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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0(2016.05.09. 발간)

 

[논단]

프라임 사업코어 사업의 비판적 고찰

 

박영진 / 진보교육연구소 운영위원

 

 

 

대학교육개혁의 등장 배경

 

한국사회에서는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늘 중요한 이슈로 다뤄진 것이 교육문제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꼽는 것도 교육문제이다. 2013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자녀 한 명당 대학졸업까지 약 3억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할 만큼 한국의 교육비용은 상위권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은 25세에서 34세 사이 63.8%OECD국가에서 1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25~34세 대졸자의 상대소득(고졸자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124OECD국가에서 24위 정도이다. 위의 지표들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 다른 OECD국가에 비해서 남녀 임금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질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등록금은 비싼데 교육여건은 떨어지므로, 한국대학교육은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대학교육의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보이는데, 정부에서도 지난해 86일 경제재도약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강조하였다. 이 중 대학교육과 관련된 정책이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학도 사회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사회수요를 반영한 학과와 교육과정의 확산을 지원하면서, 구조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고등교육의 양적팽창과 일자리 창출의 감소로 대학졸업 후 청년 실업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었고, 고등교육과 취업교육의 불일치로 대학교육개혁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에 과연 박근혜 정부의 사회수요 맞춤형 고등교육정책이 타당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6대 교육개혁 과제 중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은 사회수요에 맞게 대학의 학사구조와 제도를 개편해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양성·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하여 대학이 정부의 의도에 맞는 구조개혁을 하도록 대학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일명 PRIM 사업, Program for Industry need Matched Education)대학인문학 강화사업(일명 CORE 사업,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 을 통해 대학졸업생과 취업생의 양적·질적 미스매칭을 해소하고 사양학문인 인문학을 되살린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학습자를 대학의 신규 수요로 확보하고 기업 주문식·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회맞춤형 학과를 확산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프라임 사업과 대학구조조정

 

우선 프라임 사업은 대학 간 정원교환, 대학 내 새로운 학과 신설, 학과 통폐합, 학문간 융복합, 유동적 정원제, 다중전공, 연계전공, 복합전공을 요구하는 양적조정과 취업연계형 주문식 교육과정 도입과 융복합 교육과정 확대를 요구하는 질적개선의 주요골자로 한다. 프라임 사업은 학사구조개편, 학생의 학습 선택권 확대, 학사제도 개선을 실시하는 대학에 평균 50~200,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선 관심 있을 수밖에 없다.

프라임 사업의 유형은 두 가지인데,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은 사회변화와 산업 수요 중심으로 큰 변화를 하는 대학을 선정하는 것으로, 대학 전반의 학사조직과 정원 조정,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 도입 등을 요구한다. 이는 큰 폭의 정원 이동을 참여조건으로 한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은 창조경제, 미래 유망산업 등 특성화될 수 있는 전략적인 학과를 발전시키는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다. 조건, 지원규모, 권역 구분은 아래의 표와 같다.

 

사업유형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창조기반 선도대학 (소형)

유형별 내용

사회변화와 산업수요 중심으로 대학 전반의 학사조직과 정원 조정 선도

창조경제, 미래유망산업 등

특정 분야 중심의 인력 양성을 위한 개편

특징

진로·취업 중심의 학과 개편과 학생 중심의 학사구조 개선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 도입과 학생의 진로 경력 관리 강화

신기술 직종, 융합전공 등 창조 경제와 미래 유망 산업 인재양성

창업학과, 사회 맞춤형 학과 등 선도적 교육모델 도입

참여조건

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or 200명 이상 이동

입학정원 5%(최소 50명 이상)

or 100명 이상 이동

동일계열 내 이동은 50%만 인정(계열 기준은 대교협 표준분류체계 대계열)

지원규모

1,500억원(9개교 내외)

대학별 평균 150억원x8

최대300억원x1

500억원(10개교 내외)

대학별 평균 50억원x10

권역구분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최소 수도권2개교, 비수도권 4개교)

5개 권역으로 구분, 균형지원

<출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기본계획 확정 공고>

 

8개 대학에 3년간 연 150억원, 1개 대학은 연 300억원을 지원하는 대형은 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또는 200명 이상의 인문사회 사범 예체능 자연계열 정원을 사회수요에 맞는 공학계열로 이동해야 참여할 수 있어 요건이 까다롭지만 26개 대학이 신청했다. 2개 대학을 선정하는 수도권에서는 일찍이 프라임 사업 지원 의사를 밝혔던 가천대, 건국대, 경희대, 숙명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를 비롯해 홍익대와 평택대까지 9개 대학이 경쟁에 참여했다. 대형 신청을 고려하던 숭실대는 마감날까지 구성원 간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4개 대학을 선정하는 비수도권에서는 대구가톨릭대, 영남대, 경운대, 안동대, 한국교통대, 영동대, 호서대, 순천향대, 선문대, 조선대, 광주대, 원광대, 동의대, 인제대, 동서대, 경성대, 영산대 등 17개교가 대형에 신청했다.

대형 신청 대학들은 최소 100명에서 최대 702명까지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많은 정원을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대학은 가천대다. 702명의 정원을 이동하기로 했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표준계열 분류상 대계열간 이동하면 1, 중계열간 이동하면 0.5명을 인정하기 때문에 인정 정원은 643(입학정원 대비 16%)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대는 입학정원 대비 가장 큰 비중을 조정하는 대학으로 파악됐다. 광주대는 입학정원 1644명 중 500명을 조정했으며, 실제 인정받는 정원은 450(27.4%)이다. 이밖에도 경희대, 호서대, 동의대, 인제대, 원광대, 중앙대, 홍익대 등은 400명 이상, 경성대, 숙명여대, 영남대, 영동대, 인하대, 조선대 등은 300명 이상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프라임 사업은 학제개편이 쉽지 않은 국립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중심국립대 중에서는 군산대와 안동대, 한국교통대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코어 사업과 학과재편

 

교육부에서 발표한 코어사업은 프라임사업과 보완적 사업으로 2016년부터 3년간 교육부에서 제시한 발전모델 예시를 참고하여 개별대학에 최적화된 인문학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20~25개 대학에게 5억에서 40억원씩 차등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발전모델은 글로벌 지역학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 기초교양대학 모델, 대학 자체개발 모델, 인문기반융합전공모델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시

내용

글로벌 지역학 모델

언어권 별 교육 연구거점 구축 및 특화된 글로벌 지역전문가 양성하는 모델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

인문학과 다양한 학문이 결합한 융합전공 개발을 통해 창의 인문인재 양성하는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

학술적 역량을 갖춘 인문학과를 지원하여 우수한 인문 전공자 양성

기초교양대학 모델

전 계열 학생 인문 소양 증진

대학 자체개발 모델

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인문학 전공자 양성

인문기반융합

전공모델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IT, CT 등 다양한 실용하문을 융합하여 사회수요에 맞는 전문 인력 양성체제로 발전, 인문대학이 주관하여 공학, 경영학, 사회과학, 예술관련 전공 등과 결합된 융합 교육과정 및 관련 학위과정 개설, 융합전공 교육과정의 실제 운영 가능성, 학생 취업과 연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출처: 교육부자료>

 

위의 내용 외에도 교육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를 보면, 스페인어학과는 철학과 등과 함께 대학 라틴아메리카연구소와 결합하여 라틴아메리카지역학과개설, 일어일문학과와 문예창작과는 사회적 수요가 높은 웹툰 산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심리학과와 경영학과와 융합전공으로 웹툰문화과정 개설, ·박사 배출 실적이 우수한 아시아학과는 기초학문분야우수인재양성을 위해 기초학문심화교육과정 운영, 어문계열인 중국학과는 일어일문학과와 함께 동북아시아학과로 개편하고 대학 내 연구소와 연계, 고고학과, 국문과, 철학과는 지역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관광, ICT와 접목하기 위해 융합전공으로 고고전문학과 개설하는 등등

인문대학에서 취업률이 낮거나 사양학문을 모아 사회적 수요를 반영해 새로운 학과로 재탄생시키라는 요구이다.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의 본질

 

올초부터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의 여파는 대학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대학구성원들은 정부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차등지원을 무기로 교육부의 의도대로 대학을 재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대학이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건 사실이지만, 개선방향이 대학의 사회적 역할인 사회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양성과 새로운 지식생산이라는 임무에 걸맞는 개혁이 아니라, 단순히 기업의 인력에 대한 수요만을 반영하거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 없애고, 몇 개의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의 폭력적 방법으로 대학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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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21일자 교수신문에 의하면 글로벌지역학 모델과 기초학문심화 모델, 인문기반융합 모델 등 3개 부문에 지원한 고려대는 독어독문학과 노어노문을 비롯해 일어일문, 서어서문, 국어국문, 영어영문, 불어불문, 중어중문 등 8개 언어관련 학과가 참여했다. 이밖에도 철학과 한국사학, 사학, 한문학, 언어학 등 인문학 분야가 코어사업에 참여했다. 글로벌지역학 전공으로는 독일과 러시아, 스페인, 일본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냈고, 인문기반융합 전공에선 라틴아메리카지역학사와 아시아지역학사 등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초학문심화 전공으로도 번역학과 국문학 국제화등 언어역량과 밀접한 연관을 둔 전공들을 발달시키겠다는 계획을 짰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코어사업 선정이 외국어취업에 쏠려 있는 것은 코어사업의 목표 자체가 지역학과 학생취업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설계 초기 단계였던 지난해 10월 교육부의 코어사업 공청회 자료를 보면 인문학계의 문제로 시대변화와 사회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꼽고 있다. 과거 대학수가 팽창하면서 인문학과도 사회수요와 상관없이 양적으로 팽창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때문에 기존 대학의 인문학과들이 학생들의 다양한 사회 진출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한계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인문학 육성을 화두로 제시하고 국가경영전략 차원에서 세계 각 지역의 언어·문화·역사·사회·경제에 정통한 글로벌 지역전문가 중점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업설계에서부터 외국어 중심의 취업교육을 요구한 셈이다. 이번에 선정된 한 대학은 인문기초 전문인재인문기반 실용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노골적으로 ‘10년 이내 취업률 15% 향상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대학개혁이 아닌 단순히 대학구조조정인 이유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이미 지난해 831일 교육부가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종교지도자 양성대학, 예체능계열 위주 대학 등을 제외하고 4년제 일반대학 163개교, 전문대학 135개교 등 298개 대학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서 그룹1(A,B,C등급), 그룹2(D,E등급)로 구분하였다. 그룹2(D,E등급)에 속하는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 전문대학 34개교 등 66개 대학은 2016년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전면 또는 일부 제한된다. 이 결과, 298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하위등급인 D·E 등급의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66개교에 달했다. 66개교에 대해 정부는 다시 컨설팅을 진행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결국 대학 퇴출을 선언한 셈이다.

대학들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선 학과개편과 전공별 정원 조정이 필수적이다. 이 중에서 선정평가에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전공 정원 조정이다. 이는 학과 신설, 통폐합,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이뤄진다. 전공 정원 조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기초학문을 통폐합하여 생기는 인원을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로 돌릴 것이 예상된다. 특히 인문학 같은 경우 여러 학과를 통합해서 교양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편성할 우려가 된다. 현재 대학구조개혁법을 둘러싸고 학과 통폐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인해 학교-학생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캠퍼스 내 몸살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중앙대에는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비교민속학과 등 4개의 학과가 사라졌고, 한성대는 22개 학과를 중심으로 통폐합 진행하고 있으며, 한양대는 취업률이 낮은 학과 정원 축소를 하기로 했고, 대부분의 수업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하였다. 다른 대학들도 학과 폐지나 통폐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는 체육학과, 식품영향, 융합보건을 합쳐서 건강웰니스뷰티트랙이라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로 했으며, 경희대는 호텔관광대와 생활과학대를 합쳐 휴먼리서치 대학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세종대는 만화애니메이션과와 산업디자인과를 폐지할 계획이고, 경성대와 신라대는 무용학과를 폐지한다고 한다. 건국대는 동물생명과학대와 생명환경과학대를 통합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 과정에서 9개 학과가 7개로 줄어든다. 경희대는 입학 정원의 15%인 약 720명을 조정해 새로운 융복합학과를 만들기로 했다가 학생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렇듯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은 발표 된지 불과 3개월~4개월 만에 학과 통폐합이나 폐지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여파가 크다.

 

프라임 사업은 친기업적 대학 구조조정

 

분명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러한 프라임 사업이 말하는 '사회'는 사회구성원을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일 뿐이다. 이러한 논리 구조 속에서 사회적 수요란 곧 기업이 원하는 인재 육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프라임 사업은 정부의 재정적 수단을 통한 친기업적 대학 구조조정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프라임 사업을 통한 구조조정의 방향은 명확하다. 대부분 대학은 취업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문, 예체능, 사회, 자연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의 정원을 늘리는 계획을 제출했을 것이다. 교육부가 "기존 학과의 정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여 산업수요 중심의 학과로 이동하라는" 아주 구체적인 방안을 신청 요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원이 줄거나 심지어 폐과되는 학과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의 본질의 핵심은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될 뿐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지 못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의 책임을 각 대학에 떠넘기면서, 대학을 친기업적 교육기관으로 구조조정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또한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을 통해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점도 생긴다. 오늘날 기업 환경의 변화 속도를 고려한다면, 프라임 사업으로 새롭게 등장할 신규 학과에 대한 수요가 4년 뒤에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신규 학과의 입학생이 졸업하는 4년 뒤에 해당 학과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사라질지 모른다. 배재대학교는 2008년도에 신설한 아펜젤러국제학부를 2011년에 폐지한 바 있다. 졸업생이 나오기도 전에 신생학부를 폐지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민망한 사태가 프라임 사업으로 새로 생긴 졸속 학과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이번 프라임 사업에 지원한 대학들이 제출한 학과 신설계획을 조사한 결과, 최근 인공지능 열풍을 감안한 ICT 계열 전공 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 예산에 눈이 먼 대학들이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에 너무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과연 정부의 프라임사업이 청년실업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부가 말하는 프라임사업의 취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와 기업이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구조를 창출하기 어려우니 대학이 구조조정-인력 미스매치 해소-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구조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청년실업의 근본문제가 대학졸업생이 많아서인가? 또한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인가?

한국의 저성장 실업률 증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4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첫 직장을 잡은 청년층 임금근로자 3777000명 중 20.1%(761000)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규직 일자리가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청년층의 1년 이하 계약직 비중은 2009년에 12.7%, 2010년에 16.8%로 높아진 데 이어 2011(20.8%) 이후 계속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1년 이하의 계약직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한 청년도 적지 않았다. 통계청의 ‘201412월 및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통계 작성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9.0%를 기록했다. 청년층 실업률의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며, 정부는 일자리창출에 뾰족한 대책을 제출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인력 미스매치 해소-취업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는 창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그동안 고등교육의 양적팽창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이후 대학정원 자율화가 실시되면서 대학정원은 증가한 결과, 2012년 기준으로 전문대생을 포함하여 대학생수는 3,000,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정체상태에 진입하고 IMF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저성장은 일상이 된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인원을 줄이고, 불안정 고용을 확대한다. 신규채용의 감소는 일자리 경쟁을 날로 심화시키며 서울 지역 몇몇 명문대학 졸업자들만 안정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에 채용되고 나머지 대학들은 고용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그렇다고 대학정원을 일자리수에 맞춰야 하는 것인가? 또한 대학정원을 일자리수에 맞추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

 

전통적으로 대학은 사회를 선도하는 지식과 노동력의 생산을 요구받았다. 경제성장기 동안은 이 두 축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고등교육이 발전하지만,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진행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사회를 선도하는 지식과 노동력 생산보다는 전공학과제와 직업주의의 부조화를 부각시키면서 대학교육을 기업요구에 종속시키는 경향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프라임 사업도 전공학과제와 직업주의의 부조화를 극복하며, 대학의 대중화로 나타난 대학의 양적팽창을 제어하려는 시도이다. 그렇다고 과거 대학의 이상이던 진리의 상아탑만을 고수하거나 기업적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 교육으로의 재편은 대학의 근본적인 변혁을 이루기 어렵다. 인문, 예체능, 사회, 자연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공학계열의 정원 증설을 ''으로 압박하는 프라임 사업은 분명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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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대학교육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해야 하나? 대학교육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회를 변화시킬 지식생산이다. 어느 사회이건 사회를 변화시킬 최고의 지식을 생산하는 곳은 필요하다. 중세의 대학에서는 그것이 철학과 인문학이었다면, 현대의 대학에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다. 이러한 과목들은 학생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직업적 경력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기초학문보다는 대학이 좀 더 취업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한 직업교육을 선호한다. 현장에서 필요한 직업교육은 대학교육으로만 가능하지 않다. 대학은 좀 더 체계적인 이론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현장적 지식을 무리하게 대학교육에서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장훈련과정에서 습득되어야 한다. 만약 대학교육에서 현장교육만을 강조한다면, 대학에서 체계적인 지식을 생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다른 경로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곧 지식생산의 종속화나 대중과 엘리트간의 지적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지배받는 지배자(김종영, 2015)라는 책에서도 지적되었듯이 한국 명문대 대학의 교수들 대부분 미국 유학파들이다. 어느덧 한국은 배우는 나라가 되었고, 미국은 가르치는 나라가 되었다. 대학개혁에서 이러한 지식생산의 종속화, 지적 엘리트 재생산의 종속화는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의 직업교육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모두 지식생산과 관련된 직업을 전망을 가질 수는 없다. 대학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 다만 대학의 직업교육은 단순한 실용적 지식이나, 현장경험만으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학교육을 통해 현실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나 현장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하고,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든지 현실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이해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다. 지적 능력이 향상되면 부족한 경험적 지식이나 노하우는 현장에서 빨리 흡수할 수 있지만, 지적 능력 자체를 향상시키는 일은 대학교육에서 해야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대학구조조정을 중단해야 대학이 개혁된다. 현존하는 대학의 학과와 교육과정은 1,2년 새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은 작년 말에 처음 발표한 이후 몇 달 만에 대학사회를 재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프라임 사업은 미래 없는 정원구조조정이고, 코어사업은 인문학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인문학도 아닌 기상천외한 학과를 만들어냈다. 인문학의 위기가 사회적 분위기더라도 인문학이 인류에 필요하다는 대학구성원들이 판단 한다면 구성원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문학과 관련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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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논단(94-1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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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권두언] 헬 조선. 그래도 살아가야 할 곳 file 진보교육 2016.05.04 481
13 [특집] 2016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 1. 20대 총선 평가와 진보정치의 과제 file 진보교육 2016.05.04 454
12 [특집] 2016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 2. 총선이후 교육노동운동의 진로와 과제 file 진보교육 2016.05.04 426
11 [맞짱 칼럼]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file 진보교육 2016.05.04 491
10 [담론과 문화] 송재혁의 음악비평- 마이너리티와 클래식 file 진보교육 2016.05.04 766
9 [담론과 문화] 정은교의 몽상록 - 비상벨 그리고 헤겔 file 진보교육 2016.05.04 615
8 [담론과 문화] 윤주의 육아일기 - #20. 세월, 그 은혜로움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16.05.04 344
7 [담론과 문화] 송원재의 역사이야기 - 박근혜의 '역사전쟁', 수구세력의 장기집권으로 위한 '신분세탁' file 진보교육 2016.05.04 1106
6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 인공지능 알파고 file 진보교육 2016.05.04 449
5 [현장에서] 중등교사로 살아가기 - [자본론]으로 아이들에게 사회적 상상력을! file 진보교육 2016.05.04 334
4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로 살아가기 - 기간제 교사도 교사다 file 진보교육 2016.05.04 916
3 [현장에서] 담임교사로 살아가기 - 별에서 온 그대 file 진보교육 2016.05.04 466
» [논단]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의 비판적 고찰 file 진보교육 2016.05.04 740
1 [만평] Dont't Vote file 진보교육 2016.05.04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