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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기획2]

 

비고츠키 교육학의 분석단위를 통해서 본 발달 위기의 문제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1. 현 시기 교사 위기의 원인이자 결과

 

지금 한국사회에서 교권문제가 화두로 등장하였다.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교권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활발해지는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 연말에 치러진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도 교사의 교육권 문제는 현장 교사들로선 단연 최대 관심사였다.

교권에 대한 전에 없던 관심과 교사들의 고충 호소는 이유 없이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시작점을 특정하기는 아무래도 불가능하지만 아마도 꽤 오랜 기간 여러 원인들이 얽히고설켜 구조화된 것에 더하여 결정적인 사건들이 터지고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과 정책적 대응이 구조적 모순과 결합되면서 교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된 끝에 조치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총체적 모순의 산물인 교사 위기 가운데 세간의 이목은 대체로 교사의 권위, 즉 교권 추락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결과물로 20181220교원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학부모의 폭언· 폭력 등 심각한 교권침해는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의무화

·도교육청에 교권보호 법률지원단설치를 의무화

교권침해 학부모가 특별교육·심리치료 이수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에 학급교체’, ‘강제전학을 추가

교권침해 피해교원에게 특별휴가부여

피해교원 보호조치 비용은 교육청이 선부담 후 과실의 정도를 살펴 구상권 행사

 

이러한 장치 마련은 이렇게 심하게, 이렇게 자주라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너나없이 어려움과 자괴감을 호소할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에 대한 뒤늦은 반응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간 심각한 교권 침해가 일어나도 피해를 입은 교사들은 저 정도의 조치도 없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고스란히 혼자 감내해야 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비상식적 행위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방편이 어느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쟁이 여전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솔직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격이다. 접근 방식과 내용도 마뜩치가 않다.

이런 식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떤 사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책임 소재를 엉뚱한 이들에게서 찾고 공격 무기를 법과 제도로 부여하는 식의 대처가 이루어져 왔지만, 그런 대응들은 문제를 더 키웠고 다른 문제까지 낳았다. 겨냥한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한 채 애꿎은 피해자만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과잉 적용되어 어린이집, 학교 등 교육기관 종사자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하는가 하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제도이기는커녕 현재 대한민국의 교사들을 힘겹게 하는 핵심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 학교폭력 관련 업무는 기피 0순위 대상이며 생활지도부장을 모시기힘들어 부서의 존폐를 논할 지경이 되었다. 학교가 쑥대밭이 되고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마저 생긴다. 급별을 가리지 않고 교권침해 발생의 진원지 구실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진작 전면 재검토를 하고 손질했어야 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별다른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원지위 향상을 도모한다? 그간 잘못된 정책들로 교사, 학생, 학부모의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고 상호 신뢰는 무너진 채 피해의식이 가득한 마당에 교사들이 아우성을 치니 이제는 교권을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서로 대결하는 게임 유저들에게 각각의 분노 게이지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공격아이템을 준다. 그리고... 전쟁은 치열하게 계속 된다.

이런 식의 잘못된 정책적 대응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짐작컨대 세 가지다. 우선 상황의 핵심 원인에 대한 과학적 접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수가 없다. 둘째, 그들은 이 문제를 남들 문제로 여긴다. 교사들이 잘못해서, 학부모들이 잘못해서, 학생들이 잘못해서라고 여긴다. 주요한 원인제공자이면서 자신들은 아무 관련도 죄도 없다는 투다. 강릉 펜션 사고 직후 유은혜 장관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수능 이후 학생 방치 전수점검였던 것은 어쩌다 한 실언이라고 봐주기엔 너무 심각했다. 잘못된 입시정책으로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은 지가 언제인데 사고가 터지니 책임을 학교에 묻겠다고 한 것이다. 셋째, 작금의 상황을 권리 대립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여기고 권리 대립의 문제로 환원하기 때문에 자꾸 이런 방책이 나오는 것이다. 사회인식과 교육철학부터 문제인 것이다. 사회는 개인들의 집합체일 뿐이고 정부는 개인들 간에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면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 그만이라는 착각. 잘못된 구조와 정책의 문제는 생각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하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 각각의 권리가 상호 충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문제 발생 시 피해가 크고 사회적 관심 지점에 따라 법령을 손질하고 강화한다고 해서 현재의 사태가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교사 위기는 교육 관계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교원지위법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기 직전이거나 그런 상황에 처한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는 될지 모르겠으나 어디까지나 소극적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 약간의 완화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또 다른 분쟁상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조치는 무엇보다도 왜곡된 교육관계 자체를 바꿀 힘이 없다. 이 사태가 비극인 이유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아슬아슬한 충돌과 위기의 순간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도록 수십만의 교사들을 방치하면서 어찌 어린이 청소년의 발달을 이끌어가라고 교사들을 다그칠 수 있는가? 교원평가와 성과급으로 아무리 다그친다 해도 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관계 자체를 재구조화하지 않는 한,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를 손보지 않는 한,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현재의 교사 위기는 어린이청소년 발달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연령에 기대되는 행동양식과 사고구조를 갖추지 못한 어린이청소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교실 내에서 펼치고 학생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 되었다. 게다가 업무도 무진장 늘었다. 손쉽게 처리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업무는 계속해서 추가되고만 있다. 보편적 발달의 경로를 이탈하여 미발달과 발달지연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청소년이 실제로 늘고 있다. 이른바 경계선 아이가 많아지고 있고 경계선급은 아니지만 정서행동 미발달로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문제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기 십상이며 경우에 따라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비화된다.

교사들은 현재 기본적인 교육적 권한조차 행사할 수 없으며 학생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 사태가 벌어져도 지도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발달의 문제로 인해 관계의 문제가 생기고 관계의 문제는 또 발달의 문제를 낳는 무한루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현 시기 교사들에게는 하나는 현재 어린이 청소년의 발달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도구로서 이 글에서는 비고츠키교육학의 발달을 분석하는 몇 가지 개념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하에서는 비고츠키교육학의 분석단위를 통해 교사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사회 어린이청소년의 발달 위기에 접근하는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2. 비고츠키 교육학의 분석단위를 통해서 본 발달 위기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과의 간극을 불가피하게 안고 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뭔가를 이뤄내야 하는 상당히 쉽지 않은 조건을 감내하도록 숙명 지워져 있다. ‘세대차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교사 자신이 학생이었던 때나 과거 교직 생활에서 경험한 학생들보다 확연히 뒤쳐진 유치한 행동이나 문제행동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쉽게 했던 활동도 점차 힘들어지다 못해 불가능의 지경에 이르러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갑자기 인간의 유전자가 바뀌었을 리는 없다. 달라진 것은 어린이 청소년이 성장하는 사회적 조건이다.

 

 

1) ‘분석단위를 통한 접근의 의의

 

비고츠키가 심리학적 탐구의 목적으로 삼은 것은 어떤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분석 단위를 정립하는 데에 있었고 그의 저작에서 우리는 인간 발달과 관련하여 여러 개의 단위를 발견할 수 있다. 도구 매개적 행위, 낱말의미, 페레지바니예(생생한 경험), 발달의 사회적 상황 등이 그것이다.

첫째, 비고츠키가 정립한 분석단위들의 공통성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이 결합된 개념들이기 때문에 구체적 발달의 상황에 대해 강한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 비고츠키는 인간적인 발달의 원천이 '사회적인 것'임을 밝힌 학자이다. '사회적 관계가 인간발달의 원천'이라는 점을 밝혔으며 나아가 교육과 발달을 변증법적으로 잇는 인간의 활동형태는 협력'임을 일깨워주었다. 뉴스에 빈번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는 갖가지 이상행동들을 개인의 차원에 한정시켜 접근하려 할 경우 설명이 잘 되지 않고 심층적인 원인은 더더욱 알 길이 없다. 인간의 행동과 의식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며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이 속한 사회를 알아야 하며 역으로 개인을 통해 그 개인이 속한 사회적 관계가 드러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상적 경로를 벗어난 범죄행위나 이상행동들은 한국 사회의 삶의 조건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 청소년의 상태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조건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 한국사회 어린이 청소년의 발달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일한 사회에 산다고 해서 발달의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비고츠키는 이 위험을 경계했다. 동일한 환경적 상황과 동일한 사건일지라도 연령에 따라 낱말의미(달리 표현하면 생각 양식)의 발달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비고츠키는 알콜 중독자 엄마를 둔 서로 다른 연령의 세 아이에게 어떻게 다른 발달적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하였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앞의 어떤 학생의 발달을 그 학생이 처한 미시적 거시적 환경 조건과 연결시켜서 볼 수 있고 환경이 개인의 발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안목의 축적은 교육의 근본적 변화가 왜 개인의 발달을 위해서 필요한 지 움직일 수 없는 근거를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개인의 발달 왜곡이 사회적 관계의 왜곡과 어떻게 왜곡되고 문화역사적 발전역량을 후퇴시키는 지 이해하게 도와준다.

 

둘째, 교육은 주체적 인간으로의 발달을 위한 실천이다. 주체적 인간발달은 달리 말해 인격형성의 문제이다.

 

발달은 새로운 자질의 출현에 의해 성취되는 인간 형성 과정 즉 인격 형성 과정이며, 새로운 인간 고유의 형성물은 이전의 모든 발달에 의해 준비된 것이지만, 초기 단계에서 완결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 발달이 다수의 매우 복잡한 규칙성을 지닌 복합적 과정이며 이 규칙성에 대한 연구가 우리 과학의 주제임을 보여 주고자 하였습니다.”

 

따라서 비고츠키 교육학의 발달을 분석하는 단위들은 인격 형성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들이다. 나아가 단순히 설명을 넘어 주체적 인간 형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하고 연령에 맞는 교육활동들로 어떻게 구체화할 지 등의 방향과 저마다 조금씩 다른 환경적 조건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구체적인 처방을 모색하게 만든다. 인격 형성의 과정을 분석단위를 통한 설명과 더불어 교육이 인간 발달을 이끄는 비고츠키 교육학의 핵심 주장을 통해 발달지향적 교육의 상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반대되는 구성 특성을 지닌 두 사람이 있다면,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들 각각에게 상이한 정서적 경험(페리지바니예)을 야기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 결과 인간의 구성 특성, 즉 어린이의 일반적인 인격 특질은 마치 정서적 경험에 따라 동원되고, 축적되어, 특정한 정서적 경험에 의해 결정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정서적 경험은 어린이가 사건을 정서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어린이의 인격 특성들의 총체일 뿐 아니라, 어린이에 의해 상이하게 정서적으로 경험되는 다양한 사건들입니다.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 즉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정신적 장애를 가진 것은, 아빠나 이웃이 알코올 중독인 것과는 다릅니다. 이는 구체적 상황으로 영향을 끼치는 환경이 또한 언제나 특정한 정서적 경험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정서적 경험을 환경적 계기와 인격적 계기의 통합체로 간주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서적 경험은 성격 발달 법칙을 분석하는 데 있어, 어린이 심리 발달에서 환경의 역할과 영향을 연구하도록 해 주는 개념이 됩니다.”(성장과 분화, 157)

 

과거의 이론이지만 비고츠키 교육학의 개념들은 현재의 어린이청소년의 발달을 과학적으로 진단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론이 된 비고츠키 교육학은 핀란드와 쿠바의 교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참신한 이론은 스탈린 시대에 잠시 탄압받지만 1950년대 말부터 부활하여 재평가 받는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회는 이런 움직임을 거의 무시하고 있었다. 비고츠키를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고 부른 시카고 대학의 툴민이 “1920~30년대 러시아에서 행해졌던 연구의 본질은 현재의 미국의 연구에 버금간다.”라고 쓴 것은 1978년의 일이다. 평가 움직임은 러시아보다 30년이 늦은 1980년대부터 비로소 시작된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1990년 소련붕괴 이후에 비고츠키 연구가 더더욱 활발해져간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집 근처 학교에 다니며 1명의 교사에게 소수정원으로 배우고 있다. ‘성취도별 수업은 중지되고 16살까지는 학교선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룹학습이나 서로 가르쳐주는 것을 중시한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는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아실 것이다.“ (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2012, 교육천국, 쿠바를 가다, 92)

 

핀란드 교육당국은 학교교육의 목적을 전반적인 인격 발달이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전반적인 인격발달에 대해 핀란드 교육당국은 지식, 기술, 가치, 창의력, 대인 관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여타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선별사회배치라는 학교의 기능을 국가차원에서 제고하면서 학교는 시험보다는 배움을 우선시하는 배움과 돌봄의 장소로서 유지하고자 하며, 성취를 보편적인 양적인 기준보다는 개인적 발달 및 성장과 관련하여 규정하는 등 발달에 중심을 두는 국가교육체제를 구축하였다. (에르끼 아호 외 지음, 김선희 옮김, 핀란드 교육개혁보고서, 15)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핀란드의 교육학자 유리아 엥게스트롬은 비고츠키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한 고등정신기능 발달에 대한 이론을 토대로 확장에 의한 학습이라는 이론을 전개하였는데, 쉽게 말해 진정한 학습은 지식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적인 정신기능의 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핀란드의 교육과정에서는 연령과 발달과정에 따른 핵심기능의 형성을 중심목표로 삼지 몇 문제를 맞추었는가 내지 타인과 점수를 비교하는 일이 없다.

 

셋째, 따라서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개념적 도구들을 통해 발달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안목과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교실에서 생존마저 위태로운 교사들이 이 상황을 주체적으로 타개해나갈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사위기의 주요한 계기가 되고 있는 교육관계의 위기를 넘어 교육관계 재구성을 위한 핵심 정책 과제와 교사들의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주요한 근거와 방향을 제시해나갈 수 있다. 비고츠키의 분석단위를 통해 발달에 대한 이해를 집단적으로 추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유해나가는 과정은 교육혁명의 주체를 확대하고 그 정당성을 강화시키는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2) 페리지바니예

 

삶의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어떤 연령기에 어떻게 하게 되느냐는 인격 형성에서 매우 중대한 요소이다. 직계 존속의 죽음이나 부모의 이혼과 같은 개인이 겪게 되는 격렬한 사건이든 IMF외환위기나 세월호 참사, 촛불혁명 등의 시대적 경험들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서적 경험은 한편으로는 정서적으로 경험되는 환경-정서적 경험은 언제나 그 사람에게 있어 외적인 무언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과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환경을 어떻게 정서적으로 경험하는지를, 분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인격의 특징과 모든 환경의 특징이 정서적 경험에 표상되어 특정 인격과 관련성을 갖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추출된 모든 계기, 특정 사건과 관려성을 갖고 있는 인격으로부터 추출된 모든 특성 요긴과 구성 요인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정서적 경험 속에서 우리는 항상 그 속에 나타나는 인격의 특성과 상황의 특성들의 분해 불가능한 통합체를 다룹니다.”(성장과 분화, 155)

 

위의 문장에서 정서적 경험이라고 번역된 낱말은 경험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페레지바니예perezhivanie이다. 하나의 동일한 사건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로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건 자체의 성격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에 의해서도 좌우되는 생생한 경험정도의 의미라고 보면 될 것이다.

비고츠키는 유전과 더불어 페레지바니예에 의해 인격이 형성된다고 봤다. 당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슴 벅차올랐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어려운 상황을 용기 있게 극복하거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수모를 겪은 일, 꾸중을 듣고 부당한 일을 겪거나, 찬사를 받은 경험을 기억하라. 당신의 인격은 이 모든 페레지바니예의 총합이다. 이것들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교사는 학생들의 인격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고츠키는 환경의 문제라는 제목의 강의 속에서 페레지바니예에 관해 아주 짤막하게 논했다. 이 강의에서 비고츠키는 페레지바니예를 환경적 특성과 개인적 특성의 통일로 규정했다(1934b/1994, p.343). 개인적 특성은 아동의 나이일 수도 있고, 환경적 특성은 학교 입학 연령일 수 있다. 이 둘 중 어느 것도 그 자체로 아동 인격의 모양새를 결정짓지 않으며, 다만 이 둘은 함께 아동 인격 형성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페레지바니예는 흔히 생생한 경험lived experience”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현대 사회과학에서 완전히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페레지바니예는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동시에 품는다.

 

3) 도구 매개적 행위

 

예전에 없던 도구들을 인간들은 끊임없이 만든다. 봉화불을 피우거나 조련된 새를 통해 소식을 전하던 시대의 인간들과 스마트폰을 몸의 일부처럼 장착하고 다니는 현대의 인간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도구가 매개된 행위는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사회 어린이 청소년의 행위를 매개하는 핵심적인 도구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대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유아기, 유년기의 어린이들에게 부모는 때때로 스마트폰을 내어 준다. 그리고 이것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아이 앞에 열린다. 그리고 SNS와 게임을 통해 자신들만의 세계로 칩거해버리곤 한다. 집착 수준으로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부모 자식 간의 갈등 요인이 되곤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하면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바쁘기 때문에 연락과 통제의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마련해 주지만 사용까지 일일이 간섭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들어 급격히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유투브와 페이스북이다. 유투브에서 아이들은 온갖 컨텐츠들을 골라서 볼 수 있다. 3~4년 전쯤부터 유투브 크리에이터(유투버)가 장래 희망인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대세가 되다 보니 유명세를 타는 유투버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TV와 비교할 수 없이 선택의 폭이 넓다. 제약 없이 이것저것 골라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게임방송을 특히 많이 본다. 묻지 않고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말들을 많은 아이들이 같은 시기에 주고받으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유행을 타는지 그 말들은 바뀌곤 한다. 대부분은 그 의미를 알면 불쾌할 것들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야동을 처음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의 보급 연령이 낮아질수록 연령에 맞지 않는 것들을 접하는 아이들의 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고 받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기 때문에 공개하거나 공유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쉽게 유통이 되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요즘 학교폭력 사안에서 빠지지 않고 개입되는 것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카톡과 차원이 다른 연결성을 가진 데다가 공개적이어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페이스북 초창기에 없던 카톡과 마찬가지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문제는 더 많아지고 있다. 전화번호를 몰라도 얼마든지 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단체 대화방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서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를 괴롭힐 모의를 하거나 시비를 걸어 가상공간에서의 욕설이 오가는 언쟁 끝에 실제로 만나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자기 과시용인지 무엇인지 도대체 이걸 왜 올리는 지 이해가 불가능한 정도의 내용(음주, 흡연, 이성친구와의 스킨쉽, 성과 관련된 심각한 정도의 대화 등)으로 이루어진 사진과 글을 올리거나 타인의 인권과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거래까지 한다.

 

집에 가자마자 방에 딱 들어가서 핸드폰 해요. 부모님 들어오시면 공부하는 척 하고...” (2학생과의 대화 중, 2018.12.26.)

 

“(문제가 생겨서 페이스북 그만 하면 안 되겠냐는 얘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건 안 되죠.” (2학생과의 대화 중, 2018.12.21.)

 

시험 끝나고 딱 일주일만 편해요. 다른 때는 그저 계속 공부하라 그러고... 요즘처럼 시험도 끝나고 진도나가는 것도 없는데 계속 공부하라 해요. 할 것도 없는데...” (2학생과의 대화 중, 2018.12.26.)

 

어른 없는 공간인 그곳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어른들과 단절된다. 어른들도 스마트폰과 SNS로 문제를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판에 아이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스마트폰을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른들과의 상호작용 단절을 넘어 적절치 않은 상호작용을 강화시키고 증폭시킨다. 위의 학생들의 말대로 스마트폰에 집착하고 중독증세를 보이는 것은 발달이 아닌 성적 위주로 다그쳐가며 공부를 무리하게 강요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잘못된 교육 현실은 어린이청소년으로 하여금 더욱더 자신들만의 공간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도구는 어린이 청소년의 발달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발달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발달 위기를 왜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지는 아래의 비고츠키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의 고등심리기능, 인간에게 고유한 특성들은 처음에는 타인과의 협동이라는 형태로 어린이의 집단적 행동 형태 속에서 나타나고, 나중에서야 비로소 어린이 자신의 내적, 개인적 기능이 됩니다.... 여러분은 말이 처음에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말을 사용하여, 어린이는 자기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 주변 사람들도 어린이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들 각각을 살펴봅시다. 여러분은 우리들 각자 안에서 내적 말이라 불리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낱말을 통해 조용히 생각을 공식화해 주는 이 내적 말은 우리의 생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역할이 매우 커서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사실 잘못된 것이지만, 심지어 말의 과정과 생각의 과정을 동일시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가자의 내적 말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기능들 중 하나입니다. 어떤 장애가 이 인간의 내적 말을 방해한다면, 이는 생각 전체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합니다. 우리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이 내적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연구는 내적 말이 외적 말로부터 출현했음을 드러냅니다. 처음에 어린이에게 말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접촉 수단이며, 그 자체에 사회적인 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점차 어린이는 이 말을 스스로에게, 자신의 내적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배웁니다. 말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수단 뿐 아니라 어린이 자신의 내적 생각 수단이 됩니다. 그리하여 말은 어 이상 우리가 타인과 의사소통할 때 큰 소리로 사용하던 그러한 말이 아니라 내적이고 조용한 침묵의 말이 됩니다. 그러나 생각 수단으로서의 이러한 말은 어디서 오는 것일가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말로부터 옵니다. 어린이와 사람들 사이에 수행되었던 외적 활동 속에 가장 중요한 내적 기능 중 하나가 존재했으며, 이것 없이는 인간의 생각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환경을 발달의 원천으로 이해하는 것과 관련된 일반적인 입장을 설명해 줍니다. 환경 속에 이상적인 형태 혹은 최종적인 형태가 존재하여 어린이의 초기 형태와 상호작용하며, 그 결과 이는 어린이 자신의 내적 특성, 그 자신의 특질, 그 자신의 기능, 그 자신의 인격이 되는 모종의 활동 형태를 이끕니다.” (성장과 분화, 178~180)

 

비고츠키에 따르면 인간의 고등정신기능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했고 어린이 청소년은 성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를 발달시켜나간다. 그런데, 성인과의 상호작용은 턱없이 협소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말을 배우는 상황은 발달적으로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대면 접촉을 통한 상호작용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겉으로만 글일 뿐 글말을 특성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눈앞에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훨씬 더 가혹하고 폭력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여지가 크며 이것이 학교폭력이라 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발달에 결코 좋지 않은 페리지바니야가 될 수도 있다. 현재와 같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수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순탄치 않은 것은 이처럼 현대의 도구들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의 도구들은 어린이청소년의 대면적 상호작용을 축소시키고 성인과의 관계 단절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고등정신기능의 형성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4) 발달의 사회적 상황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특정의 연령기에 대해 각 사회는 기대하는 바가 있다. 이것이 양육과 교육의 연령기별 목표가 되곤 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기대하는 사회는 없다. 거꾸로 말할 시기가 지났는데도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상적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취급한다.

비고츠키는 발달의 사회적 상황이란 특정 연령기의 어린이와 환경 사이의 관계 체계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비고츠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령기 역동의 문제는 각각의 연령기 구조의 문제로부터 바로 따라 나온다. 우리가 보았듯 연령기 구조는 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아니다. 각각의 연령기에는 이전에 존재하던 구조로부터 새로운 구조로의 이행이 존재한다. 새로운 구조는 그 연령기의 발달 과정에서 구성되어 나타난다. 구조 개념에 매우 본질적인 전체와 부분들의 관계는 그 부분들의 변화와 발달뿐 아니라 전체로서의 변화와 발달을 결정짓는 역동적인 관계이다. 따라서 발달의 역동성에 의해서 특정 연령기의 구조적 신형성의 전환, 변화, 상호 연결의 출현을 결정짓는 모든 법칙들의 총합이 이해되어야 한다.

연령기 역동에 대한 일반적 정의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계기는 각각의 연령기에서 어린이의 인격과 어린이 주변의 사회적 상황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역동적 이해이다. (...) 각 연령기의 초기에는 우리가 해당 시기의 발달의 사회적 상황이라고 부르는, 그 연령기에 완전히 고유하고 특정하며 유일하고 독특하며 되풀이될 수 없는 관계가 어린이와 환경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특정 연령기 발달의 사회적 상황은 해당 시기의 발달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동적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것은 형태와 경로를 전체적으로 전적으로 결정하며, 이를 따름으로써 어린이는 더욱 더 새로운 인격의 특성을 획득한다. 어린이는 자기 발달의 주요 근원인 환경으로부터 그것을 추출(인격적 특성)하며, 이 경로에서 사회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 된다. 이와 같이, 모든 연령기의 역동을 연구할 때 우리가 답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발달의 사회적 상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연령과 위기, 99~101)

 

비고츠키에 따르면 어린이 의식의 변화는 특정 연령기에 고유한 규정된 사회적 삶의 형태를 기반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신형성이 일어나면, 이는 바로 그 인격의 변화를 초래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격 구조의 변화를 겪은 어린이는 이미 완전히 다른 어린이이며, 이전 연령기의 어린이 존재와는 본질적 형태에서 다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연령과 위기, 101)

비고츠키는 사회적 상황은 단순한 일련의 요인들(엄마의 나이, 아빠의 직업, 형제자매의 수 등)이 아닌 구체적인 상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상황들은 특정 문화권에서 일정한 명칭이 부여되는데, ‘유아기’, ‘초등학생기’, ‘청소년기등이 그것이다. 이들 각 상황들은 아동에게 일정한 기대를 부여하고, 이 기대 욕구는 적절한 방식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아동은 다소간에 이 역할에 부응하려 한다. 하지만 특정 시점에 이르러, 아동이 현재의 사회적 상황 하에서 충족될 수 없는 욕구와 욕망을 발달시킴에 따라 위기가 생겨난다. 아동은 힘들어 하는 한편 반항적이 된다. 아동을 둘러싼 성인들이 이에 반응하면서, 아동과 전체 상황은 질적 변화를 맞이하여 새로운 사회적 상황이 생성되어 아동은 새로운 사회적 위치를 담지하게 된다. 아동발달은 이러한 구체적인 일련의 상황에 의거하여 구성된다. 가족과 아동 모두 일련의 문화적 변화를 겪게 되며 이 속에서 아동은 마침내 독립적인 성인으로 발달해간다.

발달 위기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의 발달의 사회적 상황이라는 개념은 한국 사회에서 각 연령기 어린이청소년에게 합당한 기대와 지원을 하고 있는지 문제제기를 보다 과학적 차원에서 할 수 있게 해준다. 선행학습, 조기교육이 문제라는 인식은 퍼져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며 심지어 국가교육과정조차 발달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고 교육과정을 구성한 것인지 매우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발달의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면 입시를 위한 측면은 지나치게 빠르고 이른 발달을 요구하는 반면 그 외의 측면에서는 발달의 지연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불균형적 기대가 지속되면서 어린이청소년은 연령별로 생겨나야 할 신형성 없이 생물학적으로만 나이가 드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발달지연과 미발달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한국사회 발달 위기의 문제는 교육 정책과 각 가정의 양육 문화가 특정 연령기의 신형성의 형성을 추동하는 발달의 사회적 상황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3. 낱말의미와 발달 위기 극복

 

낱말의미는 의식의 분석단위이며, 비고츠키에 따르면 낱말의미는 발달한다. 모든 낱말은 이미 일반화된 것이며 일반화는 사고 작용이다. 어른과 어린이는 같은 낱말을 쓰지만 낱말의 기능적 사용과 의미는 다르다. 그것은 일반화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은 성장과정에서 낱말의 수를 확장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낱말을 정서 표현과 의사소통의 수단에서 출발하여 세계를 인식하고 생각하는 지적 도구로까지 그 기능을 발달시켜 나간다. 물론 정상적 발달의 경로를 따를 때 이러한 발달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사고 발달의 과정에서 관건적인 요소, 원천은 무엇인가? 이를 비고츠키는 '사회적 접촉'이라고 보았다. 비고츠키는 생각과 말1장에서 "일반화와 사회적 접촉의 관계'를 논의하면서 일반화는 사회적 접촉을 전제로 하고 사회적 접촉의 가장 고등한 형태는 고차적인 일반화의 방식 즉 개념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고차적인 사회적 접촉을 위해 개념적 사고는 불가피한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 모순에 둔감하고 세상을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개개인들이 의미있는 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아이 같은 사고구조를 가진 성인과의 의사소통을 떠올려보자. 사회적 관계와 접촉 속에서 인간은 새로운 사고양식을 획득하고 개념적 사고를 통해 세계를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주체가 되어 간다.

생물학적 연령과 어긋나는 지성에서의 '발달 지연'은 과거의 사고형태를 지속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경우도 개념적 사고역량을 획득하지 못한 채 어린이의 사고양식을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개념적 사고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 불가능하며 모순에 둔감해진다. 나아가 새로운 내용을 주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굉장한 장벽을 만드는 셈이 된다.

발달 위기가 심각하다. 발달 위기 극복을 위해 교사가 각 가정의 가족관계와 양육환경을 바꿀 수도 없고 이미 인격으로 응축되어버린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법한 페리지바니예들을 골라 제거할 수도 없으며 미성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시킬 수도 없다. 이미 발달 위기가 교사 위기의 주요 근원의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발달 위기의 원인들을 일거에 제거할 수도 없고 교원지위법이 이미 일상화된 교사 위기를 헤쳐나갈 피난처가 될 수 없음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심화되고 구조화된 어린이청소년의 발달 위기 상황에서 교사들이 당장 학교에서,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을까? 아무래도 해답은 비고츠키의 가장 잘 알려진 분석단위인 낱말의미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첫째 이유는 낱말의미 발달은 학교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낱말의미의 발달 수준 파악은 학습자에 대한 내적 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며 낱말의미의 발달 수준은 페리지바니예와 결합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낱말의미 발달 수준을 파악해야 교육적 경험을 의미 있게 구성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셋째, 소극적 의미에서는 학생들과의 감정적 충돌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교사와 학생이 동일한 이라는 단어를 쓰더라도 그 의미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신기능의 미발달로 기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울컥 화가 나는 경우가 생겨도 한 템포 늦출 여유를 주기도 한다.

 

교사 위기의 근원은 복잡하다. 그 근원 중 하나가 현재는 발달 위기이다. 동시에 발달 위기는 교사들 스스로가 시작점이 되어 헤쳐 나가야만 하는 이 시대의 교사들의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개별 교사들로는 발달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나름 발달론에 근거하여 현명하게 대처한다 한들 일시적일 뿐이며 내 앞에서는 문제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까지 그것이 유지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 그 학생의 총체적 인격 발달에 결국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끝나버릴 수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교사들에게 달린 문제이지만 교사들은 지금 그것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교사들의 교육적 권위와 교육할 권한이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교사들이 가족관계나 양육환경, 과거의 경험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교사들과 함께 발달 위기를 이해하고 교사들의 교육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교육권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제도화하기 위해서 현대 사회의 어린이청소년의 성장조건에서 교사들이 학생을 발달의 경로로 이끄는 존재임을 사회적 담론으로 제기하는 것에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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