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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도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 기간제 교사의 쉬운 해고인 계약 해지 운영지침에 대하여

 

서울 기간제교사 조합원

 

영화 ‘헝거 게임’ 속 ‘헝거 게임’은 24대 1의 살인 게임이다. 이 과정은 전 국민에게 생방송되고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은 한 명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국민 영웅이 된다. 하지만 나머지 23명은 잔인하게 죽임당할 뿐이다. 누구도 이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잘못은 신체가 약하거나 훈련이 부족하여 경쟁에 패배한 23명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헝거 게임의 ‘룰’이 그렇게 정해져 있었고 그들은 그 ‘룰’을 알면서도 게임에 참가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가 조금도 없음은 고려되지 않는다.) 누구도 생존자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세 명이면 안 되냐고, 룰을 바꾸면 안 되냐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약한 자들, 훈련이 부족한 자들의 잘못이고 승자는 위대하기 때문이다.

중등 교원 임용 시험을 보는 교실에서는 약 서른 명 정도가 응시한다. 과목에 따라 경쟁률이 다르지만 치열한 과목은 30대 1, 심지어 50대 1을 넘어간다. 그 교실에서 가장 잘 봐야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교실에서 시험 보는 숫자만큼의 사람을 모두 이겨야 한다. 경쟁률이 30대 1이라면 30명 중에서 1등을 해야 한다. 2등도 아닌 1등을 해야 하는 것이다. 1등을 하면 정교사가 된다. 2등을 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누군가는, 아니 대다수는 재수, 삼수를 해도 합격하지 못한다. MB 정부 이후 교원 TO는 빠르게 감소하였고 교원 자격증 소지자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쟁률은 급등했다. 애초에 정부와 교육부는 교원 임용 수요와 교사 자격증 공급 조절에 실패했고 무시무시한 경쟁률은 그로 인한 대참사였다. 임용 시험 불합격자들이 급증했고 그들 중 생활 전선에 몰린 다수가 기간제 교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서 ‘기간제’로 불리며 아무 일이나 다 시켜도 되는 존재, 정교사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도맡아 하지만 정교사와는 엄연히 다른, 차별받아도 되는, 일종의 ‘계급’을 형성하게 되었다. 현대판 ‘노예’ 혹은 ‘서자’가 있다면 그들은 비정규직일 것이다.

 

경쟁에서 패배했으면 죽여도 되는가? 대중들은 영화 ‘헝거 게임’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현실에서는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경쟁에서 패배했으면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용하다가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용하다가도 약속된 이용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법조차도 그렇다. 그들은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은 같은 인간이 아니다. 노예나 서자 같은 존재다.

이 모든 것은 과장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대전 모 초등학교와 8월 31일까지 계약되어 있었던 기간제 교사 A씨는 여름 방학 전인 7월 중 갑자기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다. 1년 계약에 못 미치므로 퇴직금을 받을 수도, 호봉 승급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방학을 앞두고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정규 교사의 조기복직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정규 교사의 휴직 사유가 소멸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잘 아는 어떤 정규 교사들은 방학을 앞두고 방중 월급을 받기 위해 빨리 복직 신청을 한다. 자동으로 기간제 교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쫓겨나게 된다. 정규 교사의 방중 월급을 위해 기간제 교사의 생계는 위협받는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의 계약 기간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 교사들이 이러한 ‘도의상’ 비인간적인 처사를 행하지 않도록 그들의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감정과 도덕에 기대는 것 말고는 어떤 방법이 없다. 인간적인 전임 ‘정교사’를 만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기간제 교사들은 매 순간 고통 받으며 살고 있다. 매 순간이 평가의 대상이고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눈치 봐야 할 대상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의 생활을 끝없이 하고 있다. 학교에서 영원한 타자이자 이방인일 수밖에 없고 매달 손에 쥐어지는 월급 말고는 어떤 보상도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대 1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야 한다. 매년 겨울 새 학교를 찾아 헤매야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학교에 선택받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두렵다. 이미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만들어낸 무간 지옥 속을 살고 있는데 청천벽력같이 정교사의 휴직 사유 소멸로 인한 해고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내몰리는 그 기간제 선생님의 심정은 어떨까? 애초에 약속된 계약 기간을 지켜주는 것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기간제 교사들을 도대체 이 사회는 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일회용품이나 부속품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우리가 기간제 교사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말하면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으니 조용히 하라고 한다. 억울하면 시험 봐서 합격하라고 한다. 그럼 시험 떨어진 사람은 이 사회의 구성원도 국민도 아닌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회용품이나 기계의 부품 같은 존재인가?

기간제 교사로 살아온 동안 이런 불합리한 문제들에 대해 호소할 데가 없었다. 기간제 교사는 노동조합 가입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전교조에서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교조 조합원으로 든든했다. 이제는 기간제 교사 특별위원회가 나서서 기간제 교사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했으면 한다. 우선 기간제 교사에겐 쉬운 해고가 될 수 있는 계약해지부터 없애야 한다. 정규직 교사가 조기복직을 하면 휴직사유가 소멸되었는지 교육청에서 제대로 감독했으면 한다. 또한 어쩔 수없는 조기복직이라면 정규직 교사에게만 조기복직의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간제교사의 막막한 생계를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 이미 기간제 교사라는 직업은 하나의 직업군으로 형성되어 있다. 비록 누군가의 휴직 대체인력으로 살아가지만, 휴직 대체인력이라도 고용안정은 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그 어느 직업도 비정규직일 필요는 없다. 교육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간제 교사의 고용안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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