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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진보칼럼] 슈퍼스타 최동원

2016.01.11 16:34

미로 조회 수:295

[진보교육] 58(2015.10.8. 발간)

 

[진보칼럼]

슈퍼스타 최동원, 그가 진정 스타인 이유

 

손지희 / 진보교육연구소 운영위원

 

 

 


2011914

 

2011914일은 프로야구계에서 레전드중 하나로 추앙받는 고 최동원 선수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올해로 그가 떠난 지 어느 덧 4주기다.

초중등학교 시절 땡전 뉴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는 야구였다. 전두환이 통치를 하던 그 당시 “3S”라는 말이 종종 회자되었다. 3S라 함은 S로 시작하는 단어인 screen(영화), sport(스포츠), sex()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의 우민화 정책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나무위키에서 검색을 해보면 3S를 통한 당대의 통치의도를 잘 알 수 있다.

 

Screen (영화)

영화상영의 규제에 대한 검열이 과거보다 파격적으로 완화되었으며, 이에 따른 무분별한 저예산 에로영화가 영화관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색영화 범람의 물꼬를 튼 것은 그 유명한 애마부인(19822)으로, 82년 극장개봉작 56편 중 무려 35편이 에로영화였다. 아래의 세 번째 S와 깊은 관련이 있다.

 

Sports (스포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5공화국의 정당성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하여 1981888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하였으며[3], 1982년을 기점으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씨름 같은 프로 스포츠 리그가 새롭게 창설되기 시작했다.

 

Sex (섹스)

198215일 야간통행금지가 폐지되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성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술집, 모텔, 유흥업소, 성매매 업소 같은 산업. 상술한 도색영화의 범람도 이 S의 범주에서 다룰 수 있다. 더불어 유흥가의 급팽창으로 기생충처럼 따라붙는 조폭도 엄청나게 성장한다. 지금도 회자되는 전국 3대패밀리 OB동재파(이동재), 양은이파(조양은), 서방파(김태촌)가 이 시절 이야기다.

 

어린 나이였지만 정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했던 꼼수 정책임을 어렴풋이나마 알았고 전두환은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의지 있게 이런 정책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물론 어린 나이였기에 스포츠만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다. 3S 정책의 일환임을 알면서도 프로야구를 관람하고 야구장을 찾아가 응원을 하던 그 때의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난동도 부리고 지역감정도 표출하곤 했었다.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의도란 없는 모양이다.

 

 

반란의 수괴를 자처한 슈퍼스타 최동원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수많은 이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최동원이다. 그는 스타 중의 스타, 슈퍼스타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차전에 이르기까지 무려 5번을 등판해서 4승을 올렸던 전설의 스타. 시리즈 후 쌍코피를 흘렸다는 일화와 인터뷰에서 잠부터 자고 싶다고 말한 것은 유명해진 이야기다. 롯데 팬도 아니었건만 그 당시 그의 퍼포먼스는 잊을 래야 잊지 못할 것이었다.

최동원이 등판하면 승, 그렇지 않으면 패라는 공식(거의 법칙 수준)이 당연했었고 져주기 논란 끝에 삼성이 OB 대신 택한 파트너가 롯데였으니 누가 봐도 우승은 삼성이었다. 최동원이 아니고서는 이길 재간이 없는 롯데였다. 이런 어찌 보면 뻔한 승부에서 기어이 우승까지 거머쥐었으니 그 인상이 전 국민적으로 강렬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최동원이 진정한 슈퍼스타인 이유는 본인의 선수생활이 위험해질 법도 한 말도 안 되는 등판요구를 받아들여 승리를 거듭해 결국 우승을 팀에 선사한 에이스 정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3S정책이 낳은 슈퍼스타였으면서도 을의 반란을 도모하는 반란군 수괴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최동원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선수회를 행동으로 옮긴 직접적 계기는 2군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켜보고서였다.

2006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동원은 “2군 선수들의 연봉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2군 포수가 내 공을 받아준 적이 있다. 수고했다고 고기를 사줬는데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인 줄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 선수 연봉이 300만 원(당시 2군 최저 연봉)이었다. 300만 원으로 야구 장비 사고,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생활비 보내드리고, 동생들 학비 대주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1군이든 2군이든 프로라면 최소한 생계유지는 해줘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구단은 2군 선수들을 무슨 낙오자 취급하며 머슴처럼 부렸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최고 연봉을 받는 것도, 슈퍼스타를 대접을 받는 것도 뒤에서 고생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고 말이다.”

최동원은 은퇴 이후 생활고로 고생하는 전직 프로 선수들을 보며 연금제도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선수회를 통해 전체 선수가 하나로 뭉쳐 동업자 정신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야 선수들 간 과잉 충돌을 막고, ‘신사적인 야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박동희 기자의 기사)

 

고 최동원을 추모하면서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대목이다. 슈퍼스타였으면서도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어려운 동료의 처지를 돌아보고 실행에 옮겨 결국 선수협의 씨앗을 만들었다는 바로 그 점을 사람들은 높게 산다.

최동원은 집요한 방해공작과 갖은 협박에 의해 선수회 결성이 무위로 돌아간 후 선수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재벌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부산 시민을 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팀으로 보내 버리고 여러 선수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반란군취급을 해대던 그 때는 전두환 정권이었기에 때마침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 악덕 재벌은 고향팀으로 돌아가서 야구인으로서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마저 이룰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 잘나신 대기업은 근래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겪기도 했다.)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 시민들의 바램이었음에도 그룹은 반란군의 수뢰 취급하며 최동원을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영구결번 지정도 성난 민심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였다. 구단의 소유주였던 대기업은 슈퍼스타인 그와의 연봉협상에서조차 우리는 세미 프로잖아라고 하면서 갑의 위치를 고수했고 압박했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에만 프로정신을 강요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어려운 동료들의 처지, 구단의 횡포로 인해 슈퍼스타의 위치에 안주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에게도 이렇게 하는데 다른 선수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이는 후에 송진우 프로야구 선수협회 초대 회장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 아무도 그들에게 왜 당신이 직접 하지 않는가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가 겪은 영광과 고통, 그가 보여준 다시없을 퍼포먼스와 에이스 정신은 훗날 프로야구에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음이 고인이 된 그와 그의 유족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정이 더 나은 사람이 나서서 권리를 주장하면 흉이 되는가?

 

최동원은 슈퍼스타였음에도 구단의 처우를 조용히 기다리는 대신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시대를 앞선 사람이었다. 그런 최동원에 대해 구단은 언플을 통해 최동원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곤 했다. 물론 비하인드 스토리는 구단의 주장과 달랐다. 최동원에게조차 모멸감을 주고 윽박지르고 언플로 궁지에 몰아넣었던 그들이 과연 2군에서 생계조차 어려웠던 선수들의 처우를 알아서 개선했을까? 그럴 리 만무였다. 안타깝지만,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먼저 나선 것은 슈퍼스타 최동원이었다.

 

한국사회에서 교사의 이미지는 철밥통이다. 이나마라도 가지게 된 내 철밥통을 나는 감사히 여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노인으로 살아가기라는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지금의 철밥통에도 이미 큰 구멍이 있는 것만 같다.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아마도 더 많이 더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알량한 철밥통이라도 지키기 위해 굴욕을 감수하고 그 굴욕을 어쩔 수 없었다고 정당화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철밥통을 모든 사람이 보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한민국에서 집도 없이 연금도 없이 살아야 되는 인생은 얼마나 처참한가? 모든 이들이 생계비와 주거에 대한 보장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무식할 것이라고만 여겼던 운동선수였던 최동원은 시대를 앞서 이런 주장을 했다. 그가 87년 시위대에 합류해 함께 데모를 했다는 일화 또한 유명하다. 3S를 통해 우민화를 꾀했건만 가장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받던 최동원은 시대의 흐름을 함께 했고 어떤 면에서는 앞서 나갔다.

 

철밥통 주제에 왜그리 뻔뻔하냐고?“ 철밥통을 가진 이들은 더 뻔뻔해져야 한다. 사정이 좀 더 나은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을 향해 똥침이라도 날리고 그들이 부당히 취한 것을 조금이라도 가져올 때 그 다음의 사람들도 희망이 생긴다. 항상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만이 반란을 주동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위 집단이 남긴 부스러기를 향유하는 집단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가 역사의 변동에서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법이다. 연대란 눈앞의 이익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실천인 것이다.

최동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국 프로야구를 아름답게 묘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프로야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자본주의 스포츠임을 부인할 수 없다. 돈으로 사람의 몸값이 매겨지는 전형적인 상품의 세계.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선수들의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재벌들의 팻 스포츠일 뿐이다. 사람들은 일상에 지친 심신을 프로야구를 보며 위로받으며 기꺼이 호갱이 되어 돈을 쓰고 그깟 공놀이에서 희노애락을 맛본다. 어찌 생각하면 슬픈 일이기도 하다. 1980년대부터 만들어진 역사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조차 누가 좌지우지하느냐를 가지고 맘놓고 즐기지도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이상하다고 항변하고 싶을 뿐이다. 야구는 당신들이 만든 것이 아니고 당신들의 소유물이 아닌데 왜 우리는 그것을 돈을 주고 즐겨야 하나요? 이 세상 어떤 것이 이와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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