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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І. 조국사태와 대입제도개혁

조국 사태와 대입제도 개혁

에뤽(연구소회원)

 


1. 교육문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

 

조국 사태로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정치적인 셈법과 교육적인 고려 등이 맞물리면서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대입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가지 흐름으로 나눌  있다.

 

첫째, 수구-보수 세력의 흐름이 존재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수구 정치세력과 보수우익적인 교육운동 단체(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다)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을 지니고 있지 않다. 주로 전교조  진보적인 교육운동 단체 주장이나 자유주의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안티 세력으로 사안별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 이들은 대입공정성 강화를 위한 수능 정시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사고-특목고  특권학교 폐지에 대하여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둘째, 정부-여당의 입장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초기 대입(수능) 개편 추진 과정에서 일부의 저항을 겪으면서 교육개혁보다는 교육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역시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교육문제에 대응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국민 공론화 과정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다시 조국 사태로 학종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수능-정시 확대와 학종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특권학교 폐지 책임을 교육감에게 떠넘겼다가 조국 사태로 특권학교의 문제가 불거지자 고교학점제 도입을 전제로 특권학교의 일괄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고교학점제는 수능 전형보다는 학종과 가장  어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한편에서는 수능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전면화시키려는 상호충돌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들이 철저히 정치적 셈법으로 교육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셋째, 진보교육감, 자유주의 교육단체  학부모 단체, 지역사회 교육 종사자, 전교조의 일부 활동가 등이 중심이 되어 탈입시교육을 모토로 교육혁신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물론 이들 내부에도 다양한 편차가 존재하지만, 상당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은 거시적인 교육체제 개편보다는 미시적인 교육활동의 변화를 중시한다. 기존의 입시 중심 교육의 특징을 지식 전달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으로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듀이와 사토 마나부 등의 교육이론에 기초하여 학생중심, 선택중심, 활동중심의 교육을 강조한다. 최근에 역량담론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한국에서도 주류 담론이 되면서, 이들의 입장은 역량담론과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입장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0 우선 수업혁신을 강조한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 대신에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을 선호한다. 모둠 활동, 발표-토론수업, 체험활동 등을 중시한다.

 

0 학생들의 활동을 중시하는 수업은 평가에 있어서도 수행평가와 과정평가를 중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가급적 지필평가를 지향하고 학생들의 활동 과정과 성과를 평가하려 한다.

 

0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따른 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 또한 추상적인 지식의 습득보다는 그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실제적인 앎을 중시한다.  무엇을 아는 것보다 무엇을   있는 역량을 강조한다. 이런 입장은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선택형 교육과정의 선호로 귀결된다. 또한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체험활동  각종 교과 이외의 활동의 확대를 통해 학생들이 경험과 실용적 지식을 얻을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0 이런 주장은 초등학교에서 체험활동의 확대,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의 확대,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로 연결된다. 또한 각종 체험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마을 교육 강화와 공명하게 된다.

 

0 이런 교육적 입장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과 가장  어울린다. 선택형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과목들을 이수하고, 여러 영역의 비교과활동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이 가장 적합할 수밖에 없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대학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선별한다.  

 

0 정리하면, 학생중심-활동중심의 교수학습을 위주로 하는 수업-평가 혁신,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확대와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 내용과 결과를 토대로 대학이 학생을 선별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 중심의 대학 입시가 이들의 주장의 핵심을 이룬다. 이를 통해 입시중심 교육으로부터 벗어나는 동시에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은 단순히 이론적 탐색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이나 지자체의 지원 아래 혁신학교나 마을 교육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실천과정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실천적 경험이 뒷받침된 주장은 그렇지 않은 주장에 비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런 입장은 사실 미국의 교육체제와 상당한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음을   있다. 아동의 관심과 흥미를 중시하고, 교과 학습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강조하고, 선택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채택하고, 학종(입학사정관제) 일반화된 나라가 미국이다.

 

넷째, 일부 진보 지식인과 전교조 내의 급진적 활동가, 교수단체-대학노조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입장이 존재한다.

이들은 교육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거시적인 교육체제의 변화를 중시한다. 이들은 이를 통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단순히 교육기회의 균등을 넘어, 교육이 계급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입시 경쟁이 교육을 지배하는 현상을 급진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온전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해방적인 사회적 주체 형성을 위한 교육을 추구한다. 하지만 교육체제 개편과 새로운 교육활동을 뒷받침할 교육이론과 실천적인 방안의 구체성이 아직은 부족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입장의 특징을 정리하면

 

0 한국 교육에서 입시의 지배력이 매우 강한 특수성을 강조한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경쟁이 매우 활발하게 벌어졌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들이 수직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력과 학벌이 지위 경쟁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자 대입경쟁이 극단화되는 경향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한국교육은 대입경쟁에 과도하게 종속되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대학서열체제의 해소 없이, 교육과정이나 대학입시제도의 미시적 개혁으로는 입시중심의 경쟁교육을 벗어날  없다고 주장한다.

 

0또한 점차 교육을 통한 지위 경쟁에서 세습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점차 한국의 상류계층은 경제자본은 물론이고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을 갖추게 되면서 교육경쟁에서 자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교육이 점차 사회적 불평등의 합법적인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이클 영의 지적처럼 실력사회는 필연적으로 실력세습사회로 전진한다.) 경쟁의 영역이나 방식을 변화시켜서 이런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없다.  입시 전형은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어떤 입시 전형이든 상류층은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잉 입시경쟁을 제어할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0 입시경쟁 교육을 극복하고 학생 개개인의 전면적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교육은 나날이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할  있는 해방의 주체로 학생들이 성장해 나갈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의 본질을 명확하게  필요가 있다. 초중등 교육의 본질은 개인의 흥미나 적성을 추구하는 것도, 미래 역량을 기르는 것도, 직업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연령별 시기에 필요한 보편적인 지적-윤리적 발달 과제를 충실하게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자신과 타자)-사회-자연을 제대로 이해하면 할수록 인간의 자유와 능동성은 고양된다. 세계에 대한 이해와 생생한 삶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자가 공존하고 연대할  있는 윤리성(지적 이해와 정서적 공감에 기초하는 세계관과 가치관) 발달시켜 나가야 한다.

 

0 이를 위해 지적 발달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적 성장은 타인에 의한 일방적인 주입을 통해서도, 자신 스스로의 구성을 통해서도   없다. 지식-개념-원리(이론) 대한 교사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설명도 필요하며, 이를 자신의 삶이나 현실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학생들의 주도적 활동 과정도 필요하다. 때로는 기능을 숙달하기 위한 반복 훈련도 필요하다. 평가도 과정평가나 수행평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 지식을 묻는 객관식 지필평가도 필요하고, 사고의 체계적인 전개를 알아보기 위한 서술식 지필평가도 필요하다.  

초중등 교육은 현실의 특정한 과제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나는 빵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나는 기타를  치고 싶어요. 나는 일본어를 잘하고 싶어요. 등등). 세계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있는 기본 지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본질이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 교과를 고루 배우는 공통 교육과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0 윤리적 발달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삶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학교는 특히 경쟁적인 문화가 지배하며, 대입에 가까워질수록 경쟁의 강도는 더욱 강화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적-공동체적 경험을 최대한 제공할  있어야 하며, 경쟁을 강요하고 당연시하는 학교 문화를 성찰하고 평가할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0 정리하면, 대학서열체제 해체  입시경쟁교육을 강요하는 교육체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세계에 대한 이해(인간-사회-자연) 위한 기본 교육이 충실하게   있는 교육과정(특수한 교수-학습과 평가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발달의 특성에 조응하는 다양한 수업과 평가), 학생들에게 민주적-공동체적 경험을 최대한 제공할  있는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재구성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전면적 발달과 해방적 주체로서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2. 조국사태의 교육적 본질

 

이전까지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이 핵심 쟁점이 되었다. 그런데 조국 장관의 임명과정에서는 처음으로 자녀의 입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으며, 여러 쟁점 가운데 가장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도 최순실의  정유라의 부정입학이 핵심 이슈로 등장했으며, 특히 젊은층의 분노를 촉발시키는데 결정적이었다. 이렇듯 자녀 입시문제가 매우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입시가 단순히 교육을 넘어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의 지점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대학 입시가 한국 사회의 연결되는 과정은 크게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승자독식의 성격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상위 10~20% 제외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삶의 불안전성과 궁핍화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불평등과 양극화는 특히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둘째, 사회 불평등이 점차 세습화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경쟁 사회에서 동원할  있는 자원이 풍부한 상류 계층의 자녀들이 승자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의 상류층들은 경제자본은 물론, 풍부한 사회자본(높은 사회적 지위, 풍부한 인맥, 다양한 정보력 ) 문화자본(높은 학력, 풍부한 지식과 예술문화적 소양 ) 지니고 있다.

셋째, 사회적 불평등의 세습화에서 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 부의 세습 못지않게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세습(또는 그런 지위에 도달하기 위한 실력과 간판) 한국 사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좋은 학벌은 상류층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입장권이다. 이에 따라 입시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조국사태는  번째,  번째 징후  교육을 통한 불평등의 세습이 상류층 사회에서 매우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유라 사태가 일부 수구적인 특권층의 일탈적 행태인 것처럼 보였다면, 조국 사태는 교육을 통한 계급 세습을 위한 상류층들의 총력전이 일반화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의 상류층들은 그들이 표방하는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자본을 총동원하여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에 몰두하고 있으며,  결과 교육이 계급 재생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어떻게 바꾸든지  수능을 강화하든, 학종을 강화하든 약간의 차이는 존재할  있겠지만 상류층들이 유리한 고지에서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능이 부모의 사교육 지원 능력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는 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시 전형을 확대해 왔으며,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서는 특히 학종의 비율을 계속 확대해 왔다.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있듯이 학종 또한 부모나 학교의 지원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능이 부모의 경제자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 학종은 부모의 사회적-문화적 자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3.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대입전형도 정의롭고 교육적인 성격을 제대로 가질  없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부모 지원 정도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대적으로 가장 정의로운 전형으로   있는 학생부 교과 전형의 경우도 결국 학교 내에서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있는 아이가 높은 성적을 얻을  있는 가능성이 높다. 강북이나 지역의 일반학교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높아지겠지만 결국 대다수가 지역 유지의 자녀들일 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새로운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과잉 경쟁의 압력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왜곡하고 억압하는 기제로 변질된다. 학력고사를 대체한 수능이 그랬고, 정시를 대체한 수시가 그랬다. 이것이 수십  동안 대입제도를 끊임없이 고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결과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들을 미시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 경쟁의 압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국 사태에서 백일하에 드러난 것처럼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나아가 아이들을 소모적인 경쟁에 내모는 교육이 아니라, 전면적인 성장과 발달을 돕는 교육으로 거듭   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경쟁이 지배하는 교육현실에서 학생들에게 협력과 연대와 공존을 가르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잉 입시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제거하거나 축소하여 과도한 입시경쟁의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안정적인 삶을 향유할  있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일노동-동일임금,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교육경쟁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을 변화시켜야 입시도, 교육도 정상화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런 과제들을 해결할  없다. 사회적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을 지속하면서도 교육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동시에 전개해야 한다.

 

교육적 해결책으로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극단적인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대입경쟁은 약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학서열체제 때문에 좀처럼 대입경쟁은 약화되지 않고 있다. 만약 대학서열체제 완화 방안과 학생수 감소가 맞물리면 대입경쟁의 강도는 급격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 학력-학벌차별 금지법 제정을 학벌 문제 해결의 유력한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유력한 해결책이  수는 없다. 고위 관료에 SKY 출신들이 많은 것은 행정고시에 패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기업 취업도 단순히 간판 덕만으로  수는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일정한 실력과 간판이 결합되어 형성된 패거리이다. 간판을 일정하게 가릴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여 SKY 출신들의 요직 진출이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벌은 계속 유지될 것이며, 학벌에 대한 열망도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대학서열과 학벌해체의 가장 유력한 방안은 대학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영형 사립대를 육성하여 네트워크에 참여시켜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시행해야 한다. 학생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을 네트워크에서 수용할  있다.

네트워크의 학교들에 고등교육재정을 집중 투자하여 교육여건과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에 국가재정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첫째,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불평등의 재생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있다.

둘째, 초중등 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고통을 해결함으로써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사회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것이다.

셋째, 고등교육의  향상을 통해 학문과 과학의 생산 능력을 키워 사회적 생산력과 경쟁력을 키울  있다. 추격자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많은 국가재정을 집중 투여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들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긴급한 과제이다.   구상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학통합네트워크가 구성되면 대입제도는 네트워크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고사로 전환된다. 치열한 순위 경쟁은 사라지고,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 여부만 판별하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이제 초중등교육은 입시준비의 성격에서 벗어나  본질을 회복할  있게 된다.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한 가장 흔한 질문 중에 하나는 연고대  상위 서열 대학들이 통합네트워크에 들어오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이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네트워크 밖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행 헌법의 조건에서 네트워크에 강제로 들어오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상위 학벌을 독점할 가능성은 낮다. 통합네트워크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있다.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를 보면 지역학교이지만 좋은 교육 여건 때문에 학생의 선호도가 서울의 사립대보다 높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국가의 충분한 지원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통합네트워크가 구성되면, 비싼 학비를 내고 구태여 사립학교에 가지 않을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통합네트워크와 사립대학은 수평적인 선택지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중등교육은  이상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무모한 경쟁으로부터 해방될  있을 것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이야기 하면 하향 평준화의 우려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합네트워크는 상향평준화를 지향해야 하며 대학  협력체제 강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특히 높은 수준의 학문과 과학의 연구는 학부보다는 대학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오히려 대학통합네크워크는 대학원 수준에서 특화와 집중을 가능하게 하여 규모의 측면에서 학문연구와 생산에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한국 대학원의 생산력을 높여줄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한 가장  질문은 실현가능성이다. 사회적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데, 수평적인 대학체제 구축인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행의지는 극히 약하다. 거대한 대중적 요구와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실현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문제와 교육 모순이 극단화될수록 급진적인 해결책에 대한 요구도 커질  있다. 특히 대학체제 개편은 단순히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의 중요 문제들을 해결할  있는 중대한 계기가   있다. 일종의 ‘교육 뉴딜정책을 통해 교육문제는 물론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대중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4. 나아가며

 

문재인 정권은 서울의 주요 대학의 수능-정시 확대 추구와 학종 축소 방안을 천명하였다. 수능 전형이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되고, 학교교육에 끼치는 폐해가 매우 크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오로지 조국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포퓰리즘적 처방으로 수능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의 수능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저지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교육운동 단체가 추구하는 학종 유지-확대도 대안이   없다. 한국적 교육 풍토에서 학종도 반교육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공정성도 담보해내고 있지 못하다. 일부의 혁신 활동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내밀면서 학종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제도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사적 경험이나 주관적 의지가 아니라,  제도가 작동하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양상에 근거해야 한다. 수능이냐, 학종이냐의 소모적 논쟁에 휘말려서는  된다. 이런 대립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길도 찾을  없다.

 

현재의 논쟁 지형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문재인 정권에게 땜질식 대입제도 개편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입시경쟁이 교육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있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곧바로 시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입시경쟁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형식적 공정성에 집착하는 대중의 상식과 편견을 깨뜨리기 위하여 기존의 교육의 판을 완전히 뒤집어엎기 위한 대중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보론> 학종을 어떻게  것인가?

 

1. 학종의 역사와 성격

 

현재 대입 전형 중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학종이다. 학종에 대한 인식이 다양하고 진보적 교육진영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학종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1997 수시전형 도입에서부터 출발한다. 이후 입학사정관제를 거쳐 오늘날의 학종이 되었다. 시기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학종은 학교 내신 성적 이외에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는 다양한 내용들, 자기소개서, 면접 (입학사정관 시절에는 각종 외부 활동자료들을 첨부해서   있었음) 등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수시는 1995 5.31 교육개혁 중에 대입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5.31 조치는 과잉 사교육에 대한 대처와 입시중심 교육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 교육제도를 대거 모방하고 이식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였다. 당시 미국의 교육제도는 자유주의적 전통과 새롭게 도입되고 있었던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혼재하는 양상을 지니고 있었다.

대학입시제도 개혁에서는 ‘성적에 의한   세우기에서 다양한 재능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세우기 표방하면서 다양한 입시 전형의 요소를 활용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전의 입시전형이 수능+내신으로 이루어진 정시전형이 중심이었다면(수능은 국가주도시험이며, 내신은 고등학교에 산출한다. 따라서  전형에서 대학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이제는 수시전형을 통하여 학생부, (구술)면접, 논술, 적성, 실기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여 대학들이 자율적(자의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을 권장하였다. 수시 특히 학종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는 이었다.  

 

다양한 수시 전형 중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가장 미국적인 제도이다. 유럽에서는 대입에서 학업성적 이외에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나라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은 학문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학생을 선발할  대학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학능력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중등교육이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교육과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교육으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는 반면, 미국의 고등학교는 종합학교이다. 그런데 미국의 고등학교들의 격차는 매우 크다. 미국의 고유한 분권적인 교육제도와 맞물려 최고급 사립학교, 부자동네 공립학교, 가난한 동네 공립학교 등은 교육여건이나 성적 등에서 매우 커다란 편차를 보인다. 또한 같은 학교 내에서도 교육과정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의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의 존재 때문에 수평적 다양화보다는 수직적 분화를 추구하는 제도로   있다. 동일한 과목도 일반수준(Regulars), 높은수준(Honors), 대학학점 선이수(Ap) 등으로 분화된다. 또한 미국의 고등학교는 대학입시 준비의 책임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고등학교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한 입시자료를 산출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미국의 초중등 교육은 듀이의 자유주의적 교육관이 많이 녹아 있다. 학생들은 교실 내에서 학습 이상으로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들을 권장 받는다. 학교 내의 다양한 자치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은 물론 학교 밖의 봉사활동, 클럽활동, 사회참여활동 등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것이 입시 자료로 활용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내신과 SAT ) 여러 활동 자료  지원동기 등을 대학에 제출하고, 대학은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 선발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대학들이 틀어쥐고 있으며,  과정은 매우 주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것은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의 높은 입학비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해 보이는 입학전형이 전면화되어 있음에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걸까? (미국에서도 최근에 입시부정 스캔들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는 하다.)

 

첫째, 미국은 대학서열체제가 한국만큼 첨예하지 않다. 또한 높은 학비 때문에 대학입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대입경쟁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최근에는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임금격차가 커지면서 대학 진학열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높은 학비 부담 때문에 젊은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의 무상화가 매우 중요한 진보적 정치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 고등학교  격차가 매우 크고, 교육과정의 차별성도 강하기 때문에 대학들의 주관적인 선발권을 존중한다.

셋째, 미국사회는 시장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반면, 평등주의적 가치관은 매우 약하다. (미국은 다인종-이민사회이다. 사회구성원의 동질성(공동체성)보다는 이질성이 강하고 이들을 묶어주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은 시장적 교환이다. 따라서 미국사회는 공동체주의적 평등보다는 교환관계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부모가 돈이 많아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고, 부모의 경제력으로 다양한 고급 스펙을 쌓는 것에 대해 허용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심지어 기여 입학제, 동문 학부모 자녀 특혜 입학  부모의 능력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한국의 사회와 교육현실은 미국과 상이하다.

한국의 대입경쟁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많은 사립학교는 사실상 준공립이다.) 교육에 대한 평등주의적 요구가 높다. 또한 듀이식의 활동과 체험 중심의 학습에 대한 동의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지 않고 내실 있는 활동과 체험을 보장할  있는 학교 안팎의 인프라와 노하우도 매우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이 도입되었다. 학생부 전형에서 고교 등급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찍부터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 주요 대학의 학종의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상류층들은 수능 정시 전형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추가적 기회로 학종이나 논술 전형을 활용할  있었다. 특히 수능에 재능이 없는 학생의 경우 고급사교육을 통한 논술 전형이나 부모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자본을 활용한 학종은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할  있는 대체적 통로로 작동하였다.

대학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학생들을 뽑을  있는 수시 전형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대학의 입시과정은 누구도 건드릴  없는 성역이었고, 대학들은 자율성을 마음껏 향유할  있었다.

교사나 교육운동 진영에서도 문제풀이 중심의 수능의 폐해에 대한 뿌리 깊은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수시의 확대를 개혁적인 조치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모든 대학에서 수시의 비중은 확대되고, 수능 정시의 비중은 축소되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 특기자 전형, 논술  대학의 자율성이  전형의 비율이 기형적으로 높았다.

이른바 역량기반 교육과정, 21세기 미래역량 담론 등이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학종의 확대를 추진하였다. 미래 역량은 학습보다는 다양한 경험이나 활동 등을 통해 길러질  있다는 믿음이 미신처럼 퍼져나갔으며, 학종이 미래 역량을 키우는데 가장 효과적인 입학전형으로 인식되었다.

 

수능의 비중이 과도하게 축소되어(30%이하로 까지), 수능을 기본전략으로 삼기 점차 어려워졌다. 학종은 수능에 비해 예측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수능 실력은 사전에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하지만, 학종에서 누가 합격할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수능은 논술 다음으로 사교육 효과가 가장  전형이다. 사교육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성적 향상을 일정하게 기대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수능 전형 축소와 학종의 확대는 중상류층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을 촉발하였다. 학종을 보너스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학종을 중심 카드로 활용하기에는 불안과 불확실성의 요소가 너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다수의 중하층 학부모들도 학종 반대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들에게 수능만큼이나 학종을 통한 상위권 대학 진학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반면에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에 대한 체감은 매우 직접적이었다. 수능의 경우 부모의 지원이 간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학종은 부모, 학교-교사, 대학 등의 여러 수준에서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공정성을 파괴할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또한 복잡한 입시 전형과 다양한 스펙 준비는 지원 여력이 부족한 중하층 학부모들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었으며, 자녀에 대한 부족한 지원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2. 학생부 종합 전형의 장점과 문제점

 

1) 장점으로 제시되는 지점들

수업과 평가 혁신 효과(교과세부특기 사항 기록 등이 수업과 평가 혁신 추동)

학생들의 자율적-자기주도 활동 활성화/ 지식학습을 넘어선 다양한 활동

정량적 평가(지식의 습득에 대한 양적 판단) 넘어 정성적 평가를 함으로써 학생의 다양한 역량과 잠재역량 평가 가능(자기주도적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표현과 활동역량 등등)

주로 진학지도 교사(진학컨설팅), 대학과 입학사정관, 일부 교육혁신운동가 등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음 

 

2) 문제점으로 제시되는 지점들

학종은 학습의 성취 결과가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역량을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제도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역량을 평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타당한 선발 제도인지 문제제기가 존재한다.

0 실제로 학종이 일반화된 나라는 미국뿐이다. 대학은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는 학습 성취( 수학능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기업의 경우에는 사업의 영역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를  있다. 판매 중심의 기업에서는 대인관계 역량이 중요할 것이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은 연구 역량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의 경우 개별 대학의 특수성보다는 학문교육과 연구라는 보편성이 훨씬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봉사활동, 자치활동, 취미활동  온갖 영역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불필요하고 대학입시로서 타당성이 낮다.)

0 예를 들어 예술과 체육 과목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대학에서의 학습과 연구에 필수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도 거의 반영하고 있지 않다.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제되어 있는 예체능 과목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것에는 침묵하면서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되지 않은 각종 개인적 활동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다양한 영역과 활동의 반영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할  있다.

0 입시가 복잡해질수록 정보력이 뛰어난 상류층 가정에 유리하며, 학생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가정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중요할  있다. 학종 사교육비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부모의 지원과 관심은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 사교육이 주로 부모의 경제적 자원에 의존한다면, 학종은 부모의 사회적-문화적 자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0 학생들이 학습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입시를 통해 강제할 경우, 입시경쟁의 강도가 매우 높은 한국 사회에서는 역효과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교과 영역인 봉사활동,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등은 높은 수준의 자발성, 윤리성, 협력정신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입시요소로 반영되는 순간 오히려 이런 정신들이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0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펙을 부여하기 위해 정규교육과정과 유기적인 연관 관계도 없는 많은 전시성 행사를 개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본적 교육활동이 소홀해질  있다. 교사 또한 과도한 기록 업무 등에 시달리면서 정작 정규 교육활동준비에는 소홀해지는  전반적인 학교 교육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학종의 정성적 요소는 공정성 확보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0 평가가 대학입시 자료로 활용되는 순간 정성평가는 정량평가로 전환된다. 누굴 합격시키고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적 비교를 해야 한다.

0우선 고등학교의 학교와 교사 수준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존재한다.

 학교별로 학생들의 스펙 만들어주기 역량이 다를  있으며, 일부학교에서는 성적우수학생이나 간부로 활동하는 학부모의 자녀들에게 좋은 스펙 밀어주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교사 수준에 정성적 기술 과정에서 여러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있다(과장과 미화, 장점만 부각, 성적 높은 학생 집중 기술). 또한 교과나 담임교사의 역량이나 관심에 따라 정성적 기술에서 양적-질적 차이가 발생할  있다.

대학에서 정량화시키는 과정에서 주관과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으며, 학교별 차별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높다. 실제 학교현장에서 입시를 지도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어떤 학생이 학종을 합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깜깜이 전형). 또한, 학종에서 특목고나 특정 지역 출신 학생들을 우대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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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획] 현대 마르크시즘 교육론의 상황과 과제 file 미로 2016.01.11 653
9 [진단] 2018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의 성격과 과제 file 미로 2016.01.11 611
8 [만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file 미로 2016.01.11 1017
7 [진보칼럼] 슈퍼스타 최동원 file 미로 2016.01.11 295
6 [담론과 문화] 송재혁의 음악비평-정신에 불꽃 튀게 하는 음악 file 미로 2016.01.11 4772
5 [담론과 문화] 눈동자의 사랑과 정치-넋두리 세 도막 file 미로 2016.01.11 517
4 [담론과 문화] 윤주의 육아일기-여혐vs여혐혐 file 미로 2016.01.11 370
3 [담론과 문화] 주연쌤의 학교이야기-10개월차 혁신학교 이야기 file 미로 2016.01.11 466
2 [열공] 남부지회 비고츠키 연수 후기 file 미로 2016.01.11 456
1 [책소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file 미로 2016.01.11 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