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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교실에서 쓰는 편지 - ‘좋은숲 동무들’ 교실 이야기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57일차 앵두가 빨갛게 익은 날

 

동아일보에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션 교수가 오늘 내가 수업시간에 한 말을 뒷받침해 준다(빨대 꽂기).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 “교육부의 방침은 문제없다고 본다.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더 빨리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1학년 때 배우나 3학년 때 배우나 상관없다. 사실 5학년쯤 되면 실력 차이가 거의 안 난다. 영어 유치원은 필요 없다. 모국어가 가장 중요(extremely important)하기 때문이다. 모국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외국어도 잘 습득한다. 한국어를 익히는 게 먼저다. 이후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면 된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통상 발음 때문에 (원어민 강사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발음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친구나 영화배우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음을 배운다. 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좋은 발음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는지, 언어 습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다.” 명쾌하다.

 

국어든 영어든 언어는 도구이다. 수학도 그렇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수학을 포함해서 국영수를 도구 교과라고 한다. 오늘 국어 책에 나온 글은 '돈이 왜 만들어졌는지? 돈을 만드는 재료는 무엇인지'이다. 사회 교과의 경제 단원을 공부한 셈이다. 초등학생에게 이걸 설명하면 깜짝 놀란다. 사실 아이들은 왜 국어시간인데 과학을 배우지? 사회를 배우지 하고 궁금해 하는데 생각보다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잘 없다.

국어 책에서 요구하는 목표는 글의 내용을 잘 간추려 잘 전달하는 것이 다지만,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잘 전달할 수가 없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어제 교실을 찾은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걸 잘 가르칠 수가 없다. 텍스트를 깊이 이해하고 나서, 이걸 꼭 가르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면 잘 가르치는 방법은 저절로 찾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제 후배에게 예를 든 한 가지는 이런 식이다. “‘반달돌칼은 곡식을 자를 때 사용하고, 농사가 시작된 신석기시대 간석기 유물이다.”는 단편적 지식이다. 만약 반달돌칼을 깊이 이해하여 반달돌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얼마나 많은지를 찾다 보면, 암석을 알아야 하고, 돌을 깨고 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구멍을 뚫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끈을 만드는 기술과 바늘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 기술이 반달돌칼로 나타나는데 걸린 백만 년이나 오랜 시간동안 인간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박물관 반달돌칼 앞에서 백만 년을 사고해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칡줄기를 꺼내어 보여주고, 가죽끈을 보여주고, 목화솜을 주고 실을 뽑아보게 체험을 시킨다. 아이들은 저절로 반달돌칼을 통해 도구의 변화와 인간 생활의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가르치면 진도는 언제 나가나 걱정을 하게 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음 단원이 옷의 변화, 음식의 변화, 집의 변화이다. 아이들은 이미 탐구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탐구만 하면 된다. 아이들 마음은 이미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수업은 쑥 지나간다. 하나를 제대로 배우면 열을 배운다는 말이 이런 것일 게다.

 

송두율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독일 교육에서는 주관적 사고를 키우고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훈련을 철저하게 시킨다. 객관식 시험문항이 주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에나 있는 독일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내신은 물론 대학입시에서 암기식, 주입식, 객관식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수학 문제조차 서술형으로 출제해 답안 과정을 글로 쓰게 한다. 교사는 답안을 이끌어낸 과정을 살펴보고 점수를 부여한다. 독일 교육 자체가 '사고하는 과정',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주관적 사고를 키우고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훈련을 철저하게 시킨다."고 했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432956#cb)

 

과학시간에 용수철저울, 양팔저울을 공부했다. 나는 송두율 교수가 소개한 독일교육처럼 아이들이 용수철저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했다. 과학기술자들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저울을 만들었을 지를 두고 아이들과 꼼꼼하게 따져 보았다. 문제-물건-교환-가치-돈-무게?-감각 안 돼-용수철-늘어나는 용수철과 줄어드는 용수철-일정하게 늘어남-규칙성이 없다면?-기준-제작-용수철저울, 가정용저울, 몸무게저울 확인-무게 재어보기-누가 재어도 똑같네-권정생 선생님의 저울을 속인 이야기 들려주기로 마무리를 했다.

 

오늘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첫날이어서 노래를 부르려다가 우리 동네 낙동강을 다룬 SBS물은 생명이다 ‘생태 죽이는 생태탐방로’를 보여 주면서 수업을 했다. 생태-만든 사람들은 탐방로라고 하고, 방송에서는 죽인다고 한다. 왜 이렇게 다를까?-하식애-모감주나무-자생지와 조경-모감주나무에게 하식애는 얼마나 중요할까?-하식애의 주인과 손님-손님이 할 수 있는 행동-앵두의 주인은 앵두나무-앵두를 먹고 싶으면 앵두에게 물어봐-화원동산 낙동강 탐방로를 만든 사람은 모감주나무에게 물어봤을까?-오늘 첫 공부는 여기까지-앵두나무에게 물어보고 앵두는 두세 개씩만 따먹기로 하고 첫 만남을 마무리했다.

 

오후에 신세환, 이슬기선생과 모여서 글쓰기 책쓰기 첫모임을 시작했다. 주마다 화요일에 모이기로 했다. 여기저기에서 휴게소 사건에 대해 물어 온다. (2018. 5. 24. 목)

 

58일차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아침에 수생식물을 심었다. 노랑어리연, 수련, 물칸나를 심었다. 아이들은 농사일을 아주 좋아 한다. 잘 못하더라도 이렇게 자주 해 보기만 해도 된다. 호스로 물을 채우면서 흙탕물에 손을 넣고 그러다 흙탕물이 옷에 튀어도 아이들은 웃는다. 부모들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만 이런 기회가 있다고 선생 잘 만났다고 한다. 식물을 가꾸고 일을 하는 것은 그만큼 좋은 교육 방법이다.

아침에 책상 위에 하트모양의 편지지가 놓여 있다.

“안녕하세요? 저 윤아에요. 저는 선생님과 같은 반이 되어서 참 기뻐요. 그런데 요즘 고민이 생겨서 선생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책 읽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멍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자꾸만 딴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선생님 말씀을 놓칠 때가 많아요. 선생님이랑 함께 심고, 가꾸고, 관찰하는 게 재미있지만 점점 복잡하고 헷갈려요. 그럴 때는 선생님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제가 물어보면 선생님이 왜 또 말하게 하느냐고 화내실까봐 겁이나요. 저번에 수업시간 때 선생님께서 수학꼴찌라고 놀리셔서 조금 상처가 됐어요. 저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려고 열심히 노력할게요. 조금만 여유를 주세요. 그리고 제가 선생님 말씀을 안 들으려고 하면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좀 불러주세요. 저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았어요.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까먹지 않도록 열심히 적거나 짝에게 물어볼게요. 책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덮을게요. 요즘에 선생님이 많이 바쁘고 피곤해보이세요. 저번에는 할 일이 많아 보이시는 것 같았고요.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할 일이 많으면 여유가 없어진데요. 제가 생각한 것 말고도 선생님께서 해주고 싶은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신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이런 정중하고 똑 부러지게 쓴 편지를 4학년에게 받는 일은 처음이다. 이 편지로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다 풀렸다. 어제 밤중에 내일 상담을 신청한 윤아 엄마 문자를 받고 무슨 일인지 짐작을 했지만 이런 편지를 받고는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윤아 엄마가 다른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오후에 오시라고 했다. 이런 저런 교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 며칠 수학 (세 자리수)×(두 자리수) 곱셈을 하면서 핀잔을 많이 듣기도 하고, 책에 빠져서 강낭콩을 제대로 돌보지 않기도 하고, 점심 순서도 놓치고 했다. 별 꾸중을 듣지 않다가 한꺼번에 듣다보니 많이 위축되었던 모양이다. 엄마는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가 더 걱정이 되어 오셨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이 이렇게 정확하다. 내가 윤아 기를 죽이는 동안 나는 천주교 교회사 연구, 교육감 선거, 휴게소 아동 보호조치 미흡관련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 여유가 없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더 친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윤아 말대로 건강하고 행복한 선생이 되도록 여유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가 갑자기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나도 급하게 통일 단원을 펴고 통일 수업을 했다. 아이들과 나는 북미회담을 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전망도 했다. 채연이가 고모 결혼식으로 텐진을 갔고, 저녁엔 가연이가 필리핀으로 가족여행을 가서 수요일에 온다. 아이들과 나도 부러워했다. (2018. 5. 25. 금)

 

63일차 모내기...... 다 좋은데 냄새가 너무 심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가르칠 것이 많은데 뭘 가르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만 훅 지나간다.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급식실 푸드 트럭 옆을 지나다가 급식실 옆 폐지에 근대골목투어 책자가 있기에 누가 이걸 버렸나 하고 챙기면서 이야기하고 돌아서는데 ‘쿵’하고 문 앞에 별이 번쩍 거렸다. 정신을 차리고 머리에 손을 대어보니 피는 나지 않았다. 빨리 아이들과 모내기도 해야 하는데 머리가 멍하고 욱신거린다. 다행이 살짝 넓게 혹이 난 정도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온통 신경이 머리로 간다. 급식실 분들도 자주 부딪힌다고 한다. 뭔가 조치를 해야겠다.

독서감상문대회 정보이용 동의서를 모으는데 지저분하게 한 아이들이 여럿 있는데 머리가 아프니 자꾸 짜증이 났다, 여기에다 월요일 건강검진을 하러 가야 하는데 문진표를 작성해 두지 않아서 아이들과 문진표 설명을 하면서 작성을 했다. 모내기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꼬였다. 3반에 가서 1교시 우쿨렐레를 2교시로 바꾸고 아이들을 데리고 모내기를 하러 나갔다. 시간이 없어서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하고 오직 시키는 대로 따라 하라고 하고,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는 일이 많다. 고무통 논을 두 사람에게 하나씩 분양을 했다. 먼저 고무통 논흙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는데 미리 거름을 주었더니 냄새가 퀴퀴하다. 여기에다 색깔도 아이들이 싫어할만하다. 그래도 강제로 모종삽과 작은 삽으로 흙을 뒤집고, 두 손으로 흙을 고르도록 했다. 한 손으로만 하는 아이들 꾸중을 했다. 이제 다음으로 모를 나누어 주고 7포기씩 쪄서 연필을 쥐듯이 뿌리를 모아 쥐고 논에 넘어지지 않도록 잘 심도록 했다. 난생 처음 하는 아이들이 이걸 잘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작년 모내기 보다는 수월하게 해 냈다.

손을 씻고, 삽을 씻고 발도 씻고 나니 2교시 우쿨렐레 시간을 10분이나 잡아먹었다. 급하게 음악실로 보내고 나니 내 손에도 냄새가 난다. 수업을 마치고 오더니 아이들이 우쿨렐레에 냄새가 다 베였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손을 열 번이나 씻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도희는 치약으로 씻으니 없어졌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3교시 시작을 하면서 벼농사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진도를 나가려다가 모내기 경험이 잇는지 물었더니 난생 처음이라고 해서 그러면 기록을 해두기로 했다. 설명문, 서사문, 시 중에서 시로 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한참 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

 

<농부의 마음 – 정윤아> 농부도 이런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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