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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5호 (2017.07.12. 발간)


[담론과 문화]

진보! 나무 꽃!

진보 나무, , 꽃 여름이야기

 

박진보_진보교육연구소 회원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햇빛 속에 가면 지치지만 식물들은 타는 듯한 여름 햇빛을 보며 더 짙은 색을 발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배워온 광합성 때문인데요. 우리가 싫어한다고 자연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중심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 강한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들을 생각하면서 각각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며 살면 어떨까요?

   6월은 꽃이 없는 계절입니다. “한 겨울도 아닌데 꽃이 안 피나요?”라고 물을 수 있는데 꽃이 전혀 안 피는 건 아니고, 봄에 벚꽃이 흩날리게 피고 5월에 장미꽃들이 한참 피고난 후에 꽃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난 후에 7월정도 되면 여름 꽃들이 많이 피게 되는데. 어쩌면 6월이란 계절은 더 많은 꽃을 피기 위해 잠깐 쉬어가는 달인가 봅니다. 이번 이야기는 주로 여름에 자주 볼 수 있는 나무, , 꽃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나라 망할 때 들어 왔다는 망초,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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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개망초. 2005년 9월5일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이 개망초 일겁니다. 개망초는 지름 1cm도 안 되는 작고 흰 꽃인데 노란 수술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계란 후라이를 닮아서 계란꽃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길가에 흔하게 피는 꽃이라서 이 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혹시 이름을 몰랐더라도 알려주면 아는 친숙한 꽃입니다.

   망초라고 하니 바랄 망()자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망할 망()자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에 의해 개항할 때를 기준으로 이전에 귀화한 식물을 구()귀화식물, 이후에 귀화한 식물을 신()귀화식물이라고 하는데, 식물이 들어 온 것이 몇 년, 몇 월, 몇 일 정해서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어디 묻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대략 기준을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사를 보면 고추와 담배는 조선 후기에 들어 왔다고 하는데요. 이런 식물을 구귀화식물이라고 하고, 망초와 개망초 같은 경우에는 신귀화식물이라고 합니다. 이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망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식물이 식민지를 수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망초와 개망초를 보면서 우리나라를 수탈한 제국주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일제와 서방 열강이 철도를 부설할 때 철로를 만드는 침목에 묻어서 들어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설을 확인할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망초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당한 수탈의 역사의 장면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합니다.

   슬픈 역사를 뒤로 하고 개망초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망초와 개망초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땅을 잘라낸 절개지에 특히 많이 볼 수 있고 공사판이나 집터를 파 놓은 곳에서 가장 잘 자라는 식물이기도 하며,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질기게 살아갈 수 있는 식물입니다. 질기게 사는 생명력 가진 생물들을 볼 때마다 질긴 투쟁이 승리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우리도 생명력을 투쟁으로 발산했으면 합니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입니다. 개망초가 절개지 척박한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을 침범한 사람들에게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목소리의 형태”(2016)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자 아이를 괴롭혔던 남자 주인공 역시 집단따돌림을 경험하게 되며,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 서로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때에 개망초가 한 장면 들어갑니다. 개망초의 화해라는 꽃말에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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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망초. 마곡동 2005년 8월 12일


   개망초와 망초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망초 이야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망초는 꽃이 개망초보다 아주 작고 많은 꽃들이 핍니다. 어찌 보면 더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개망초는 망초에 비해 꽃은 크지만 가지와 잎의 숫자가 적어서 개망초라는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아카시 나무와 회화나무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우리가 잘 아는 과수원길 노래의 가사인데요.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말하는 식물은 열대지방에 있는 가시나무 종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은 아카시 나무라고 해야 하고 아카시 꽃이라고 해야 합니다.

   지금은 아카시 꽃이 모두 진 후기 때문에 향긋한 아카시 꽃향기는 사라졌습니다. 밤길을 걸을 때 파도처럼 밀려오는 향기에 취해서 아카시 꽃이 피었구나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아카시 꽃 한 송이를 따서 먹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데, 환경이 그렇게 깨끗한 곳이 없어 먹을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카시 꽃에는 꿀이 많아서 아카시 꽃 꿀을 많이 채취합니다. 생각해보면 진달래꽃도 참 맛있던 꽃이었던 것 같습니다. 꽃지짐하기 좋은 꽃이었고요. 또 어머니가 진달래꽃 술을 담그시던 기억이 납니다. 진달래꽃 술은 분홍색으로 색이 참 예뻤었는데 말입니다.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름에 나들이 가서 막걸리에 칡꽃을 따서 막걸리 잔에 띄워 먹으면 칡꽃 향기가 막걸리에 가득합니다. 칡꽃과 함께 먹는 막걸리는 술기운과 함께 자연의 풍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카시 나무는 콩과 식물입니다. 아카시 나무에는 콩과 같이 꼬투리가 많이 열리는데, 콩과 식물의 특징은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집을 제공해주고 질소 성분을 얻습니다. 결국 콩과 식물들이 땅에 질소 성분을 많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아카시 나무 역시 이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개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랍니다. 특히 아카시 나무는 뿌리가 다른 나무에 비해 깊이까지 자라기 때문에 땅을 안정적으로 잡아 주어서 산사태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산림녹화사업에서 아카시 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 아카시 나무뿌리가 깊다보니 산에 아카시 나무가 자라면 산을 버린다고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숲은 스스로 성장하고 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아카시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 자리를 참나무와 같은 나무에게 양보해 주며, 아카시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숲에서 아카시 나무를 예전에 비해 많이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자연이 스스로의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니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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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회화나무 열매. 방화동 2005년 10월 16일


   아카시 나무와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가 하나있습니다. 아카시 나무와 같이 기다란 겹잎으로 10여장 이상 되는 회화나무입니다. 잎 끝이 아카시 나무는 둥근 편인데 회화 나무는 끝이 뾰족한 편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회화나무에는 가시가 없습니다. 아카시 나무와 비슷한데 가시가 없으면 회화나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회화나무의 꽃은 연노랑의 꽃이 피고 열매가 염주처럼 생긴 것들이 모여서 열립니다. 그래서 열매가 열린 것을 보고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회화나무는 올림픽도로에서 한강변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 놓았으며.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전국에 있는 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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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뽕나무. 여의도공원 2005년 6월 17일


   우리나라에서 어디에나 잘 자라는 나무 중에 뽕나무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뽕나무하면 이름을 많이 들어 보았을 건데 의외로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뽕나무는 잎이 큼직하고 주변에 거치가 있습니다. 나무가 워낙 크게 자라는 나무라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도시나 산에서도 잘 자랍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두 그루가 2년 전부터 자라고 있는데요. 지금은 키가 2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오디가 열렸나 하면서 봤더니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뽕나무는 워낙 오디 등을 약재로 많이 사용하여 유명합니다.

   작년 5학년 학생들과 마달피 수련원에 갔을 때 오디를 따서 먹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주변의 꽃과 열매를 많이 먹고 살았는데 공해라는 것 때문에 예전의 생활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먹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네요.

   뽕나무는 비단을 만드는 누에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과거 궁궐에서도 많이 심으라고 강력하게 권하는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경복궁 안에도 뽕나무가 많았다고 합니다만 현재도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뽕나무와 관련된 말들이 많습니다. 잠실은 누에를 키우던 곳을 한양 근처로 모은 곳으로 수백 년 된 뽕나무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실에는 뽕나무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상전벽해의 변화입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은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뽕나무가 흔한 나무이기 때문에 상전벽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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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능소화. 우장산 2005년 7월 12일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황색으로 덩굴 식물입니다. 잎은 톱니처럼 갈라진 잎들이 여러 장 모여 있는 겹잎입니다. 여름 꽃답게 큰 꽃들이 한꺼번에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능소화의 화려함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데 언제 들어 왔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자랐는데 요즘은 서울에서도 많이 심어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이라서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사실 현미경으로 보면 그물모양이라고 합니다. 일화로는 양반들이 능소화를 심고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말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그럴만하다고 생각하니 그런 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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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능소화. 서울시교육청 2005년 6월 14일


  

사랑이 머무는 자귀나무

 

   여름밤을 수놓는 꽃 자귀나무입니다. 자귀나무는 꽃이 특이합니다. 분홍색 실을 풀어 놓은 듯한 모양으로 분홍색 솔 같습니다. 멀리서보면 분홍색 솜들이 뭉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밤에 산책하다보면 향긋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2%라는 음료의 향과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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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자귀나무. 우장산 2005년 6월 28일


   자귀나무는 잎이 특이합니다. 잎 전체의 길이가 20cm정도 되는데 잎이 가운데 대궁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가늘게 마주나기를 합니다. 가는 잎이 대칭으로 마주보고 있는데 밤이 되면 대궁을 중심으로 가는 잎들이 오므라들어 서로 겹쳐집니다. 미모사 잎은 건드리면 오므라드는 것 같이 오므라듭니다. 이 모습이 밤에 남녀가 안고 자는 것과 같다고 해서 야합수(夜合樹)라고 하기도 하고, 합환수, 또는 합혼수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부부의 금슬과 이 나무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예를들면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조상인 야곱에게는 레아와 라헬이라는 자매 아내가 있습니다. 그 당시 근동지방에서는 서로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을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서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레아의 아들 르우벤이 자귀나무를 캐 와서 엄마 레아에 주었는데 동생인 라헬이 남편 야곱을 하루 밤 양보해주고 자귀나무를 넘겨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식물은 자귀나무가 아니라 이스라엘 지방에서 자라는 민들레처럼 땅에 붙어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 풀입니다. 영어에서는 맨드레이크(mandrake)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문화에서 가장 의미가 가까운 식물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부부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에는 자귀나무가 등장한 경우입니다. 잎이 붙어 오그라드는 것과 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잘 혼합되어 합환수라는 이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자귀나무는 어째서인지 여름밤에 어울리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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