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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56(발간 : 2015327)

 

[전교조대담]

4.16 잊지않고 행동하기 어떻게 할까? 새학기맞이 좌담회


 

 

일시 및 장소 : 2/25() 14, 전교조 본부 회의실

참석자 : 김성애 (2014 전교조 세월호 팀장)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박춘애 (광주 운리중)

정보람 (경기 고양 관산초)

이현숙 (부산 수영중)

정영미 (본부 2015416특위장)

 

 

김성애(이하 사회) : 다들 자기 소개와, 곁들여서 4.16참사가 자기 삶에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세요.

 

 

4.16참사와 나의 삶

 

박옥주 : 학교는 청주시의 청룡초등학교이고, 지금은 본부에서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의 실천과 말씀을 많이 듣고 싶습니다.

 

정보람 : 경기 고양 관산초등학교에 있습니다. 작년 3월에 발령받은 초임이구요, 7월에 전교조 가입했습니다. 광화문 지킴이를 하고 있고, 매일 학교 퇴근하고 나서 야간 당직도 하고 있습니다.

 

이현숙 : 부산에서 왔습니다. 부산지부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보단 지역별 모임에 교사들이 결합하는 형태이지요. 작년 상반기에는 주 3일 선전전 등에 참가했습니다. 음악제도 열었고, 지금은 주 1회 촛불을 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 국면전환을 하고 싶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왔어요.


사회 : 처음 세월호 참사 때 정면으로 마주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안 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반성을 하게 됐고 활동을 고민했습니다. 잊지 않기만으로는 안 된다고 봐요. ‘노란 테이블도 하면서 사람들 마음이 같다는 것, 같이 이야기하고 만들고 약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춘애 : 처음에는 그저 괴로웠어요. 작년에 지회장이었기 때문에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조직에서 결정된 내용을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점심 단식도 하고 피켓도 들고 서명도 하고 그렇게 지회장 역할을 했던 거 같아요. 지역의 흐름에 전교조가 편승하는 분위기였지요. 시민들의 힘을 세월호에서 봤습니다. 숨어있던 활동가들이 지역과 마을을 일궈가고 있더군요. 이 싸움이 이런 동력들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교조에게도 말이지요.

 

정영미 : 학생들과의 만남은 조직적으로 이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교사 개개인의 활동에 머물렀어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나는 국면을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만들어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2014416 잊지 않고 행동하기 실천에 대해

 

사회 : 조합원 개인도 전교조 조직도 많은 활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노란테이블, 교사선언, 집회 등등 크고 작은 활동을 벌였지요. 현장에서 했던 교육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학교 분위기랄까, 동료와 관계, 세월호 수업하며 어려웠던 점들은 무엇이었는지?


이현숙 : 저는 수학교과라서 세월호 수업을 작정하고 하진 못했어요. 주로 했던 것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동영상을 짜투리 시간에 보여주거나 이게 무엇을 말하는지 의미를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가끔 했습니다. 역 앞에서 본 적 있느냐고 묻고, 지나가다가 서명할 때는 부모님을 모셔 와서 서명을 하거나 집에 가져가서 가족 서명을 받아오는 등 학교 밖의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태도가 달라진 아이들을 보기도 했어요. 말썽꾸러기 아이였는데 아이 넷이 416지킴이를 하겠다며 용돈을 내고 가고, 피켓팅을 하고 간 적이 있지요.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지회에서 지역 일꾼과 함께 활동을 이어갔어요. 지역 촛불들이 산발적으로 진행됐고, 교사가 결합하는 지역은 두 군데 정도였지요. 자기 자식을 잃은 기분을 표현하는 교사도 있었습니다. ‘그만하라는 행인과 충돌도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11월에는 동영상 상영을 했습니다. 416 지킴이도 모집하고 했지만 사람들은 외면하려 하고... 그만하라 하고... 차에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니면 언니가 있어서 세상이 바뀐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한 번도 촛불을 들지 않는 동료들을 보며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 300명의 아이들이 죽었는데 내가 영웅이 되겠다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지역 초청 간담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민이 됐습니다. 말없이 피켓을 들고 서있으면 되나. 문구만 세월호를 인양하라로 바꾸면 되는 것인가. 지역에 40일 동안 점심을 단식한 분이 있습니다. 등교하는 아이들 앞에서 1인 시위도 했지요. 2주 동안 하다가 지역 민원 때문에 교장실에 불려가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서 단식 참여도 많이 했지만, 이제 또 시들해졌어요. 2월 수업 진도가 끝나고서, 세월호 동영상 틀고 엽서 나눠주며 편지쓰기도 했습니다. 광화문에 들고 가 주실 거냐고 확인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세월호는 배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침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강정, 쌍차, 탈핵은 세월호의 다른 이름입니다. 세월호라는 하나의 국면으로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풀어야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해운대 신도시 학교로 이 지역은 부모들이 학교 교무실에 들어와 민원을 내는 곳입니다. 조심스럽지만 동영상도 틀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라고 아이들한테 말하지요. 어린 아이들이라서 의심하지 않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봐요. 절대로 가만히 있지 말라고, 억누르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사회 : 수업의 경험과 수업에서 강조하는 얘기나 학생들의 반응을 말씀해주세요.

 

박춘애 : 수업을 의도적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물어볼 때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제가 피켓팅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물어보더라고요. 수사권이 뭐예요? 기소권이 뭐예요? 물어보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지역 촛불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말하는 것도 듣고 있고. 학급 아이들이 전부 노란리본을 전부 달고 등교했어요. 서명대에서 받아서 다들 달았지요. 그걸 보면서 아이들에게 판을 깔아주면 아이들이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로 수업을 할 때 가치관 교육을 하는데 세월호 사건 사례로 이야기해볼까?’ 하고 말을 꺼낸 적이 있었지요. 직업 선택의 최우선 가치는 뭔지 묻다보면 !’이라고 대꾸가 나옵니다. 돈 중심 가치의 문제는 무엇일지 이야기하다 보면 부실공사... 세월호 이야기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은 체계적인 수업과정안으로 모든 교과 교육과정에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소재 수업 등등 수업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 세월호 수업안이 전 교과목에 적용되어서 나와야 해요. 광주는 시민상주모임이 활발해요. 날이 추워지니 문제가 좀 있었는데 이 싸움을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전교조는 9월에 다시 집중 실천주간을 했는데 우리도 지회장 활동의 연장선으로 거리 선전전을 날마다 했습니다. 사람들의 활동이 다시 불붙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157회 거리 선전전을 마치고 왔습니다. 1000일 순례도 하고 있고,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설연휴 일요일이 100일이 되는 날이었어요. 일주일 단위로 일정이 공지되면 걷고 싶은 이들이 신청하는 방식으로. 계모임, 동창회, 친목모임 등등에서 신청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동창회를 하면서 어디에서 어디까지 걷고 이후에 자신들의 모임을 하는 형식으로... 교사모임, 분회, 지회, 학급에서 신청하고 걷기 등으로 상주모임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시기 시기마다 선전 내용이 달라요. 북콘서트, 유가족 걷기 등등... 3년상을 목표로 1000일을 했습니다. 날마다 한 명이라도 걸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모아내는 역할을 교사가 하고 있지요. 전교조가 상징적인 일들을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람 : 안 해본 게 없는 거 같아요. 광화문에서 서북청년단에게 욕먹고 시민들의 무관심도 느껴지고 어린 젊은 여자에 대해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단식은 16일 했고 개학부터 추석 전날까지 점심 단식을 선언했는데 학교에서 막아서 중식은 교육이라 단식은 불가하다고 해서 아침, 저녁을 굶겠다고 아이들과 학교에 말해주고 했습니다. 초등은 특성상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은 어려워요. 혁신학교인데도... 416일 당일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안빼고 리본을 달았는데 그걸로도 (윗사람들에게) 말을 들었어요. 미술교육 전공이라 작년 방학 직전까지 3일 동안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했습니다. 3천원에 팔아 수익금을 팽목항에 보내기로 하고. 학교 복도에서 전시회를 했지요. 학생에게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리본 나눠주고 서명판 돌리고... 동력은 38학급 중 8명이 분회원이지만 많이 지지해주셨어요. 최근 11, 12월에 반성했던 것은 자기만족적 운동이 아니었나 하는 거였습니다. 혼자 단식하고 혼자 광화문 가고...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는 자기만족적 실천만 하고 주위에 퍼뜨리지는 않고... 솔직히 신규라 무서워서 말을 못 꺼냈습니다. ‘광화문에 같이 가자는 말을 건네는 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말을 꺼냈는데 광화문에 같이 가주고, 지금은 분회, 지회 샘들과 함께 가고 있습니다. 교실에 스티커 붙이는 것을 분회원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4학년이라서 죽음을 잘 알지 못해요. 공감대 형성이 거의 안됐습니다. 추모의 의미로 한 번 하고 계기교육은 못했고 방학 때 있던 일로 광화문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줬지요. 최근 1주기 맞아 하루 수업하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추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하는데 그게 어렵더군요. 배가 왜 침몰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실종자 수색을 멈추고는 인양을 안 한다고 하고... 교육과정에 녹여내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박춘애 : 4학년은 알 건 다 알지요.

 

정보람 : 교육현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업윤리... 해경과 선장은 자기 역할 하지 않고 대통령은 대통령 역할 하지 않고 그나마 교사들은 아이들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 정도인가 싶습니다.

 

 

4.16 이후의 교육과정이란...

 

사회 : 교사의 삶 자체가 교육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정보람샘의 행동을 보고 아이들도 논리 있게 설명은 못해도 느낌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싸움과 관련해 어떤 교육활동이 필요한지, 교육과정 안에 어떤 지향과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박춘애 : 416을 겪으면서 우리가 가진 교육과정이나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마음 속에 막혀 있는 지점은 우리의 지향을 가지고 백날 이야기해도 아이들이 보고 듣는 사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아이들을 만들려고 교사들도 허둥댑니다. 굉장히 속도가 빠르고 정도가 심해요. 돈 중심의 가치가 확고합니다. 교육과정 총론의 목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민주시민이라는 말이 (교육학 책에는) 적혀 있지만 사회적 합의로 이것의 필요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이것이 돼야 수업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지요. 총론부터 짚어볼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애들 교육이니까 점심 단식이 안 된다는 말 자체가 정말 비교육적입니다. 전교조 차원에서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해요.

 

사회 : 4.16 교육체제라는 표현을 쓰는데 전교조 역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경쟁교육은 아니라는 공감대를 갖는 게 출발점이겠지요.

 

박옥주 :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4.16 이후 학교 방문을 다녔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아침엔 방송을 듣고 나오면서 울다가 전교조 사업을 하고 돌아와서 뉴스 보며 다시 울던 내 모습...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학교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는 게 견딜 수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직면하게 해줘야한다고 하지만 교사도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거 같습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의식 같은 거... 동료와 친구들이 죽었는데 아이들이 그걸 느끼지 못한 채 일상을 사는 게 비극적이라 느껴졌습니다. 1주기에는 지난해에 못했던 대면하기를 아이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교사는 동료 친구들의 문제니까 대면의 기회를 만들어야한다고 봅니다.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거예요. 다 아는데 해결방안이 없다고 생각하니 빨리 눈감고 무의식적으로 잊으려 하겠지요. 문제가 있을 때 곧바로 행동하게 하는 작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는 큰 흐름으로 바꿔낼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를 전교조가 고민했으면 해요. 416을 되짚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진보교육감과 전교조는 교육과정을 교육청 차원에서 고민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4.16을 딛고 당선된 교육감이 아닙니까.

박춘애 :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다고 봅니다. 리본을 달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부터 교육과정을 바꾸는 사람까지... 리본 달 사람에게는 리본을 주고, 수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교육과정을 주고, 교육감을 견인해서 계기교육 실시 권장 공문을 내리는 것도 최소한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공론화가 되어야 합니다. 유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

 

사회 : 신념과 가치가 아니라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합니다. 최소한 진보교육감이라도 묵념하고 헌화를 하거나 교사들도 추모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해요.

 

박현숙 : 교육과정에서 보람샘은 직업과 윤리를 이야기했는데, 전에 다이빙벨 영화를 보고 과학샘이 다이빙벨 모형을 만들어서 보여주더라구요. 한 눈에 그 효과를 알 수 있었어요. 도덕 관련 세월호 수업안을 만들어 수업하는 분도 있습니다.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리본을 스스로 만들어 배포하더군요. 완전히 새로운 교육과정을 이야기하면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천안함 4주기 추모 현수막을 보면서 황당했어요... 조직 차원에서 할 일, 교과 대표들과 할 수 있는 일, 교과별 수업 패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봐요. 수업이 불가능하면 담임, 학급운영 버전 등등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조합원의 의식 수준도 다양합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실천해야 할 것을 독려하는 문자를 혼자 보낸 적이 있어요. 문자를 받고 전교조를 탈퇴한 사람도 있더군요.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자는 문자에...

 

정보람 : “전교조 미워요했던 건, 저는 7월부터 광화문에 있었는데. 민우, 영석 아버지랑 자주 이야기를 나누면 유가족은 전교조의 활동을 몰라요. 유가족도 모르는데 시민은 더 모르겠지요. 교사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사회가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여론이나 국민 눈치를 봐야할 일은 없지만 세월호는 국민과 등을 돌려서는 이길 수 없는 사업입니다. 대외적 홍보가 필요해요. 혼자 나가있을 때는 교사라는 걸 잘 밝히지 않았어요. 아버님들이랑 지내면서 지회 샘들, 친한 샘들과 가니까, 보람아, 하던 아버님들이 선생님, 선생님으로 부르며 어려워하셨어요. 달빛행진에 매일 갔는데, 시민들이 많이 옵니다. 유가족들이 전교조 샘들이 오면 각별히 챙겨줍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교사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교사가 손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박춘애 : 전교조 명의의 피켓을 들 때와 아닐 때의 반응이 다릅니다.

 

 

학교 안전교육의 실상은 어떠한가

 

사회 : 오늘이 4.16, 316일째입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오늘은 316번째 416일이라고 말씀하시지요... 4.16이전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사고가)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학교에서 안전 관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있는지 교사들 사이의 평가는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박춘애 : 2학기부터 수학여행을 재개했어요. 근처로 가는 방식으로. (그 동안에는) 가지 말라는 공문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보람 : 경기는 대책이 많았어요. 2학기 대안으로 나온 게 ‘100명 이상 가지 말라는 거였습니다. 100명은 참사가 아니냐고 교사들이 분개했지요. 6반이었는데 3/3반으로 나눠서 갔습니다. 한번에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냐고 다들 분개했습니다. 기사 음주측정, 전문 안전강사에게 안전교육 받으라고 했는데 인력풀이 없어요. 소방서도 사람이 없는데 학교 교육까지 그들이 맡아야하는 상황입니다. 교육청은 소방서로 미루고, 소방서는 교육청으로 미루고, 저희는 미뤄지다가 11월초에 수학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학교의 대응 방식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2시간 간격으로 출발을 하거나 코스를 크로스 하는 식으로 편법을 썼어요. 허술한 내용을 준 교육청이나 이걸 허술하게 반응하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구조적 문제에 좌절했습니다. “25명 이상이면 학부모가 대동해야 한다. 학부모가 안 되면 보건교사 등등이 따라가야 한다!”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 돌리는 행태가 화가 났습니다.

 

정영미 : 안전교육 반드시 받으라는 지침으로 집합연수 방식으로 했습니다.

 

박춘애 : 경찰청에 요구하면 지역 경찰서가 음주측정을 하러 옵니다. 아이들은 7시 반에 기다리고 있는데 인근 학교에 들러 음주측정을 다 하고 오느라고 9시가 돼서야 왔습니다. 갯벌체험이었는데 물때가 있어서 마음은 급한데, 시간 맞춰가기 위해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다들 발을 동동 굴렀어요. 40분이나 늦었습니다.

 

박옥주 : 장기적 대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진단과 처방은 날림이군요. 안전교과를 개설하는 식의 아이디어는 어이가 없습니다.

 

사회 :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위축되지 않았나요?

 

박춘애 :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보람 : 학교 뒷산 수업을 계속했는데 교문 밖으로 나가니까 체험학습이니 결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교육 활동이 다 위축됐지요.

 

박춘애 : 위축되는 교사가 있는 반면에 화난 교사들은 더 과감해지지 않았겠습니까.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 : 진상규명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텐데... 지금 필요한 게 뭔지 말해 봤으면 합니다.

 

박옥주 : 정부 특위가 아닌 민간 차원의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모금운동 등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사회 : 민간에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습니다. 시민진상규명위원회의 권한은 거의 없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시민들의 투쟁 결과이므로 특별조사위가 잘 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들이 있었지요.

 

정보람 :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동영상 등을 비교하는 것 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들이 음모론처럼 들리고 공식성을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사회 : 세월호 책을 같이 돌려보거나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이라도 더 많이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박옥주 : 어른들이 돈을 내고 다이빙벨을 상영해서 아이들이 관람하게 했으면 합니다. 그런 부분도 의도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직적 활동이 필요한 시기인데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특히 강조할 내용을 알려 주세요.

 

박춘애 : 참교육실은 교과별 수업안을 공유했으면 좋겠고 교육감 협의회에서 계기수업을 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길 바랍니다. 수업안을 모아서 정리해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4월은 기억하고 행동하기공동수업을 하길 바랍니다. 지부 차원에서 세월호특위를 꾸렸으면 좋겠습니다. 놓치지 않고 사업이 이어지고 전국적으로 모이길 바랍니다. 지역 내에서 전교조의 존재의미를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내용이 세월호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전교조가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야 합니다. 상징적인 의미 수준이라도.

 

정보람 : 우리나라의 문제에 교사가 이렇게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도 세월호 관련해서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100을 했는데 50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요? 100을 하면 150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 출근길에 학교 큰 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어볼까. 아이들과 첫 만남에 노란 리본을 나눠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박춘애 : 동료와의 관계, 학교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 안에서 분회원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분회원들과 3월에 만났을 때 세월호 주제로 이야기하고 416에 어떤 것을 할지 3월 분회 총회에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등굣길 리본달기 분위기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어요. 잘못하면 이후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분회 수준을 봐야 해요. 성급하게 하는 것보다 최대한 함께 해야지요. 수준과 양에 맞게 해야 합니다.

 

정보람 : 리본 나눠주기가 좋은 거 같아요. 7월에 지부에 가입을 하고 9월에 인사를 하러 분회에 갔을 때 8명 분회원이 리본을 아무도 달지 않고 있었어요. 10월에 책과 리본을 사서 분회원에게 돌렸습니다. 받은 뒤에는 다들 하루도 안 빼고 하셨어요. 권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현숙 : 쿨메신져로 세월호 소식을 보내거나 리본을 나눠주는 등 활동을 했는데 새학교는 이런 활동을 하기가 조심스럽군요. 3월 분회모임을 해서 세월호 이야기도 하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다이빙벨 보기나 지역 북콘서트 등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옥주 : 지회에서 팽목항 방문하기가 좋은 거 같습니다. 교사들이 가봐야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봐요. 서울에서 분향소까지 걷기를 하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

 

4.16참사 1주기 추모 활동은 어떻게

 

사회 : 1주기까지 이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을 제안해 주세요.

 

박춘애 : 서울로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지역 집중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동시다발로 무언가 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정보람 : 만 킬로미터 걷기... 광주는 어디로, 부산은 어디로... 출발은 다르게 하더라도 도착은 같게 해서 걷고 도착해서 집회하고, 의미 있는 걷기 킬로 수를 정해서 하는 것이 어떨까요?

 

사회 : 시간을 정해서 추모 묵념을 하고, 세월호 인양 등 현안에 대해 1인 시위 등 정치권 압박 활동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영미 : 1주기 교사 선언은 어떤가요? 교육청 차원의 추모 행사를 추진해도 좋겠습니다.

 

정보람 : 저는 앞으로 40년 동안 전교조 활동을 할 텐데 전교조의 이런 실천 활동을 언론에 잘 알려야할 거 같습니다.

 

박춘애 : 걷고, 리본 달고, 추모하고, 공동수업하고, 학생회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그런 내용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정영미 : 사제동행 행사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정보람 : 몇몇 아이들과 분향소를 갔었는데 이렇게 큰 공간 가득히 영정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놀랐어요. 그런 현실감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박춘애 : 전조합원 팽목항 방문하기가 좋겠습니다. 무언가 꾸준히 하면 좋겠어요.

 

 

좌담회를 정리하며

 

이현숙 :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같은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서 자극받고 좋았어요.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나, 일단 1 주기까지는 해야 하지 않나, 어떻게 풀어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잊어가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입니다. % 답을 얻진 못했지만 지치지 않고 하자고 생각했어요. 보람샘 만난 게 보람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문제로 이걸 푸는 젊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분회원들과 세월호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정보람 : (좌담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한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세월호 관련 활동 열 달, 광화문 지킴이 활동이 일곱 달 째... 정말 힘들었어요.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치고 고립되는 느낌입니다. 일산에서 잠깐 했었는데 거긴 활동을 거의 접어서 광화문으로 갔지요. 여러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힘이 났어요.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언제 끝날까에 대한 고민이 더 큽니다. 청와대 앞으로 7만 서명 들고 가서 6시간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까싶었습니다. 여기 와서 이야기 들으며 힘을 받았습니다.

 

박옥주 : 다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전교조구나... 늘 살아오며 감사한 일 중 하나는 전교조 속에서 산다는 것. 누군가가 나에게 바르게 살 길을 알려주고 그들로 인해 부족함을 메꾸며 살고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일을 맡으면 흔히 상황 중심으로 생각하게 돼요.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거든요. 이런 고민들을 담아서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춘애 : 선배 교사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언제 끝날까... 회의가 들 수도 있는 시점에 용기를 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것도 우리들인 거 같습니다. 반드시 이것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걸 앞당기는 것이 우리 일이겠지요. 책무로 버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함께 일구며 전교조 입지를 지역 안에서 다지는 시간이 될 거예요. 힘들 때 서로 손 내밀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개인에게 혹은 조직적으로 잘 반영되어서, 슬프지만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업을 만드는 2015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영미 : 그동안 지부에서 활동하면서 세월호사업 놀이를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에 전화해서 서명 현황 파악하고, 엽서 현황 파악하는 이런 것들만 했고 내 실천은 많지 않았어요. 교사 한 명 한 명의 실천이 다른 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해왔고 식어가는 이 국면에 전교조가 힘을 내서 불씨를 살리고 좀 더 많은 교사, 아이들과 공유하도록 인드라망의 구슬처럼 엮어내는 구실을 성실하게 해야겠습니다.

 

사회 :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지치지 말고 끝까지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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