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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4호 (201.04.10. 발간)


[담론과 문화]

진보! 나무 꽃!

진보! 나무 꽃! 첫번째

 

박진보_진보교육연구소 회원

 

 

 

올해는 봄이 왜 이리 늦지? 꽃이 피기를 기다리면서

 

봄에 피는 꽃과 나무, 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봄이 늦습니다. 꽃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올해처럼 봄이 늦게 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보통 3월 학기가 시작되고 정신없이 아이들을 맞이하고 아이들과 적응하는 기간을 지나면 학부모총회가 있고 학부모총회를 마치면 3월이 거의 다갑니다. 그리고 겨우 주위를 둘러보는 그 때 봄꽃들이 피었다가 지면서 꽃들이 피는 것을 놓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4월이 되어도 꽃들이 피지 않습니다. 제일 정신없는 해는 꽃다지가 다 피고 지고 제비꽃이 피었다 지도록 꽃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때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꽃을 기다려도 제대로 피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춥고 봄이 늦으니 봄을 더 기다립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봄이 늦어서 더 행복한 봄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꽃을 찬찬히 내 일정에 맞게 보면서 봄꽃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늦은 봄의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 참 탄핵 정국이 길어지려고 할 때 왜 겨울이 이렇게 늦고 민주화의 봄이 안 오지?”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늦더라도 봄이 왔습니다. 우리는 늦게 오는 봄을 오히려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준비해서 민주주의 봄꽃을 자세히, 찬찬히 볼 수 있습니다.

 

식물에 있어서는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보름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남부지방에서는 매화꽃이 피고 봄꽃들이 이미 많이 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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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이른 봄에 피는 매화(매실 나무꽃)



3월에 매화(매실 나무꽃)

 

서울 기준으로 3월에 피고 있는 꽃나무는 잘 아시는 매화나무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매화꽃과 벚꽃과 복숭아꽃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매화나무 꽃은 서울 기준으로 3월 중순정도부터 꽃이 핍니다. 올해는 3월 말이 되어서 피기 시작했습니다. 매화꽃은 흰색과 분홍색이 있습니다. 벚꽃은 2~3주 있다가 핍니다. 벚꽃이 매화꽃보다 풍성하게 보이는 이유는 꽃이 한꺼번에 피었다 지기 때문입니다. 한꺼번에 지는 이유는 꽃자루가 길기 때문입니다. 꽃과 가지를 연결하는 부분이 길기 때문에 화사해 보이고 바람 불면 더 흐드러지게 떨어집니다. 꽃의 양은 같아도 훨씬 더 풍성하게 보입니다. 매화꽃은 남부지방에서는 빠르면 2월에도 핍니다. 가끔 3월도 눈이 오기 경우가 있습니다. 눈 덮인 매화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설중매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눈 속에서도 절개를 지키면서 피는 꽃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아마 설중매처럼 차가운 눈을 맞으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입니다. 우리는 차가운 탄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벚꽃처럼 바람 불면 떨어지고 비가 오면 쏟아져 내리는 꽃이 아니라 봄을 맞이하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꿋꿋한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복숭아꽃은 벚꽃이 모두 지고 난 후에 꽃이 핍니다. 그리고 꽃자루가 짧아서 나무에 꼭 붙어 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로 우선 꽃을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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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산벚나무 꽃과 가지를 연결하는 꽃자루가 유난히 길다. 

벚나무는 꽃이 먼저 피고 산벚나무는 꽃과 잎이 같이 난다.



 

꽃인지도 모르는 꽃 회양목 꽃

 

회양목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초임 발령 받기 전에 시간 강사를 할 때였습니다. 실과를 가르치는 초보교사였습니다. 회양목에 대해서 가르치는 단원이 나왔습니다. 지도서 보고 열심히 가르쳤지만 사실 저는 회양목이라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몰랐습니다. 정원수로 키가 작게 전지를 해서 동그랗게 키우는 나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으니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만약 지금 같으면 아이들 데리고 학교 앞 정원에 가서 이것이 회양목이란다.”하고 가르쳤을 겁니다. 그러나 그 때는 사진도 구하기 쉽지 않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서 그냥 말로만 가르쳤습니다.

 

회양목은 매화꽃하고 비슷한 시기에 꽃이 핍니다. 봄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입니다. 그런데 회양목에 꽃이 피는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회양목꽃은 연두색입니다. 회양목도 사계절 푸른 상록수이고 다른 꽃이 거의 없는 때에 연두색으로 꽃을 피우니 꽃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회양목은 꽃향기가 강합니다. 늦은 밤에 집에 가는 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내음이 났습니다. “이게 뭐지?”하고 두리번거렸는데 어두워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보니 화단에 핀 회양목 꽃이었습니다. 아카시 꽃이 한 창일 때 밤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꽃 향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양목 꽃향기가 내 마음을 깨웠습니다.

회양목 꽃처럼 꽃이 연두색인 꽃들도 꽤 있습니다. 사철나무꽃도 역시 연두색입니다. 물론 꽃향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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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회양목 연두색꽃. 회양목은 목질이 단단해 도장의 재료가 된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연두색 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의 색으로 꽃을 피웁니다. 분홍색, 흰색, 보라색, 파란색, 연두, 검은색까지 다양한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어쩌면 연두색, 검은색, 꼬리 모양 꽃을 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잎으로 착각하면서 지나치는 경우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그 꽃들이 얼마나 서운할까요? 서운한 것이 아니라 꽃을 무심코 꺾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아이들의 색깔로 인정해 주지 않고 우리 주관으로만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우리는 회양목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회양목을 볼 때 짧게 전지된 30~50cm 되는 둥근 모양의 회양목만 알고 있습니다. 안양 유원지 안쪽으로 가면 서울대 수목원이 있습니다. 서울대 수목원 주변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이 많아서 경치가 좋습니다. 그곳에는 회양목이 자생해서 자라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회양목 키가 2~3m정도 됩니다. 내가 알고 있던 회양목이 아닙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회양목에 대해서 내가 편견이 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회양목에 대해서 흔하게 보지만 꽃과 키에 대한 편견으로 회양목의 진면목을 못보고 넘어가고 있지 않나 되돌아봅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우리 생활의 일상에서도 편견 없이 자세히 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수줍은 듯 조용히 산에 가득한 진달래


지금 글을 쓰면서 동네 뒷산을 가니 진달래가 막 피고 있었습니다. 양지 바른 곳부터 꽃이 한 그루 피고 진달래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나리도 양지바른 곳에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진달래와 개나리가 그렇게 흔한데 꽃이 없는 진달래와 개나리를 구분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노란 개나리는 얇은 줄기로 이어진 나무입니다. 개나리 줄기는 약간 노란색을 띄고 있습니다. 나무껍질의 색으로 나무를 구분하는데 처음에는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나무의 껍질도 색과 모양이 모두 다릅니다. 어린 나무와 나이든 나무의 껍질도 다릅니다. 나무의 껍질의 색도 다양합니다. 검은색, 붉은색, 회색, 흰색, 노란색 등이 있습니다. 개나리의 나무껍질은 노란색입니다. 그리고 나무껍질에 누런색 점들이 있습니다. 다른 나무에서는 그런 점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찾아보시면 개나리는 금방 구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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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회색 줄기에 수줍은 듯 그러나 산 속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진달래입니다.


진달래는 굉장히 수줍은 꽃입니다. 항상 나무 밑과 바위 밑에서 수줍게 피어 있습니다. 반그늘을 좋아합니다. 진달래는 생각보다 키가 큽니다. 반그늘을 좋아하지만 햇빛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를 보기 위해 계곡에서 키를 키웁니다. 북악터널 근처 북한산을 갈 때였습니다. 계곡 속에서 진달래 키가 4~5m정도 되는 군락도 본적이 있습니다.

진달래는 숨어 있는듯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꽃입니다. 특히 숲 속에 들어가서 보면 진달래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산의 남쪽과 동쪽, 서쪽, 북쪽이 각각 나무가 다르게 자랍니다. 진달래는 산 북쪽면에서도 많이 핍니다. 진달래가 봄을 상징하는 꽃인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듯하지만 숲 속에 숨어서 많이 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도 역시 알려지지 않은 듯 조금은 알려진 듯한데 결국에는 우리 사회에 곳곳에서 수줍게 활동하면서 숲을 가득 채우는 진달래 같이 우리 사회의 색을 진달래 색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언뜻 보면 보일까말까 하지만 사실 숲속에는 진달래 사태가 납니다.

 

 

땅에 붙어 있는 그 여린 꽃다지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퀭한 눈 올려다 본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눈 감아도 보이는 수많은 얼굴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흐린 천장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당연히 꽃다지 하면 나오는 노래 가사입니다. 이 땅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옥살이 하는 사람의 마음이 꽃다지 노래로 잘 나왔습니다.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는 어떤 꽃이기에 이렇게 슬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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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땅에 붙어 있다 살짝 올라오고 있는 로제트 꽃다지


꽃다지는 로제트 식물입니다. 로제트 식물은 특이한 겨울나기를 합니다. 방석식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겨울에 찬바람을 견딜 수 없는 로제트는 땅에 방석처럼 완전히 붙어삽니다. 땅에 붙어서 최대한 넓게 잎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유는 겨울 찬바람을 견딜만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땅에서 자신이 펼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펼칩니다. 겨울의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생존전략입니다. 봄이 오면 로제트 식물이 가장 먼저 꽃대를 올리고 꽃을 핍니다. 냉이, 꽃다지, 달맞이꽃, 지칭개, 민들레가 로제트 식물입니다. 지금 꽃다지가 피어납니다. 건드리면 꺾일 것 같은 작은 꽃이지만 가장 봄을 먼저 알리는 식물입니다. 꽃다지는 온몸에 털이 나있으면서 군락을 이루어 피어납니다.


위 노래 가사에서 꽃다지가 아름다운 이유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꽃다지는 겨울이라는 추운 세계를 알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퀭한 눈 올려다본 천장에 언덕길에 핀 꽃다지를 보면서 아직 겨울이지만 봄을 생각하고 이 추위를 견디는 양심수의 마음이 꽃다지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민들레도 역시 꽃다지와 같은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는 노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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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꽃다지 노란 꽃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차가운 겨울도 있고 따뜻한 봄도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꽃다지가 이 겨울을 이겨낸 것처럼 반민주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인을 해직하고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를 해직시키면서 차가운 겨울을 알렸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학생들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차갑고 쓰라린 눈보라로 우리 가슴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그래도 가장 늦은 봄이 가장 아름다운 봄으로 알리는 웅장한 삶의 외침은 거대한 나무가 아니라 겨우내 땅에 숨어 지내면서 짧은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로제트로 있던 꽃다지에서 시작합니다. 이제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꽃다지도 봄이 무르익으면 다른 식물에게 자리를 내 줄 겁니다. 그러나 올해 봄은 꽃다지가 가지고 있는 작은 웅장함과 노란 희망을 마음껏 즐기겠습니다.

 






06-담론과 문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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