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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맞짱칼럼] 여전히 교육복지에 목 마르다

2014.04.16 14:59

진보교육 조회 수:361

[맞짱칼럼]                  

여전히 교육복지에 목 마르다

박홍순 / 전교조인천지부장


교육이 고통이 되어 버린 사회
김상곤 경기도 (전)교육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서 다시 복지공약이 지방선거의 강력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무상 버스’ 공약이 그것인데, '무상버스'를 노약자·초중생부터 시작하여 고교생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예산은 첫해 956억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데, 경기도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전시성 예산, 방만한 예산 운용을 개선하여 예산을 확보한다는 주장이다.
2010년 무상급식 공약으로 촉발된 복지정책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을지, 그리고 당시 무상급식 논쟁에서 패배한 보수세력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반동을 이룰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도교육감 선거의 교육공약에도 교육복지공약이 비중 있게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의 교육복지 공약이 후퇴하고 그나마 이행하려는 공약도 지방교육재정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생색내기만 하고 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의 예산이 뻔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에서 시도교육감의 교육복지 공약이 얼마나 획기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교육부문의 양극화도 더 내버려둘 수 없는 형편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이 부를 대물림하는 통로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농산어촌, 구도심 등 낙후된 지역에서 주거 이주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민의 이동에 따라 학교마저도 낙후 지역을 떠나고 있다. 교육이 희망을 일구어내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2013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공교육에서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율은 13년째 부동의 1위이다. 공교육부문에서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은 4.8%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인 5.4%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학부모들의 부담률은 2.8%로 OECD 평균인 0.9%의 3배에 달했다.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보다 GDP대비 교육비 지출 비율이 높은 나라는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두 나라뿐이다. 즉 교육에 엄청난 돈을 쓰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그 부담을 학부모가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와 입시중심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교육체제, 그리고 새로운 교육체제를 가능하게 뒷받침하는 사회제도가 실현되기 전까지 이런 숫자를 우리는 계속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 교육이 다시 희망이 되고 교육으로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복지’로의 전환은 이러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교육의 기회’마저 경제력과 문화적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에서 온 국민을 함께 묶어낼 비전을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육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고,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하여 민주주의가 숨을 쉬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핀란드 교육의 4대 기조가 ‘문명의 가치’, ‘평등’, ‘창의성’, ‘복지’이다. 교육을 통한 진정한 경쟁력은 경제 원리와 다른 것으로, 교육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지 화려한 수사나 명칭만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 정책의 철학과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은 경제 등의 다른 분야에 의존 또는 종속되지 않고 고유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때 아이들이 정말로 행복해지고 교육력과 학력도 올라간다.
교육복지는 단순한 복지의 양적 확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 영․유아 단계에서 평생 교육까지 “모든 이들에게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하고 최소한 헌법에서 밝히고 있고 국민들이 열망하는 수준을 받아들여 이제부터라도 영아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한 무상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교육복지란 무엇인가 교육복지(educational welfare)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공식적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배움과 깨달음을 통해 좋은 삶(well-being)의 근간이 되는 자존감, 타인존중, 의연하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특히 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최고(最高)의, 그리고 최적(最適)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교육체제, 혹은 그러한 교육이 특권이 아니라 권리로서 경험되는 교육환경을 의미한다.”

현행 교육복지 정책의 문제점들
흔히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거론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들의 모델은 “국가역할이 극대화되고 사회권이 강조되며, 보편적 복지급여의 수준도 높아서 수혜자와 비수혜자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사회복지 확대에 대한 이념적 대립도 약한 모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복지모델은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고 필요 자체보다는 자격에 따라 복지가 제공되는 미국과 일본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와 고용불안정 심화에 따른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성장률저하, 성장잠재력 약화 등을 우려하여 보편적 복지보다는 국민의 책임이 강조되는 차별적 복지제도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현재 ‘한국의 교육복지정책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 교육복지의 이름으로 제공되는 혜택이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교육기본권(사회권)’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사회적 시혜’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데서 오는 ‘낙인감’의 문제이다. 학교현장에서 교육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많은 교사들은 교육복지 우선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경제적 이유와 가정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교육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욕구가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복지에 대한 개념이 더 명확하게 초중등교육법에 법령적 근거를 두고 설정돼야 한다.
둘째, 현재 시행되는 교육 복지제도의 형태는 ‘사후 복구적’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개별화되고 방치된 학생들에게 정서적, 학업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대상학생들을 가려내고 개별지원 하는 과정에서 학교는 프로그램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사후복구적 과정들이 근원적으로 예방될 수 있는 ‘사전예방적 모델’로 관점이 전환되어야한다. 또, 교육복지정책은 정규수업시간의 결손에 대한 사후보상 차원에서 벗어나야한다. 정규 수업에서의 모든 학습자의 유의미한 학습을 위한 노력이 교육복지의 핵심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교실 수업에서의 학습 곤란을 방치한 채 방과후에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다.
셋째, 교육복지 초점 집단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취약성을 지닌 정책 초점집단을 결핍의 존재,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고 자주적 역량을 키워 사회적 주체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그러한 성장을 지원하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공동체 속에서 역량을 키우며 성장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복지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교육복지사업은 교육에서의 격차보정사업으로서 그 성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사업의 유지 확대가 규정되고 있다. 지원대상 학생들이 사업을 통해 지적, 정서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사업의 효과(책무성)가 인정되는 것이다. 복지사업이 이러한 초단기적 투입-산출 위주의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적용받아야 한다고 보는 상황은 우리사회 복지의식의 낮은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 복지의 성과를 당장의 지적, 정서적 변화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격차가 발생하는 복합적이고 구조적 요인들과 그 변화 과정의 지난함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하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긴 눈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학교가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을 탓하기 전에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앞서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복지 수준을 진단해 볼 때, 절대적인 복지의 양을 늘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행 교육복지 정책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고 복지의 대상과 양만 늘린다면 종국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지방교육재정 수준에서 어느 만큼이 확대할 수 있는 교육복지 수준인지,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복지사각지대에서 가족동반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안타까운 뉴스들이 연일 보도된다. 오죽하면 부모가 자식들을 데리고 갔겠는가. 남겨진 자식들이 평생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사느니, 차라리 부모가 데려가는 게 낫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부모에 의해 생명유지의 기본적 권리마저 빼앗긴 그 아이들에게 부모 없이도 기본적인 삶이 가능한 복지 및 교육복지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아까운 생명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논란 속에도 교육복지의 절대량의 확대에 그래도 관심이 먼저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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