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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57(발간 : 201576)

 

[특집]

퇴행의 시대 - 권력개편기 교육운동의 방향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1. 퇴행의 시대

 

오늘날 한국사회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퇴행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으로는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자유주의적이고 합리적인 부르주아 분파의 헤게모니 강화 과정이 김대중의 집권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이후 권위적이고 무능력하고 사익에 몰두하는 보수적 분파의 수중으로 주도권이 이전되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자본주의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노동계급을 포섭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면(노동조합의 교섭력의 증가,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합법화 등)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화되면서 노동 배제 - 시장화 - 자본과 부자 중심의 정책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노동유연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노동계급의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극단적인 시장화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 서민의 삶의 불안정성과 생존의 공포는 더욱 확산되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 이런 퇴행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사회적 성찰은 고사하고 박근혜 정권의 방해로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조차 떼고 있지 못하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대통령이나 정부의 모습도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박근혜 정권은 오로지 정권을 지키기 위해 정권을 잡았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사람처럼 보인다.

미중간의 패권 대립이 강화되면서 동아시아 정세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엄중한 상황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의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눈 밖에 나지 않고,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정권 안보에 활용하는 것 이외에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는 어떤 구상도 없는 것 같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미래나 사회구성원들의 안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정책과 사회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대선시기의 공약은 완전히 폐기해버리고, ‘경제살리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반노동정책, 단기적 경기부양책, 반서민-친부자중심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살리기라는 주문만 외우면 모든 대중이 최면에 걸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퇴행은 반동과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의 반동은 물리력의 전면적 등장을 수반하는 부르주아 대의제와 법치의 부정 그리고 극우 이데올로기의 선전과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결합한 대중동원을 통한 공포의 조성과 기존 제도의 무력화일 것이다. 보수 정권을 대표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이런 의미의 반동적 성격보다는 부르주아 대의제와 법치의 기본틀을 계속 유지하고, 적극적인 대중동원보다는 기존의 기관들과 권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권력의 유지와 사익추구에 몰두하고 대중의 삶과 사회의 지속성에 관련된 책임을 방기하고 회피한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반동으로 전화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자본의 위기가 더욱 극심해지거나, 진보세력의 저항이 거세지는 상황이 도래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퇴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자본의 패권이 강화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이런 퇴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축적 위기에 빠진 자본은 위기를 노동에 전가하는 위로부터의 계급투쟁을 전개하였으며 이 투쟁에서 자본이 승리하였다. 그 결과 자본과 그들을 대변하는 권력(보수세력, 자유주의 세력 심지어는 유럽에서는 사민주의 세력까지)에 의해 광범위한 퇴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퇴행 현상이 더욱 극심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계급 역관계의 불균형이 그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극심한 반공주의 때문에 노동계급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성장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가, 겨우 2000년대 들어 이제 막 싹을 내밀던 진보적 정치세력들이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강화하라는 외부적 흐름과 내부의 소모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내파되면서 그 존재감을 상실하였다. 민주노조 운동도 자본의 거센 공세 앞에 세력이 악화되거나 타협적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고립된 채로 저항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진보적 인사들이 자유주의에 투항하고, 다시 자유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면서 보수정치세력과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은 더욱 약화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저항의 역동성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mb 정권 초기의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한 촛불항쟁,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일어난 대중적 시위 등 여전히 저항의 역동성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급적 역관계의 불균형과 저항 이데올로기(특히 전망과 대안과 관련된 부문에서) 빈궁함 때문에 대중적 저항 또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중적 저항의 최고 수준의 요구는 박근혜 퇴진이다. 진보적 색깔이 강할수록 퇴진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퇴진 투쟁이 1980년대 전두환 퇴진 투쟁보다 훨씬 퇴행적인 것 같다. 전두환 퇴진 투쟁은 자유주의 세력과 노동자-민중을 대변한다고 자임하던 계급적 입장을 띤 진보세력이 연대하여 전개한 투쟁이다. 자유주의 세력은 직선제 쟁취를 통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목표를 내세웠고, 진보세력은 자주적 민주정부든, 제헌의회 소집이든 나름의 큰 전망과 기획을 가지고 투쟁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박근혜 퇴진 투쟁은 박근혜의 통치에 대한 분노와 혐오에 기초한 요구를 넘어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모호하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다시 선거하여 김무성이나 유승민 또는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진보세력들이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 집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의제라는 판을 갈아엎을 수 있는 대중 봉기나 혁명을 준비하자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 반이명박투쟁의 성과를 최대한 전유한 것은 박근혜다. 이 대로 가면 반박근혜 투쟁의 최대의 수혜자는 김무성이나 유승민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껏해야 야당 정치인들이 수혜자가 될 것이다.

 

물론 당장 뾰쪽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세력이 이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계급적 역관계의 심각한 불균형, 이데올로기-문화적 지형의 불리함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이 단기간 내에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이나 포석 없이, 당장 눈앞에 적들에 대한 반대와 당장 발 등에 떨어진 현안에 대한 대응만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이런 딜레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2. 박근혜 정권의 퇴행에 맞선 교육운동

 

박근혜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교육부문에서 행한 최초의 퇴행적 행위는 전교조 법외노조화다.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해고자 조합원 가입자격 문제를 무기로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였다. 노동3권이나 정치참여권도 아닌 가장 초보적인 권리인 단결권마저 부정하려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운동 진영은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광범위한 연대투쟁을 전개하고 법률적 대응부터 대중행동까지 입체적인 전술을 구사하면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왔다.

 

두 번째 퇴행은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부터 발발하였다. 친일-독재미화라는 내용상의 문제점은 물론 오류투성이의 함량미달 교과서인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을 특혜로 통과시켜주고 일선학교에 보급하려 하였다. 하지만 교육운동세력은 물론, 역사학계, 역사피해자 모임, 지역사회, 학부모와 학생 심지어는 동문들까지 연대하여 이를 저지하여 결국 교학사 교과서의 보급은 실패로 귀결되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국정화라는 더욱 퇴행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세 번째 퇴행은 교육재정문제로 발발하였다. 분명히 대선에서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하였으며, 법적으로도 중앙정부의 책임임이 분명한 어린이집 보육료를 강제로 교육청에 떠넘기려 가운데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든 무상급식에 대한 공격까지 이루어지면서 교육계는 다시 한 번 몸살을 알 수밖에 없었다. 교원정원을 줄이고, 무상급식을 축소하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여 부족한 무상보육 재정을 마련하라는 중앙정부의 압박은 교육복지를 축소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매우 퇴행적인 조치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박근혜 정권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퇴행적 조치를 자행하였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령이나 규칙 및 훈령 등을 제정하여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박탈하거나 약화시키려 하였다. 특권학교의 재지정 여부에 대한 교육감의 결정 권한을 회수하여 교육부 장관에게 귀속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육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박근혜 정권의 퇴행에 저항하는 투쟁에서 비교적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교조가 여전히 법외노조의 위기에 있지만 정권의 부당성에 대한 폭로가 폭넓게 이루어졌으며, 법외노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물질적 토대와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사실상 퇴출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 국정화 저지 투쟁의 기반도 일정하게 마련하였다. 교육재정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성과는 거두었다. 교육자치 훼손에 대한 문제는 교육감들이 공동대응이 필요하였지만 효과적인 대응투쟁을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교육감 중에 진보교육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반격할 수 있는 주체적 조건은 갖추어져 있다.

 

 

3. 전교조의 상황

 

1) 법외노조 대응 투쟁

 

전교조는 지난 2년 반 동안 법외노조 대응 투쟁과 연금투쟁에 집중해 왔다.

법외노조 대응 투쟁은 상황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여러 투쟁과 사업이 집중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지난 시기 법외노조 대응 투쟁을 정리해보면 사실상 전교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략 정리를 해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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