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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8호 (2018.04.10. 발간)


<권두언>

실망과 상처, 희망과 의지 그 속에서 우리는 전진한다. ^ ^

 

 

# 교육 개혁? 실망 가득!

 

촛불이 활활 타올랐을 때, 탄핵이 가결되고 수첩공주가 감옥갈 때, 대선 때 저마다 교육개혁을 이야기하고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가 특권학교 폐지, 입시 자격고사화와 대학평준화, 성과급/교원평가 폐지, 전교조 지위 회복 등을 내세웠을 때, 아니나 다를까 그 유력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정말로 본격적인 사회개혁과 교육개혁의 서막이 열릴 줄 알았다.

물론, 진보진영의 힘이 아직 약한 가운데 주도권을 쥔 자유주의 세력이 동요하고 후퇴하리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미적거리고 후퇴할 줄은 몰랐다. 방향은 고사하고 고교학점제 따위의 아이디어나 수능개편안 논란을 보면 현실 파악 능력까지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의 힘과 실력으로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강제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다짐을 다시 세운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상황에서 예전과 달리 우리의 힘과 실력을 제대로 만들어 나가면 진짜 교육개혁을 강제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아픈 상처

어느 정도 예견했기에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실망이 그리 아프지는 않다. 그러나 내부의 상처는 아프다. 때때로 학교 안의 조합원들 사이에 상호 간의 갈등이 격화되어 힘들어 하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가더라도 조금은 다를 수 있다. 다른 게 정상이다. 그런데 차이가 적대로 되어 돌아올 때 그 상처는 참 아프다. 적대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순간 의사소통은 막히고 갈등은 깊어지며 대립으로 전화한다. 그리고 아픔은 일방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상처받은 사람도 반격을 하게 되고 결국 아픔은 상호 간의 것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모자른데 내부의 작은 차이에 대해 적대의 에너지는 쏟는 것은 정말 힘을 빼는 일이다.

차이 속에서 다수는 소수를 존중하고 소수는 다수를 승인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로 상처주면서 갈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면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역동적이고 통합적인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이’들 속에서 힘을 모으고 함께 나아가려는 ‘관계적 실천’이 운동의 보편적 규범과 문화로 잡혀 나가길 바래본다.

 

# 새로운 역동들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동북아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고 남북에서 예술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핵협상 타결과 평화 국면 도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으로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며 그 동안의 경험법칙에 입각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도 같다는 희망도 다른 한편 조심스레 솟는다. 미국 외에 모두가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평화의 도래는 민중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며 변혁운동의 큰 장애를 허무는 일이다. 정작 주인공인 남북 민중이 당장에 소외되어 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지금부터라도 민중의 힘으로 평화를 강제해 나갈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민중의 운명이 외부에 맡겨지지 않을 수 있으리라.

반면 개헌 국면의 도래는 예상할 수 있었던 역동이라 할 수 있다. 워낙 실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대통령 발의안에 일부 진전된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과 직결된 권리들이 최대한 새 헌법에 담길 수 있도록 광범한 대중적 의지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는 생각이다.

 

# 흐름의 교차 속에 우리는 또 전진

실망과 아픔, 희망과 역동이라는 상반된 요소와 흐름이 교차하는 것이 어쩌면 새로울 것은 없다. 다양한 흐름의 교차는 아마도 항상적 조건일 지도 모른다. 교차하는 흐름 중 어떤 부분을 실천적으로 꿰어차야 하는가가 중요하며 전체 흐름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정세는 항상 ‘엄중’한 게 맞는 것 같다. 인간 발달에서도 모든 시기가 다 의의가 있고 중요하지 않은가. 문제는 모두 엄중하고 중요하지만 그 시기마다의 성격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기초한 실천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인간 발달의 과정에서건, 운동의 전진에서건.

촛불의 세례로 인해 그래도 실망과 아픔보다는 희망과 역동을 우리의 더 큰 실천적 계기와 요소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진보교육운동과 전교조운동 그리고 변혁운동의 또 새로운 전진을 위하여!

 

 

* 이번 회보는 특집으로 2가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특집1은 동북아정세, 개헌국면 그리고 교육정세 및 대응방향을 내용으로 하는 ‘현단계 교육정세와 전교조운동의 대응방향’과 지방선거에서 우리의 관심 영역인 ‘진보교육감 선거 현황 및 과제’를 특집2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문제는 현재 전교조운동의 새롭고 주요한 주제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논쟁 과정에서 소수 의견은 가시적으로 표현되어 온 반면 다수 의견이 제대로 표현된 적이 없어 이를 나름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기획]은 연구소 연구원들의 학기 초 과중한 학교 업무로 이번 호에는 쉬게 되었습니다. 대신 뒷 부분에 기고 논단인 ‘프레이리 교육사상의 형성 배경’과 ‘2018 무엇을 할 것인가’을 실었습니다. 이번 호에도 [담론과 문화]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경험론 에세이’, ‘남영동 대공분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흥미로운 주제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꽃 이야기’를 연재해 주셨던 박진보 선생님이 올해는 ‘진보의 한의학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정은교 선생님의 사진에세이가 이번 호에서는 ‘문래동 연가’라는 제목으로 계속됩니다. [현장에서]에서는 교단일기 성격의 ‘좋은 숲 동무들 교실이야기’, ‘통제를 넘어 자율로’, ‘나담임 부활!’과 기간제교사들의 힘겨운 기간제계약분투기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학기 초 바쁘신 가운데 많은 필자들의 노력과 소중한 원고로 저희 회보가 구성되었습니다. 교육과 사회의 변혁을 지향하는 분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나날이 풍성해지는 ‘진보교육’이 될 수 있도록 새해 첫 호에서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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