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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57(발간 : 201576)

 

[권두언]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구른다.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전교조는 최종판결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법외노조화 9부 능선을 넘은 듯하다. 공무원연금 개악 소동도 끝이 났다. 공무원연금 개악이 임박하자 학기 초라는 쉽지 않은 조건에서 9년 만에 연가투쟁을 단행하는 등 전교조는 힘을 짜내 맞섰지만 여야는 옥신각신 끝에 한 마음이 되어 처리해냈고 현장은 일순간 얼음이 되었다. 개인성과급이 지급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균등분배마저 여의치 않다. 승진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한 경력 높은 교사들의 관심사는 수 년 째 명퇴. 공무원연금개악으로 명퇴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가 다른 것을 넘어 인지구조가 다른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같은 한국말인데 어찌 그리 알 수 없게 말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 소통을 거부하는 대단한 어법이다. 작가 신경숙은 표절 논란에 크게 휘말려 두문불출 끝에 나타나서는 남 일 얘기하듯 사람들이 그런다면 표절이 맞는 것도 같다라 해서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쥐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들 특유의 양식인가 싶다.

71일 교과부가 교원평가개선안을 내놓았다. 도입 순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던 제도이다. 말이 개선안이지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고 불편한 부분을 손보겠다는 의중을 그대로 담았다. 근무평정,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급으로 분리되어(사실은 근평만 하다가 자기들이 억지로 두 가지를 추가한 것) 복잡하고 부담이 되던 것을 간소화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이번 변경안의 취지란다. 기존의 교육부 훈령을 제정하여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유지하고 근무평정과 성과급심사는 통합한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무슨 간소화인가. 폐지가 간소화다. 아무튼 이번 방안은 근평을 대폭 강화하는 방책일 뿐이다. 승진으로 옭아맬 수 없었던 교사들도 을 미끼로 근평의 영향력을 전면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지금도 충분히 마음대로 하고 있는데 뭘 더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인지 그 욕망의 끝이 궁금하다.

소통능력을 상실한 채 밀어붙이기에 당장은 성공하고 있을지 모르나 영구 권력이라는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인간의 본능을 통제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위와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낡고 어리석은 통치방법에 기대고 있으나 체벌이 그렇듯 뒤가 좋을 수 없다. 귀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공포와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가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이겠지만 꼼수와 조작이라는 무리수 또한 동반하게 되어 있다. 과거의 국민들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민심을 읽고 붙잡으려는 대신 모른 체하고 윽박지르는 정치는 그 끝이 좋을 수 없다.

불통, 퇴행의 권력 때문에 변화에 대한 희망 자체를 내려놓는 것은 금물이지만 이러다가 스스로 무너지길순진하게 낙관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이 쉽지 않다. 다만 시야를 현재에 가두어놓는 것은 위험하다. 상황이 안 좋을수록 흔히 인간은 지금 처한 상황을 최악으로 여기곤 한다. 과거는 아름다웠는데...라는 감상에 빠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지로 낙관하기 위해서라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객관과 이성의 힘으로 다시보기해보면 어떨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주체들은 어떻게 맞서고 실천했으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 인간의 역사를 다시보기해보자. 현재에 대한 절망감으로 주관적으로 윤색된 과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보자. 당시로서는 현재였을 그 때를 딛고 오늘이라는 미래가 사람들로 하여금 만들어져왔음을 확인하자.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기억에는 아비의 시대가 가장 아름답게 남아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비의 뒤를 좇는 퇴행을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집단의 의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호 특집의 주제는 권력개편기 정세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과제이다. 첫째 글에서는 미국발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중심으로 자본 축적의 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에서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쉼없는 개악과 탄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계급차별의 심화를 지적하고 있다. 둘째 글은 교육노동운동진영의 국면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대응 투쟁이 중심적 과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교육혁명 의제를 통해 공세적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2016-17년 권력개편기 교육재정확보투쟁을 시작으로, 대입제도 개혁(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입제도 개편과 아이들을 살리는 학교와 수업 혁신을 제안하고 있다.

기획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마르크시즘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꾸몄다. 김태정은 서구와 제3세계에서의 맑스주의 교육학이란 주제로 그람시, 프레네, 알튀세, 프레이리의 교육이론을 소개하였다. 김학한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맑시즘 교육론을 주제로 소련의 교육에 대해 분석 소개하였다. 러시아 혁명기부터 소련붕괴 이후까지의 교육 체제 변화를 기술하였으며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교육 체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글이다. 연재는 다음 호까지 이어진다.

초점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초등교육과정 개정문제를 다뤘다. mb정부 이후 수시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이유로 짧아진 교육과정 개편 주기를 비판하며 한자 병기, 안전교과 신설, ‘SW교육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했다. 누리교육과정의 여파로 12학년 수업시수 증가는 학생의 발달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하고 있다. “미리보는 2015교육혁명대장정에서는 예정된 2015교육혁명대장정 계획과 그간 교육혁명 대장정의 의미를 정리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권력개편기까지 이어나갈 것을 제안하였다.

이번호에는 2편의 칼럼을 실었다. 진보칼럼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이어지는 현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을 비판하는 글이며, 맞짱칼럼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과 교육혁명 투쟁을 전개하자는 내용이다.

담론과 문화는 다양한 주제와 색채의 글들로 채워졌다. 송재혁의 음악비평은 올해로 서거 40주년이 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혁명을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와 교육혁명을 완수해야 할 교육노동운동진영과의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타라의 문화비평은 이번에는 드라마를 분석했다. 새로운 시도의 드라마가 가지는 참신성과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윤주의 육아일기는 초보 엄마의 생활과 생각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아기용품의 재활용에서 시작된 인터넷 중고 판매에서 옷장사를 하게 된 이야기, 최근 이슈가 되었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지난 호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송원재의 역사이야기에서는 일본의 조선출병을 소재로 하여 이를 2015년 미국, 일본, 한국의 상황과 연결하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는 두 분의 현직 지회장의 글을 실었다. 외롭지만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문태주 지회장과 624일 초등교육과정 집회 참가기를 써 준 이나리 지회장께 감사와 힘찬 격려를 보내며 이런 분들로 인해 전교조의 미래가 어둡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열공에는 미움받을 용기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관계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커지고 있는 시대 아들러 심리학은 나름 도움이 된다. 둘째 글은 1학기 동안 진행된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의 세미나를 분과장이 정리한 글이다. ‘액체근대’, ‘감정자본주의’, ‘일베의 사상’ 3권의 책을 통해 감정의 시대에 문화 읽기를 시도해 보았다. 위험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이 불안한 시대에 대한 징후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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