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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시론] 진보교육감 1년과 교육노동운동의 과제

2011.07.18 21:53

진보교육 조회 수:1054

<진보교육감 1년과 교육노동운동의 과제>

김산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1.들어가며

진보교육감이 취임한지 1년이 되었다. 2010년 6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남, 전북 6개 교육청이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진보진영의 기대와 희망, 보수진영의 우려와 비판 속에 출범한 진보교육감 시대 1년을 돌아보면 진보진영의 희망과 기대는 줄어들고 보수, 수구진영들의 비판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진보교육감 1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교육노동운동의 대응과 방향을 이글의 중심으로 삼고자 한다.


2. 진보와 보수

교육을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교육의 목적과 본질을 찾아 그 목적과 본질에 따라 교육을 행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그 기준에 따라 교육을 평가하고 교육감의 정책도 평가하여야 한다. 단순히 진보(진짜 진보인지, 어떤 진보인지 모르겠으나)교육감이라 후한 점수를 주고, 보수 교육감이라 비판만 해서는 안 되며 잘한 것은 잘한 것으로 못한 것은 못한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교육의 목적과 본질은 ‘모든 인간의 지성화와 해방’을 지향하고 ‘전면적 인간발달’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기업형 인간’, ‘자본주의 적합성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고등정신기능의 발달’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인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교육을 이루기 위해 교육체제는 민주성, 평등성, 공공성, 연대성,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관점에서 교육을 행하고 있으면 우리는 진보교육감이라 부를 수 있으며, ‘기업형 인간’ ‘자본주의 적합성 인간’을 키우는 데에만 중점을 둔다면 보수 또는 수구 교육감이라 부를 수 있다. 물론 겉으로는 모두들 창의, 인성을 부르짖지만 그 본질을 본다면 자본가에게 훌륭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교육인지 진정 인간해방을 위한 교육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노동자로서 우리의 역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진보교육감도 사용자이다.

6개 교육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 된 후 가장 크나큰 변화중의 하나가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우리”의식이다. 소위 6개 교육감을 ‘우리교육감’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파트너 의식을 가지고 진보교육감의 성공을 전교조의 성공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각종 TF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책 담당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뜻이 맞는다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와 교육의 차이점이다. 그렇기에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사용자가 될 수는 없다. 진보교육감이든 보수교육감이든 교육감은 사용자이며 전교조는 피용자이다.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이 되었다 한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사용자와 함께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거나 보람을 느낀다면 그는 이미 노동자가 아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다면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사용자와의 단체협약을 통해서 또는 정책협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문제이지 직접적인 정책입안자나 담당자의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이름을 갖다 붙이든 교육감은 사용자일 수밖에 없다. 만약 전교조가 계속 함께 한다면 진보교육감의 실패는 전교조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그동안 교육노동운동이 추구해왔던 운동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고 해서 그 성공이 전교조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음은 당연하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법적으로) 한국교육체제가 강고하게 ‘자본주의 적합성’교육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지역 교육감 정책에만 매몰되면 교육노동운동은 길을 잃을 수 있다. 뜻이 맞는 지점이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있게 되는 것이며 뜻이 맞지 않는 지점이 있다면 과감히 비판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식을 가지면 비판을 할 수 없게 되고 노동자의식을 잃게 된다. 지금 전교조에게 우려되는 점이다.      


4. 진보교육감 정책 검토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감을 가르는 핵심적 정책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인권조례 등이다. 그 밖에 세부적인 사항에서 차이점이 있겠으나 대표적으로는 위의 정책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3가지 핵심정책들을 검토하면서 진보교육감 1년을 바라보겠다.

1) 무상급식
2010년을 돌아보면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감을 가르는 가장 큰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진보교육감들은 하나같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와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사회가 지독히도 보수화 되어 있다 보니 무상급식을 사회주의 정책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면서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염증이 지자체 선거에서 야당단체장들의 무상급식 지원 공약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얻어 6개 시·도에서 소위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게 되었다.  

무상급식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상급식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 헌법 제31조 3항을 보면 “의무 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의무교육을 행하고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당연히 무상급식을 하여야 한다. 이는 국가의 의무이다. 그동안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해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에 진정한 보수가 있다면 무상급식을 하라고 국가에 요구를 하였어야 한다.

보수의 의제가 진보로 바뀐 대표적 사례이다. 진보라면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에서의 무상급식을 주장해야하고 나아가 고등학교,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주장해야한다. 법에 규정된 내용을 하라는 것이 무슨 진보라 하겠는가. 또한 시혜적 의미를 지닌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라 불러야 한다. 의무급식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의무급식”은 결코 진보만의 의제가 될 수 없기에 보수교육감이라 불리는 인천, 대전, 충남, 충북, 경남, 제주에서도 전면 또는 일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 측면에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기에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서 시행여부가 결정되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의무급식이 국민적 이슈가 되고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성과를 얻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서울처럼 보수의 의제인 무상급식을 가지고 반대 주민투표를 벌이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2) 혁신학교
무상급식 외에 진보교육감들의 핵심정책이 혁신학교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에서 시작된 혁신학교는 유행이 되어 모든 진보교육감이 내세운 핵심공약이 되었으며 정책이 되었다. 현재 혁신학교 상황을 보면 경기도가 가장 많은 71곳이며, 서울 23, 강원 9, 광주 4, 전북 20, 전남 30 곳이다. 무상급식에 이어 진보·보수를 가른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교육전문가라고 한다. 하도 문제가 많고 자식들 일이니 전문가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오고 매번 입시정책도 바뀐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니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보가 아이 대학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다.    

아무튼 교육이 문제는 문제인지라 새로운 사람은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진보교육감이 내놓은 것이 혁신학교이다. 학교가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학교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를 두고 경기도의 한 교육위원은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서(革)새살을 돋게 하는 것(新)’이니 좌파이고 혁명적이라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참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혁신학교가 기존의 학교와 어떻게 다른가? 삐딱하게 보면 교사들 업무 줄여주어서 수업에 집중하게 하고 예산지원을 좀 더 해서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게하고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에게 좀 더 자율권을 주는 학교. 이거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의 각종 시범학교, 연구학교들과 다른 점은 점수를 주지 않는 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원자가 많지 않아 열정 넘치는 전교조 교사와 젊은 교사들이 많다고 한다.

본질을 보면 혁신학교는 또 다른 특목교, 연구학교와 다르지 않다.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점진적 확대를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그럼 비혁신 학교는? 정상화가 안 된 학교이고 문제 가득한 학교란 말인가? 실력과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배정되면 비혁신 학교 교사는 무능하고 열정이 없는 교사만 남는 학교가 되는 것인가?

혁신학교의 장점은 교육청들에서 열심히 홍보를 할 테니 문제점을 보자면 위에 말한 것처럼 또 다른 특목교라는 것이며 두 번째로 그동안의 교육문제를 교사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에서 교사들이 열심히 하니 교육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교사들이 제 시간에 퇴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과거 한참 열린교육이 유행일 때 한 열린 학교 교감은 자기학교 교사들은 8시, 9시에 퇴근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곤 하였다. 혁신학교 교사들이 그와 다른지 궁금하다.

요즘에 보통 일반학교교사들도 제시간에 땡하고 퇴근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혁신학교 교사들이 제때 퇴근한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 하지 않을까? 한국처럼 노동시간이 많고 노동 강도가 센 나라도 많지 않다. 밤에 일하지 않고 낮에 일하고 싶다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이다. 당연히 교사들의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물론 자발적 노동이라는 명목 하에 감수할 것이며, 제시간에 퇴근하는 교사들은 열정과 사명감이이 부족한 돈만 벌려고 하는 철밥 통이라 불려 질 것이다.

혁신학교는 지역 전셋값을 올리고 있다. 기존 교육에 대한 불만이 워낙 큰지라 혁신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일종의 신드롬 내지 환상을 주고 있다. 혁신학교가 있는 지역의 전세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전셋값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강남집값이 비싼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명문학군인데 혁신학교는 그에 미치지는 못하나 유사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니 학부모들은 지역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혁신학교는 뭔가 달라도 크게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혁신 중학교 교감은 “혁신학교는 교과과정이 다른 게 아니라 수업방식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고 그 혁신은 교사의 자발성에 달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유행하는 ‘배움의 공동체’ ‘협동학습’등이 수업방식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교실혁명,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라는  구호아래 지금 뜻있는 교사는 치열한 자기반성으로 수업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혁신학교는 그들의 둥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육의 문제가 수업을 잘못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물론 교사가 수업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수업을 잘 못하는 교사는 무능한 교사일 수밖에 없는가?  수업은 테크닉인가? 예전에 한 교육대학교수가 삐에로 복장을 하고서 수학 수업 시범을 보이는 것을 언론에서 크게 주목을 한 적 이 있다. 새롭고 신선하다는 것이다. 글쎄 이것을 새로운 시도라고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가? 교사가 광대가 되어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재미있는 수업,  흥미 있는 수업만이 좋은 수업인지 의문이다.

혁신학교를 비하할 생각도 무시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뭔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기존의 것, 기존의 방식이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토론식수업, 협동학습이 바람직하나 모든 수업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때에 따라서는 강의식 수업이 꼭 필요하며 적절한 수업이 될 수 도 있다. 수업의 변화 분명히 이루어 져야 할 것이며, 교사 또한 안이함과 나태함에서 벗어나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교육의 문제를 교사에게 또한 학교에게 돌릴 수는 없다.    

혁신학교는 기존의 한국교육을 바꿔보자는 열정에서 시작되었고 뜻있는 교사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수업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는 긍정적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교육 문제가 학교만의 문제, 교사가 수업을 잘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실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교육체제, 사회체제를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 되었을 때 한국교육이 바뀌어지는 것이다.

        
3) 체벌금지, 인권조례 기타

체벌금지와 인권조례제정 역시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 현상이다. 체벌금지와 인권조례가 진보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사실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인식했던 것이고 체벌은 교육수단이 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인식하나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 교육현실이 그 만큼 삭막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은 기본이고 휴대폰으로 서로 문자를 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우리 현실에서 교사들은 좌절하며 편하게 체벌을 교육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교사들의 시각차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교총소속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78.2%(부정적 36.6%, 매우 부정적 41.6%)로 긍정적 의견 10.5%(긍정적 9.0%, 매우 긍정적 1.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학생인권조례 및 체벌 금지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답한 교사가 전체 중 88.7%에 달했으며 동감하지 않는 교사는 1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을 바라보는 이러한 확연한 차이는 우리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시행에 있어서 문제점을 드러내긴 했으나 체벌금지와 인권조례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며 진보교육감들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일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인권의문제가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와 우리사회가 좀 더 인권사회로 나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힘든 점이 있으나 인권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모든 교사들의 목적이 되어야한다.


5. 교육노동운동의 의제는 어디로?

지금까지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정책들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체벌금지, 인권조례 등 모두 진보교육감들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들이다.  
그런데 그동안 교육노동운동진영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의제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노동운동진영은 그동안 교원평가 폐지, 성과급제도 폐지, 일제고사 폐지,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 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의제들은 진보교육감들의 의제가 되지 못했다. 진보교육감의 권한이 없다거나 현실에 안 맞는 다거나 또는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고 있다.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았다고 하나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무상급식은 헌법상 권리를 찾는 것에 불과하고 혁신학교는 교사를 학교에 가두는 부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 동안 교육노동운진영에서 주장했던 사안들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교육감들에 대해서 진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고 마냥 함께하고 진보교육감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노동자임을 포기한 것이고 노동조합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6.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소위 진보교육감 시대가 왔다하여 전교조 내에 투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진보교육감 지역은 물론이고 보수교육감 지역 역시 투쟁은 이제 낯선 단어가 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는 맑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투쟁 없이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투쟁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다면 모를까  작금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진보교육감이라는 허울에 투쟁을 잃어버리고 있다.

자본주의는 그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혁신, 혁명이라는 말들을 보라. 자본가들, 지배자들이 혁신을 말하고 혁명을 말한다. 그람시는 이를 두고 ‘수동혁명’이라 불렀다. 자본주의는 그 생존의 연장을 위해 혁신하고 혁명을 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전을 꾀한다고 하였다. 불행히도 혁신은 자본의 용어가 되었다.  

혁명이 되었건, 혁신이 되었건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다. 무엇을 위한 혁신이며 혁명이냐가 중요하다. 기존의 입시체제하에서, 대학이 서열화된 학벌사회에서 무엇을 위한 혁신, 혁명이 되겠는가? 기존의 입시체제를 타파하고 대학의 서열을 없애는 혁명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학교혁신, 교실혁명은 좋은 대학, 일류대학을 잘 가기 위한 혁신, 혁명이 될 것이다. 비록 당사자들은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진보교육감이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진보교육감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루소가 말한 지배·피지배의 ‘동일성’이론으로 민주주의가 발전을 했으나 이는 사실 사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배자는 지배자로 남고 피지배자는 피지배자로 남는다는 것이다. 결코 동일하거나 같은 계급이 아니다. 교육감은 사용자이며 교육노동자는 피용자이다. 이점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진보교육감에 잠시 취해 투쟁을 잃고 있었으나 과감히 투쟁의 깃발을 올리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교원평가를 압박하는 교과부를 규탄하면서 교원평가를 수용하려는 전북교육감에 대해 철야농성과 지부장의 단식농성으로 투쟁의 물꼬를 틀었다. 충북지부 역시 일제고사 폐지,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라고 투쟁에 동참하였다. 이제 진보교육감이냐 보수교육감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을 가지고 투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진보교육감(진짜 진보인지 모르겠으나) 이라 해서 투쟁의 대상이 아닌 것이 아니다.  


7. 맺으며

진보교육감 시대 1년을 맞이했다. 진보교육감들은 진보타이틀을 부담스러워 해서라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물론 일정부분 성과를 내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교육노동운동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은 없으며 변화된 상황은 없다. 오히려 전교조가 교육감의 일을 덜어주려 애쓰면서 노동자성과 투쟁성만 잃고 있다.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전교조는 비교적 협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투쟁할 것은 투쟁하여야 한다. 문제는 협조에만 신경쓰다보니 투쟁은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살아나야 한다. 교원평가 폐지, 차등성과급 폐지, 일제고사 폐지, 학교자치실현을 위해서 나아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위한 교육혁명을 위해서 전교조, 교육노동운동 진영은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한다. 달리는 자전거처럼 투쟁 없는 노동운동은 넘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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