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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1호 (2016.07.05. 발간)


[열공]

"초짜세미나"

교육운동의 아포리아를 맞보는 시간


귀카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15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초짜세미나

 

     초짜란 어떤 일에 나선 지 얼마 안 되어서 일이 서툰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초짜의 시기 없이 대번에 능숙한 프로가 되는 일은 없다. 누구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무렵에는 서툴고 어리숙하기 마련이다.

     2001, “초짜라는 필명의 예비교사가 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 초짜세미나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일면식도 없는 사범대 학생이었는데 연구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예비교사로서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을 초짜라고 칭한 덕분에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초짜세미나라는 명칭을 연구소에 선사해준 친구이다. 이처럼 원래 초짜세미나는 교육운동의 입문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개설한 학습 모임이었다. 당시 연구소는 교육이론분과, 교육문화분과, 대학교육분과 등 사업과 결합된 연구분과들은 있었지만 초심자 내지 활동가 양성을 염두에 둔 세미나 구조는 없었다. 이후 초짜라는 명칭이 주는 가벼운 느낌이 괜찮다는 운영위원들의 반응도 있고 해서 교육운동 기초세미나의 명칭은 초짜세미나가 되었다.

     초짜의 껍질을 벗고 이론적 파악을 바탕으로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주체가 되는 것은 부지불식간에 쌓이는 경험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다. 한국사회의 교사라면 누구나 아이들과의 관계형성이 난제 중의 난제일 터이고 교육운동 활동가에게는 교육문제와 정세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다만, 유독 이 두 가지는 집단적 학습을 고단할 지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달라진 조건, 변화된 커리큘럼

 

     2001년 초짜세미나 커리큘럼의 중심 내용은 재생산이론이었다. 초짜세미나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재생산이론 세미나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당시에 초짜세미나를 진행했던 필자가 그나마 익숙하고 아는 교육이론이 재생산이론이기도 했고 당시까지 교육운동의 중심적 이론적 기반이 재생산이론이었다는 점이 맞물린 결과였다.

     보울스와 진티스, 번스타인, 부르디외, 윌리스, 애플, 알튀세르 등 재생산의 주요 저작들에서 발췌해서 자료를 구성해서 읽어나갔다. 이후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교육운동 기초세미나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 비판과 공교육개편운동을 추가했다. 그때 초짜세미나를 통해 만났던 분들이 현장에서 이 내용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함정이긴 하다. 필자도 미숙할 때이고 연구소 자체의 내용생산도 많지 않을 때여서 욕심만 앞세웠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반성도 든다.

     내용 생산이 정체되고 연구소 운영진이 다들 바쁜 현장교사들이다 보니 여섯 차례 정도 진행된 후 더 이상 명맥을 잊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학습집단을 조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탓도 있었다. 기존의 활동가들은 실천에도 바쁜 데다가 이론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신규활동가 유입은 정체 일로에 있었다.

     내용적으로는 당시 재생산이론의 의의 뿐만 아니라 한계에 대해서도 거론했었지만 좀더 변증법적으로 균형이 잡힌 분석과 대안적인 시각이 형성되지 않았었고 포스트모더니즘이 득세를 하고 있었다. 반면에 맑시즘과 교육사회학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와중이었다. 재생산 이론 자체에서 새로운 연구자와 새로운 연구물 생산이 이루어지질 않았다.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는 모양새였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공교육개편안 작업 후과로 학제와 교육과정의 토대가 될 만한 진보적인 시각의 인간발달이론을 연구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비고츠키 교육학을 만나게 되었다. 그 결과물이 2015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의 발간이었다. 이는 2016년 초짜세미나 커리큘럼에 반영되었다.

     20161기 초짜세미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차시

주제

읽기자료

1

오리엔테이션

운영팀 작성 문서 : 일정과 커리큘럼

2

발달과 주체형성 (1)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1,2

3

발달과 주체형성 (2)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3,4

4

발달과 주체형성 (3)

관계의 교육학, 비고츠키5,6

5

교육과 계급재생산 (1)

자료불평등한 교육과 사회적 분업의 재생산

*출처 : 교육과 사회구조1(카라벨&할제이 편, 강순원 역, 미래사, 1985)

자료➋ 『문화재생산이론(김기석 저, 교육과학사, 1987)

보조자료 : 교육사회학1,2(김신일 저, 교육과학사, 1996)

6

교육과 계급재생산 (2)

자료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출처 : 아미엥에서의 주장(루이 알튀세르 저, 김동수 역, , 1991)

7

교육과 사회변혁 (1)

자료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자료질문에 답하기 교육과 사회변혁

*출처 :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1, 8(마이클 애플 저, 강희룡 외 역, 살림터, 2014)

8

교육과 사회변혁 (2)

자료세계화에 대항하는 저항의 교육

자료대안적 사회모델

*출처 : 비판적 페다고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5, 6(조시화 저, 심성보 역, 2014, 살림터)

9,10

한국교육의 문제와 교육운동의 과제

자료교육패러다임 전환과 한국사회의 변화”(천보선 외, 2015, 마이클 애플 초청 공동심포지엄 자료집)

자료변혁적 주체 형성 문제와 맑시즘 교육론의 재구성” (2016년 교찾사 활동가 학교 자료집)

 

     15년이 지난 지금 조건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다수 전교조 활동가들에게 재생산이론은 생소 그 자체다.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학생운동 붕괴로 학습구조가 동시에 무너졌고 임용고시의 여파로 예비교사운동이 절멸하다시피 했다. 현재 전교조 활동가라 해도 사회과학 학습 경험을 여간해선 했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니 재생산이론이 낯설 법도 하다. 그러나! 실제 세미나를 해보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현장교사들이다 보니 경험과 직관의 힘이 대단했다. 제법 활기차게 논의가 진행되었다. 각자의 경험을 이론에 비추어 해석해보고, 거꾸로 경험에 비추어 이론의 문제점을 짚어내기도 하는 등 초짜인 척 하는 프로들이셨다. 아마 본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쌓인 내공이 있었음을 스스로도 몰랐으리라. 이런 점에서 학습은 경험과 이론이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준비과정에서 최대의 걱정은 과연 인원을 채울 수나 있을까였다. 실천에 열심히인 사람이 학습에 대한 열의도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바쁘니 실천과 학습 중 택하라면 어쩔 수 없이 이 우선이 되기 마련이다. 물론 1기를 끝으로 공부할 사람이 없어서 끝나고 마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다행히 제한인원(10)을 훌쩍 넘었다. 일정의 반 이상을 진행했는데 안정적으로 잘 되고 있다. 다들 매우 성실한 학습자이고 열의가 충만하다보니 세미나 날이 기다려진다. 강 모 운영위원의 열정적 조직과 요즘 대세인 비고츠키 교육학이 들어간 덕에 개점휴업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비고츠키 교육학은 최근 들어 현장교사들과 활동가들이 큰 관심과 학습욕구를 보이는 핫한 이론이다. 다만 너무 어려워서 혼자서 도저히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재생산이론이 교육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비판적 안목을 가지는데 기여하는 반면 현장 교사들의 실제 노동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을 바라보지는 못한다. 이런 점에서 비고츠키 교육학은 재생산이론에 결여된 인간발달즉 교육의 핵심문제인 주체형성을 현장교사들이 일상의 실천과 결합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두 이론의 공존과 결합은 중요하다. 그래서 초짜세미나에서 단기 속성으로 비고츠키 교육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사실 학교 일만으로도 퇴근 후에 몸 가누기도 힘든 지경인데, 게다가 이런 저런 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장 활동가가 2주에 한 번 정도 시간 내서 세미나에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자료도 읽어 와야 한다. 1기 초짜세미나 구성원들은 대부분 전교조 중심 활동가들임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하면 빠져드는 게 현실 문제와 결합된 집단학습이다. 이 분들이 씨앗이 되어 이후 세미나가 바글바글해지길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사회변혁의 문제를 드디어 초짜세미나 주제에 포함시켰다. 조건변화가 있었다. 비판적 교육학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애플 교수가 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담은 저서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교육사회학 진영에서도 재생산이론의 한계를 넘어 교육을 변혁적 관점에서 바라볼 근거가 강화되었다.

  


교육운동의 아포리아

 

     초짜세미나를 다시 시작한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운동이 의식적으로 설정하고 풀어야 할 아포리아(논리적 난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포리아는 고대 희랍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그리스 함대가 사방이 다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어원은 이러할 지라도 여기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후대 인간들이 심오한 의미를 부여했으리라. 철학사전에 따르면 아포리아는 사물에 관하여 해결의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이나 논리적 난점. 또는 해결이 곤란한 문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해결불가능해서 버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나 관점에서 새로이 탐구하는 출발점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교육운동의 아포리아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학교교육의 이중적 성격에서 비롯되는 문제일 것이다. 학교는 자본주의 사회의 재생산 메커니즘의 일부인 동시에 개념적 사고 형성 등 인간발달이 펼쳐지는 장이다. 학교가 수행하는 불평등한 계급재생산기능을 중단시키고 주체형성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우리 시대 교육운동이 맞닥뜨리고 있는 역사적 숙명이다.

     그런데 교실 내의 협력을 통해 펼쳐지는 어린이들의 발달이 전체적 그림에서는 재생산이라는 비극의 일부라는 사실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비극일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난제이다. 이 시대 교사들의 숙명과도 같은 문제이다. 그래서 15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다시 이어지는 2016년 초짜세미나는 이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핫한 관심대상인 비고츠키 이론만 한다고 사람들을 꼬셨다면흥행에 더 성공적이었을지 모른다. 그건 낚시질이다. ‘불평등 재생산의 문제는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는 한국교육의 구조적 현실이며 불평등으로 인해 인간발달이 왜곡된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므로 이 둘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멀리 비고츠키가 살았던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교사들의 교사였던 비고츠키는 소비에트 혁명 초기이자 그의 생애 막바지 시간에 소비에트 전역에서 온 교사들에게 아동학(어린이에 대한 과학)’을 속성으로 강의했다. 비고츠키의 학생들은 초심자들이었다. 그들은 짧은 강의를 들은 후 매우 열악한 조건의 교실로 돌아가야 했다. 따라서 그들은 실천적 문제들에 압도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이 강좌에서 비고츠키는 이론적 논쟁이나, 이제는 먼 과거가 된 당시의 새로운 발견에 천착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미래에 소비에트 교육을 이끌 이 초심자들에게 특정한 과학적 방법을 전수하고 싶어 했다.

     진보교육연구소의 초짜세미나가 비록 비고츠키가 행했던 속성 아동학 강의의 비범함을 결코 따를 수는 없을 테고 특별히 전수할 만한 특정한 과학적 방법을 정립하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미 실천적 고민과 다채로운 경험으로 충만한 선생님들과 난제를 공유하고 혼돈스러운 교육현실에 맞설 과학적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학습이 어찌 그리도 인간적인 활동인지를 함께 경험하고 싶을 뿐이다.

     교사의 매일의 노동을 발달이라는 차원에서 긍정해주는 비고츠키 이론, 불편함도 주지만 교육의 문제를 보다 넓은 안목에서 조망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재생산이론, 여기에 사회변혁과 교육까지. 10차시 만에 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작일 뿐이다. 초짜세미나가 난제 맞보기의 자리였다면 다가오는 2학기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진보교육학교는 난제를 풀어갈 방법을 탐색하는 집단 학습과 토론의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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