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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3호 (2016.12.21. 발간)


[특집]

2017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1. 격변의 시대 한국사회의 새로운 재편의 길로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대격변이 일어났다. 아니 진행 중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촛불 투쟁은 박근혜 탄핵(소추)를 이끌어냈다. 탄핵 이후에도 민중들의 의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즉각 퇴진’ ‘탄핵 인용과 함께 재벌 개혁’ ‘공정한 사회 건설’ ‘헬조선 타파’ ‘70년 적폐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격변의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투쟁할 것인가?

   탄핵 이후 촛불 정세는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퇴진 투쟁으로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 누적되어 온 정치, 사회 개혁 요구가 분출되면서 사회개혁 운동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격변적 정세는 비단 한국사회 만이 아니라 구체적 양상들은 다르지만 여러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샌더스 돌풍과 트럼프 당선 등이 있었고 그 밖에도 그리스 시리자 집권, 스페인의 포데모스 돌풍 등 급격하고 새로운 정치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공통점은 그 동안 고통 받아 온 각 나라의 민중들이 기존 의 주류 정치세력을 부정하면서 정치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현상의 근저에는 신자유주의 지배질서가 남긴 폐해에 대한 광범한 불만과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격변적 정세 역시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다. ‘헬조선’ ‘흙수저론등 누적되어 온 불만에 세월호’ ‘국정교과서등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 정치와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어 폭발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 단계 격변 정세의 전반적 조건과 성격을 살펴보고 향후 운동의 진로 설정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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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상 최대 대중투쟁의 역동적 전개

 

1) 최순실 사태 그 이상의 에너지

   우선 표면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적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중투쟁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촛불 집회는 12월 3230만을 비롯 (12월 10일 현재) 7차까지 연인원 75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전개되었고 세대와 연령, 지역과 성별, 조직대중과 미조직대중을 가리지 않고 참여하여 그야말로 전 국민적인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여타의 역사적인 민중 투쟁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87년 대투쟁 보다 2배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규모도 규모지만 역동적 전개는 더욱 놀라웠다. 최순실 사태 이후 1차 촛불집회 5만에서 출발하여 한 달 만에 200만을 넘기는 폭발적 양상을 보여주었다. 양은 질을 담보하여 투쟁양상이 평화적이었음에도 박근혜 퇴진을 현실화하도록 강제해 냈다.

   이같은 광범한 에너지와 역동성은 표면적 계기인 최순실 사태 이상의 누적된 분노와 힘이 응축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2016 촛불 투쟁은 세 차원의 동력과 계기가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20년 동안 누적되어 온 양극화, 실업과 비정규직 등 생활의 고통, 생존의 고통에 대한 분노이다. 가장 근저에 있는 동인이다. 둘째, 이명박 이후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되어 온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항이다. 에너지 그 다음 층위로 정치적 방향을 규정하는 동인이다. 셋째,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최소한의 정당성 파기 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이다. 표면적 계기로서 응축되어 온 에너지를 폭발시켰고 수구세력을 제외한 전 계급, 계층을 결합시키는 직접적 동인으로 작용했다. 응축되어 결합된 에너지도 컸고 던져진 인화물질의 폭발력도 압도적이었다.

   그 결과 현직 대통력 탄핵이라는 지각 변동이 현실화되었고 급격한 정치질서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응축되어 온 에너지의 폭발이라는 점에서 현 단계 정세와 투쟁은 단지 박근혜 1인의 퇴진이라는 것에 머물 수 없다. 후퇴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물론이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요구와 에너지의 표출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에 대한 대중의 광범한 에너지가 밑바닥에 들끓고 있음은 이번 촛불 투쟁 이전에 이미 지난 4월 총선에서도 표출된 바 있다. 새로운 사회질서를 향한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점에서 현 단계 격동 정세는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부터 시작되어 탄핵을 정점으로 이후 대선 및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는 시기 때까지의 보다 중기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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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한 또 하나의 민주 혁명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은 이번 촛불 투쟁을 또 하나의 민주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확한 규정은 한참 뒤에야 내려지겠지만 그 양상으로 볼 때 가히 혁명적 이라고 할 만하며 내용적으로 민주주의 회복 내지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민주 혁명으로 성격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대규모 대중 투쟁으로 일정한 정치적 승리를 안아 온 것으로 본다면 이번 촛불 민주 혁명은 4.1987년에 이어 3번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촛불 항쟁은 어떤 민주주의 과제를 제출하고 있는가? 그것은 87년 투쟁을 통해 수립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민중이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될 것이다. 2016 촛불 항쟁 속에서 민중은, '권력은 민중(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정정신이 단지 문구가 아니라 실제화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출했으며, 제도권 정치를 넘어 직접 행동으로 의지를 관철시켰다. 87년 체제가 직선제 개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및 대의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절차문제가 중심적 의제였다면, 이번 촛불 투쟁은 권력의 작동 방식 문제가 중심 문제가 되었고 제도권 대의 정치의 한계를 넘어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 확장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2016 촛불 항쟁은 이미 성공하고 있는 민주 혁명이다. 민주 혁명의 성공은 4.19 혁명과 87년 민주화 대투쟁에서 보이듯 광범한 민주개혁, 사회개혁 운동을 촉진한다. 응축된 에너지와 민주 혁명의 성공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결합하고 투쟁할 것인가의 문제가 향후 정세의 주된 과제이다. 탄핵을 넘어 민중의 삶 개선,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장의 폭과 깊이 그리고 실현 정도는 이후 실천과 운동에 달려있다.

 

3) 대중 투쟁의 새로운 양상

   2016년 촛불 투쟁에서는 놀라운 규모와 역동성 외에도 언론에서 분석하듯 축제 같은 평화집회, 가족단위 참여, 자율적 집단 통제 등 새로운 양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들 새로운 양상들은 민중 투쟁의 역사가 새롭게 변화,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 촛불 혁명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체계적인 분석은 추후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다음의 특징적 지점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0 집단지성의 진화

 

"촛불이 들불로"750만 촛불 일군 집단지성의 힘(이데일리, 2016,12,12)

 

   집단지성의 발휘가 이번 촛불투쟁을 일구었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대규모 투쟁을 성사시켰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셈법을 앞지르는"(주간경향. 2016.12.14)르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특히 퇴진시기와 방식을 국회로 떠넘긴 박근혜의 3차 담화는 예전 같으면 제도 정당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이 정도면 됐다고 헷갈릴 만한 일이었다.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세력은 개헌 논의를 매개로 한 보수 주도 정계 개편 구도 실현을 거의 확신하는 듯 했다. 그러나 광장의 촛불시민들은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담화의 숨은 의도와 본질을 파헤치고 공유했으며 즉각 퇴진의 결의를 재확산시켰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은 230만의 6차 촛불집회가 이루어졌고 결국 국회 탄핵을 강제시켰다. 기존의 관성적 예측과 행동방식을 뛰어 넘는 높은 수준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것이다.

   집단지성의 진화는 이번 촛불투쟁에서 다른 몇 가지 지점에서도 확인된다. 집회장소의 자율적 정리 등은 물론이고 뚜렷한 리더나 지도자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투쟁 방향이 공유되었으며, 공유된 전술 방식에 대한 자율적 집단 통제가 유지되었다.

   이 같은 집단지성의 진화는 sns가 토대가 되면서 오프라인과의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무엇보다 보수 언론과 정치가들의 왜곡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만큼 민중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총선도 보수 언론의 왜곡된 선전, 선동과 정치권의 셈을 뛰어 넘는 집단지성이 발휘의 결과였다. 민중의 의식 향상과 결합된 집단지성의 향후 정치 지형 변화의 조건이 될 것이며 새로운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고 할 것이다.

 

0 직접 민주주의적 양상과 의지 표출

   광장 민주주의로도 불리는 촛불 투쟁은 민중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한 탄핵 여부에 흔들리던 제도권 정치세력을 대중의 힘으로 통제해 냄으로써 대의제의 한계를 보여준 동시에 직접민주주의의 의지를 표출하였다.

따라서 촛불 항쟁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 민중의 의사를 보다 실질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는 방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동네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결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는 엘리트가 스스로를 위한 정치를 행하면서 위기에 처했다촛불 집회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요구했던 것처럼 의원들과 시민들이 접점을 넓히는 동네 민주주의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직접민주주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촛불 이후는 대의제-동네 민주주의 투트랙으로‘, 헤럴드경제. 2016.12.12.)

 

   대의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의 방식과 형태는 동네 민주주의외에도 인터넷 기반을 활용한 플랫폼 민주주의 등 더 다양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민중의 의사, 의지가 올바로 조직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정세의 격변

   

   격변적 정세는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한국사회 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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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류질서의 해체와 아웃사이더/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

   최근 많은 나라들에서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 사례 등 기존 정치 질서를 뒤흔드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유럽과 미국의 반이민 정서와 결합한 극우세력의 대두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반이민 극우 세력만이 아니라 스페인의 포데모스,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등 새로운 좌파 세력의 부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리자라는 새로운 좌파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들 정치 현상의 공통점은 민중의 불만과 분노에 기반한 기존 주류 정치 질서에 대한 거부와 대안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우파정부든 좌파정부든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성의 주류 정치세력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주류 세력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부상하고 있다. 다만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부상하는 주요 정치 세력이 극우이거나 새로운 좌파인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 세계정세의 주요 특징을 극우 세력의 대두로만 파악하는 것은 일면적이며 기존 주류 정치질서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좌우 정치세력이 각축하면서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어게인 1930?

주류 언론 등 일부에서는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현 단계 세계정세에 대해 경제 위기 속에서 파시즘이 부상했던 1930년대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비슷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기존 시스템의 위기와 경제 위기를 배경한다는 점(1930년대는 대공황) 둘째, 그 과정에서 인종주의, 소수자 혐오 등 극우 세력이 발호했다는 점. 셋째, 저학력 노동자, 농민층의 다수가 극우 세력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때와는 엄연히 다른 점들도 존재한다. 첫째, 파시즘에 대한 역사적 경험으로 극우 세력의 부상에 대한 광범한 경계가 존재한다. 둘째, 새로운 좌파 정치세력 부상 현상도 만만치 않다. 포데모스(스페인), 해적당(아이슬란드) 등이 그러하며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의 샌더스 돌풍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민중의 정치의식 수준이 그 때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민중의 교육 정도 및 의식 향상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조건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감안할 때 1930년대처럼 광범하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극우 세력이 부상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극우 세력이 부분적, 일시적으로 부상할 수는 있겠지만 확장성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대선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그를 경계하는 흐름으로 좌파 녹색당 후보가 큰 표 차로 당선되기도 했다. 패퇴하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빈 공간을 새로운 좌우 세력이 각축하는 상황에서 그 결말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누가 어떻게 창출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2)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패퇴와 범세계적 유동 정세

   세계정세의 격변에는 수십년 간 누적되어 온 신자유주의 모순과 폐해가 기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그 동안 고통 받아 온 기층의 분노와 요구가 분출되면서 기존 주류 정치질서에 대한 불신이 광범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큰 변화를 반영하는 정치 현상이다. 1930년대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보장 및 복지 확대, 경제 부흥, 그리고 1980년대 이래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 그 뒤를 이은 세계화의 가속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최장집, [한겨레21] 1138,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트럼프 현상' 원인과 미국 정치 변화를 말하다에서)

 

미국도 1980년대부터 불평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번 대선의 중요 의제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가장 구조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트럼프의 당선만 생각하지 수백만명이 버니 샌더스를 선호했다는 사실은 잊고 있다. 많은 곳에서 중도가 무너지며 정치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있다.”(부르스 커밍스, 2016. 12.11 경향신문 대담에서)

 

   신자유주의 주류 세력의 헤게모니가 패퇴하는 가운데 부르스 커밍스 교수가 말하듯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극우든 새로운 좌파든 어느 쪽도 새로운 헤게모니를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극우는 확장성에 역사적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좌파 역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대안들을 제대로 제출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시리자는 정권을 잡자마자 우경화되어 버렸으며, 빠른 속도로 부상하던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제1당의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주류 세력은 불신 당하는 가운데 새로운 세력도 좌우 모두 아직 대체 헤게모니를 형성하지 못하는 유동 정세가 현 단계 세계정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좌우 각축과 정치질서 재편의 유동적 정세는 새로운 축적 모델 혹은 대안이 구축되기 전까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헤게모니의 해체 계기로 작용하면서 정세 유동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세계 정세 개입력이 약화되는 대신 민주주의와 양극화 문제를 둘러싼 국내 차원의 계급, 계층적 대립, 투쟁의 역동이 확대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패퇴의 빈공간을 다투는 세계적 유동 정세에서 좌우 어느 쪽이 승리하게 되는 가는 새롭고 현실적인 대안을 어느 쪽이 마련해 가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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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 정세와 촛불 민주 혁명 : 공통점과 차이

   세계적 유동정세와 한국의 격변 정세는 신자유주의 모순 축적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그러나 역동의 구체적 양상 및 내용은 다르다. 몇 가지 지점에서 공통점과 차이를 살펴본다.

 

0 정세의 동인에서

   양극화, 민중 생존권의 위기 등 신자유주의 모순 축적과 헤게모니 패퇴를 배경으로 하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렇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부각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유럽, 미국에서 주요하지 않은 민주주의의 후퇴 문제가 한국에서는 핵심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 점에서 한국의 촛불 정세는 유럽, 미국보다 방향성에 있어 진보적 동인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0 아웃사이더 현상/비주류의 부상

   한국에서는 아웃사이더 현상이 진보진영의 약진이 아닌 이재명 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유사하다. 유럽의 경우는 아웃사이더 현상이 대체로 새로운 좌우파 정당이 부상하는 형태인 반면 미국에서는 비주류였던 샌더스, 트럼프가 주류 정당들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견고한 양당 체제 때문이겠지만 우리의 경우 양당 체제가 어느 정도 깨진 상황임에도 주류 정당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까지 진보진영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타개해야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0 직접민주주의의 대두

   직접 민주주의의 대두는 부상하는 여러 나라의 새로운 좌파 정치 세력과 한국 촛불 혁명의 유사한 현상 중의 하나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이 아직 명료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데모스, 해적당 등 새롭게 진출하는 좌파 정치세력들은 공통적으로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아직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안이 되는 사회적 난제들을 집단적 논의와 의사결정으로 해결해 가려는 대응 방식으로 볼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한 단계 전진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촛불 투쟁의 광장정치는 그 자체로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였으며 진행과정에서도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었다. 그 점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집단적 논의를 통해 마련해 가는 것이 대안 사회에 대한 논의와 함께 현 단계 진보운동의 기본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0 민주주의와 새로운 사회를 향한 민중의 진출

   다른 나라에서 주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거나 일부에서는 우경적 경향이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친박으로 대표되는 수구 세력의 정치적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집권 세력이었던 수구세력이 시대변화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기는커녕 비정상적인 퇴행적 정치를 폈다는 점, 유럽과 미국에서 이민자 문제가 점점 확대되는 사안인 반면 한국에서는 반공이데올로기가 점차 약화되어 왔다는 점, 그리고 미비한 민주주의에 대한 확대 요구가 강화되어 왔다는 점을 조건으로 한다. 또한 광범한 민중의 진출에는 신자유주의의 모순 극복 외에 해방 이후로 지속되어 온 기득권, 특권 구조에 대한 분노도 결합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확대 및 사회재편에 대한 요구가 보다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3. 향후 전망과 운동 방향


   예상치 못한 변화는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났었다. 촛불을 정점으로 하는 현 단계 격변 정세는 정세의 동인과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총선에서부터 향후 대선 및 개헌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과 기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1) 향후 전망

 

0 정치 일정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 일정은 앞당겨질 것이며 또한 개헌 논의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사유도 충분하며 인용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인용이 예상된다. 대선 시기는 박근혜의 자진 사퇴 의사가 없는 조건에서 탄핵 인용 시기에 달렸는데, 박근혜 및 수구 세력의 지연작전이 있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심판하라는 민중적, 정치적 압박이 더 주요한 힘이기 때문에 헌재는 속도를 내고자 할 것이며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수의 관측은 대체로 2017년 상반기 중에 대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일부에서는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 인용 가능성을 추측하고 있는데 그 경우 대선은 5월이 된다).

   한편 개헌 논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수의 정치 세력들이 개헌을 표명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도 개헌 자체의 반대가 아닌 4년 중임제 개헌 입장이기 때문에 개헌 문제의 의제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도 87체제 한계를 극복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와 진보진영 정치직 진출의 제도적 조건을 담아낸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대선 이전 개헌은 정세를 호도할 우려가 있고 일정상으로도 어렵지만, 개헌 문제에 대한 입장들이 대선 공약으로 표현되고 대선 이후 현실적 의제에 오르는 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향후 개헌 논의까지 연결되는 과정이 예상되는 정치 일정 속에서 2017년 시기 설정되었던 의제화, 공약화 사업은 좀 더 과감하고도 압축적으로 앞당겨지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0 세력 구도의 변화

   최순실 사태 및 촛불 항쟁을 계기로 정치 지형의 급속한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 친박/비박의 대립과 분열이 진행되는 가운데 보수 세력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친박은 버티면서 고립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당권 투쟁에서 패배한 비박은 탈당, 분당의 기로에 놓여 있다. 비박 일부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 개헌에 대한 입장을 고리로 소위 중도보수블록 형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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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박근혜 지지 기반이 붕괴되면서 한국 보수 콘크리트 지지율이 깨지고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콘크리트를 받쳐주던 몇 가지 조건들 - 박정희 향수는 박근혜 몰락과 함께 해체되었고 반공이데올로기 약발과 지역 구도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흐름의 단면은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났고 이번 촛불 항쟁을 통해 더 촉진될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밑바닥 세력 구도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모순 누적, 보수정권의 정치적 퇴행으로 인한 것이지만 세대교체 및 교육받은 대중의 지속적 확대라는 역사적 조건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밑바닥 세력 구도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을 함께 지닌 흐름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구세력의 정치적 몰락이 진보진영의 정치적 부상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 수구 몰락의 반대급부는 현재 주로 자유주의 정치세력(민주당)에 집중되고 있으며 친박과 대립을 강화하는 비박이 국민의 당의 정치적 색채가 비슷해지면서 중도보수가 두터워지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유주의 세력의 확대가 뚜렷하다. (총선에서 보듯 별로 정확하지 않지만) 제도권 여론조사를 보면 201612월 중순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여타 좌우 모든 정당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많으며 대선 후보 지지율은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처럼 자유주의 세력에 몰리는 이유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작용하면서 지난 10년 사이 신자유주의 색채가 옅어진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현 시기 정치 세력 구도의 변화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는 민중의 진출이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진보진영 정치적 진출의 새로운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 현 단계 격변기 정세 주요 과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2) 한국사회 재구성을 향해 : 87-97체제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향한 17체제 수립으로!!

   촛불 투쟁으로 발산되기 시작한 민중의 에너지는 앞으로 새로운 정치, 사회 질서에 대한 다양한 요구로 분출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모순의 누적만이 아니라 최순실 사태 자체만 해도 정치제도와 통지방식, 관료주의, 교육, 문화, 법조계 등의 온갖 병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 질서 재편을 요구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달라진 촛불집회 모습, 퇴진에서 시국개선으로”(세계일보, 2016.12.10.)

[7차 촛불집회]"750만 촛불 혁명..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서울경제, 2016,12.11)

“1047차 촛불 '활활'.."헌재 압박·즉각 퇴진·사회개혁"”박근혜 게이트' 넘어 사회구조 개혁 열망(News1, 2016.12.10.)

 

   격변기 정세에서 진보 진영의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제기된다.

   첫째, 97체제의 극복, 즉 신자유주의 폐기이다. 비정상적 박근혜 표 정책 폐기에 결코 머물 수 없다.

   둘째, 87체제의 극복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민중배제적 대의 정치에서 참여, 직접민주주의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권 정당들은 자기들끼리의 권력 분점 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당명부제 등 진보진영 정치세력화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하며 향후 민중의 정치적 진출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70년 적폐의 극복과 새로운 대안 형성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방 이후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오래된 한국사회의 기득권, 특권 구조를 허물고 재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본적 사회개혁 대안들을 제출하고 이후 대안 사회 논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운동은 이 과정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정책 폐기와 교원평가, 성과급, 고교다양화 정책 등 신자유주의 정책 폐기를 이루고 더 나아가 학벌과 대학서열구조로 대표되는 특권 교육구조 허물고 근본적인 교육재편을 이룩해 나가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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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탄핵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현 단계 격동 정세의 진정한 결말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는 일부 수구 세력의 반발을 제외하고 보수 세력 전반이 압도당하면서 민중, 시민 주도의 단일한 촛불 대오가 형성되었지만 한국 사회의 새로운 재구성과 관련해서는 다시금 분화, 대립되어 나갈 것이다. 격변기 정세를 경과하면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전진해 나갈 수 있는가는 지금부터 전개되는 진보진영 및 민중의 투쟁과 실천에 달려있다




03-특집(4-2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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