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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5호 (2017.07.12. 발간)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 이야기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을 보고

 

코난_진보교육연구소 회원

 



 

 

봄이 온다면(안예은)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거야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 그날이 온다면 나는 너의 무릎에 누워 꿈을 꿀 거야

 

어둠에 취한 사람들이(하나 둘 정신을 잃어도) 새벽 내내 흘린 눈물이(모두 모여 바다 되어도)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나비가 날아들 때 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

만세를 불러 슬픔이 녹아내릴 때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얼음 위에 금이 갈 때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맨발로 춤을 출 때 푸른 잔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일 때

만세를 불러 겨울이 모두 지나가면 봄이 온다면

 

우리에게 봄이 올까요? 봄이 온다면 정말 기쁠까요? 우리 모두 함께 손을 맞잡고 맨발로 덩실덩실 만세를 부를 수 있을까요?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도 왠지 두 눈에서 눈물이 쭉 흘러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2009년 일제고사 해직교사 다큐에서 송용훈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다가 복도로 뛰어나와서 펑펑 울었던 기억, 그 분들처럼 짤릴까봐 두렵고 무서워서 스스로 비겁해서 비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한 겨울 찬바람을 지녀 본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알겠지요.

 

2017년 여름이 다 되어서야 이른 봄소식처럼 일제고사가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교조는 봄을 맞고 있지 못합니다. 아직도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남아있고, 해직 당한 선생님들이 남아 있고, 또 여전히 징계와 해직 위기에 맞서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전교조가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쩌면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짧은 봄이 지나고 기나긴 겨울을 또 맞이하여 다시 봄을 기다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짧은 봄이나마 즐겁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은 위로이고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간 전교조도 대장정이나 삼보일배가 아닌 꽃길을 걸을 거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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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을 처음 본 것은 어느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역적 재방송을 본 것입니다. 시작은 길동이 아닌 길동의 형 길현이었습니다. 첫 장면은 신분 세탁을 하고 궁에 들어간 길현이 조의제문(연산군 제위 시 무오사화의 원인이 된 글)을 발견하던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가 누구(배우도 배역도)인지도 몰랐습니다. 단지 그 불안한 눈빛과 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오던 그 노래 ... 묘하게 끌렸습니다. 처음 듣는, 젊은 여자 목소리의, 국악풍의 그 노래 말입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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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정주행을 시작했습니다. 3회까지 본 어느 날 그 느낌을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회를 방송하기 전에 역적의 서막으로 나온 김상중과 설민석(한국사 강사)이 출연한 특별편은 이게 뭐야 헐~”하는 닭살 돋는 느낌이었지만, 1회부터 3회까지 김상중(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 역) 중심으로 그려진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분제 중심의 조선사회에서 사회 최하층에 위치한 양반집 씨종(노비) 아모개가 자신의 둘째 아들 길동이 아기장수라는 것을 알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면천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이야기.

 

아기장수 이야기는 드라마 역적 전체를 꿰뚫는 모티브 같은 것이면서 부정(父情)과 연결되어 극 초반을 이끌어가는 비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음 백과에 나오는 아기장수 설화(작자미상)’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기장수 설화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수집되는 이야기로, 민중의 비극적인 좌절이 담겨 있는 전설이다. 이와 관련된 유형은 100가지가 넘지만 미천한 혈통의 인물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는 모두 동일하다. 이처럼 좌절과 파국으로 끝나는 이 비극적 설화는 기존 질서의 장벽 때문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기장수는 미래의 가능성을 가진 민중의 영웅을 상징한다. 이러한 아기장수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 이유는 바로 평민이 주도한 민란이 모두 패배로 귀결되었다는 역사적 체험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 이러한 실패가 민중으로 하여금 기존 체제에 안주하려는 현실 추구 성향을 갖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기장수 설화는 아기장수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살아야만 했던 민중의 역설적인 심리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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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 설화에는, 셰익스피어가 알았다면 거뜬히 5대 비극이 되었을 것 같은, 영웅과 그 영웅의 비참한 죽음이라는 비극이 기본적으로 놓여있습니다. 평범한 노비 아모개는 같은 노비 신분의 부인 사이에 아들 둘을 두었습니다. 그 중 둘째 아들 길동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힘을 갖춘 아기장수입니다. 어느날 우연히 주인집 아들과 갈등을 겪게 된 어린 길동은 화를 못 참고 엄청난 아기장수의 힘을 드러내게 됩니다(주인집 아들에게 돌절구를 날려 보내 다치게 합니다). 이를 알게 된 아모개는 길동을 살리기 위해, 아기장수의 힘을 없애려고 어린 길동의 손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절구공이를 치켜들지만, 차마 아들을 어쩌지 못합니다. “애기장수는 못 참는 종자인겨. 그래서 위험한겨.” “못 참으면 어찌 되는 지라?” “다 죽지.” 어린 길동은 감정이 앞서는 성격으로 아직 아기장수로서의 자신의 힘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분노는 행동의 원천이지만, 지성으로 다스려져야 합니다. 아기장수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힘은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스러져 버리는 운명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가 없다면 힘이 있어도 그 행동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아모개는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난 아기장수의 비극적 운명을 예견하고, 아들이 아기장수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면천을 통해 아들의 운명을 바꾸어 보고자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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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개는 주인 정참봉의 신임을 얻어 일단 외거 노비(주인집에 거주하지 않고 독립된 가정과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던 노비)로 나가기 위해 주인집 물건을 밑천으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려! 우리 길현이 줄 천자문도 사오고 길동이 줄 꿀엿도 사올란다.” 이후의 초반 스토리는 영화 대부(물론 착한 버전)를 연상시킵니다. 아모개는 장사를 시작하면서 좀도둑 패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곧 자신의 뛰어난 수완과 배짱으로 불법적 장사에 손을 대며 좀도둑 패거리(향후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며, 향후 길동 패밀리의 토대가 됩니다)의 우두머리(후에 큰 어르신)가 됩니다. 하지만 면천을 위해 긁어모은 재물은 곧 화를 부르게 됩니다. 아모개의 주인 정참봉과 그 부인은 아모개를 외거 노비로 내보내면서도 그 뛰어난 수완에 의구심을 느끼며 더 큰 재물 욕심을 내게 됩니다. 이 욕심으로 인해 길동 엄마는 길동의 여동생 어리니를 낳고 죽게 됩니다. 이에 각성한 아모개는 자신의 주인 정참봉을 낫으로 죽이면서 말합니다. “워째서 그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이?” “인자 그만 살고 죽으소.” 아모개는 다음날 관아로 잡혀가 정참봉 부인과 공방을 벌이게 됩니다. 그 공방의 중심에 강상죄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내가 있는 마을에서 강상죄라니!" 사또는 발을 동동 구릅니다.

 

강상죄(綱常罪)란 역모죄와 함께 조선에서 가장 엄중하게 처벌했던 죄였다고 합니다. 이는 삼강오상(三綱五常)의 인륜인 '강상'의 윤리를 범한 죄로, 삼강오륜을 저버린 반인륜적 범죄를 말한다고 합니다. ,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난 죄를 뜻하는 것이지요. 자식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죽이거나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고, 관노가 관장을 죽인 등의 사건 등이 모두 강상죄에 포함됩니다. 자식은 부모를 아내는 남편을 노비는 주인을 섬겨야 한다는, 조선사회가 추구했던 신분질서의 핵심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강상죄'로 인한 살인은 일반 살인죄보다 더 큰 처벌을 내렸으며, 나라에서는 살인사건을 넘어 그 지역에까지 징벌을 내렸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당연히 사형되었고 처자식들은 노비가 되었고 집은 부수어 연못을 파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혹한 처벌을 통해 신분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겠지요.

 

이 강상죄는 양반이라고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아모개는 폐비 윤씨와 선을 대고 있던 정참봉 집안의 약점을 이용하여 위기를 모면합니다. "임금님한테 강상죄를 지으면 사지를 찢어 죽이고 자식들은 노비를 만들고, 집안은 박살을 낸다던디. 아이고, 지같은 종놈한테만 강상죄가 무서운 줄 알았더니 양반네들한테도 강상죄가 겁나게 무서운 죕디다."

 

그 와중에 조선시대 사법제도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조금 나옵니다. “80세 이상이나 10세 이하의 사람은 증언을 하지 못한다.”에서부터 노비는 주인의 죄를 증언할 수 없다는 조항까지 등장합니다. 또한 정참봉 부인이나 그 아들 내미는 진정으로 노비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런 생각을 전혀 바꾸지 못하고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표현하는 정참봉 부인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그들은 어떠한 인간적 정리도 없이 노비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깁니다.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정참봉 부인은 훗날 충원군(길동과 대결하는 중간보스 왕족, 최종보스는 연산군)의 도움으로 아모개에게 복수를 한 후 감옥에서 서슬이 퍼렇게 외칩니다. “조선은 노비가 주인한테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야.” 길동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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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이미 훌륭하게 성장한 길동은 다시 찾아온 집안의 위기 속에서 아기장수의 힘을 각성하고 아모개를 넘어 더 큰 인물로 성장하게 됩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민중을 위해 민중의 편에서 싸우며, 끝내 왕까지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역적의 스토리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후의 전개를 보면 이 드라마를 마냥 칭찬만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스토리 전개상 개연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되는 장면이 많고, 가끔 길동이 아기장수의 괴력을 발휘할 때 나오는 특수효과는 좀 오글거립니다. 입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적을 날려 버리고 약한 갈대를 무기 삼아 상대를 제압합니다. 또한 한 가닥씩 하는 싸움 특기를 가지고 있는 길동의 패거리들이 길동을 중심으로 가로로 늘어서서 멋있는 척 하는 모습은 뭐랄까 어설퍼 보입니다. 특히 그 중에 길동과 함께하는 유일한 양반인 엄자치는 싸움을 하지 못하는 설정이어서, 큰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표정만으로 응원을 하면서 우왕좌왕합니다. 또한 아모개보다 별로 어려보이지 않던 소부리는 길동이 성장한 극 후반부에도 여전히 늙지 않고 한 싸움을 하는 노익장(?)을 보여줍니다. 극 후반부에 연산군의 탄압에 고립된 향주목 백성들이 싸움을 앞두고 길동 패거리를 응원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뜬금없는 뮤지컬을 연상시킵니다(여기에 안예은이 깜짝 출연합니다). 또한 그 공방전에서 수세에 몰린 길동에게 마지막 타격을 입히려고 충원군이 동원한 하얀옷을 입은 병사(수귀단)들이 갑자기 활을 돌려 연산군을 겨누고 땅 위에 폭탄 같은 것을 굴릴 때는 실소가 나왔습니다(물론 감동을 느낀 분도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사실 저는 역적을 다 보지는 않았습니다. 10화 정도까지 본 어느 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를 다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아모개가 죽는 장면과 첫 회에 나왔던 길동이 가령에게 활을 쏘는 공성전 장면만 따로 찾아보았습니다. 아모개는 죽으며 말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태어났으니께 사는 것이고, 싸울 일 있으면 싸우는 것이고, 때가 되면 죽는 것이고...” 공성전 장면에서 길동의 연인 가령은 눈을 가리운 채 기둥에 묶여서 악을 쓰며 길동에게 외칩니다. “나 때문에 돌아서면 다신 보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은 들은 길동은 가령에게 활을 날립니다. 어떻게 보면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고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백성의 힘으로 왕을 끌어내린다는 스토리는 촛불정국과도 묘하게 오버랩되었습니다. 그리곤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이 드라마를 다시 떠올린 것은 그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 어어 어어어 어어 어어어 어어 어어어 어~ 어어 어어어 어어 어어어 어어어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역적을 처음 볼 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나오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일단 처음 듣는 노래인데 왠지 사극에 잘 어울렸습니다. 트로트는 아닌 것 같은데, 국악풍이라 할지, 뭔가 우리나라의 정서와 음계가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성 가수의 목소리는 매우 젊은 느낌이었고, 창법 또한 독특했습니다. 나중에 같은 노래를 전인권이 부르는 것을 듣고는 원래 전인권 노래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잊었다가 우연히 역적 OST를 다시 듣고 검색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가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적 OST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그 젊은 여가수는 K팝스타 시즌5 준우승자 출신의 안예은이었습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는 시즌1부터 즐겨 보던 프로그램이었고, 올해 초 시즌6(더 라스트 찬스)를 끝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까지 관심을 두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안예은이라는 가수는 전혀 들어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K팝스타를 즐겨 보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 참 투병을 하실 때 방영이 되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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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생겼습니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사극과 잘 어울리는 노래를 젊은 나이에 만들어 내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예은은 준우승까지 하였지만 K팝스타에서도 독특한 참가자였던 것 같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등 다른 상황이 아니었을 때는 항상 자작곡(작사, 작곡)으로 모든 라운드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음악들이 하도 독특하고 세서(?) 준우승까지 했지만 8(?)까지는 통편집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통편집된 1라운드 동영상이 히든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머리의 반 정도만 보라색으로 염색하여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고, 첫 방송에서 사극 감성(유혈이 낭자한 사극풍의 비극)을 좋아한다는 독특한 취향을 드러내며,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연산군의 시점에 맞추어 썼다는 자작곡 홍연(붉은 실)을 선보이게 됩니다. 홍연은 나중에 역적의 OST로 삽입됩니다. 건반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시작하는데, 전주부터 노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희미한 미소를 띤 유희열의 집중한 모습, 다른 심사위원 들의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 “이게 뭐야?”라는 관중들의 분위기. 가사도 심각한데 목소리도 정말 독특합니다.

 

노래가 끝난 후 유희열은 뭔가를 직감하고 심사를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말합니다. 긴장한 안예은... 박진영이 먼저 말합니다. 독특하다. 근데 내 취향이나 감성이 아니다. 그렇다라도 음악적으로 기발하거나 특별한 것을 봤다면 따라갔겠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그래서 탈락. 양현석이 말합니다. 헤어스타일처럼 가사의 방향성이 굉장히 독특하다. 제일 큰 문제는 공감이 안 된다는 거다. 아마 내가 공감을 못하면 많은 대중들도 공감하지 못하지 않을까. 탈락입니다. 2번의 탈락으로 탈락 확정입니다. 유희열이 시작합니다. 컨셉이 세다고 말하며 국내에서는 생소한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코드는 뻔한데 노래를 묘하게 부르니까 모던 사극 주제곡(정말 알맞은 표현입니다) 같다고 말합니다. 신선하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가수가 없다. 없으니까 생소한 거다.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와일드카드를 써서 그녀를 탈락에서 구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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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이 무척 드라마틱합니다. 1라운드 탈락 위기, 와일드카드로 극적 부활, 초반 통편집, 결국 준우승. 우리나라 가요계의 3대 기획사로 불리는 JYPYG의 대표인 박진영과 양현석이 취향과 공감을 이야기합니다. 걸그룹과 보이그룹 아니면 랩퍼들만 있는 것 같은 주류 가요계의 감성은 뭔가 어디선가 걸러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창력을 인정받으려면 아델의 노래를 한 두 곡은 불러야 될 것 같고, 느낌 있어보이려면 그루브를 타고 소울을 지녀야 하며 라임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공감이 되지 않는 노래는 다른 사람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만하게 말합니다. 그나마 그 과정은 방송사의 취향(?)에 의해 전부 통편집됩니다. 유희열은 그나마 주류 중의 주류와는 조금 다른 음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안예은도 탈락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유희열이 나에게는 신이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소속사는 유희열의 안테나가 아닌 다른 인디레이블을 선택합니다.

 

K팝스타 탑5 생방송 무대에서 안예은은 후에 역적OST로 삽입된 봄이 온다면을 선보입니다. 유투브 직캠 영상을 보면 넓은 무대 중앙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키보드를 앞에 두고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무대 뒤에서 댄서(?)들이 깃발을 흔드는 모습은 레미제라블 같은 뮤지컬을 연상시키며, 기존의 K팝스타 생방송 무대와는 다른 이질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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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면외에도 역적OST에는 봄 3부작이라 할 만한 노래들이 있습니다. ‘상사화에는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이리 나를 떠나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왜 나를 떠나가오라는 대목이 있고, 아모개 역할을 맡았던 김상중이 부르기도 했던 익화리의 봄에는 봄이 와도 봄이 온다 말을 못 하고 동장군이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해가 떠도 해가 뜬다 말을 못 하고 밤바다가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잘 들어 보면 노래 가사들이 무척 슬픕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왔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떠나고, 봄이 왔는데 두려워서 봄이 왔다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지난 6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문화제에서 홍연봄이 온다면을 부른 안예은은 공연 중간에 말합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려고 하던 차에 초대해 주어 감사하다. 이한열 열사와 같은 분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민주주의가 진전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싸워서 바꿔나갈 것이 많다. 그럴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내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근데 아기장수 길동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길동은 결국 아기장수의 힘이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그 힘으로 연산군을 물리치고 이는 중종반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길동의 원수 참봉부인과 그 아들은 노비가 되어 비참하게 죽게 됩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복수나 처벌이 아니라 노비가 없는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진정한 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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