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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열공] [리얼 유토피아]

2016.10.19 17:36

진보교육 조회 수:721

[진보교육] 62호 (2016.10.21. 발간)


[열공]

[리얼 유토피아]

좋은 사회를 향한 진지한 대화

에릭 올린 라이트

 

미로 /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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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다시, 유토피아

 

  모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일정한 돈을 예를 들자면 한 달에 30만원 나눠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 30만원은 너무 적다, 매달 100만원은 어떨까?

  그럼, 정말 어떨까? 모두가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빈둥거리게 될까? 아니면,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도전과 모험에 자신을 맡기게 될까? 어쩌면 지금의 모질고도 모진 자본주의 아수라장을 넘어, 그렇게 모두가 모두에게 모질어야만 살 수 있는 오늘의 이 자본주의라는 난장판을 넘어,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하나의 상상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라고 불리는 상상.

  누군가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 상상이 어느 날부턴가 우리 앞에 하나의 현실적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던 무렵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우리를 낱낱이 찢어 발겨 놓은 때부터였다. 양극화가 이야기되고 흙수저라느니 금수저라느니, 삼포세대라느니 할 때부터였다. 현실이 지옥을 능가해버려 헬조선이 지상에 강림한 그 무렵부터였다.

  그것은 누군가 그런 상상을 했기에 시작된 긴 이야기다. 아직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시작이 하나의 상상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상은 이며, 꿈은 이상을 향한다.

  이제, 이것을 으로만 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길을 나서게 된다. 목적지는 저기 멀리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유토피아.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꼭 가 닿고 싶은 그런 곳.

  그런데, 이 길은 정말 저기, 유토피아에 가 닿아 있는 것일까? 마냥 걸어가는데 이 길 끝날 무렵 마주치게 되는 풍경이 내가 처음 꿈꾸던 그 무엇이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제 상상=실천=현실과 함께 길을 가야 한다.

상상 -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길을 나설 수조차 없다. 시작은 그렇게 꿈꾸는 일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믿음이 우리를 잘못 이끌 수도 있다는 걸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기억해내야 한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향하는 길, 그 수많은 또 다른 지옥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가는 길, 실천과 상상의 긴장 속에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 그 길을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올린 라이트는 리얼 유토피아라고 부른다.

 

인류의 현실적 잠재력에 기초해 있는 유토피아적 이상이 필요하며, 중간역이 있는 유토피아적 목적지가 필요하며, 우리의 실천적 과제 사회변화의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한 세계를 항해해 나가야 하는 과제 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뒤, 꿈을 잊은 사람들과, 현실과의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린 사람들과,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몸을 내 맡긴 사람들,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며 오늘을 저주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다시 꿈을 꾸어야 한다. 그것도 실천적으로 꿈꾸어야 한다.

  이 책은 그 길에 하나의 이정표, 또는 나침반일 수 있다.

  이제 그 길을 따라 가 보도록 하자.

 

 

1. 해방적 사회과학

 

  에릭 올린 라이트는 미국 위스콘신-매드슨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마르크스주의 계급분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1990년대 초부터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전개해 오고 있다. 그는 현존하는 권력, 특권, 불평등 구조의 대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시도로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현실을 살짝 손 봐서 쓸모 있게 만드는 개혁 방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의 여러 영역들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 하려 했다. [리얼 유토피아]는 이 프로젝트의 여러 성취들을 한 눈에 둘러 볼 수 있게 모아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시의 참여 예산제’,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새로운 결합형태로 정식화한 권력이 강화된 참여적 통치’, 국내에 기본소득으로 더 많이 알려진 무조건적 기초소득’, 스페인 몬드라곤으로 대표되는 협동조합 경제’, 캐나다 퀘벡 주의 사회적 경제’, 거기다 심지어 위키피디아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구체적 제도적 설계들은 해방의 사회과학이라는 더 넓은 지적 기획에서 시작된다.

  해방의 사회과학은 현존하는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사람들을 어떻게 억압하고 있는 지, 또 얼마나 불평한 구조인지 진단하고 비판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는다.

  이어서 진단과 비판은 정의론과 만나게 된다. 지금의 사회구조가 정의롭지 않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하는 것에 답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정의와 정치정의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대안을 만들어 가야한다. 대안은 세 가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첫째, 그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둘째, 그것은 실행 가능한 것인가? 셋째, 그것은 성취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누적적으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바람직하면서, 실행 가능하며, 성취할 수도 있는대안을 향해 접근할 수 있다.

 

  이제, 진단과 비판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일깨워서, 왜 우리가 현실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를 알려 준다. 그리고, 대안과 대안이론은 우리가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가 필요하다. 그것은 변혁이론의 정교화로 답해져야 한다.

 

  그럼, 해방적 사회과학의 세 가지 과제, 진단과 비판, 대안이론의 구성, 변혁이론의 정교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2. 자본주의의 무엇이 그렇게 나쁜가? : 진단과 비판

 

  자본주의는 계급관계경제조정 메커니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다.

  계급관계로서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전적으로 통제하는 자본가계급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았기에 소득을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 노동자계급 간의 관계로 정의된다.

  경제조정 메커니즘으로서의 자본주의는, 흔히 보이지 않는 손으로 비유되는 사적인 계약당사자들의 탈중앙집권적인 자발적 교환 메커니즘으로 나타난다. 권위적 국가조정에 대비되는 시장에 의한 조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계급관계와 경제조정 메카니즘의 결합으로서의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온갖 추하고 잔인한 모습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열한 개의 명제로, 자본주의의 죄악상에 대한 서슬 퍼런 고발장을 작성했다.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는 제거 가능한 인간 고통을 영구화한다.  자본주의는 확장적 인간 번영의 조건들이 보편화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에 있어 제거 가능한 결함들을 영구화한다.  자본주의는 사회정의의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원칙들을 위반한다.  자본주의는 어떤 결정적 측면들에서 비효율적이다.  자본주의는 체계적인 소비자주의 편향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는 환경 파괴적이다.  자본주의적 상품화는 사람들이 널리 지닌 중요한 가치들을 위협한다.  자본주의는 국민국가의 세계에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부추긴다.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침식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제한한다.

 

  이 고발들은 타당한가? , 이렇게 묻는다면?, “이 고발장에 적힌 해악들은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뒤엎지 않고서도 고쳐질 수 있는 문제들 아닐까?”라고 반문한다면?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매일매일 뼈저리게 겪고 있으니.

  그 답이 타당한 고발이며, 우리는 그 해악들을 없애기 위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맞서야 한다!”라면, 다음으로, 대안들과 그 이론들로 나아가야 한다.

 

 

3. 사회주의 나침반 : 대안들과 그 이론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역사적) ‘마르크스주의를 먼저 다룬다.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 기획을 다섯 개의 명제로 정식화하고, 이어 그 한계를 지적한다. 이것들은 마르크스주의가 결정론적 이론이라는 것에서 파생된 것이다.

 

  첫째로, 위기 심화 이론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국가의 개입을 과소평가했다는 것과, 노동가치설에 근거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재생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프롤레타리아화 이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모든 계급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단순하게 양극화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동계급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분되는 등 계급적 동질성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로, 노동계급의 계급역량이 오히려 쇠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앞서 지적한 계급구조의 복잡성과 노동계급 내의 분화 현상들이 그 원인이며, 혁명적 변혁보다 계급타협이 대두되었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절적 변혁 이론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한다. 현실 사회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상대적 후진국에서 실현되었던 사실로부터, 그 한계 때문에 집중적 정치권력, 조직과 폭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한 집중적 권력과 조직, 폭력은 자본주의 국가를 쓰러뜨리는 조직적 무기일 수 있지만, 민주-평등적 대안 사회를 구성하기에는 비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유토피아를 현실화하기 위해 우리가 택해야 할 대안과 이론은 어떠해야 하는가?

 

  저자는 사회주의에서 사회적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사회적이라는 개념을 특권화함으로써 자본주의국가주의와 대비되는 사회주의를 재구성한다.

  사회체제는 경제적 자원의 배분, 통제, 사용을 규정하는 권력관계가 어떻게 조직되는가에 따라서 분류되는데, ‘사회적 권력이 지배하는 체제가 바로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자본소유자들이 경제권력을 행사하는 체제이고, 국가주의는 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생산과정을 국가가 통제하는 체제이다. 그리고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이 사회적으로 소유되며 통제와 분배 등이 사회권력의 행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체제이다.

 

  이렇게, 사회주의를 재구성하게 되면, 어떤 사회체제도 순수하게 자본주의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이거나, 국가주의적이었던 적은 없게 된다. 경제적 자원의 배분, 통제, 사용이 단일한 형태의 권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주의, 사회주의 개념을 하나의 이념형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되고 변수로도 간주되어야 하며, 그 결과 다양한 하이브리드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활동의 소유, 사용, 통제 등을 사회권력이 더 많이 결정하면 결정할수록 더 많이 사회주의적이 된다.

 

  이제, 새로운 대안 사회주의 나침반 을 기술해보면,

  사회권력과 경제권력 국가권력이 경제에 대한 통제를 획득하기 위해 각축하는 삼각구도 속에서,

 

국가권력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한 사회권력 강화

경제권력이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권력 강화

경제활동에 대한 직접적 사회권력 강화

 

  라는 일차적 방향을 가지게 된다.

 

  시민사회=사회권력과 경제권력, 국가권력이 경제를 중심으로 일련의 고리들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에서, 경제를 통제하는 다양한 경로를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 사회권력을 강화하는 7가지 경로를 보게 된다.

  이 경로들의 중심에 깔려 있는 생각은 광범위하고 튼튼한 경제 민주주의의 성취이며, 사회권력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권력 강화를 통해 조직되어, 경제에 대해 직간접적인 민주적 통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에 종속시키는 목표를 향해 가는 다양한 실천의 방향타들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다시, 세 가지 조건에 그 현실화가 좌우된다.

  첫째, 시민사회와 사회권력의 역량에 달려 있다. 사회권력의 강화에는 시민사회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하다.

  둘째, 제도적 정교화에 달려 있다.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제도적 메커니즘이 존재해야 한다. 리얼 유토피아에 대한 토론에서 이것이 핵심 목표가 된다.

  셋째, 성취 가능성에 달려 있다. 제도적 메커니즘이 사회권력 강화에 반대하는 권력을 힘으로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제, 구체적인 리얼 유토피아 제안들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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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얼 유토피아 1 : 사회권력 강화와 국가

 

사회권력 강화와 국가와 관계에서 민주주의는 세 가지 제도적 형태로 나누어진다.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와 결사체민주주의가 그것이다.

각각의 민주주의는 민중적 권력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전제 하에,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제도적 설계를 논의해 본다.

 

① 직접민주주의 : 새로운 형태의 권력 강화된 참여적 통치

  직접민주주의는 민중에 의한 지배를 가장 투명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현실적 한계(규모, 복잡성, 시간제약 등)가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저자는 이것을 권력 강화된 참여적 통치”(empowered participatory governance = EPG)라고 부른다.

 

  참여형 도시예산 입안 :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1988년부터 시행된 제도로서, 시민들이 직접 결사체를 조직하여 광범위한 토의를 거쳐 시 예산안을 제안, 토론, 투표로 결정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직접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실험의 측면에서나, 시 예산을 짜는 실제적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② 대의민주주의 : 평등주의적 선거 자금 공영제 / 무작위 선출 시민의회

 

③ 결사체민주주의

  특수한 사회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사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신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 민주주의 제도이다.

 

퀘벡 주의 사회적 경제 태스크포스사례 / 위스콘신지역훈련조합(WRTP) 사례

 

2) 리얼 유토피아 2 : 사회권력 강화와 경제

 

  저자는 강화된 사회권력이 경제를 결정하는 제도에서 시장의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구체적 설계는 일종의 시장 사회주의를 구상하는 경향을 보인다.

 

① 사회적 경제 : 위키피디아 / 퀘벡의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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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무조건적 기초소득

  이 제안은 보편적 기초소득, 국민보조금, 시민 배당금, 부의 소득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오랜 역사를 가진 개념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민 모두가 그 나라가 정한 문화적 정의가 정한 괜찮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매월 국가로부터 무조건’, 즉 어떤 노동 등의 기여 없이 받는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즉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가리지 않고 받는다.

 

③ 사회적 자본주의 : 노동이 통제하는 연대기금 / 주식과세 임금소득자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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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협동조합적 시장경제 : 노동자소유 협동조합 / 몬드라곤

 

이 외에도 1) 공동체 토지신탁 2) 국제노동기준 켐페인 3) 반착취공장학생연합 4) 산림보존 인증 5) 등가교환 무역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운동 등을 제도적 설계의 다양한 사례들로 소개하고 있다.

 

 

4. 변혁이론의 정교화

 

  해방적 사회변혁 이론에는 서로 연결된 네 가지 구성요소가 있다. ‘사회적 재생산에 관한 이론, ‘재생산의 틈과 모순에 관한 이론, ‘의도하지 않은 사회변화의 궤도에 관한 이론, ‘변혁전략에 관한 이론이 그것이다.

 

  저자는 위의 네 가지 구성요소의 연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혁전략을 세 가지의 이념형으로 정식화한다.

 

 

단절적 변혁

틈새적 변혁

공생적 변혁

변혁 논리와 가장 밀접히 관련된

정치 전통

혁명적 사회주의 /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사회민주주의

변혁을 위한 핵심적인 집행행위자

정당으로

조직된 계급

사회운동

사회세력과

노동의 연합

국가에 관한

전략적 논리

국가 공격

국가 밖에서

대안 건설

국가의 이용 :

국가 영역에서 투쟁

자본주의

계급에 관한

전략적 논리

부르주아지와 대결

부르주아지 무시

부르주아지와 협력

성공의 은유

전쟁(승리와 패배)

생태적 경쟁

진화적 적응

 

1) 단절적 변혁

 

  많은 단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단절적 변혁의 전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혁명적 단절이리라는 발상이 활동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는 점과, 둘째, 단절적 전략의 논리와 한계를 명확히 하면 현실적 대안의 개혁의 내용이 분명해 진다는 점, 셋째, 어떤 특정한 환경과 조건에서 단절적 변혁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절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단절적 전략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과거의 고전적 혁명모델처럼 탈의회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반란을 통해 국가를 전복하는 형태를 취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결과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거쳐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 것이 꼭 필요한데, 그 설득력은 결국, 사회주의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물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 쉐보르스키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이행의 저점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단절이 일어나기 전의 사회의 (관찰 가능한) 물질적 복지 수준과, 단절 이후의 (가설적) 물질적 복지 수준을 선으로 이은 그래프에서, ‘단절이 시작되어 새로운 제도적 균형이 자리 잡기 전의 시점은 (단절이 파괴적으로 일어날 것이므로) 일시적으로 물질적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 이행의 저점을 통과하는 가설적 궤도의 가능성에 따라, 사회주의의 공상적 경로와, 낙관적 경로, 비관적 경로의 세 가지 경로를 예상할 수 있다.

  ‘이행의 저점의 규모와 지속기간 등이 핵심적이다. 이행의 저점의 깊이가 깊고, 기간이 상당히 길다면 단절적 변혁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적 제도하의 단절적 변혁이 지속되기 위해선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이 필수적인데, 이행의 저점의 파괴력이 크면 클수록 중간계급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변혁의 전망은 어두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고전적인 변혁전략 권위주의적 국가주의-로 회귀한다면 민주적 사회주의적 목적지는 가망 없는 것이 될 것이다.

 

2) 틈새적 변혁

 

  단절적 변혁이 현존하는 역사적 조건에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변혁을 대체로 누적적인 변형과정으로 보는 전략이다. 비교적 작은 변혁들이 누적되어 사회체계의 동학과 논리에 질적인 변화를 낳는 과정을 뜻한다.

  여기에서,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차이를 기준으로, ‘틈새적 변혁공생적 변혁으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틈새적 변혁은 대체로 국가를 우회하는 반면, 공생적 변혁은 국가를 체계적으로 이용한다.

 

  저자는 틈새적 과정과 틈새적 전략을 구분한다. ‘과정은 과거, 봉건사회가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보듯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 계급의 활동의 의도되지 않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반면, 틈새적 전략은 체제 전체의 근본적 변혁을 목적으로 틈새적 활동을 의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무정부주의는 틈새적 전략과 많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무정부주의적 전략은 현존하는 권력관계에 어떤 심각한 도전도 제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허용하는 공간만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60년대 히피 코뮌의 한계)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틈새적 전략이 자본주의 극복의 길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주요한 방식이 있다. 하나는 최종적 단절의 조건을 변경시키는 것(혁명적 무정부주의 전략), 다른 하나는, 이 조건들이 작동하는 범위와 깊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자본주의적 제약들이 더 엄격한 한계를 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진화적 무정부주의적 전략)이다.

 

3) 공생적 변혁

 

  공생적 변혁의 기본발상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상향적 사회권력 강화가 자본가와 기타 엘리트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문제들까지 해결할 수 있을 때, 이러한 사회권력 강화가 가장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전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예가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의 자본 - 노동 계급타협으로, 20세기 후반 많은 선진 자본주의 나라에서 국가가 중재한 것이다.

  계급타협을 부정하는 입장과, 일종의 교착상태로 보는 소극적 계급타협의 입장, 계급들 간의 상호 협동의 관계로 보는 적극적 계급타협중에서, 공생적 변혁의 생각은, 안정적인 적극적 계급타협의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노동계급의 단결력과 자본가의 물질적 이익사이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단결력과 물질적 이익의 관계의 모델을 J 곡선으로 나타낼 것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노동계급의 단결력과 자본가의 물질적 이익은 서로 대립하는 역의 관계를 가진다. 그러다, 노동계급의 단결력이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노동계급의 단결력이 자본가의 이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환영역과 생산영역, 정치영역에서 다양한 관계망을 통과한 J 곡선관계 모델은 이론적 변이 영역이 확대되고 복잡화된다.

  여기서, 그 복잡한 변이과정을 일일이 추적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실적인 모델로, 자본가 이익의 실현의 정도가 상당히 높은 미국적 모델, 노동자의 단결력이 강화된 스웨덴 모델을 비교하고 있다.

 

 

5. 꿈을 현실로

 

  저자의 인도를 따라,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인 저작을 수박 겉핥기(!)’했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자본주의는 사회정의와 정치정의의 실현을 가로막는 체제이며, 경제구조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국가주의의 형태를 다 포함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이다. 급진 민주평등주의적 사회정의와 정치정의를 실현하고 자본주의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사회권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권력 강화는 국가권력을 시민사회에 근거한 사회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이며, 동시에 경제권력이 사회권력에 종속됨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권력 강화는 시민사회 자체를 민주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권력 강화의 프로젝트는 다양한 제도적 구조적 변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주의는 경제가 조직되는 방식에 대한 단일한 제도적 모델로 간주될 것이 아니라, 상이한 종류의 많은 제도적 경로들이 공동의 기본 원칙을 실현해 나가는 다원적 모델로 간주되어야 한다.

보장은 없다. 사회주의는 사회정의와 정치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무대이지, 이 이상들의 실현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의 길만 존재할 수는 없다. 세 가지 전략적 논리를 검토할 수 있다. 단절적 변혁, 틈새적 변혁, 공생적 변혁이 그것이다. 이 중 어느 하나 단독으로 사회권력 증대의 과제를 이룰 수 없다. 장기적 변혁 궤도는 이 세 가지 논리 모두로부터 여러 요소들을 끌어내야 한다. 미래의 가능성의 한계들도 불투명하다. 사회권력의 강화의 궤도 위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회권력 강화 경로들을 따라 전진하는 투쟁을 실험과정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가능성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또 시험하며, 이 한계 자체를 확대시킬 새로운 제도를 창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논쟁거리와 고민지점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물음표를 찍어대며 이 책을 읽어냈다. 이 물음표는 함께 가져가면서도 급진 민주평등주의적 꿈을 꾸는 일을, 우리는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모든 세세한 지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꿈을 꾸는 것은.

 

  다시,

  시작은 언제나 꿈을 꾸는 것이다. 꿈을 꾸지 않으면 한 걸음 내딛을 수조차 없다. 그리고 문제는 그 다음이다. 먼 별을 보며 길을 나섰지만, 내딛은 한 걸음 한 걸음에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앞서 간 발자국들의 어지러운 족적을, 그 끝에 놓인 깊은 심연을, 피로 물든 여정을 이미 충분히 보아왔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길을 나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되, 한 발 한 발 조심해서 딛는 걸음. 보보경심(步步驚心). 바로 그것이리리라. .



12-열공(130~13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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