtbc뉴스룸

 

 

기간제교사의 일자리는 태생부터 정규교사의 스페어타이어(spare tire)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간제교사라는 일자리가 태생부터 교육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것이다. 기간제교사의 계약서에는 휴직 등의 사유소멸로 정규 교사가 조기복직 하는 경우와 미발령 자리에 교육청에서 발령을 낸 경우, 계약 기간 내 중도해지가 가능하도록되어 있다. 즉 계약 기간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직업군이 기간제교사다. 이는 기간제교사를 단순히 정규 교사의 땜빵(?)으로 인식하고 만든 제도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도 하나의 직업군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나 교육대학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기간제교사가 되어 현장에서 성실히 일해 왔다. 중등의 경우 15% 이상이 기간제교사로 채워질 만큼 기간제교사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럼에도 기간제교사들은 계약 기간도 지켜지지 못할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잘못은 기간제교사제도를 도입한 정부나 교육부에 있는데, 현장에서는 정규교사와 기간제교사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쪼개기 계약이나 중도 계약해지는 정규교사의 잘못도, 기간제 교사의 잘못도 아니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애초부터 기간제교사제도를 정규교사의 복지제도로만 염두하고 기간제교사의 노동권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정규교사에 의해 기간제교사의 노동조건이 결정되는 형국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아시아경제(2018.01.02).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43pixel, 세로 384pixel

출처: 아시아경제 2018120일자

 

 

여전히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어 있는 기간제 교사

 

기간제교원의 임용기간은 1년 이내이며, 필요한 경우 3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때문에 동일학교에서 연장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교육청 내에 다른 학교에서 연속으로 근무해도 1, 2월 정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퇴직할 때도 성과급산정이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 이전의 경력이 어떻든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가일수가 신규교사처럼 리셋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립학교의 경우는 더 열악하여 기간제교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 부여된 일을 다 하기 위해 밤 10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고 이 때 초과근무도 달지 못하게 하는 악덕 교장들도 있다. 얼마 전 경북지역의 한 기간제교사는 주간 수업시수가 20시간에 보건교사의 업무까지 맡으라고 해서(문제가 된 학교는 보건교사가 없었고, 채용과정에서 보건업무까지 해야 한다고 듣지 못하고 계약함) 3월 한 달을 일했으나,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아 중도에 계약해지하고 싶지만, 다른 학교까지 소문이 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기간제교사의 교육노동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하는가?

 

기간제교원의 근거규정인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간제교원은 정규교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 공립학교 기간제교원은 공립학교 정규교원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신분을 가지며, 사립학교 기간제 교원은 사립학교법상의 사립학교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공립학교 기간제 교원은 임기를 정한 공무원 또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시랍학교 기간제 교원은 기간을 정한 사립학교 교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간제교원의 경우 계약기간 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전교조기간제교사특위에서 제안하는 대로 교육청에서 기간제교사를 직고용하여 인력풀을 만들고, 기간제교사를 필요로 하는 학교에 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그러나 매번 학교장이 기간제교사를 임용하고 운영지침에 정규교원의 조기복직이나 미발령 자리에 교육청에서 발령을 내면 그 즉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계약기간 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직업군 중에서 계약기간 조차도 명시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직업군이 과연 또 있을까?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은 정규교사의 의지에 달린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안은 교사자격증을 가진 인력 모두를 교육현장에 자격시험만 보고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방안을 도입하기엔 누적된 교사자격증 소지자가 너무나 많다.(중등의 경우 교사자격증 소지자는 해마다 2만 명씩 양성되는데, 임용시험으로 뽑는 인원은 약 3,000~4,000명 정도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필요한 교원 수와 현장에서 배출할 교원 수를 예상하여 교원을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양성과정이 개혁되기 전이라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간제교사제도의 변화는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지금 제도 내에서라도 정규교사가 중도 복직하는 경우라면 일시적인 과원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이 보장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기간제교사를 교육감이 직고용하여 필요한 학교에 배치하는 방식의 고용안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교조에 기간제교사 조합원이 소수이긴 하지만, 교사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려면 전교조가 앞장서서 기간제교사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야 한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노동자들간의 연대이다. 지금처럼 기간제교사와 정규교사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는 당장에 개혁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기간제교사와 정규교사의 연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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