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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5호 (2017.07.12. 발간) 


[기획] 

2. 교육담론투쟁의 새 지형 자유주의 대 문화역사주의

 

진보교육연구소 이론분과

 

 





1. 새로운 담론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런데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은 일제고사나 특권학교 등 기존의 논쟁과는 그 성격이나 대립구도에 있어 결이 크게 다르다. 기존의 논쟁구도가 주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과 정책을 둘러싼 찬반 대립이었다면 고교학점제 논란은 주로 그 동안 교육시장화 정책을 같이 반대했던 세력들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물론 논쟁은 항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논쟁 형태도 교육시장화 정책을 둘러싼 논쟁처럼 적대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논란은 사안의 크기와 그와 결부된 관점 등을 볼 때 이전과 다른 새로운 담론 지형과 대립 구도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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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학점제는 영미에서 시행되는 제도로 본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등장했던 방안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 정책의 성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책만을 고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현재 제출되는 고교학점제는 서열경쟁 완화와 입시교육 해소를 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정책을 제안하는 주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 깔린 교육관은 과연 어떤 것일까? 고교학점제의 근거로 제기되는 자율, 다양성, 선택 등의 개념과 관점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교육관이라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만이 아니라 ‘1:1 맞춤형 교육등 새롭게 제기되는 정책이나 논리의 상당정도가 자유주의 교육관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우리는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이 물러나는 자리에 자유주의 교육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교육을 지배해 왔던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과 정책은 수년 전부터 기세등등했던 헤게모니를 상실해 왔으며 촛불항쟁과 대선은 결정타를 가했다고 할 수 있다. 수요자-공급자 개념은 사라진지 한참 지났으며, 경쟁 구호 대신에 협력이 자리 잡았다. 정책적으로도 초등일제고사 폐지, 학교성과급 중단 등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물러서는 자리에 한편으로는 교육공공성 담론이 한편으로는 자유주의 교육관이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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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교육론의 부상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현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자유주의 교육론 자체는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자유주의 교육론에 입각한 정책이 전면화된 것은 새로운 일이지만 주입식 교육을 반대하고 개인의 자율과 선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교육관은 이미 교육 분야에서 상당한 지평을 형성해 왔다. 다만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파시즘 교육체제와 신자유주의 교육론에 밀려 한 번도 전면에 부상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대선을 전후하여 자유주의 교육론과 정책의 부상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선 이전만 해도 고교학점제는 교육 분야의 핵심 주제나 사안이 아니었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경기,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1~2년간 시범학교로 시행되던 정책이 대선을 거치면서 순식간에 제1호의 핵심공약이 된 것이다. 국공립대 평준화가 이십여 년 가까운 논쟁과 우여곡절을 거쳐 공약화되었다가 슬그머니 후퇴의 조짐을 비추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고교학점제가 급속하게 핵심 정책으로 부상한 것이나 그를 둘러싼 논쟁은 교육담론지형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현 단계 담론 지형의 새로운 역동을 의미하며 향후 담론투쟁의 방향과 과제를 새롭게 제기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은 헤게모니를 잃었지만 정책과 세력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특권학교 폐지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은 그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 동안 전면화 되지 못했던 자유주의 교육론이 부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상실된 상황에서 앞으로 교육담론의 주된 대립구도는 자유주의와 진보진영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에 비해 자유주의 교육담론은 훨씬 만만치 않다. 대중적 호소력이 크고, 루소와 듀이, 구성주의 등 이론적 기반도 더 풍부하다. 그러나, 현실 적용성에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유주의 교육관에 기반한 정책이 안정적인 형태로 적용된 적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향후 담론투쟁에서 두 가지 차원의 과제가 주어진다. 첫째, 잔존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을 확고히 혁파할 것과 둘째, 새로이 부상하는 자유주의 교육담론을 비판적으로 견인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 담론투쟁의 주요 대립항으로 부상하고 있는 자유주의 교육관의 성격과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 자유주의와 자유주의 교육관


   먼저 자유주의 교육관의 배경이 되는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래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근대 시민혁명의 배경이 된 사상을 지칭한다.

 

“...소극적으로 표현해서 개인은 집단에의 완전한 종속상태에서 해방되어야 하고, 관습과 법률과 권위의 맹목적 구속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표현해서 인간은 누구든지 각자의 개성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고, 또한 표현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의 개념은 다소 사상적-실천적 체제의 양면을 암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뜻하는 바가 철학적 학설이라고 하기에는 이론적 짜임새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며, 어떤 특정의 정치적 노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포괄적인 사상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교육학용어사전)

 

   그러나 자유주의는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왔으며, 자유주의들마다 초점을 맞추는 영역에 차이가 있어 왔다. 하나의 사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포괄적이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일련의 경향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 시대적으로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로 구분하고, 성향에 따라 보수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로 구분하기도 하며 내용적으로는 정치문화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로 구분하기도 한다. 정치문화적 자유주의는 사회계약을 강조하고 사상의 자유, 성적인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한다. 그래서 문학, 예술, 학문, 도박, , 성매매, 동성애, 낙태, 피임, , 마약, 안락사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반대하는 경향을 지닌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인이 갖는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강조하며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지지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제일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자유주의라 할 수 있다. 미국으로 치면 공화당이 경제적 자유주의가 강하고 민주당은 정치문화적 자유주의가 강하다.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라 칭할 때는 주로 정치문화적 자유주의를 의미한다. 그것은 오랜 독재 지배를 거치면서 정치문화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갈망과 결합하면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권리에 대한 요구 수준과 깊이는 서구의 정치문화적 자유주의에 많이 못 미치지만 경향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는 87년 대투쟁을 계기로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을 얻었고 이후 꾸준히 그 토대를 확대해 왔다.

   오랜 기간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는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으며 그 힘도 미약했다. 일제시대 때는 독립운동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독재 정권 시절에도 억압당하면서 그 스스로 개량적 한계에 갇혀왔다.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정권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신자유주의에 투항 또는 결합하여 신자유주의를 전면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고백은 스스로를 신자유주의와 구별하면서도 투항했던 한국 자유주의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역시 성격에 있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사이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상실되고 촛불항쟁의 힘을 바탕으로 집권하였다는 점에서 마침내 자유주의가 전면화할 조건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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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교육관은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중시하는 관점이 교육 현상에 투사된 것이다.


자유주의 교육사상(自由主義敎育思想)은 개인에 대한 '구속 없는 상태'에서 개성의 자유·활발한 신장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19세기 후반에 획일적 주지주의(主知主義)의 반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특히 루소(J. J. Rousseau, 1712-1778)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이를 배경으로 아동 인격의 독자성과 그 내부 성능의 자유스러운 발전을 교육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내용과 방법도 일정한 교과목을 일정한 교실 안에서 주입하기보다 표본·실물이 있는 진열장에서 아동 스스로의 관찰을 통한 학습과 정서의 함양을 중시하고 있다. 모든 외적인 주입(注入) 및 구속(拘束) 같은 것은 낡은 교육방법으로 보고 되도록이면 아동 자신의 활발한 개성신장을 도모할 수 있는 독창적 방법을 체득한 교사를 요구한다.”(위키피디아 백과)

 

   자유주의 교육관은 정치문화적 자유주의와 맥락을 같이한다. 자유주의는 획일적 교육과 주지주의를 반대하며, 개별적 자율성과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중시한다. 루소, 듀이 등이 대표적 사상가이며 구성주의는 자유주의 교육관의 현대적인 이론적 총화라 할 수 있다.

 

 

3. 자유주의 교육론과 신자유주의


   앞서 살펴보았듯이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다시 말해 정치문화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는 공유지점과 차이점이 있다. 둘 모두 고전적 자유주의와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경제 활동에서 자본의 무한한 자유에 초점을 두면서 정치적, 문화적 분야에서 보수화되었던 반면 자유주의는 복지에 일정하게 친화적이고 정치적, 문화적 측면에서 권리를 중시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둘 모두 자율’ ‘다양성’ ‘선택권등을 공통적 가치로 내세우지만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경쟁수월성의 과도한 추구에는 비판적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에 있어 자율, 다양성 등 자유주의적 가치는 구호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제고사나 특권학교에서 보듯 그들은 경쟁과 시장원리 도입에 초점을 두면서 획일화를 사실상 반대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구성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행동주의를 조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로 인해 자유주의는 지난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지지 기반이 되기도 하였고 반대세력이 되기도 하였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던 시기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가 경쟁’ ‘수월성등과 함께 내세웠던 자율’ ‘다양성’ ‘선택권등의 구호에 현혹되어 신자유주의 교육담론과 정책을 지지하였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경향은 매우 강했고 이는 신자유주의 교육 담론이 빠르게 헤게모니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95년 교육개혁안에 대한 자유주의의 환호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추진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과 수월성 추구의 폐해를 확인하면서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묘하게도 대체로 자유주의 정부 시기에는 주로 신자유주의와 연합했고, 수구정권 시기에는 진보진영과 연대했다. 교육담론도 정치 지형과 연동되어 진행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4. 자유주의 교육론의 특징과 문제점


   우리는 실제로는 자유주의 교육관, 교육담론에 상당히 익숙하다. 자유주의 교육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 루소와 듀이의 교육사상도 제법 친숙하거니와 자유주의 교육론의 현대적 구성이라 할 수 있는 구성주의도 많이 접해보았다. 구성주의에서 볼 수 있는 상대주의적 인식론과 학습자 중심, 경험 중심의 교수-학습론, 개인적 자율성과 선택권 중시 등이 자유주의 교육론의 근간을 이룬다.

   구성주의는 신자유주의 교육론의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론의 이론적 기반으로 이용되었지만 신자유주의의 전유물은 아니며 내용적으로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교육론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이 패퇴한 지금에도 구성주의는 커다란 영향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 교육담론에서 경쟁에 대한 과도한 강조와 수요자-공급자 따위의 시장적 개념들을 제거한다면 신자유주의가 ‘95년 교육개혁안등에서 내세웠던 주요 개념과 내용들은 자유주의 교육론과 사실상 동일하다. 왜냐하면 본래 신자유주의는 시장주의라는 경제논리를 교육에 직접 대입한 것일 뿐, 자체의 독자적인 교육론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의 형성, 수요-공급 원리의 아름다운(?) 적용, 수익 창출을 추구했을 뿐 교육 자체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 교육론에 경쟁, 수요-공급과 선택 개념 등을 얹으면서 자신들의 시장주의적 정책들을 추진했을 뿐이었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 교육담론에 대항하면서 비판은 주로 정책의 폐해에 초점을 맞추어졌고 이론적, 개념적 토대가 된 자유주의 교육론 자체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가 거세된 자유주의 교육론을 새롭게 분석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 교육론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후의 과제로 미루고 여기서는 우선 몇 가지 핵심적인 특징과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한다.

 

1) 개인 중시

   자유주의 교육관, 교육론도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주요 사상가도 루소, 몬테소리, 듀이 그리고 다양한 구성주의 흐름들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교육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개인 중시이다. 개인 중시는 다양한 자유주의적 흐름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심적이고 공통적인 특징이다.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여 집단적 관습과 규제에 부정적이며 공동체와 집단적 권리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본다. 교육 문제에 투사될 때도 개별화 교육, 개인의 선택 등을 중시한다. 자유주의의 개인은 정치적으로는 사회계약에 참여하는 자율적 주체이며 교육에 있어서는 자발적 학습자이다.

   둘째, 상대주의적 인식론과 학습자 중심 교육관이다. 개인 중시 관점은 인식론에서 사회적, 역사적인 인식의 객관성을 부정하고 개인들의 다양한 인식을 옹호하는 상대주의로 귀결된다. 또한 개별 학습자에 중심을 두면서 교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보지 않으며 학습자에 대한 조력자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학습자 중심 교육관은 주입식 교육과 주지주의에 대한 반대와 개인의 경험과 자발성을 중시하는 교수-학습론으로 연결된다.

   셋째, 체제 유지적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비해 과도한 경쟁과 교육에 직접적인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경제를 옹호한다. 때문에 사회체제의 근본적 개혁은 물론이고 교육에서도 구조적 개혁에 소극적, 무관심하거나 반대한다.

 

2) 구조적, 총체적 시각의 부재

   자유주의의 근본적 문제 중의 하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회적, 집단적 과정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으로 봄으로써 구조적, 총체적 시각이 허약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자유주의는 교육개혁에 대해 사안별로 접근하며 구조적 교육개혁의 상을 제출하지 못한다. 예컨대 과도한 입시교육은 반대하지만 학벌사회나 대학서열구조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문제점의 완화에 초점을 두며 평가방식이나 입시제도 개선에 머문다.

   또한 하나의 현상이나 사안을 다룰 때도 다른 요소들과의 연관관계, 전체 시스템과의 상호작용 등을 함께 분석하면서 총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면 대다수가 열심히 공부하고 입시경쟁이 완화되리라는 생각에는 청소년기 발달단계와 목표, 학습 부진이나 이탈의 실제 요인, 대학 체제와의 관련성 등 개개인의 상태와 생각,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분석들이 거의 부재하다.

 

3) 낭만적 비과학성

   구조적, 총체적 시각의 부재는 과학성의 결여로 연결된다. 모든 교육현상에는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이 결합되는데,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나 실천방안을 교육분야에 직접적으로 대입하다 보니 막상 실제에서는 한계에 부딪친다. ‘열린교육이 대표적이다. 자유주의가 전제하는 자발적 학습자는 실제와 다르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낙관적 인식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자유주의 교육의 정책적 아이디어는 현실성이 결여된 낭만적 가치 추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낭만적 비과학성으로 인해 자유주의 교육은 실제로 안정적인 형태로 전면적, 지속적으로 시행된 적이 거의 없다. 듀이의 자유주의적 진보교육도 미국에서 잠시 적용되었지만 학력 저하라는 비판을 받다가 스푸트니크 사건 이후로 폐기되었다. 일본의 여유교육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구성주의도 7차교육과정 이후 교육과정론을 주도해 왔으나 문서적 주도성일 뿐 구체적인 교수-학습 과정으로는 전화되지 못했다.

 

4) 양면성/동요성

   자유주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양면성/동요성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한 때는 지지했다가 나중에는 돌아섰다. 진보진영에서 제기하는 한국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한편으로는 동의하지만 해결방안에는 막상 주저한다. 이러한 양면성/동요성은 자유주의의 태생적 성격이기도 하다. 시민혁명 과정에서 탄생한 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봉건제와 절대주의를 타도하기 위해 자유, 평등, 합리주의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한편으로는 빈곤한 민중을 정치에서 제외하고 자산을 가진 지배층에 봉사하였다. 지금도 과도한 불평등에는 반대하지만 완전한 평등의 추구에는 주저한다. 교육분야에서도 자유주의는 기회의 균등한 부여에는 대체로 지지하나 과정과 결과의 평등 추구에는 소극적이다.

 

 

5.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 현재적 지형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담론과 정책에 대한 대항은 진보진영에서 주도해 왔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광범한 기반을 바탕으로 자유주의 교육론이 빠르게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유주의 교육론의 가장 전형적 입장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모임등에서 보여진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상실된 지금 제도권 교육학자의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성격의 정부라는 점에서 앞으로 자유주의 교육담론과 정책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진보교육감들과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및 정책들은 자유주의 교육관에 입각한 것과 진보진영의 정책방안이 뒤섞여 있다. 이 때문에 일관된 방향과 체계가 부재하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유동적이다. 자유주의 교육론이 부상하고 실제로 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전면화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대학서열 해소 등 진보진영 정책방안을 소극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릴 가능성이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 비현실적 정책 추진으로 인한 혼란의 야기로 교육개혁 자체의 좌초 가능성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 교육론과의 교육적, 사회적 논쟁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교육시장화의 적폐 정책들이 널려 있고 여전히 신자유주의 교육담론도 잔존해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와 연대하여 교육시장화 및 관료주의의 교육적 적폐를 몰아내고 한편으로는 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견인하면서 민주적, 민중적 교육개편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2) 비판과 견인

   한국에서는 개인의 권리라는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주의와 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또한 개인의 중시를 공동체적 가치와 대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보편적 가치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견인해 나갈 필요와 가능성이 주어진다.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는 형성중인 사조이다. 자유주의 교육담론도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그들은 전면화 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비판적 견인의 과정에서 좀 더 진보적인 모습으로 형성, 발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비판적으로 견인한다고 할 때, 자유주의는 도덕적으로는 신자유주의보다 낫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대하기 더 어려운 대상이다. 최소한의 교육적 선의가 있으며 체계성은 미약하지만 이론적 토양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자율과 선택 등 내세우는 원리들이 그 자체만 본다면 대중적 호소력도 크다. 그러나 총체적 시각과 구체적 현실성 미비는 자유주의의 약점이다. 따라서 좀 더 차원 높은 논의를 통해 내용적으로 비판, 견인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와의 대항에서 진보진영이 담론과 정책대안을 주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성격 상 정권 내부에서 자유주의 교육관의 흐름이 커질 가능성이 많지만 적어도 교육부문에서 담론 주도권은 여전히 진보진영에게 있다. 지금까지의 담론과 대중투쟁의 기반을 잘 살려나간다면 비판적 견인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유주의 정치세력 및 자유주의 교육론을 올바로 견인하면서 교육개편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만만치는 않을 것임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 풍부하고 더 과학적인 담론사업과 대중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져 나가야 할 때이다.

 


3) 자유주의 대 문화역사주의 : 듀이 대 비고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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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교육관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사상가는 아마도 듀이라고 생각된다. 루소 등의 사상가들도 있지만 듀이가 현대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나름의 체계적인 교육론을 펼침으로써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듀이 교육론을 초점에 따라 실용주의라 규정하거나 진보주의라는 별도의 명칭도 있지만 듀이의 학습자 중심, 경험 중심 교육론은 구성주의 이론과 자유주의 교육관의 토대가 되고 있다.

   반면 교육의 공공성과 협력을 강조하고 사회 속의 발달이라는 관점을 지닌 진보진영의 교육관은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주의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비고츠키 교육론은 최근 진보진영의 교육담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자유주의 대 진보적 교육론의 논쟁은 한편으로는 듀이 대 비고츠키 교육론의 대결이라는 이론적 문제를 깔고 있기도 하다. 자유주의 교육론을 넘어서는 과정은 이론적으로도 진보적 교육담론을 더욱 풍부히 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근본적 교육개혁, 교육혁명을 더 실제적이고 올바로 실현하는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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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담론과 문화] 진보! 나무 꽃!_진보 나무, 풀, 꽃 여름이야기 file 진보교육 2017.07.13 262
8 [담론과 문화] 송재혁의 음악비평_혁명의 배신과 시대의 소음 file 진보교육 2017.07.13 190
7 [일제고사를 넘어!] 다시 만나지 말자 file 진보교육 2017.07.12 154
6 [일제고사를 넘어!] 그게 그렇게 쉬운 거였어? file 진보교육 2017.07.12 158
5 [만평] 멈추지 마세요 file 진보교육 2017.07.12 313
4 [현장에서] 윤주의 교단일기_1 file 진보교육 2017.07.11 183
3 [현장에서] '17강림44'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file 진보교육 2017.07.11 263
2 [책 소개] 비고츠키 아동학강의 3 [의식과 숙달] file 진보교육 2017.07.11 251
1 [열린 마당] 맑시즘 2017에 함게 해요~ file 진보교육 2017.07.11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