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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6호 (2017.10.16. 발간)



[현장에서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1

- 100+1, 2학기를 시작한다. , 개학이다!

 

, 목 이틀 동안 교실에 앉아서 개학을 준비했다. 어제는 교장 선배께서 이렇게 나와 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나는 그래야 개학이 편해서 늘 이런다고 대답했다. 수요일엔 하루 종일 컴퓨터 비번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세 번 만에 그 단순한 비밀번호가 기억이 났다. 너무 단순해서 그랬나 보다.

교과서를 펴고 핵심 단어를 찾아서 적었다. 사회의 경우는 선택, 생산, 노동, 소비’, ‘가족, 성역할, 인구변화, 소수자인권’, ‘지역 상징, 지역문제, 참여, 봉사, 미래로 정리했다. 1단원 경제 집필자는 배성호선생이어서 문자로 자료나 정보 등을 부탁했더니 몇 가지 알려주셨다. 자본주의경제, 사회주의경제를 넘어 삶을 가꾸는 경제와 지구를 구하는 경제를 가르치도록 애쓰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르치지? 일단 배선생이 추천한 책을 도서관에 주문해 두었다. 이런 식으로 교육과정을 살펴보고 정리해두었다.

달성군에는 교감, 교장 승진(나는 학교에서 이 말이 없어지길 바란다. 그냥 보직이 되어야 한다. 대학교처럼)을 위해 찾아 온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한 분이 뒤늦게 교감으로 발령이 났다. 어제는 지나가고 퇴근하던 후배들을 불러 세우고는 바뀐 정세와 미래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혹시 내가 교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로 시작을 했다. 하물며 아직 승진제도에서 교감이 되려면 6~10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후배들에게 닥칠 세상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감이나 교장의 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전문성과 리더십을 기르고 있는지도 물었다. 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긴가민가했다. 내 말을 새겨들을지 몰라도 나로서는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교실은 다시 아이들로 가득 찼다. 생기가 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이들이 방학숙제를 걱정했다. 가장 중요한 숙제인 살아남기를 다 했으니 다른 숙제는 각자 좋은 공부로 남겨 두자고 했다.

할머니의 돌봄 때문에 지한이가 대곡초로 전학을 갔다. 오후에 지한이어머니가 아쉬움을 전화로 전했다. 학기 초 작은 오해가 있었지만 관계가 지속되면 합이 맞아지고 협력으로 즐겁게 한 학기를 보냈다. 우리 반 리더였는데 짝을 정하고, 모둠을 정하는데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느낌이 들었다. 짝 모둠을 다 정하고 나니 대남초에서 가빈이가 전학을 와서 채워졌다. 작고 여리고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밝은 친구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갈 때 전학 오니 뭐가 좋으냐 하고 물으니 할머니가 옆에 살아서 좋단다. 친구들은 착해서 좋단다. 선생님은 어때 하고 물으니 친절하고 착하다.’는 최고의 칭찬을 해 주었다.

32년째 같은 형식의 개학식을 했다. 이런 군대식의 개학식을 바꿀 힘이 없다. 아이디어가 많지만 그만 둔다. 개학식을 마치고 아이들과 학교를 한 바퀴를 돌았다. 고추도 하나씩 따고, 터져 나온 목화솜을 만져보면서 아이들이 이런저런 경험을 나누었다. 많은 아이들이 면티를 입고 있었다. 서어나무 앞에서 힘을 준 내 팔을 만져보게 한 뒤에 서어나무 줄기를 만져보라고 했다. 지나가다가 서어나무 앞에서 무슨 나무냐고 물으니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앉아 일어서를 여러 번 했더니 드디어 , 서어나무라고 대답한다. 잣나무 나이를 세어보았다. 뿌리부터 어떤 가지로 세어나가도 모두 14살이라는데 아이들이 놀랐다. 단풍이 드는 가지의 씨앗은 모두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모양을 표현해 보았다. 당근 밭에서는 이제 2학기가 되었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겠지?’하고 물으니 눈치빠른 친구들이 당근이죠.’하고 대답한다. ‘책도 많이 읽어야지?’, ‘당근이죠식으로 묻고 대답했다. 봉숭아 물들이기를 할까 하니 싫단다. 대추는 빨리 떠 막자고 해서 전교생들이 관찰하고 난 뒤에 따 먹자고 했다. 혹시 모르니 퇴근하면서 몰래 나 혼자 따 먹어봐야겠다. 개학하고 오니 옥수수도 없다. 참외도 못 먹었다. 수박도......

이렇게 과학수업을 끝내고, 국어시간에는 지난 여름에 무슨 일이 일어났지?’를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글을 다 쓰고는 다니면서 바꿔 읽고, 뒷면에 말풍선에 댓글을 써 주면서 마무리 했다. 따로 발표를 하지 않았다. 민규는 방학동안 집과 학교만 오갔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며 나라도 데리고 다닐 걸 싶었다. 뭐했는지 물으니 스펀지밥을 봤다고 해서 글자쓰기 실력도 점검할 겸 글쓰기 시간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 써 보았다. 놀랍게도 조금만 가르쳐 주어도 쓴다. 아 진작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싶었다. 글자를 쓰고는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읽혀주고 댓글을 받아오고 써주었다.

아이들이 음악을 하자고 해서 방울꽃 노래로 내 몸이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법을 연습했다. 리코더로 멜로디언과 실로폰 부분을 연습했다. 아이들이 멜로디언과 실로폰이 없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뭔 원인인지를 모르겠다. 학교에 혹시 여분 악기가 있나 싶어서 찾으니 개별구입 품목이어서 없단다. 학습준비물로 몇 개씩이라도 사두려고 하니 제외 품목이란다. 그래서 복지부장에게 건의해 두었다.

모처럼만에 다시 교단일기를 쓰니 재미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력 뉴스가 등장한다. 교사가 제자를, 목사가 여아를, 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딸을...... 지난 여름 나는 많은 시간을 모 초등학교 교장의 여교사 성추행 건으로 보냈다. 뭔가 기분 좋고 착한 뉴스를 듣고 싶다. MBC, KBS아나운서들이 공동선과 정의라는 공정방송을 위한 연대투쟁을 보니 눈물이 찔끔 났다. 복직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었다기에 좋아했더니 몇 년 전에 탈퇴를 했었단다. 나는 문자로 그래요 잘 아시니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전교조 창립 해직교사 출신인데.....어쩌다 우리 전교조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프네요.’하고 보냈다. 아프다. (2017.9.1.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2

- 아이들과 합이 잘 맞아야 수업이 잘 된다.

 

2학기 교과서를 과목별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서 대략 살펴보았다. 2학기가 되면 좋은 점은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이다. 서로 크게 자극하지 않아도 말의 의도를 알아챈다. 무엇보다 서로의 행동을 그 사람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학년말이 되면 이렇게 잘 맞는데 우리가 그만 헤어져야하나 하는 아쉬움이 생기면 한 해 학급살이가 좋았다는 것이다. 그 중 몇몇은 올 한 해 일들 가운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면, 좋은 친구들로, 좋은 교사가 생겼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면 나는 의자에 기대어 잠깐 낮잠을 잔다. 아침에 교감이 쪽지로 서서 수업하기(*앉아서 수업할 일이 거의 없다. 되도록 없도록 하자. 학생활동 시간에는 궤간순시 특히 부진학생과 함께 지도하는 시간으로)’에 대한 경계를 했다. 나는 가운데 학생책상을 두고 앉아서 수업을 시작 한다. 그러다가 칠판에 글을 쓰거나, 활동을 돕거나 확인할 때 일어서서 수업을 한다. 둘러 앉아 수업을 하는 우리 반은 그게 더 편하고 눈높이에 맞다. 중요한 것은 보여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아이들이 학습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수학시간에 소수 0.10.01을 가르치면서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잘 설명해서 알겠지 하고 한 명씩 묻거나 확인하면 모르는 아이들이 늘 1/3이 있다. 그래서 수업은 늘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억력이야 다른 문제이지만 그 시간에 배워야 할 것은 대부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달을 가리키는데 아이들은 손가락만 기억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음악시간도 쉬워졌다. 일단 아이들 절반 이상은 금방 악보를 읽고 리코더로 연주를 할 수 있다. 곡의 앞부분이나 어려운 부분만 연습을 한 뒤에 여러 번 연습을 하면 곧잘 곡이 완성된다. 그러고 나면 어렵다는 친구들이 일어나면 친구들이 다니면 열심히 가르쳐 준다. 그렇게 조금씩 음악 기능을 익혀나가고 있다. 오늘 2, 4, 8, 16분 음표의 말뜻을 물었더니 현준이 혼자만 설명할 수 있었다. 절반은 어릴 때(분수를 배우기 전) 배운 것 같지만 설명을 못하겠다고 하고, 나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단다.

과학시간에 나의 탐구를 보면서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점이 있었나요?’하고 물으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뭐가 궁금해야 질문을 하고 탐구를 할 터인데 싶어서 모두 창밖을 보고 앉고 무심하게 창밖 금계산과 하늘과 건물을 보았다. 그리고 질문을 한 가지씩 하라고 했다. ‘하늘이 왜 파래요?, 산은 어떻게 생겼나요?, 구름은 왜 모양이 여러 가지지요?, 산은 왜 초록색이지요?, 체육관 옥상은 왜 둥글게 만들었을까요?, 지진이 가장 크게 일어난 곳은 어디지요?’ 질문이 많다. 질문이 많은데 질문할 틈을 주지 않도록 해야겠다.

국어 첫 단원에 윤구병선생님의 울보 바보 이야기와 서정오선생님의 은혜 갚은 고목옛이야기가 나온다. 두 분 모두 내가 따르는 분들이어서 2학기 국어수업시간이 기분 좋다. 도서관에 가서 옛이야기 책을 빌려오도록 했다. 오늘 국어시간에 황당한 일은 국어 책을 펴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데 아이들 반응이 없다. 뭔 일인가 싶었는데 글쎄 나 혼자 2학년2학기 국어책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민규 가르친다고 가져다 준 책을 들고 시작한 것이다. ‘이것 참 나 원이다. 사회시간에는 농부의 수고가 사과가 되고, 돈이 되고, 밥이 되는 이야기로 경제 단원을 시작 했다. 경제라는 말을 영어로, 프랑스어로, 중국어로, 일본어로 찾아서 따라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말로는 뭘까 하고 물으니 창국이가 살림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제 아이들이 곧잘 말을 잘 한다. 그럼 무엇을 살릴까? 나만? 사람만? 하고 물으면서 나를 살리는 경제, 우리 공동체를 살리는 경제, 지구를 살리는 경제로 정리하고 마쳤다.

수업을 마치는데 수진이가 우와 오늘은 마치는 시간을 딱딱 맞춘다!’고 했다. 안 그래도 2학기에는 마치는 시간을 잘 맞추는 수업을 하려고 애를 쓰기로 했다. 설사 시작 시간이 늦어져도 마치는 시간은 딱 맞추어서 인기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과학 1단원을 공부하려면 동네 금계산, 우포늪, 갯벌을 꼭 가봤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MBC, KBS 언론노동자들이 공동선과 정의로운 공정방송, 공영방송을 위해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우리가 아무리 투쟁을 해도 언론이 입 다물면 세상이 바뀔 수가 없다. 그러니 나는 이 파업을 절대 지지하고 있다. 감이 좋다. 승리가 보인다. 전교조도 ILO사무총장이 방한을 했다. 뭔가 국제수준에 맞는 노동규약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웃기고 있다. 자기들이 퍼질러 놓은 것을 감추려니 막무가내로 막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막바지 떼를 쓰는 꼴이 딱하다. 한반도 평화가 암울한데 환경부는 성주 소성리 사드부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발표했다. 환경부차관, 장관이 다 환경운동가 출신인데 성주대책위에서 수용할지 모르겠다. 전쟁의 소문은 더 늘어만 간다. 평화가 멀다. (2017.9.4.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3

- ‘울 줄 아는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요 며칠 우리 사회는 상식으로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전문가들도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학교라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창원 여교사에 의한 12살 남학생 성폭력부터 부산 여중생들의 엽기적인 후배폭력까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으면 나도 딱히 말문이 막힌다. 오늘 CBS 라디오세상읽기 교육밀당 주제도 이 내용으로 잡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똑 부러지게 답을 말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이 줄었다고만 말한다. 나는 교육이 전혀 바뀌지 않고, 세상은 더 각박해지는데 학교가 기껏 학교폭력예방이라는 이름으로 교육하고 처벌을 강화하니 그저 우리 눈에 줄어들어 보이는 착시효과일 뿐이지 실제 학교나 청소년들 사시에서 폭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채 음습해지거나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교육이 바꾸지 않고, 세상의 불평등과 깨어진 평화가 계속되는 한 말이다. 세상이 변하기는 오래 걸리더라도 학교교육은 교육답게 변해야 하지만 그 또한 겉보기 전시행정으로나 확인할 뿐이다.

어제는 고등학교의 서열화로 인한 교실의 황페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 영재고, 과고, 외고(예고,체고,공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학교(농어촌) - 자율형 공립(기숙)학교 일반고 특성화고 1년에 14천여 명의 학업 중단자(대구는 1000여명)으로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서열화는 결국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로 갈수록 우선선발권에, 재정지원에, 입시에 딱 맞는 교육과정 편성권까지 특권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차별화된 학교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숨 쉴 수 있을까?

공부 잘하는 과고는 15명씩 한반을 만들어 공부하게 하면서, 일반 중고등학교는 20평 교실에 40여명을 채워두고, 서열화하고 자극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을 하면서 살아 남아라고 하는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은 숨 쉴 수 있을까? 삶의 희망이 미래가 보일까? 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될까?

기껏 내가 생각한 답은 교육을 혁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 방법이 없다. 교사들은 이런 교육현실에 지 밥그릇이나 보전 받고, 중산층입네 하고 해외여행이나 하고 다닐 때가 아니라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총파업에 나서야 가능할 것이다. 누가 다른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

 오늘 국어수업을 하면서 윤구병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다른 분이 받았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나보다.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시도해 보았는데 아쉽다. 오늘 동화의 마지막에도 마을마다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을 만나면 불쌍해 불쌍해.’ 하면서 울음보를 터뜨렸어. 그러면 온 마을 사람들이 덩달아 목 놓아 울었어. 그 눈물은 사람들 마음을 녹이고... 온갖 풀과 나무와 짐승과 바닷물고기에게도 생기를 주었어.” 라고 나왔다.

내가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 글쓰기 교육을 하면서 참 삶을 가꾸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그런 과정 속에서 권정생 선생님과 김교신 선생님을 알면서 '울 줄 아는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교직에서 한 평생을 바쳤다.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은 밝게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슬픔을 모르고 눈물을 모르는 웃음은 거짓 웃음이다.

권정생 선생님은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밝게 자라야 하지만 슬픔과 어려움, 가슴 아픈 곳, 그늘 진 곳들도 경험하고 살피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나는 그런 권정생 선생님이 살아온 길을 존중하면서 글쓰기를 통하여 우리 아이들을 교육해 왔다. 지금도 옛날 제자들을 만나면 글쓰기를 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5729&CMPT_CD=SEARCH)

 

이 글은 지난 831일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하신 김익승 선배의 인터뷰 기사에 나온 말이다. 김익승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배운 말이 참교육은 배워서 남 주나?’에서 한 글자만 고치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다고 하시면서 배워서 남 주자.’로 하셨다. 아마도 이 말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교사들의 교육관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초임교사시절부터 이 말을 잊지 않고 있다.

 

교육혁명 이전이라도 교사들은 자기교실에서만이라도, 자기 수업시간 만이라도 교실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그 혁명의 시작은 배워서 남 주는 교육, 울 줄 아는 사람으로 기우는 교육일 것이다. 나만 잘 사는 경쟁 경제교육 말고 나와 이웃이, 지구생명이 모두 잘사는 살림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예쁘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 가끔 밉기도 하지만 내 자식도 미울 때가 얼마나 많은데 늘 예쁘기야 할까마는, 누가 이렇게 착하고 고운 아이들을 욕하고 탓한다는 말인가? 의사가 환자 탓을 하지 않듯이 교사가 아이들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써머힐을 만든 니일의 말처럼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고,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자기들을 편들어 주는 착하고 친절한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는 그런 직업이다.

 

오늘은 YMCA와 국민은행이 지원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에 대한 교육을 했다. 대학생 교사들이 와서 열심히 수업을 하는 모습에 아이들도 신이 났다. 평소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 교육을 하는 나이든 교사와 수업을 하다가, 발표만 해도 사탕을 주고, 카드게임으로 수업하는 교육이 얼마나 신났을까? (2017.9.5.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4

- 도덕 윤리를 넘어 민주시민교육과 철학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2학기부터 도덕수업이 교과전담으로 넘어갔다. 2학기에 배울 도덕은 반성하는 삶, 자연과의 조화, 협동, 문화 다양성이다. 내가 수업을 하지 않으니 이런 주제는 교과교사에게만 맡겨두면 될까? 초등학교교육이든 대학교육이든 수업 주제로만 다루지 않지 이런 주제는 도덕적인 기본 소양이기 때문에 모든 교과, 일상 생활교육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물론 도덕시간에 더 구체적으로, 많은 차시동안 집중해서 배운다. 도덕수업이 중학교로 가면 윤리교과가 된다. 그런데 2014년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교과서를 개발했다. 나도 집필에 조금 참여했다. 대구교육청은 관심이 크게 없어 보인다. 교육부에서도 세계시민교육을 정책으로 정하고 있고 교육청에는 후배가 담당 장학사로 맡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철학교과서도 개발을 했다. 유럽에서는 민주시민 교과서가 자유발행제로 다양하고, 각 교사들이 마음에 드는 교과서를 선택하여 수업을 한다. 그래서 비정상회담을 보면 독일이나 프랑스 출연자들의 말과 태도를 보면 우리가 놀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젠틀하다고 느껴지고 부럽다. 우리나라도 이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질적 전환이 절실하다.

2학기에는 체육교과 선생도 바뀌었다. 젊은 여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더 이상 담임을 하다가는 무너질 것 같아서 체육수업을 하던 남교사로 담임을 교체한 것이다. 다행히 매끄럽게 바뀌어서 혼란은 없다. 점심 때 체육수업을 하고 온 아이들에게 물으니 체조가 다섯 가지라서 복잡해요라고 하는데 밥 먹느라고 더 물어보지 않았다.

국어수업시간에 울보 바보이야기를 다시 읽어 보았다. 다시 읽으니 어떠냐고 하니 더 재미있고 어제는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내 노림수대로 되었다. 앞으로는 동화나 시를 배우면 좋은 동화는 여러 번 읽게 하려고 한다. 엄마에게 이야기 들려주기 숙제를 냈는데 겨우 두 명이 했다. 꼭 하라고 숙제를 냈다. 식구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등도 자주 시킬 계획이다.

오늘은 교장 교감과 정책연구학교 수업공개 방식을 두고 협의를 했다. 급하게 의논을 하다 보니 약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수업을 마치고 다시 잘 의논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교장은 전교조가 교사들의 편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교사들을 좀 다그쳐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교사들이 좀 힘들어도 그게 꼭 해야 할 일이면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의미 없는 일들을 줄이고, 힘이 들어도 교사들이 자기가 하는 일이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해야지 지나치게 소모하게 허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내 뜻을 말했다.

 

오늘은 대구시에서 공익 공간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학교 등의 공간활용 사례에 대한 자문을 하러 라운딩 회의에 가려고 일찍 나왔다. 모처럼 북성로 길에 갔더니 재미있는 공간이 아주 많아졌다.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공공시설이 공익적 기능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청소년문화의집 원장인 손병근 선생과 같이 삼담센터 풀꽃에 들러 위기청소년들에게 인도네시아 지원봉사 비용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자리에 참가했다. 두 청년과 청소년을 보면서 이들이 위기청소년이었다는 게 짐작이 되지 않을 만큼 잘 자라있었다. 오는 길에 들르니 청소년문화의집 마당에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동요밴드를 만들면 여기서 공연을 한 번 해야겠다. 또 쉼터 이창근 선생에게 받은 한 가지 미션은 학교 밖 청소년들 가운데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멈춘 언어나 수학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은데 초등교사들이 어떻게 좀 해 달라는 것이었다. 본래 계획과 다른 일을 겪은 날이었다. (2017.9.6.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5

- 이론은 현장에서 나오면 좋고, 연구실 이론은 현장 교사들과 공동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아침 출근길에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법관 21년 중 8년 동안 12000여명의 청소년 재판을 해 온 천종호판사의 인터뷰를 들었다. 이 분은 폭력피해 부모와 가해자 청소년에게 호통을 친 것으로 유명한 분이다. 몇 가지 기억해야 할 말을 정리해 둔다.

-아이들이 약한 처벌받는 것 알고 의도적으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반드시 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데요. 전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을 폐지하고 일반 형사법을 적용하게 되면 어른과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것이 되어 청소년복지법이라든지 민법이라든지 형법이라든지 뭐 아동복지법 전반적으로 이게 손을 대야 될 문제라서 이거는 아주 큰 그림을 그려야 될 문제이다.

-소년보호처분이 지금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소년보호처분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 최장이 소년원에 2년간 보내는 것이다. 13세 아이가 살인을 저질러도 촉법소년으로서 최대 소년원 2년이다. 상습적으로 아이들이 절도를 저질러도 소년법에서 소년원 2년이다. 판사들한테 재량의 폭을 조금 높여주거나 일본처럼 아예 소년보호처분 기간의 제한을 없애버리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이 이렇게 잔인해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서 현재 지금 고도의 정보화 사회가 되어 국민들에게 노출되다 보니까 국민들이 아이들 범죄가 잔인해져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확한 연구보고 하에서 판단해야 된다.

-8년 전하고 지금하고 비교해 보면 범죄 내용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옛날에는 주로 본드 흡입이나 니스 이런 약물남용 범죄가 많았는데 요즘은 음란물 때문에 성범죄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지, 특별히 아이들 폭력성이 심화되었다든지 그런 명확한 구분을 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에 많이 드러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은 왜 아이들이 가해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엄정하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범죄를 세상에 드러낼 정도, 이런 시대가 돼 버렸다. 이게 지금 이 사건의 핵심이다.

-아이들의 인성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가족해체, 사회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것으로 본다. 그런 해체를 통해서 아이들이 인간 대 인간의 구도의 게임 속에서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능력이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다. 자기가 이 사건을 SNS에 노출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이라든지 또 피해자가 입어야 될 인격침해 이런 것을 전혀 고려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원론적으로는 사회에서의 공동체 회복과 가족공동체의 복원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아이들에 대해서 혼란스럽고 정리가 안 되고 있다. 지금 이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범죄나 비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추궁하자는 것이지만 처벌이 끝난 뒤에는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가지고 재기 기회를 뺏기보다는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해 나갈 때까지 도와줘야 된다는 입장에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많다. 역시 전문성은 현장에 있다. 어떤 이론도 현장을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현장의 교사들이 스스로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교육 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현장교사들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이 수동적이다.

 

오늘은 전교 학생회선거와 학급회 선거를 했다. 회장만 2명이 나와서 경선을 하고, 6학년 남부회장은 아예 출마하지 않았다. 학교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리더가 되려고 하지 않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리 반도 여부회장 출마자가 반반이어서 여학생들이 따로 모여 의논을 해서 한 명을 출마시켰다. 출마자가 적으니 투표가 일찍 끝나서 좋지만 뭔가 아쉽다.

과학시간에는 식물 분류 기준을 정리하는 공부를 했다. 식물을 분류하라고 하면 꽃과 나무로 분류하는 이들이 많은데 어른들도 참 많다. 우리 반은 모르는 말이 나오면 일어서는데 잎맥에서 모두 일어섰다. 설명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 우리 반에서 안다는 말의 해석이다. 아는 사람이 설명하고 이해되면 앉는다. 점점 세밀하게 분류를 해 나가다보면 점점 관찰을 잘 하는 방법이나 태도를 익히게 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대충 말해버린다. 숲을 걷다보면 누군가 아는 척하면 다른 사람들은 아하고 너무 쉽게 받아들여버린다. 별로 좋지 않은 태도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의 이름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도감을 설명하는데 어제 도서관에서 대여한 보리출판사 책에서 여러 도감들이 있었다. 내가 가진 도감도 소개하는데 채윤이가 daum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아이들이 모두 채윤이에게 배웠다. 오늘 수업은 나름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사회시간에는 지난 YMCA 청년들이 한 합리적인 소비를 이어가려고 1-4 단원부터 공부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소비라는 말을 모른다고 다 일어났다. 수업계획은 바뀌어 소비라는 말의 사전을 만들어 가는 공부를 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 쓴다-,,,여가-쓰면 없어지다-빨리 없어지는 것(음식)과 천천히 없어지는 것 찾아보기(부석사, 봉정사 한옥)-없어지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살아가기 위해 필요한(need 꼭 필요한, want 있으면 좋은) 물건을 구해서 쓰는 활동으로 정리했다. 덧붙여서 소중한 물건--값어치-가치를 공부했다. 비록 구할 때는 싼 값으로 구했지만 지금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이 무엇인지도 찾아보았다. 수업은 늘 현장에서 짜여지지 교사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계획성만큼이나 현장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1학기 때는 체육과 미술수업을 3반과 바꾸어 했지만, 2학기 때는 예술제 등이 있어서 탄력적인 시간 운영을 위해 자기 반 수업을 자기가 하기로 해서 오늘 미술수업은 자화상 그리기를 했다. 짝이 폰으로 찍어 준 자기 얼굴을 확대해서 관찰하고, 폰에 선을 그려보고, 64절지 크기에 눈-눈썹-머리카락--얼굴윤곽-입술-콧구멍-코윤곽-인중-안경 차례로 단계마다 완성하고 그려나갔다. 아이들의 그림이 다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아침마다 얼굴-움직임-물건-동식물-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려나가면서 관찰력과 그리기 능력을 기르기로 했다. 자기가 그린 것을 바로 찍어서 반톡방에 올려두고 감상을 했다. 재미있다.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성주 소성리는 사드 추가배치로 몸살을 했다. 끝끝내 사드 추가 배치가 완료되었다. 나는 소성리 마을 사람들의 심정을 겨우 짐작만 할 수준이다. 몸도 마음도 다하지 못했으니 미안함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드철회를 외친 문재인대통령이 자기 말을 지키지 못한 건지, 않은 건지 이제 평화운동가들과 야권지지자들로 부터 서로 결이 다른 비난을 받겠지? 진보진영은 서로 갈등하겠지? 성주투쟁위와 소성리의 관계회복은 가능할지? 정부는 임시 배치라고 말하겠지?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기 전에는 이런 상황이 계속 일어나겠지?

그러면 이후 투쟁방안은 뭘까? 사드 철수, 미군 철수, 문재인정부 규탄 심판 퇴진? 나는 어떤 입장을 가질까? 멀어져 있으니 공감 보다, 잔 머리가 먼저 돌아간다. 국민들이 문재인 말고 심상정을 뽑았으면 문제 해결이 되었을까? 이게 문재인정부의 오류인가, 한계인가? 우리나라가 처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인가? 따져보아야 한다. 슬프고 화나지만.... (2017.9.7.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6

- 공부는 참삶을 가꾸는 것이면,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개학을 한지가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체육 3시간 중에 내가 2시간을 하고 교과전담 선생이 1시간을 한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체육수업 단원을 나누려고 만났다. 내가 체조 단원을 하고, 후배가 표현단원을 맡기로 했다. 간 김에 잠깐 위로할 게 있어서 위로하고 격려를 했다. 나이가 드니 아들 또래의 후배교사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가서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 후배들은 꼰대짓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

미술시간에는 어제처럼 전신을 찍고 관찰그리기를 했다. 몸의 중심인 배꼽을 중심으로 머리 크기를 기준으로 어깨 명치 무릎 발의 길이와 위치를 관찰하고 그려보았다. 그리면서 생각하니 격자가 그려진 필름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 액정 크기로 OHP필름에 그려서 복사해서 나누어 주면 더 잘 그리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순전히 관찰에 초점을 두니 생각이 났다. 미술을 제대로 잘 가르치는 분의 조언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운동하는 모습 사진을 찍어서 그려보려고 한다. 모델은 계속 자기이다. 어제 그린 자화상 위에 붙여두었다.

수학시간에 소수의 관계를 배웠다. 기준을 정해 1이라고 했을 때 각각의 크기를 말하는 공부를 했다. 1-10-100-1000, 0.1-1-10-100, 0.01-0.1-1-10, 아들딸-부모, 손자-할머니, 제자-선생, -친구 식으로 기준을 바꾸어 보았다. 그러다가 누가 기준인가? 누구의 관점 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를 공부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관계는 어떤지 물어보았다. 5점 만점에 4점인 친구들은 대부분 형제간, 나와 엄마사이 등을 불편하다고 했다. 3인 친구는 나-여동생-아버지 관계에서 그만 눈물을 흘렸다. 2점인 친구는 어느 관계 하나도 좋은 게 없다고 했다. 관계회복이 필요하다. 오후에 아이 엄마하고 통화를 해야겠다. 이호철 선생님이 엮은 글인 엄마 아빠, 나 정말 성처받았어’(보리) 책 제목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위로해 주었다.

국어시간에는 서정오 선생님 동화 은혜 갚은 고목이 나와서 선생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이야기를 모으려면 어른들일 다 돌아가시면 안 되니 일찍 명예퇴임을 하시고 전업 작가로 일하시고 계시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선생님 책을 빌려보라고 보냈더니 책이 겨우 5권이 전부였다. 담당자에게 새로 구입을 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 수업을 마치고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드렸더니 조금 아프셨는데 지금은 좋아졌다고 하신다. 언제 윤태규 선생님 동네에서 뵙자고 했다.

동화에 우리 마을이 위하던 나무인 고목나무가 나와서 당산나무, 마을신, 단군신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행랑채, 서까래가 나와서 집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맥락을 통해 이해하고, 중심에 따라, 흐름에 따라 이야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에 담긴 많은 지식을 충분히 이해해야 글에 담긴 생각이나 흐름이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나는 돌아가면 낭독을 하다가 끊어서 모르는 낱말이나 지식을 확인하고 가는 식으로 공부를 한다. 진도가 느려지거나 국어 수업 목표와 멀어지더라도 나는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우리 마을의 고목나무도 찾아보기로 했다. 1학기 때 산지촌 답사를 가면서 노이리 당산나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대번에 알아챘다.

동화를 공부하려면 인물(누가), 배경(언제, 어디서), 사건(무엇을 어떻게 왜) 찾아보아야 한다. 오늘은 내 인생의 사건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동화의 주인공을 한 명 찾았다. 김민결이다. 동화 제목은 호기심 사고뭉치 민결, 사람이 되다.’이다. 민결이는 지금은 1층에 살지만 17층에 살면서 장난감, 콜라캔을 아래로 던져보고, 화재경보기를 눌러도 보고, 소화기를 터트려도 보고, 가위로 자기 머리를 깎기도 하는 등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다. 지금 4학년이 되어서야 멀쩡해졌다는 것이다. 민결이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물어보았다. 오늘도 어느 장면인지 모르는데 이 빠진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 이를 손으로 쑥 빼고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내가 틈이 나면 동화를 써야겠다. 민결이 말고도 아이들은 온갖 사건을 일으키면서 자랐다. 서로 무슨 영웅담처럼 말하느라 수업 시간이 다 가버렸다. 다음 주에 내 인생의 사건을 글로 써 보아야겠다.

체육시간에 매트에서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익히고, 뜀틀을 뛰어 넘어 앞구르기도 해보고, 아예 뜀틀 가로넘기를 해 보았다. 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겁이 없다. 현서는 체육시간만 되면 커다란 몸을 움직이는 게 부끄러워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한다. 오늘은 발목이 아프단다. 무슨 수를 찾아야 한다. 여자 아이들은 뜀틀 앞에서 대부분 겁을 먹었다. 여기다가 혹시 넘다가 부끄러워질까봐 기어이 남자 아이들을 돌아앉게 하고서 씩씩한 밝음이와 효민이가 뛰어 넘었다. 남자아이들이 안 본다고 하면서 온갖 자세를 하면서 보려고 하는데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 아쉽다. 오늘 처음으로 체육관에서 수업을 했는데 매트를 5개씩 길게 두고 수업을 하니 활동량이 아주 많아졌다. 앞으로 빈 시간을 찾아서 체육수업을 해야겠다.

뉴스민에서 중계하는 성주 소성리 평화미사 강론 시간에 김제동씨가 하는데 할매가 울분을 토하는 것으로 강론을 대신했다. 김제동씨 마지막 말은 함께 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문규현 신부님 목이 다 쉬었다. 왜관 수도원 황동환 신부님이 우시는 모습도 텔방에 올라왔다. 자원봉사를 온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 혐오 동영상을 보여 준 어린이집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면서 피해학생 부모를 고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습기도 하고 참 집요하구나 싶다. 인권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을 목표로 집요하게 공격을 하는 것이나 청소년노동 보호 조례를 기어이 무산시키고, 개헌에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금지조항이 들어가지 않도록 개헌공청회를 따라다니는 하느님을 이상하게 만들어 두고는 그것이 진짜라고 믿는 기독교근본주의자들과 자한당 세력들의 영합이 도를 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장애학교 설립을 막으려는 주민들의 자기 이익(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모르겠지만)만 지키려는 사람들의 폭력이 부산 여중생들의 폭력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최근 교회모임을 준비하다가 읽은 성경말씀이 무섭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을 너에게 묻겠다. 그러나 네가 그에게 자기 길에서 돌아서라고 경고하였는데도, 그가 자기 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그는 자기 죄 때문에 죽고, 너는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에제키엘 예언서 33, 8-9) 그래도 나는 희망을 찾는다(2017.9.8.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7

- 그렇게 대추도 익어가고 가고 아이들도 자란다.

 

어제 오후까지 용을 쓰고 나니 온 몸이 피곤해서 일찍 자고 일어나 학교에 왔는데도 신경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듯 시큰거린다. 일이 몸에 부친다는 신호이다. 어떻든 일의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애쓰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갑자기 내게 남은 시간이 몇 년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지도 못하고,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 지도 아련해져 버린 것 같다. 초임교사 시절 크면 나에게 시집오겠다고 했던 제자에게 문자가 왔다. 초임 때 운동회를 하면 담임에게 떨어진 후원 할당액이 있었다. 나는 그걸 마련하려고 보모님들께 전화를 했다가 선생님은 다른 분인 줄 알았는데 이런 전화를 한 것에 실망이다.’는 전화를 해주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 집 아이다. 이제 마흔이 되어 제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더 성공하면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으니 잘 했다 싶다고 했다. 내가 피곤해서 전화통화를 못했다. 제주가면 제자가 사주는 맛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많은 일을 외면하고 살아간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자고 마음먹고 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수업 중에도 잘 나타난다. 아이들이 인생 여정에서 정말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길을 찾게 하고 싶다. 잠깐 유발 하라리의 강의를 들었는데 이제 사람들은 신에게 사제에게 어려운 것을 묻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게 물어서 행동하는 인본주의시대를 살고 있지만, 앞으로 아이들은 싫든 좋든 빅데이터에게 물어보고 선택을 하게 될 시대를 살게 된다는 말이 와 닿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신에게 그 길을 묻고 싶다. 내가 빅데이터에게 물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묻는 방법을 배울 기회도 없을 터이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다르다고 하니 내가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깊이 연구해야 하는데 늘 겉핥기에 그친다.

음악 시간에 요술피리 중 아름다운 방울소리를 배우다가 요술피리 전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다. 국어시간에 배운 옛이야기의 가르침인 착한 사람 복 받는다는, 복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와 요술피리의 선과 악, 어둠과 빛의 대결에서 선과 빛이 이긴다는 진리를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그렇지 않으니 세상은 순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나나 아이들이 인간의 역사에서 지키고 싶었던 그 진리를 잃지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바란다. 당장의 현실과 눈앞의 이익만 쫒지 않고 오래된 미래 유산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기를 바란다.

오늘 소현이가 전학을 와서 우리 반이 20명이 되었다. 전학 온 친구들이 우리 반 질서에 잘 적응하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알려주고, 회장 부회장들과 같이 다른 교과서도 챙겨주고, 우리 학교만 있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 반에만 있는 것들을 알려주도록 한다. 단 며칠이라도 최대한 편하도록 해 준다. 소현이 어머니는 아이의 문제나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면서 알려주었지만 내가 보기에 소현이는 착하고 귀엽고 여리고 예쁜 아이이다. 첫날 만남으로는 짐작가는 게 없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대신 전학 온지 일주일 된 가빈이는 눈밖에나는 일로 수업 중에 꾸중을 듣는다. 잘 운다고 했는데 한 번 친구들과 부딪혀 운 게 다이다. 이건 문제가 아닌데 수업 중에 자기 말은 다 하면서 남의 말은 안 듣고 멍하게 있다. 우리 반 식으로 하면 센서 감지가 느린 셈이다. 알아채나 싶어서 다섯 번 말해도 감지가 안 된다. 뭔가 자기 세상이 어디 있나 보다. 밥 먹을 때 버섯만 남겨 두어서 마음먹고 하나 둘 셋 하고 먹어 보다가 못 먹으면 토하라고 했더니 진짜 욱 한다. 아무래도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뭐라도 병적인 것이 아니면 한 번만 넘어가면 별 것 아이라는 것을 알고 다음부터는 쉽게 한다. 우리 반 식판은 어쩌다 한 둘 빼고는 깔끔하다. 다 못 먹으면 식판 한 칸에 잔반을 다 모아서 퇴식을 한다. 감독이 소홀하면 눈치껏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나름 재미이다. 들키면 눈 한 번 찡그리면 된다. 나는 돕는 사람이지 강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추가 빨갛게 익었다.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여섯 개를 따왔다. 내일 생대추의 맛을 보여줄 것이다. 봉숭아 씨앗이 잘 여물었다. 해가 나면 아이들과 터트려도 보고 씨앗을 모아둘 것이다. 가을에 아이들에게 온갖 씨앗을 모아서 학교 여기저기에 뿌려두는 공부를 해야겠다. 석류도 3개가 잘 익어 가고 있다. 그렇게 계절은 가고 아이들도 자란다.

퇴근하고 약속한 일이 두 가지나 되는데 안 그래도 몸살기가 있는데, 모처럼 부장회의에 가서 열을 냈더니 기운이 더 없어서 취소 전화를 했다. 집에 가서 사둔 불로막걸리 한잔 하고 쉬어야겠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좋은 비가 온 날이다. 여섯시다. 퇴근하자. (2017.9.11.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8

- 오직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만 생각하고 국민이 동의하는 사회적 협약으로서 폭력예방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부산, 강릉 등지의 청소년 집단폭행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 장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상곤 부총리는 폭넓게 논의하고 빈틈없는 대책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가정(여가부)-학교(교육부)-지역사회-복지(여가부)-문화(문체부)-경찰(경찰청)-검찰(법무부)-언론(방통위)이 모여서 관계부처 합동 대책위(TF)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부산교육청도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판사, 시청, 지방경찰청, 보호관찰소, 청소년 유관기관 관계자, 학부모, 교원 등 11명으로 TF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이 이어지면서 학교폭력종합대책안이 수립되고, 학폭위를 강화하고, 학교경찰관 제도, 생활기록부 기록, 2회 전수조사 등의 정책을 수립해서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학교폭력이 줄었다고 하고, 대구시교육감은 자랑을 해 왔다. 하지만 실제 학교폭력이 줄지는 않았다는 것이 지금 부산, 강릉 등의 폭력이 말하고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나 2011년이나 2017년까지 오면서 폭력이 없어지지 않았다. 2017년 우리가 충격을 받는 것은 SNS시대에서 폭력을 영상으로 찍고 생중계를 하고 잇다는 것이다. 대책을 말하면서 양념처럼 성장과정에 대한 보호와 교화를 말하면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데 어른들의 논의는 결국 소년법 폐지나 개정 등 처벌강화에 모아지고 있다.

2011년 이후 학교폭력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을 놓치지 않는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나 어른들이 정말 학생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세웠는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평등하고 서열화 된 사회, 서열화 된 대학, 서열화 된 고등학교를 두고 아이들이 착하게 살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말이 되나 하는 것이다. 이런 차별과 불평등, 서열, 경쟁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내 실력 수준이나 가정형편으로 견뎌낼 수 없게 만들어 두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무망한가? 사회의 불평등이야 몇 년 안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교육에서만큼은 특별히 영재들을 위한 교육을 빼고는 경쟁을 하게 만드는 말과 프로그램은 쏙 빼내야 한다. 성장과 발달에 맞춘 교육, 협력과 체험을 통한 교육, 삶을 가꾸는 삶의 교육과정을 실천하려는 교육혁명이 없이는 불가능 하지 않은가?

2017, 부산과 강릉의 청소년 폭력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으로는 어떤 정책도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야 말로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해 현장 교사들과 시민들, 연구자들과 관계기관 책임자들이 모여서 몇 달이 걸리더라도 모여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보여주기거나 성과주의, 정치적 이해를 따지지 말고 오직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만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동의하는 사회적 협약이 만들어져야 한다.

남자 아이들은 내 책상을 뒤져서 온갖 물건들을 꺼내어 어디에 쓰는 것인지 묻고, 망치 등 위험한 물건을 꺼내서 내 앞에서 흔들어 보이고 있다. 여학생들이 초콜릿을 먹으라고 한다. 풀어보니 이암을 깨어서 초콜릿 은박지에 포장한 것이다. 창틀에 돌가루가 가득하다. 별 희안한 놀이를 하고 있다.

나는 안 그래도 몸에 기운이 없고 답답한 뉴스만 들리는데 감기까지 오나보다. 늦은 밤 가을철 별자리 아래로 겨울철 1등성 별들이 밝아 온다. (2017.9.12.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9

- 뭐든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게 내 삶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재미있다.

 

일주일 동안 이야기를 읽는 방법을 익혔다. 아이들이 인물이 겪은 사건과 그 때의 마음이 어땠을 지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있다. 좀 강제적이지만 모둠끼리 토의하고 나면 친구가 일어나서 다른 친구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모둠에서 내린 결론을 말하도록 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기도 한다. 모둠 대표들에게는 내가 토의 사회를 보는 것처럼 따라 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이들은 이야기에 쓰인 내용만 아니라 글 속에 숨어있는 생각을 짐작해 내고, 다양한 친구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그걸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도록 연습하고 있다. 그동안 이야기의 작가인 윤구병, 서정오, 고정욱 작가와 보리출판사 등의 책을 빌려서 읽었다. 다음 시간에는 내가 읽은 책을 교과서에 있는 기차 카드에 적어서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의 그 동안 얼마나 배웠을지 알게 될 것이다.

드리마를 공부하면서 동화가 극본(시나리오)가 되고, 드라마가 되는 과정을 알아보려고, 극본을 보면서 연극해 보기와 동화를 읽으면서 연극해 보기를 통해 알아보았다. 내가 이야기글을 가르치면서 정한 중요한 목표는 이야기의 구조와 재미와 감동, 교훈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뭐든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게 내 삶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재미있다.

오늘은 과학시간에 식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익혔다. 식물을 관찰하려면 분류하기 방법을 적용해야 재미가 있다. 분류를 하려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걸 찾아내려면 관찰하게 된다. 다른 점을 찾으면 이름을 붙여준다. 세상의 물건이든 생명이 다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이름은 그 것이 가진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씨앗 상자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떨어지는 단풍, 솔씨, 물푸레씨를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도꼬마리 씨앗을 아이들 옷에 던져서 붙여주었다. 그리고 루페를 갖고 관찰해 보라고 했다. 이번에는 도깨비바늘을 나누어 주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특징을 다 찾아낸다. 다음으로는 참나무 도토리와 도토리모자를 구별하는 공부를 했다. 모두 도토리를 갖고 있지만 도토리의 모양과 모자의 모양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름이 무엇일지 소개해 주었다. 다음에는 참나무 잎과 도토리를 연결하는 공부를 하고, 단풍나무 잎과 씨앗을 짝짓는 놀이를 하면서 같은 단풍나무지만 서로 다른 특징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아이들과 학교 나무 이름표를 만들고, 나무도감을 제작해 보려고 한다. 미술시간에 관찰그림그리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어젯밤에 제자를 성희롱으로 구속적부심을 받았다는 유명한 전 장학사이며 고등학교 동기 놈의 이야기를 들었다. 참 괘씸한 일을 동기라는 이유로 감싸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전혀 합의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데, 동료라는 사람들이, 그것도 여성들이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은 더 술 푸게 만든다. 하늘은 파랗게 맑은 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 그냥 조용하게 벌 받고 자숙하고 초야에서 봉사하면서 살면 좋겠다. 또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주변에 알아보니 불구속으로 결정 난 모양이다. 하루도 멀쩡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래도 착한 아이들과 지내는 덕에 내가 산다.

전학을 온 친구가 위험군(병원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연락이 왔는데 나는 착하고 여리고, 다정하고 깔끔하기만 한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사흘동안 나는 어떤 문제점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오늘 아이들에게 처음에도 좋았는데 계속 좋은 사람, 처음에는 좋았는데 갈수록 별로인 사람,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갈수록 좋게 보이는 사람, 처음에도 지금도 별로인 사람으로 나누어 놓고 임성무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 친구가 겨우 사흘 같이 공부하고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로인 사람이라고 늘 안티인 민채와 같이 손을 들었다. 얼마나 맹랑한가? 뭐가 문제로 판별했을까 내가 다 궁금하다. (2017.9.13. )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00+10

- 전학 온 친구 길들이기, 민규가 드디어 이름 받아쓰기를 다했다.

 

목요일은 1,2교시가 교과전담 시간이어서 여유가 많다. 그 사이 유가초등학교 통폐합 1년이 지나서 뒷이야기를 기사로 쓰려고 한다면서 뉴스민 이기자가 전화를 해서 길게 통화를 하고, 7월에 국회에서 한 전국 작은학교 포럼 발제문 파일을 찾아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성추행 관련 취재가 있어서 의견을 말하다보니 두 시간이 훅 가버렸다.

중간놀이 시간에 줄넘기 100개씩을 하고, 정보실에 갔더니 3학년이 차지해 버려서 도서관에 갔다. 어제 고정욱 작가의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드라마로 보고 빌리기로 한 고정욱 작가의 동화를 한권씩 빌렸다. 워낙 다작을 하셔서 그렇기도 하지만 학교에 책이 참 많아서 다들 한권씩 빌릴 수 있었다. 조용하게 독서로 국어시간을 보냈다.

2학기가 되면서 민규에게 친구 이름, 물건 이름 등 생활주변의 대상으로 글자쓰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오늘 드디어 민규가 우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다 썼다. ‘자와 자를 틀리게 쓰고, 내 이름 자를 거꾸로 쓰고 선무라고 써서 꿀밤을 한 대 쥐어박았다. 기분이 나빴지만 대만족이었다. 그래서 특수반 선생님께 칭찬 싸인도 받게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월요일에 다시 쓰게 해 보아야겠다. 민규가 친구 이름을 쓸 때 보면 친구를 잠시 빤히 쳐다보고는 이름을 쓴다. 아무래도 얼굴을 보면 글자가 연상이 되나 보다. 민규의 글자쓰기의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2학기에 전학을 오면 서로 불편한 일이 자꾸 생긴다. 아이들과 나름 합을 잘 맞추어 가는데 전학을 온 친구는 합이 잘 맞지 않으니 초반에 서로 작은 신경전을 해야 한다. 아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집중을 하지 않으면 수업을 멈춘다. 그러면 저절로 아이들이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전학을 온 친구들은 이게 어색하기도 하고, 하든대로 눈치 없이 자기 할 일을 한다. 점심을 먹을 때 1.다 먹기 2.골고루 먹기 3.깨끗이 먹기 4.덜 먹을 경우 잔반을 한 곳에 모으기 단계로 하는데 한두 명을 빼고는 다 잘 먹는다. 그런데 전학을 온 두 명이 매일 남는다. 아무튼 빨리 친해져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을 먹고 전학 온지 나흘 된 소현, 가빈이와 같이 먹으면서 잔소리를 했다. 둘 다 밥을 잘 먹지 않으니 작고 약하다. 나도 어릴 때 이렇게 먹어서 키가 작다. 그래서 더 잘 먹으라고 말하고 밥 단계를 설명하고 어느 단계까지 할지를 정하게 했다. 밥을 먹고 소현이를 기다렸다가 강제로 데리고 학교 산책을 했다. 하나 남은 블루베리도 따 먹고, 박하와 로즈마리 향도 맡고, 고추도 따고, 오크라, 목화도 관찰하고, 꽃사과도 따 먹었다. 대추나무가 어디 있는지 물어서 가서 대추도 땄다. 이렇게 빨리 통해야 서로 적응이 되어 공부가 쉽고 재미있어진다. 또 내가 꾸중을 해도 오해를 하지 않는다.

어제 작년에 심은 목련이 죽어서 올해 다시 심었는데도 죽어서 뽑아냈다. 아무래도 신설학교 토양에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꽃상사화(꽃무릇)가 하나 부러져서 퇴근하면서 잘라서 페트병에 꽃아 두었더니 아침에 맨 아래 줄기가 네 갈래로 갈라져서는 마치 봉숭아씨앗처럼 또르르 말려있다. 시간이 갈수록 꽃잎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암술이 나오더니 오후에는 수술이 나왔다. 아마도 곧 꽃잎이 완전히 벌어지면 활짝 필 것이다. 생명은 참 신비롭다. 점심 때 가져온 부용씨앗과 오크라씨앗도 루페로 보니 너무 예쁘다. 날마다 씨앗만 관찰해도 교실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사회시간에 합리적인 소비를 배우면서 창국이 집 가계부 한 쪽을 찍어서 반톡에 올려두고 살펴보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교과서에 쓰인 것처럼 우리 반도 한 달 동안 용돈을 그저 받지 말고 집안일을 해서 받자고 했다. 반대하는 친구들이 대여섯 명이 있었는데 귀찮다는 수진이도 있었지만 채은이는 아주 논리적으로 일이 없거나 일이 충분하지 않으면 용돈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활이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와 말 잘한다고 감탄을 했다. 그리고 통장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 통장을 벌써 만들었다면서 보여주었다. 그새 벌써 49000원이 저축되어있었다. 채은이는 우리 반 경제박사로 임명해야겠다. 덕분에 수업이 통장 만들기로 갔다가 효민이가 자기통장은 20살 넘어야 찾을 수 있다고 하여 자유예금, 적금 등의 설명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질문이 금융기관으로 갔다. 그러다 은행이 망하면 어떻게 되느냐? 우리가 저금을 안 하면? 은행에서 빌린 회사가 망하게 되면 까지 확장되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을 일찍 마치자는 아이는 없었다. 내 수업 계획과 관계없어졌지만 경제공부는 재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어제는 녹색소비를 배웠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를 하고, 학교폭력 실태조사 설문지를 했다. 내가 관심이 가는 항목은 학교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10, 그렇다가 5명이나 된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는 친구가 3명이나 있어서 걱정을 했다.

오후에는 26일 있는 광주교육청 작은학교 교원연수 특강을 위해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작은학교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 하루가 된 셈이다. (2017.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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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6호_현장에서(97~11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