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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6호 (2017.10.16. 발간)



[담론과 문화] 진보의 진보 나무,  풀, 꽃

진보 나무, 풀, 꽃 가을이야기


 

박진보(진보교육연구소 회원)

 

   





   갑자기 찬바람이 이불 속으로 스며들어 옵니다. 짧은 소매 옷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가을입니다. 그동안 철모르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다 바람이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 계절을 알게 되었고 계절에 맞는 옷을 입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사리 분별한다고 합니다. “때를 안다.”는 말,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나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풀꽃과 나무는 이때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습니다. 싹을 틔울 때와 꽃을 피울 때, 열매를 맺을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가끔 가을에 피는 진달래와 개나리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봄과 같은 비슷한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들국화라고 말하는 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을하면 단풍나무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단풍나무 종류와 생각나는 이야기를 함께 나눠 보겠습니다.

 

 

꽃이 몇 송이야? 참 많다! 두상화서(頭狀花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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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관상화 부분이 실제 꽃이고 설상화 부분은 꽃 턱잎이라고 하는 포() 부분. 두상화서

출처: http://blog.daum.net/gonghana/10106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합니다. 구절초, 벌개미취, 쑥부쟁이 종류를 들국화라고 합니다. 연보라색 꽃잎이 둘레에 나 있고 가운데 노란 암술인지 수술인지 모여 있는 가을꽃을 들국화로 부릅니다. 그러나 들국화라는 꽃 이름은 없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입니다.

 

   가을꽃에 들어가기 전에 국화를 포함한 꽃이 한 가지에 몇 송이씩 필까요? 그리고 국화의 꽃잎은 몇 개일까요? 어떤 분이 국화 꽃잎을 세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국화의 꽃잎의 개수가 다 다르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라고 말합니다. 보통 꽃을 구분할 때 꽃잎이 몇 장이고 수술이 어떻고 암술이 어떻고 꽃받침이 위로 올라갔는지 내려갔지 하면서 꽃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꽃잎의 개수가 자기 마음대로라고 하면 다른 종류가 됩니다.

 

   국화 종류는 우리가 한 송이라고 생각하는 꽃 하나에 꽃이 수백송이가 한꺼번에 핍니다. 우리가 보기에 국화에 피는 꽃잎은 꽃잎이 아니라 포(꽃 턱잎)입니다. 꽃은 가운데 모여 있는 노란색 점같이 생긴 부분이 꽃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꽃 한 송이에 씨가 한 개에서 서너 개가 맺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과 꽃 한 송이에 씨가 2~4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들레나 국화는 씨가 몇 개나 맺힐까요? 매우 많습니다. 해바라기를 예로 들면 쉽습니다. 해바라기 꽃 안에 씨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해바라기 한 송이 안에 열매가 많은 것은 꽃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생명을 번식시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꽃이 모여 있는 것을 두상꽃차례(두상화서)라고 합니다. 머리 모양에 꽃이 머리카락처럼 연속해서 차례대로 나는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민들레 씨가 많이 날아다니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사회를 위해 그만큼의 생명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나?”를 생각해 봅니다. 전교조가 노령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 속에는 꽃을 몇 송이나 가지고 한꺼번에 퍼뜨리고 있나 생각해 봅니다. 전교조라는 조직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바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꽃씨를 내속에 담고 있나 생각해 봅니다. 국화꽃 속에서, 민들레 속에서, 여름에 핀 개망초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에 대해서 강렬한 생명에 대한 열망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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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산국. 아침고요수목원 2005. 10. 22.


  


산국과 감국 그리고 국화주(菊花酒)

 

   산국과 감국은 노란 꽃으로 크기가 작습니다. 감국은 산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큽니다. 감국은 500원 동전만하고 산국은 옛날 10원짜리 동전만합니다. 산국은 흔한 편인데 감국은 보기 힘듭니다. 산에 있는 국화꽃은 거의 산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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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왼쪽 산국 잎, 오른쪽 감국 잎.

잎은 감국이 작고 꽃은 감국이 큼

출처: http://blog.daum.net/goesann/2424

 



   2011년으로 기억합니다. 보수정권의 전성기에 제가 지회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등강서지회 출범식 이벤트로 술을 담갔습니다. “교원평가 폐지 주”, “성과급 폐지 주4개의 술을 담갔습니다. 그리고 교원평가가 폐지되면 교원평가 폐지 주를 개봉해서 먹자고 하면서 산수유, 국화 등에 소주를 부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열심히 활동한 후에. 비록 교원평가 폐지는 하지 못했지만 지회 조합원 밤에 술을 개봉했습니다. 그 때 기억나는 술이 국화주입니다. 국화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고 좋은지 그 향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지회장을 마치는 마당에 국화주가 강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산행에서 . 산국을 만나거든 약간 따서 산국화 주를 담가 보세요. 한참 지난 후에 산국화 주향기에 취해 보는 것도 가을을 뭄과 마음에 간직하는 방법입니다.

 

 

벌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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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벌개미취. 우장산 2005. 7. 8.




   벌개미취는 가을에도 많이 피지만 여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벌개미취가 우리가 알고 있는 들국화에 가까운 편입니다. 공원에서 가장 많이 심는 꽃이기도 하구요. 국화 계통의 잎은 주로 쑥하고 비슷하게 여러 갈래로 갈라집니다. 그러나 벌개미취 잎은 갈래로 갈라지지 않고 10~ 20cm 정도로 길게 땅에 붙어 나고 꽃모양으로 있는 부분으로 올라올수록 짧아집니다. 꽃잎 모양의 꽃 턱잎은 연분홍색입니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 자생 식물입니다. 영어 이름도 Korean Dais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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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구절초. 하늘공원 2005.10.3.

 


   구절초는 벌개미취에 비해서 꽃 턱잎이 흰색인 경우가 많습니다. 연보라색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거의 흰색밖에 못 봤습니다. 그리고 벌개미취나 쑥부쟁이에 비해서 꽃 턱잎 끝이 둥근 네모 모양입니다. 그리고 잎이 쑥이나 국화와 같이 갈라져 있습니다. 사진에서 꽃 뒤에 있는 잎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구절초는 9번 꺾는다고 구절초라고도 하고 음력 99일에 꺾어야 약효가 좋다고 구절초라고도 합니다. 구절초는 특히 부인병 치료에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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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쑥부쟁이. 하늘공원 2005. 10. 3.




   쑥부쟁이는 벌개미취와 비슷하게 연보라색입니다. 꽃 크기가 구절초가 가장 큰 편이고 그리고 벌개미취, 쑥부쟁이, 미국 쑥부쟁이 순으로 작아집니다. 쑥부쟁이는 잎이 가늘고 긴 편입니다. 한 가지에서 여러 가지로 갈라져서 가지마다 꽃이 핍니다. 그래서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쑥부쟁이는 전설에 의하면 쑥을 깨러 간 부쟁이(대장장이) 딸이 안타깝게 죽은 곳에서 난 꽃이라고 쑥부쟁이라고 합니다.

 

   쑥부쟁이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2005년도에 초등강서지회 지회장을 처음 할 때였습니다. 교원평가 도입을 하려고 교육부가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교원평가 폐지를 주장하면서 연가투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연가 투쟁 전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가투쟁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원장이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하면서 철회하였습니다. 학교에서 관리자들과 강사 문제로 한참 신경전을 벌이면서 싸우고 있는데 연가 투쟁의 철회는 일종의 배신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등강서지회 몇 선배님들은 조합원 탈퇴를 선언기도 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지회장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교원평가 폐지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생전 단식투쟁이 먼지도 모르고 시작부터 한다고 했는데 죽염이고 효소가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지회장이 단식투쟁을 한다고 하니 조합원들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회 집행부로 함께 심부름하던 강주희 선생님이 녹차와 함께 꽃이 그려진 유리 잔 세트를 가지고 와서 몸을 챙기도록 했습니다. 그 유리잔에 예쁜 꽃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꽃이 쑥부쟁이였습니다. 사진과 같이 가지에서 갈라져 몇 송이 꽃이 있고 가는 잎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쑥부쟁이를 볼 때마다 단식투쟁하던 때가 기억나고 함께 투쟁한 동지들의 사랑이 되살아납니다.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



   쑥부쟁이와 관련된 시를 보면서 나의 무지와 나의 무관심과 절교해야겠습니다.

 

 

단풍나무의 붉은 잎 단풍나무, 당단풍, 중국단풍, 복자기, 고로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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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단풍나무 잎과 당단풍나무 잎.




   단풍이라는 말은 사실 단풍나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단풍나무 색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여름부터 붉게 단풍이 들어 있는 단풍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단풍나무는 초록색에서 가을이 되면 붉은 색으로 바뀌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름에도 붉은 단풍이 들어 있는 단풍나무는 원래 색이 붉은 색인 홍단풍입니다. 여름에 붉은 단풍나무를 보시면 홍단풍이라고 불러 주면 좋겠습니다.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에 톱니처럼 생긴 거치가 더 큰 단풍나무는 당단풍이라고 합니다. 단풍나무과이기 때문에 당단풍도 붉게 물듭니다. 당단풍은 주로 산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정원에는 단풍나무를 많이 심어 놓지만 산에는 당단풍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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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고로쇠나무. 문수산 2006.5.5.




   고로쇠 물로 유명한 고로쇠나무도 역시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고뢰쇠 나무 잎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손가락 모양 사이가 덜 갈라져서 두툼해 보입니다. 고로쇠나무는 중부지방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단풍은 붉은 색으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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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9 . 복자기 나무 잎. 사진 출처 :

http://www.hellodd.com/?md=news&mt=view&pid=46628




   우리가 정원에 유난히 붉은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잎에 세 장이 붙어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가 바로 복자기 나무입니다. 정원수로도 많이 심고 있고 때로는 가로수로 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자라는 속도가 느려서 많이 심지는 못합니다.

 

   단풍나무의 성질은 굉장히 단단한 나무입니다. 그래서 체육관 바닥이나 악기에 많이 사용됩니다. 바이올린 같은 악기의 아래받침을 단풍나무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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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중국단풍. 송정초 2005.11.5.

잎이 세 손가락처럼 갈라졌음.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지만 설탕단풍나무가 있습니다. 캐나다 국기에 있는 나뭇잎이 설탕단풍입니다. 설탕단풍은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에서 나옵니다. 스콧 니어링이 자본주의 삶을 거부하고 버몬트로 들어가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갈 때 설탕을 만들어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 때 설탕단풍나무에서 시럽을 받아서 사용하였습니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삶의 원칙으로 첫 번째 가급적 자급자족한다. 두 번째 돈을 벌지 않겠다. 셋째 여가와 휴식을 갖는다. 네 번째 단순함을 추구한다. 이러한 원칙은 자본이 지배하는 삶보다는 자연과 함께 생태적인 삶을 살고 진정한 인간 해방의 삶을 추구했던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스콧 니어링의 모습이 설탕단풍나무와 함께 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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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휴식시간

출처: https://ivu.org/members/council/scott-near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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