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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고한 투쟁과 담론으로 자유주의를 넘어 새로운 전망을


어느덧 법외노조 6년째다. 대선에서 이기면 바로 박근혜 정권의 불법적 법외노조 조치부터 풀겠다던 문재인 정권이 약속을 어기고 있는 것도 벌써 2년반째다.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는커녕, 교원노조법, 공무원 노조법, 노동법 개악안을 제출했다. 말과 행동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다. 이를 규탄하고 바로잡고자 해고자 동지들이 고용노동청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우리의 정당한 투쟁을 경찰력으로 짓밟는다. 현 정권의 계급적 본질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런 장면들은 반복적, 동시적으로 나타난다. 공기업인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온갖 술수와 노동자 갈라치기로 거부하고 있다.

자유주의 정권의 반노동자성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들의 허언과 계급적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른바 ‘조국 사태’도 벌어졌다. 진보적 지식인임을 자처했던 조국 일가조차 상류층의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하여 자녀의 입시경쟁에 온갖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였음이 드러났다. 배신감 외에도 그것이 별 문제가 안될 거라고 생각한 자유주의 세력의 무지와 자만심에도 실망과 분노가 일었다. 똥 묻든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조국 사태를 기화로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으려는 수구세력의 대공세는 가히 가관이었다. 이 와중에 검찰, 언론, 수구세력의 기득권 카르텔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조국 사태는 수구 세력은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력의 한계와 본질을 함께 웅변으로 드러나고, 이 땅의 민중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적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변화시켜야 함을 일깨우기도 했다.

 

다른 한편 조국 사태는 새로운 역동이 거대하게 꿈틀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금수저 전형에 대한 광범한 배신감의 표출은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불평등, 삶의 피폐함에 대한 분노의 발로였다. 분노의 거대함에 놀란 자유주의 세력은 소위 ‘공정론’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공정론’으로 덮여질 문제가 아니다. 진정으로 공정할 수도 없지만 자유로운 경쟁이 주어진들 수저를 바꿀 수 없음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공정 경쟁’이 아니라 ‘공정한 삶’만이 사태를 바꿀 수 있다. 이 사태로 불거진 대입 문제에 대해 학종/수능 비율 문제로 대하는 모습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음을 잘 보여준다. 수구세력의 정치적 패퇴 이후 자유주의 세력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나는 중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혁이 필요함을 그리고 그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밑으로부터 쌓이고 있다.

한국사회를 넘어 세계자본주의 전체에 시스템 차원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저출산/고령화, 인지자동화, 저성장 시대라는 유례없는 상황들이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요청한다. 이 속에서 미중 패권전쟁과 국제질서 변화, 생태주의의 정치적 진출, 미국과 남미에서의 대중들의 급진화 등 크고 다양한 현상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자본과 지배엘리트들도 이러한 변화들을 감지하고 자본주의 4.0, 뉴노멀 등 다양한 논의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새로운 교육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역동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역동은 새로운 차원의 민중 진출로 나아갈수도, 더 심화된 지배질서의 구축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한 분명한 관점과 올바른 인식이 엄중히 요청된다고 생각된다. 대안사회와 교육혁명을 향한 강고한 투쟁과 담론실천으로 새로운 전망을 열어나가야 한다.

 

이번호에는 [특집]이 두 개이다. [특집1]은 조국 사태로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운 중 현재 대입제도를 둘러싼 입장을 정리했다. 또한 문재인정부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중등교육의 개혁 방향으로 타당한 것이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집2]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의 구조화 현상은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상황임을 밝히며 고장난 자본주의의 리셋인지 대안사회로 나아갈지 갈림길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기적 시기에 교육운동의 재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 [기획]에서는 현재 기초학력보장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논쟁을 정리해 보았다. 현재까지 정부와 일부 지역교육청에서 제출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보고 어떤한 관점을 대응할 것인지를 제출하고 있다. 코난은 지난호에 이어 [담론과 문화]에서 색 지각 둘러싼 논쟁을 정리하고 있다. 인간의 지각이 감각 기관의 자극 수용과 뇌의 해석으로 완성됨을 제시하며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임을 밝히고 있다. 한송은 미국생활에서 가장 큰 불편함으로 병원 이용을 말한다. 이를 통해 미국 병원 이용방법과 보험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병원이 국민들의 건강보다는 자본의 입장에서 운영되는 것을 지적한다. 강수정은 최근 소개된 ‘20대 남자 현상’이 무엇이며 왜 발생했는지 분석한 글을 소개한다. 학생들의 근접발달영역의 창출을 위해 젠더 경계선에서 급진적 펀치를 날려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만평]은 장애학생이 학교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조건을 이야기 하며 공교육에서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바쁜 교육현장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글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보다는 내용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임성무의 교단일기에는 교사의 삶이 함께 녹아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기쓰기를 권장하지만 교사 스스로 꾸준한 일기쓰기는 드물다. 어찌보면 상위1%가 바로 임성무인지도 모르겠다. 끊임없는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필자의 글 중에서 ‘이오덕과 권쟁생의 삶을 따라가는 길’과 관련된 글을 눈에 확 들어온다. 일독을 권한다. 지실은 현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방안은 결국 구태한 일제고사로 흐를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학생들과의 학급살이를 통해 기초학력 논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실은 기초학력 논란은 과학적인 발달 교육과정 설계와 더불어 실효성 있고 다양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등 교육복지와 함께 총체적으로 바라봐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열공]에 글이 소개된다. 혜윰은 원고 불가를 이야기하며 주저했지만 편집위원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발달의 누적으로 인해 발달 위기의 징후가 농후하다. 아니, 벌써 교사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현저하게 드러나는 미발달은 주의집중과 자기규제이다. 혜윰은 인지심리학으로 본 주의집중을 소개한다. 세심한 일독을 권한다. 산은은 [책소개]에서 시를 이야기한다. 격동의 시기에 스스로 ‘한가한 것 아닌가.’라고 묻고 있지만 산은은 동아시에서 시는 문학이면서 정치라고 말한다. 소개된 책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가득하시길 소망한다. 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신자유주의 광풍에서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밝혔던 연구소가 2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 길에 연구소 회원들이 함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