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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0(2016.05.09. 발간)

 

[담론과 문화] 코난의 별별이야기

IT기술과 인간4 - 인공지능 알파고

 

코난 / 진보교육연구소 회원

  

 

지난 3월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일명 알파고)과 한국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벌어졌습니다. 이 대결은 수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평소 IT 기술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는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세돌 9단은 5국 중 4국에서 소위 신의 한 수로 알파고의 실수를 유발하여 간신히 1국을 따내고 영패를 모면했지만 관심의 초점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프로바둑기사를 참패시켰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90년대 후반 딥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겼을 때와 비교하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하지만 관련 자료를 읽어보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기계가 곧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든가 온갖 직업이 다 없어질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일어난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태의 본질을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국 전후 인공지능이나 IT 분야 전문가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수많은 일반인들의 글들이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문제가 결국은 우리 인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어쩌면 우주에서도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인 우리 인간의 지능을 기계(인간이 만들었을지라도)가 흉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 지능(더 넓게는 그 본질)의 본질에 대한 해답에 더욱 다가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IT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알파고에 관한 생각의 단편을 적어 보고자 합니다. 특히 2015.1.19일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 34편 중 노유진의 100분 토크 with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교수 김대식 박사편을 채록한 글과 인터넷 나무위키의 인공지능알파고항목과 다수의 신문 기사 등을 마구 참고, 인용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알파고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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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이 진행되면서 알파고의 소위 실수?’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대국 초기에는 알파고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수를 두는 것을 보고 실수라고 했지만, 알파고가 연승을 하자 곧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인간이 몰랐던 묘수라고 재평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승리한 4국에서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가 진짜로 알파고가 실수를 유발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수많은 데이터로부터 최적의 수를 배우는데 예상 못한 상황이 닥칠 경우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90년대 후반 컴퓨터 바둑프로그램(물론 지금 알파고 보다는 훨씬 못 둡니다)과 바둑을 두어 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진행에서는 그럴 듯한 수를 두던 프로그램이 엉뚱한 수에 대해서는(일반적으로 두지 않는 초반에 천원에 두기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즉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란 알파고가 예상하지 못한 수일 수 있으며 인간끼리의 대국이었다면 오히려 악수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첫 번째 실수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번째 실수도 과연 실수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파고는 일단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정교한 알고리즘들의 집합이며 알고리즘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그 특성상 열려진 절차나 방법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게임과 같이 랜덤으로 움직이거나 인간이 조절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움직이는 범위나 한도는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예외나 오류조차 모두 다 예상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합니다. 그것이 다 실패할 경우(프로그램이 예상하지 못한 예외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컴퓨터는 엉뚱한 결과를 내놓거나 파란 화면(윈도우의 유명한 블루 스크린)을 뿌리고 작동을 중지해 버립니다. 소위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 이후 알파고가 작동을 중지한 것이 아닌 이상 알파고는 프로그램된 결과를 내 놓았다고 말해야 합니다. 프로그램에는 버그(오류)가 있지 실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교수의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게 아니라, 승률 높은 결과 값을 낼 뿐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컴퓨터가 학습과 발달을?

 

그러나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조금은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체스 이후 바둑이 인공지능의 도전 대상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빠른 컴퓨터라도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따져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둑판이 가로 세로 19줄로 되어 있으니까 대충 생각해 보아도(패나 돌을 따내는 경우는 복잡하므로 생략) 경우의 수가 (19*19)!=361!(팩토리알)1.4*10768이라는 엄청난 수가 나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따져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바둑에 최적의 수를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체스는 논리가 중요하고 바둑은 직관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해 알파고는 내부적으로 다음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해당 위치에 돌을 놓았을 때 승리 확률을 예측하는 가치망이라는 신경망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 자체가 바둑을 두는 사람의 실제 사고 과정 나아가 인간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진전된 모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둑을 두면서 다음 수를 찾을 때 사람은 일단 직관적으로 몇 가지 다음 수를 머릿속에 먼저 떠올립니다. 이 과정은 바둑을 두어본 경험이나 이론적으로 배운 모양이나 바둑 격언(붙이면 젖혀라 등) 등에 의존합니다. 그리고 나서 각 수에 대해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이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시간이며 속기 바둑의 경우 직관 능력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이 때 직관적으로 몇 가지 수를 떠올리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정책망이고, 각 수에 대해 따져보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가치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정책망과 가치망과 성능이 알파고의 속도와 실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책망과 가치망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알파고는 공부(기존 기보 입력)와 학습(스스로 두어 보기)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어린이의 발달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역으로 실제 어린이 발달 과정이 경험에 의한 직관 능력을 키우고 심사숙고하는 기능을 키우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 학습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빅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딥러닝은 엄청나게 많은 빅 데이터를 때려 넣어서 컴퓨터가 학습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파고의 경우 빅 데이터는 프로기사들의 대국을 기록한 기보들일 것입니다. 이러한 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자본이나 조직을 가진 집단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을 비롯하여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당연히 미래의 이윤 창출 동력이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처음에 만들어진 알파고의 바둑 실력과 학습 후 알파고의 실력이 다릅니다. 바둑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것이 문제라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이 학습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바둑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알고리즘이 존재하고 그 계산이 가능하다면 답은 항상 일정할 것입니다. 알파고도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존재하지만 그 핵심 알고리즘은 바둑 문제를 푸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학습 알고리즘인 것입니다. 여기에 알파고를 다른 분야로 일반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어제의 알파고와 내일의 알파고가 똑같은 알파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인종차별 발언을 한 인공지능 채팅 로봇 테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사과하고 재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보면, 딥러닝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그것을 설계한 프로그래머조차도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불안감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통제 불가능성이야말로 진정한 인공지능이라면 꼭 가져야 할 속성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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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에 기반한 알파고의 성공은 인간의 직관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확률 계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충분한 경험을 거친다면 탁월한 확률 계산 능력으로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계는 어떤 일을 지겨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확히 반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특성상 제대로 된 빅 데이터와 결합된다면 단기적으로도 이 기술이 응용될 분야는 많아 보입니다. 페이스북은 얼굴인식 기술 향상을 위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입력한 사진 속 사람이름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러한 얼굴인식 기능이 거의 완벽히 발달한 인공지능이 고화질의 CCTV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면 특정인에 대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해 질지도 모릅니다.

 

또한 얼마전 페이스북이 자사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딥러닝 라이브러리)인 토치(Torch)3D 물리 엔진인 언리얼(Unreal) 엔진에 붙인 UETorch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물리 엔진이란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 현상을 실제에 가깝게 구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게임에 쓰이던 기술입니다. 이제 가상 환경에서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일이 가능해짐으로써 인공지능이 물리적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얼마 전 인수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도구로 쓰는 프로젝트 AIX’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분명 경쟁 상대로서 구글의 알파고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이지만 게임과의 결합을 통해 현실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당장의 인공지능은 그냥 고급 도구정도로 보이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엄청나게 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컴퓨터와 프린터의 발달로 암산이나 글씨 잘 쓰는 능력이 별 쓸모없는 기능이 되고 관련 직업이 소멸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발달이 거대한 사회 변화를 일으킨다면 이에 대처하는 일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어야 합니다. 최근 조선업계 불황으로 거제 인구 70%가 살길이 막막해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조선업의 불황을 미리 예견하지 못한 거제도 주민의 개인적 책임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인공지능의 활용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도구 사용의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연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처럼, 과학 발달(생산력 향상)과 인간의 삶이 충돌하지 않는 세상은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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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기계를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고, 약한 인공지능에 자아, 의도, 독립성을 갖춘 것을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딥러닝 등에 기반한 현재의 기술로 볼 때 약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수십년 내에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약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인간의 지각, 인식, 판단 기능 등 주로 지적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한 인공지능은 비인간 인격체라 부르기도 합니다. 어쩌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고 스스로에 대해 회의도 하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나 독립성이라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기에 강한 인공지능의 문제는 감정이나 자아, 의도, 독립성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사살상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전진해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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