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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담론과 문화> 사진에세이 케냐 힐끗
2018.10.27 16:01
정은교의 사진에세이
케냐 힐끗
정은교(퇴직교사)
1. 케냐의 어린이들
마눌님이 케냐에 다녀 왔다. (사진 속 플래카드에도 적혀 있는) ‘온해피’라는 아프리카 자선단체에서 (마눌님이 속한) 사진 동아리에 ‘싼 값에 아프리카 여행 시켜주겠다’고 말을 넣어 우리 마눌님도 옳닷구나, 따라 나섰는데 그 싼 값이라는 게 별로 대단한 혜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아프리카 방문단’을 꾸려서 UN에서 여행비 일체를 타 내는데, 그 대부분의 돈을 사실상 자선단체 ‘온해피’에 기부하는 셈이다. 거기 참가한 한국인들이 다 살만한 노인들이었으니 ‘온해피’에 눈을 흘길 수도 없었다. ‘아프리카에 한번 가 보고 싶었다’고 하니,
목돈을 턱 써버린 마눌님을 타박할 수도 없고, 따지고 보면 자기가 벌어놓은 돈으로 갔던 것이니 나무랄 권리도 없었다. “아무튼 아프리카가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것냐?” “응, 생생해!”
사진 속 어린이들은 ‘온해피’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개설한 학교의 아이들이다. 이렇게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큰둥해 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2. 길거리의 남자들
수도 나이로비에서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가의 한 장면이다. 긴 삽자루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 일터로 떠날 모양이다. 그런데 이처럼 일이 있어 모인 경우 말고도 케냐 남자들은 해가 뜨면 언제나 길가에 나와 앉는다고 한다. 열댓 명이든 서너 명이든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왜? 그래야 일이 얻어 걸리니까. 하다못해 관광객한테 사진 찍혀 주고 1달러라도 버니까. 마눌님 동행의 말로는 1달러 안 받을 테니 자기를 한국에 데려가 줄 수 없겠냐고 묻는 남자도 있었다고. 케냐의 앞날이 아직 어둡다.
3. 슬럼가에서
나이로비 슬럼가를 찍은 사진이다. 이것 한 장만 겨우 찍었단다. 여행 가이드가 ‘사진 촬영’을 단단히 막았기 때문에!
20여 년 전에 나이로비에는 마녀 사냥이 유행했다. 예닐곱 살 된 아이들이 ‘마법에 걸렸다’는 이유로 동네에서 쫓겨났다. 아이 스스로도 이를 믿었다. “저는요, 형을 잡아먹고 어쩌구저쩌구...” 그런데 ‘마귀가 들렸다’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이고, 실은 자식을 건사할 능력이 없어진 부모들이 제 자식을 조리돌림하여 쫓아낸 것이라고 한다.
마눌님은 케냐에서 잘 먹어 뚱뚱해진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염소 떼조차 넉넉히 풀을 먹지 못해 빼빼 말랐단다. 땅바닥에 그냥 널부러져 잠든 사람들 모습이 참 낯설댔다. 일행이 묵은 호텔은 높다랗게 담장을 둘러 외부 사람이 들여다 보지 못하게 해놓았다. 한국인은 현지인들이 넘보지 못할 귀족이다.
마눌님이 내게 묻는다. “아프리카에 희망이 있을까?” “아니, 없어!”
뭔가 살아보려고 다들 애쓰겠지만 식민지 침략과 세계자본주의의 수탈이 너무 가혹했다. 얼마 뒤에는 삶의 터전을 찾아 시베리아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받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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