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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2호 (2016.10.21. 발간)


[논단] 

일-학습 병행제 이대로 좋은가

 

 박영진 (진보교육연구소)

 



무한경쟁 사회를 위한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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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교육문제에 대해선 누구나 전문가로 자처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이다. 어쩌면 해방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을 뒷받침 해왔던 동력중 하나가 높은 교육열일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정부의 역할보다 개개인이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선택에 의존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교육개혁 정책을 발표하지만, 교육의 공공적 성격에 비추어 봤을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담해야할 교육비지원은 최소한의 면피에만 그칠뿐, 오히려 수익자 부담 원칙교육 선택권을 강화하였다. 또한 단선적 경쟁구조에서 다면적 경쟁구조를 만들어 이제는 학습뿐만 아니라 개인의 체험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등도 평가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에서 점점 멀어져 갔지만, 오히려 과잉학습 및 활동에 허덕이게 되었고 학부모들은 빠듯한 살림에도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

  최근엔 이러한 문제들이 극단으로 치달아 그동안의 교육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 열풍으로 경쟁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취학 전부터 예체능과 영어 중심의 사교육을 받고 취학 후에는 예체능과 영어에 전과목을 공부하는 학원까지 다니기 시작해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까지 많은 돈과 시간을 써보지만, 정작 졸업 후에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시기부터 줄 곧 글로벌화와 지식산업의 발달, 저출산고령화, 과도한 진학경쟁을 배경으로 <교육개혁의 5대 핵심과제>를 제출했다. 지난 201412,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핵심분야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공공금융노동교육개혁 과제를 제출하였다. 박근혜 교육정책의 핵심은 향후 경제의 구조적 여건으로 노동교육 부문 낙후성이 우리 경제 도약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산업현장 수요와 괴리된 교육시스템 (, 교육이 현장수요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공급하지 못함에 따라 인력수급 불일치 심화, 청년고용 부진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미)을 바꿔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아래 대학을 평가하여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퇴출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기존의 학과와 커리큘럼을 바꿔서라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에서 재교육해야할 비용과 과제를 개인과 대학에 떠넘기며, 개인은 평생토록 취업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한 평생교육을 하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유도하고 있다. 이번 회보에서 다룰 내용은 -학습 병행제인데, 바로 이 정책의 핵심은 취업을 한 후에도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강제하는 교육정책이다.

  

1. 일-학습 병행제란

 

  일-학습 병행제도는 실업계 고교에서 현장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도제교육 운영, 고교전문대학기업이 연계된 5년 통합교육과정 운영인 Uni-Tech ,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 교육과정 개발, 대학교육과정에서의 대학 현장실습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직업교육과정 도입의 확대, 그리고 선취업 후진학을 확대하는 평생직업교육의 강화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도제교육(Apprenticeship) 운영, 고교-전문대학-기업 통합교육과정의 Uni-Tech

 

우선 교육부는 직업교육과정 도입 확대의 일환으로 도제교육(Apprenticeship) 운영, 고교-전문대학-기업 통합교육과정의 Uni-Tech를 제안했는데, 이는 스위스 직업학교, 독일의 도제 훈련 등의 제도를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발전시킨 제도라고 밝혔다. 도제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전국 특성화고중 9개교로 이번 시범 사업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업을 총괄하며, 학교-기업의 도제 교육과정 개발· 운영 지원 등 학교에 대한 행정적· 정책적 지원을 하고, 고용노동부는 참여 학교와 기업에게 필요한 재정 지원, 참여 기업에 대한 점검, 관리 및 감독을 할 계획이다.

  또한 2015학년도부터 특성화고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학교가 참여 기업, 전문가와 함께 NCS 기반으로 도제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그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게 된다. 학교와 기업을 오가는 기간은 격주, 일주일 중 2~3일을 기업에서 2~3일은 학교에서, 또는 한 학기 중 6~8주를 기업에서 나머지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등 학교와 기업 여건에 따라 다양하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

 

  정부는 고교부터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강화되면서 동시에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NCS 교육과정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의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자격기본법 제22)이며, 일종의 산업계의 직무수행 명세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소요비용으로 1인당 6,088만원이 든다며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기업에서는 경총을 통해서 그동안 교육과 자격 그리고 평생학습의 내용들이 직무에 전혀 참조될 수 없었고, 산업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NCS를 교육과정 및 자격 등에 활용하여 (산업체)-교육(학습)-자격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4년에 직업교육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NCS 교육과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근거로 이미 유럽과 오세아니아 등의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등에서도 산업인력의 현장적합성 제고를 위해서 국가직무능력표준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NCS 기반 자격체제를 기준으로 직업교육을 약 150개국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NCS 기반 교육과정은 개별 산업체가 아닌 산업별 인적자원협의체 또는 대표기구가 개발하고 국가가 인증, 고시한다. NCS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 우선적으로 전문대학에 도입하고, 일부 특성화 고교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NCS 교육과정이 교육기관에 도입되면, 교육기관은 산업 수요에 적합한 인재양성을 위해 NCS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고, 자격검정기관은 NCS 기반으로 자격출제기준을 정비하거나 시험문제를 개발, 자격제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체 등에서 노동자의 채용, 인사배치, 경력개발 및 인사관리 등에 NCS를 활용함으로써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기관, 산업체, 자격검정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게 될 계획이다.

 

선취업 후진학 교육정책 확대

 

  그리고 취업이 됐더라도 이직률이 잦은 것에 대한 대안과 빠르게 기술이 바뀌는 추세를 반영하여 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선취업 후진학 교육정책은 고교 졸업 후 취업(선취업)하고, 직장생활과 대학공부(후진학)를 병행하는 것을 유도하는 사업으로 사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되어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2008한국형 마이스터고 육성계획을 시작으로 2010고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고교단계의 직업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을 추진하였다. 고교 직업교육의 선도모델로 마이스터고를 도입하였고, 특성화고의 정예화·전문화를 추구하였으며, 고졸 취업의 확대와 함께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의 취업률이 44.2%200916.7%에 비해 2.6배 이상 증가하였고, 진학률은 38.7%200971.3%에 비해 32.6% 감소하여 13년 만에 취업률이 진학률을 앞선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2015, 유럽이나 영연방 국가들의 도제교육을 한국 현실에 맞게 보완했다고 주장하는 산학 일체형 특성화 고등학교’ 9개교를 도입·운영하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며 채용을 전제로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 맞춤반 운영을 확대하여 취업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 또한, 재학 단계에서 가급적 일찍 취업을 확정하고 취업한 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훈련(work-based learning)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산업단지, 기업체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직업교육 운영모델을 개발하고, 지원에 참여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여 고교 3년 동안의 인력양성에만 한정되는 지금의 교육체계를 졸업 이후의 노동시장에서의 인력활용과 지속적 능력개발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선취업 후진학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선취업 후진학은 단지 교육정책이 아니라 산학협동을 훨씬 직접적이고 기업의 요구에 맞게 진행하려는 사업이다. 이에 직업교육 이해당사자간의 실질적인 네트워킹과 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하는 것이다. 이미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고, 분야별로 국가역량체계(NQF: 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를 구축하면서 관련 협회와 학교, 그리고 부처가 협력하는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과 학습모듈(Learning Module)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산학관 협력시스템을 확충해나가고 있다.


  또한 일과 학습을 병행하도록 재직자 특별 전형이 확대되고 있는데, 재직자 특별전형이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교 학생들이 졸업후 3년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자를 대상으로 재직경력과 학업의지 등을 평가하여 수능점수 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2010년에는 3개교에서 시작되었는데, 2013년에는 70개교 368개 학과로 늘어났고, 2016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취업 후진학 사업은 대학구조조정을 강제하는 효과도 있는데, 작년에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결과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 중 최대 6개 대학2017년까지 직업교육기관/평생교육시설/교육목적 공익법인 등으로 기능전환이 추진된다. 또한 교육부는 기능전환 지원을 위해 고용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시설전환 절차를 안내하는 매뉴얼을 발간해 각 대학에 배포할 예정이다.

  재직자가 대학에 입학해서도 재직자에 한해서는 수업일수 기준이 완화되며, 재학연한과 이수학점의 제한도 폐지된다. 대학이 기업의 사내대학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수업일수 기준에 따르면, 4년제 대학 기준 학기당 ‘15주 이상수업을 진행해야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재직자의 경우 학기당 ‘4의 수업만으로도 학점 취득이 가능하도록 완화된다. 지금까지 1학기 동안 1학점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1주일에 1시간씩 15주 이상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해야만 했으나, 앞으로 1주일에 4시간씩 4주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도 학점 취득이 가능하도록 탄력적으로 변경된 셈이다. 재학연한과 이수학점의 제한도 폐지된다. 학생이 재학할 수 있는 최장기간을 뜻하는 재학연한은 4년제 교육과정 기준 8, 1학기당 수강 할 수 있는 최대 학점을 뜻하는 이수학점은 학교별로 상이하나 15~20학점이 통상적인 기준이었다. 재직자들에 한해 재학연한과 이수학점의 제한은 적용되지 않게 된다.

 

2. ‘-학습 병행제교육정책 비판

 

일-학습 병행제자체의 문제점

 

일-학습 병행제의 핵심은 학력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의 변화를 추구하여 불필요한 교육비 낭비를 없애고, 교육환경이 좀 더 친 기업적인 환경으로 바뀔 수 있는 제도마련하다는 취지이다. 또한 학생들이 미리부터 취업을 하도록 유도하여 고등학생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고 대학진학의 감소효과도 함께 누리려는 정책이다. 정부는 일-학습 병행제가 잘 진행된다면 청년실업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없이 청년 실업을 해결될 수 있는 가의 문제이다. 또한 고졸 취업자 비율을 높이려면 노동 현장의 개선과 처우 개선으로 이뤄내야 할 일을 그 어떠한 노력없이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정책으로 고졸 취업을 유도하는 것은 고식지계(姑息之計)일 뿐이다.


  특히 후학습과 관련된 정책을 살펴보면,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주간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야간학과를 위주로 선발하며, 건국대, 중앙대 등은 아예 특성화고졸재직자들만 모아놓은 학과를 만들어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는 특성화고졸재직자 특별전형의 우수 대안으로 꼽혀서 동아일보 같은 보수 언론에서 적극 밀고 있는 전형이기도 하다. 모집 학과의 편성은 주로 특성화고졸재직자 특별전형 전용 학과혹은 어문(영어, 중국어), 경영/경제/행정/사회복지, 공업계열 학과 위주로 모집한다. 그런데 왜 이런 학과들이 반드시 선취업이 필요한 학과인지 연관성이 없다.

  중앙대, 건국대 등등에 맞춤형 학과가 있긴 하지만 이런 학과들은 중앙대, 건국대가 가지는 네임벨류에 따른 지원자의 선호가 있었을 뿐 서울 하위권 및 지방 대부분의 학교들은 과거부터 만학도전형, 산업체특별전형 등 비슷한 전형에서 꾸준히 미달이 났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미달이 났다. 경쟁률이 0.5:1도 넘지 않는 상황이고 전형의 특성상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힘들기 때문에 학과 운영 자체에도 상당히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지원 자격이 허술한데다가 모집 정원도 3~5% 정도였던 특성화특별전형도 경쟁률이 높지 않았고 입학생들의 실제 학교에서의 학력도 낮았는데, 모집 정원이 7%나 되는데다가 지원 자격도 더 엄격하고 최소 3년간 취업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특성화고졸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들어온다 한들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을리 없다.

  또한 특성화고졸재직자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공고출신이 다니는 공장의 상당수는 교대근무를 하는데, 이 경우는 회사차원의 배려(=교대근무를 돌리지 않고 주간 업무만 하는 것)가 없거나 학과 자체의 커리큘럼이 주야간 전천후지원이 되지 않는 이상 이 전형으로 대학을 간들 무의미해진다.

 

핵심역량 기반 교육개혁 지향의 문제점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지향은 과거 학벌중심의 사회를 지양하고 능력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능력중심사회를 위해 학벌이 중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OECD국가들을 중심으로 널리 적용되고 있는 역량기반 교육은 OECDDeSeCo, 유럽연합의 Key Competences in Europe, 그리고 미국의 세 가지 역량기반 접근법들(21세기 학습을 위한 협력, 21세기 기술의 교수 및 평가, 공동핵심국가수준)으로 나타난다.


  전북대 박휴용 교수는 이러한 역량기반이라는 개념의 이론적 출발점이 20세기 초반의 Frederick W.Taylor의 과학적 관리이론과 1950년대의 행동주의적 목표 운동이라는 두 가지 큰 이론적 토대라고 지적한다. 20세기 초반의 테일러주의 즉, 과학적 관리이론은 한마디로 효율적인 기업경영과 생산관리를 위해 근로자들의 과업과 동선을 분석하고, 과학적 선발 및 훈련 기법을 도입하며, 효율적 과업수행을 위해선 작업의 표준화, 불필요한 공정의 제거, 특정 기술을 가진 노동자의 선별, 지식과 지술의 전수 체계화 등을 위한 이론이였다.

  따라서 역량기반 교육은 본질적으로 행동주의적 모형에 기초하여 지식이나 이해보다는 수행과 그에 대한 평가(결과)를 강조하고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경영이나 기술적 측면에 핵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굳건한 이론적 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기 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의해서 성급히 개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박휴용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일학습 병행제는 고교 교육과정부터 학생들을 직업교육에만 몰두하게 함으로써 기업중심의 편파적인 교육과정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신자유주이적 교육이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성장을 중요시 여기기보다는 교육의 결과에 위계성을 부여하여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진행되는 지식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간과하고 기업의 경영적 목표에 따라 학교교육을 종속시킬수 있다. 현재는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학 그리고 일부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해도 이 사업을 통해 취업률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빨라진다는 정부측의 선전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전반적으로 교육체제를 흔들 것이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핵심역량중심의 교육과정 개혁을 추진해온 영국에서는 최근 핵심역량 교육과정이 학습에만 초점이 맞춰있고, ‘무엇을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보다는 교수법에 대한 처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의 핵심역량중심의 교육과정도 행동주의적 교육목표인 학습의 평가(결과)’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앞서 영국에서 일어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국가직무표준(NCS) 교육과정 개발의 문제점

 

  앞서 밝혔듯이 국가직무표준(NCS) 교육과정은 수행목표 중심의 과학적 개발 절차를 강조한 타일러의 교육과정에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NCS 교육과정 개발의 문제점은 타일러 교육과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드러난 타일러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타일러 논리에 대한 비판의 계기는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닉 발사였고, 이후 교육과정 재개념화를 주장한 학자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타일러 논리를 비판하였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타일러 교육과정 이론은 교육의 낭비를 제거하여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교육과정 구성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만하는 교육목표나 내용의 가치적인 측면,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인 경험과 주관을 무시하였다. 즉 타일러의 과학적 경영원리에 입각한 교육과정은 노동자보다는 경영주와 기업의 이익에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 개발에서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맥락, 즉 문화적사회적역사적정치적성차별적 맥락이 작용하게 되는데 타일러의 교육과정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셋째, 교육과정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하는 지식의 본질과 선정에 관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넷째, 교수-학습과정을 하나의 생산과정으로 보고 교육과정을 일종의 생산모델로 정형화함으로써 교육과정 또는 교수학습과정에서 의미있는 문제들, 즉 문화적 헤게모니, 사회적 재생산, 저항, 잠재적 교육과정, 영교육과정과 같이 가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분석과 고려가 빠져있다.

  특히 애플은 타일러 교육과정은 학교 외부에서 제작된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도입과 활용에 기업의 경영이데올로기와 실제가 내재하여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기술적으로 통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NCS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는 취지는 학교에서의 모든 학습경험을 직업세계에 대한 준비를 위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모든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잠재적으로 고용시장과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준비시키려는 것이고, 또한 학교에서의 배움의 핵심이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로 살아가기 위한 전인격적 발달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춘 훈련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또한 애플이 지적하는 것처럼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외부전문가에 의해 교육목표가 설정되고 교육내용이 프로그램화되면 교사는 규정된 절차에 따라 학습자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될 뿐이다. 이는 교육의 기획 및 실천의 주체로서 교사의 역할을 상당부분 제한하게 될 것이다.

 

논의를 정리하며

 

  경제적 위기가 도래하고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교육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위기가 나타난 것이며, 이 위기는 경제구조와 사회시스템과 관련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와 실업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교육개혁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 마치 교육만 바뀌면 경제위기도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은 경제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나마 교육주체들이 투쟁 속에서 지켜왔던 교육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기업의 이윤만 생각하는 교육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교육현장 지배가 우회적이였다면,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은 아예 기업이 교육과정을 직접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을 병행한다는 논리는 일하면서 끊임없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자기 비용을 들여 학교에서 배우라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교육개혁은 현재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 사회를 예측하며, 그럼으로써 미래 삶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여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당분간 경제회생의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늘어났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들과 경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할 수 있음을 걱정하여 자신의 소질과 취미보다는 사회적 대우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당장 필요한 일은 현재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남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교육이여야 한다. 덧붙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여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받는 다는 것이 행복해야 하고, 미래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우리 스스로 알게 되는 그런 교육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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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논단(66~7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