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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정세 구조 변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2018년 상반기 한반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커다란 격변적 정세를 맞이하였다. 북미회담 및 평화국면 도래 등 냉전체제가 해체되기 시작하였고, 계급 정세의 커다란 축을 차지해 왔던 수구세력의 정치적 몰락을 목도하였다. 가히 한반도 정세의 구조적 격변이라 할 만한다. 왜 이런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전망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앞으로 두고두고 이야기할 문제지만 당면의 실천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시론적 논의나마 긴급하게 제출하고자 한다.

 

1. 한반도 정세 격변

 

새해 벽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여를 시사한 이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긴장국면에서 협상, 평화국면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국면 변화의 전망 및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과 미국의 변화 동인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 동인은?

 

● 북한의 능동적 노선 변화

신년 초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참여를 시사하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까지만 해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대부분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변화는 정책 노선 변화에 따라 전개되는 능동적인 행동 변화로 파악된다. 김정은은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집중노선’으로 변화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는데, 이는 단기적, 전술적 변화가 아닌 기본적, 전략적 기조 변화이다. 김정은은 이전부터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를 추진해 왔으며 북한은 수년전부터 중국과 베트남 개방모델을 연구해 왔고 정적 제거 작업도 노선 변화의 정지 작업이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노선 변화는 단지 상층부의 입장 변경 차원이 아니라 어느새 변화되어 온 북한의 경제구조(부분적인 시장경제 및 ‘돈주’라는 일종의 자본가층이 형성되어 왔고 북한 경제성장의 동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 기초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과 북한 지배층은 노선 변경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이 개방에도 불구하고 1당 지배가 튼튼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서 자신들도 지배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인식하에 과감한 노선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노선 변화 속에서 김정은과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기반으로 협상력을 최대한 높인 뒤 적극적인 국면변화를 진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미국은 왜?

북한의 경우는 그 동안 이러저러한 다양한 정보와 분석이 제시되면서 상당히 분명하게 그 동인을 파악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여전히 다소 불명료하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동인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래야 비로소 올바른 설명과 전망이 가능하다.

사실 북미회담 및 협정문 서명은 기존의 미국 전략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아 왔다. 한반도 냉전체제와 긴장이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전략에 필요하며 군산복합체의 이해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북미회담이 수용된 초반에는 대부분 북미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들을 제출하기도 했다. ‘긴장의 필요성’은 미국 공화당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며 트럼프가 회담을 수용한 뒤 실제로 매파와 비둘기파를 가리지 않고 미국 엘리트와 언론 대부분이 사실상 협상에 동의하지 않은 현상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북미협상을 비판하면서 ‘나쁜 협상 반대’를 내걸었다. 미국은 그 동안 평화라는 대내외적 명분과 긴장유지라는 실제적 한반도 정책 사이에서 협상과 약속 폐기를 반복해 왔으며, 이번 협상에서도 볼턴 등의 강경파는 무리한 요구를 걸어 협상을 무산시키려 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북미회담을 추진했고 미국의 지배엘리트와 주류 언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행동은 분명 대결국면 지속을 추구해 온 미국 엘리트집단의 전반적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의 행위를 중간선거를 위한 정치적 고려를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한반도에 대한 기본 전략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트럼프의 행동은 ‘미국 헤게모니 쇠퇴 속에 세계경찰 전략보다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중시하는 백인중심 실리주의’라는 트럼프의 정책 노선에 의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세계경찰을 자임하는 가운데 여러 차례의 전쟁 비용을 치루고 700여개가 넘는 해외 미군기지를 운영해 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헤게모니가 막강할 때 이러한 전략은 큰 부담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힘의 쇠퇴 속에서 막대한 재정이 드는 기존 자본주의 세계경찰 전략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실리적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돈은 많이 들지만 막상 자국의 고용 확대와 실리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동안 막대한 비용을 치루고도 중동-아프칸 개입에 실패했다고 보았다. 그는 대선 때부터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주둔국들의 비용 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백인중심 실리주의에 입각하여 트럼프는 반이슬람,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으며 보호무역, 관세폭탄 등 자국중심주의 경제정책을 추구하면서 주 전선을 중국 및 선진자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주 전선이 옮겨진 상황에서 새로운 분쟁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최근 시리아 문제에 대한 소극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도 겉으로의 ‘전쟁 위협’과 달리 경제적 실리주의 및 남한의 반대와 중, 러의 견제 속에서 실제로 대북 군사 옵션 쉽지 않았으며 트럼프는 내심 협상 우선시 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입장은 G7 회의를 깽판 놓고 싱가포르로 날아와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한 협정문에 서명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북미회담을 계기로 이후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꺼내들었고 ‘주한미군 축소’ 등 한반도 군사비용 감축을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는 ‘워게임’ 중단 논란과 관련해 ‘난 1년반 동안 엄청나게 큰 비용을 드는 그 일에 반대해왔다’며 취임 당시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음을 시인했다”(연합뉴스. 2018.7.24.)

 

이러한 트럼프의 노선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와는 상충되는데, 군산복합체는 막대한 자본에 비해 고용 창출은 별로 없는 특징이 있으며 한반도 긴장 완화가 군산복합체 이외의 미국의 일반 산업과 금융자본에는 ‘실보다는 득’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북미협정 수준을 놓고 미국의 지배 엘리트 대부분과 언론들은 ‘CVID’가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비판적이지만 미국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도 없어지고, 군사비용도 줄어드니 전혀 나쁠 것 없다. 결국 미국헤게모니 후퇴 속에 등장한 트럼프의 백인중심 실리주의 노선, 중간선거 및 차기대선 등 선거일정에 대한 정치적 고려 등이 결합되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이후 전망 : 우여곡절은 겪겠지만.....간다.

북미 협정이 선언적 차원이고 실제적 논의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북미 협상이 미국 지배집단 전반의 흐름과 아직 다르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동적인 요소들이 있다. 이전에도 핵협상이 진전되면서 긴장이 완화되었다가 다시금 경색국면이 조성되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상호 간 동인이 다르다.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큰 흐름은 긴장국면에서 평화, 교류 국면으로 기본 구도가 전환해 나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전에는 주로 정치, 군사적 차원의 밀고 당기기였다면 이번의 경우 평화국면으로의 전환 자체를 필요로 하는 정책노선 변화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첫째, 기본적인 국가 정책노선의 변화에 의한 것으로 한반도 긴장국면 해소를 필요로 한다. 경제건설 집중 노선으로의 변화는 이미 수년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중국, 베트남에서 개혁, 개방정책을 펼치고도 일당지배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나름 분명한 판단과 내부 정비를 거치고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내부 동인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정책노선 변화를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서 기정사실화 시킨 상태이다. 설사 이러저러한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으로서는 이미 공식화된 노선을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셋째, 또한 이미 이번 협상과정에서 이미지 제고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상당히 성공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노선 변경 및 평화체제 추진에 대한 의사를 대외적으로 각인함으로써 국면변화의 명분과 조건을 확보했다. 그 동안 미국의 지배엘리트들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북한의 군사 정책과 약속 파기 탓으로 돌려왔으나 더 이상 이러한 논리가 먹히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도 트럼프의 실리주의적 입장에 의한다면 한반도 긴장완화가 필요하다. 군사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무역전쟁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북미협상은 트럼프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리주의라는 차원에서 미국 언론의 비판과는 달리 역시 장사를 매우 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재 중단’,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 실제적 카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서 군사비용 감축의 명분과 조건을 마련했으며 선거 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실리주의적 입장은 조금씩 미국에서도 먹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 언론과 엘리트집단 전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반 여론은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미 현지시간 12∼13일 미국 내 성인 유권자 1천 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표본오차 ±4%)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북미정상회담이 핵전쟁 위험을 낮췄다’고 답한 응답자는 39%로 나타났다.”(2018.6.14. 연합뉴스)

 

이러한 현상은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호무역의 강화 속에서 비판은 고조되지만 실업률 하락 등에 의해 백인 중심의 지지가 재확대되고 있다. 북미협상의 경우에도 이미 공화당 일부와 샌더스 등 평화주의자들의 지지가 일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후 선거일정에서 계속 북미협상을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백인중심 실리주의의 관점에서 상호 연관된 ‘경제전선 확대-북미협상’은 탄핵을 당하지 않는 한 트럼프 재임 기간 지속될 것이며 그 정도 기간이면 냉전 체제 회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황이 진전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도 일본을 제외한 다수가 긴장국면에서 평화국면으로 전환을 지지하고 있다. 남한 정치세력과 자본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도 크든 작든 자신들의 이해에 부합한다. 일본은 아직까지 긴장 국면의 지속을 원했지만 점차 대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평화라는 명분과 남북의 강한 동인과 트럼프의 실리노선 그리고 중러를 포함한 다수가 원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평화국면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 나갈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후속 협상 과정에서 북미는 절차와 시기 등의 구체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호 입장 차이가 있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이해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북한의 중국, 베트남 식 개혁, 개방으로 귀결될 것이며 그 속도와 폭은 빠르고 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입장에서 ‘제재 해제’와 ‘평화 국면으로의 이행’은 변화된 정책 노선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중, 러와의 비공식 국경무역 확대 정도로 북한의 새 정책 기조를 추진할 수는 없다. 그 점에서 한반도 정세 구도 변화에서 관건적인 지점은 ‘제재 해제’이다.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어떤 수준에서든‘비핵화’를 담보할 수밖에 없고, ‘제재 해제’가 된다면 빠른 속도로 개혁, 개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북한에 비해 변화 동인이 상대적으로 작고, 내부 비판 세력이 강한 미국 요인으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국면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 613 지방선거와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립

 

1) 613 지방선거 : 수구 몰락, 자유주의 세력의 압도

613 지방선거 결과는 “수구 몰락, 자유주의 헤게모니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자한당으로 대표되는 수구 세력은 허약한 TK 지역당으로 전락하였고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이 압승하였다.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대의 흐름 속에서 미래당, 민평당 등 일부의 중도보수 세력화도 실패했으며 정의당 등 진보정당 진출은 미미했다. 촛불투쟁의 정치적 세례를 자유주의 세력이 거의 독차지 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촛불투쟁과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수구 세력은 상당한 국회권력을 소유한 채 이전의 퇴행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사회 전반적으로 수구 세력에 대한 분노와 염증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613 지방선거는 촛불투쟁의 연장 속에서 수구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등 주요 개념의 의미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쓰인다. 이 때문에 논의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기도 하다. 여기서 쓰이는 ‘자유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자본 중심 지배 분파 중 수구와 대비되는 정치세력 또는 경향을 지칭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는 시장만능주의를 기조로 하는 특정한 이데올로기 및 정책 사조를 의미한다.

정치세력 또는 경향으로서 자유주의는 현단계에서 정치적으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며 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개인적) 권리를 중시하는 경향을 지니면서 사회적으로는 시민운동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 경쟁’을 지향하는 자본 축적 논리를 기초로 한 이데올로기 및 정책 기조를 지칭하는 것으로 금융자본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면서 ‘시장주의’, ‘경쟁주의’ 이데올로기와 노동유연화, 민영화, 복지 축소, 규제완화, 고금리 및 감세 등의 정책으로 특징됨. ‘신자유주의’는 완전 경쟁을 추구했던 ‘고전적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케인즈주의로 후퇴했다가 1980년대 레이건, 대처리즘을 통해 다시 부상하면서 부여된 명칭이다.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외에도 개발독재 등 다양한 국가개입주의에 대비되는 이데올로기, 정책 사조라 할 수 있다.

개념들이 다양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지만 ‘자유주의’를 정치적 세력 또는 경향으로 ‘신자유주의’를 정책 사조로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서도 그러한 범주 구분 속에서 사용하고자 한다.

그렇게 볼 때 수구세력이든 자유주의세력이든 상황에 따라 국가개입적 정책 기조와 결합할 수도 있고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와 결합할 수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수구세력이 국가개입적 개발독재를 전개한 것이고 김영삼 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김대중, 노무현 시절은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했지만 전세계적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수용, 강화해 나갔으며 이명박, 박근혜 시절은 수구세력에 의해 더욱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과 역사 퇴행적 반민주적 정책을 구사했었다. 수구/자유주의 세력 모두 구분 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온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자유주의 정치세력이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약화되어가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 누적(실업, 양극화, 불안정 노동 확대, 민주주의 후퇴 등)의 조건 속에서 촛불 투쟁을 통해 성립되었다. 그에 따라 이전과는 일정하게 달라진 포지션과 정책 노선을 취하게 되었다. 그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정책 슬로건이 소위 ‘소득 주도 성장’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비해 복지, 사회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국가 개입을 확대하고, 시장만능주의 이데올로기와 감세, 민영화, 노동유연화 등 주요 정책에서 일정한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는 구별되는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케인즈주의 경향을 띠는 아직 정책적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실험적 정책 기조라 생각된다.

세계적 차원에서도 이데올로기 및 정책기조로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자본 축적 전략과 정책 사조가 아직 정립된 상황은 아니다. 각 국에서는 새로운 대응과 모색(보호무역의 강화로 나타나는 트럼프의 백인중심 자국 실리주의, 혼합형 중국 모델의 대두 및 확산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 십 년간 진행된 신자유주의 질서가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고 그를 대체하는 축적 양식은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 기조가 정착되는 데는 많은 어려움과 진폭이 있을 것이며 안정적 정착 여부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정책 기조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권을 ‘시장만능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및 정책기조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라는 특정한 정책 기조보다는 여전히 자본의 이해를 중시하는 친자본 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그것이 자유주의 정권의 계급적 본질을 직접 드러내는 규정이라고 생각된다(예컨대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등의 논란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이다!’라는 규정보다는 ‘자본 편이다!’라는 규정이 더 적절하고도 본질적).

새로운 자본 축적 전략이 세계적 차원에서 안정된 형태로 재구성되는 것도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은 더욱 미진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논의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 패러다임의 제출과 확산이라는 과제가 제기된다고 하겠다.

 

2) 현 단계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성격

613 선거를 통해 나타난 핵심적 사실은 수구 몰락 속에 자유주의 헤게모니가 막강한 형태로 성립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도적 지지율과 민주당 압승으로 나타난 자유주의 헤게모니는 예전의 열린우리당 압승과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당시에는 수구 세력이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노무현 탄핵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계기적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불과 1~2년 만에 수구세력은 다시금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사적 배경과 조건이 다르다.

 

첫째, 수구세력이 회복하기 어려운 몰락의 상황에 있다. 촛불투쟁-탄핵-대선 패배-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지는 정치적 타격 정도가 심대할 뿐 아니라 수구세력의 이념적 기초였던 냉전체제 해체와 결합됨으로써 기존 수구세력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기존 수구의 틀을 벗어버리고 재구성되면서 새롭게 입지 회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도 기존의 인적, 이념적 토대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며 입지 회복을 위한 보수 세력 재편은 당분간 상당한 혼란과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자유주의 세력의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촛불투쟁의 정치적 결과지만 길게 보면 80, 87이후 오랜 기간 진행되어 온 반독재/반수구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형성되어 온 것이다. 변호사, 1987 등 자유주의적 관점의 회고적 영화, 드라마 들, 노사모, 문빠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자유주의 세력은 역사적, 정치적 경험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온 토대를 지닌 나름 견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한반도 평화 국면의 도래는 현 단계 자유주의 헤게모니를 더욱 강화해주는 요소이다. 그들의 지향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향후 협상의 진행과정, 남북교류 과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남한의 제 세력 중에서는) 주도권을 발휘할 것이며 당분간 자유주의 헤게모니 강화, 확대로 연결될 것이라 볼 수 있다.

 

3)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계급적 성격

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배세력 내 분파로 민중의 계급적 이해와 대립한다. 그러면서 형식적 민주주의와 (개인적) 권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수구와는 구별된다.

자유주의의 지지 기반은 지금까지는 중간층이 주요한 부분이었지만 최근 자영업자층이 보수에서 자유주의화되고 있으며, 자유주의가 기본적으로 자본친화적일 뿐 아니라 한반도 국면변화는 남한 자본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에 독점자본의 결합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반독재/반수구 대립전선이 유지되면서 자유주의 세력은 민중진영과 다양한 형태의 연합 및 대립을 거쳐 왔다. 이 때문에 ‘민중 진영에 유화적인 자유주의’와 ‘자유주의에 친화적인 노동·민중 대중’(전교조에도 소위 문빠 조합원들이 광범하게 있다) 등 자유주의와 민중진영 사이에 걸쳐있는 부분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

그 점에서 현재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독점자본에서 노동·민중 대중까지 광범한 헤게모니 우산을 형성하는 상황이라 보여 진다. 그렇지만 이는 또한 자유주의의 계급적 기반의 허약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자본 정권이지만 노동/민중 대중의 지지를 상당 정도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이중성을 보이면서 끊임없이 동요하는 속성을 지닌다.

현재 자유주의의 주류화/헤게모니 확립 속 진보진영은 주변화되어 있다. 민중진영 대중의 상당 정도가 자유주의 헤게모니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문제는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주요한 극복 과제이다.

법외 노조 문제와 자유주의의 이중성, 동요성

자유주의 세력 내에는 민중진영에 다소간 유연한 부분과 대립적이고 경직된 부분이 있다. 자유주의 세력 내에 민중진영에 다소간 유연한 부분이 형성되는 것은 오랜 반독재, 반수구 연합이 일정하게 진행되어 온 역사적 흐름과 노동자, 민중 대중이 정치적 기반의 상당 정도를 차지하는 현실적 조건에서 필연적 현상이기도 하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관련해서도 두 흐름의 차이가 나타난다. 대선 직후 ‘집권 초기 개혁 과제’의 하나로 ‘법외노조 철회’를 제기했던 민주당 일각의 보고서와 수구 언론에 논란이 되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던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의 입장 차이가 있었고, 이번 노동부장관/청와대대변인의 입장 차이도 전교조 문제에 대한 결이 다르게 나타났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정도의 사안은 자유주의의 기본 입장과 크게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현 단계 자유주의의 강한 헤게모니의 조건에서 정치적 부담이 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교육문제 및 전교조에 관한 한 더 보수적인 자유주의 일부의 강력한 저항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도 있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진보교육감들과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함께 요구하는 반면 수구세력의 저항이 미약할 수밖에 없는 전반적 지형으로 볼 때 법외노조 문제는 강력한 대중투쟁이 전개될 경우 자유주의 내부의 균열을 내면서 승리를 안아 올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만약 법외노조 철회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권은 집권초 진보/민중진영을 배신하면서 자신의 지지기반조차 상실해 나갔던 노무

현 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자유주의 정권의 급격한 타락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 자유주의 세력의 우경화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헤게모니가 더욱 확고해지자 자유주의 정권은 오히려 우경적 색채를 강화하면서 반노동반민중적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은 관련 분석 기사 요약이다.

 

지방선거 전부터 최저임금산입으로 자본의 입장에 경도되더니 지방선거 이후로는 전교조법외노조 철회 무기연기, 52시간 노동단축 관련 행정제재 유예 등 급작스런 우경적 입장선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4월 정책질의 답변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청와대 입장 선회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전면 파기한 것이고 그동안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유예 없이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갖고 단속과 처벌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자 이틀 만에 전광석화처럼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 변화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약속했고, 이는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자 간에 드러나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 여야는 노동계 반발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해 사실상 인상폭을 줄였다.

이처럼 노동정책이 잇따라 보수화되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그 동안 촛불혁명으로 침묵했던 보수 성향의 정부 관료·여당 내 정치인들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경대학교 황선웅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안에서도 노동 정책에 대한 비전과 의지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단축, 전교조 문제 모두 반드시 달성할 목표와 보완책을 나누어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런 구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도 "최저임금은 시행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고, 노동시간 단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그럼에도 고용·일자리 지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이유는 정부·여당의 개혁그룹들이 보수적 세력이나 기재부 등 경제 관료에 끌려가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기재부 관료가 맡거나, 김동연 부총리가 노사정 사회적 파트너와 절차 없이 노동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좌우 모두에 협공을 받았던 참여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은 "경제성장이나 기업의 사정을 핑계로 정부의 말 바꾸기가 반복되면 이른바 '심리적 계약·동맹의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며 "양대노총으로서도 조합원 앞에 정부와 협력할 명분을 얻지 못하고, 촛불정부에 대한 지지층 이탈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靑 노동정책 잇단 말바꾸기..'우회전' 시작되나’, 2018.06.25, 노컷뉴스)

 

3. 정세 구조의 변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한반도 평화국면의 도래와 수구 몰락,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확립이라는 커다란 정세 격변은 진보/민중 진영에 커다란 실천적 과제를 부여한다. 새로운 정세 구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1) 정세 구조 변화의 의미

 

(1) 평화국면 도래의 의미

평화국면의 도래는 한국사회 기본 정세 구조를 변화시킨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결 국면은 남한 사회 수구 세력의 이념적, 정치적 토대로 작용해 왔으며 민중진영 탄압의 빌미가 되어 왔다. 또한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지배의 기초가 되어 왔다. 따라서 평화 국면의 도래는 한국사회 정세 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반도 정세 변화는 진보/민중 진영에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왜곡된 계급 지형 극복과 정치, 사상 자유의 확대 가능성이다. 국가보안법 등 이념적 탄압의 근거가 약화되고 그 동안 뒷전으로 밀려나기 쉬웠던 계급 문제를 본격적으로 부상시킬 수 있는 조건이 확대된다. 또한 정치, 군사적 전략과 힘에 기초했던 미국의 규정력이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한반도 정세 변화가 적어도 현 단계에 있어서는 주로 정책 주도 세력인 자유주의의 헤게모니 강화에 복무하기 쉽다는 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의 노선 변화가 중국, 베트남에서 보듯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식과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 중심 이데올로기 강화로 귀결되기 쉽다.

결국 기존의 이념적, 정치적 장애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진보/민중 진영의 근본적 대안과 변혁적 지향을 강화, 확대하는 데는 더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 내용과 실력을 요청하는 것이다.

 

(2) 계급대립의 주요 지점과 양상 변화

 

* 자유주의/민중진영의 대립 강화

수구 몰락과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립 상황은 그 동안 일정하게 잠재되어 왔던 자유주의와 민중진영의 계급 대립이 새롭게 심화되어 나갈 것임을 의미한다. 그것은 수구와의 대립이 주요한 상황에서 상호 간에 다소간 문제들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자유주의로 하여금 자본 이해 관철을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으로 설정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헤게모니 강화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로 하여금 자본 계급으로서의 본질을 드러내고 우경화로 나아가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미 최저임금법 개악, 전교조법외노조 문제 등에 있어 자유주의의 반노동·비민중성이 드러나고 있다. 자유주의/민중진영의 계급대립 심화, 확대는 수구 몰락, 자유주의 헤게모니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정세 특징이다. 냉전 해체, 수구 몰락의 새로운 조건에서 사회 변혁을 향한 자유주의와 진정한 승부를 펼쳐 나가야 할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 양상 변화

그러나 수구 헤게모니 시대와 달리 대립의 형태와 양상에서 격렬성은 이완되고 복잡성이 확대되는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민주주의적 외관과 개인적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성향 탓도 있지만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노동·민중 대중에 대한 헤게모니의 유지 필요성 때문이다. 그들은 나름 수구보다는 세련된 태도와 담론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면서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켜 나가려 할 것이다.

이처럼 자유주의와의 계급 대립이 심화, 확대되면서도 그 양태가 연성화, 복잡화되는 상황은 진보/민중진영으로 하여금 “관점은 더 분명하게!, 내용은 더 풍부하고 체계적으로!”를 요구한다.

 

2) 정세 구조 변화에 대한 실천적 과제

 

(1) 민중투쟁과 변혁 지향성의 재강화

수구 몰락과 냉전체제 해체는 그 동안 억압, 왜곡되어왔던 계급모순, 민중투쟁을 새롭게 부각, 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냉전체제 해체는 자본의 힘 확대이며,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립은 자본 논리의 세련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기존의 거친 장애와 난관은 일정하게 해소되지만 상대하기에 새롭고 더 어려운 조건 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민중진영이 변혁의 토대를 재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중

투쟁을 강화, 확대하는 한편 자본을 넘어서는 대안적 변혁 모델과 경로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내용 구성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특히 북한에서 중국, 베트남식 개혁, 개방 정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직, 간접적인 자본 논리의 강화, 확대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동안 형해화되어 온 진보/민중진영의 변혁 지향성은 위기를 더하기 쉽다. 문화역사적 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과학적이고 풍부한 논의를 활성화하여 변혁 지향성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야 한다. 변혁 지향성을 상실한 진보/민중운동은 다소 급진적인 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으며 형해화된 변혁 지향성만으로는 결코 대중적 힘을 형성할 수 없다.

(2) 헤게모니 창출과 이동의 관점

자유주의 헤게모니는 진보/민중진영과 결합해야 할 노동·민중 대중의 다수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조직적으로 자유주의의 영향력 아래 놓임으로써 형성, 성립되는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의 헤게모니가 부재한 조건에서 사회 변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보/민중 진영의 새로운 진출은 헤게모니 창출과 이동의 관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헤게모니’라는 개념이 유포, 공유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막상 진보/민중진영에서 헤게모니 창출과 이동의 관점에서 실천해 온 것은 거의 부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수구 세력이 몰락하고 진보진영은 미약한 가운데 당분간 자유주의 헤게모니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주의 헤게모니는 보수 세력이 재구성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강화하거나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출에 의해 약화될 수 있는데 수구적 행태를 지속해 온 한국의 보수 세력이 변화된 조건에 맞게 재편, 재구성되는데 당분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진보진영 정치 세력화 전진의 새로운 조건이 부여되는 기회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헤게모니 이동은 자유주의와 민중진영 사이에 걸쳐 있는 부분, 자유주의의 영향력 아래 있는 노동·민중 대중을 어느 쪽이 견인,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자유주의의 영향력이 더 크지만 이후 민중투쟁과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진출 과정에서 헤게모니 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내용과 이론, 담론 투쟁의 강화

수구에 비해 보다 연성화, 세련화된 자유주의의 내용과 논리를 넘어서는 문제는 투쟁의 차원에서나 담론의 차원에서나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역사교과서’ 문제처럼 퇴행적이고 즉각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보다는 ‘고교학점제’처럼 애매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사안들이 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주체의 내용적 역량을 필요로 한다.

학습과 이론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하지 못한다면 변혁의 토대를 확대하기는커녕 자유주의의 공세에 휘둘리기 쉽다. 학습과 이론, 선전 활동에서 새로운 차원으로의 상승이 요청된다.

 

(4) 진보/민중 진영의 정치적 진출 강화, 확대

그 동안 일부의 경우 진보/민중진영을 지지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자유주의를 택했던 경향을 낳아왔던 상황이 제거됨으로써 진보/민중진영은 정치적 진출을 강화,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수구의 몰락은 이후 비례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로의 개편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진보/민중진영에 진정한 정치적 실력을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613 지방선거의 경우 이미 수구의 몰락을 일정하게 예고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감지하고 있었지만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성과는 미미하였다. 그만큼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진출 강화, 확대는 헤게모니 창출과 이동의 핵심적 과제이다. 정치적 역량 강화로 새로운 차원의 진출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3) 문화 변동에 대한 실천적 대응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 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대 등 정세 구조 변화 외에도 투쟁,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회적, 문화적 변화들이 있어왔다. 이 주제는 사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모색의 영역이었지만 문제제기가 간헐적이었고, 의미 있는 실천적 변화로 제대로 전화되어 오지 못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고민과 실천 창출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상황이라 생각된다.

이 주제를 다룸에 있어 조심해야 할 지점이 있다. 문화 변동 문제를 고민할 때 그것은 내용과 사업방식의 변화와 다양화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한 때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면서 변혁의 중심성을 놓쳐버렸던 오류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혁 지향성과 계급적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우리의 실천양식과 내용을 다양화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주요한 변화들

최근 한국사회는 기층에서 커다란 문화적 변화들이 일고 있다. 미투 운동 등 페미니즘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각종 갑질에 대한 ‘을들의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갑질에 대한 저항은 아직 계급 관계에 대한 직접적 저항으로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불평등 관계에 대한 민감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페미니즘 확산, 을들의 저항은 공통적으로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평등-위계 문화에 대한 저항과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평등-위계에 대한 민감성 강화는 구조적 인식과 실천이 확대될 경우 이전에 비해 더 용이하게 계급 모순에 대한 인식과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SNS, 이미지와 영상 중심 등 소통 및 행동양식의 변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인지자동화 등 사회구조, 생산력 변화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변화들은 전술, 선전, 조직 방식의 변화를 요청하고 또한 정세인식의 변화를 요청한다.

예컨대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간접적이지만 가장 근본적 요인 중의 하나는 학력 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어느새 고학력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들에게 수구 세력의 이데올로기와 행동양식은 역사적 퇴행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계급의식과 변혁 지향성을 형성하는 문제도 이전과는 다른 실천적 지점을 요청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비인간적 경쟁과 노-자 모순, 주기적 공황, 자본의 무정부성 등 ‘자본주의의 본질과 문제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상식이 되었다. 문제는 설득력있는 대안이 부재하며,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 경로가 보이지 않고 진보/민중진영이 믿을 만큼의 힘이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의 대안을 마련하고 이행 경로를 실천적으로 개척하고, 진보/민중진영의 정치적 진출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계급의식과 변혁 지향성을 현실화하는 방도가 된다고 본다.

 

 

권리의식과 SNS 등 개별적 의사소통 확대 등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변화에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화/억압 구조에 대한 저항의 확대라는 두 측면이 존재한다. 억압 구조에 대한 저항적 측면을 변혁적 지향으로 연결해 나가는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빠띠’ 등 새로운 공간과 네트워크 방식 등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응하는 선전, 조직화의 새로운 실천양식 개발이 필요하다. 새로운 실천양식 개발 문제는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반면 아직 실천적 고민이 충분히 누적되지 않아 본격적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지금부터의 구체적 실천 과제로 삼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변화되는 조건에 대한 진보진영의 실천적 고민 중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후속 세대의 조직화 문제에 한해 그 동안 쌓여 온 생각을 제출하고자 한다.

 

● 후속 세대 조직화와 관련

전교조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반에 노쇠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진보진영은 청년세대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고 잘 안 된다. 왜일까?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젊은 세대에 맞는 내용이 부재하고 젊은 감성에 맞는 사업이 빈약하다는 평가들이 있다.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문제의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진척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타깃 오류’(엄밀하게는 오류라기보다 문제의식의 정당성에 비추어 볼 때 한계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도 같다)의 문제다. 적어도 전교조에 관한 한 그러하다고 보인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8~90년대 청년세대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며 교사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20대중후반~30대초반의 신규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조직화되기 매우 어렵다. 대부분 매우 개인주의적이며 어려운 임용고시를 뚫고 진입했기 때문에 일정한 우월 의식도 있다. 예전 같으면 대학에서 어느 정도 형성되었어야 할 가치론적, 이념적 토대도 거의 없다. 반대로 자유주의적 ‘공정 경쟁론’을 내면화한다. 거리를 둔 대상으로서 전교조에 대한 호의를 가진 경우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저는 어떤 조직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걸 싫어해요’이다. 전반적으로 대중운동의 주체로 결합하기 매우 어려운 주체적 상태를 지닌다.

반면 신규교사들이 맞닥뜨리는 교육 현실은 예전처럼 억압적, 비인간적이지 않다.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구조적 교육모순을 자각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억압적, 비인간적 교육현실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정말 세대 간 감성 차이가 부각되며 공적인 일 외에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이 매우 어렵다. 그들에게는 선배교사들이 일 떠맡기고 감성 차이나는 꼰대에 불과하다.

주체의 상태가 변화되고 교육 모순을 인식하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전교조 탄압이나 학교의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때때로 조합원에 가입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경험적으로 그들은 대부분 신규교사들이 아니라 교육 경력이 제법되는 30대중후반~40대초반의 교사들이다. 이 연령대의 교사들도 모두 임용고시 세대이다. 그들도 신규교사 시절 전교조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거나 미루었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신규교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들의 가입 사례에서 확인되는 다행스런 사실은 여전히 전교조가 교육현장에서 도덕적, 실천적 우위를 지니고 있으며, 많은 조합원들이 일상 공간에서 다른 교사들을 조직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조직 확대의 기본 조건을 우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후속세대 조직화와 관련 30~40대에 새로이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사례에서 보듯 시간과 경험 속에서 30~40대에 실천적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일정한 층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청년세대에 비해 전교조 주력 활동가와의 감성 차이도 적다. 물론 20·30 사업도 지속되어야 한다. 새로운 감성을 개발하고 청년세대를 조직화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윗세대를 조직화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 역시 목적의식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30~40대에 대한 조직화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은 실천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30~40대 교사들이 조합원에 가입하는 경우들을 보면 대부분 분회 조합원들과의 일상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거나 전교조탄압 등의 정치적 계기를 통해서다. 분회활동을 강화하고 전교조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곧 조직화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설정될 수 있지만, 이는 어차피 그 동안에도 누누이 강조해 온 것 아닌가? 그러나 30~40대를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조직화 대상으로 설정할 때, 조직사업에서 일정한 방향 설정은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교육 모순에 대한 인식 확대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서든,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든)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에 의해 이를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전, 교육사업의 강화 그리고 새로운 매체가 필요하다. 예컨대 원격연수 이외에 좀 더 접근성이 높은 교육, 선전 영상물을 생산,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둘째, 이들은 청년세대 보다는 윗세대지만 현재 전교조의 주력 활동가 층보다는 젊은 세대이다. 그런데 전교조의 사업은 그 보다 이전 세대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이들과도 감성 차이가 있다. 예컨대 (연설이 주를 이루고 연설도 긴) 관행적인 집회방식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문제제기들이 있어 왔지만 새로운 감성적 전술 개발에 미진하거나 못해왔다. 낡은 전술 관행에서 벗어나는 노력과 창조적 실천이 필요하다.

셋째, 30~40대 조직화와 관련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새로운 조합원으로의 가입보다 이미 가입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 부분의 주체적 활동가로의 성장 문제이다. 체계적 학습을 통하지 않는 한 주체적 활동가로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으며 30~40대에 초점을 두고 주체적 활동가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체계적인 학습, 교육 사업이 목적의식적으로 강화, 확대되어야 한다. 후속 세대의 주체적 활동가로의 성장이야말로 전교조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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